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411 - Chapter 420

920 Chapters

제411화

정안은 어렴풋이 누가 그녀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그녀는 무겁고 흐릿한 눈망울을 뜨고 살짝 깜빡였는데 시선의 남자는 보일 듯 말 듯하더니 남하준의 서늘하고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그녀는 씁쓸하게 웃더니 말을 하지 않고 또 눈을 감았다.잠시 후 남자의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너 누구를 좋아하는 거야? 누구를 사랑하는데?”정안은 마음이 욱신욱신하며 더 괴로워져 천천히 내뱉었다.“하준 오빠.”남하준은 넋이 나갔다.지금 그를 부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의 물음에 답을 한 걸까?더욱 괴로워진 정안이 그의 품에서 몸을 뒤척였다.“하준 오빠.”남하준은 그제야 그녀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응?”“나 토하고 싶어. 힘들어.”정안은 속이 뒤집히는 걸 참느라 무척 괴로웠다.남하준은 급히 그녀를 안고 화장실로 갔고 그녀를 변기 옆에 내려놓았다.화장실에 들어서자 그녀는 급히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변기 뚜껑을 열더니 고개를 숙이고 토했다.남하준은 허둥지둥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주고 휴지를 건네주고 토한 뒤 가글과 수건을 건네줬다.그녀가 입을 헹구며 뱉은 물이 그녀의 옷을 적셨다.토한 그녀는 정신이 조금 맑아지더니 불그스름한 볼과 흐리멍덩한 눈동자로 일어나려 했다.남하준이 그녀를 일으켜 세워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껴안고 두 손을 잡고 세면대에서 씻게 했다.온몸에 힘이 풀린 정안은 몸의 무게를 전부 남하준의 품에 기댔다. 그녀의 등이 남자의 가슴에 딱 달라붙어 따뜻하고도 편안했다.남자의 큰 손이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차가운 수도꼭지 아래에서 씻겨주고 있었다.정안은 반쯤 취해서 중얼거렸다. “오빠, 나 옷이 젖어서 불편해.”남하준은 수건을 잡아당겨 그녀의 손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가서 네 잠옷 가져올게. 혼자 갈아입을 수 있지?”정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남하준은 그녀를 변기 위에 앉혀놓고 당부했다.“나 가서 옷 갖고 올 테니까 여기 꼼짝 말고 있어. 함부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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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정안은 침대에 누워서 꼼지락거리더니 곤히 잠들기 시작했다.“완아?”남하준은 그녀의 앞머리를 살짝 넘기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금욕적인 목소리가 낮고 매혹적이었다.“완아. 이대로 자면 안 돼. 저녁에 이불 안 덮으면 감기 걸릴 거야.”정안은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좀 시끄러워 짜증스럽게 손으로 귀를 비벼대고는 자세를 바꿔서 옆으로 잤다.남하준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이불을 다시 덮어 주었다.그는 자신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할까 봐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잤다.이 밤, 남하준은 한밤중에 일어나 그녀가 이불을 잘 덮고 자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느라 잠을 설쳤다.밤새도록 그녀를 돌봤다.이튿날 아침.아침 햇살이 밝고 상쾌한 바람이 베란다 밖에서 불어와 커튼을 흔들며 방을 따뜻하게 비췄다.잠에서 깨어난 정안은 어질어질하여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고는 눈을 비볐다.머릿속으로 어제의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어제 남하준과 헤어진 후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지우와 술집에 가서 술을 많이 마시고 나서...정안은 눈을 감고 계속 생각했지만 필름이 끊겨 버렸고 흐릿한 화면만 기억났다. 어렴풋이 남하준이 그녀를 안고 있는 것이 보이고 그녀가 토할 때 물과 휴지를 건네주고 목욕도 씻겨준 것 같았다.이에 깜짝 놀란 정안은 눈을 번쩍 뜨고 이불 속으로 두 손을 빠르게 쓸어 넣었다.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몸을 만지자 갑자기 멍해졌다.‘미쳤어. 어제 필름 끊기고 하준 오빠랑 대체 뭐한 거야?’정안은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깊은숨을 내쉬며 긴장한 듯 이불을 들추어 고개를 숙여 몸을 주시했다.“악!”그녀는 여전히 만취 후의 행각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이불을 머리까지 덮으며 수줍어했다.‘미쳤어. 나 미쳤어 진짜.’남하준과 잤는데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이건 그녀의 첫 경험인데 어떻게 다 잊을 수 있을까?정안은 속으로 울부짖으며 이불 속에서 주먹으로 침대를 쥐어박았다.그녀는 자신이 기억을 잃은 것에 화가 났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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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정안은 공기마저 후끈 달아오른 것 같아 힘껏 숨을 쉬고는 용기를 내어 걸어갔다.발소리가 들리자 남하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정안은 별다른 인사도 없이 차가운 얼굴로 맞은편 소파에 앉았고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다. 수줍은 눈빛을 최대한 감추고 뾰로통해서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남하준은 미간을 약간 찡그리고 그녀 얼굴이 불그스름하고 눈가에 수줍음이 가득하고 약간 어수룩하지만 또 약간 화가 난 것을 보았다.그는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먼저 부드럽게 인사를 건넸다.“아직도 머리 아파?”그의 목소리가 너무 낮아 정안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아직도 아프냐는 것만 들렸다.정안은 이를 악물고 짐짓 덤덤한 척 그를 노려보며 약간 노기를 띠고 말했다.“정말 너무 하다는 생각 안 해요?”어제저녁 그녀가 서글프게 울던 것이 떠오른 남하준은 노트북을 덮고 죄책감 가득해서 말했다.“미안해. 내가 사과할게.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정안은 안색이 돌변하며 마음이 불편했다.‘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 원나이트 상대?’“그게 지금 무슨 말이에요?”정안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서러운 눈물을 글썽이며 촉촉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움찔 놀란 남하준은 급히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왜 울어? 내 사과가 성의가 부족했어? 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그녀는 아무것도 바랄 수 없었다. 그녀가 여전히 Z국의 과학자인 이상 그녀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그에게 명확한 명분을 줄 수도 없고 함부로 그와 결혼할 수도 없었다.“나 왜 여기로 데려왔어요?”정안은 애써 참으며 질문했지만 눈 밑에는 서운함이 더 짙어졌다.그가 조용히 대답했다.“네가 내 곁에 있어야 보호하기 쉽잖아.”정안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이유라 그녀는 말없이 싸늘하게 일어나 돌아섰다.그녀가 막 몇 걸음 걷자 남하준이 쫓아와서 그녀를 홱 잡아당겨 두 팔을 잡았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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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정안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잠시 마음을 다잡더니 물었다.“나랑 유미 중에 한 사람만 선택해요.”남하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너.”“그럼 어젠 나한테 왜 그랬어요?”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호소했다.“그 여자가 나를 그렇게 구박하는데 도와주지도 않고 오히려 그 여자 말에 동의했잖아요.”“내가 미안해.”“사과 안 받아요.”정안은 차갑게 한마디 던지고 돌아섰다.“완아...”남하준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고 재빨리 쫓아가 그녀의 몸을 덥석 껴안고 그녀가 떠나지 못하게 힘껏 조였다.정안은 몸이 굳어지고 멍해졌고 심장 박동이 더욱 강렬해졌다.남자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명분을 갖고 싶었어. 그래서 유미를 이용해 널 압박했던 거야.”“네가 슬퍼하는 거 보면서 나도 아무렇지 않았던 건 아니야. 나도 괴로웠다고.”남하준은 눈을 감고 살짝 울먹이며 그녀의 팔에 점점 더 힘을 주었다.“하지만 네 마음속에 내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어. 나 때문에 네가 힘들어하는지도 알고 싶었고.”정안은 몰래 눈물을 훔쳤다.남하준은 가슴이 답답하며 아파지는 것 같아 입술을 살짝 벌리고 호흡했다. 뜨거운 입김이 정안의 목피부에 뿌려져 그녀는 피부가 간지럽고 몸이 나른하고 힘도 빠지는 것 같았다.“내가 전에 말했잖아요. 순조롭게 M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우리 계속 부부로 지내자고. 그건 명분이 아니고 뭔데요?”남하준은 그녀를 자신의 심장에 비벼 넣을 기세로 힘을 주어 그녀를 꼭 껴안고 눈을 감고 위안을 찾으려 했다.“나 사랑해?”남하준이 자신 없이 계속 물었다.“진심으로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야?”정안은 남자의 힘에 의해 몸이 부서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괴로운 듯 나지막하게 속삭였다.“지금은 아무런 확신도 줄 수 없어요.”“나 기다릴 수 있어.”“그럼...”정안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고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앞으로 진짜 내 몸에 손 안 댈 거예요?”남하준은 얼떨떨해져서 눈을 뜨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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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콜록!”류청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정안은 남하준의 품에서 한 걸음 물러서며 어색하게 고개를 떨구었고 류청은 눈을 흘기면 못 본 척하며 말했다.“도련님, 지윤 씨께서 아가씨 보러 오셨어요.”정안이 반색하며 몸을 돌렸다.“지윤이요? 어디 있어요?”그때 지윤이 들어오더니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도련님, 안녕하세요. 언니!”정안이 다가가 지윤의 손을 덥석 잡더니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왔어?”지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남하준에게 말했다.“도련님, 언니랑 같이 외출할 일이 있어요.”“류청이 데리고 가요.”남하준은 지윤의 안색이 어두운 것을 보고 걱정하며 말했다.지윤은 정안을 바라보며 눈빛으로 그녀의 의견을 물었고 지윤의 눈빛에서 난처함을 읽은 정안이 남하준에게 말했다.“오빠, 그럴 필요 없어요. 지윤이랑 있으면 별일 없을 거예요.”남하준은 정안의 견고한 눈빛을 바라보며 그녀가 걱정되었지만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에게 늘 가장 많은 존중과 자유를 주는 그였다.“그래, 가봐. 꼭 조심해.”“네.”남하준이 당부하자 정안이 대답했다.“제가 언니 잘 지킬게요.”말을 마치자 정안이 지윤을 데리고 거실을 떠났고 류청이 남하준에게 물었다.“제가 몰래 따라갈까요?”남하준은 몇 초 동안 생각하더니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들고 뚜껑을 열며 말했다.“아니. 개인적인 일이 있겠지.”류청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하준은 늘 그녀를 아끼고 존중해줬는데 이건 그가 본 적 없는 깊은 감정이었다.정안과 지윤은 차에 올라 번화한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정안이 덤덤하게 물었다.“Z국 쪽 일은 어떻게 됐어?”지윤은 표정이 굳어졌다.“잘 안 되고 있어요. 연구소도 동의하지 않고 Z국도 동의할 생각이 없어요. 언니가 빨리 업무에 복귀하도록 타이르라고 했어요.”정안은 긴 한숨을 내쉬며 의자의 등받이에 맥없이 기댔다.“언니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알고 Z국은 이미 언니를 설득할 사람을 보냈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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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정안이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조직에서 백인호를 구해갔어. 아직 모르나 봐?”베스엔나의 얼굴이 침울해지더니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정안을 바라보았다.“조직에서 M국의 유명한 과학자 두 명을 납치해 백인호와 바꾸겠다고 협박했어.”“콕 집어서 백인호를 원한다고 했지만 너에 관해서는 언급도 없었어. 너를 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이용가치가 없어서 포기한 거지.”엔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믿기지 않아 고함을 질렀다.“헛소리!”“내가 지금 와서 너를 왜 속여?”엔나는 차갑게 웃었고 웃음 속에는 조롱과 서글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웃다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애초에 백인호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어. 널 죽였다면 내가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다고.”정안이 물었다.“넌 내 자리를 대신하고 싶어 했지. 남하준이 다시 나를 좋아하게 됐다는 걸 알았을 때 네가 몇 번이나 사람을 보내 날 죽이려 했는지 잊었어?”엔나는 냉소를 짓더니 눈물을 흘리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 목숨이 그렇게 질길 줄은 몰랐지. 넌 매번 교묘하게 위험에서 벗어났어. 널 죽이진 못하고 오히려 기억까지 회복하게 했으니, 신이 날 버린 거지.”정안은 이제야 모두 그녀가 한 짓이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결과를 고려하지 않는 그녀의 이런 무모한 행동은 자신의 정체를 쉽게 드러낼 수 있었고 그래서 조직이 그녀를 포기한 거였다.“그럼 내 부모님은 어디 있어?”정안은 여전히 백인호의 말을 믿지 않았고 마음속에 일말의 희망을 품고 부모님의 행방을 계속 추적했다.엔나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져서 복잡한 눈빛으로 정안을 바라보았다.정안이 다급해서 계속 물었다.“내 부모님 어디 있어? 대체 어디 숨겼냐고!”엔나는 냉소를 짓더니 수화기에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나 여기서 구해준다면 네 부모님 행방을 알려줄게.”무너진 희망이 되살아난 정안은 흥분에 가득 찼다.“안 죽고 살아계시지? 맞지?”“그래, 안 죽었어.”엔나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네 아버지는 M국 갑부의 아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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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지윤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그래도 다행이에요. 아저씨 아주머니가 살아계신단 것만으로도 좋은 소식이잖아요.”정안도 그렇게 여겼지만 마음이 착잡했다. 부모님이 살아계신 건 다행이지만 그들이 처한 처지를 생각하니 슬프고 절망스러웠다.그녀는 어떻게 해야 부모님과 어린 남동생을 구할 수 있을까?돌아가는 길, 정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지윤이 차를 몰며 물었다.“금원으로 가요?”“응.”정안이 얼떨결에 대꾸했고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그녀가 발신자 표시를 확인하더니 전화를 받고 귓가에 갖다 댔다.“지우야.”지우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깃들었다.“네가 저번에 말한 그 알바. 나 해보고 싶어.”“좋아. 지금 시간 있어?”“응.”“그래. 그럼 나 지금 남씨 본가로 갈게. 우리 대문 앞에서 만나.”전화를 끊은 후 정안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지윤아, 남씨 본가로 가.”지윤은 즉시 핸들을 돌려 본가로 향했고 그들이 본가에 도착했을 때 지우는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들어갔다.정안은 남태준의 심리 상담사 겸 간병인으로 지우를 남창민과 허윤미에게 소개해주었다.하지만 허윤미는 상냥한 얼굴에 연약한 모습의 지우를 보고 걱정하며 말했다.“완자야. 네가 우리 태준이 신경 써준 건 정말 고마워. 하지만 이 아가씨는 적임자가 아닌 것 같구나.”지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아주머니, 저 믿으세요. 저 할 수 있어요!”허윤미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지우 씨. 이거 쉬운 일 아니에요. 태준이 깨어난 후로 우리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어요. 정신과 의사만 수십 명을 바꿨고 간병인도 3일을 버티는 사람이 없었어요. 남자 간병인도 자주 다치는데 연약한 지우 씨가 할 일이 아니에요. 다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지우는 긴장된 표정으로 정안을 바라보았고 마침내 시간당 수당이 40만 원이나 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그렇게 위험하다고? 설마 짐승인가?정안은 지우의 손을 꼭 잡고 설명했다.“지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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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단풍나무 숲에는 요양하기 적합한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을 갖춘 독특한 작은 건물이 있었다.정안은 지우를 데리고 가면서 설명했다.“이름은 남태준, 올해 30살이야. 전에는 아주 용감한 마약 단속 경찰이었어. 훈장도 많이 받았고. 최근 몇 년 동안 M국 국경을 넘나들며 잠복 요원으로 일했고, 국경을 넘어 마약 밀매업자들과도 오랫동안 거래했어.”“마약 경찰로서 늘 초심과 본분을 잊지 않았고 덕분에 많은 마약을 노획했고 많은 사람을 구했지.”“하지만 이번엔 신분이 폭로돼 그 쓰레기 같은 인간들에게 오랫동안 시달렸어. 발견했을 땐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어.”“의사가 염라대왕 손에서 다시 구해왔는데 깨어나 보니 자신이 장애인이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지금은 폐인처럼 살고 있어.”지우가 물었다.“그렇게 극적으로 다시 살았으면 어떻게든 잘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사실 난 가끔 태준 오빠 마음이 이해가 가. 살아도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이잖아. 차라리 명예롭게 죽는 게 더 낫지.”정안은 탄식하더니 말했다.“태준 오빠가 죽으면 가족들은 슬퍼하겠지만 태준 오빠가 죽지 않으면 오빠가 괴롭잖아.”정안은 잠시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참, 그리고 첫사랑한테 배신당해서 신분이 폭로됐어.”“뭐? 여자친구한테 배신당했다고?”지우가 경악해서 정안을 바라보며 묻자 정안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여자친구 말고 첫사랑. 이미 헤어진 지 몇 년이 지났는데 한 마약 밀매업자 두목의 집에서 그 첫사랑이 마약을 운반하는 걸 발견했대.”“오빠는 그 여자를 구하고 싶었지만 상대방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어. 여전히 마약 두목의 달콤한 거짓말을 믿었고 심지어 태준 오빠가 M국에서 경찰대를 졸업하고 반년 동안 마약 경찰로 일했지만 후에 사라졌다는 것도 말해버렸어.”“그 두목이 M국에 사람을 보내 깊이 조사한 결과 태준 오빠의 정체를 알아낸 거지.”지우는 화가 나서 이가 간질간질하며 물었다.“그럼 그 썩어 죽을 년은 어떻게 됐어? 죽었어?”“태준 오빠가 강제로 마약 소굴에서 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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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꺼져!”남태준이 노호하며 옆에 있던 술병을 마구잡이로 깨뜨렸다.집 안에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날카로운 유리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흩날렸다.정안은 지우가 다칠까 봐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반면 지우는 모든 공격을 피해 남태준의 휠체어를 빠르게 빈 구석으로 밀어냈다.상황을 파악한 정안은 급히 거실로 뛰어 들어가 지우와 협력하여 집안의 모든 위험물을 봉투에 넣어 갖고 나갔다.남태준은 죽은 사람처럼 두 손을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휠체어에 머리를 기댄 채 나른한 모습이었다.지우가 그에게 다가가서 숨을 헐떡이며 눈앞의 남자를 열심히 살폈다.흐트러진 머리칼이 눈을 가릴 정도로 길었고, 수척한 볼은 그루터기로 뒤덮여 퇴폐적이며, 검은 바지가 그의 마른 몸을 감싸고 있었다.지금의 그는 영혼이 없는 허약한 몸만 남았을 뿐 삶의 의욕이 조금도 없었다.정안이 다가가 눈물을 글썽이고 남태준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파 울먹였다.“오빠, 이제 좀 그만해요. 계속 이렇게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면 몸이 망가져 죽을 거예요.”지우는 정안을 문밖으로 밀어내고 정중하게 말했다.“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돌아가. 1년만 시간을 주면 내가 네 빚도 다 갚고 이 남자 포동포동하게 살 찌워 놓을게.”정안은 그녀에게 돈을 갚으라고 할 생각은 없었지만 정말 남태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지우는 그녀를 향해 살짝 웃으며 천천히 문을 닫았다.문이 닫히는 순간 정안은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이 앞섰다.집 안.문을 잠근 지우가 남태준 앞에 다가서자 부드러웠던 눈빛이 엄숙하고 강인하며 단호하게 굳어졌고 선서 같기도 하고 경고 같기도 한 말을 또박또박 내뱉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지우라고 해요. 오늘부터 도련님의 일상생활을 돌보고 심리치료를 해줄 24시간 밀착 간병인이에요.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부터 당신은 반드시 저의 모든 계획에 협조해야 합니다.”남자는 죽은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입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글자를 내뿜었다.“꺼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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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남씨 본가를 떠난 정안은 차를 타고 금원으로 돌아갔다.피곤한 발걸음으로 대문을 여는 그녀의 마음은 우울했다. Z국의 일, 부모님의 일, 남태준의 일 하나하나가 그녀를 숨 막히게 해 언제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고개를 드는 순간 거실 소파에 있는 남하준을 본 그녀의 마음속 슬픔은 순식간에 몇 배로 커졌다.그의 품에 뛰어들고 싶은 고통스러운 충동이 생겼다.남하준은 그녀가 돌아오는 소리를 듣고 즉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왔어?”남하준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가랑비가 그녀의 가슴을 스치는 듯 순간적으로 따뜻해졌다.정안은 갑자기 그에게 달려들어 그의 허리를 덥석 껴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바싹 붙였다.그녀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놀란 남하준은 멍해져서 두 손을 잠시 허공에 널어놓으면서 행복은 언제나 그토록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정안은 그를 더 꽉 껴안았고 그의 손은 몇 초 동안 멈추었다가 천천히 그녀의 위로 떨어졌다. 한 손은 그녀의 등을 안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물었다.“왜 그래?”“오빠, 나 너무 힘들어요.”정안이 그의 품에서 속삭였다.“무슨 일인지 말해 줄래?”정안은 묵묵히 말이 없었고 남하준은 가슴이 벅차오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말해봐. 내가 도울 수도 있잖아.”정안은 아직 남하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 못 했다. 특히 Z국이 그녀가 M국으로 돌아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서 남하준이 슬퍼할까 봐 걱정되었다.“그냥 오빠 안고 있을래요.”정안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벼댔고 그의 품에서 속삭이며 위로를 얻으려 했다.심장이 벌렁이는 남하준은 그녀를 힘껏 껴안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그들은 이렇게 조용히 서로를 껴안고 아무도 말도 없이 찰싹 붙어 있었다. 평안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한참 후, 마음을 추스른 정안이 그를 놓아주었고 남자의 뜨겁고 애틋한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 가짜 백하린 만나고 왔어요. 우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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