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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1화

동남 해안 도시 임해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오였다.진서준과 바이올렛은 해변과 상당히 가까운 호텔에 잠시 머물며 해외 강자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바이올렛이 자기를 속일 가능성을 고민하던 진서준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바이올렛은 감히 그럴 용기가 없는 건 둘째 치고 오히려 해외 강자들의 손을 빌려 진서준을 제거하고 싶을 것이다.진서준만 죽으면 바이올렛은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태양이 지기까지 기다린 뒤, 진서준은 천천히 눈을 떴다.진서준은 통유리 창문 앞으로 다가가 500미터 바다 너머를 응시했다.보통 사람은 물론, 대종사조차도 이 어두운 밤에 500미터 밖의 광경을 분명히 볼 수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바다 위 500미터 너머에서 열 명이 넘는 인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이들 한 명 한 명에게서 발산하는 거대한 기운은 파도마저 요동치게 하며 거친 파도 소리를 울려 퍼지게 했다.“다들 온 것 같군. 우리도 출발하자.”말을 마친 진서준은 방을 나섰다.창문을 통해 바다 위의 싸움을 지켜보던 바이올렛의 눈빛이 반짝거렸다.바이올렛이 익숙한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희미한 별빛과 은색 달빛이 바다 위로 조용히 내려앉았다.드넓은 바다는 물결이 거센 기세로 치솟아 수천 마리의 군마가 질주하는 듯했다.거센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열일곱 명의 인물이 밤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났다.해변에서 놀고 있던 여행객들은 자신들로부터 불과 500미터 거리에 있는 바다 위에서 치열한 생사를 건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너희 여섯 명만으로는 우리를 제지할 수 없어.”서툰 대한민국어가 바다 위에 울려 퍼졌다.국안부의 여섯 호국사가 열한 명의 해외 강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이 여섯 명의 호국사들은 모두 대종사 경지에 있었다.그중 가장 강한 자는 육급 대종사였고 가장 약한 자는 일급 대종사였다.그리고 이 여섯 명 중 한 명은 진서준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는데 바로 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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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한 어르신, 우리 중에서 어르신 실력이 가장 강하니 이따가 기회를 노려 얼른 도망치세요. 반드시 이곳 실상을 호국장군에게 전해야 합니다.”“안 돼, 다 같이 빠져나가야지.”외모가 약간 노쇠해 보이고 나이가 칠순을 넘긴 듯한 노인이 단호하게 말했다.노인의 등에는 여러 군데 칼자국이 나 있었고 피가 옷을 흥건히 적셨다.류재훈은 자연스레 쓴웃음을 지었다.류재훈 일행은 고한수 등과 겨우 열 수도 되지 않는 대결을 벌인 후 이미 이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고한수 일행은 류재훈 일행을 죽이는 데 급해하는 것 같지 않았고 고양이가 쥐를 농락하듯이 여유 있게 몸을 놀렸다.이런 상황에서 류재훈 일행 누군가 앞장서서 자폭하려는 각오하고 도망칠 길을 뚫지 않는 이상, 여기서 무사히 살아남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류재훈과 한 노인의 대화는 고한수 일행의 귀에도 들어갔다.“도망치려고? 너희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피처럼 붉게 물든 눈빛을 발산하는 고한수는 냉랭하게 웃으며 류재훈을 비웃었다.고한수의 눈에는 이 여섯 명의 대한민국 호국사가 이미 항아리 속의 물고기처럼 도망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고한수, 처음 약속했듯이 이놈들은 내 독충 먹이로 줄 거야.”하얀 두건을 두른 섬나라 노인이 대화에 끼어들었다.고한수는 그 노인을 힐끗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약속은 지키지. 이놈들은 네 독충 먹이로 주마.”그 말이 끝나자마자 섬나라 노인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이 검은 안개는 여러 개의 대형 촉수처럼 류재훈 여섯 명을 향해 뻗어갔다.이 안개는 수많은 독충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독충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윙윙 소리를 내며 류재훈 일행에게 달려들었다.“큰일이야!”독충이 날아오는 것을 본 류재훈 일행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다들 즉시 체내의 선천강기를 끌어모아 독충을 향해 날렸다.여섯 사람의 선천강기는 어떤 것은 칼과 검으로, 어떤 것은 야수의 형상으로 변해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너희의 그 공격은 대한민국에 널리 전해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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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한 노인은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사실 한 노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한 노인은 이제 거의 여든에 가까운 고령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하지만 류재훈과 다른 대종사들은 달랐다.대다수 대종사가 예순 언저리의 나이였고 앞으로도 살날이 많이 남아 있었다.만약 이곳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면 정말 아쉬울 따름이었다.류재훈은 씩 웃으며 말했다.“한 어르신, 어르신이 목숨을 걸고 우리를 구하려고 하시는데 우리가 어찌 어르신 혼자 죽게 할 수 있겠습니까? 국안부에서는 그런 걸 가르치지 않았습니다.”“맞습니다, 국안부는 동포를 버리는 법이 없습니다.”“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나머지 사람들도 힘차게 외쳤다.류재훈 일행의 말을 들은 한 노인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좋아, 오늘 우리 모두 국안부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자. 이놈들에게 우리 대한민국 남자의 기개를 보여주자.”“목숨을 걸고 싸우자!”“목숨을 걸고 싸우자!”쿵!폭원단을 삼킨 여섯 사람의 실력이 순식간에 크게 상승했다.하늘을 뒤덮는 기세가 여섯 사람의 몸에서 폭발해 나왔다.“어리석기 짝이 없군. 너희들이 그 작은 약 하나로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죽음을 각오한 여섯 사람을 보며 오다 신유는 눈에 경멸이 가득했다.두 세력 사이의 실력 차이는 그 작은 약 하나로 메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뒤에서 지켜보던 고한수의 눈에는 경외감이 스쳤다.“이제야 알겠어. 왜 대한민국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지...”“됐어, 위선 떨지 마. 우린 이놈들 죽이러 온 거야, 어서 함께 덤비자.”오다 신유도 더 이상 무모하게 혼자서 류재훈 일행 여섯 명을 상대하려 하지 않고 다른 섬나라 무인들을 재촉했다.“다들 함께 달려들어 저놈들을 지옥으로 떨어뜨리자.”그 말과 함께 고한수를 비롯한 열한 명이 일제히 류재훈을 포함한 여섯 명을 향해 돌진했다.대한민국 대종사보다 수도 많고 실력도 우세한 섬나라 강자들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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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다들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고한수 쪽 역시 크게 이득을 보지는 못했다.아까의 격전에서 그들 중 네 명이 목숨을 잃었다.하지만 다행히 이 전투는 결판이 난 상황이었다.류재훈 일행은 더는 반격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아쉽군, 더 이상 나라를 위해 힘쓸 수 없다니.”한 노인은 한숨을 내쉬며 눈에 깊은 슬픔이 가득했다.류재훈 일행의 죽음은 세상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심지어 대다수 대한민국 사람은 류재훈 일행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배후에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그러나 다들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난 것, 그리고 호국사로서 살았던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지금 이 순간은 모두의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고 싶구나.”고한수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했다.“너희는 존경할 만한 상대야. 입장이 다르지만 않았다면 오늘 밤 너희와 함께 술을 나눴을 텐데, 안타깝구나...”“흥. 너희 섬나라는 우리 대한민국에 지울 수 없는 피의 빚이 있어. 대한민국 사람은 그 역사를 절대 잊지 않을 거야.”눈에 깊은 증오가 가득한 한 노인은 고한수 일행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며 대응했다.백 년 전 대한민국의 대재난 사건에서 섬나라는 수천만 대한민국 사람을 학살했다.기개가 있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토록 엄청난 죄악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죽여!”오다 신유가 차갑게 외쳤다.“너희가 우리 대한민국 땅에서 멋대로 날뛰는 걸 누가 허락했어?”바로 그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지며 울려 퍼졌다.고한수 일행은 순간 움찔하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곳에는 평범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손을 주머니에 넣고 서 있었다.그 남자의 옆에는 금빛 머리와 푸른 눈동자의 여자가 함께하고 있었는데, 여자의 눈부시게 섹시한 몸매를 본 섬나라 남성 몇몇 눈에 탐욕스러운 빛이 스쳤다.“얼씨구? 국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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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바이올렛은 본래 고한수 일행이 진서준을 죽여 본인의 자유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었다.그런데 진서준이 바이올렛을 위협해 이 섬나라 무인들을 적으로 돌리게 할 줄은 몰랐다.바이올렛도 어쩔 수 없었다.진서준이 바이올렛의 몸에 이상한 표식을 심어 두었기 때문이다.그 표식이 있는 한, 바이올렛의 생사는 진서준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었다.바이올렛의 주먹에는 붉은 선천강기가 감싸여 있었다.주먹이 고한수의 칼날에 부딪힐 때, 금속끼리 부딪치는 듯한 쟁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바이올렛의 강력한 주먹에 밀려 고한수는 연신 뒤로 물러났다.고한수의 검을 쥐고 있던 손아귀에서 피가 흐르고 검신에는 맨눈으로도 선명하게 보이는 균열이 생겼다.낯선 여자에게 밀려 연달아 후퇴하는 고한수를 보고 섬나라 무인들은 전부 충격에 빠졌다.한 노인과 류재훈 일행도 입을 떡 벌리고 믿기지 않는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셋이 힘을 합쳐야 간신히 억제할 수 있는 고한수가 한낱 여자에게 밀리다니, 이건 너무도 놀라운 일이었다...고한수는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러 바이올렛을 반 발짝 물러나게 했다.그 틈을 타 고한수도 재빨리 후퇴했다.“너, 도대체 누구야?”고한수는 바이올렛을 보며 공포에 찬 눈으로 물었다.“이 여자는 내 하인이야.”진서준이 바이올렛 대신 느릿느릿 대답했다.자기가 진서준의 하인이라는 말에 바이올렛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하지만 반항할 수 없기에 바이올렛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뭐라고? 이 여자가 네 하인이라고?”하인이 이 정도라면 주인은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고한수는 곧바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넌 국안부 소속이 아닌 것 같은데?”“난 너희를 죽이러 온 사람이야. 그것만 알아두면 돼.”진서준은 가볍게 웃으며 여기 온 목적을 밝혔다.“말투를 보니까 너희는 섬나라에서 온 것 같은데, 고필두 그 녀석은 어디 갔어? 왜 안 보이지?”진서준이 고필두의 이름을 언급하자 고한수의 눈빛이 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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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지 사이로 검의 울림소리가 퍼져 나갔다.고씨 가문의 세 사람이 잡고 있던 검도 미세하게 떨리며 그 검의 부름에 응답하는 듯했다.“너희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아직도 백 년 전처럼 억압받고 유린당하던 나라라고 생각해?”진서준은 손에 잡은 참선검을 옆으로 들며 차가운 눈빛을 내뿜었다.“용멸 계획이라고? 대한민국 천재를 모조리 죽이겠다고? 망상도 정도껏 해. 우리 대한민국 천재가 너희 같은 이족의 손에 살해될 것이라 생각해? 우리 대한민국 등뼈가 너희 손에 꺾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진서준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쿵!주변의 물방울들이 하늘로 솟아올라 일곱 명의 섬나라 무인들을 가운데로 가둬버렸다.진서준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엄청난 기세를 감지한 고한수와 오다 신유 일행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이 무인들이 전성기에 있었다면 진서준과 일전을 벌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류재훈과 목숨을 걸고 싸운 직후라 체내 강기가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지금 상태로 진서준과 싸운다면 승산은 삼 할도 되지 않을 것이다.“약을 써!”오다 신유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다들 철저히 준비하고 왔기에 폭원단 같은 단약도 충분히 지참하고 있었다.오다 신유의 말에 모두가 단약을 꺼내 한 알씩 삼켰다.쿵쿵!단약을 복용한 고한수 일행의 기세는 진서준에게 밀리지 않았고 막상막하의 수준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은 이들을 바라보며 전혀 두려움 없이 평온한 눈빛을 유지했다.“그날 내가 네 아들을 한 칼에 베였듯, 오늘도 널 한 칼에 베여주마.”말이 끝나자 진서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참선검을 거센 기세로 휘둘렀다.푸른 빛의 검광이 하늘에서 바다로 쏟아지는 폭포처럼 고한수 일행 일곱 명에게 쏟아졌다.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바닷물이 양쪽으로 들끓으며 깊이 백 미터에 달하는 해구가 형성되었다.푸른 칼날이 점점 길어지고 넓어져 마침내 천지와 맞닿을 정도로 커지자, 고한수는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그 광경을 넋 놓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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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류재훈 일행은 진서준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오랜 충격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이, 이분이 정말 사급 대종사 경지 김 검선이란 말인가? 어떻게 사급 대종사 경지로 고한수 같은 해외 강자들을 일격에 제압한 거지?”모두의 눈에는 놀라움이 흘러넘칠 정도로 가득 찼다.믿음직한 정보에 따르면 김평안의 실력은 사급 정점에 불과했고 오급에는 이르지 못했다.그러나 지금 김평안의 실력은 칠급 대종사급의 위력을 드러내고 있었다.이건 사급 대종사에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실력이었다.심지어 대한민국의 검존이라 불리는 조기강조차 이토록 놀라운 실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대한민국 인재가 끊이지 않으니 기쁜 일일세.”류재훈 옆의 노인이 말문을 열었다.“이는 우리 대한민국 무도가 쇠락하기는커녕 더욱 강대해졌다는 증거야. 해외 이족들이 우리 대한민국 무도를 꺾으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지.”류재훈 일행도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의 말에 동의했다.“동남 지역은 이제 걱정 없겠지만 경성과 서북, 그리고 동북과 서남 방향의 상황은 아직 알 수가 없네...”이번 용멸 계획을 위해 초아국의 멸용 조직이 오랜 준비를 해온 만큼, 동남 방어선을 지켰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았다.오히려 동남에서의 전투만 보아도 이번 전쟁이 얼마나 혹독할지 예감할 수 있었다.만약 진서준이 제때 도착해 구해주지 않았다면 류재훈과 같은 호국사들 모두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렇게 되면 동남 지역의 천재들도 자연스레 해외 강자들에게 전부 살해당했을 것이다.“근데 에이미 가문의 바이올렛은 어떻게 김 검선의 하인이 된 거지?”누군가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아마 김 검선이 바이올렛을 이겼고 바이올렛이 죽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인이 된 걸 거야.”그 추측을 듣자 또 누군가가 혀를 끌끌 찼다.에이미 가문의 바이올렛은 서방 혈수사 중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었다.불과 마흔일곱의 나이에 칠급 대종사에 오르고 지의방 랭킹에서 스물여섯 번째 자리에 있었다.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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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바이올렛을 모르는 이들이야 어쩌겠냐만, 가문 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사실이 바이올렛은 내심 두려웠다.용란 귀족들은 자존심이 높고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그 귀족들의 눈에는 오직 귀족과 왕족만이 높은 지위에 자리 잡을 수 있고 평민들은 자기를 섬기기 위해 존재하는 천한 존재일 뿐이었다.만약 에이미 가문에게 바이올렛이 천민의 하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녀는 틀림없이 처형당할 것이다.에이미 가문의 얼굴에 먹칠한 바이올렛을 그들이 가만둘 수 없을 것이다.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대꾸했다.“아직도 네 신분을 제대로 파악 못 한 모양이구나. 지금 넌 내 포로야. 널 죽이는 건 내 한순간 결정이면 충분해.”바이올렛은 그 말에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너와 내 입장이 같을 것 같아? 네가 날 붙잡아 놓은 것도 다른 해외 세력의 침략 일정을 내게서 얻어내려고 그런 거 아니야? 다시 말하지만 우리 관계는 협력일 뿐이야!”진서준은 더 이상 이 여자와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기 싫어서 바이올렛을 지나쳐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이 벼락 맞아 죽을 놈!”닫힌 문을 바라보며 바이올렛은 지금이라도 뛰어 들어가 진서준과 밤새도록 결투를 벌이고 싶었다.하지만 이 생각은 머릿속으로만 가능한 일일 뿐,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순 없었다.그렇게 했다간 바로 다음 순간, 바이올렛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생지옥 같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방으로 돌아온 진서준은 내일 서북 지역으로 가기 위해 오늘 밤 충분히 쉬어두기로 했다.동남쪽 위기는 무사히 해결됐고 해외 세력의 다음 공격이 시작될 곳은 서북 사막이 될 예정이었다.진서준이 불을 끄고 취침하려던 순간,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전화 건 사람이 허사연이라는 걸 보고 진서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혹시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진서준은 급히 전화를 받았다.“사연아, 무슨 일이야? 집에 무슨 일 생겼어?!”진서준의 걱정이 섞인 다급한 질문을 듣자 허사연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아니야, 여긴 아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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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동북, 조씨 가문 저택에는 불빛이 가득했다.조기강과 조태희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아 국안부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있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후, 조태희는 조기강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서준과 김평안이라는 두 사람, 네 검존 명성을 완전히 가로챈 셈이구나.”조기강은 무덤덤한 표정만 지을 뿐, 전혀 화내지 않았다.“명성은 그저 허울일 뿐이야. 중요한 건 무엇을 이루었느냐지. 이 둘 중 한 명은 강남에서 악명이 자자한 두 악인을 처단했고 다른 한 명은 국안부의 대종사들을 구한 것도 모자라 섬나라 강자 7명을 단번에 베어 버렸어. 이 정도면 충분히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만해.”동생이 이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자 조태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태희는 혹시나 조기강이 질투심에 사로잡혀 진서준이나 김평안과 겨루려 할까 봐 걱정했었다.만약 진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안부는 분명 김평안과 진서준 편에 설 것이다.지금 조씨 가문의 위상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동북의 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이 서서히 조씨 가문을 넘어설 기세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북은 세 가문이 세력을 나누는 삼국지 양상이 될지도 모른다.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조민영은 가문의 앞날을 위한 정치적 혼인의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내 검도 무디진 않았어.”조기강은 천천히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북쪽 변방에 외국 이족이 출몰한다 들었는데 내일 아침에 직접 가서 한번 살펴봐야겠어.”조태희는 그 말에 멈칫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생각이야. 검존의 실력이 그 둘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좋은 기회야.”진서준과 김평안이 최근에 벌인 일들이 조기강의 자존심을 강력하게 자극한 모양이었다.조기강은 진서준과 김평안을 질투하는 건 아니었지만 자기 검존 봉호가 헛되이 주어진 것이 아님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다.다음 날 아침, 조기강은 동북에서 북쪽 변방 초원으로 향했다.같은 시간, 진서준도 바이올렛을 데리고 서북의 안성에 도착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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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지금까지 진서준은 호국장 외에는 천의방에 오른 다른 강자를 본 적이 없었다.“나조차 신왕을 마주한다면 도망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러니 네가 서북 상황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바이올렛이 본인 안전을 위해 진서준을 설득했다.바이올렛은 사실 올림푸스의 신왕이 진서준을 제거하길 바랐다.하지만 올림푸스와 바이올렛의 조국 용란과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만약 신왕이 바이올렛에게도 적대감을 품는다면 상황은 상당히 복잡해질 것이다.바이올렛이 올림푸스 신전에 대해 이토록 상세하게 설명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바이올렛은 진서준이 이 정보를 듣고 포기하길 바랐고 자기를 데리고 같이 죽으러 가는 걸 원치 않았다.“천의방 강자라고? 오히려 흥미가 생기는군.”진서준이 덤덤하게 웃으며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김평안, 제정신이야?”바이올렛은 눈을 부릅뜨며 따졌다.“나조차도 신왕을 상대하기엔 버거울 정도야. 물론 너도 마찬가지일 거고.”사실 둘이 정면으로 싸운다면 진서준이 바이올렛을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그렇게 실력이 상당한 바이올렛조차 신왕을 보고 도망가야 할 판이니, 진서준이 나선다고 해도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하지만 지금 넌 내 부하가 된 신세지.”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비꼬았다.“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협력 관계야.”바이올렛이 이를 악물고 반박했다.진서준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발걸음을 옮겨 근처의 5성급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진서준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호텔 로비에 진서준이 잘 아는 사람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바로 유연비였다.유연비 옆에는 그녀와 약간 닮은 중년 남성이 함께 있었다.남자는 유연비의 아버지이자 서북 최고 가문인 유씨 가문 가주 유경풍이었다.서북을 주름잡는 유경풍은 이 순간, 동안 백발의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추고 있었다.깍듯하게 인사하는 유경풍의 얼굴에는 오로지 경외심만이 가득했다.유경풍이 이렇게까지 존경심을 표하는 인물이라면 분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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