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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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다른 하나는 서다인과 백진.이 두 보고서는 모두 그룹 내 병원에서 나온 것으로 100% 정확성을 보장할 수 있었다.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두 보고서를 뒤적거리더니 얼굴색이 더욱 어두워졌고 깊은 두 눈동자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조금씩 어둠에 삼켜졌다.두 보고서를 모두 읽은 후 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온몸에 살기가 감돌았다. 목에 핏줄이 솟아올랐고 숨결이 어지럽고 거칠었으며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터질 것 같았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탁자 위에 퍽하고 던졌고 그의 섬뜩한 기운에 류청은 몸을 떨었다.남하준은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화를 애써 억눌렀다.방 전체가 빙하시대로 접어들 만큼 춥고 무서웠다. 류청이 겁에 질려 물었다.“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남하준은 숨이 막히고 괴롭고 분해서 뒤로 젖혀 소파에 기대어 천장을 쳐다보았다.그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축축한 것을 본 류청은 더욱 놀랐다.남하준과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일했지만 그가 이 정도로 감정을 억누르고 슬퍼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살벌한 목소리로 피 묻힌 한을 말하듯 또박또박 말했다.“백인호!”류청은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남하준은 주먹을 움켜쥐고 소파에 세게 내리치고는 재빨리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류청이 즉시 따라나섰다.“어디 가십니까?”“안성.”“차 준비할까요? 아니면 비행기로 가시겠어요?”“비행기.”“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안성, 남씨 가문.서다인은 요즘 줄곧 지우의 집에서 지냈다.오늘 그녀의 시어머니 허윤미가 특별히 그녀에게 집에 오라고 했다.그녀가 서둘러 남씨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거실에는 나이가 지긋한 노부인이 앉아 있었다.그녀는 남하준의 할머니보다 젊고 강인해 보이며 기품 있고 백발이 가득했지만 우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서다인은 그 노부인을 본 순간, 이유 없이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매우 따뜻하고 설레는 감정이 마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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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서다인은 여은수가 내민 수표를 바라보며 마음이 착잡했다“어르신, 저 돈 필요 없어요. 그러니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여은수는 언짢은 듯 말했다.“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 하린이가 나한테 이미 충분히 말했어. 더군다나 하준이는 어릴 적부터 우리 하린이를 좋아했어. 자네는 하린이에 대한 하준이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전혀 몰라.”“내 손녀는 어려서부터 천재였고 성적도 좋고 총명했어. 하준이는 내 손녀에게 걸맞은 상대가 되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공부했어. M국 최고의 국방학교에 합격하기 위해서였지.”“하준이가 지금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전부 우리 하린이 덕이야.”“하린이가 그랬거든. 자기는 로켓과 대포를 만들어 나라를 지키는 남자가 좋다고. 하린이가 하준이를 더 멋있고 훌륭하게 만들었는데 자네가 더러운 수단으로 내 손자사위를 빼앗았어!”여은수는 말을 할수록 격앙되어 주먹을 불끈 쥐며 약간 목소리가 떨렸다.“자네가 두 선남선녀의 인연을 망쳤어. 내가 자네를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아?”서다인은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허벅지에 대고 손톱을 이리저리 쫓아다녔다. 손톱이 비뚤어져도 멈출 수가 없었다.억울하고 괴로운 기운이 가슴에서 솟구치고, 코가 찡하고, 목구멍에 숨이 차고, 눈시울이 흠뻑 젖었다.가슴 끝이 살살 아팠다.너무너무 괴로웠다.너무 괴로워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여은수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말했다.“이보게. 착하게 살게나. 평생 하준이 마음을 얻지 못하면 자네도 얼마나 힘들고 괴롭겠나? 하준이한테서 얼마나 받을 수 있나? 나한테 말하면 내가 일시불로 주겠네.”서다인은 한숨을 내쉬고 여은수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어르신, 사실 오늘 저를 찾아와 돈을 주지 않으셔도 이미 하준 씨와 이혼하려고 했어요. 이미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고 가정 법원에 가기만 하면 돼요.”여은수는 순간 환하게 웃으며 서다인을 쳐다보았다.“그게 사실인가?”어르신이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고 서다인은 뜻밖에도 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 충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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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남하준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여은수는 서둘러 수표를 집어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도둑 제 발 저린 듯한 미소를 지었다.남하준은 억울한 표정을 짓는 서다인의 모습을 보며 왜 여은수가 서다인을 찾아가 독대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서다인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하준아, 며칠 전에 우리 하린이를 군전 그룹으로 불렀잖아. 오늘 같이 안 왔어?”남자는 덤덤하게 대답했다.“아니요.”“왜 같이 오지 않고? 네가 없는 국경지대에서 하린이 혼자 얼마나 위험하겠어?”남하준은 침묵했고 여은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혹시 이혼하러 온 거니? 바로 돌아갈 거라 우리 손녀 힘들까 봐 같이 안 온 거야?”“할머니.”남하준은 말투가 무거워졌고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녀에 의해 끊기고 말았다.“역시 우리 하준이는 생각이 깊어. 그럼 이만 방해 안 하마. 좋은 소식 기다릴게.”말을 마친 그녀는 은근히 기뻐하며 소파에서 나와 문 쪽으로 걸어갔다.소파 위의 핸드백을 본 서다인은 급히 들고 몇 걸음 뒤쫓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여기 가방이요.” 여은수는 갑자기 움찔하며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경악하며 돌아서 놀란 눈으로 서다인을 바라보았다.갑작스런 반응에 놀란 서다인은 그녀 앞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자신이 무슨 말을 잘못해서 할머니가 격렬하게 반응하는 줄 몰랐다.“자네... 방금 한 말 다시 한번 해봐.”여은수의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이상하게 생각한 서다인은 그녀에게 가방을 건네주며 말했다.“여기 가방이요.”여은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할머니라고 다시 한번 불러보라고.”서다인은 그제야 급한 마음에 호칭을 잘못 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죄송해요. 어르신. 제가 방금 너무 급해서요.”여은수는 방금 그 익숙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의 손녀와 10년 동안 만나지 못했고, 쉬는 동안에만 1년에 두세 번 통화했다.그래서 음성 식별이 정확하지 않지만 방금 서다인이 할머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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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서재로 들어선 남하준은 여은수를 소파에 앉히고 엄숙하게 물었다.“할머니, 완자가 출국한 10년 동안 만난 적 있으세요?”“아니, 하린이 학업이 너무 바빠서 귀국할 시간도 없었어. 하지만 통화는 자주 했어.”“영상 통화요?”“영상 통화도 했지만 극히 드물었지.”“언제부터 완자 모습이 많이 달라진 걸 발견하셨죠?”여은수는 수상쩍은 표정으로 남하준에게 다가앉았다.“그건 왜 묻는데?”남하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생각했다. “사실대로 대답해주세요. 완자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그래요.”여은수는 그가 손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아낌없이 말했다.“아마 3년 전이었지? 그때 하린이랑 1~2년 만에 영상 통화를 했는데 갑자기 통통하던 얼굴이 뾰족해서 우리가 얼마나 안쓰러워 했다고.”“하지만 하린이는 너무 앳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성형했어. 그리고 일이 너무 바빠 살이 빠진 것도 있고.”“그때 아드님 내외도 같이 영상에 나왔나요?”“그래, 우리 아들이랑 며느리. 그리고 양아들 백인호까지 함께 설을 쇠면서 우리에게 새해 인사도 했어.”남하준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마침내 백진과 여은수가 왜 백하린의 정체를 의심한 적이 없는지 깨달았다.짝퉁 완자가 완자의 부모님과 함께 나타났기 때문이다.“당시 아드님과 며느리분 반응은 어땠어요? 이상한 점은요? 긴장하거나 불안하다거나... 혹은 기쁘지 않다거나?”여은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너무 오래돼서 까먹었어.”“그런 영상 통화를 몇 번이나 하셨어요?”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여은수는 목이 메었다.“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예감했는지 그달에는 우리에게 자주 영상 통화를 걸었어. 우리 손녀가 앞으로 귀국해 나랑 영감에게 잘 효도할 거라고 하더군.”“그런데 한 달도 안 돼 아들과 며느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우리가 M국에 도착했을 때는 묘비만 봤지.”여은수는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당황한 남하준은 급히 휴지를 꺼내 여은수에게 건넸고 차마 그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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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만약 짝퉁과 백인호가 잡히기 전에 완자의 신분을 회복하고 그녀를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로 만든다면 완자의 처지는 더 위험해질 것이다.남하준은 완자의 직업이 대체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다.국적을 몰래 Z국으로 옮겨야 하고, 1년에 열 달씩 일하면서 가족과 연락도 못 하고, 10년 동안 귀국도 못 했다.“할머니, 완자 그때 무슨 일 했어요?”“너 요즘 하린이랑 자주 만나잖아? 직접 물어보면 되지?”남하준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저한테 말하려 하지 않아요.”여은수는 가볍게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나뿐만 아니라, 하린이 삼촌 그리고 부모조차 하린이가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어. 월급은 많지 않은데 아주 고되게 일했지. 하지만 확실한 건 분명 Z국 정부를 위해 일하고 있었어.”정부를 돕는 일에 보안이 이 정도로 철저하다면, 남하준이 추측할 수 있는 건 그의 넷째 형과 같은 직업, 바로 스파이었다.하지만 생각해보니 가능성이 없는 듯했다.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남하준은 여은수를 데리고 서재에서 나왔다.두 사람이 거실을 지나갈 때, 서다인은 이미 소파에 없었다.남하준은 조급하게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여은수를 배웅하고 나서 문 앞에서 보초를 서던 류청에게 물었다.류청은 서다인이 외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남하준은 부랴부랴 거실로 뛰어들어 2층으로 성큼성큼 올라가 안방 문을 열었다.그는 아주 급했다.방 안의 서다인은 놀라서 멍하니 책더미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그의 안색을 살폈다.“이... 책들을 사놓고 미처 보지 못해서 몇 권 가져가 보려고요.”남하준은 심장이 욱신거리고 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띠며 눈시울을 붉혔다.그가 사랑하는 완자는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었다.여전히 어렸을 때처럼 참하고 똑똑하고 강인하며 공부와 독서를 좋아했다.대체 왜 전에는 몰랐을까?그녀가 이렇게 많은 억울함과 고난을 겪고 있는지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남하준은 문을 닫고 천천히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으면 그냥 집에서 봐.”이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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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왜?”“이혼하러 가야죠.”남하준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온몸의 냉기가 점차 강해지더니 서다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그가 너무 가까이 오자 서다인은 긴장해서 뒤로 걸음을 옮겼다.“다른 일은 네가 말만 하면 시간 낼 수 있는데 이혼할 시간은 없어.”서다인은 화가 나서 코웃음을 쳤고 불쾌하게 얼굴을 찌푸리며 남자를 노려보았다.“당신 원래 이렇게 우유부단한 사람이었어요? 지난번에 정호 씨가 사고 안 났으면 우리 진작 이혼했어요. 겨우 며칠 사이에 또 마음이 변한 거예요?”남하준은 붉어진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일렁이는 사랑을 억누르며 덤덤하게 말했다.“응, 생각이 바뀌었어. 이혼하고 싶으면 기억부터 회복해.”“기억을 회복하고도 나랑 부부로 살기 싫다면 이혼하자.”“만약 기억을 되찾고 나랑 부부로 살고 싶다면...”그래도 이혼해야 한다는 말을 남하준은 끝내 하지 못하고 뜸을 들이다가 중얼거렸다.“계속 부부로 살자.”서다인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화가 나서 온몸을 가늘게 떨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남하준, 당신 미쳤어요? 불륜이 그렇게 좋아요? 정정당당하게 백하린이랑 만날 기회를 주는데도 굳이 나랑 결혼생활을 유지해야겠어요? 내가 두 사람 사이에서 쩔쩔매는 제삼자가 돼야 더 자극적인가요?”남하준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멍해졌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손을 들어 눈물을 닦으며 쓰레기 같은 인간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애써 참았다.“이혼하지 않겠다면 법정에서 보죠.”서다인은 분한 듯 그 말을 내팽개치고 그 옆을 스쳐 문으로 향했다.남하준은 황급히 몸을 돌려 서다인의 팔을 홱 잡아당겼다.“다인아, 이러지 마.”그녀는 상처 입은 고슴도치처럼 몸에 있는 모든 뾰족한 가시를 세우고 남하준의 손을 뿌리치려고 몸부림치며 울먹였다.“남하준, 이거 놔... 미워... 당신이 너무 미워!”남하준은 뻣뻣하게 서서 움직일 수 없었고, 심장에 큰 구멍이 뚫린 듯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사지가 저렸다.그는 눈시울이 붉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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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남하준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너.”“나요?”서다인은 경악했다. 방금 폭발했던 분노가 남자의 대답에 순간 사그라지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잘못 듣거나 잘못 이해한 걸까?남하준은 진지한 태도로 붉게 물든 눈동자를 뜨겁게 달구며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이혼 안 하는 이유는 단 하나야. 난 널 원해.”서다인은 꼼짝도 하지 않고 심박 수가 순간 200으로 치솟은 것 같았고 호흡이 흐트러졌다. 놀라움보다는 믿기지 않음이 더 컸다.그녀는 마음이 심란하고 얼굴이 덩달아 뜨거워지며 말조차 더듬었다.“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그 말을 백하린 앞에서도 할 수 있어요? 얼마나 우스운지 아냐고요?”남하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투가 약간 엄숙해졌다.“누구 앞에서든 너랑 이혼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어. 난 너랑 함께하고 싶어. 이게 왜 우스운 거야?”서다인은 남자의 직설적인 화법에 잠시 정신이 팔려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다.남하준이 자신을 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백하린을 여전히 사랑하는 건 사실일 것이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속의 격동을 억누르고는 평온하게 비꼬았다.“나랑 이혼하고 싶진 않지만 마음속에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백하린이라 인연을 끊을 수 없다? 당신 원래 이렇게 쓰레기였어요?”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 짜증 나고 고통스러워 자신의 짧은 머리를 쥐어짜더니 침대로 돌아서서 허리를 굽혀 이마를 짚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그의 넓은 두 어깨는 매우 무겁고 쓸쓸하며 온몸에 희미한 슬픔이 감돌고 있었다.너무 힘들었다. 그는 연애 경험도 없고, 여자의 마음도 몰랐다. 게다가 상대는 기억을 잃은 여자였다.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여전히 의심을 받다니.서다인은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그는 지금 결혼과 백하린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걸까?“그만 고민해요. 백하린을 포기할 필요도 없어요. 난 애초부터 이런 결혼 원하지 않았어요.”말을 마친 서다인이 문으로 가서 막 문고리를 잡아당겼는데 남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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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남하준의 분노를 일으켜 그녀를 때리게 하라고?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격이었다.서다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그건 안 되죠. 그 사람 주먹 한 방이면 난 바로 저세상 갈지도 몰라요.”“만약 남편에게 외도, 가정 폭력, 마약 흡입 행위가 없다면 다인 씨는 이혼을 제기할 권리가 없어요. 법원에 가도 반환될 것이고 재판도 열리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전에는 제가 이혼소송을 걸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그건 다인 씨가 남편분에게 여자가 있다고 해서 증거가 있는 줄 알았죠.”서다인은 자신의 태도가 무례했다는 것을 깨닫고 연신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네요. 바로 증거 수집하겠습니다.”“조심해요.”“감사합니다.”서다인은 전화를 끊고 차 안에 머리를 기대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다.30분 후, 서다인은 다시 남씨 별장으로 돌아갔다.그녀가 별장에 막 발을 들여놓았을 때, 셋째 내외가 집으로 이사 와서 시부님이 기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들을 거실에 앉혀 놓고 안부를 묻고 있었다.서다인은 현관에 서서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셋째 내외는 줄곧 그녀를 못마땅하게 보고 무시하며 그녀를 매우 배척했다.이번에도 그녀 때문에 이사를 가지 않을까?서다인이 고민하는 사이, 유가영이 유유자적하게 그녀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살짝 기대었다.“형님.”“무슨 생각해?”유가영이 웃는 듯 마는 듯 물었다.서다인은 씁쓸하게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물었다.“왜 셋째 아주버님은 저를 싫어할까요?”유가영은 눈웃음을 짓더니 서다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셋째 도련님은 집안에서 발언권이 없기로 유명해. 추측건대 도련님은 너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어. 다만 모든 게 아내 중심인 사람이라 자기 아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도련님도 싫은 거지. 별다른 이유는 없어.”“그럼 셋째 형님은 왜 저를 싫어할까요 제 신분과 과거 때문에?”유가영은 서다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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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남하준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서다인에게 다가가며 나지막이 물었다.“안 갔어?”서다인은 일부러 담담하게 대답했다.“갔다가 다시 돌아왔어요.”“책 두고 갔나?”서다인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꼬며 복잡한 심경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그가 쓰레기라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에게 두근거림을 느끼는 자신이 한심했다.“책 가지러 온 거 아니에요.”“그래.”남하준은 차분하게 서 있는 듯 보였지만, 위엄있고 듬직한 겉모습과는 반대로 마음은 얽히고 긴장되고 불안했다.서다인은 용기를 내어 물었다.“집에 며칠 더 머무를 거예요? 아니면 바로 군전 그룹으로 돌아가요?”남하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건 왜 물어?”그가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수집하거나 가정 폭력을 인도하는 것은 너무 어려우니 가까이 지내면 더 얻기 쉬울 것이다.“당신이랑 함께 있고 싶어서요.”서다인이 툭 내뱉었다.남하준은 움찔하더니 생각에 잠긴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의 180도 변한 태도에 남자는 약간 놀란 눈치였다.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숨을 가볍게 내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당분간은 안 돌아가. 내려가 물 마시려고.”그러자 서다인은 바로 옆으로 비켜서서 가라는 손짓을 했다.“가시죠.”퉁명스럽고 가식적인 행동은 평소의 서다인이 아니었다.방금 말다툼을 하고 화가 난 채로 떠났는데 어떻게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남하준은 의심을 품고 그녀 옆을 지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서다인은 이미 방으로 들어갔다.허윤미는 물을 마시며 거실을 지나던 남하준을 보고 말했다.“하준아, 이리 와봐.”남하준이 거실로 자리를 옮겼고 온 가족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서다인은 셋째 형수가 예전만큼 그녀에게 악랄하지 않다고 느꼈는데, 아마도 남하준이 집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저녁 식사는 꽤 화목한 편이었다.밤이 되고, 별장 정원의 바깥은 불빛이 환하고 매미 울음소리가 가득했다.서다인은 침실 베란다 밖의 등나무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뺨을 괴고 캄캄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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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처음 동침하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긴장하는지 알 수 없었다.남하준은 냉담하고 무관심한 여자의 태도를 보고 방해하지 않고 그녀를 따라 베개로 허리를 짚고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책을 집어 들고 뒤적거렸다.방은 조용하고 따뜻했으며 조명은 밝았고 두 사람은 서로 방해하지 않고 대화도 없이 조용히 책을 읽었다.보는 건 글이지만,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상대방의 감정과 반응이었다. 시시각각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책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서 서다인은 도무지 참을 수 없어 고개를 들어 남하준을 바라보았다.막 말을 하려던 순간 서로 눈빛이 마주쳐 그녀는 멍해졌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이 남자는 왜 책을 읽지 않고 그녀를 보고 있을까?남하준은 덤덤하게 시선을 옮겨 계속 책을 봤다.“당신... 안 자요?”서다인은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 했다.“자야지.”남하준은 책을 덮고 캐비닛에 올려놓고 리모컨을 들어 방의 조명을 어둡게 한 다음 자리에 누웠다.얇은 이불을 허리까지 덮고 반듯하게 누웠다.서다인도 따라 천천히 누워 남하준에게 등을 돌렸다.순간, 남하준은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얘기 좀 할까?”그는 언변이 좋지 않고 여자의 마음을 달랠 줄도 모르며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더더욱 몰랐다.소통을 많이 하면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촉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싫어요. 잘래요.”남하준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서다인을 향해 천천히 몸을 기울였고, 따뜻하고 어두운 빛 속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마음속에서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그가 20년 넘게 사랑한 여자가 지금은 그의 아내이고, 바로 곁에서 자고 있지만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간단한 포옹을 하고 싶어도 그녀가 혐오스러워하며 밀어낼까 봐 그녀를 건드릴 용기조차 없었다.비록 기억을 잃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어렸을 때처럼 그의 할머니를 좋아하고 그의 넷째 형을 숭배했다.하지만 남하준을 깨끗이 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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