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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1화

“뭐 하려는 거야?”서현욱은 얼굴이 하얘져서 슬그머니 고인권 옆으로 물러섰다.“당연히 네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교훈을 남기려고 하지.”진서준의 눈빛에 차가운 살기가 번뜩였다.이런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관대할 수 없었다.서정훈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진서준은 절대 지난번 서현욱의 발기부전을 치료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이번에는 서현욱을 철저한 고자로 만들어주겠다고 결심했다.“어디서 까불고 있어? 우리 큰아버지가 여기 있는데 감히 큰아버지를 투명 인간 취급할 거야?”고우현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사건의 진상을 알기 전에는 누구도 함부로 움직이지 마.”고인권의 말에 서현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진서준, 너 그렇게 미친 듯이 나대더니 감히 아버님 앞에서도 나댈 수 있어? 아버님은 흑기린 사령관이야. 네가 아버님과 맞서는 건 흑기린 전체와 군부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거야.”서현욱은 진서준에게 큰 부담을 안기려 했다.이렇게 위협하면 진서준이 자기에게 손을 대지 못할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하지만 서현욱의 계획은 너무 단순했다.“흑기린 사령관이 무슨 상관이야? 사령관이 날 제지하려 한다면 사령관도 함께 날려버릴 거야.”진서준의 거침없는 발언에 고인권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여태껏 그 어떤 청년도 고인권 앞에서 이렇게 거침없이 대담한 말을 내뱉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개소리도 정도껏 지껄여야지!”고인권 옆의 청년이 분노를 고함으로 터뜨렸다.다른 몇 명도 화가 나서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그들에게 고인권은 신과 같은 존재였고 누구도 감히 고인권을 모욕할 수 없었다.“우리 사령관님을 감히 모욕해? 당장 사과해!”“저 녀석이 거만하긴 짝이 없네요. 사령관님, 제가 이 자식을 혼낼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건장한 체형에 기세가 대단한 청년이 나섰다.이 사람은 흑기린 내에서 천재로 인정받는 인물인 심홍천이었다.심홍천의 실력과 천부적인 재능은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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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2화

심홍천의 눈에는 차가운 살기가 스쳤다.바로 그때, 멀리서 차량 행렬의 소리가 들려왔다.다들 고개를 돌려 보니 바로 흑기린의 차량 행렬이었다.“사령관님, 저 대원들은 사령관님이 부른 겁니까?”“이렇게 평범한 사람을 하나 처리하는데 우리 몇 명이면 충분합니다.”“사령관님, 조금 지나친 것 같습니다.”고인권은 측근들은 고인권이 흑기린 대원들을 부른 줄 알았다.하지만 고인권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고인권은 부사령관에게 전화해 사람을 부른 적이 없었다.방금 받은 유일한 전화는 부사령관의 전화였는데 소하비가 외출할 거라는 사실만 전했을 뿐이었다.그런데 예상외로 흑기린 대원들이 전부 여기로 온 것이다.“이 청년이 이렇게 태연한 게 이유가 있었네.”고인권은 이 청년이 샛터 소하비 왕자와 관련이 있다는 걸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우리 대원들은 내가 부른 게 아니야.”침묵을 지키던 고인권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네? 사령관님이 아닙니까? 그럼 왜 대원들이 다 여기로 온 거죠?”심홍천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방금 부사령관이 소하비 왕자가 외출한다고 내게 전했어.”고인권의 말에 다들 더 궁금해졌다.“네? 소하비 왕자도 여기에 온다고요? 왕자가 왜 오는 거죠?”“설마 이 청년 도우러 온 거 아니겠죠?”누군가 농담을 툭 던졌지만 고인권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너 소하비 왕자와 무슨 관계인 거야?”고인권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진서준은 태연하게 대답했다.“소하비 왕자 여동생 생명의 은인입니다.”“헛소리 집어치워! 너 같은 서울시 평범한 시민이 어떻게 샛터 소하비 왕자와 관계가 있을 수 있어?”고우현은 진서준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서현욱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서현욱은 진서준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었다.진서준의 의술이 대한민국에서 일인자 수준이라고 단언할 순 없어도 적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수준이라고 할 순 있었다.그래서 진서준이 샛터 왕자와 어떤 관련이 있는 가능성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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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3화

“무슨 뜻이야?”서현욱은 굳어진 얼굴로 발걸음을 멈추며 물었다.자기는 이미 흑기린에 들어갈 자격을 잃었는데 뭘 더 하겠다는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설마 자기를 죽음으로 몰고 가려고 하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아까 분명 말했지? 오늘 네게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줄 거라고.”진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왜? 날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전에 날 반년 동안 고자로 만든 걸로도 부족하단 말이야?”서현욱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옆에 있던 고우현은 그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반년 동안 고자로 살았다는 건 고우현이 서현욱을 만나면서 처음 듣는 소리였다.그럼 혹시 어젯밤에 서현욱이 가짜 물건으로 자기를 속였던 건가?“반년은 너무 짧았어. 차라리 평생 남자 노릇하지 말고 살아.”진서준은 한 걸음 앞으로 서현욱에게 다가갔다.“안 돼! 거기 서! 너, 가까이 오지 마!”서현욱은 그 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연신 뒤로 물러났다.서현욱은 진서준의 눈빛에서 그 말이 장난이 아님을 눈치챘다.“이제야 겁먹은 거야? 어젯밤 거만한 태도는 어디 갔어? 조금 전 이를 악물고 날 비방하던 그 태도는 또 어디 갔어?”진서준은 차갑게 웃으며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보였다.서현욱은 진서준을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자극했고 그 정도가 진서준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아버님, 도와주세요. 제발요.”서현욱은 급히 고인권에게 구원을 요청했다.“그만둬, 청년, 너도 별다른 피해는 입지 않았잖아. 이 일은 그냥 넘어가자.” 고인권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왜요? 설마 이 녀석 편을 들어줄 건가요?”진서준은 고인권을 흘깃 쳐다보며 물었다.“야. 너 사령관님에게 그 말투가 뭐야?”심홍천이 분노하며 외쳤다.“샛터 왕자만 여기 없었다면 아까 난 널 톡톡히 혼뜨검 냈을 거야!”“꺼져.”진서준은 칼날처럼 서늘한 눈빛으로 심홍천을 쳐다보며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심홍천은 진서준의 말에 흠칫하며 몸이 저절로 떨렸다.이 눈빛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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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4화

“다들 이 녀석 잡아!”고인권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호통쳤다.“고 사령관님, 진서준은 제 친구입니다...”소하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인권은 차갑게 그의 말을 끊었다.“소하비 왕자님, 우리가 받은 임무는 당신을 보호하는 것뿐입니다.”고인권이 은근슬쩍 자기를 무시하자 소하비는 순간 몹시 불쾌했다.“진서준은 제 여동생 생명의 은인이기도 합니다. 고 사령관님, 제 여동생의 은인을 공격하겠단 말씀입니까?”“이 청년이 사람에게 중상을 입혔다면 그것 또한 법을 위반한 겁니다. 저는 이 청년을 체포할 권리가 있습니다.”고인권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자 진서준은 웃으며 물었다.“고 사령관님, 그럼 제가 묻겠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고의로 군관을 모함했다면 그 죄는 어떻게 처리되나요?”“군관을 모함한다고?”고인권은 그 말에 멈칫하더니 진서준을 노려보며 말했다.“너 설마 자기가 군관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농담도 정도껏 해. 나이가 드신 선배님들 제외하고는 지금 군관 중에서 40살 이하인 사람이 하나도 없어.”평화 시대에 평범한 병사가 군관이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었다.누군가 40살 전에 군관이 되겠다고 말한다면 그건 야무진 꿈이 아니라 황당한 망상일 것이다.진서준은 느긋하게 주머니에서 작은 증서를 꺼냈다.고인권은 그 증서를 받아 들자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진서준은 거짓을 말한 게 아니었다. 진서준도 고인권과 마찬가지로 계급이 소장이었다.소장인 고인권은 증서 위에 적힌 번호와 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 군관증은 허술하게 제조한 짝퉁이 아닌 진짜 군관증이었고 위에 적힌 이름과 사진도 진서준이 버젓이 등록되어 있었다.“너 소장이었어?”고인권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진서준이 소장이라면 고인권은 진서준을 체포할 권한이 없었다.“뭐라고요? 이 녀석이 소장이라고요? 그럴 리가 없죠.”“그 군관증은 가짜일 겁니다. 이렇게 어린 사람이 어떻게 소장이 될 수 있겠어요?”“이렇게 어린 소장이 군부에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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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5화

서정훈의 태도에 고인권은 순간 멈칫했다.자기 아들이 이런 호된 짓을 당했는데도 모든 게 자초한 거라고 쌀쌀맞게 말하다니, 이 사람이 정말 서현욱의 친아버지가 맞는가?비록 서현욱이 과한 짓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고자 만들어도 되는 건 아니었다.“이 자식이 이전에 몇 번이나 일부러 진서준 심기를 건드렸으니 이렇게 된 것도 자업자득이죠.”서정훈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서 시장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진서준이 한 짓은 선을 너무 넘었습니다.”고인권의 말에 서정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전혀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고 사령관님, 전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많으니 먼저 가보겠습니다.”서정훈은 서현욱을 아예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병원을 떠났다.고인권은 이 상황이 우스운지 서글픈지 분간할 수 없었다.고인권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자기 조카를 쳐다봤다.“우현아, 솔직히 말해 봐. 왜 그 영지를 사러 갔어?”“서현욱이 제안했어요. 서현욱은 영지를 사서 큰아버지께 드리려고 했어요. 큰아버지에게 잘 보여서 흑기린에 들어가려고 했거든요.”고우현은 이때다 싶어 모든 걸 다 털어놓았다.조카의 말을 들은 고인권은 한숨을 내쉬며 그제야 서정훈이 왜 서현욱을 신경 쓰지 않는지 조금 이해가 갔다.이 녀석은 서정훈의 말대로 모든 게 자업자득이었다.사실 고인권은 서정훈의 힘을 빌려 진서준을 혼내주게 하려고 했다.하지만 지금 서정훈이 자기 아들을 신경 쓰지도 않는데 외부인인 자기가 굳이 나설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우현아, 앞으로 이 녀석과 관계를 끊고 살아.”고인권의 진지한 말에 고우현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큰아버지. 앞으로 다시는 서현욱과 연락하지 않을게요.”지금의 서현욱은 이미 고자가 되었으니 고우현은 절대 서현욱과 결혼할 수 없을 것이다.만에 하나 결혼한다면 고우현은 평생 과부살이를 해야 할 것이다.밤이 되자 소하비의 형 행크가 사람들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형, 예린의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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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6화

“베컨 닥터, 바보 동생이 장난치는 것도 모자라 닥터까지 장난에 끼어든 겁니까?”행크가 버럭 화내며 베컨을 꾸짖었다.편견이란 건 정말 무서운 존재였다.많은 사람이 편견 때문에 절호의 찬스를 놓치고 심지어 인생에 중요한 사람을 놓치기도 한다.행크는 의술이 뛰어난 사람은 최소한 40대 후반 이상이어야 하고 진서준 같은 청년은 병원에서 인턴 기간이 2년 반도 되지 않는 새내기라는 편견이 있었다.“그 말은 내 의술을 믿지 않는다는 거야?”진서준이 차분하게 물었다.“당연히 믿지 않아. 너 같은 어린놈이 무슨 자격으로 감히 의술을 운운해? 그리고 난 너뿐만 아니라 너희 대한민국 한의학 자체를 믿지 않아.”행크의 편견에 진서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한의학은 수천 년을 전해 내려온 의술이야. 너희 서양 의학이 발달한 지 얼마나 됐다고 감히 한의학을 업신여겨? 서양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을 우리는 한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어. 넌 우리 한의학을 깍아내릴 수 있는 자격도 없어.”진서준이 단호하고 당당하게 반박하자 행크는 순간 당황했다.“터무니없는 소리야. 너희 한의학엔 과학이 전혀 없거든?”행크는 정신을 차린 뒤 바로 반박했다.요즘 사회에서 대다수 사람은 과학에 집착한다.심지어 적지 않은 대한민국 사람이 한의학을 믿지 않고 서양 의학을 선택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서양 의학은 과학이 깃든 의술이었기 때문이다.“과학은 개뿔, 그건 너희가 만들어낸 이론에 불과해. 우리 한의학에도 나름의 이론이 있어.”진서준도 물러서지 않고 다시 반박하자 행크는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그만해, 내가 여기 온 건 너와 논쟁하러 온 게 아니야. 지금 당장 예린 공주를 데려가!”행크가 데려온 사람들이 그 지시를 따라 서둘러 움직이며 예린을 데려가려고 했다.진서준은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손가락을 튕겼다.그러자 갑자기 행크에게 기운이 날아갔고 똑바로 서 있던 행크는 다리가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바닥에 앉아버렸다.“왕자님, 왜 그러십니까?”경호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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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7화

“네가 우리 한의학을 모욕하잖아. 그럼 내가 조금 벌을 주는 것도 정상이잖아.”진서준은 냉정하게 말했다.행크가 한의학을 모욕하지 않았다면 진서준이 굳이 행크를 혼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고인권은 의아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속으로 내심 칭찬했다.이전에는 약간 얄미운 감정이 있었던 진서준이지만 지금은 사람이 괜찮아 보였다.“얼른 내 다리를 치료해!”행크가 진지한 목소리로 명령했다.“한의학에 사과하면 치료해 줄게.”진서준이 담담하게 대응했다.“꿈도 꾸지 마. 내가 말했지? 너희 한의학은 우리 서양 의학과 전혀 비교도 안 돼.”행크의 태도는 매우 강경했고 사과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소하비는 한쪽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 일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럼 계속 쭈그리고 앉아 있어. 시간이 지나면 네 다리는 완전히 망가질 거야.”“이놈이 감히 날 겁줘?”말은 그렇게 해도 행크의 눈에 두려운 기색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행크는 한 나라의 왕자이자 앞으로 샛터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었다.만약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 된다면 샛터의 국왕이 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겁주는 건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될 거야.”진서준은 의자에 앉아 차분하게 말했다.“어디서 개수작이야? 다들 저놈을 혼내줘!”행크가 이를 악물며 명령하자 따라온 경호원들이 즉시 진서준을 둘러쌌다.“동작 그만!”고인권이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이건 나와 저 녀석 사이의 사적인 문제입니다. 당신들 군대 사람은 간섭할 자격이 없습니다.”행크가 냉정하게 말했다.행크는 흑기린의 명성을 들은 적이 있었다.이 특전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리한 칼날과도 같은 조직이었다.막다른 길에 들어서지 않은 이상, 아무도 흑기린과 적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이 진 선생님은 우리 군부 소장입니다.”고인권이 천천히 해명했다.“내가 당신들 나라 소장을 공격하면 당신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겁니까?”행크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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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8화

“네가 이기면 내가 정식으로 사과할게. 하지만 네가 지면 넌 내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거야.”진서준은 뜻밖의 제안에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의학으로 대결하자고? 확실해?”“물론이지. 왜? 이제야 이 상황이 두려운 거야?”행크의 도발적인 질문에 진서준은 무덤덤하게 답했다.“난 전혀 두렵지 않아. 오히려 너희가 너무 처참하게 질까 봐 걱정하는 거야. 전통적인 대결은 나도 이젠 너무 식상해. 너 독약을 잘 제조하는 의사나 데려와. 난 그 의사랑 독을 제조하는 대결을 할 거야. 서로가 제조한 독을 먹고 해독할 수 있으면 이기는 거야. 어때?”이 대결은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하나는 상대방이 독약을 제조하는 실력을 시험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해독하는 의술도 시험할 수 있었다.“으하하! 너 스스로 들어가 누울 무덤을 파는구나.”행크는 그 말에 신나서 웃음을 터뜨렸다.옆에 있던 소하비는 얼굴이 새파래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진서준 씨, 불과 얼마 전에 우리 왕실에 독약을 연구하는 의사가 왔습니다. 그 사람이 만든 독약은 정말 강력했고 그 사람 자신도 해독제를 만들지 못했습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가볍게 웃어넘겼다.“잘됐네. 그럼 그 사람 내일 당장 여기로 데려와.”“먼저 내 다리부터 치료해!”행크가 갑자기 중요한 문제를 떠올렸다.“하루 더 기다려도 늦지 않아.”진서준은 의자에서 일어나 바로 병실을 떠났다.“이 빌어먹을 놈, 정말 괘씸하네.”진서준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자 행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형, 오늘은 옆방에서 쉬는 게 어때?”소하비가 미소를 지으며 제안하자 행크는 소하비를 노려보며 말했다.“난 환자가 아니야.”두 형제는 사실 암암리에 힘을 겨루고 있었다.샛터 왕위 계승자는 한 명뿐이지만 현재 샛터 국왕의 아들은 열 명이 넘었다.이 왕자들은 어릴 때부터 이미 수면위와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었다.그리고 왕자들이 성인이 되면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하지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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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9화

진서준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진서준이 서정훈과 허성태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는 게 아니었지만 서현욱은 여러 번 반성할 기회를 줘도 거만한 성격이 고쳐지지 않았다.파리처럼 계속 옆에서 윙윙거리면 누구든지 싫어지기 마련이다.진서준이 서현욱을 죽이지 않은 건 서정훈 부부의 체면을 고려해서였다.진서준의 어머니 조희선은 조용히 옆에 앉아 다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아들 진서준은 어느새 훌쩍 자라 충분히 자기 선택을 할 권리가 있었다.어머니인 조희선은 자기 아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만약 진서준을 궁지로 몰아넣을 정도로 자극하지 않았더라면 진서준도 굳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진서준, 아버지가 말한 대로 해줘. 너도 알다시피 우리 아버지는 절대 누군가에게 쉽게 부탁하지 않는 사람이잖아. 이번 한 번만은 도와줘.”허윤진의 눈에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괜찮아, 서준아. 네가 난감하다면 그냥 없던 일로 하자.”허성태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때, 갑자기 털썩 주저앉는 소리와 함께 심해윤이 진서준 앞에 무릎을 꿇었다.“어머님, 뭐 하시는 건가요? 얼른 일어나세요.”진서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보이며 급히 심해윤을 일으키려 했다.“뭐 하는 거야? 그놈은 자업자득이야. 왜 무릎을 꿇으며 사람 난처하게 해?”서정훈은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심해윤이 무릎을 꿇은 이유는 진서준에게 다시 한번 아들을 구해달라고 간청하기 위해서였다.“서준아, 이렇게 부탁할게. 이번 한 번만 현욱이를 구해줘. 내가 약속할게. 현욱이 완치되면 바로 해외로 보내서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할게. 사실 이 아이가 어릴 때는 참 착했어. 근데 나와 우리 남편이 일 때문에 바삐 돌아다니느라 현욱의 교육을 소홀히 했어. 그러니 현욱이 자연스레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된 거야. 서준아, 한 아들 어미로서 제발 부탁할게.”심해윤은 눈물을 흘리며 간곡히 부탁했다.“어머님, 일어나세요. 이번 한 번만 도와드리겠습니다.”진서준이 드디어 부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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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0화

“그 자식 혼자 해외에 보내도 나쁠 건 없어. 여기 있어봤자 계속 소란을 피울 거야. 이번에 허성태와 당신 덕분에 저놈이 고자가 되는 신세를 면한 거야. 우리 서씨 가문은 대체 뭘 잘못한 거야? 어떻게 이런 불효자식이 태어날 수가 있어?”서정훈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서정훈과 아내는 타고난 천재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신분도 높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엘리트라고 할 수 있었다.그런데 서현욱은 왜 이런 꼴로 사는 걸까?서정훈 부부는 서현욱의 교육에 심혈을 전부 퍼부었지만 자식 농사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만해요, 화 좀 풀어요. 이따가 서준이 나오면 제대로 고맙다고 전해야죠.”심해윤이 화제를 딴 데로 돌렸다.“어떻게 고맙다고 전할 건데?”서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서준은 돈도 부족하지 않고 사회적 지위도 우리보다 훨씬 높아. 우리가 과연 어떻게 감사하다고 말해야 해? 우리 집이 서준에게 진 빚은 아마 평생 갚지 못할 거야.”서정훈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서정훈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진서준은 지금 돈도 부족하지 않았고 직급도 서정훈보다 훨씬 높았다.돈과 권력으로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솔직히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건 맞는 말이에요..”심해윤도 한숨을 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둘이 고민하고 있을 때, 진서준이 병실에서 나왔다.“서준아, 어떻게 됐어?”심해윤이 초조한 얼굴로 묻자 진서준이 이내 대답했다.“괜찮아요, 어머님. 이 약제를 하루에 한 번만 발라주시면 반달 후엔 다 나을 겁니다.”진서준은 나머지 약제를 병실에 뒀다.약을 바르는 일은 누군가에게 맡기면 되니 진서준이 굳이 매일 올 필요는 없었다.진서준도 요새 할 일이 너무 많았다.“정말 고마워, 서준아.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심해윤은 감동에 젖어 눈물을 흘렸다.“괜찮아요, 어머님. 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진서준은 빙그레 웃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남편이랑 함께 널 배웅해 줄게.”“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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