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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아빠! 그건 너무 민망하잖아요.”연희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제야 아버지가 일부러 약을 올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짐짓 화난 척했다.“됐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수치스러움에 뒤돌아서 뒤꽁무니를 뺐다....토요일, 리버타운 1호 별장.염무현은 발코니에 서서 공혜리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연홍도 씨가 경태 삼촌을 통해 저한테 연락이 왔는데 무현 님을 직접 찾아뵙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일단 완곡하게 거절했어요.”염무현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잘했어요.”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처리하면서 그는 줄곧 냉정한 태도로 취했다.쉽게 말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공씨 가문, 진씨 가문, 그리고 전태웅은 예외에 속했다.물론 이런 경우는 그에게 극히 드물었다.환자를 치료하는 건 의사의 본분이며 진료비를 받는 자체가 당연한 일이다.즉 애초에 등가 교환에 해당하는 행위인지라 어느 쪽이 신세를 지는 상황은 성립되지 않았다.유일한 예외는 그가 자발적으로 치료해주는 것인데, 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어떻게 보면 연홍도에게 뜻밖의 횡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했다.그는 염라대왕으로서 여태껏 치료받는 사람에게 진료비 명목으로 재산의 절반을 가져갔다.이번에는 단지 사부님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칠요보연이 필요했을 뿐이었고, 제자로서 딱히 손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공혜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연홍도 씨가 또 다른 요청을 하셨어요. 어떻게든 밥 한 끼 대접해 주면서 얼굴 보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하네요. 제가 보기에 수소문해서 무현 님의 진료비 스케일을 알게 되자 양심에 찔려서 그러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라도 칠요보연같은 천재지보가 필요하다면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통해 도움을 드릴 수도 있다고 했어요.”이는 공혜리가 염무현에게 연락한 진짜 이유이기도 했다.아니면 염무현 대신 결정을 내리고 연홍도의 부탁을 단번에 거절했을 것이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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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이르게도 왔네! 전화에서 관심 없는 척 능청스럽게 말한 사람이 누구더라?”목소리의 출처는 다름 아닌 박동하였다.밍크코트로 몸을 감싸고 화장을 떡칠한 채 한껏 꾸민 여자가 박동하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자기야, 예의상 사양했을 뿐인데 진짜로 믿으면 어떡해? 이건 무려 동창회잖아. 밑바닥 생활하는 평민에게 처지를 바꾸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거든. 친구들 앞에서 우는 소리 몇 마디만 하면 능력 있는 애들은 그동안의 정을 봐서라도 도움을 주기 마련이야. 바보가 아닌 이상 벼락출세하는 기회를 뻥 차버리지는 않겠지?”염무현이 눈살을 찌푸렸다.“넌 뭐야?”여자가 두 눈을 부릅떴다.“눈 크게 뜨고 똑똑히 봐, 설마 날 잊은 건 아니지?”성형 괴물이 따로 없는 얼굴은 칼을 몇 번이나 댔는지 모를 정도였다.이목구비를 따로 뜯어보면 비율이든 스타일이든 미인형이 속했지만, 한데 어우러지지 않고 어딘가 이질감이 들었다.게다가 화장을 어찌나 두껍게 했는지 설령 친부모가 와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내가 널 안다고?”염무현이 의혹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여자가 발끈하며 외쳤다.“모른 척하기는! 나 양소민이야. 일부러 그러는 거지?”착잡하기 그지없는 염무현의 표정 때문에 양소민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여태껏 얼굴에 돈을 쏟아부은 이유도 단지 예쁘다는 칭찬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이지 않은가?그러나 지금까지 마주한 리액션이라고는 불쾌함과 의혹뿐이니 열 받을 수밖에 없었다.“미안, 진짜 몰랐어.”염무현이 태연하게 말했다.“여자는 크면서 환골탈태하여 점점 더 예뻐진다고 하더니 넌 얼굴을 바꿨네? 왜? 원래 얼굴이 못 봐줄 정도야?”양소민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 때문에 눈빛이 활활 타올랐고, 박동하는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염무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보는 눈이 어쩌면 그렇게도 없어? 정녕 예쁘다는 뜻이 뭔지도 모르는 거야? 어쩐지 소민에게 차였다 했어.”“그러니까! 내가 눈이 멀었지, 어떻게 너 같은 놈을 좋아했지?”양소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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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넌 우리 반... 아니, 대학교를 통틀어 유명한 풍운아였잖아. 지금까지도 네가 단상에 서서 발표할 때 모두의 주목을 받던 장면이 잊히지 않아.”“이게 대체 몇 년 만이지? 넌 여전하구나. 그동안 뭐 했는데 당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이따가 거하게 한잔해보자고.”친구들의 환대에 염무현은 마음이 금세 훈훈해졌다.어쨌거나 다들 박동하와 같은 부류는 아니었으니까.학창 시절의 우정은 이익에 따른 분쟁이 없기에 비교적 순수한 편에 속했다.설령 누군가 큰코다치거나 잘못을 저질러도 친구끼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눈살을 찌푸린 양소민이 염무현의 출소 사실을 폭로하기 직전 박동하가 불쑥 끼어들었다.“아직 시간은 있어, 괜스레 민망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면 말짱 도루묵이잖아.”“알았어, 룸에 가서 망신을 줄게.”양소민은 단번에 알아챘다.두 사람이 동시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나 지금 볼 일이 있어서 나중에 다시 만나서 얘기하자.”염무현은 동창회에 참가하려고 호텔을 찾은 게 아니었지만 친구들의 열정을 당해내지 못했다.“여기까지 왔는데 어딜 간다고 그래?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어? 이따가 다른 애들도 올 거야.”박동하가 짐짓 통이 큰 척 말했다.“다들 서 있지 말고 들어가서 얘기해. 룸은 이미 예약했거든?”염무현은 친구들에게 끌려가다시피 억지로 위층에 있는 룸으로 향했다.널찍한 룸 안은 사치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였다.지름이 5m가 넘는 거대한 원목 식탁은 30명의 손님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다.염무현은 시계를 흘긋 쳐다보았다. 6시 30분까지 아직 20분이 남았다.기왕 따라왔으니 맘 편히 동기들과 옛 추억을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역시 동하답네! 이렇게 럭셔리한 호텔을 예약하다니, 돈 꽤 썼겠는데?”사람들은 주최자의 비위를 맞춰주기 바빴다. 어쨌거나 박동하 덕분에 호강하게 된 건 사실이니까.“친구끼리 예의 차릴 필요 없어.”박동하는 호탕한 모습으로 말을 이어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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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혼은 왜 했어?”“둘은 항상 사이가 돈독했잖아. 게다가 동창 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한 커플이고. 당시 취업만 아니었다면 결혼식에 무조건 참석했을 거야.”“희지 대체 왜 그런대? 어떻게 너랑 이혼할 생각 했지?”양희지가 기업을 이끄는 총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염무현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어쨌거나 대학교 시절부터 염무현은 모든 면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다.예민한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그는 친구들이 땡땡이를 치거나 게임에 빠져 있을 때 이미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제외하고도 돈이 남아돌 지경이었다.따라서 대부분 학생보다 더 윤택한 생활을 누렸다.이에 비해 양희지는 외모가 예쁘장한 것을 제외하고 딱히 특출난 점은 없었다.다시 말해서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였다.사실상 시골 출신의 양희지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대학을 다니는 내내 염무현이 뒷바라지해 주었다.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한 뒤 염무현은 오로지 자기 실력으로 한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았고 불과 몇 달 만에 손쉽게 첫 이익을 얻게 되었다.게다가 동창 중에서 처음으로 부모님의 도움 없이 집과 차를 사기도 했다.반면, 밑천도 인맥 관계도 썩 변변치 않은 양씨 가문이 대체 무슨 수로 단 몇 년 만에 성공을 거둬 억만장자가 되겠는가?따라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모두 염무현의 덕분이라고 여겼다.그런 상황에서 양희지가 왜 이혼하겠냐는 말이다.“이미 지나간 일을 꺼내봤자 뭐 하겠어?”염무현이 무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는 마음을 넓게 가졌다. 어차피 이혼한 마당에 남몰래 전처의 흠을 들춰낼 생각도 딱히 없었다.설령 양씨 가문이 수많은 잘못을 저질러 이혼하게 되었을지언정 마찬가지였다.또한 개인의 사생활을 남에게 알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다만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염무현이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아도 물고 늘어질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말은 누가 못해? 모르는 사람이 들었더라면 네가 아량이 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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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다시 말해서 양희지는 본인의 노력으로 차근차근 성공을 이룬 거야.”양소민이 맞장구를 쳤다.“이제 둘이 왜 이혼했는지 알겠어? 무책임한 쓰레기 같은 남자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남이 달성한 성과를 누리겠어? 나라도 이혼을 선택했을 거야. 이런 인간 말종을 상종할 이유가 없잖아.”이제 염무현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과 표정은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웃거나 심지어 조롱하고 경멸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대학교에 다닐 때 모든 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여자들의 관심과 남자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던 훈남이 이 지경까지 전락할 줄은 아무도 상상 못했다.박동하와 양소민은 이미 목적을 이루었다.그러나 누가 봐도 아직 양에 안 찼고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였으니까.“사실 이혼이 그렇게 큰일은 아니잖아. 우리 같은 사람에게 아주 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넘어지면 언제든지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지.”박동하는 일부러 관심하는 척 말했다.“참, 무현아, 여자친구랑 같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 어디 계시는데? 얼른 데려와서 소개 좀 해줘.”양소민이 서둘러 말했다.“자기야, 장난이 심하네. 능력도 없고 심지어 전과까지 있는 사람이 대체 무슨 수로 여자를 만나?”“글쎄, 모르는 일이지. 어쨌거나 무현은 지금 리버타운의 수십억이 넘는 별장에 살고 있잖아. 여자친구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지.”박동하가 또다시 충격적인 소식을 터뜨렸다.친구들은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 수십억이 되는 호화 주택에 일반인이 어찌 입주하겠는가?그런 면에서 염무현은 패배자이기는커녕 동창회에 참석한 그 누구보다도 잘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무현이가 집을 대신 봐주고 있지, 별장 주인은 아니라는 소문이 있던데?”양소민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그렇군!친구들은 다시 한번 실망한 나머지 부러움은 순식간에 경멸로 바뀌었다.“미소야, 너 학교 다닐 때 무현을 좋아했잖아.”양소민이 한 여학생을 향해 말했다.“이제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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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다 놀라고 말았다.입구에 서 있는 공혜리는 아우라를 풍기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블랙 원피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어깨 위에서 찰랑거리고 있는 긴 생머리와 크리스털 하이힐을 신은 가늘고 매끈한 두 다리까지 그야말로 완벽했다.또렷한 이목구비와 달콤한 미소, 심상찮은 분위기까지 더해져 여느 여배우보다도 외모가 출중했다.숨이 막힐 정도로 예뻤다!그 미모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공혜리가 나타나자마자 남자들은 두 눈이 반짝거렸고 여자들은 질투심을 느꼈다.사람들은 그녀가 누구를 찾으러 왔는지가 궁금했다.그중에서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아닌 눈이 휘둥그레진 박동하였다.박동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기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함 때문이었다.왠지 어느 고급 장소에서 만난 것 같았지만 도대체 어디서 만났는지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남자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이런 예쁜 여자친구를 차지한 행운아가 누구인지 궁금했다.“난 아니야. 난 전혀 모르는 사람이야.”“내 여자친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아쉽게도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이네.”“그러면 누구의 여자친구인 거야?”이들은 가장 인기 없고 못생긴 친구까지도 빠짐없이 물어보다 유일하게 염무현을 놓치고 말았다.이렇게 완벽한 여자가 염무현과 아는 사이라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다음 순간,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혜리 씨, 어떻게 오셨어요?”염무현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이 예쁜 여성분이 염무현과 아는 사이라고? 말도 안 돼! 이 와중에 염무현이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이럴 수가!’공혜리가 달콤한 미소를 짓자, 전체 방 안의 분위기가 화사해졌다.남자들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자기야, 화내지 마. 내가 잘못했어.”공혜리는 기다란 다리로 모델 워킹을 하면서 염무현의 곁으로 걸어와 팔짱을 끼면서 애교부렸다.“자기가 약속 시간을 어기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 거 알고 오늘 반 시간 전에 출발했단 말이야.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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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네! 앉으세요!”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에 있는 빈자리로 자리를 옮겼다.박동하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공혜리가 나타나는 바람에 모두 다 물거품으로 되어버리고 말았다.“저기요. 혹시 저희 어디서 만나지 않았어요?”볼수록 익숙해서 분명 서해에서 만났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공혜리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콧방귀를 꼈다.“모르겠는데요?”박동하는 고백해서 차인 사람처럼 얼굴이 화끈해졌다.양소민이 눈알을 굴리더니 대뜸 물었다.“자기야, 정말 어디서 만났던 거 맞아?”“맞아!”박동하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양소민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양소민은 박동하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사람이었다.‘어디서 만났겠어? 술집에서 만났겠지!’양소민은 염무현이 허세 좀 부려보려고 돈을 들여 공혜리를 고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저기요, 혹시 캐롤린과 블랑쉬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요?”이 두 곳은 모두 서해시에서 이름있는 유흥업소였다.“익숙한데요?”공혜리가 웃으면서 말했다.캐롤린과 블랑쉬 중의 한 곳은 공씨 가문의 사업이었고 한 곳은 진경태의 사업이었다.공규석이 진경태의 양아들일 정도로 두 가문이 가깝게 지내면서 사업주식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공혜리가 사업을 맡아 하는 동안 캐롤린에 직접 갔던 적도 있었다.얼마 전 친한 친구이자 양 할머니인 고서은이 직접 캐롤린 공연에 초대했던 적도 있었다.“거봐요. 들통났죠?”양소민이 갑자기 텃세를 부리기 시작했다.‘술집 여자인 주제에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예쁘면 뭐 해. 몸매가 좋으면 뭐 해. 남자들사이에서 놀아나는 주제에. 난 너보다 훨씬 나아. 최소한 유흥업소에서 거지처럼 구걸할 일은 없잖아?’“염무현이 연기하라고 시킨 거죠? 얼마나 줬어요?”양소민이 눈을 부릅뜨며 질문했다.박동하는 의문이 가득했다.“그게 무슨 뜻이야?”“자기야. 딱 보면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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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양희지의 시선은 공혜리에게 향하게 되었다.염무현이 이곳에 있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모양이다.바로 자신이 요구했던 대로기 때문이다.하지만 공혜리도 나타날 거라는 것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요 며칠 양희지는 여러 인맥을 통해 공혜리와 염무현이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공씨 가문에서 염무현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그가 공씨 가문을 도와줬기 때문이다.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줬는지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그 둘이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그런데 같이 동창회에 참석하는 것도 모자라 무현이 옆자리에 앉은 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희지야, 너 이 분 알아?”양소민은 눈을 반짝거리면서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양희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지!”양소민은 양희지가 직접 사실을 밝혀내면 더욱 설득력 있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양소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러면 어떤 사람인지 빨리 말해 봐. 애들한테 알려줘야지.”양소민은 이미 공혜리를 짓밟을 준비를 마쳤다.‘염무현을 도와줘? 내가 아주 창피를 당하게 해주지.’공혜리는 적개심을 품고 양희지를 쳐다보았다.지난번 석연고 사건에서도 양희지를 봐줄 생각이 없었지만 염무현을 봐서 합작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공씨 가문에서도 더는 YH 그룹을 특별히 봐주지 않고 공평하게 대하기로 했다.양희지도 달라진 대우를 느낄 수가 있었다.비록 자신이 빚은 결과였지만 공혜리한테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었다.양희지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이분은 바로 SJ 그룹 공혜리 회장님이셔.”“뭐라고?”양소민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왜 내가 예상했던 거와 다르지?’“확실한 거 맞아?”“그럼. 비즈니스도 함께한 사이야.”양소민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공혜리에게 삿대질하면서 큰소리로 질문했다.“잘 봐봐. 어느 유흥업소 아가씨가 아니고?”짝!양소민은 뺨을 맞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미쳤어? 지금 뭐 하는 거야!”양소민은 억울한지 얼굴을 부여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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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양희지는 공혜리한테 잘 보이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재력을 보든, 사회적 지위, 경험을 보든 공혜리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양희지가 유일하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미모였지만 공혜리는 더 젊고 아직 시집도 가지 않은 처녀의 몸이었다.아무리 봐도 공혜리의 상대가 아니었다.사람을 보는 안목에서도 공혜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정도였다.염무현을 대하는 태도를 봐도 한참 모자랐다.양희지 눈에는 염무현이 아무 쓸모도 없는 병신이었지만 공혜리는 그런 그를 보물처럼 대했다.결과를 보면 공혜리가 맞았다.이때 한 남학생이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버벅거렸다.“서해시 제1 미녀 회장이 염무현 여자친구였다니! 설마 그래서 양 얼짱이랑 이혼했던 거야?”제1 미녀 회장이 제1 미녀 대표의 결혼생활에 훼방 놓다?동창생들은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막장 드라마를 상상하면서 서로 쳐다볼 뿐이었다.“제가 무현 씨를 만났을 때는 이미 이혼한 상태였습니다.”공혜리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래서 양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요. 양 대표님께서 이렇게 좋은 남자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저한테 기회가 왔을까요?”공혜리는 일부러 소유권을 주장하듯이 염무현의 팔짱을 꼈다.반박할 수가 없는 양희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질투심이 타올랐다.그녀가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염무현과 재혼하려던 것이었다.굳이 동창회에서 이러려는 목적은 바로 염무현이 분위기를 이기지 못해 등 떠밀려 재혼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양희지는 염무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성이 착해서 자기 체면을 꼭 세워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그가 체면 때문에 억지로 대답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염무현이 흔쾌히 재혼을 받아들일 거라는 자신이 있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공혜리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특히나 공혜리가 하는 행동 때문에 침착할 수가 없었다.결국 공혜리의 거짓말을 들춰내기로 했다.‘감히 본처 앞에서 여자친구인 척 연기해? 건방지긴!’“작은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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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뭐라고?”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염무현과 양희지의 이혼 소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학찰 시절, 이 둘은 그야말로 선남선녀에 가장 먼저 결혼한 한 쌍이기도 했다.그런데 갑자기 이혼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깜짝 놀랐다.박동하와 양소민이 설명해 줘서야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했다.염무현이 잘못이라면 예전에 너무나 잘나갔던 것이 잘못이었다.예전에는 염무현을 질투하고 부러워했던 염무현보다도 못한 녀석들이 지금은 그가 감옥생활을 마치고 이혼까지 당했다고 해서 속으로 깨 고소했다.‘공부를 잘했으면 뭐 해? 잘생기면 뭐 해? 우리보다도 못한 전과자인 주제에 이미 인생을 망친 것 같은데.’하지만 이들이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공혜리가 나타나 모든 것을 깨버리고 말았다.이렇게 보면 운명은 타고난 것이다.이혼했으면 뭐?더 훌륭하고, 더 착하고, 더 예쁜 마누라를 얻으면 되지.이들은 왜 하느님이 미인을 염무현한테만 주는지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양희지가 나타나면서 전 부인과 현 여자친구 사이에 살벌한 신경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양희지가 먼저 염무현에게 사과하면서 용서 빌 줄은 몰랐다.그것도 모자라 먼저 주동적으로 재혼하자고 하다니!박동하는 어안이 벙벙했다.양희지를 초대한 이유는 그녀의 입을 빌어 염무현이 얼마나 실패한 사람인지, 얼마나 쓸모없는 사람인지 알리고 싶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랐다!공혜리는 염무현이 마음이 약해질까 봐 불안했다.그동안 염무현과 알고 지내면서 그가 정도 많고 책임감이 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비록 여자친구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결국엔 가짜 여자친구였다.공혜리는 염무현의 결정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염무현이 양희지를 용서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양희지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한순간, 공혜리는 속이 타들어 갔다.염무현은 양희지의 부드러운 공격에도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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