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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231 - 챕터 240

1186 챕터

제231화

박민정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해서였을까? 유남준은 결국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길고 길었던 비가 드디어 그치고 휘영청 밝은 달이 하늘에 걸렸다.유남준은 박민정이 안내하는 대로 연못에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연못은 어느새 인공 호수가 되어 있었고 주위는 큰 공원으로 변해 있었다.지금 시간대는 다행히 사람이 없었고 박민정은 외투를 걸치고 차에서 내렸다. 아직 겨울이 온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껴입었다.유남준이 그녀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여기야?”“네, 변화가 크네요.”유남준은 이곳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어릴 적 박씨 저택에 몇 번 찾아온 적은 있지만, 뒷산까지 온 적은 없었고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곳에 연못이 있었다는 것도 모른다.박민정은 나무다리 위 한가운데 서서 달을 바라보았다. 이러고 있으니, 마치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그때 두 사람은 함께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박민정의 당시 소원은 유남준과 결혼하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소원은 이룬 셈이다.유남준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다리 위 여인의 얼굴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달빛이 드리워진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단아하고 예뻤으며 자연과 어우러져 예쁜 풍경화 같기도 했다.그때 박민정이 그를 향해 외쳤다.“왜 안 와요?”유남준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서는 그녀의 두 손을 움켜쥐었다.“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박민정은 예쁘게 웃으며 답했다.“손이 차면 마음은 따뜻하다잖아요.”이 어린아이 같은 말은 유남준이 어릴 때 그녀에게 해줬던 말이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 말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그저 그녀가 춥지 않도록 꼭 끌어안을 뿐이었다.“딱 1분 줄게. 1분 뒤에 집으로 돌아가자.”“정말 이러고 끝이에요?”박민정은 유남준이 어릴 때 일을 조금이라도 떠올리기를 바랐다. 아주 작은 기억이라도 좋으니...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아무것도 기억해 내지 못했다.그는 어릴 적 이곳에서 두 사람이 같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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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박민정은 결국 최현아에게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조언대로 멍청하게 고영란을 찾아가지도 않았다.방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연지석이 보낸 문자가 와 있었다.[문자 보면 나한테 연락 줘.]박민정이 바로 전화를 걸자 금세 통화가 연결되었다.“요즘 어때?”“윤우가 있는 곳 지도를 얻었어. 다음번에 윤우 만나러 갈 때 몰래 데리고 나올 생각이야.”“시간 정해지면 얘기해줘. 너 혼자 하는 건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연지석이 이러는 건 아마 그녀 혼자 윤우를 데리고 나오다가 잡힐 것을 염려해서 일 것이다.“걱정하지 마. 윤우 데리고 나오면 너부터 찾아갈게.”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 과정에서 유남준과 연지석의 충돌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 그녀의 도망을 도운 연지석에서 유남준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르는 노릇이니까.“응, 알겠어.”연지석은 잠시 뜸을 들이다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전에 네가 부탁한 일, 성공했어. 임수호는 이제 이지원이 어떤 여자인지 확실히 알아. 그러니까 임수호를 시켜 유남준에게 진실을 알려도 되고 이지원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도 돼.”솔직히 임수호가 몇 번이나 이곳에서 도망쳐 이지원을 찾으러 가려 했을 때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어제는 실제로 도망에 성공을 해버렸으니 말이다.하지만 병원에 있는 이지원을 찾아갔을 때 임수호는 미친놈 취급을 당하며 쫓겨났다.마지막까지 그녀를 믿었던 결과가 이것이니 충격이 컸을 것이다.하여 이지원이 원하는 게 자신의 죽음이라면 똑같이 되돌려 주겠다는 게 임수호가 내린 결론이었다.박민정이 생각에 빠져있을 때 또 다른 휴대폰의 알림이 울렸다.“잠시만.”연지석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대폰을 확인하자 마침 그건 이지원이 보낸 문자였다.그녀가 보낸 사진을 보니 거기에는 아티스트 트로피를 들고 있는 이지원이 있었고 그 뒤에는 유남준도 서 있었다.‘오늘 볼일이 있다고 했던 게 이지원을 만나기 위한 일이었나 보네.’이지원은 사진을 보낸 후 메시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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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이지원이 이런 말을 꺼낸 건 유남준이 질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함도 있고 실제로 다른 사람을 만날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이곳 진주에는 권력도 있고 돈도 있는 남자들이 많이 있다.그녀의 외모와 지금 연예계에서의 지위라면 부자한테 시집가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언제까지고 유남준에게 목매달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니까.“그래.”유남준은 얼굴색 하나 변치 않은 채 차에 올라탔다.이지원은 눈앞에서 사라진 차량을 보며 강렬한 모멸감이 들었다.그때 뒤에서 하예솔이 하이힐 소리를 내며 다가와 물었다.“어떻게 됐어? 남준 씨가 뭐래?”이지원은 잔뜩 가라앉은 얼굴로 거짓말했다.“아무 말도 안 했어. 내가 그런 말 해서 화났나 봐.”“아직 너한테 마음이 있는 건 맞나 보네. 그 귀머거리만 돌아오지 않았어도 진작에 너와 결혼했을 텐데.”박민정이 사라진 4, 5년 동안 유남준은 이지원과 결혼할 생각 따위 없었다.“오빠와 내가 결혼하는 일은 없을 거야. 오빠는 나 같은 고아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니까.”이지원의 눈에는 실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하예솔도 똑같은 생각이다. 유남준이 이지원에게 잘해주는 건 맞지만 여태 결혼하지 않은 건 어쩌면 정말 신분 차이일지도 모르니까.“지원아, 그런 생각하지마. 아무도 너 그렇게 생각 안 해. 우리는 부모들 덕에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거지만 너는 네 실력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거잖아. 너는 대단한 사람이야. 남준 씨와 결혼을 못 하면 또 어때? 너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천지인데.”하예솔의 위로에 이지원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잘 빠진 링컨 한 대가 두 사람 앞에 멈춰 섰고 차창이 내려가자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나는 남자친구가 데리러 와서 이만 가볼게, 안녕.”하예솔은 환하게 웃으며 차량으로 다가갔다.이지원은 친구가 차에 올라타는 것을 빤히 바라보더니 옆에 서 있는 매니저를 향해 물었다.“방금 본 예솔이 남자친구, 누군지 알아?”“권씨 가문 셋째 도련님인 권진하 씨네요.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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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정림원.박민정은 박윤우와 단둘이 마당을 거닐며 지도에 그려진 CCTV와 실제 CCTV 위치를 비교했다.그러고는 사람 없는 곳으로 가 박윤우와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윤우야, 엄마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응, 뭐야?”“며칠 뒤에 엄마가 윤우 데리러 다시 여기로 올 거야. 엄마가 오기 전까지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 줄래?”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렇게 할게.”박민정은 웃으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그리고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누구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자, 손가락 걸고 약속.”두 사람은 서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아이가 아직 어려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이 집에서 나가는 당일 무슨 변수라도 생기면 안 되기에 미리 얘기해주기로 했다.박윤우는 그런 그녀의 걱정을 눈치챈 듯 큰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그녀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엄마, 아저씨가 나 이곳으로 데려온 거 돈 때문이지? 나 다 알아.”박민정은 그 말에 조금 어안이 벙벙하긴 했지만, 굳이 제대로 정정해주지는 않았다.“응, 그러니까 윤우는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어야 해.”“걱정하지 마, 엄마!”박윤우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슴을 치며 말했다.그때 박민정이 품에서 미니 통신 기기를 꺼내더니 아이의 옷 속에 넣어주었다.“윤우야, 엄마가 이거로 연락할 때까지 절대 다른 사람한테 이걸 들키면 안 돼. 할 수 있겠어?”“응, 할 수 있어.”곧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자 박민정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박윤우를 꼭 껴안아 주었다.한편 유남준은 2층에서 두 모자의 모습을 지켜보며 꽤 복잡한 얼굴을 했다.그때 서다희가 문을 열고 들어와 보고했다.“대표님, 방금 법무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양도 절차 다 마쳤다고 합니다.”유남준이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그래.”“박민정 씨한테는 지금 얘기할까요?.”서다희의 질문에 다시 모자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는 누구도 없었다.유남준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현관문을 향해 달렸다. 그렇게 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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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그 말에 당황한 건 오히려 유남준 쪽이었다.“네가 원했던 거 이거 아니었어?”그녀가 사라졌다가 굳이 귀국한 이유는 이것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박민정이 아직 어안이 벙벙해 있을 때 유남준이 다시 말을 이었다.“네가 뭣 때문에 몇 년 동안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이쯤 했으면 풀릴 때도 됐잖아. 그러니까 거기에 사인하고 다시 시작하자, 우리.”박민정은 그의 말이 너무나도 우습게 들려왔다.그녀가 했던 행동들이 고작 화가 나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유남준은 박씨 가문의 자산을 돌려주기만 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 줄 알고 있는 듯하다.박민정은 계약서를 다시 집어 들더니 문서 세단기 쪽으로 가 서류를 넣어버렸다. 그리고 잘게 잘린 종이들을 보며 말했다.“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한테 새로운 시작은 없어요. 나는 당신과 함께할 생각이 없으니까.”한번 포기한 남자를 다시 좋아하는 척하는 것도 이제는 힘이 들었다. 지금은 그저 윤이를 데리고 한시라도 빨리 진주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한편, 서다희는 그녀의 행동에 경악하더니 눈치껏 사무실을 나가버렸다.유남준은 박씨 가문을 돌려주면 기뻐하며 좋아할 줄 알았던 그녀에게서 예상외의 반응을 보게 되자 곧바로 눈빛이 차가워졌다.“다시 한번 말해 봐.”“몇 번을 말해도 똑같아요. 우리한테 남은 시간은 이제 11일뿐이에요. 당신은 11일이 지나면 나와 했던 약속을 지켜주기만 하면 돼요.”박민정과 박윤우를 보내주겠다고 한 건 유남준이었다.“하, 그래.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이지?”유남준은 한 걸음 한 걸음 박민정에게 다가가더니 천천히 그녀를 구석에 몰아넣고 단숨에 안아 들었다.“그래, 우리한테는 아직 11일이 있지. 그리고 나는 그동안 계속 부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거고.”박민정은 갑자기 몸이 공중에 들리자 깜짝 놀라 그를 꽉 끌어안았다.그때 커튼이 전부 쳐지고 사무실 안이 어두워졌다. 유남준이 무슨 생각인지 어리둥절하던 그녀는 곧바로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 힘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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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유남준은 손에 들린 담배를 꺼버렸다.울고불고하면서 예전처럼 따귀라도 때릴 줄 알았지만, 그녀는 예상외로 평온했다.“나 나갔다 올게요.”토를 얼마나 세게 한 것인지 그녀의 목은 심하게 잠겨있었다.박민정은 유남준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그렇게 사무실을 나가버렸다.회사를 나서자 문득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날씨는 갑자기 우중충해졌고 어느샌가 비도 내렸다. 박민정은 비를 피하지 않았고 그저 멍하니 앞만 바라봤다.그리고 이 모든 장면을 다 지켜보던 누군가는 차 안에서 걱정된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차 세워.”“네.”차량이 멈춰서고 연지석이 외투와 우산을 들고 내렸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박민정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박민정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연지석이 그녀에게 외투를 건넸다.“옷 입어.”쫄딱 젖은 박민정은 순순히 그에게서 외투를 건네받았다.“고마워. 그런데 네가 여기 왜 있어?”차마 그녀를 찾으러 왔다는 얘기를 할 수 없었던 연지석은 피식 웃으며 거짓말을 했다.“이 근처에서 거래처 미팅을 마치고 나왔다가 너 보고 달려왔지.”“미팅은 잘 끝냈어?”“물론이지.”연지석이 부드럽게 웃었다.“같이 밥이라도 먹으러 갈래?”박민정이 고개를 저었다.“유남준이 나한테 경호원을 붙였을 거야. 우리가 함께 식사한 걸 알면 화낼 거고.”연지석은 목구멍 쪽이 쓰게 느껴졌다.“민정아, 나 못 믿어?”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연지석이 말을 이었다.“나 유남준 안 무서워. 네 계획도 성공했고 우리는 이제 떠나는 일만 남았어. 그러니까 너도 필요 이상으로 그 남자 눈치 안 봐도 돼.”그의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박민정은 연지석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다. 또한, 그가 유남준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그저 고작 친구일 뿐인 사이에 그에게 너무 많은 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할 뿐이다.연지석은 박민정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지금 어떤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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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두 사람은 걸어서 근처 한식집에 도착했다.박민정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경호원이 유남준에게 어떻게 보고를 하든 더는 두렵지 않았다. 연지석과는 떳떳한 사이니까.한편, 유남준은 경호원이 보내온 사진을 확인하고는 눈에 분노가 피어올랐다.“어딜 가나 했더니 데이트하러 간 거야?”가슴이 미치도록 답답했지만 이게 무엇 때문인지는 알지 못했다.그때, 고영란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연결이 되자 곧바로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남준아, 방금 LA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곧 깨어나게 될 지도 모른대!”유남준은 핸드폰을 꽉 쥐더니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알겠어요.”...한식집.박민정은 맛있게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도 입맛이 돌지 않았다.그게 유남준 때문인지 아니면 드디어 임신한 건지 아직은 감이 서지 않았다. 병원에서 검사하거나 직접 테스트기를 사서 확인해 볼 수는 없으니 검사는 출국한 뒤로 미뤄야 한다.“유남우에 관해 알아보긴 했는데 유남준의 쌍둥이 동생이라는 정보 외에는 알려진 게 없어.”“그럼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거야?”박민정이 묻자 연지석이 고개를 저었다.“찾으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몰라.”유씨 가문은 유남우의 정보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박민정이 해외에서 신분을 감췄을 때보다 더.“그런데 유남우는 왜 조사해 달라고 한 거야?”박민정이 들고 있던 젓가락을 꽉 쥐며 답했다.“내가 뭔가를 착각한 것 같아서.”연지석은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별거 아니야. 그리고 어차피 이제 떠날 건데 뭐. 찾는 거 그만해도 돼.”이렇게 말을 하니 연지석은 유남우라는 사람이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박민정은 화제를 돌리며 최근 윤이를 만났고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얘기해주기 시작했다.분명히 웃으며 얘기하고 있었지만, 박민정은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나 5일 뒤에 윤이 데리고 떠날 거야.”“왜 하필 5일 뒤야?”“유남준하고 약속한 게 있어, 한 달 뒤면 나와 윤이를 보내주기로. 이제 11일 남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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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유남준은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었다.박민정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리더니 그를 향해 외쳤다.“나쁜 놈!”유남준이 웃었다.“그 나쁜 놈을 좋아했던 건 너고.”그의 몸에서는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아마 술에 취해 이런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 게 틀림없다.“주정뱅이하고 대화할 생각 없으니까 당장 이거 놔요.”“안 놔. 아니, 못 놔.”유남준은 그녀를 자신의 품속으로 더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내가 너를 놓으면 너는 바로 연지석 그 자식하고 도망갈 거잖아. 내 말이 틀려?”박민정이 계속 발버둥 쳐봐도 유남준은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고 계속 추궁해왔다.“왜 날 배신했어? 날 평생 사랑하겠다고 한 건 너였어. 그런데 왜 약속 안 지켜? 내가 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내 아들인 줄 알았어!!”유남준은 술에 취해 그간의 설움을 다 토해냈다.“하지만 자기 아빠는 연지석 그 자식이래. 우리 아이가 하늘나라로 간지 얼마나 됐다고 금세 다른 놈 애를 배?!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잔인한 짓을 할 수 있어!”박민정은 그의 추궁에 입을 꾹 닫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제 말해 봐. 대체 누가 나쁜지.”유남준은 박민정의 턱을 부여잡고는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박민정은 그의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 때문에 또 한 번 메슥거리기 시작했다.“지금 당장 이손 놓는 게 좋을 거예요.”그녀는 손톱으로 손을 꾹 짓누르며 토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그러기 싫다면?”유남준은 술에 취해 박민정의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그때 그녀의 입에서 ‘우웩.’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유남준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버렸다.박민정은 이때다 싶어 그를 밀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이 익숙한 느낌은 아마 임신이 맞을 것이다.쾅!급하게 들어오느라 화장실 문을 닫지 못하자 유남준이 따라 들어왔다.그는 조금 정신을 차린 얼굴로 더러워진 옷을 벗어 던지더니 그녀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나와 있는 게 역겨울 정도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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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다음날 점심.유남준은 두통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다 옆에 박민정이 없는 것을 보고는 바로 침실을 뛰쳐나갔다.박민정은 그 시각 아래층에서 한창 곡을 쓰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헐레벌떡 뛰어오는 남자를 바라봤다. 유남준은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고 아래에는 주름이 가득 간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머리는 까치집이 되어 있었다.‘이미지 관리는 이제 포기한 모양이지?’예전에 그는 상반신은 물론이고 팔조차 드러내지 않고 다녔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치 노출증 환자처럼 아무렇지 않게 몸을 드러내며 그녀 앞에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박민정은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유남준은 그녀가 아직 있다는 것에 안도하더니 서둘러 샤워실로 향했다. 어젯밤 술을 마신 것에 더해 박민정이 토까지 해 놓은 탓에 한시라도 빨리 씻고 싶었다.반 시간 뒤, 샤워를 마치고 나와 휴대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전화가 몇십 통이 와 있었다. 모두 서다희가 건 것이었다.“무슨 일이야?”유남준이 전화를 걸어 묻자 서다희가 난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대표님, 저번에 돈을 빼갔던 놈이 이번에 또 1조 5천8백만이라는 돈을 빼갔습니다.”유남준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주소는?”“주소가 특정되기는 했는데 그게...”서다희가 뜸을 들였다.“뭔데?”“주소가 정림원으로 나옵니다.”이건 그를 농락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유남준은 싸늘해진 얼굴로 얘기했다.“기술팀 물갈이 좀 해야겠네.”처음에 계좌를 털렸을 당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건 돈을 빼돌린 사람을 직접 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남준의 것을 건드리면 고작 감방이라는 가벼운 처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으니까.하지만 이게 웬걸, 또 한 방 먹고 말았다.“무슨 수를 써서든 3일 내로 범인 잡아 와.”“네, 알겠습니다.”정림원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니 범인의 얼굴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유치원.박예찬은 코가 간지러워 재채기를 힘껏 했다.그러다 우연히 창문 밖을 바라보았는데 거기에는 유치원 원장과 김인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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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조하랑은 바로 박예찬의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선생님, 안녕하세요.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예찬이 좀 바꿔주실 수 있으세요?”“예찬이 어머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예찬이는 아까 아버님께서 오셔서 데려가셨는데...”‘아버님? 설마... 유남준? 아니야, 아니야. 유남준은 예찬이가 자기 자식인 것도 모르잖아. 그럼 혹시...’“여보세요? 예찬이 어머니, 들리세요?”“우리 아들을 아무한테나 데려가게 내버려 두시면 어떻게 해요! 그게 나쁜 사람이면 선생님이 책임 지실 거예요? 데려간 사람 얼굴은 기억해요?”조하랑은 휴대폰에 대고 씩씩거리며 외쳤다.만약 이대로 예찬이를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박민정을 볼 낯이 없게 된다. 친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과도 같은 존재가 아이들인데 만약 예찬이가 사라진 것을 알기라도 하면...조하랑은 아까 같이 버려진 자신의 개인 물품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지 황급히 택시에 올라타 국제 유치원으로 향했다.한편 담임은 어안이 벙벙했다.“아이 아버님 얼굴을 모르세요?”그러자 조하랑이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저와 예찬이 아빠 하룻밤 실수로 만난 거라 얼굴 못 봤어요. 왜요?!”아이들 담임이라는 사람이 고작 아버지라는 한마디에 홀라당 아이를 보내다니, 너무 무책임한 선생이 아닌가!담임은 그녀를 애써 진정시키며 해명했다.“예찬이 어머님, 일단 진정하세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원장님이 데려온 거라... 그래도 얼굴을 확실히 봤어요. 190이 넘는 키에 잘생긴 얼굴이었어요. 그리고 성은 김 씨라고 했고요.”담임은 아까 본 그대로 묘사했다.김씨 성을 가지고 아이에게 볼일이 있는 남자라면 김인우 말고 또 누가 있을까.조하랑은 담임과의 전화를 끊고 바로 김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조하랑의 손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이 자식이 설마 나 차단한 거 아니야? 우리 예찬이 어떡하지....”...해운 별장.김인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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