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민은 단번에 그녀의 말을 잘랐다.“괜히 저랑 엮일까 봐 걱정돼서 보낸 거예요.”부선월은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승민아, 이런 말도 안 되는 핑계로 감싸줄 만큼 걔가 그렇게 좋니? 옛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되살아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두 사람 사이에는 애가 있어. 설마 잊은 건 아니지?”부선월의 말속에는 가시가 있었다.부승민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팔걸이에 걸쳤던 큰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이내 곧 풀렸다.“고모, 제가 하랑이를 지키려고 사람을 보냈거든요. 어디서 누굴 만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방금 말씀하신 그 사람이라는 게 누구죠? 필라시 사람인가요?”부선월은 살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그건 몰라. 내가 6월쯤에 걔를 만났는데 임신 7, 8개월 정도 된 것 같았어. 당연히 여기 와서 임신한거겠지 뭐.”사진 속의 온하랑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누가 봐도 여름이었다.부승민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지만 온하랑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당연히 그녀의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매번 떠오르고 눈에 보일때 마다 괴로움에 가슴이 미어지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부승민은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고모, 제가 보고 싶어서 오늘 이 자리를 만든 줄 알았는데 왜 그런 얘기만 하시는 거죠? 계속 그러실 거면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 같네요.”부선월은 온하랑을 감싸는 부승민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마음속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이럴 줄 알았으면 당시 부씨 가문에서 입양하려고 할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쫓아야 했어.’기분이 언짢았지만 부승민이 아직 그녀에 대한 효심이 별로 없었기에 이런 일로 얼굴 붉혀서 관계가 멀어질 필요는 없었다.부선월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온하랑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네가 사고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일부러 귀국까지 했
Last Updated : 2024-07-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