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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891 - 챕터 900

1272 챕터

제891화

이엘리아는 부승민이 믿지 앉자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페이가 원해 사릴 스튜디오에서 일한 거 알죠? 제가 그 스튜디오에서 촬영했었거든요. 그때 페이가 제 목걸이를 훔쳐서 사릴 스튜디오에서 해고당했어요. 못 믿겠으면 스튜디오 사장님께 직접 물어보셔도 돼요.”부승민은 말없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그날 레스토랑에서 승민 씨가 페이랑 같이 있는 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전 페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거든요. 그 여자는 돈을 노리고 지금 승민 씨를 이용하는 거라니까요? 절대 속으면 안 돼요.”이엘리아가 했던 말 중에 부승민이 믿을 수 있는 건 한마디도 없었고 그는 자기보다 온하랑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늘 자부했다.부승민은 비웃었다.“도와준다는 게 이거였어요? 그럼 페이가 전재산을 기부해서 재단 설립한 건 알아요?”여전히 온하랑을 굳게 믿는 부승민의 모습에 이엘리아는 마음이 초조해졌다.“솔직히 페이가 갖고 있는 재산 전부 어르신이 물려줬잖아요. 원래 자기 것도 아닌데 기부해서 명성을 얻고 신임을 얻는 게 수지에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재단 설립과 BX 그룹의 사모님 자리. 둘 중 뭐가 더 중요한 건지도 모르고 있잖아요.”부선월은 온하랑이 했던 모든 일을 그녀에게 말해줬다.하여 이엘리아는 온하랑이 음모를 꾸미는 데 능숙할 뿐만 아니라 여우처럼 교활한 면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편견을 바로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이를 본 부승민은 더 이상 그녀와 쓸데없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지 싸늘하게 경고하고선 곧장 자리를 떴다.“어떤 사람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괜히 절 돕는다는 핑계로 그 여자를 해치면 이엘리아 씨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물론 삼촌이 나선다 해도 소용없어요.”부승민은 시테니행 비행기에서 이엘리아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때까지 이엘리아는 부승민의 신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반응이었다.그리고 얼마 전 필라시에서 또 만나게 되었는데, 아마 그때쯤 부승민의 신분을 알게 되었고 온하랑과의 관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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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이엘리아는 두 눈이 반짝였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부승민은 본가에 잠시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부시아를 향해 손짓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김정숙에게 인사를 건넸다.“할머니, 전 시아랑 이만 가볼게요. 연락할 테니까 나중에 또 찾아뵐게요.”김정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시아랑 가서 즐거운 시간 보내.”말이 끝나자마자 이엘리아도 자리에서 일어섰다.“시아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올 때 빈손으로 왔어요. 선물도 못 줬는데 이참에 같이 쇼핑하러 가요. 시아야, 이모가 다 사줄 테니까 마음껏 골라.”“이엘리아 씨, 마음은 정말 고마운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부승민은 경고의 눈빛으로 이엘리아를 바라봤다.순간 압도되는 눈빛에 겁을 먹은 이엘리아는 입만 벙끗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부승민은 부시아와 함께 시내 중심가에 있는 대형 쇼핑몰로 향했고 마침 지하 1층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만한 놀이터가 있었다.줄곧 애어른 같던 부시아도 놀이터에 오자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아담하고 왜소한 체구와 달리 어찌나 체력이 좋은지 한 시간 동안 쉬지않고 놀았다.놀다가 지치자 부승민은 부시아를 데리고 쇼핑몰 3층에 있는 밀크티 가게로 가서 밀크티 한 잔을 시켰다.밀크티 가게는 장사가 아주 잘되어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이 어린 여학생들인데 그들은 곁눈질로 부승민의 쳐다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심지어 젊은 여자 일행도 부승민을 보고선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저기 좀 봐봐. 저 남자 엄청 잘생겼어.”옆에 있던 친구도 부승민을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딸이랑 같이 온 거 아니야? 아쉽네. 솔로였으면 바로 번호를 따는 건데.”“미쳤다. 잘생긴 데다가 심지어 가정적이야. 자기가 왕인 줄 알고 이것저것 지적질하는 내 남자 친구와 아예 딴판이네.”얼마 지나지 않아 알바생이 번호를 불렀고 부승민은 걸어가 밀크티를 가져오고선 빨대를 꽂아 부시아 앞에 놓았다.부시아는 토실토실한 손으로 컵을 안고선 벌컥벌컥 밀크티를 마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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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아직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한 이엘리아는 고개를 돌려 부승민을 바라봤고 그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부승민의 시선을 따라가자 어떠한 젊은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는데 곧바로 코너를 도는 바람에 누구인지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부승민은 그에야 시선을 거두며 이엘리아를 바라봤다.“선물 살 돈은 충분히 있으니까 앞으로 다시는 저랑 시아앞에 나타나지 말아 주세요.”이렇게 대놓고 거절당하는 게 처음이었던 이엘리아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제가 뭐 승민 씨를 만나러 온 줄 아세요? 사모님이 어르신과 시아를 봐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면 절대 찾아오지 않았을 거예요. 호의를 베풀고도 이런 모욕을 받다니 정말 어이가 없네요.”“그래서요? 도대체 언제 갈 건데요?”이엘리아는 부승민을 째려보더니 팔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떠났다.처음에는 부승민도 망설였다. 부시아가 걱정되어 화장실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하려는 마음이 보였으나 방금 그 지나간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선 태도가 돌변했다. 심지어 언제 가냐며 내쫓기까지 했다.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였을까?분명히 서로를 알고 있는 눈치였는데 둘은 한마디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온하랑이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수요일이었다.지난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스케줄대로 모든 신상 의류 촬영을 마쳤으나 모델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어 토요일에야 촬영을 마쳤다.이제 남은 건 편집이다.한때 의류 브랜드를 관리했던 온하랑은 의류 광고는 많은 수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의상핏과 모델 착용 사진은 오로지 구매자에게 참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기에 몸매 좋고 비율 좋은 모델을 구하면 어떻게 입히든 옷 자체가 완벽하게 비춰진다. 하지만 현실에는 모델 피지컬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극소수인 만큼 수정이나 보정을 많이하면 실물과의 편차가 생기니 최대한 안 하는 게 좋다.온하랑은 아주 간단한 수정을 거친 후 광고 담당자에게 압축 파일을 전달했다.그러나 담당자는 계속하여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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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온하랑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연락은 물론 화해까지 했고 곧 귀국 할 예정이다.비행기 티켓을 끊고 김시연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려 했으나 뜻밖에도 김시연이 먼저 연락했다.[왜?]온하랑이 물었다.[오늘 우연히 마주쳤거든. 어떤 여자랑 같이 쇼핑몰에 있던데?]이 메시지를 본 온하랑의 첫 반응은 ‘잘못 봤나?’였다.김시연은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뭐라고? 넌 진짜 구제 불능이네. 미쳤니? 내가 잘못 봤으면 그걸 너한테 말하겠냐?]곧바로 김시연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사진 속의 부승민은 어떤 여자와 마주 보고 있었고 둘은 매우 잘 어울리는 커플 같았다.김시연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설마 승민 씨 친구인가?’사진을 확대한 온하랑은 이 여자가 왠지 낯익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온하랑은 순간 머릿속에 뭔가가 번뜩인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여자 이엘리아잖아? 언제 귀국한 거지? 왜 승민이랑 같이 있는 거야?’온하랑은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일어난 이 모든 일이 단지 위약금을 받으려고 놓은 덫이 아니라 일부러 귀국을 지연시켜 시간을 끌려는 작전인 것을.부승민 이 여우 같은 남자는 이제 며칠 됐다고 또 말썽을 피웠다.김시연이 곧이어 메시지를 보내왔다.[거봐, 내 말이 맞지? 잘못 봤을 리가 없다니까.]온하랑은 꼬리는 낮췄다.[그러네, 역시 우리 시연이가 최고야. 하긴 네가 이런 일을 함부로 말할 그런 사람이 아니지. 지금 당장 승민이한테 따져야겠어. 똑바로 설명 못 하는 순간 완전히 끝이야.][응? 잠깐만.][왜?][승민 씨는 나랑 눈이 마주쳤어. 네가 지금 따지러 가면 무조건 내가 이른 게 티 나잖아. 복수하면 어떡하지?][그럴 사람이 아니야. 만에 하나 복수를 한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온하랑은 부승민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고 아무리 기분이 나쁘다고 한들 그걸 김시연에게 화풀이할 소인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민지훈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확신을 했지만 그때 이성을 잃고 제정신이 아니었던 부승민을 떠올리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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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어떤 목적이든 절대 못 하게 할 거야.”확신에 차서 단호하게 말하는 부승민의 모습에 온하랑은 웃음이 터졌다.“눈치가 아주 빠르네.”부승민은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랑아, 너 이엘리아 씨랑 아는 사이지?”그의 말투에는 침착함에 배어 있었다.온하랑은 부인하지 않았다.“반응을 보니까 내 얘기가 나왔나 보네? 뭐라고 하던데?”“뭐라고 하든 난 죽어도 안 믿어.”온하랑은 흥미로운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사람이 완전히 바뀌었네. 아주 몰라보겠어.”부승민은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언제 올 거야?”“곧.”귀국하기 전 온하랑은 벨라와 진도원을 초대해 함께 식사하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아침 8시 20분, 서수현은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자리에 놓인 우유 한 팩을 발견했다. 옆에는 도시락이 놓여 있었는데 열어보니 안에는 만두 5개, 김말이 5개, 딤섬 2개가 들어있었고 따로 놓인 종이컵에는 삶은 계란이 들어있었다.서수현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더니 무의식적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민지훈을 바라봤다.민지훈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고 서수현은 재빨리 시선을 거두었다. 그 후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민지훈과의 카톡 대화창을 찾고선 폭풍 타자를 했다.[이따가 아침을 탕비실에 놓을 테니까 직접 가져가요.]회사는 사내 연애를 허용하지 않았다.서수현과 민지훈은 같은 부서에 있었지만 서로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달라 일적으로 대화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러기에 갑자기 아침을 챙겨준다면 다른 사람들이 무조건 둘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수군거릴 것이다.민지훈도 생각이 있는지라 사무실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는 아주 이른 시간에 아침을 그녀의 자리에 올려놓았다.동료들에게 들킨다면 어물쩍 넘길 수 있지만 행여나 누군가 상사에게 고자질할까 봐 걱정이었다.민지훈은 답장했다.[수현 씨 주려고 챙겨온 거니까 그냥 먹어요.][전 이미 아침을 먹었어요. 그리고 앞으로 이런 행동은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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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서수현이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나한테 물어보면 난 누구한테 물어보라는 거지?서수현은 일부러 아이의 달수를 한 달 줄여 말했다.“그 일이 있은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벌써 남자친구를 사귀었다고요? 아뇨. 저는 못 믿겠으니 그 남자더러 나와보라고 하세요.”“...”서수현이 극구 부인했지만 민지훈은 여전히 그녀의 배 속의 아이가 자기 것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매일 그녀에게 아침과 점심을 가져다주기까지 했다.특히 점심은 배달을 자주 먹는 것은 건강과 아이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말하며 더욱 신경 써 챙겨주었다. 민지훈은 그녀가 아이를 남기기로 선택한 이상 반드시 그녀와 함께 양육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였고 서수현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아이는 확실히 그날 밤에 임신한 것이 맞다.하지만 그녀는 결코 진실을 말하여 부승민을 팔아버릴 순 없다.그렇지 않으면 매우 비참하게 죽어버릴지도 모른다.진실을 말할 수 없으니 서수현도 민지훈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 되었다.그래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생겨버렸고 서수현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컴퓨터를 켜고 몇 분 동안 자리에 앉아 있다가 테이블 위의 아침을 들고 탕비실로 향했다.그녀가 아침 식사를 탁자 위에 놓고 막 떠나려 할 때 민지훈이 걸어 들어왔다.“마침 잘 왔네요. 여기 아침 식사 좀 챙겨가세요. 전 이미 아침을 먹었으니 앞으로도 챙겨오지 마시고요.”“서수현 씨, 우리 결혼해요.”민지훈이 불쑥 말을 꺼냈다.그러자 서수현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더듬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우리가 결혼하면 아이가 태어나도 완전한 가정이 있잖아요...”멀지 않은 곳, 복도 끝에 서 있던 부현승은 탕비실에서 서로를 잡아당기며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보게 되었는데 어렴풋이 “결혼”과 “아기”라는 말이 들려오자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평온하던 얼굴에도 점차 냉기가 감돌았다.그들이 탕비실에서 말을 나누는 것을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처음에는 썸을 타고 있어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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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곧이어 서수현은 생애 가장 절망스러운 말을 듣게 되었다.“서수현 씨, 잠깐 제 사무실로 오세요.”서수현은 입을 벙끗하더니 조용히 응할 수 밖에 없었다.“네.”옆에 있던 인턴은 궁금한 듯 부현승의 뒷모습을 흘끔거리며 물었다.“부경리님이 왜 수현 씨를 찾으시는 거예요?”“저도 몰라요. 그게 무슨 일이든 가보면 알겠죠. 먼저 갈게요.”서수현은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듯 평화로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미 부현승이 그녀를 찾는 이유는 아마 사내 연애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서수현은 민지훈과 사귄 적이 없다.하지만 지금은 연애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부현승이 먼저 사무실로 들어가고 서수현은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가 고개를 숙이고 다소 어색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경리님, 혹시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신 겁니까?”부현승은 책상 뒤의 짐벌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놓여있는 서류를 정리하며 담담하게 물었다.“당신이 면접을 볼 때 내가 당신에게 했던 질문을 기억합니까?”“기... 기억납니다. 사내 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었죠.”서수현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손에는 땀이 가득 차고 심장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미친 듯이 뛰었다.어쨌든 후회되는 건 사실이었다.민지훈에게 약병을 들킨 것이 후회되었다.아까 인턴이랑 얘기하다가 부현승에 들킨 것이 후회되었다.아마 부현승도 이것 때문에 그녀를 사무실로 불렀겠지.회사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은 동료와 팀장이다.그리고 부현승이라면 면접을 제외하고 정기 회의에서 두 번 만났을 뿐인데 그의 위세는 말로 이룰 수 없이 대단했다.“그렇다면 그때 어떻게 대답하셨었죠?”부현승은 서류를 한쪽에 놓고 양손을 깍지 낀 채 책상 위에 팔꿈치까지 올려놓고 서수현을 쳐다보았다.“... 회사에 취직할 수만 있다면 기필코 회사 규정을 지키며 사내 연애 따위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었습니다.”서수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은 숨 막힐듯한 침묵에 빠져버렸고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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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서수현이 입가를 움찔거리며 묵인했다.왜 상상했던 대화와 좀 다른 거지?부현승은 그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뒤로 기대어 큰 손을 손잡이에 얹으며 의미심장하게 말을 꺼냈다.“예전에 우리 부문에 부경리 한 분이 더 계셨는데 2년 전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고 지금은 가정주부가 되어버렸죠. 매우 훌륭한 사람인데 참 안타깝게 됐네요. 사람, 특히 여자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가정에 사로잡혀요, 그렇죠?”“경리님 말이 맞습니다.”부현승이 이 말을 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서수현은 오히려 그의 말에 동의하는 편이었다.그래서 심사숙고 끝에 그녀는 아이를 남겨두고 결혼 절차를 생략하려는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그녀의 표정을 살펴보던 부현승은 그녀가 정말로 그의 조언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보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됐어요. 이만 돌아가세요.”부현승의 시선은 다시 컴퓨터 모니터로 돌아갔고 마치 여기서 야근을 하려는 듯한 모양이었다.“네?”서수현은 문득 고개를 들어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게 끝이라고?“뭐가요? 물론 퇴근하기 싫다면 여기 남아서 야근하셔도 됩니다.”“아닙니다. 곧 돌아가겠습니다. 경리님, 안녕히 계세요.”서수현은 쏜살같이 도망갔고 그녀의 우스꽝스러운 뒷모습을 보자 부현승은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사무실을 나서자 서수현은 그제야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한바탕 혼나며 꾸짖음을 면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부현승은 그저 그녀에게 귀띔만 해줄 뿐이었다.앞으로는 아무래도 민지훈과 거리를 둬야 할 것 같았다.월요일에 출근했을 때, 서수현은 민지훈의 자리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하고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민지훈이 해고된 건가?그녀는 일부러 빙빙 돌려서 동료에게 슬쩍 물었다.“민지훈 씨? 지훈 씨라면 부현승 경리님과 출장 갔는데. 원래는 지훈 씨가 아니었는데 왜 갑자기 지훈 씨를 지목했는지는 나도 잘 몰라.”“아, 그래?”서수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남시 국제공항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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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이 되었고 부승민은 운전기사 더러 직접 모 식당으로 가라고 당부했다.웨이터는 두 사람을 2층 룸으로 안내하며 예의 바르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부승민은 이미 이전에 여기에 여러 번 왔었는데 아마도 자신이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에서인지 이번에 주문했을 때야 메뉴에 양고기 요리가 몇 개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온하랑은 메뉴를 보고 아무거나 몇 개 주문했다.부승민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웨이터에게 추가로 주문을 넣었다.“아 그리고 양고기찜과 양고기 갈비도 추가해주세요.”“대표님 안목이 좋으시군요. 이 두 가지는 우리 식당 메인요리입니다.”웨이터가 웃으며 메모해두었다.“너무 많지 않을까?”“괜찮아. 다 먹고 남으면 포장해가지 뭐.”부승민은 웨이터에게 메뉴판을 다시 건네주며 말을 꺼냈다.“됐어요. 이것뿐입니다.”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렇게나 잡담을 나누었다.부승민은 BX그룹의 모든 계열사와 스튜디오에서 출시할 신제품을 보여주며 온하랑에게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물었다.온하랑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그는 이제 온하랑을 안배하여 촬영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만약 그녀가 잡지를 찍고 싶다면 그녀를 도와 추천해줄 수도 있다.온하랑은 그가 정말 진심으로 나올 줄 몰랐기에 조금 당황하는 듯 싶더니 그저 싱긋 웃어 보일 뿐이었다.“안 급해. 내가 정말 일자리를 구할 수 없을 때 다시 보자.”대략 10분쯤 후, 웨이터들이 들어와 준비된 음식을 내려놓았다.어찌 된 일인지 온하랑은 그 두 접시의 양고기를 보고도 별다른 식욕이 없었고 오히려 다른 요리만 몇 젓가락 들 뿐이었다.이를 본 부승민은 삶은 양고기 조각을 집어 온하랑의 접시에 담아주었다.“자, 이 집의 메인요리가 어떤지 맛봐.”온하랑도 잇달아 양고기를 입에 가져다 넣었다.그런데 그 순간, 강한 누린내가 코를 찔렀고 온하랑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젓가락을 집어 던지고 쓰레기통에 엎드려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연속된 헛구역질에 그녀는 방금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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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웨이터가 막 나가려 하자 부승민이 다시 그녀를 불러세웠다.“잠깐만요. 맑은 죽 한 그릇 좀 빨리 가져다주세요.”“알겠습니다.”몇 분 후, 매니저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개봉하지 않은 고량주 한 병과 잔을 내려놓았다.“부 대표님, 사모님, 조금 전의 일은 이미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주방장 측에서 요리할 때 제대로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벌로 고량주 석 잔을 마시고 두 가지 음식을 더 제공하며 이 식사는 면제해 드리겠습니다. 어떠신가요?”예전에 부승민이 여기서 접대할 때, 매니저가 특별히 술을 따라주며 얼굴을 비춘 적이 있기에 그래도 말은 잘 통했다.“석 잔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그럼 열 잔은 어떠신가요?”매니저의 예의 바른 모습을 보고 나서야 부승민은 안색이 조금 좋아지더니 다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하랑아, 넌 어떻게 생각해?”온하랑은 조금 전의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보았는데 양고기는 확실히 상한 것 같지 않았고 비린내만 조금 심한 것을 보아 단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것 같았다.“그래요.”부승민이 다시 매니저를 한 번 바라보았다.그러자 매니저가 싱긋 웃으며 다시 인사를 올렸다.“사모님, 감사합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자신에게 술을 따르기 시작했는데 잔이 넘칠 정도로 술을 가득 채워 넣었고 열 잔을 전부 들이켜자 매니저의 얼굴은 원숭이 엉덩이처럼 붉게 물들었고 그는 잔을 전부 비운 뒤 다시 부승민의 안색을 살폈다.“됐습니다. 대표님, 사모님, 두 분의 관대함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지금 당장 직접 주방으로 가서 그들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도록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러자 부승민이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가봐, 다음번에도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식당 문을 닫을 각오를 해야 할 거야.”“물론이죠.”매니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술병을 들고 룸을 나섰다.이윽고 2분도 안 되어 종업원이 맑은 죽 한 그릇을 가져다주었고 온하랑은 간단하게 죽과 담백한 반찬을 먹었다.같은 시각, 주방에 들어온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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