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그러고는 곧장 무릎을 들어 오영수를 향해 강하게 내리찍었다.이 공격은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이었고 무엇보다도 꽤나 폼이 났다.이 무릎 차기가 가슴에 제대로 들어가면 상대는 그 자리에서 전투 불능 상태가 될 것이다.실력이 좀 부족한 놈이라면 뼈 몇 개는 부러질 게 뻔했다.“늑대 형 정말 멋있어. 나 진짜 애라도 낳아주고 싶어.”“저 무릎 차기를 저놈이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지.”“야, 봤어? 네 친구 이제 끝났어.”사람들의 우쭐한 시선 속에서 오영수가 드디어 움직였다.“쓸데없이 화려하기만 했지 실제론 빈틈이 가득하구나.”오영수는 간단하게 주먹을 뻗었고 정확히 늑대의 급소에 그대로 꽂았다.콰직!순간, 관중석에 있던 남자들이 동시에 다리를 오므리고 손으로 중요 부위를 감쌌다.“끄아악!”늑대는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며 처절한 비명을 질렀고 허공에서 곧장 링 바닥으로 무겁게 추락했다.늑대는 바닥에서 두 손으로 소중한 부위를 감싸고 바둥거리며 울부짖었다.남자들은 이 광경에 모두 등골이 서늘해졌고 식은땀을 흘렸다.이건 너무 가혹한 공격이었다.늑대의 남은 인생에 여색이 끼어들 자리는 없을 것 같았다.“저 사람 누구야? 한 방에 늑대를 보내버렸잖아.”“늑대는 동부 구역 격투기 챔피언 출신이잖아. 동부 구역에서 늑대한테 대적할 놈이 몇이나 된다고?”“나도 모르겠어, 처음 보는 얼굴이야.”사람들은 하나같이 오영수의 정체를 궁금해했다.“이제 말해봐, 누가 진짜 계집애인지 말이야.”오영수는 싸늘한 얼굴로 늑대 앞에 서서 바닥에 주저앉은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너, 너 이 비겁한 놈, 감히 기습 공격을 날려? 무도 정신도 없어?”늑대는 분노와 수치심에 치를 떨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설마 이 사람이 이렇게 더러운 수를 써 자기 소중한 곳을 한 방에 날려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내가 언제 기습했어? 단순히 네가 반응을 못 한 거지.”오영수는 태연하게 말한 뒤, 늑대를 발로
그런데 진서준이 귀도파를 건드린다면 하씨 가문이 절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개를 때리려면 주인을 봐야 하는 법이다.“상관없어요. 어차피 하씨 가문과 이미 충돌이 있었으니 더 이상 무서울 것도 없습니다.”진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진서준 씨, 오늘 링 경기는 제가 대신 나가면 어떻겠습니까?”오영수가 제안했다.“하씨 가문이 대장님을 가만히 둘 것 같지 않은데요?”진서준이 의아해하며 되물었다.“괜찮습니다. 그놈들이 감히 저한테 손댈 배짱은 없을 겁니다. 이래봬도 저는 전신전 사람이니까요.”오영수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전신전이라는 방패가 있는 한, 하씨 가문은 감히 오영수를 건드리지 못할 터였다.게다가 오씨 가문 자체도 르벨에서 내로라하는 명문이었다.“좋아요, 그럼 대장님이 저를 대신해서 올라가세요.”진서준은 무덤덤하게 수락했다.누가 올라가든 사실 상관없었다.어차피 귀도파 놈들은 다들 수준 미달이라 진서준과 오영수를 이길 수 없었다.곧이어 조호가 부하 중 4대 천왕을 이끌고 나타났다.네 사람은 다들 체형이 우람졌고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있었는데 그저 서 있기만 해도 강렬한 위압감을 뿜어냈다.“진서준 씨, 시간이 됐습니다. 이미 도착하셨다면 어서 링 위로 올라오시죠.”조호는 마이크를 들고 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하지만 사람 수가 너무 많아 정작 진서준을 찾을 수 없었다.엄승현과 그 일행은 조송리의 말에 눈을 번뜩였다.“호랑이가 찾는 진서준 씨라는 사람이 설마 저놈은 아니겠지?”“설마... 저 자식이 무슨 수로 호랑이를 링에 나오게 하겠어?”“그건 장담할 수 없어. 아까 그놈 친구 실력을 벌써 까먹었어?”관중석 사람들도 저마다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이며 진서준 씨가 누군지 궁금해했다.“진서준 씨, 그럼 제가 올라가겠습니다.”오영수가 군중을 헤치고 링 위로 걸어갔다.오영수를 순간, 관중석이 들끓었다.“설마 저 사람이 진서준 씨란 말이야?”엄승현 일행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진짜 저놈이 그 진서준인
돌진하는 대머리를 보며 오영수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무식하게 힘만 있고 기술은 하나도 없네. 이런 녀석이 귀도파의 최정예란 거야?”처음엔 그래도 4대 천왕이 적어도 몸 풀 정도의 상대는 될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몸풀기는커녕 손도 데울 수 없을 것 같았다.“봐봐, 저 녀석 4대 천왕이 등장하니 완전 얼어붙었어.”“4대 천왕의 살벌함은 이미 소문이 났지. 그런 살인 기계 같은 녀석들 앞에서 안 무서울 사람이 어딨어?”“늑대 형, 드디어 원수를 갚게 됐네요.”엄승현이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나 하나 이겼다고 4대 천왕도 이길 수 있다고 착각했나 보네? 자기 주제 파악을 해야지, 정말 한심해.”늑대가 대놓고 오영수를 비웃었다.바로 그때, 대머리가 달려드는 순간 오영수는 발을 번개처럼 뻗었다.이윽고 강렬한 충격이 대머리의 복부를 강타했다.그 순간, 복부를 관통하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대머리는 몸이 새우처럼 접힌 채, 화살처럼 튕겨 날아갔다.슈욱!쾅!”대머리는 그대로 링 밖으로 떨어지며 바닥에 처박혔고 끔찍한 몰골로 변했다.그 순간, 관중석은 얼어붙었다.늑대 일행의 웃음도 순간 굳어졌다.누구도 귀도파의 4대 천왕 중 한 명이 단 한 방에 끝장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비록 단 한 명만 무너졌지만 그 충격은 엄청났다.“이봐, 너 방금 뭐 한 거야?”남은 세 명이 정신을 차리고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오영수를 노려봤다.“그냥 발차기를 하나 날렸을 뿐인데?”오영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말했다.“분명 더러운 꼼수를 쓴 거야. 그렇지 않으면 셋째가 너한테 질 리가 없잖아.”4대 천왕의 리더가 소리쳤다.“자기들이 이기지 못하니까 무조건 반칙이라고 하네?”오영수가 4대 천왕을 대놓고 비웃었다.“좋아, 그럼 셋이 한꺼번에 덤벼. 너희가 여럿이서 나 하나 팼다고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오영수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4대 천왕을 도발했다.그러자 세 명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포위망을 형성했다.제대로 각도를 잡은 후 세 명
그런데 지금은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얼른 우리 사촌 형한테 전화해. 어서 여기로 오라고 해.”정신을 차린 조호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조 두목, 아직도 계속할 건가?”오영수가 조호를 보며 물었다.“이봐, 너무 허세를 부리지 마. 우리 귀도파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이따가 올 거야.”조호의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좋아, 그럼 잠깐 기다려 주지.”오영수는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링 위에 서 있었다.진서준도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반면, 엄승현과 늑대의 표정은 점점 썩어갔다.누구도 4대 천왕조차 오영수에게 상대가 안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괜찮아, 호랑이 밑에는 실력자가 많아. 오늘 저 링 위에 있는 녀석을 반드시 제압할 거야.”늑대가 스스로를 위로했다.“맞아요, 귀도파가 동부 구역에서 최강의 조직이 된 데는 이유가 있죠. 수많은 실력자가 한몫했죠.”엄승현도 재빨리 맞장구쳤다.둘의 말을 듣자 일행의 표정이 조금 거뿐해졌다.“이봐, 너 4대 천왕을 이겼다고 세상 다 가진 줄 알아? 웃기고 있네. 호랑이를 건드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엄승현이 코웃음 쳤다.“아니, 뭐 호랑이니, 늑대니... 너희 르벨 지역 조폭들은 전부 짐승이야?”진서준이 담담하게 늑대를 약 올렸다.“뭐라고? 너 말 가려서 해!”늑대가 얼굴까지 붉히며 버럭 소리쳤다.늑대는 그저 이름에 대자가 들어갔을 뿐이었다.게다가 늑대는 자기 호칭이 늑대라는 사실이 멋있다고 여겼다.“짐승이 아닌데 왜 다들 짐승 이름을 쓰는 거야?”진서준이 되물었다.“네가 뭘 알아? 이건 강함의 상징이야.”늑대가 반박했다.“그래? 난 곰이 늑대보다 더 강하다고 보는데? 차라리 너 그냥 흑곰으로 바꾸지 그래?”진서준이 늑대를 비웃었다.“누굴 곰이라는 거야?”늑대의 표정이 잿빛으로 변했다.“이봐, 링 위에 있는 놈은 이길 수 없어도 너 정도는 내가 거뜬하게 박살 낼 수 있어. 그 입 함부로 더 놀리면 가만 안 둘 거야.”“들었어? 어서 우리 늑대 형한
강남에서 하경범과 충돌했을 때, 이 중년 남자도 현장에 있었다.남자의 기세만 봐도 이 남자가 대종사였고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오영수는 저 남자를 이길 수 없어.”진서준이 단언했다.물론 오영수는 전신전의 대장이었지만 무도계의 기준으로 보면 고작해야 절정 종사급에 불과했다.조상규 같은 노련한 대종사를 상대로는 전혀 승산이 없었다.“대장님, 조심하세요. 상대가 안 되면 그냥 내려와요. 괜히 무리하지 말고요.”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진서준 씨, 저 사람을 압니까?”오영수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알아요. 저 남자는 대종사입니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상규가 대종사라는 말을 듣자 오영수의 표정이 한층 더 진지해졌다.“잘됐네요. 예전부터 무도계 대종사와 한번 겨뤄보고 싶었습니다. 대체 나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약자만 상대하면 자기 실력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착각에 빠질 뿐이었다.그러니 진짜 강자와 싸워야 실력 차이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그때, 늑대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소리를 질렀다.“저 중년 남자가 누구인지 생각났어.”“누군데요?”사람들이 늑대를 바라봤다.“십 년 전 코드명이 인간도륙이라는 놈이야. 기억 안 나?”늑대의 눈빛이 공포로 일그러졌다.“인간도륙이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아, 맞다. 르벨의 명문대가를 송두리째 박살 내고 스무 명이 넘는 가족을 전멸시킨 그놈 말인가요?”엄승현이 인상을 찌푸렸다.“맞아. 바로 그놈이야. 그 사건 이후로 자취를 감췄었어. 근데 나중에 하씨 가문에 들어가서 그 가문 귀빈이 됐다더라. 하씨 가문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하면서 말이지. 2년 전, 어느 연회장에서 저 남자를 직접 본 적이 있어.”이 말이 떨어지자 체육관 전체가 술렁거렸다.조상규라는 이름은 몰라도 인간도륙이라는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10년 전, 그 이름을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80세 노인부터 3살 꼬마까지 그 이름을
하지만 조상규 앞의 보호막은 한 치도 밀려나지 않았다.“이게 바로 너와 나의 차이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상규의 손바닥이 진동했다.그리고 산을 뒤엎는 듯한 힘이 오영수를 덮쳤다.그러자 오영수의 몸이 통제할 수 없이 끊어진 연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쿵!오영수의 몸이 바닥에 세게 내리꽂히며 몸속에서 우두둑하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모두가 넋이 나간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4대 천왕을 가뿐히 쓰러뜨린 오영수가 인간도륙의 한 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역시 인간도륙의 명성은 헛소문이 아니었다.“대박이야, 사촌 형 너무 멋져요!”조호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었고 신나서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이봐, 이제야 알겠어? 이게 귀도파의 진정한 실력이야.”늑대가 잔뜩 으스대며 자기가 오영수를 때려눕힌 것처럼 신나 있었다.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오영수에게 다가가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올리더니 장청의 힘을 체내에 흘려보내며 치료하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진서준 씨. 저 사람 실력이 너무 강하네요. 제가 도저히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오영수는 깊은 자책감에 고개를 숙였다.적어도 몇 방 정도는 버틸 줄 알았는데 단 한 방도 막지 못하고 처참하게 패배한 것이다.“저 사람은 노련한 대종사입니다. 대장님이 못 이기는 게 당연하죠. 이제부터는 제가 상대할게요.”진서준이 조용히 돌아서서 링 위로 걸어갔다.“저 자식 미쳤나? 대체 뭘 믿고 올라가는 거야?”늑대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설마 살려달라고 빌려는 건 아니겠죠?”엄승현이 비꼬듯 말했다.“끝까지 숨어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깡은 있네.”조호가 코웃음을 쳤다.다른 사람들도 의아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도대체 진서준이 올라가서 뭘 하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때, 링에 올라오는 진서준을 확인한 조상규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어라? 여기서 다시 보네.”그날, 서광문이 갑자기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조상규와 진서준은 이미 싸
체육관 안은 죽은 듯이 조용했다.믿을 수 없는 장면에 사람들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귀도파의 최종 병기라 불리던 조상규가 진서준에게 이렇게 처참하게 얻어터질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조상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영수를 가볍게 쓰러뜨린 자였기에 실력 하나만 봐도 절대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그렇다면 단 한 가지 결론만이 모두의 앞에 놓였다.지금 귀도파을 건드린 이 청년은 인간을 뛰어넘는 괴물이었다.“와, 대박이야. 이 녀석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어? 야, 너 때문에 나 큰일 날 뻔했잖아.”늑대가 정신을 차리고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엄승현을 노려봤다.조상규 같은 고수도 진서준 앞에서는 그저 두들겨 맞을 뿐이었는데 늑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링에 올라가 진서준과 붙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결과가 나올 게 뻔했다.“늑대 형, 오해입니다. 저도 저 자식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어요.”엄승현이 기겁하며 변명했다.어제 진서준이 왜 무사하게 유흥업소에서 나갈 수 있었는지, 자기가 호랑이를 찾아갔을 때 호랑이가 왜 버럭 화냈는지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그 모든 이유는 진서준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호랑이의 부하 중에 진서준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멍때리지 말고 얼른 튀어. 이따가 저놈이 우리까지 상대하면 너도나도 여기서 뒤질 거야.”늑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다들 얼른 도망쳐.”엄승현도 체면 따위 집어치우고 그 뒤를 따랐다.링 위에서 조상규는 온몸이 축 늘어진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조상규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고 피까지 줄줄 흘러내렸다.“아까 네가 뭐라고 했더라? 내 사지를 갈기갈기 찢는다 하지 않았어?”조상규를 내려다보는 진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그 말에 조상규는 흠칫 놀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진, 진서준 씨. 살려주십시오. 제가 눈이 멀어 감히 진서준 씨에게 헛소리를 지껄였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조상규는 머리를 박아가며
“진서준 씨나 잘 모셔. 내가 당장 전화해 안배할 거니까.”조상규는 단호한 말투로 말하며 조호에게 반박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알겠습니다.”조호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진서준 씨, 이쪽으로 오시죠.”휴게실에 도착하자 진서준은 손짓하며 오영수를 가리켰다.“이쪽은 내 친구 오영수야.”“오영수요? 설마 그 오씨 가문 사람입니까?”조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맞아.”오영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 씨,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조호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오씨 가문은 르벨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가였고 감히 귀도파 따위가 건드릴 상대가 아니었다.“괜찮아. 사실 나도 조상규 씨 같은 고수를 한 번 상대해 보고 싶었거든.”오영수가 담담하게 대응했다.조호는 이때다 싶어 슬쩍 말을 붙였다.“오영수 씨가 진서준 씨와 친구라면 이제부터 우리도 한 식구 아닙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하지만 오영수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난 집에 자주 가지도 않아. 나한테 잘 보여봤자 얻을 건 없을 거야.”오영수는 오랫동안 전신전에서 임무를 수행해 왔고 사람들의 속셈이 무엇인지 한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그러니 조호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목적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아, 아닙니다. 그냥 오영수 씨와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었을 뿐입니다.”조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자기 속내를 대놓고 들켜버리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조호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참, 진서준 씨. 이따가 제 아들도 와서 직접 사과드릴 겁니다.”하지만 진서준은 대수롭지 않아 하는 태도였다.“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진짜 화났다면 넌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했을 거야.”“네, 그 말이 맞네요.”조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조호는 아까 진서준이 조상규 같은 대종사를 가볍게 처치하는 걸 직접 확인했다.그러니 조호는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었다.쓸데없는 행동으로 진서준의 심기를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
이 말이 나오자 방 안의 분위기가 다소 묘해졌다.조호의 머리는 미친 듯이 회전했다.‘이게 무슨 뜻이지? 설마 조상규의 아내를 탐낸다는 건가?’“진서준 씨, 농담이죠? 제 아내는 그저 다도 실력만 조금 괜찮을 뿐입니다.” 조상규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조상규, 거참 겸손하네. 네 아내는 피부도 하얗고 몸매도 좋고 얼굴은 요염한 여우처럼 매혹적인데?”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치파오 여자의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이 행동에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오영수조차도 눈썹을 꿈틀거리며 진서준이 도대체 뭘 하려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혹시 진짜 여자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린 건가?치파오 여자는 난감하게 웃으며 진서준의 손을 밀어냈다.“진서준 씨, 농담이 지나치네요. 저도 벌써 서른이 넘었어요. 젊은 아가씨들과는 비교도 안 돼요.”“맞아요, 진서준 씨. 혹시 여자가 필요하시면 잠시 후 가게 아가씨들을 전부 데려오겠습니다. 마음껏 고르세요.”조상규가 웃으며 말했다.“젊을 땐 숙녀의 매력을 몰라보고 철없이 어린 여자를 보물로 여긴다고 하지.”진서준의 손이 다시 치파오 여자의 허벅지 위에 올려졌다.“난 이렇게 성숙하고 섹시한 여자가 좋더라. 점심 식사 후에 네 아내 잠자리 기술을 직접 체험해 보면 어떨까?”이 말을 듣자 조호 일행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겉보기엔 신사인 줄 알았던 진서준이 사실 이렇게 천하의 난봉꾼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남의 아내를 탐내는 것도 모자라 남편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아내를 달라고 하다니, 조상규가 격분해 목숨을 내걸고 싸우자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오영수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린 채 진서준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오영수는 진서준이 절대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진서준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게다가 진서준이 김연아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진서준 씨, 정말 농담이 지나칩니다. 우선 차부터 드시죠.”조상규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 분노를 억눌렀다.누구라도 이런 말을 직접 들으
“진서준 씨나 잘 모셔. 내가 당장 전화해 안배할 거니까.”조상규는 단호한 말투로 말하며 조호에게 반박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알겠습니다.”조호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진서준 씨, 이쪽으로 오시죠.”휴게실에 도착하자 진서준은 손짓하며 오영수를 가리켰다.“이쪽은 내 친구 오영수야.”“오영수요? 설마 그 오씨 가문 사람입니까?”조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맞아.”오영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 씨,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조호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오씨 가문은 르벨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가였고 감히 귀도파 따위가 건드릴 상대가 아니었다.“괜찮아. 사실 나도 조상규 씨 같은 고수를 한 번 상대해 보고 싶었거든.”오영수가 담담하게 대응했다.조호는 이때다 싶어 슬쩍 말을 붙였다.“오영수 씨가 진서준 씨와 친구라면 이제부터 우리도 한 식구 아닙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하지만 오영수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난 집에 자주 가지도 않아. 나한테 잘 보여봤자 얻을 건 없을 거야.”오영수는 오랫동안 전신전에서 임무를 수행해 왔고 사람들의 속셈이 무엇인지 한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그러니 조호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목적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아, 아닙니다. 그냥 오영수 씨와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었을 뿐입니다.”조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자기 속내를 대놓고 들켜버리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조호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참, 진서준 씨. 이따가 제 아들도 와서 직접 사과드릴 겁니다.”하지만 진서준은 대수롭지 않아 하는 태도였다.“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진짜 화났다면 넌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했을 거야.”“네, 그 말이 맞네요.”조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조호는 아까 진서준이 조상규 같은 대종사를 가볍게 처치하는 걸 직접 확인했다.그러니 조호는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었다.쓸데없는 행동으로 진서준의 심기를
체육관 안은 죽은 듯이 조용했다.믿을 수 없는 장면에 사람들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귀도파의 최종 병기라 불리던 조상규가 진서준에게 이렇게 처참하게 얻어터질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조상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영수를 가볍게 쓰러뜨린 자였기에 실력 하나만 봐도 절대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그렇다면 단 한 가지 결론만이 모두의 앞에 놓였다.지금 귀도파을 건드린 이 청년은 인간을 뛰어넘는 괴물이었다.“와, 대박이야. 이 녀석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어? 야, 너 때문에 나 큰일 날 뻔했잖아.”늑대가 정신을 차리고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엄승현을 노려봤다.조상규 같은 고수도 진서준 앞에서는 그저 두들겨 맞을 뿐이었는데 늑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링에 올라가 진서준과 붙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결과가 나올 게 뻔했다.“늑대 형, 오해입니다. 저도 저 자식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어요.”엄승현이 기겁하며 변명했다.어제 진서준이 왜 무사하게 유흥업소에서 나갈 수 있었는지, 자기가 호랑이를 찾아갔을 때 호랑이가 왜 버럭 화냈는지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그 모든 이유는 진서준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호랑이의 부하 중에 진서준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멍때리지 말고 얼른 튀어. 이따가 저놈이 우리까지 상대하면 너도나도 여기서 뒤질 거야.”늑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다들 얼른 도망쳐.”엄승현도 체면 따위 집어치우고 그 뒤를 따랐다.링 위에서 조상규는 온몸이 축 늘어진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조상규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고 피까지 줄줄 흘러내렸다.“아까 네가 뭐라고 했더라? 내 사지를 갈기갈기 찢는다 하지 않았어?”조상규를 내려다보는 진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그 말에 조상규는 흠칫 놀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진, 진서준 씨. 살려주십시오. 제가 눈이 멀어 감히 진서준 씨에게 헛소리를 지껄였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조상규는 머리를 박아가며
하지만 조상규 앞의 보호막은 한 치도 밀려나지 않았다.“이게 바로 너와 나의 차이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상규의 손바닥이 진동했다.그리고 산을 뒤엎는 듯한 힘이 오영수를 덮쳤다.그러자 오영수의 몸이 통제할 수 없이 끊어진 연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쿵!오영수의 몸이 바닥에 세게 내리꽂히며 몸속에서 우두둑하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모두가 넋이 나간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4대 천왕을 가뿐히 쓰러뜨린 오영수가 인간도륙의 한 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역시 인간도륙의 명성은 헛소문이 아니었다.“대박이야, 사촌 형 너무 멋져요!”조호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었고 신나서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이봐, 이제야 알겠어? 이게 귀도파의 진정한 실력이야.”늑대가 잔뜩 으스대며 자기가 오영수를 때려눕힌 것처럼 신나 있었다.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오영수에게 다가가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올리더니 장청의 힘을 체내에 흘려보내며 치료하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진서준 씨. 저 사람 실력이 너무 강하네요. 제가 도저히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오영수는 깊은 자책감에 고개를 숙였다.적어도 몇 방 정도는 버틸 줄 알았는데 단 한 방도 막지 못하고 처참하게 패배한 것이다.“저 사람은 노련한 대종사입니다. 대장님이 못 이기는 게 당연하죠. 이제부터는 제가 상대할게요.”진서준이 조용히 돌아서서 링 위로 걸어갔다.“저 자식 미쳤나? 대체 뭘 믿고 올라가는 거야?”늑대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설마 살려달라고 빌려는 건 아니겠죠?”엄승현이 비꼬듯 말했다.“끝까지 숨어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깡은 있네.”조호가 코웃음을 쳤다.다른 사람들도 의아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도대체 진서준이 올라가서 뭘 하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때, 링에 올라오는 진서준을 확인한 조상규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어라? 여기서 다시 보네.”그날, 서광문이 갑자기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조상규와 진서준은 이미 싸
강남에서 하경범과 충돌했을 때, 이 중년 남자도 현장에 있었다.남자의 기세만 봐도 이 남자가 대종사였고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오영수는 저 남자를 이길 수 없어.”진서준이 단언했다.물론 오영수는 전신전의 대장이었지만 무도계의 기준으로 보면 고작해야 절정 종사급에 불과했다.조상규 같은 노련한 대종사를 상대로는 전혀 승산이 없었다.“대장님, 조심하세요. 상대가 안 되면 그냥 내려와요. 괜히 무리하지 말고요.”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진서준 씨, 저 사람을 압니까?”오영수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알아요. 저 남자는 대종사입니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상규가 대종사라는 말을 듣자 오영수의 표정이 한층 더 진지해졌다.“잘됐네요. 예전부터 무도계 대종사와 한번 겨뤄보고 싶었습니다. 대체 나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약자만 상대하면 자기 실력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착각에 빠질 뿐이었다.그러니 진짜 강자와 싸워야 실력 차이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그때, 늑대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소리를 질렀다.“저 중년 남자가 누구인지 생각났어.”“누군데요?”사람들이 늑대를 바라봤다.“십 년 전 코드명이 인간도륙이라는 놈이야. 기억 안 나?”늑대의 눈빛이 공포로 일그러졌다.“인간도륙이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아, 맞다. 르벨의 명문대가를 송두리째 박살 내고 스무 명이 넘는 가족을 전멸시킨 그놈 말인가요?”엄승현이 인상을 찌푸렸다.“맞아. 바로 그놈이야. 그 사건 이후로 자취를 감췄었어. 근데 나중에 하씨 가문에 들어가서 그 가문 귀빈이 됐다더라. 하씨 가문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하면서 말이지. 2년 전, 어느 연회장에서 저 남자를 직접 본 적이 있어.”이 말이 떨어지자 체육관 전체가 술렁거렸다.조상규라는 이름은 몰라도 인간도륙이라는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10년 전, 그 이름을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80세 노인부터 3살 꼬마까지 그 이름을
그런데 지금은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얼른 우리 사촌 형한테 전화해. 어서 여기로 오라고 해.”정신을 차린 조호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조 두목, 아직도 계속할 건가?”오영수가 조호를 보며 물었다.“이봐, 너무 허세를 부리지 마. 우리 귀도파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이따가 올 거야.”조호의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좋아, 그럼 잠깐 기다려 주지.”오영수는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링 위에 서 있었다.진서준도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반면, 엄승현과 늑대의 표정은 점점 썩어갔다.누구도 4대 천왕조차 오영수에게 상대가 안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괜찮아, 호랑이 밑에는 실력자가 많아. 오늘 저 링 위에 있는 녀석을 반드시 제압할 거야.”늑대가 스스로를 위로했다.“맞아요, 귀도파가 동부 구역에서 최강의 조직이 된 데는 이유가 있죠. 수많은 실력자가 한몫했죠.”엄승현도 재빨리 맞장구쳤다.둘의 말을 듣자 일행의 표정이 조금 거뿐해졌다.“이봐, 너 4대 천왕을 이겼다고 세상 다 가진 줄 알아? 웃기고 있네. 호랑이를 건드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엄승현이 코웃음 쳤다.“아니, 뭐 호랑이니, 늑대니... 너희 르벨 지역 조폭들은 전부 짐승이야?”진서준이 담담하게 늑대를 약 올렸다.“뭐라고? 너 말 가려서 해!”늑대가 얼굴까지 붉히며 버럭 소리쳤다.늑대는 그저 이름에 대자가 들어갔을 뿐이었다.게다가 늑대는 자기 호칭이 늑대라는 사실이 멋있다고 여겼다.“짐승이 아닌데 왜 다들 짐승 이름을 쓰는 거야?”진서준이 되물었다.“네가 뭘 알아? 이건 강함의 상징이야.”늑대가 반박했다.“그래? 난 곰이 늑대보다 더 강하다고 보는데? 차라리 너 그냥 흑곰으로 바꾸지 그래?”진서준이 늑대를 비웃었다.“누굴 곰이라는 거야?”늑대의 표정이 잿빛으로 변했다.“이봐, 링 위에 있는 놈은 이길 수 없어도 너 정도는 내가 거뜬하게 박살 낼 수 있어. 그 입 함부로 더 놀리면 가만 안 둘 거야.”“들었어? 어서 우리 늑대 형한
돌진하는 대머리를 보며 오영수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무식하게 힘만 있고 기술은 하나도 없네. 이런 녀석이 귀도파의 최정예란 거야?”처음엔 그래도 4대 천왕이 적어도 몸 풀 정도의 상대는 될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몸풀기는커녕 손도 데울 수 없을 것 같았다.“봐봐, 저 녀석 4대 천왕이 등장하니 완전 얼어붙었어.”“4대 천왕의 살벌함은 이미 소문이 났지. 그런 살인 기계 같은 녀석들 앞에서 안 무서울 사람이 어딨어?”“늑대 형, 드디어 원수를 갚게 됐네요.”엄승현이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나 하나 이겼다고 4대 천왕도 이길 수 있다고 착각했나 보네? 자기 주제 파악을 해야지, 정말 한심해.”늑대가 대놓고 오영수를 비웃었다.바로 그때, 대머리가 달려드는 순간 오영수는 발을 번개처럼 뻗었다.이윽고 강렬한 충격이 대머리의 복부를 강타했다.그 순간, 복부를 관통하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대머리는 몸이 새우처럼 접힌 채, 화살처럼 튕겨 날아갔다.슈욱!쾅!”대머리는 그대로 링 밖으로 떨어지며 바닥에 처박혔고 끔찍한 몰골로 변했다.그 순간, 관중석은 얼어붙었다.늑대 일행의 웃음도 순간 굳어졌다.누구도 귀도파의 4대 천왕 중 한 명이 단 한 방에 끝장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비록 단 한 명만 무너졌지만 그 충격은 엄청났다.“이봐, 너 방금 뭐 한 거야?”남은 세 명이 정신을 차리고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오영수를 노려봤다.“그냥 발차기를 하나 날렸을 뿐인데?”오영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말했다.“분명 더러운 꼼수를 쓴 거야. 그렇지 않으면 셋째가 너한테 질 리가 없잖아.”4대 천왕의 리더가 소리쳤다.“자기들이 이기지 못하니까 무조건 반칙이라고 하네?”오영수가 4대 천왕을 대놓고 비웃었다.“좋아, 그럼 셋이 한꺼번에 덤벼. 너희가 여럿이서 나 하나 팼다고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오영수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4대 천왕을 도발했다.그러자 세 명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포위망을 형성했다.제대로 각도를 잡은 후 세 명
그런데 진서준이 귀도파를 건드린다면 하씨 가문이 절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개를 때리려면 주인을 봐야 하는 법이다.“상관없어요. 어차피 하씨 가문과 이미 충돌이 있었으니 더 이상 무서울 것도 없습니다.”진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진서준 씨, 오늘 링 경기는 제가 대신 나가면 어떻겠습니까?”오영수가 제안했다.“하씨 가문이 대장님을 가만히 둘 것 같지 않은데요?”진서준이 의아해하며 되물었다.“괜찮습니다. 그놈들이 감히 저한테 손댈 배짱은 없을 겁니다. 이래봬도 저는 전신전 사람이니까요.”오영수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전신전이라는 방패가 있는 한, 하씨 가문은 감히 오영수를 건드리지 못할 터였다.게다가 오씨 가문 자체도 르벨에서 내로라하는 명문이었다.“좋아요, 그럼 대장님이 저를 대신해서 올라가세요.”진서준은 무덤덤하게 수락했다.누가 올라가든 사실 상관없었다.어차피 귀도파 놈들은 다들 수준 미달이라 진서준과 오영수를 이길 수 없었다.곧이어 조호가 부하 중 4대 천왕을 이끌고 나타났다.네 사람은 다들 체형이 우람졌고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있었는데 그저 서 있기만 해도 강렬한 위압감을 뿜어냈다.“진서준 씨, 시간이 됐습니다. 이미 도착하셨다면 어서 링 위로 올라오시죠.”조호는 마이크를 들고 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하지만 사람 수가 너무 많아 정작 진서준을 찾을 수 없었다.엄승현과 그 일행은 조송리의 말에 눈을 번뜩였다.“호랑이가 찾는 진서준 씨라는 사람이 설마 저놈은 아니겠지?”“설마... 저 자식이 무슨 수로 호랑이를 링에 나오게 하겠어?”“그건 장담할 수 없어. 아까 그놈 친구 실력을 벌써 까먹었어?”관중석 사람들도 저마다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이며 진서준 씨가 누군지 궁금해했다.“진서준 씨, 그럼 제가 올라가겠습니다.”오영수가 군중을 헤치고 링 위로 걸어갔다.오영수를 순간, 관중석이 들끓었다.“설마 저 사람이 진서준 씨란 말이야?”엄승현 일행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진짜 저놈이 그 진서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