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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871 - 챕터 880

1272 챕터

제871화

“하랑아.”부승민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내가 잘못했어.”“뭘 잘못했는데?”“내가 추서윤과 연기하며 너와의 관계를 끊는 게 아니었어. 너와 소통도 많이 하고 너의 선택을 존중해야 했는데 말이야.”온하랑이 차갑게 웃어 보였다.“그걸 잘 아는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어?”“하랑아, 난 너의 안전으로 모험을 할 수는 없었어.”“그러면 사실대로 말해줬어야지. 부시아랑 할머니를 외국에 보낸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해줘야 할 거 아니야? 내가 막무가내로 이해를 못하는 거도 아니잖아? 넌 여전히 날 믿지 못하는 거였어. 내가 대진 시 병원에 있을 때 오빠를 너무 따라다녀서 날 떨쳐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네? 내가 오빠 계획을 망칠까 봐 그렇게 한 거겠지…”“하랑아.”부승민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나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 네가 내 짐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넌 항상 내가 마음속으로 지켜야 하는 사람이었어.”“그렇게 진심으로 지키려 했으면 왜 날 존중하지 않는…”부승민은 겁이 났다.“하랑아, 내가 진짜 미안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진짜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야?”온하랑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응.”“앞으로 그 어떠한 일이라도 나한테 다 알려줄 거야?”“응.”“근데 난 왜 그 말에 믿음이 안 가지?”부승민:“…”“나 맹세할게.”“맹세는 됐어. 별 쓸모도 없는 맹세는 왜 하는 거야? 본인 마음에서 우러러 나와서 해야 하는 거지.”온하랑이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오빠, 네가 나를 생각해서 그런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것만 알아둬. 오빠가 날 위한다고 하는 일이 사실은 절대로 내가 원하는 게 아니란 걸 말이야. 그날 회사에서 오빠와 추서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알기나 해? 그때의 난 속으로 또 속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진짜 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칼로 오빠를 찔러버린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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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끈질긴 노력 끝에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그는 그 순간의 심정을 뭐라고 설명하기는 힘들었지만, 어쨌든 기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했다.이때 온하랑은 문득 무언가가 자신을 떠받치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숙여 확인하던 그녀가 깜짝 놀라 말했다.“부승민, 오빠…”“하랑아, 나도 모르게.”부승민은 낮은 소리로 속삭이며 왼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머릿결을 어루만지며 그녀의 뒤통수를 받쳐 들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에 키스했다.온하랑도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며 그의 키스에 응했다.그의 키스는 부드럽기도 하며 자제력이 있었다. 부승민은 자기의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감쌌다.그렇게 조금씩, 마치 진귀한 선물을 풀어헤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고, 서로의 탐색으로 인해 온하랑의 마음도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녀는 곧바로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부승민도 갑자기 더욱 강하게 그녀에게 들러붙었다.그는 강하게 자신의 품속에 그녀를 가두었고, 큰 손으로 그녀의 민감 부위를 마구 자극하기 시작했다.온하랑은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고, 부승민의 열정적인 키스에 성공적으로 욕망을 불러일으켰다.그는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등을 벽에 기대어 그녀와의 키스를 이어갔다. 그녀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고 두 볼은 불같이 뜨거워지며 다리에 힘이 풀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온하랑은 부승민에게 반쯤 안긴 채 안으로 들어갔고, 원피스의 자크도 이미 반쯤은 열린 상태였다. 바로 옆에 침실이 있었지만 부승민은 이미 인내심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바로 그녀를 거실의 소파에 눕혔다.부승민은 그녀의 치마를 한 번에 벗긴 뒤 옆으로 내던졌다.온하랑의 피부는 마치 껍질을 깐 삶을 달걀처럼 희고 부드러웠다.부승민은 더는 참을 수 없어 마치 늑대처럼 그녀의 살결에 입을 가져다 댔다.그녀는 두 눈을 감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온몸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듯이 찌릿했고, 두피까지 그 전율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문득 온하랑은 복부에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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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냉장고에 식자재 조금 있어. 굳이 사람 시킬 필요 없어.”온하랑이 말했다.“그래.”여름은 원래부터 더운 날씨 인지라 실내에서 에어컨을 켜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 그들은 조금 전의 운동 때문에 땀까지 난 상태라 온몸이 끈적거렸다.온하랑은 더는 참을 수 없어 침실에 들어가 깨끗한 옷을 들고 나왔다. 그러고는 욕실로 들어가기 전 그에게 한마디 건넸다.“나 일단 들어가서 씻을게.”그녀가 문을 닫기도 전에 부승민이 곧바로 뒤따라 들어갔다.“같이 씻자.”“…”그들은 거의 한 시간 동안 같이 샤워를 했다.밖은 이미 해가 저물었고 아파트에서도 하나둘씩 불을 켜기 시작했다.온하랑은 그에게 안긴 채 욕실에서 나왔다.부승민은 목욕 타월로 그녀를 감싼 채 침실 침대에 눕혔다.힘이 빠질 대로 빠진 온하랑은 눈을 감은 채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었다.이윽고 부승민이 그녀에게 얇은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나 옷 가지러 다녀올게. 갔다 와서 저녁해 줄 테니까 같이 밥 먹자.”온하랑은 겨우 나오는 목소리로 그에게 “응”이라고 답했다.부승민은 몸을 일으키며 거실로 나갔다. 그는 바닥에 버려진 셔츠와 그녀의 속옷을 주운 뒤 소파 끝자락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바지를 입고 열쇠를 가진 뒤 바로 옆집으로 향했다.그는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다시 온하랑네 집에 돌아왔다. 그러고는 주방의 냉장고를 한번 훑어보았다.냉장고 안에는 신선한 채소, 가지, 그리고 냉동 새우가 있었다.부승민은 그 식자재로 채소와 가지를 볶았고, 새우도 삶았다. 그러고는 흰쌀 죽도 끓여 정교하게 테이블에 세팅해두었다. 그는 침실로 들어가 그녀더러 일어나 밥 먹으라고 했다.그 말에 서서히 눈을 뜬 온하랑은 겨우 침대에 일어나 앉으며 그에게 눈짓으로 옷 좀 가져다 달라고 했다.치마를 제대로 입고 바닥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며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그 모습에 부승민은 빠르게 그녀를 부축하며 걱정되는 듯 바라봤다.“괜찮아?”그러자 온하랑이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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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부승민은 더는 강요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이윽고 온하랑이 그에게 강씨 가문과의 원한에 관해 물었다.부승민은 경찰서 압력으로 인해 사건을 대충 종결지으려는 것부터 말했다. 그러다가 장국호가 진술을 번복해 검찰이 사건을 재수사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그는 이 모든 배후에 강씨 가문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도 한때는 강 씨 집안과 교섭할 방법을 찾았지만, 강씨 집안에서 부인한 나머지 협상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솔직히 이건 강씨 가문과 싸움에서 부승민이 이겼다고 볼 수 있다.강씨 가문에서는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할 능력이 없었고, 사건은 다시 경찰서에서 조사하게 된다.이번에 장국호와 민성주의 증언이 있으니, 추서윤 또한 절대로 법의 처벌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하랑아, 미안해. 장인어른 죽음이 큰 형과 연관이 있어서 말이야. 이건 부씨 집안에서 너에게 빚진 거나 다름없어. 이 모든 게 장인어른을 위한 것이든, 큰형을 위한 것이든 나 자신을 위한 것이든 난 끝까지 이 일에 대해 밝혀낼 거야.”부승민이 진지하게 말했다.“다만 강씨 집안에서 왜 사건의 진상 조사를 방해하는지 모르겠어. 네가 장인어른의 딸이자 사건과 연관되었기도 하니깐, 갈등이 격화되면 네가 불리해져서 포기하려 하지 않을까 봐 그런 방법을 선택했을 수도 있을 거야.”온하랑은 마침내 부승민과 강씨 가문의 갈등 원인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부승민이 그녀와의 관계를 끊으려 했던 이유도 알게 되었다.솔직히 처음에 경찰서에서 사건을 종결하고 부승민이 검찰에 사건을 맡길 방법을 찾았을 때, 온하랑은 부승민이 부민재를 대신하여 살인 주모자의 죄를 추서윤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뒤, 그녀는 점차 부승민에 대한 방어기제를 버리고 그를 믿기로 했다.그녀는 더는 의심하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그렇구나, 누구를 위하든 간에 일단은 고맙네.”허심탄회한 이야기를 거치고 보니, 부승민은 그동안 확실히 그녀의 편에 서서 생각해주었었다.하여 조금 전 그녀가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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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부승민이 웃으며 말했다.“온하랑, 너 이러기야? 네가 나 사진 찍는 건 되고 왜 나는 안 되는 건데?”“왜? 내 맘이야.”온하랑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답했다.부승민은 침대에 한쪽 다리를 꿇은 채 그녀에게 가까이했다.“어떻게 찍혔는지 한번 보자.”온하랑이 찍은 사진은 아주 느낌 있었다. 그 사진은 어제 사진 촬영하는 친구가 찍은 것보다도 더 매력적이었다.“괜찮지?”온하랑이 칭찬해달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부승민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내가 이 사진을 잡지에 올린다면 어떨까?”“안돼.”온하랑이 칼같이 그를 거절했다.“왜 안 되는 건데?”그러자 온하랑이 핸드폰을 거두며 말했다.“경제 잡지에 올리려고 그러는 거잖아? 이 사진은 주제에 어긋나는 사진이야. 하지만 연예 잡지라면 생각해볼 수 있어.”이것은 그녀의 개인 소장이라 그녀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이윽고 부승민은 셔츠의 단추를 맨 위까지 잠갔다.온하랑은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뛰어갔다.“나 핸드폰에 배터리 없어 충전기 좀 가지러 가야겠네.”이상함을 느낀 부승민은 의자 등받이에 걸린 넥타이를 매며 매듭을 지었다.“오빠.”그녀의 소리에 부승민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찰칵.”온하랑은 카메라로 그의 모습을 찍었다.사진 속의 부승민은 넥타이를 매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담담한 표정과 굳건함에 부드러움까지 띤 눈빛은 보는 이들을 절로 매료시켰다.그렇게 온하랑은 눈 뜨자마자 촬영 작업을 시작했다.그녀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맨발인 상태에서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미니 슬립을 입고 있었다. 온하랑은 둥글고 귀여운 엄지발가락으로 둘째 발가락을 누르며 카메라를 든 채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또 어떻게 찍고 싶은데?”부승민이 어이가 없는 듯 물었다.“나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온하랑은 파파라치 샷으로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얻어내려 했다.부승민은 웃어 보이며 긴 다리로 화장실을 향해 갔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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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햇빛이 그를 감싼 채 벽에 아름다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빛으로 인해 그의 조각 같은 이목구비가 더욱 돋보이는 것만 같았다.그 모습에 온하랑은 심장 박동이 더욱 빨라졌다. 그녀는 귀까지 빨개진 채 빠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그렇지, 계속 셔츠 단추도 풀어봐.”온하랑이 카메라 초점을 조절하며 말했다.부승민은 그녀가 말한 대로 넥타이를 풀고 반쯤 미소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썹을 추어올리고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가슴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그는 그녀를 유혹하고 있었고, 그의 흰 셔츠 단추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온하랑은 호흡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만 같았다.부승민의 탄탄한 가슴과 복근에는 투명한 물 몇 방울이 선을 따라 흘러내렸고, 천천히 그의 양복바지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그 모습을 본 온하랑은 숨죽이며 빠르게 셔터를 눌렀다. 그녀는 그 순간만큼은 자기 자신이 컨트롤 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이윽고 부승민은 양손으로 가슴 쪽의 천을 잡고 셔츠를 벗더니 땅에 내던졌다.그의 상체는 벌거벗은 상태였고, 하체는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 평소의 부드러움과 우아함은 전혀 없이 그의 강인함과 야성미만 생생하게 드러났다.온하랑은 침을 삼켰고 입안이 말라 드는 것만 같았다.부승민은 가느다란 손가락을 가죽 벨트 쪽에 걸치더니, 반쯤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이것도 벗어?”“벗, 벗어도 돼...”그 말에 부승민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진짜지?”그는 온하랑이 대답도 하기 전에 양복바지 단추에 손을 얹더니 엄지와 검지를 비틀어 단추를 풀었다.그다음은 지퍼까지도...그렇게 검은 양복바지가 그의 허리에 느슨하게 걸쳐져 있었다.온하랑은 심호흡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한 모퉁이를 가리켰다.“저기 앉아봐.”부승민은 그녀의 말대로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뒷머리를 벽면에 대고 턱을 살짝 치켜세웠다. 게다가 눈은 가늘게 떴는데, 햇빛 아래에서 보니 눈동자가 깊은 갈색을 띠어 깊고 매혹적으로 보였다.그렇다, 그의 지금 모습은 너무도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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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부승민이 담담하게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멈출 줄 몰랐고 눈빛 또한 차갑기 그지없었다.“아니요.”그 말에 이엘리아는 얼굴이 굳어지며 다급히 그에게 설명했다.“잊었어요? 저희 시테니 비행기에서 한번 봤잖아요. 그때 바로 제 옆에 앉으셨잖아요.”“죄송합니다. 제가 기억이 안 나서요.”부승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그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차가웠다.그런 그의 모습에 이엘리아는 실망스럽고 짜증도 났지만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그녀는 남자 화장실 문에서 몇 분 동안 기다렸다가 젖은 손으로 나오는 부승민을 보고 재빨리 그를 막아 나섰다.“기억 못 해도 괜찮아요. 지금부터 알아가면 되죠. 저는 이엘리아 윌슨이라 해요.”이엘리아는 자신의 성씨를 강조하며 말했고 턱을 추켜올렸다.부승민은 잠시 멈춘 채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두 번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아 생각났다.”“진짜요?”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약간의 경멸감과 시큰둥함이 생겨났다.‘조금 전까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다가 이름을 말한 뒤에야 공교롭게 기억해내다니!’그녀는 부승민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줄 알았는데, 그도 왠지 아부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이윽고 부승민이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기억나네요. 그때 비행기에서도 지금처럼 눈치 없이 행동했었죠? 제가 대꾸조차 하기 싫었는데,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더라고요.”부승민의 말에 그녀는 얼굴이 굳어졌다.“당, 당신 감히 날 모욕해? 당신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부승민은 응석받이로 자란 것만 같은 그녀를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무시한 채 앞으로 걸어갔다.이엘리아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무도 감히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즉, 부승민에게는 윌슨 가문이란 자체가 안중에도 없었다.한편 멀지 않은 룸 문 앞에서 부선월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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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그녀는 그가 대체 누구길래 윌슨 가문을 감히 안중에도 두지 않는지 궁금해졌다.“네, 빠르게 확인해 보겠습니다.”매니저가 답했다.이엘리아는 매니저 사무실에서 나와 자신의 룸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돌아가면서 지형을 살핀 뒤 룸에 가서 창문을 열고 창문 앞 소파에 앉았다.그녀의 자리에서 정확히 203번 룸 문을 볼 수 있었다.이때 앨리스가 이해할 수 없는 듯 물었다.“이엘리아, 창문은 왜 열었어?”“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더워서 조금 열어놓으려고.”이엘리아가 담담하게 말했다.과거의 남자들은 그녀의 신분을 안 뒤로는 모두 그녀에게 잘 보이려 했었다. 하여 그녀는 항상 콧대가 높았고, 겉으로는 그들을 싫다고 하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사람들이 자신을 추켜세우는 것을 매우 즐겼다.그런 그녀가 지금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걸었는데, 상대방이 그녀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가문을 말한 뒤에도 그 사람이 자신을 비꼬기까지 했으니, 정말 수치스럽지 않을 수 없다!이런 사실을 이엘리아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아, 그래? 그럼 열어두지 뭐.”이엘리아는 멍하니 몇 분 동안 여러 번 창밖을 내다보았다.앨리스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몇 번이나 밖을 내다보았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이엘리아, 뭘 보고 있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야.”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203번 룸의 문이 열렸고 부승민이 안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문을 닫지 않고 문 앞에 멈춰 선 채 안에 있는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앨리스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궁금해 물었다.“이엘리아, 아는 사람이야?”이엘리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한 여성이 그 안에서 걸어 나왔고 그녀의 모습은 왠지 낯익은 것만 같았다.부승민은 능숙한 동작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나란히 선 채 웃고 떠들며 자리를 떠났다.그 광경을 본 이엘리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두 사람을 음울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잠시 질투심을 느꼈다.이엘리아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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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하지만 이엘리아는 레스토랑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부승민은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능숙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 두 사람 사이에는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친밀감이 있었다.그녀는 그 모습에서 그와 페이가 아주 가까운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윌슨 가문의 장녀인 이엘리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그녀를 좋아하고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이제 마침내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는 남자가 생겼는데, 그 남자는 이미 임자도 있는 몸에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었다.이엘리아는 절망에 빠져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심장에 큰 돌이라도 박힌 듯 뻐근하고 아팠다.그녀는 인터넷으로 부승민이 강남 출신에 BX 그룹도 강남에 있다는 것을 보았다.때마침 그녀의 삼촌네 가족도 강남 출신이다.그 순간 이엘리아는 약간의 후회감이 들었다.‘예전에 엄마가 강남에 가서 잠시 머문다고 했을 때 왜 같이 따라가지 않았을까?만약 그때 강남에 갔다면, 내가 먼저 부승민과 알 수 있지 않았을까?’기분이 좋지 않은 이엘리아는 술 한잔하자고 앨리스를 불렀다.앨리스가 도착했을 때 이엘리아는 이미 술을 마시고 있었고, 테이블 위의 술병에는 이미 술이 절반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얼굴에는 슬픔이 쓰여 있었다.이윽고 앨리스가 그녀를 떠보며 물었다.“왜 그래? 누가 우리 아가씨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그런 거 아니야. 그냥 기분이 안 좋을 뿐이야.”이엘리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들며 잔을 비웠다.이윽고 앨리스가 뭔가 짐작이 가는 듯 물었다.“기분이 좋지 않다고? 설마 오늘 점심때 레스토랑에서 본 그 남자 때문이야?”그 말에 이엘리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앨리스는 그녀의 모습에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알아채고 눈알을 굴렸다.“솔직히 말해서, 난 페이가 그 남자와 함께 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어. 적어도 네 오빠와는 이루어지지 않은 거잖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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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이엘리아는 빨개진 얼굴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앨리스, 진짜 고마워! 네가 이렇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난 아마 포기했을 거야. 넌 역시 미래의 내 형수님이야! 내가 페이의 실체를 밝히고 오빠한테 알려주면, 우리 오빠도 분명히 널 좋아하게 될 거야!”그녀는 페이한테서 부승민을 뺏어 페이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리고 부승민이 자신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걸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다.“그런 말 하지 마. 내가 뭐를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우린 서로 친구잖아. 난 그냥 네가 원하는 것을 얻고 행복하게 살길 바랄 뿐이야.”앨리스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이엘리아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이엘리아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건 전부 얻을 수 있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항상 그것을 얻을 방법을 찾았었다.하여 그녀는 이엘리아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귀띔해 줬을 뿐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엘리아가 그렇게 빨리 승낙할 리가 있겠는가!다만 앨리스는 그 남자가 대체 어떤 신분이길래,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이엘리아가 이토록 그를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이때, 앨리스의 눈에 갑자기 익숙한 그림자가 들어왔고, 그녀가 다급히 이엘리아의 어깨를 두드렸다.“이엘리아, 저기 봐. 저 사람 맞아?”이엘리아가 앨리스의 시선대로 따라가 보니 부승민이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무도 없는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이엘리아는 두 눈을 반짝이며 아까보다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응, 맞아.”“너희 진짜 인연인가 봐.”앨리스가 말했다.“가서 인사하는 건 어때?”그 말에 이엘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갑자기 부승민이 레스토랑에서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자신이 부승민에게 가서 또다시 인사를 건넨다면 그가 자신을 더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왜 그래?”앨리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러자 이엘리아가 입술을 깨물며 수줍게 말했다.“저 사람, 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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