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지 사이로 검의 울림소리가 퍼져 나갔다.고씨 가문의 세 사람이 잡고 있던 검도 미세하게 떨리며 그 검의 부름에 응답하는 듯했다.“너희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아직도 백 년 전처럼 억압받고 유린당하던 나라라고 생각해?”진서준은 손에 잡은 참선검을 옆으로 들며 차가운 눈빛을 내뿜었다.“용멸 계획이라고? 대한민국 천재를 모조리 죽이겠다고? 망상도 정도껏 해. 우리 대한민국 천재가 너희 같은 이족의 손에 살해될 것이라 생각해? 우리 대한민국 등뼈가 너희 손에 꺾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진서준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쿵!주변의 물방울들이 하늘로 솟아올라 일곱 명의 섬나라 무인들을 가운데로 가둬버렸다.진서준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엄청난 기세를 감지한 고한수와 오다 신유 일행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이 무인들이 전성기에 있었다면 진서준과 일전을 벌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류재훈과 목숨을 걸고 싸운 직후라 체내 강기가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지금 상태로 진서준과 싸운다면 승산은 삼 할도 되지 않을 것이다.“약을 써!”오다 신유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다들 철저히 준비하고 왔기에 폭원단 같은 단약도 충분히 지참하고 있었다.오다 신유의 말에 모두가 단약을 꺼내 한 알씩 삼켰다.쿵쿵!단약을 복용한 고한수 일행의 기세는 진서준에게 밀리지 않았고 막상막하의 수준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은 이들을 바라보며 전혀 두려움 없이 평온한 눈빛을 유지했다.“그날 내가 네 아들을 한 칼에 베였듯, 오늘도 널 한 칼에 베여주마.”말이 끝나자 진서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참선검을 거센 기세로 휘둘렀다.푸른 빛의 검광이 하늘에서 바다로 쏟아지는 폭포처럼 고한수 일행 일곱 명에게 쏟아졌다.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바닷물이 양쪽으로 들끓으며 깊이 백 미터에 달하는 해구가 형성되었다.푸른 칼날이 점점 길어지고 넓어져 마침내 천지와 맞닿을 정도로 커지자, 고한수는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그 광경을 넋 놓고
류재훈 일행은 진서준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오랜 충격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이, 이분이 정말 사급 대종사 경지 김 검선이란 말인가? 어떻게 사급 대종사 경지로 고한수 같은 해외 강자들을 일격에 제압한 거지?”모두의 눈에는 놀라움이 흘러넘칠 정도로 가득 찼다.믿음직한 정보에 따르면 김평안의 실력은 사급 정점에 불과했고 오급에는 이르지 못했다.그러나 지금 김평안의 실력은 칠급 대종사급의 위력을 드러내고 있었다.이건 사급 대종사에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실력이었다.심지어 대한민국의 검존이라 불리는 조기강조차 이토록 놀라운 실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대한민국 인재가 끊이지 않으니 기쁜 일일세.”류재훈 옆의 노인이 말문을 열었다.“이는 우리 대한민국 무도가 쇠락하기는커녕 더욱 강대해졌다는 증거야. 해외 이족들이 우리 대한민국 무도를 꺾으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지.”류재훈 일행도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의 말에 동의했다.“동남 지역은 이제 걱정 없겠지만 경성과 서북, 그리고 동북과 서남 방향의 상황은 아직 알 수가 없네...”이번 용멸 계획을 위해 초아국의 멸용 조직이 오랜 준비를 해온 만큼, 동남 방어선을 지켰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았다.오히려 동남에서의 전투만 보아도 이번 전쟁이 얼마나 혹독할지 예감할 수 있었다.만약 진서준이 제때 도착해 구해주지 않았다면 류재훈과 같은 호국사들 모두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렇게 되면 동남 지역의 천재들도 자연스레 해외 강자들에게 전부 살해당했을 것이다.“근데 에이미 가문의 바이올렛은 어떻게 김 검선의 하인이 된 거지?”누군가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아마 김 검선이 바이올렛을 이겼고 바이올렛이 죽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인이 된 걸 거야.”그 추측을 듣자 또 누군가가 혀를 끌끌 찼다.에이미 가문의 바이올렛은 서방 혈수사 중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었다.불과 마흔일곱의 나이에 칠급 대종사에 오르고 지의방 랭킹에서 스물여섯 번째 자리에 있었다.대
바이올렛을 모르는 이들이야 어쩌겠냐만, 가문 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사실이 바이올렛은 내심 두려웠다.용란 귀족들은 자존심이 높고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그 귀족들의 눈에는 오직 귀족과 왕족만이 높은 지위에 자리 잡을 수 있고 평민들은 자기를 섬기기 위해 존재하는 천한 존재일 뿐이었다.만약 에이미 가문에게 바이올렛이 천민의 하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녀는 틀림없이 처형당할 것이다.에이미 가문의 얼굴에 먹칠한 바이올렛을 그들이 가만둘 수 없을 것이다.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대꾸했다.“아직도 네 신분을 제대로 파악 못 한 모양이구나. 지금 넌 내 포로야. 널 죽이는 건 내 한순간 결정이면 충분해.”바이올렛은 그 말에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너와 내 입장이 같을 것 같아? 네가 날 붙잡아 놓은 것도 다른 해외 세력의 침략 일정을 내게서 얻어내려고 그런 거 아니야? 다시 말하지만 우리 관계는 협력일 뿐이야!”진서준은 더 이상 이 여자와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기 싫어서 바이올렛을 지나쳐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이 벼락 맞아 죽을 놈!”닫힌 문을 바라보며 바이올렛은 지금이라도 뛰어 들어가 진서준과 밤새도록 결투를 벌이고 싶었다.하지만 이 생각은 머릿속으로만 가능한 일일 뿐,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순 없었다.그렇게 했다간 바로 다음 순간, 바이올렛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생지옥 같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방으로 돌아온 진서준은 내일 서북 지역으로 가기 위해 오늘 밤 충분히 쉬어두기로 했다.동남쪽 위기는 무사히 해결됐고 해외 세력의 다음 공격이 시작될 곳은 서북 사막이 될 예정이었다.진서준이 불을 끄고 취침하려던 순간,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전화 건 사람이 허사연이라는 걸 보고 진서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혹시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진서준은 급히 전화를 받았다.“사연아, 무슨 일이야? 집에 무슨 일 생겼어?!”진서준의 걱정이 섞인 다급한 질문을 듣자 허사연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아니야, 여긴 아무
동북, 조씨 가문 저택에는 불빛이 가득했다.조기강과 조태희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아 국안부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있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후, 조태희는 조기강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서준과 김평안이라는 두 사람, 네 검존 명성을 완전히 가로챈 셈이구나.”조기강은 무덤덤한 표정만 지을 뿐, 전혀 화내지 않았다.“명성은 그저 허울일 뿐이야. 중요한 건 무엇을 이루었느냐지. 이 둘 중 한 명은 강남에서 악명이 자자한 두 악인을 처단했고 다른 한 명은 국안부의 대종사들을 구한 것도 모자라 섬나라 강자 7명을 단번에 베어 버렸어. 이 정도면 충분히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만해.”동생이 이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자 조태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태희는 혹시나 조기강이 질투심에 사로잡혀 진서준이나 김평안과 겨루려 할까 봐 걱정했었다.만약 진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안부는 분명 김평안과 진서준 편에 설 것이다.지금 조씨 가문의 위상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동북의 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이 서서히 조씨 가문을 넘어설 기세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북은 세 가문이 세력을 나누는 삼국지 양상이 될지도 모른다.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조민영은 가문의 앞날을 위한 정치적 혼인의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내 검도 무디진 않았어.”조기강은 천천히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북쪽 변방에 외국 이족이 출몰한다 들었는데 내일 아침에 직접 가서 한번 살펴봐야겠어.”조태희는 그 말에 멈칫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생각이야. 검존의 실력이 그 둘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좋은 기회야.”진서준과 김평안이 최근에 벌인 일들이 조기강의 자존심을 강력하게 자극한 모양이었다.조기강은 진서준과 김평안을 질투하는 건 아니었지만 자기 검존 봉호가 헛되이 주어진 것이 아님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다.다음 날 아침, 조기강은 동북에서 북쪽 변방 초원으로 향했다.같은 시간, 진서준도 바이올렛을 데리고 서북의 안성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진서준은 호국장 외에는 천의방에 오른 다른 강자를 본 적이 없었다.“나조차 신왕을 마주한다면 도망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러니 네가 서북 상황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바이올렛이 본인 안전을 위해 진서준을 설득했다.바이올렛은 사실 올림푸스의 신왕이 진서준을 제거하길 바랐다.하지만 올림푸스와 바이올렛의 조국 용란과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만약 신왕이 바이올렛에게도 적대감을 품는다면 상황은 상당히 복잡해질 것이다.바이올렛이 올림푸스 신전에 대해 이토록 상세하게 설명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바이올렛은 진서준이 이 정보를 듣고 포기하길 바랐고 자기를 데리고 같이 죽으러 가는 걸 원치 않았다.“천의방 강자라고? 오히려 흥미가 생기는군.”진서준이 덤덤하게 웃으며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김평안, 제정신이야?”바이올렛은 눈을 부릅뜨며 따졌다.“나조차도 신왕을 상대하기엔 버거울 정도야. 물론 너도 마찬가지일 거고.”사실 둘이 정면으로 싸운다면 진서준이 바이올렛을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그렇게 실력이 상당한 바이올렛조차 신왕을 보고 도망가야 할 판이니, 진서준이 나선다고 해도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하지만 지금 넌 내 부하가 된 신세지.”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비꼬았다.“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협력 관계야.”바이올렛이 이를 악물고 반박했다.진서준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발걸음을 옮겨 근처의 5성급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진서준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호텔 로비에 진서준이 잘 아는 사람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바로 유연비였다.유연비 옆에는 그녀와 약간 닮은 중년 남성이 함께 있었다.남자는 유연비의 아버지이자 서북 최고 가문인 유씨 가문 가주 유경풍이었다.서북을 주름잡는 유경풍은 이 순간, 동안 백발의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추고 있었다.깍듯하게 인사하는 유경풍의 얼굴에는 오로지 경외심만이 가득했다.유경풍이 이렇게까지 존경심을 표하는 인물이라면 분명
진서준이 유경풍에게 귀싸대기를 날리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진서준이 방금 귀싸대기를 날린 상대는 바로 서북의 왕이라 불리는 유씨 가문의 가주 유경풍이었다.이렇게 신분이 고귀한 인물에게 대놓고 귀싸대기를 날리다니, 이 남자는 정말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걸까?유경풍은 몇 초 동안 얼어 있다가 얼굴이 선명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죽고 싶어?”눈에서 분노와 살기가 거의 튀어나올 것만 같은 유경풍은 심지어 옆에 있던 신용수조차 완전히 무시한 채 진서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뺨을 맞다니, 이런 치욕은 유경풍이 태어나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오늘 이 중년 남자가 여기서 살아서 나간다면 유경풍 본인의 체면을 물론, 유씨 가문의 체면은 바닥에 추락할 것이다.신용수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유경풍을 말렸다.“그만해,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지.”그 말을 듣자 유경풍은 다시 멍해졌다.이쯤에서 끝내라니? 자기가 뺨을 맞았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란 말인가?“진군님, 혹시 이 자를 아십니까?”유경풍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나뿐만 아니라 너희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야.”신용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어젯밤 동남 해변에서 고한수 일행 일곱 명을 처단한 사람이야.”“이 사람이 김평안이라고요?”유경풍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고 신용수가 이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건 이유도 알 것 같았다.하지만 유경풍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진군님, 이 자가 김평안이라 하더라도 제 뺨을 때린 건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건 저에 대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우리 유씨 가문에 대한 모욕이기도 합니다.”옆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유연비는 아까부터 쭉 진서준을 관찰하고 있었다.거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 중년 남자는 왠지 유연비가 알고 있는 누군가와 비슷해 보였다.신용수는 유경풍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그래서 어쩌겠다는 건가?”유경풍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유경풍은 진서준을 죽이고 싶었지만 신용수가 쉽게
“진군님, 그럼 저는 먼저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유경풍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을 나섰다.유연비도 곧장 아버지의 뒤를 따라 호텔에서 나갔다.두 사람이 사라지자 진서준은 신용수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굳이 저를 위해 나섰습니까? 유씨 가문 정도는 제가 두려워할 자격도 없는 가문입니다.”신용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너무 날카로운 기운은 거두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괜히 귀찮은 일만 생길 테니까.”“귀찮은 일이라뇨? 유씨 가문 따위는 문제 될 것도 없어요. 게다가 유씨 가문은 워낙 저와 오래된 원한이 있습니다.”진서준의 눈에 서늘한 빛이 스쳤다.진서준과 유씨 가문 사이에 원한이 있다는 말을 듣자 신용수는 순간 멈칫했다.신용수는 진서준이 인피면구를 쓰고 있다는 걸 몰랐고 진서준이 바로 김평안이라는 사실도 미처 알지 못했다.“유씨 가문과 무슨 원한이 있는가? 우리 국안부는 국내 무인끼리의 살육을 원하지 않아.”“그렇게 엄청난 원한은 아닙니다. 저는 단지 유씨 가문 전원의 사죄만 요구할 뿐입니다.”진서준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유씨 가문이 진서준에게 사죄하고 유연비를 혼내는 것, 그것이 진서준의 목표였다.하지만 유씨 가문 전체가 사죄하게 하려면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진서준이 유씨 가문을 짓누를 정도의 압도적인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했다.신용수는 한숨을 쉬며 질문을 던졌다.“복잡한 상황만 일으키지 않으면 돼. 오늘 네가 안성에 온 건 북오런 올림푸스 신전과 대항하기 위해서인가?”“맞습니다, 다만 제 실력으로는 저항하기 어려울 듯합니다.”진서준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천의방에 올라간 강자들 앞에서 진서준도 자신감이 넘쳐나긴 힘들었다.“그래도 솔직하군.”신용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때가 되면 북오런 올림푸스 신전의 신왕은 내가 맡을 테니 나머지 자들은 네가 처리하면 돼.”호국장군 신용수가 일선 전장에 나선 것도 바로 올림푸스 신전의 신왕을 겨냥한 것이었다.서북 변방의 다른 호국사들은
4대 금강은 유씨 가문이 서북의 최고 가문으로 군림할 수 있는 강력한 전력이었다.”소문에 따르면 이 네 사람은 한때 중부의 소림사에 머물며 소림의 금강불괴공을 완성 단계까지 연마했다는데, 그들의 신체는 강철보다 단단하다고 했다.이전 봉호전에서 문호동이 수련했던 것도 바로 금강불괴공이었다.비록 문호동이 오급에 불과한 횡련 대종사였지만 육급 정점 대종사와 겨루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게다가 유씨 가문의 4대 금강은 전부 육급 정점 대종사 실력이었다.네 사람이 힘을 합치면 팔급 이하의 대종사는 감히 도전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적어도 현재까지 4대 금강에게 맞설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아버지가 4대 금강을 동원할 계획을 밝히자 유연비는 순간 당황했다.“아빠, 이 4대 금강은 진서준을 처리하려고 부르신 게 아니었나요?”유경풍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똑같아, 우선 이 김평안이라는 자부터 처단해야 해. 서북의 유씨 가문이 절대 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해.”“알겠어요, 즉시 그 네 마스터님을 모셔올게요.”...밤이 깊자 진서준과 신용수, 그리고 바이올렛은 막북의 황량한 사막 지대에 도착했다.은은한 달빛이 세 사람을 비추어 그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그 모습은 나라를 위해 목숨도 서슴없이 바치는 열사처럼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본래 유씨 가문에서 지원이 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신용수도 유경풍이 더 이상 사람을 보내지 않을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우리 셋만 남았군.”신용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신용수가 혼자 남았다 해도 그는 반드시 이곳에 왔을 것이다.호국장군으로서 전장에서 목숨을 바치는 것은 그의 숙명이자 영광이었다.“무양진군님, 이따가 제가 잡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서 무양진군님을 돕겠습니다.”진서준이 신용수를 바라보며 계획을 밝혔다.하지만 신용수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팔급 이상 대종사의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는 게 좋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