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민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과 함께 그대로 얼어붙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상태는 위태로워 보였고 눈빛도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어두워졌다.그는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랑아...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육광태 씨의 설명을 들으면 다시는 귀찮게 매달리지 않겠다고 했지? 그러니까 이제 가.”온하랑은 단호하게 문을 닫았고 부승민은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재빨리 막으려고 했지만, 손은 뻣뻣하게 굳어 허공에 얼어붙었다. 마지못해 무기력하게 팔을 거둔 부승민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마치 천 킬로그램이나 되는 큰 돌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 숨이 막혔다.그 시각 냉정하게 문을 닫았던 온하랑은 도어 뷰어로 밖에 있는 부승민을 관찰했다.그는 매우 허탈해 보였고, 문 앞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다가 쓸쓸한 뒷모습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온하랑은 마음이 괴로운 듯 걱정스러운 표정을 드러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내가 너무 심했나?’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심한 것도 아니다. 만약 부승민을 짝사랑하던 몇 년의 온하랑이 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면 아마 모든 의욕을 잃고 고통에 허덕이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심지어 죽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아무리 속상해도 부승민이 온하랑은 속인 건 변치 않는 사실이다. 온하랑은 오랫동안 슬픔에 잠겼던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더니 절대 이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같은 시각 전화를 끊은 육광태의 얼굴에는 간사한 웃음이 번졌다.이틀 전 온하랑은 그에게 연락해 부승민이 출소했다는 사실과 어쩌면 며칠 뒤에 찾아올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줬다. 하여 안전은 확보할 수 있으니, 그더러 김정숙과 부시아 쪽으로 가서 두 사람이 잘 도착할 수 있게, 부시아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곁을 지키라고 했다.그녀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던 육광태는 부승민에게 연락하려고 핸드폰을 들었으나 뜻밖에도 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핸드폰 너머의 부승민은 온하랑이 귀국해
Last Updated : 2024-07-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