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이 드디어 왔구나. 혹시라도 겁먹고 안 올 줄 알았는데.”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있던 행크가 진서준을 노려보며 말했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죽여버릴 것만 같은 기세였다.“널 조금만 더 기다리게 하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왜 겁먹고 안 오겠어?”진서준이 태연하게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행크는 화가 나서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이 녀석이 정말 사람 화나게 하는 데 재간이 있네. 오늘 반드시 네놈을 바닥에 무릎 꿇고 잘못을 빌게 할 거야.”행크는 진서준 같은 괴짜를 처음 만났다.곧이어 행크는 옆에 서 있던 노인에게 고개를 돌렸다.노인은 서양인의 외모가 70%, 동양인의 외모가 30% 정도 섞인 혼혈이었다.“바젠 닥터, 이제부터 닥터님에게 맡기겠습니다.”행크가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서준이 오기 전에 행크는 이미 이번 시합 규칙을 바젠에게 설명해 두었다.바젠은 얼핏 봐도 어려 보이는 진서준을 흘긋 쳐다보며 경멸 어린 눈빛을 보였다.“행크 왕자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녀석은 곧 무릎을 꿇고 해독제를 구걸하게 될 겁니다.”바젠의 말투는 이번 승부가 이미 정해진 것처럼 확신에 차 있었다.“진서준 씨, 이 사람은 우리 왕실이 동남아에서 거액을 들여 초빙한 의사입니다. 의술도 대단하지만 독약 제조 기술은 특히 뛰어나다고 해요. 듣기로는 예전에 동남아 묘강에서 한동안 머문 적도 있다던데, 아무쪼록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소하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예린은 차마 보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진서준 씨, 그냥 시합 안 하시면 안 될까요...”하지만 진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내 사전에 포기란 단어는 없어요.”“이봐, 유언은 다 남겼어?”바젠이 서투른 대한민국어로 진서준을 향해 말했다.진서준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바젠을 힐끗 바라본 뒤, 다시 행크에게 시선을 돌렸다.“한의를 모욕한 건 너야. 그러니 내가 이따가 만든 독약은 네가 먹어야 해.”“웃기고 있네, 내가 왜 굳이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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