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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9화

작가: 무가
바젠의 설명을 들은 행크는 즉시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샛터 왕자인 자기가 그런 걸 먹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행크는 곧바로 손가락을 뻗어 목구멍을 긁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소화가 시작된 상황에서 행크가 아무리 긁어도 소용이 없었다.

허윤진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입을 꼭 다물었다.

소하비와 예린 역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부르르 떨었다.

“이 빌어먹을 놈이 감히 나한테 그런 걸 먹여?”

어찌해도 토해낼 수 없자 행크는 이를 갈며 진서준을 노려보았다.

“안 먹었으면 지금쯤 넌 이미 저승에 갔어.”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미리 말했으면 난 죽어도 그런 건 안 먹었을 거야.”

행크가 뒤늦게 큰소리를 쳤다.

“그래? 여기 독약이 한 병 더 있는데, 한 번 더 마셔볼래?”

진서준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말발 센 사람은 많이 봤지만 행크처럼 말다툼에서 지지 않으려 하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은 드물었다.

행크는 진서준의 말에 기세가 순식간에 꺾였다.

“진 씨, 두고 보자. 오늘 네게 당한 치욕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행크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으름장을 놨다.

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태연하게 말했다.

“난 널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야. 생명의 은인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은인은 개뿔, 난 지금 널 갈기갈기 찢어 물고기 밥으로 주고 싶다고!”

행크는 이를 악물며 거칠게 말했다.

오늘은 행크의 생애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치욕은 진서준 덕분이었다.

행크는 오늘 일을 마음 깊이 새기며 절대 잊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쯧쯧, 좋은 일 해도 욕만 먹네.”

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끌끌 찼다.

“소하비, 너 정말 우리랑 같이 안 갈 거야?”

행크는 소하비와 예린을 향해 다시 물었다.

행크가 이번에 대한민국에 온 주요한 임무는 두 사람을 데려가는 것이었다.

“형, 예린 병이 나아지기 전까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

소하비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좋아. 여기서 있었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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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홍련은 진서라의 체내 독을 치료할 수 있는 희귀 약재 중 하나였다.지금까지도, 진서준은 어디에서 천년홍련을 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소정태가 빨간 연꽃을 봤다고 말하자 진서준은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나타났다고 간주했다.진서라의 체내 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만약 독이 폭발하면 진서준도 그 독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게 진 교관님이 말씀한 천년홍련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게 아니라 망원경으로 멀리서 봤거든요.”소정태가 한마디 보탰다.“그리고 그 산은 죽음의 산이라 불리는데, 저는 우리 대원들 안전을 위해 깊은 산 속으로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진서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 말했다.“좋아요, 그럼 두 부사령관과 함께 설표 특전대에 가겠습니다. 8대 특전대 대회 후에 사령관님이 말한 그 죽음의 산을 한번 확인하겠습니다.”“알겠습니다, 진 교관님. 우리 설표 특전대 모든 대원이 교관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소정태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누를 수 없었다.전화를 끊은 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사연에게 말하고 올게, 조금만 기다려.”“진 교관님, 내일 출발해도 늦지 않습니다. 사모님과 더 시간을 보내세요.”고소연이 배려 깊게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빙그레 웃고는 허사연의 방으로 갔다.방에는 진서라도 함께 있었고 둘은 진서준을 보고 내심 반가워했다.“오빠, 돌아왔어?”진서준을 보자 두 사람은 기뻐하며 말했다.“사연아, 내일 설표 특전대에 가야 해. 방금 소정태가 전화했는데, 그쪽 사람 중 하나가 천년홍련을 봤다고 해.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내가 가서 직접 확인해 볼 거야. 서라의 체내 독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알겠어, 난 다 이해해.”허사연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사실 날 너무 걱정하지도 않아도 돼, 몸 상태가 거의 다 나아진 것 같거든.”“오빠, 이번에 가면 위험하지 않아?”진서라는 허사연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02화

    “그럼 방금 시간 나면 연락하겠다고 말한 건 뭐야?”허윤진이 팔짱을 끼고 진서준과 따졌다.“그건 그냥 예의상 한 말이야.”진서준도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웃기고 있네, 너희 남자들은 다 똑같아. 내가 모를 줄 알아?”허윤진은 눈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그 공주는 샛터 왕실 공주잖아. 그 공주를 아내로 맞으면 평생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을 거야. 그나저나 너 요즘 왜 그 용란 공주랑 연락이 없어?”허윤진은 갑자기 비꼬는 말투로 화제를 돌렸다.진서준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네가 말한 건 다 억측이야. 난 그 두 사람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그럼 명주시 황씨 가문 그 여자는?”허윤진이 또 묻자 진서준은 이내 대답했다.“그 사람도 아무 관계 없어.”“윤진아, 너 도대체 집에 갈 거야, 말 거야?”진서준은 답답한 나머지 바로 화제를 돌렸다.허윤진이 계속 이렇게 질문 공격을 한다면 결국 엄청난 질투에 빠진 허윤진을 달래줘야 할 게 뻔했다.집에 도착하자 진서준은 집 앞에 군용차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다.“혹시 흑기린 사람들이 다시 돌아온 건가?”진서준은 속으로 나름 추측했다.“무슨 일이야? 또 사람이 온 거야?”허윤진도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거실에 들어가자 진서준은 낯익은 두 사람을 발견했다.어엿하고 늠름한 고소연, 그리고 이미 종사의 기세를 갖춘 박준명이었다.이 두 사람은 설표 특전대의 부사령관이란 신분 외에 진서준의 특별한 제자라는 신분도 있었다.“너희가 무슨 일로 여기 왔어?”진서준이 궁금해하며 물었다.“교관님, 안녕하세요!”두 사람은 재빨리 일어나 진서준에게 경례하며 경외와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진서준을 만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이렇게 엄청난 변화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앉아. 내 앞에서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두 사람에게 앉으라고 말했다.“교관님, 이틀 후면 8대 특전대 대회가 시작됩니다. 저희는 소 사령관님 명령을 받고 교관님을 모시러 왔습니다.”고소연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01화

    이전에 예린이 이런 요청을 했다면 샛터 국왕은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아빠가 허락할게. 다만, 내가 다른 친위대를 보내 너희 안전을 지킬 거야. 너희는 너무 오랫동안 외국에 머물 순 없어.”샛터 국왕은 담담하게 조건을 내걸었다.“고마워요, 아빠. 저와 소하비 오빠는 될수록 빨리 돌아갈 거예요.”예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러워했다.예린은 내심 기뻐했지만 허윤진은 속으로 불만이 슬슬 피어올랐다.허윤진은 이 공주가 지금 바로 귀국하지 않는 이유가 진서준 때문이라고 거의 확신했다.“정말 귀찮네.”허윤진은 속으로 터지는 화를 삭이지 못해 진서준의 허벅지 살을 꽉 꼬집었다.진서준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돌려 의아한 눈빛으로 허윤진을 살펴봤다.자기가 분명 허윤진의 심기를 건드린 게 없을 텐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허윤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불만스럽게 콧김을 내쉬며 얼굴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허윤진의 뾰로통한 모습에 진서준은 점점 더 이해할 수 없었다.예린은 영상 통화를 끊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 씨, 앞으로 며칠 동안 잘 부탁드려요.”“네? 무슨 뜻이죠?”진서준은 얼굴이 굳어졌다.“설마 한동안 서울에 머무를 계획인가요?”“네, 진서준 씨, 혹시 절 환영하지 않나요?”예린이 웃으며 묻자 진서준은 넌지시 농담을 던졌다.“물론 환영하죠. 공주님과 왕자님이 우리 지역 경제 발전에 큰 지원을 해 준다면 더 환영이겠네요.”이 두 사람은 걸어 다니는 재벌 수준이었다.이 둘이 투자만 한다면 서울시 경제가 발전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문제없어요, 이틀 동안 우리에게 서울 가이드를 해주세요. 항목이 괜찮아 보이면 직접 투자도 고려할 수 있어요, 여기 경제 발전을 지원할게요.”예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린 공주님, 미안하지만 실망하실 거예요. 진서준은 요즘 바쁘셔서 여기서 공주님을 데리고 놀러 다닐 시간이 없어요.”허윤진이 바로 대화에 끼어들어 진서준의 팔을 끌어당기며 미소를 지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00화

    “혹시 침술 핑계로 이 아가씨를 어떻게 해보려는 건 아니지?”진서준은 허윤진의 질투 섞인 톤을 단번에 알아채고 급히 해명했다.“그렇게 걱정된다면 옆에서 지켜봐도 돼.”“당연히 안 나가. 난 여기서 철저히 감독할 거야.”허윤진은 팔짱을 끼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허윤진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샛터 공주는 몸매며 외모며 자기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이렇게 경쟁력 있는 매혹적인 여자를 진서준과 단둘이 두게 할 순 없었다.안타깝게도 허윤진은 진서준이 이미 예린의 알몸을 다 만져봤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오빠, 먼저 나가 있어요.”예린이 부끄러운 듯 소하비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난 밖에서 기다릴게.”소하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을 나갔다.허윤진이 남아 있기에 진서준이 선을 넘는 실수를 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일단 고개 돌려.”허윤진이 손으로 진서준을 잡아 돌렸다.예린은 고마운 눈빛으로 허윤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바지를 벗었다.기다랗고 하얀 다리가 허윤진의 눈에 들어왔다.이 다리는 흠 잡을 데 없이 깨끗하고 부드러워 보여 같은 여자인 허윤진조차 부러움을 느꼈다.“됐어. 돌아봐도 돼.”허윤진이 마지못해 말하자 진서준은 몸을 돌렸다.비록 전에 이미 본 적 있었지만 다시 보니 여전히 눈부신 느낌이었다.“예린 공주님,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세요. 나머지는 저에게 맡기세요.”“그럼 잘 부탁드려요.”진서준의 말에 예린의 두 뺨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고 잘 익은 사과처럼 한입 베어 물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진서준은 더 이상 빤히 쳐다보지 않고 곧바로 은침을 들고 다가가 침을 놓기 시작했다.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어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침술은 끝났다.“다 됐어요. 옷 입으셔도 됩니다.”“네? 벌써 끝난 거예요?”예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아까 은침이 몸에 닿을 때의 따끈따끈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이 무척 좋았고 몸 안에 따스한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았다.“네, 앞으로 며칠간 제가 적어준 처방에 따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99화

    바젠의 설명을 들은 행크는 즉시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을 받았다.샛터 왕자인 자기가 그런 걸 먹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행크는 곧바로 손가락을 뻗어 목구멍을 긁으려 했다.하지만 이미 소화가 시작된 상황에서 행크가 아무리 긁어도 소용이 없었다.허윤진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입을 꼭 다물었다.소하비와 예린 역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부르르 떨었다.“이 빌어먹을 놈이 감히 나한테 그런 걸 먹여?”어찌해도 토해낼 수 없자 행크는 이를 갈며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안 먹었으면 지금쯤 넌 이미 저승에 갔어.”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미리 말했으면 난 죽어도 그런 건 안 먹었을 거야.”행크가 뒤늦게 큰소리를 쳤다.“그래? 여기 독약이 한 병 더 있는데, 한 번 더 마셔볼래?”진서준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말발 센 사람은 많이 봤지만 행크처럼 말다툼에서 지지 않으려 하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은 드물었다.행크는 진서준의 말에 기세가 순식간에 꺾였다.“진 씨, 두고 보자. 오늘 네게 당한 치욕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행크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으름장을 놨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태연하게 말했다.“난 널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야. 생명의 은인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은인은 개뿔, 난 지금 널 갈기갈기 찢어 물고기 밥으로 주고 싶다고!”행크는 이를 악물며 거칠게 말했다.오늘은 행크의 생애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었다.그리고 그 모든 치욕은 진서준 덕분이었다.행크는 오늘 일을 마음 깊이 새기며 절대 잊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쯧쯧, 좋은 일 해도 욕만 먹네.”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끌끌 찼다.“소하비, 너 정말 우리랑 같이 안 갈 거야?”행크는 소하비와 예린을 향해 다시 물었다.행크가 이번에 대한민국에 온 주요한 임무는 두 사람을 데려가는 것이었다.“형, 예린 병이 나아지기 전까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소하비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좋아. 여기서 있었던 일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98화

    “웃기고 있네. 내가 독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넌 아직 기저귀나 차고 있었을 거야.”바젠은 한껏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아까 진서준에게 철저히 농락당해 분노했던 모습은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듯했다.“으아악!”바로 그때, 갑자기 행크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극심한 고통 탓에 행크의 얼굴은 일그러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었다.“왕자님!”주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무슨 일이죠? 조금 전까진 괜찮으셨잖아요? 갑자기 왜 이런 거죠?”친위대 대장이 굳어진 얼굴로 다급하게 물었다.“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연골산 해독제를 만들었는데요.”바젠은 당황해하며 변명했다.하지만 행크의 상태는 아까보다 더 악화하여 보였고 어느새 코에서는 선혈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인생 선배 말을 듣지 않더니 결국 내 앞에서 죽게 생겼구나. 내가 처방전을 제대로 써줬는데도 제대로 듣지 않더니 결국 일이 터졌잖아?”“닥쳐! 빈정대는 것도 지금뿐이야. 이따가 왕자님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도 같이 죽을 줄 알아.”바젠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그럼 지금이라도 내 처방전을 들고 다시 가서 해독제를 만들어 오지 그래?”진서준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도발하듯 말했다.만약 바젠이 처음부터 진서준의 말을 들었다면 행크가 이런 끔찍한 상황을 겪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뭐해? 지금 당장 해독제를 만들러 안 가고 뭐 하는 거야? 정말 우리 형을 여기서 죽게 할 생각이야?”소하비가 갑자기 불쑥 끼어들었다.행크가 여기서 죽는다면 바젠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바젠은 이를 꽉 악물고 자기가 아까 바닥에 던졌던 처방전을 다시 주워 들고 급히 뛰어나갔다.시간은 일분일초 빠르게 흘러갔다.행크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었고 얼굴은 하얀 종이처럼 창백해졌으며 입술엔 핏기가 사라졌다.행크의 모습은 죽음의 문턱에 선 사람처럼 보였다.“형, 꼭 버텨내야 해.”소하비와 예린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행크를 바라보았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97화

    자기가 완벽하게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바젠은 얼굴이 새빨개지며 분노에 휩싸인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불꽃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겨우 스무 살 남짓한 젊은 놈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니, 이 치욕은 무릎을 꿇고 사과한 행크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이 빌어먹을 녀석이 감히 날 가지고 놀아?”바젠은 이를 악문 채, 거의 이를 쪼개며 쌍욕을 내뱉었다.“내가 언제 널 가지고 놀았다고 그래? 네가 스스로 착각해서 내가 쇄골수를 사용했다고 착각한 것뿐이지.”진서준은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대응했다.“그게 무슨 소리지?”행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왕자님, 이 녀석이 방금 왕자님께 먹인 건 쇄골수가 아니라 연골산입니다.”바젠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연골산이라면 제가 해결할 수 있죠.”“네 이놈! 그럼 왜 처음부터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거야?”행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머리카락이 곤두섰고 그 모습은 광기에 휩싸인 사자 같았다.“저, 저도 그저 착각한...”“닥치고 얼른 해독제나 만들어 와!”행크는 바젠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바젠의 실수 덕분에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큰 망신을 당했다.이 일이 고국에 알려진다면 바젠은 더 이상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다.“마지막 약재는 절대 빠뜨리면 안 돼, 알겠어?”진서준이 차분히 한마디 던졌다.그제야 바젠은 진서준이 처방전에 적어둔 마지막 약재를 발견했다.“이게 정말 해독제 재료가 맞아?”바젠은 화난 목소리로 진서준에게 따졌다.“이 독을 만든 건 나야. 해독제를 뭐로 만들어야 할지 내가 모를 것 같아?”진서준은 도발하듯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흥, 연골산이라면 네 처방전 따위 필요 없어.”바젠은 자신만만하게 진서준이 건넨 처방전을 바닥에 던졌다.진서준은 가볍게 웃으며 행크를 쳐다봤다.“봤어? 난 분명 처방전을 줬어. 근데 저 녀석이 안 받은 거야.”“이제 내 두 다리를 치료해 줄 수 있겠지?”행크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96화

    “샛터 왕자 행크가 명령한다. 당장 내 독을 해독해!”행크는 공포에 질린 채 고함을 질렀지만 바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독약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사람이 해독제를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지.”진서준은 냉랭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까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해? 자기 목숨을 남의 손에 맡기지 말라고 했지?”지금 행크의 목숨은 진서준의 손안에 있었다.행크는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고 뼈를 찢어내는 듯한 고통에 나지막한 신음을 입 밖으로 흘렸다.“해독제를 줘.”“해독제를 원한다고? 물론 줄 수 있지.”진서준은 팔짱을 끼고 요구를 제시했다.“무릎 꿇고 사과해. 그럼 해독제를 줄게.”“대한민국 애송이야, 정도껏 해!”바젠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행크는 샛터 왕실 첫째 왕자야. 행크 왕자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넌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그래?”진서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어차피 난 천한 목숨이야, 죽어도 아무렇지 않지. 근데 저 녀석은 달라. 한 나라의 어엿한 왕자가 한낱 평민인 나랑 목숨을 맞바꾸는 게 과연 가치 있을까? 그리고 저 녀석이 죽더라도 날 찾아내서 잡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 아니겠어?”“네놈!”바젠은 진서준의 말에 말문이 막혀버렸다.맨발인 자는 신발 신은 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다.행크처럼 고귀한 신분이 진서준과 목숨을 맞바꾸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이득이 되지 않았다.그렇다고 행크가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면 샛터 왕자는 앞으로 다른 사람을 어떻게 마주하겠는가?“좋아, 내가 졌어. 해독제를 줘.”행크는 이를 악물고 패배를 인정했다.고통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기에 행크는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숙였다.이 정도의 고통만 아니었다면 샛터 왕자인 행크는 절대 결코 천한 신분인 진서준에게 굴복하지 않았을 것이다.“내 말 까먹었어? 살고 싶으면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지?”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진서준, 네놈이 감히 날 우롱해?”행크는 진서준의 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95화

    뼈를 도려내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순간 밀려왔다.이 순간, 행크는 누군가가 칼로 자기 뼈를 긁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말 그대로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이었다.“왕자님, 무슨 일이십니까?”바젠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독 효과가 나타났네.”진서준은 무심하게 한 마디 던졌다.“이게 중독 현상이라고? 설마 그 맑은 물처럼 보이던 게 진짜 독이었어?”바젠은 믿기 힘든 표정으로 빈 잔을 집어 들고 냄새를 맡아보았다.하지만 아무리 맡아도 아무런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무색무취의 독약은 절대 흔하지 않아.”바젠은 급히 행크에게 다가가 물었다.“왕자님, 지금 어떤 느낌입니까?”“뼈가 아파요... 누가 내 뼈를 망치로 두드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행크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진서준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근데 저 녀석은 왜 아직도 멀쩡한 겁니까?”“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바젠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했다.독약은 행크가 더 나중에 마셨는데 지금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건 행크였고 진서준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했다.이렇게 신기한 일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설마 아까 진서준의 말대로 자기가 제조한 독약이 진서준에게는 정말 효과가 없는 걸까?“이봐, 넌 대체 언제 내 독약을 해독한 거야?”바젠은 진서준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분명 말했지? 네 독약은 나한테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진서준은 냉랭하게 대꾸했다.“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 없어. 네놈 거짓말하는 거지?”“내가 보기엔 빨리 해독제를 연구해서 저 녀석을 구하는 게 좋겠는데? 안 그러면 저 녀석은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게 될 거야. 그리고 나중에는 뼈와 살까지 전부 녹아서 고름으로 될 거야.”진서준은 행크를 가리키며 덤덤하게 말했다.그 말에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등골이 서늘해졌다.뼈까지 녹아내리는 독이라니, 얼마나 강력한 독약인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바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네가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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