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인은 왜 아직도 안 올까? 오기 싫은 걸까?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남하준은 즉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옷깃을 잡아당기고 등을 단정히 하고 앉았다.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기대 섞인 눈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순간, 기대하던 천국에서 캄캄한 골짜기로 떨어진 기분이었다.서다인이 아닌 류청이었다.“도련님, 백하린은 왜 부르신 거죠?”남하준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시킨 일을 네가 아직도 끝내지 못했잖아.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어느 세월까지 기다려야겠어?”류청은 비로소 깨닫고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남하준은 일어나 천천히 현관으로 가서 긴 복도에 서서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보았다.그의 마음은 점차 가라앉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느낌은 너무 괴로웠다.류청은 그의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죠?”“하린이가 쓰던 칫솔, 휴지, 머리카락 혹은 손이 벨 기회를 만들어 최대한 빨리 DNA를 얻어야지.”“네, 알겠습니다.”남하준은 여전히 현관에 서서 텅 빈 복도를 바라보고 있었다.류청은 잠시 그의 곁에 서서 그의 어두운 안색을 신기한 듯 살폈고, 다시 그의 시선을 따라 긴 복도 끝을 바라보았다.“뭐 보고 계세요?”남하준은 기분이 다운되어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혹시 사모님 기다리십니까?”그는 시선을 거두며 잠자코 병실로 들어갔고 류청이 뒤를 따랐다.남하준은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앉아 기다란 손을 소파 등에 걸치고 손가락을 리듬감 있게 두드리며 창밖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그의 안색은 어둡고 눈동자가 흐릿하고 옅은 슬픔과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한마디 말도 없이 그의 괴로움이 병실 전체에 퍼졌다.류청도 마음이 무거워졌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제가 기숙사로 가서 사모님 모셔올까요?”“됐어.”그의 말투는 조금의 온기도 없이 차가웠다.류청이 식탁을 훑어보니 남하준은 점심밥에 손대지도 않았고 약도 먹지 않았다.류청은 그가 지금 서다인을 기다리고
Last Updated : 2024-07-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