백진의 100조 원 자산과 비교하면 백인호가 요구한 10조 원은 확실히 단기간에 마련할 수 있었다.“좋아. 약속하지.”정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가리키며 진지하고 엄숙하게 말했다.“하지만 두 분 몸에 있는 폭탄과 밧줄은 풀어줘.”백인호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부하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총을 든 건장한 남자가 걸어가서 두 노인의 밧줄을 풀고 폭탄을 제거했다.두 노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진작 벌벌 떨고 있었다.백진은 입에 틀어박힌 천을 뜯고 고함을 질렀다.“백인호! 당장 내 손녀 풀어줘! 그럼 10조 원이 아니라 100조 원을 다 줘도 좋으니까.”백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백진을 쏘아보았다.“진작 그렇게 나오지 그러셨어요? 지금은 수배자라 아버지의 100조 원을 상속받을 수 없잖아요.”백진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일어섰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놓아준다면 네가 원하는 만큼 주마.”“아버지는 지금 나랑 딜을 할 자격 없어요.”백인호가 오만하게 웃었다.“당신 손녀가 내 손에 있는 한 안 줄 수가 없잖아?”여은수는 손을 떨며 천천히 백진의 팔짱을 낀 채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영감. 말 작작 해요. 저 배은망덕한 늑대가 당신을 죽이면 어떡해요?”백인호가 부하에게 명령했다.“이 늙은 영감탱이 자금 이동해야 하니까 너희들 가서 컴퓨터 가져와. 경찰에 신고하는 즉시 죽여버려.”“네!”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그러자 총을 든 건장한 두 사내가 백진 부부를 끌고 서재로 들어갔다.백인호가 유유히 뒤로 기대어 정안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으며 서재를 가리켰다.“안에 폭탄이 수없이 깔렸어. 네 할아버지 할머니 잿가루 되는 거 보기 싫으면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정안은 천천히 이성을 되찾았다. 백인호는 Z국에서 수년간 의학을 공부했고 의술이 뛰어나서 의학계에서도 인정받는 실력자였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온화해졌고 말투도 가벼워졌다.“작은 아빠.”백인호는 흠칫 놀랐다. 그녀가 작은 아빠라고
남태준의 차트와 엑스레이를 확인한 백인호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정안이 그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팔에 살짝 손을 얹고 구걸의 눈빛을 띠었다.갑작스런 정안의 스킨십에 깜짝 놀란 백인호는 흠칫하더니 그녀의 손에 시선이 고정되었다.‘완자가 지금 내 손을 만진 거야?”그녀의 눈빛은 부드럽고 가련했는데 그에게 부탁이 있는 것 같았다.“작은 아빠.”정안이 다정하게 부르더니 입만 움직이며 거의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말했다.“희망을 줘요. 제발.”백인호는 그 뜻을 깨닫고 목을 축이더니 말했다.“태준아. 네 다리 신경이 아직 완전히 죽은 건 아니야. 침술 치료와 재활 치료를 병행하면 1년도 안 돼 일어설 수 있어.”“그리고 눈은 뇌부 어혈에 눌려 실명한 거야. 어혈의 위치가 너무 위험해서 아마 많은 의사가 이 개두술은 살 희망이 1%도 없다고 했겠지.”“하지만 나에게는 그리 어려운 수술이 아니야. 적어도 이 어혈을 안전하게 제거할 가능성이 10%는 돼.”지우는 감격에 겨워 백인호의 손을 잡으며 순간 그가 납치범임을 잊었다. “백 선생님, 정말이에요? 이 사람 다시 빛을 볼 수 있는 거예요?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백인호는 사실 확신이 별로 없었지만 희망을 주겠다고 정안에게 약속했을 뿐이었다.“네. 무조건 가능해요.”지우는 순간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활짝 웃는 얼굴로 남태준 앞에 가서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의 차가운 큰 손을 잡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들었어요? 이 실력 있는 의사가, 당신의 친구였던 이 사람이 그쪽 눈 치료할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도 있대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남태준은 눈을 감고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좋아지면 네 돈줄도 끊기는 건데 왜 그렇게 기뻐해?”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한참 후 그녀는 웃음을 거두고 일부러 차갑게 비꼬았다.“하긴. 당신이 좋아지면 안 되죠. 눈도 계속 멀어야 하고 다리도 계속 절룩거려야 내가 실직하지 않는 거지.”남태준은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때,
“아아!”지우는 소리칠수록 서러웠고 감정을 담아 소리쳤다.“어떡하냐고!”한쪽에 있는 남태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귀를 닫고 이 시끄러운 소리를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그는 혼자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나고 싶었다.이 여자는 하늘이 그를 치료하기 위해 보낸 사람이었다.그가 죽지도 못하게 매일 괴롭히고 죽는 것보다 더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하루 24시간 밀착 케어에 잠자리까지 그와 같은 방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그녀는 혼잣말을 좋아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자기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며 자주 소리를 지르며 불쾌감을 토로하기도 했다.남태준이 침착하고도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방 안에 통신기구가 있는지 잘 찾아봐.”지우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입을 딱 벌리고 남태준을 바라보며 큰 눈을 깜박였다.놀랍고 경악스러워 되물었다.“방금 나한테 말했어요?”남태준이 가볍게 탄식하더니 차갑게 물었다.“그럼 귀신한테 말했을까?”지우는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나한테 말한 거네!”“찾아!”남태준이 명령조로 말하자 지우가 일어나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휴대폰 찾아서 경찰에 신고해요?”남태준이 그녀의 접근을 피하며 불쾌하게 간지러운 귀를 만졌다.“경찰에 신고하면 넌 가루가 될 거야.”“그럼 누구를 불러야죠?”“내 동생.”“군전 그룹 수장이요?”남태준이 말이 없자 지우는 휠체어 손잡이에 팔꿈치를 대고 두 손으로 뺨을 괴고 큰 눈을 깜빡이며 남태준의 뺨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느릿느릿 중얼거렸다.“남하준 씨를 부르면 우리 모두 살 수 있어요?”남태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지우는 또 한숨을 내쉬더니 손가락을 들어 그의 이목구비를 그리며 그의 모습을 자세히 감상했다.“이목구비가 꽤 잘생긴 편이네요. 전에는 그래도 멋지다는 소리 많이 들었죠? 근데 지금은 너무 말라서 해골 같아 무섭다니까요.”남태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또박또박 말했다.“핸드폰 찾으라고!”“없어요!”“찾지도 않았잖아!”“사람이 살
“오빠, 지금 정호와 백인호가 총을 든 십여 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침입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납치하고 집에 폭탄을 많이 묻었어요. 나, 지윤이, 도훈 선배, 그리고 태준 오빠와 지우가 모두 우리 집에 있어요. 우리를 인질로 잡고 할아버지에게 10조 원을 요구하고 있어요. 경찰에 신고하면 우리를 폭사시키겠다고 협박하고 뒤뜰 공터에 헬리콥터를 세워 도망갈 준비를 해 놓았어요.”정안은 황급히 이 메시지를 쓰고 보낸 후 급히 프로젝터를 끄고 목걸이를 옷깃 안에 넣었다.그녀는 긴장하며 입구를 보고 일어나 걸어갔다.남하준이 이 메시지를 볼 수 있을지, 그가 경찰을 부를지 아니면 군대를 보내 그들을 구할지, 모든 것이 미지수였다.시간은 1분 1초가 흘러갔고 정안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초조하고 불안해서 방안을 왔다 갔다 하며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그때 옆방에서 사내의 화가 섞인 몸싸움 소리가 들렸다.정안이 당황하여 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입구를 지키던 남자가 총을 들고 그녀의 길을 막으며 흉악한 얼굴로 명령했다.“들어가가.”정안이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지금 누구 때리는 거야?”그때 남자의 화난 욕설이 옆방에서 들려왔다. “너처럼 매운맛이 좋다니까! 어디 때려봐! 계속 때리라고. 내가 너 오늘 제대로 잡아먹는다.”그러자 지윤의 고함이 하늘을 찌를 듯 울려 퍼졌다.“만지지 마! 이 쓰레기! 짐승!”정안은 마음이 급해져 그녀 앞을 가로막는 남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무작정 뛰쳐나갔다.남자는 총을 그녀의 머리에 겨누었다.지윤이 맞는 소리와 몸부림치는 고함을 듣고 정안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고 자신의 생사를 도외시한 지 오래였다.만약 그들이 지윤을 건드리면 정안은 목숨을 버릴 수도 있었다.“어디 한 번 쏴봐!”정안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총을 든 남자를 이를 악물고 노려보더니 힘껏 밀치고 주저하지 않고 옆방으로 돌진했다.옆방 입구를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정안이 빨리 문을 열어보니 문을 지키는 두 남자가 방에서 지윤을
정안은 두 남자를 모두 해결한 후, 급히 지윤의 곁으로 달려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긴장하며 그녀의 부상 위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지윤이 아픈 몸을 가누고 앉았다.“지윤아, 어디 다쳤어? 말해봐. 피를 왜 이렇게 많이 흘렸어?”정안이 황급히 묻자 지윤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방금 가슴과 배를 몇 대 걷어차서 피를 토했어요. 외상은 없고 아마 내상일 거예요.”정안이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었다.“이런 짐승 같은 놈들!”지윤이 입술을 오므리고 웃자 정안이 얼굴을 찡그리고 불쾌한 듯 그녀를 노려보았다.“너 유도 검은 띠라서 엄청 강하다며? 언제부터 이렇게 나약해졌어? 저딴 녀석 두 명도 못 당해내고.”“내가 반격하고 싶지 않은 줄 알아요?”“그게 무슨 말이야?”지윤이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반격하면 저 자식들 언니한테 갔을 거예요.”순간 정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했고 지윤의 상처받은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그녀는 두말없이 지윤을 품에 꼭 껴안았다.강자의 약점은 언제나 자신이 아니라 주변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지윤의 약점은 바로 그녀였다.지윤이 정안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나 괜찮아요. 지금은 이 시체 두 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해야 해요.”정안은 지윤을 놓아주더니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돌아보며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지윤아, 나... 살인을 저질렀어.”지윤이 가볍게 탄식하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여긴 Z국이 아니라 M국이에요.”정안은 M국 법에 익숙하지 않았다.“내가 법을 어겼니?”“아니요. 이 사람들은 납치범이에요. 언니는 정당방위니까 M국 정부는 언니에게 상까지 내릴 거예요.”“진짜?”“M국 법에 따르면 민가에 침입한 사람을 죽여도 돼요. 이건 M국에서 합법이에요.”정안이 지윤을 일으켜 세우고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러니까 내가 여기 있는 사람들을 다 죽여도 된다는 거네?”지윤이 아픈 배를 움켜쥔 채 경계하듯 문간을 바라
정호는 심호흡을 하고 이 화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총을 거두고 낮은 소리로 백인호를 욕했다.“여자에 눈먼 자식! 지난번에도 이 총의 위력을 봤으면서 이번에도 들고 들어오게 하다니. 쓸모없는 놈!”그러자 정호는 돌아서 나가면서 명령했다.“시체 치우고 저 두 사람 나눠서 가둬.”“감히 여색을 탐한다면 나한테 거시기 잘릴 줄 알아. 들었어?”정호가 고함을 치자 부하들이 이구동성으로 대꾸했다.“네. 형님!”이윽고 건장한 사내들이 정안을 밀고 방을 나갔다.정안은 걸으면서 정호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의사 좀 불러줘. 지윤이 내상 입었어. 제발 의사 좀 불러 달라고!”정호는 못 들은 척 점점 멀어져갔다.정안은 어쩔 수 없이 지윤과 다시 헤어지고 방에 갇혔지만 계속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내 말 들려? 의사 좀 불러줘! 내상 지혈약이라도 갖다 달라고. 제발 부탁이야!”반대편 방 지윤 역시 눈물이 핑 돌며 입가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약간 울먹였다.“언니, 나 괜찮아요.”...어느새 밤이 되었다.정안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허기가 질 정도로 배가 고파서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안전을 걱정했고 지윤, 남태준과 지우를 걱정했다.문득 천둥소리가 났다.“우르릉!”“악!”정안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귀를 막고 다리를 오므렸다.그녀는 천둥을 무서워했다. 기억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천둥 치는 비 오는 날이 무서웠다.부모가 살해된 날, 그녀가 습격당했을 때, 비가 왔었다.물속에서 익사할 것 같은 느낌에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잠시 후 밖에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정안은 이불을 잡아당겨 온몸을 덮고 다리를 조이며 이불 속에서 가늘게 떨었다.얼마나 지났는지 천둥도 멎고 비도 그쳤다.‘펑’작은 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고 그 소리는 미약했지만 정안은 똑똑히 들었다.정안이 이불을 젖히고 보니 방이 깜깜했다.설
정안은 손을 뻗어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잡아당기고 부드럽게 말했다.“오빠,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따로 감금되었어요.”“정호는 나와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자신을 어떻게 보호하고 수사를 피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어.”“그게 무슨 말이죠?”“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졌어. 이 집에 없어.”정안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가슴이 꽉 막혀서 깊은 슬픔에 빠졌다.일전에는 그녀의 부모님, 지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빼돌렸다.‘빌어먹을 백인호, 천 번 만 번 죽여도 모자랄 놈!’“그럼 다른 사람들은요?”남하준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급해 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정안은 남하준을 100% 믿었다.그녀는 경계를 늦추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시간이 1분 1초가 지나고 정안은 코안에 남하준의 익숙하고 좋은 향기가 가득 찬 것을 느꼈다.그의 뜨거운 호흡이 그녀의 뺨에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고 그의 건장한 몸은 그녀의 지척에 떨어져 있었다.온몸에서 강한 남성호르몬이 뿜어져 나오는 그의 카리스마는 강렬하고 위압적이어서 사람의 핏줄을 팽창하게 했다.정안은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고 긴장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빠, 나 좀 놔주면 안 돼요?”남하준은 흠칫 놀랐다. 즉각 반응하고는 그녀의 몸을 풀어주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두 사람의 호흡은 여전히 거칠었으며 어두운 밤이라 서로의 안색을 알아볼 수 없었다.정안은 조금 어색하여 그의 곁을 지나쳐 어둠을 더듬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너 태준이 형 Z국에 데려가려 했어?”남하준의 극심하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데리고 가서 치료하려고요.”남하준이 침묵했다.정안은 그의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또 입을 열었다.“오빠 부모님도 동의하셨어요.”남하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다면 나 절대 태준 오빠 포기할 생각 없어요.”남하준이 차디찬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바로 방문을 열고 나갔다.정안은 문
“류청,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남하준이 명령하자 류청은 대답하는 시간까지 아껴서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지윤을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정안이 그 뒤를 따라 뛰쳐나갔다.그녀가 문을 나서자마자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남하준을 바라보며 긴장했다. “태준 오빠와 다른 사람들도 다른 방에 갇혔어요. 반드시 구해줘요.”남하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장이 은은히 아팠다.말을 마친 정안은 더 이상 누구도 돌볼 겨를이 없이 류청의 뒷모습을 쫓아 달려갔다.방에서 나온 남하준은 난간에 두 손을 얹은 채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거실 한가운데에 묶여 있는 악당들을 내려다보았다.다른 방에서는 폭탄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폭탄을 찾고 있다.남하준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1층 방문이 열리고 지우가 남태준을 밀고 나왔다.남하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남태준을 바라보았다.“형.”남하준이 다가가 인사하자 남태준은 덤덤하게 말했다.“벌써 왔어? 소식 하나는 빠르네.”“완자가 제때 구조 요청을 보냈어요.”남하준이 지우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손을 떼라고 손짓하자 지우는 손을 놓고 몇 걸음 물러났다.그는 휠체어 손잡이를 받아 남태준을 밀고 문을 나섰다.두 사람은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완자는?”남하준은 씁쓸한 웃음과 함께 왠지 모를 질투가 솟구쳤다.“두 사람 서로에 대한 걱정이 남다르네.”이 말을 들은 남태준은 흠칫 놀라더니 침묵했다.왠지 질투 섞인 말처럼 들렸다.남하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말을 이었다.“지윤 씨가 다쳐서 병원에 같이 갔어요.”“지윤이가 누군데?”“완자 옆에 있는 경호원.”“아.”“형 완자랑 함께 Z국에 가서 치료받는다면서요?”“난 가기 싫은데 억지로 떠밀려 가는 거야.”“가요.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다면 포기하지 말아야죠.”“그래.”남태준이 대답했다.문밖에서는 이미 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남하준은 뒷좌석에 남태준을 앉히고 휠체어를 집어서 차 트렁크에 넣었다.차량은 빗물 세례를 받으며 떠나갔다.어두컴
“그건 지난번에 이미 설명했잖아.”“그 사람 내가 만나야겠어. 주소와 연락처 줘.”“없어.”임다희는 냉정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내가 그렇게 큰 단서를 줘서 네가 공을 세웠는데 넌 내게 조금의 감사함도 없이 이런 태도로 날 심문해?”“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너 경찰서로 데려가 어떻게 해서 그 단서를 얻었는지 조사할 거야. 너 절대 쉽게 못 벗어나.”임다희는 피식 웃더니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정말 어이가 없어.”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술을 마신 후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알코올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따뜻함이 점차 뜨거움으로 번지고 일부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지며 의식이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컵을 보더니 와인을 바라보았다.컵은 닦았으니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문제는 아마 개봉하지 않은 것 같은 와인에 있을 것이다그가 방심했다.남태준은 더 이상 임다희를 캐묻지 않고 벌떡 일어나 두말없이 성큼성큼 돌아서서 가버렸다.“태준아!”임다희가 급히 뒤쫓아가 남태준을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두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 태준아. 사랑해.”임다희는 와인에 매우 강한 약을 넣었다. 소 열 마리라도 이 약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남태준의 경계하고 신중한 성격을 알고 일부러 와인에 약을 넣은 다음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이거 놔.”남태준은 화를 꾹 참고 나지막이 명령했지만 임다희는 한사코 놓지 않았다.그의 몸을 더 꽉 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문지르며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남태준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임다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어깨너머로 세게 넘어뜨렸다.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임다희의 괴로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뒹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초라했다.“내일 다시 봐.”남태준은 매섭게 말하고는 방에서 사라졌다.그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며칠 후.남태준은 임다희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미리 깊은 산에 잠복해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았고 몇 킬로그램의 물품도 압수했다.모두가 기뻐하고 공적을 세운 것을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하고 있을 때, 남태준만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임다희가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녀의 신분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이 사건은 곧 경찰에 의해 발표되었고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뉴스에도 게재되었다.뉴스를 본 임다희가 남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태준아. 네가 마약상을 잡고 물건까지 손에 넣은 건 내 공도 있지 않아? 나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남태준은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더 찾고 싶어 그녀의 요구를 승낙했다.저녁, 퇴근 후 남태준은 임다희가 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장소에 도착해서야 개인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은 VIP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준 초대 코드로 그 클럽에 들어갔다.긴 복도를 지나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었다.남태준이 들어가서 보니 범상치 않은 방이었다. 커다란 방에는 침대, 소파, 식탁, 옷장에 화장실까지 있었다.식탁에서 임다희는 섹시하고 우아한 튜브톱 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 촛불을 켜 놓은 저녁 식사는 매우 낭만적이었다.“태준아 왔어?”임다희는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아.”남태준은 조금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있는 양식을 보고 옆에 있는 몇 병의 술을 보며 말했다.“오늘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마음에 들어?”임다희가 웃으며 묻자 남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 싫어.”임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태준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준 정보 아주 정확하더라. 고마워. 만약 필요하다면 경찰서에 와서 상금 받아 가.”임다희는 어이없이 웃으며 옆에 이미 열린 술을 들고 남태준에게
“네?”지우가 멍하니 아직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남태준이 바로 키스를 했다.남자의 패기 넘치고 강한 딥키스에 지우는 어질어질하고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으며 그의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몸 아래에서 넋을 잃었다.함께 있는 시간은 늘 뜨겁고 끈적끈적했으며 아늑하고 행복했다.진한 키스를 나눈 후, 지우는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빠졌지만 남태준은 오히려 더욱 에너지가 넘치고 심지어 욕망이 자극되어 발산되지 않으니 더욱 흥분했다.그는 지우를 거실에 남겨두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달려가 목욕을 했다.다시 나왔을 때 지우는 거실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남태준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러자 지우는 노트북을 덥석 덮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집에 가야겠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그는 지우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그녀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열 시에 가.”남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달랬다.“열 시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남태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항상 그녀에게 키스해 그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가 매번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고통스럽게 억누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남자를 보며 지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아니요. 지금 가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안 돼요.”남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래.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지우는 즉시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든 뒤 남태준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가요.”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좀 서운했다.지우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은 걸까?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승용차는 마당에서 천천히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 쏜살같이 달려갔다.길가에는 오랫동안 주차된 승합차 한 대가 줄곧
적어도 지우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니 말이다.남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다희는 언제나 자신이 훌륭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야. 자기가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지.”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그 여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요.”남태준이 거침없이 말했다.“그래도 한 때 만났던 사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그럼 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지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다시 만나고 싶어요?”남태준이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묻는 거야?”“그럼 아까 왜 그렇게 긴장하며 끌고 나갔어요. 그건...”남태준의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거 들키기 싫어서지. 지성이가 이미 육건우에게 한 방 먹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지우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챘다.전에 남태준은 임다희가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몰라서 대범하게 지우를 소개해줬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지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연애를 잘 숨겨야 했다. 아니면 임다희가 또 무슨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이간질할지 모른다.마음이 따뜻해진 지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 대장님도 무서울 때가 있었네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지우가 날쌔게 손을 피했다.“지우야. 이리 와.”남태준이 화난 척 말했지만 지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싫은데요?”남태준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하자 지우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을 나섰다.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어디 가?”“안 먹을래요.”지우는 방긋 웃으며 남태준의 행동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잡고 혼내주려 하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는 급하게 돌아서서 거실로 뛰어갔다.“이리 오라고.”남태준이 부드러운 명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
지우는 예전에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태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이런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지우는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아니요. 난 당신 같은 돌직구가 좋아요.”남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과 촉촉한 입술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 일어서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일에 주의력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널 잡아 먹을 것 같아.”지우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었다.남태준은 그녀를 안고 식탁 앞에 놓아주었고 식탁 위의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 정도로 비주얼이 훌륭해.”지우는 기분 좋게 앉아 그에게 국을 떠 주었다.남태준도 따라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지우가 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지우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뿌듯해졌다.그녀가 만든 건 그저 일상적인 가정식 음식이었고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조리 방법도 단순했다.갈비찜, 토마토 달걀 볶음, 청경채, 그리고 어두 무찌개였다.그러나 남태준은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싱글벙글했다.“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면서 그래도 나 음식 못하게 할 거예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이 피식 웃더니 입에 든 음식을 삼키고 목을 축이고 말했다.“만약 네가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고 취미라면 그리고 힘들지 않다면 해도 돼.”“하지만 네 취미도 아니고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며 네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그러면 너도 힘들잖아.”남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만지며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으로 지우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빛은 뜨거웠다.“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자지 그랬어?”“네?”지우가 의혹스러운 듯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했다.“내가 돌아오면 같이 잘 수 있게.”지우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수줍게 중얼거렸다.“누구 좋으라고요!”“앞으로 나 밥해주지 마.”남태준은 그녀의 하얀 작은 손을 만지고 입가에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왜요?”지우는 자신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늘 그녀가 요리했으니.“내가 돌아와서 하면 돼. 내가 바쁘면 요리사 부르면 되고.”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내 여자친구는 요리나 집안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지우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여자친구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 나에게 네 일을 공유하고 내 일을 경청하고 각자의 일을 마친 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시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뭐가 시시한 일인데요?”“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남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수줍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그의 키스는 뜨거웠고 큰 손은 천천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의 엉덩이를 안으로 오므렸다.진한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지우는 그의 몸 반응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앉은 위치가 애매해 커다란 것이 몸에 받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팔다리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아랫배가 공허해졌다.떨림, 수줍음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도망치게 했다.그녀가 옮기려고 할수록 남태준이 그녀를 껴안고 더 바싹 달라붙었다.진한 키스가 불러온 욕망에 두 사람의 숨결은 가빠졌다.남태준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떠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목소리를 잃은 듯 쉰 목소리로 가볍게 중
“그럼...”임다희는 믿기 싫은 듯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목숨 걸고 널 구한 건 내가 경찰이기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그럴 리 없어.”임다희는 분노하여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먹였다.“나 절대 못 믿어. 나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남태준은 긴 한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다희, 난 널 위해 목숨을 버린 적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무슨 논리?”임다희가 눈물을 쓱 닦았다.“넌 그래도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니까 측은한 마음에 그 요트를 떠나라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네가 내 신분을 폭로한 거야.”남태준은 그녀를 구하려던 동기를 차근차근 분석해줬다.“네가 내 스파이 신분을 폭로하면서 우리 둘 다 위험에 빠졌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로서 난 절대 자기 살길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 경찰의 책임감으로 너 데리고 도망친 거야.”임다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남태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죽을 뻔한 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야.”지금 남태준이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대함 때문이었다.“너 지우 때문에 여기 와서 일하는 거야?”임다희가 눈물이 흐릿해져서 묻자 남태준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맞아.”“하지만 지우가 너를 차버렸어.”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조롱하듯 물었다.“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고 깨끗이 잊은 거야?”남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질투가 많은 여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맞아. 깨끗이 잊었어. 이미 끝난 인연이고 지나간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어? 이 세상에 여자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한 나무에만 매달릴 필요 없잖아?”임다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섭게 말했다.“쓰레기!”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사람은 기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상쾌한 법이다. 하루 종일 바빠도 지우와의 관계를 회복한 생각만 하면 속으로 은근히 기뻐 났다.남태준이 막 차 옆으로 다가갔을 때 임다희가 차 뒤에서 걸어왔다.“태준아.”남태준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물었다.“임다희? 무슨 일이야?”“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임다희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타.”남태준이 쿨하게 대답하자 임다희는 그의 차에 올라탔고 남태준이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 안에서 남태준이 물었다.“어디서 얘기할래?”“너희 집.”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돼.”“아주 중요한 일이야. 반드시 사람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임다희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마약 거래에 관한 얘기야.”“그럼 지금 얘기해.”남태준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까 안전해.”임다희가 앞뒤를 돌아보니 이 길은 행인도 없고 오가는 차량도 뜸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태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마지못해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 시간에 거래가 있을 거야.”그의 다년간 사건 처리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명확한 거래 장소와 시간은 임다희가 절대 알 수 없었다.이 정보가 가짜이거나, 누군가가 그녀에게 준 것이 틀림 없었다.“어디서 났어?”남태준이 묻자 임다희는 조금 켕긴 듯 대답했다.“건달인 친구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가 샀어.”남태준은 입꼬리를 꼬며 그녀의 거짓말이 좀 억지스러워서 계속 물었다. “네가 마약 형사도 아니고 이 정보를 왜 사는데?”“너 주려고.”남태준은 움찔하더니 침묵했다.임다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남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태준아, 우리 다시 만나자.”남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였다.“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