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의 뺨에 살짝 붉은 기운이 스쳐 지나가는 건 숨길 수 없었다.“죄송합니다, 아가씨. 제가 너무 급히 지나가서 실수했네요... 남자친구분께도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네요...”배수정을 부딪친 웨이터가 진서준과 배수정에게 연신 사과했다.“괜찮아요, 다음엔 조심하세요.”배수정은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웨이터는 여러 번 사과한 후에야 자리를 떠났다.“해명해야 하지 않을까요?”진서준이 한마디 물었다.“해명이라뇨?”배수정은 처음엔 진서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잠시 생각하더니 가볍게 미소 지었다.“사람은 사람일 뿐, 굳이 사람답게 살려고 애쓸 필요 없고 세상은 세상일 뿐, 억지로 세상사에 맞추려 할 필요도 없죠. 진... 김평안 씨, 지금의 당신은 평소와 조금 다르네요.”배수정의 말에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괜히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했군요.”지현진과 신용수 앞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이미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무양아, 이분이 바로 평온이야.”지현진이 배수정을 소개하며 말했다.“평온이요? 배수정 씨 법명인가요?”진서준의 질문에 배수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마음이 편하면 모든 일이 평온해진다는 의미예요.”“난 네가 제자를 안 들일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여제자를 들여?”신용수는 넌지시 농담을 건넸다.“사원의 다른 제자들이 불만이 많겠어.”신용수는 지현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배수정이 뭔가 특별한 자질이 있기에 지현진이 제자로 삼았을 거라고 짐작했다.지현진은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평온이 불법을 깨우치는 능력이 나와 사주를 훨씬 능가할 정도야.”이 말에 진서준과 신용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지현진 스님이 농담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다들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이 너무나 파격적이었다.스물 남짓한 연약한 여성이 지현진과 소림의 주지보다도 높은 불법의 깨달음을 지녔다는 건 너무나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잠시 후, 신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그렇
Last Updated : 2024-12-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