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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위태로운 제안: Chapter 851 - Chapter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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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1화

온하랑이 부승민을 만난 건 7월 말의 어느 한 저녁이었다.날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졌고 하루 촬영을 마친 온하랑은 카메라 가방을 메고 건물에서 나왔다.건물 앞 계단에는 훤칠한 몸매를 자랑하는 한 남자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손에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하지만 온하랑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보며 가던 길을 갔고 도로에 있는 차량 번호를 살피며 자신이 부른 콜택시가 오기를 기다렸다.바로 이때 부승민이 꽃을 들고 앞으로 나와 온하랑의 앞을 막았다.“하랑아.”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든 온하랑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앞에 있는 부승민을 바라봤다.그렇게 2초간 멍하니 있다가 곧장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왜 찾아왔어?”온하랑의 태도를 본 부승민은 이번에 용서를 받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아무런 상의도 없이 늘 제멋대로 결정했으니 이런 일을 당해도 싸다.부승민은 멋쩍게 웃으며 손에 든 꽃다발을 건넸다.“데리러 왔어.”어이가 없었던 온하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부승민, 너 미쳤어? 설마 또 추서윤이랑 내기했니? 너희들 게임에 놀아날 생각 없으니까 작작 좀 해.”“그런 거 아니야.”부승민은 즉각 부인했다.“하랑아, 정말 추서윤이랑 아무 일도 없었어. 난...”“날 바보로 생각하는 거야?”온하랑은 차분한 표정으로 부승민을 바라보며 단번에 그의 말을 잘랐다.온하랑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한 부승민은 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걸린 듯 한참을 쭈뼛거리다가 당황함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제발 믿어줘. 곤경에 빠질 일이 있었는데 괜히 너까지 끌어들일까 봐 일부러 추서윤이랑 연기한 거야.”“내가 그걸 믿을 것 같아?”온하랑은 조롱하듯 되물었고 부승민은 조바심이 났다.“증명해 줄 사람도 있어.”“뇌물 주면서 다 짜고 쳤겠지.”온하랑은 체념한 듯 웃었다.“부승민, 난 이제 너랑 할 얘기 없어.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콜택시가 도로 한 켠에 주차된 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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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부승민은 순간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심호흡하며 힘겹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하랑아... 너 지금 거짓말하는 거지?”“거짓말? 내가 그런 걸 왜 하겠어.”온하랑은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선 그의 차를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미안한데 남자 친구가 데리러 와서 이만 가볼게. 안녕.”부승민은 온하랑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그곳엔 애스턴마틴 한 대가 길가에 주차되어 있었다.운전석에 탄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온하랑이 조수석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부승민은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어느새 칠흑처럼 변했다.그는 음흉하고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 차를 노려봤다. 마치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독사가 사냥감을 발견한 듯 언제든 잡아먹을 기세였다.처음 구치소에서 온하랑이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진짜였다.이곳에 온 지 한 달 남짓 만에 온하랑은 정말로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부승민은 온하랑의 안전을 위해 그동안 곁에 사람을 붙인 덕분에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남자 친구를 사귀었냐는 말이다.핸들을 잡고 있던 그는 뼈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손에 힘을 불끈 쥐었다.하지만 고작 남자 친구 따위에 흔들릴 부승민이 아니었다.골키퍼가 있어도 골은 들어가는 법이니 결코 이대로 포기하지 않았다.점심쯤.시간을 확인한 온하랑은 점심시간이 된 것을 보고 업무를 마무리했다.“일단 여기까지 찍고 오후에 이어서 하죠.”“네.”옆에 있던 스태프들은 하나둘씩 온하랑의 말에 답했고 일반인 모델도 그제야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사전 테스트 촬영을 마친 온하랑은 이번에 주얼리 브랜드의 신제품인 커플링 광고 촬영을 맡게 되었다.이때 한 스태프가 스튜디오를 들어서며 말했다.“페이, 밖에서 누가 찾아요.”“네, 지금 바로 나갈게요.”카메라를 정리하고 부랴부랴 스튜디오를 나선 온하랑은 도시락을 들고 있는 부승민을 발견했다.그는 아무 일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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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온화랑은 매우 화가 났다.부부란 자고로 일심동체 아니겠는가? 온하랑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함께하고 곤란과 역경을 함께 맞서 나가는 게 진정한 부부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든 솔직하게 얘기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걸 원했으나 부승민은 뭐든지 숨기고선 자신의 선택이 정답이라는 듯 늘 독단적으로 행동했다. 그러니 온하랑은 말 잘 듣는 기계처럼 순중할 수밖에 없었고 제멋대로인 부승민에게 더 이상 그 어떤 희망도 갖지 않았다.그녀의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부승민의 가슴에 꽂혔다.온화랑은 이참에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며 독단적인 그의 성향을 고치고 싶었다. 물론 그동안 얼마나 지옥 같은 삶을 살았는지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마침내 해냈다.부승민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그는 멍하니 그곳에 서서 온하랑을 봤는데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더니 하려던 말을 삼키는듯 쭈뼛거렸다.심장은 여러 차례 찔려 이미 미어지게 아팠다.“하랑아... 정말 날 버릴 거야?”부승민은 잔뜩 잠긴 목으로 처절하게 애원하듯 말했고 온하랑은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불끈 쥐었다.“내가 널 버린 게 아니라 네가 날 밀어낸 거야.”“잘못했어. 너한테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 혼자서 결정하지 말았어야했어... 아랑아,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면 안 될까?”“부승민. 난 이미 너한테 수없이 많은 기회를 줬어. 그걸 매번 모른 체 하던 사람이 너고. 도대체 나보고 뭘 더 어쩌라는 거야?”부승민은 몸이 잔뜩 얼어붙은 채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더니 간절하게 애원했다.“진짜 마지막이야. 기회를 한 번만 더 줘. 응? 앞으로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 만에 하나 또 그런 상황이 된다면 절대 매달리지 않을게.”“싫어. 그리고 더 이상 네 말을 믿지 않을 거야. 내가 평생 너만 바라볼 거라고 착각하지 마. 이제 남자 친구도 생겼으니까 새로운 삶을 살 거야. 나라는 사람을 잊고 잘살아 봐.”말을 마친 온하랑은 곧바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아니, 이렇게 잔인하게 날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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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부승민은 리차드의 시선을 마주하고선 조롱하듯 웃으며 유창한 영어로 답했다.“나랑 하랑이 사이에 그쪽이 끼어들 필요는 없어요.”장소가 장소인지라 스튜디오 입구에서 괜히 시비가 붙으면 온하랑의 업무에 지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시락을 온하랑의 손에 쥐여줬다.“일단 들어가서 점심 먹어. 저녁에 데리러 올게.”옆에 있는 리차드의 존재를 잊은 듯 상냥하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러자 리차드는 도시락을 빼앗아 곧바로 근처 쓰레기통에 버리고선 거만한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었다.“마음은 고마운데 저랑 점심 먹으러 가는 길이어서 이딴 도시락은 필요 없어요.”말이 끝나자마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더니 주위에 서리가 내린 듯 얼어붙었다.온하랑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부승민의 눈치를 살폈고 그는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으나 줄곧 담담한 표정으로 리차드를 노려봤다.아무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주었다.리차드의 팔을 끌어당긴 순간 온하랑은 확연히 굳어진 그의 근육이 느껴졌고 어쩌면 긴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한없이 고요했다.온하랑은 부승민이 리차드를 향해 주먹을 날릴까 봐 걱정됐지만 예상과 달리 부승민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되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하랑아, 얼른 가서 밥 먹어.”곧이어 그는 리차드를 바라봤다.“리차드 씨 맞죠? 따로 얘기 좀 나누고 싶은데.”리차드는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얘기요?”“그냥 뭐 이것저것. 싫다면 강요하지 않을게요.”부승민의 말투는 도발적이었다.“안될 건 없죠. 하고 싶은 말이 뭐죠?”“여긴 사람이 많아서 곤란하니까 비상계단 쪽으로 갈까요?”“그러죠.”리차드는 흔쾌히 동의했다.온하랑은 의견조차 묻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선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안돼. 가지 마요.”그녀는 리차드가 부승민과 대화를 나눌수록 비밀을 들킬 위험성도 커진다고 생각했다.부승민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비웃듯이 리차드를 바라봤다.그러자 리차드는 온하랑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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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리차드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부승민은 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더니 미친 듯이 복부를 가격했다.주먹 몇 대를 맞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리차드는 그제야 반격하기 시작했다.리차드도 키가 큰 데다가 평소 여자를 꼬시기 위해 틈틈이 운동한 덕분에 생각보다 실력이 꽤 있었고 자연스레 부승민도 주먹 몇 대를 맞게 되었다.결국 마지막에는 두 사람 모두 부상을 입었다.지나가던 직원이 인기척을 듣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서야 두 사람은 멈췄다.20분 후, 레스토랑에 있던 온하랑은 얼굴에 잔뜩 멍이 든 채로 나타난 리차드를 보게 되었다.그녀는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다물지 못했고 재빨리 리차드를 자리에 앉혔다.“얼굴이 왜 이래요? 설마 맞았어요?”“네... 괜찮아요. 어차피 저도 때렸거든요. 처음에는 페이 씨가 이혼한 게 이해가 안 됐었는데 오늘부로 그 이유를 알았어요. 그 사람은 너무 폭력적이에요.”리차드는 가볍게 눈가의 멍을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것도 엄연히 산재 처리에 속하죠?”“그렇죠. 일단 같이 병원부터 가봐요.”“갑자기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리차드는 빙빙 돌려서 티를 냈다.“정신적 피해보상금은 제가 드릴게요.”리차드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아무리 위험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야죠.”병원에서 나온 후 온하랑은 또 리차드에게 돈을 이체해 줬다.그러면서도 속으로는 허탈함이 밀려왔다.‘부승민, 아주 잘하는 짓이다.’처음엔 그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며칠 뒤에 솔직하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으려고 했다. 그런데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반성은커녕 되레 리차드를 때릴 줄은 어떻게 알았겠는가?‘이번에 아주 잘 걸렸다. 끝까지 괴롭혀줄 테니까 기대해.’아침부터 우중충하더니 오후가 되자 날이 어두워지면서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깔렸다.다행히 스튜디오 안에서 하는 촬영이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밖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소리가 들렸다.오후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비가 그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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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애초에 리차드를 고용하는 비용도 결코 적지 않은데 추가 비용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온하랑은 이를 꽉 악문 채로 또박또박 말했다.“네가 한 짓이야?”“응.”부승민은 순순히 인정했다.“너...”온하랑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을 이었다.“수리비는 네가 감당해.”“왜? 애스턴마틴을 운전하는 사람이 설마 이 정도 수리비도 감당 못 하는 거야?”“감당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잖아. 네가 차를 망가뜨렸으니 당연히 배상해야지.”“알았어. 내가 낼게.”부승민은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일단 집까지 데려다줄게.”온하랑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밖에서 쏟아지는 빗줄기가 점점 세지는 걸 보고선 마지못해 답했다.“그래.”부승민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적극적으로 온하랑의 카메라 가방을 챙겼다.“내가 들게. 얼른 가자.”그 순간 온하랑은 부승민의 뒤로 큰 꼬리가 흔들리고 있는 걸 봤다. 마치 애타게 기다리던 간식을 한입 먹은 강아지마냥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렇게 온하랑과 부승민은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차에 오른 온하랑은 행여나 부승민이 안전벨트를 매준다는 핑계로 가까이 다가올까 봐 부랴부랴 잽싸게 안전벨트를 맸다.그 후 부승민을 힐끗 쳐다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고 동시에 온하랑은 자신의 순발력에 감탄했다.폭풍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다른 차들도 안전을 위해 천천히 운전한다.그런데 부승민의 운전하는 차는 유난히 더 느렸고 20분 거리를 기어코 40분 동안 운전했다. 긴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차는 온하랑의 집 앞에 멈춰 섰다.“고마워. 도착했으니까 이만 가볼게.”온하랑은 차에서 내리려 문을 밀었으나 열리지 않았다.하여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부승민을 바라보며 눈치줬다.그러나 부승민은 문을 열기는커녕 되레 온하랑을 향해 다가갔고 그녀는 잔뜩 경계하며 차장 쪽에 몸을 바짝 붙였다.“부승민. 뭐 하는 거야?”“어떻게 하면 나한테 기회를 줄래?”부승민은 뚫어져라 온하랑을 바라봤다.“그럴 생각 없으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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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필요 없어.”온하랑은 단호하게 목소리로 문 쪽을 향해 소리쳤다.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부승민이 아니다.“네가 제일 좋아하는 만두랑 참치죽 만들었어.”“귀찮게 하지 말고 너 혼자 먹어.”“아랑아, 문 좀 열어줘. 내가 이렇게 계속 문 두드리면 너도 짜증 나잖아.”이마에 핏줄이 곤두설 정도로 화가 났던 온하랑은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벌컥 열고선 눈을 두릅 뜬 채로 부승민을 노려봤다.“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귀찮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 못 알아들었어?”부승민은 한손에 반찬통을 들고 다른 한 손에 핸드폰을 든 채 처량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아랑아, 미안해. 이 방법 외에는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일단 광태가 하는 말 좀 들어봐. 이것만 들으면 앞으로 절대 귀찮게 안 할게.”계획이 들통날까 봐 두려워서 일부러 육광태를 보냈던 온하랑은 지금 이 순간 굉장히 조바심이 났다.온하랑은 부승민이 육광태에게 연락할 줄은 아예 상상도 못 했던 것 같다.온하랑이 필라시에 있는 동안 육광태가 줄곧 곁을 지켰기에 지금 그녀의 상황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게다가 온하랑은 일찌감치 육광태가 자신을 비밀리에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러니 당연히 부승민이 내린 결정을 이해했고 그의 주장을 믿었다.육광태라면 남자 친구가 없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을 텐데 부승민의 반응을 보니 모든 걸 터놓지는 않은 듯싶었다.물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그제야 평정심을 되찾은 온하랑은 부승민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방금 한 말 진심이지?”“응.”온하랑은 그이 손에서 핸드폰을 받아 귓가에 갖다 대며 물었다.“여보세요?”“저예요.”핸드폰 너머로 육광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바로 스피커폰으로 돌렸다.“하랑 씨, 지금 승민이를 오해하고 있어요. 승민이가 얘기해준 거 있죠? 그게 전부 사실이에요. 필라시에 있는 동안 하랑 씨를 지키려고 제가 줄곧 따라다녔어요. 믿기지 않으면 테스트해 봐도 돼요. 하랑 씨가 갔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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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부승민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과 함께 그대로 얼어붙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상태는 위태로워 보였고 눈빛도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어두워졌다.그는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랑아...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육광태 씨의 설명을 들으면 다시는 귀찮게 매달리지 않겠다고 했지? 그러니까 이제 가.”온하랑은 단호하게 문을 닫았고 부승민은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재빨리 막으려고 했지만, 손은 뻣뻣하게 굳어 허공에 얼어붙었다. 마지못해 무기력하게 팔을 거둔 부승민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마치 천 킬로그램이나 되는 큰 돌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 숨이 막혔다.그 시각 냉정하게 문을 닫았던 온하랑은 도어 뷰어로 밖에 있는 부승민을 관찰했다.그는 매우 허탈해 보였고, 문 앞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다가 쓸쓸한 뒷모습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온하랑은 마음이 괴로운 듯 걱정스러운 표정을 드러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내가 너무 심했나?’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심한 것도 아니다. 만약 부승민을 짝사랑하던 몇 년의 온하랑이 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면 아마 모든 의욕을 잃고 고통에 허덕이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심지어 죽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아무리 속상해도 부승민이 온하랑은 속인 건 변치 않는 사실이다. 온하랑은 오랫동안 슬픔에 잠겼던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더니 절대 이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같은 시각 전화를 끊은 육광태의 얼굴에는 간사한 웃음이 번졌다.이틀 전 온하랑은 그에게 연락해 부승민이 출소했다는 사실과 어쩌면 며칠 뒤에 찾아올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줬다. 하여 안전은 확보할 수 있으니, 그더러 김정숙과 부시아 쪽으로 가서 두 사람이 잘 도착할 수 있게, 부시아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곁을 지키라고 했다.그녀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던 육광태는 부승민에게 연락하려고 핸드폰을 들었으나 뜻밖에도 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핸드폰 너머의 부승민은 온하랑이 귀국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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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클럽의 룸안은 럭셔리하고 화려하게 꾸며졌다.“그동안 제가 찰스 씨를 쭉 지켜본 거 알아요? 별일 없어 보여서 다행이네요.”조지 부인은 훅 파인 드레스 차림으로 소파에 우아하게 앉아 있었다. 하얗고 가느다란 검지와 중지 사이에는 여성용 담배가 끼워져 있었고 입으로는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조지 부인의 뒤에는 뛰어난 외모의 젊은 웨이터가 찰싹 달라붙어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었다.“별일도 아닌데 괜히 신경 쓰이게 했네요.”부승민은 룸 한켠의 일인용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다리를 꼬더니 무심하게 팔걸이에 손을 올려놓았다.“그동안 잘 지내셨어요?”조지 부인은 원망하는 듯 했으나 애틋하면서도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벌써 1년 전이에요.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는데 잘 지냈을 리가 없죠.”부승민은 조지 부인의 농담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 아무런 반응 없이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데시아 그룹의 제이슨 씨와 함께 하신다면서요? 얼마 전에 뉴스에서 봤어요. 같이 몰디브로 여행도 갔던데 못 지냈다는 말은 너무 신빙성이 없네요.”“제이슨이 아무리 좋아도 찰스 씨에 대한 마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조지 부인은 아쉬워하더니 손가락을 치켜들고선 빨간 입술로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한 번만 만족시켜 주면 이렇게 계속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로 애타지 않을 텐데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볼 생각 없어요? 하룻밤이면 돼요.”조지 부인은 과부다.가문의 큰 아가씨였던 그녀는 조지 가문과 혼인을 맺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외부인이 있을 때만 서로를 존중하는 쇼윈도 부부였고 보는 사람이 없을 때는 제멋대로 방탕하게 놀았다.쿨한 성격인 조지 부인은 조지가 죽은 후에도 두 가문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재혼하지 않았다. 물론 사적으로는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났다.부승민은 뉴욕의 증권거래소에서 조지 부인을 알게 되었다.당시 BX 그룹의 코스피 상장사들이 뉴욕 증권거래소에 발을 들였고 그룹 대표인 부승민은 단상에 올라 간단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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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드렸어요.”담배를 피우던 조지 부인은 흥미로운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도움을 청하는 거면 당연히 사례도 준비했겠죠?”“당연하죠. 만족하실만한 거로 준비했습니다.”“난 찰스 씨를 원하는데?”“사모님.”부승민은 고개를 돌려 조지 부인을 째려봤다.“알겠어요.”조지 부인은 한발 물러섰다.“뭘 도와드리면 되죠?”연인이 되지 못한다면 친구라도 되고 싶었다.부승민의 부탁을 들은 조지 부인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작 이런 일을 부탁한다고요?”말을 이어가던 조지 부인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아내분이 참 부럽네요. 이렇게 사랑해 주는 찰스 씨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요.”부승민이 떠난 후 조지 부인은 그가 남긴 사진을 부하들에게 건네며 최대한 빨리 눈앞으로 데려오라고 말했다.얼마 후 리차드는 머리에 비닐을 뒤집어쓰고 낯선 곳으로 끌려갔다.겁에 잔뜩 질린 그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온하랑과의 계약이 성사되면서 그는 이 기간에 온하랑에게만 집중했고 바에는 출근하지 않았다.하여 집에서 쉬고 있던 그는 갑자기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곧장 문 쪽으로 다가갔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누군가가 그의 입을 막으며 머리에 비닐을 뒤집어씌웠고 팔까지 묶고선 강제로 차에 태웠다.그를 납치한 사람은 누구일까? 과연 무슨 이유로 납치했을까?리차드는 조마조마한 마음과 더불어 정신이 혼미해져 어디로 끌려가는지조차 몰랐다. 다만 코끝에 느껴지는 좋은 향기는 아주 현실감이 있었다.“사모님, 잡아 왔습니다.”이때 옆에서 한 남자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여자는 느릿느릿 여유롭게 말했다.“이제 그만 풀어줘.”“알겠습니다.”손목에 묶인 밧줄이 풀리자, 리차드는 재빨리 얼굴을 가리고 있던 비닐과 입에 물고 있던 천을 뱉었다.그러자 화려한 룸과 소파에 앉아 있는 낯선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여자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세련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고 눈길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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