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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부승민이 사고를 당한 후, 부현승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대로 출근하고 퇴근했다. 그는 이제 한 가지 일만 하면 된다. 바로 기다리는 것이었다.“부 매니저님, 면접이 곧 시작됩니다. 인사팀에서 매니저님을 부르십니다.” 비서가 들어와 알렸다.“알겠어요, 바로 갈게요.”부현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일을 내려놓고 회의실로 향했다. 연구개발센터는 매년 강성의 여러 대학에서 여름 시즌 인턴을 모집하는데, 우수한 인턴은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졸업 후 우선 채용된다.매년 방학이 되면 서수현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학원에서 일을 구했다. 올해는 아버지가 시내에서 경비 일을 계속하며 돈을 벌고 싶어 했고 서수현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여름 방학이 끝나면 그녀는 4학년이 되는데, 4학년에는 수업이 많지 않고 대학원 진학 계획도 없어서 서수현은 친구들과 함께 인턴십을 찾기 시작했다.강남시의 몇몇 대기업들은 매년 여름 시즌 인턴을 대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했고, 서수현과 친구들은 여러 회사에 지원서를 냈다. 온라인 필기시험을 통과한 후 그녀는 BX그룹의 면접 기회를 얻었다. 오늘 BX그룹 면접을 위해 서수현은 헐렁한 옷을 입고 배를 가린 후 친구와 함께 정시에 도착했다. 대기실에는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열 명 정도 앉아 있었다. 비서는 그들에게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생수 두 병을 제공했다.친구는 바로 생수병을 열어 두 모금 마신 후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수현아, 나 좀 긴장돼. 어쩌지?”“긴장하지 마”서수현은 친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최선을 다해봐, 어차피 너는 아직 1년의 시간이 있으니까.”“그렇지.”서수현은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면접이 시작되고 비서가 문 앞에서 이름을 불렀는데, 이름이 불린 사람은 옆방 회의실로 가서 면접을 보았다. 대기실의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고 서수현도 점점 긴장되기 시작했다.먼저 친구의 차례가 되었다. 친구는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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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나도 잘 모르겠어, 마음이 불안해.” 서수현은 솔직하게 말했다.“가운데 면접관 봤어? 정말 잘생겼지?”“너 정말 얼굴만 보고 반했구나.”친구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맞다, 그 사람 어딘가 익숙해. 그날 너를 거의 칠 뻔했던 그 남자 아닌가?”“정말? 난 전혀 몰랐어.”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회사 빌딩을 나섰다.이때 친구가 무심코 물었다. “수현아, 너 요즘 왜 스타일이 바뀐 거야? 자꾸 이렇게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네.”서수현은 잠시 멈칫한 후 미소를 지었다. “요즘 살이 좀 쪘거든, 가리려고.”“너 살쪘다 해도 여전히 날씬해 보이는데?”서수현은 원래 굉장히 날씬했고 평소에도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해서 임신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배가 거의 나오지 않아 헐렁한 옷으로 가릴 수 있었다.며칠 후, 서수현은 BX그룹 면접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른 몇 군데 면접도 모두 합격했다. 비교해 본 결과 BX그룹의 인턴 급여도 가장 높고 대우도 가장 좋았기에 서수현은 BX그룹을 선택했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인턴십을 시작하기로 했다.친구는 그렇게 운이 좋지 않아 BX그룹 면접에서 떨어지고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부현승은 서혜민에게 연락했다. “큰아버지 언제 시간이 되시는지 한번 알아봐 줘. 우리 찾아뵈러 가야지.”“...”부현승이 이 일에 꽤 집착하는 것 같았다.서혜민은 서수현에게 전화를 걸어 큰 아버지에 대한 안부를 묻는 척하면서 그녀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그녀가 여름 방학 때 고향에 갈 계획이 있는지도 물어보았다.서수현은 솔직하게 말했다. “아빠랑 나는 이번 여름 방학에 고향에 가지 않을 거야. 나 여기서 인턴십 해야 하거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해.”서혜민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인턴십 잘됐네, 잘됐어.”그래서 서혜민은 부현승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음 주 월요일 어때?”“좋아.”월요일, 서수현은 BX그룹 연구소에 10분 일찍 도착했다.비서가 그녀를 데리고 업무 환경을 소개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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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출발하기 전에 서혜민은 서석철에게 전화를 걸어 남자 친구와 함께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다.서석철은 하루 휴가를 내고 집에서 두 사람을 기다렸다.서혜민이 주소를 알려주자 부현승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가족이 그 단지에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현재는 임대 중이라 정확히 어느 동에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조카의 남자 친구가 잘생기고 대기업의 매니저라는 이야기를 듣고 서석철은 진심으로 조카를 위해 기뻐했다.부현승은 서석철의 건강 상태를 보며 회복이 잘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혜민이한테 들었는데, 큰 아버지께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으시고 회복 중이시라고요. 그래서 특별히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현대 병원의 원장이 저희 할아버지 친구시라, 큰 아버지께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네, 고마운 마음은 잘 알겠지만 번거롭게 할 것 없어요. 어제 병원에서 재검을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지금 상태가 좋다고 하셨어요. 계속 잘 관리하면 된다고요.”“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듣기로 혜민이 사촌 언니가 아직 학생이라던데, 수술비 마련이 힘들지 않았나요? 돈은 넉넉하십니까? 부족하면 제가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서석철이 처음 신부전증 진단을 받았을 때 부득이하게 고향의 친척들에게 돈을 빌리려고 했지만 모두 외면 당하고 말았다. 지금 부현승이 먼저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하자 서석철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감사했다.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딸 친구가 돈을 빌려줘서 지금은 괜찮아요. 나중에 부족해지면 꼭 부탁할게요.”이때 서혜민이 끼어들어 말했다.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고요? 언니가 언제 그렇게 돈 많은 친구를 사귀었어요?”서석철은 서혜민의 속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서수현을 걱정하는 줄 알고 일일이 설명했다. “안심해도 돼. 네 언니가 우연히 알게 된 친구야. 그 친구가 날 보러 찾아왔었어.”서혜민은 더 말하려 했지만 부현승이 그녀를 제지하며 웃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아쉽게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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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동영상은 사진과 달리 화면감, 이야기성, 론리성과 제품 자체의 풍격 특점 및 시장을 결합시켜 대중적 취향에 부합되어야만 선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제품 광고와 동영상 발표 방안에 대해 카일러는 줄곧 회답하지 않았다. 어제 카일러는 비서를 보내 3명에게 오늘은 동영상 방안에 대해 회의를 열자고 말했다.온하랑과 기타 3명은 지정된 시간에 마케팅 층에 도착했고 비서는 그들에게 먼저 회의실에 가서 앉으라고 했다.온하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두 사진작가와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바로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마케팅 층에서 ‘띵’ 소리를 내며 멈춰 서더니 젊고 멋있는 여자가 걸어 나왔다.그녀를 본 온하랑은 걸음을 멈추었다.‘이엘리아가 여기에 왜?’이엘리아도 온하랑을 발견하고 도전적인 미소를 짓고는 몸을 돌려 마케팅부 디렉터 사무실로 향했다.온하랑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이엘리아가 그녀 때문에 온 것 같은 막연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온하랑은 낮은 목소리로 비서에게 물었다.“저 여성분은 누구예요?”비서는 이엘리아를 보고는 모른다고 대답했다.이엘리아가 마케팅 책임자와 친구였거나 사업적인 거래가 있었다면 비서가 그녀를 모를 리 없었다.이엘리아의 도전적인 미소를 생각하며 온하랑은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회의실에 앉아 침묵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이엘리아가 디렉터에게 뭐라고 말할까?윌슨 가문의 아가씨의 신분으로 디렉터에게 그녀의 참여를 막으라고 하려나?만약 정말 그렇게 요구한다면 디렉터는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온하랑은 이런저런 생각에 조바심이 탔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범인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가 들어와서 커피를 리필해주며 말했다.“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디렉터께서 중요한 일로 카일러 씨를 부르셨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온하랑은 가슴이 서늘해졌다.디렉터가 왜 카일러를 부른 걸까?카일러한테 그녀를 해고하라고 했으려나?온하랑은 커피를 홀짝거렸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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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하지만 온하랑의 마음은 여전히 편안하지 않았다. 카일러가 회의실을 떠나는 걸 보고 온하랑은 다른 두 사진작가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먼저 돌아가세요. 저는 카일러 님에게 볼 일이 있어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빠른 걸음으로 앞을 향해 갔고 카일러를 따라잡았다. 카일러는 곁눈질로 한 번 그녀를 쳐다보며 앞으로 걸어가면서 물었다. “페이, 무슨 일이에요?”온하랑은 웃으며 말했다. “방금 이엘리아 아가씨께서 디렉터를 찾으셨다는데, 무슨 일이었나요?”카일러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디렉터님이 이엘리아가 윌슨 가문의 이름을 내세워 사진작가를 바꾸라고 협박했다고 말했어요.”“그러면 디렉터님은 어떻게 말씀하셨어요?”“어떻게 말하긴요. 당연히 무시했죠. 우리가 어떤 사진작가를 선택하든 이엘리아 씨랑 아무런 상관없어요. 윌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해도 우리 회사 내부 사안에 개입할 수는 없어요. 그분의 아버지가 직접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말이죠.”카일러의 말에 듣고 온하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온하랑은 사업 촬영을 선택한 것에 만족했다. 회사가 실력이 있어서 이엘리아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까.개인적인 사진 스튜디오였다면 이런 큰 압박을 견디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온하랑은 마침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이엘리아는 디렉터가 그녀를 거절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거절이 매우 단호할 줄도 몰랐다. 과거에는 윌슨 가문의 세력을 이용하여 싫어하는 사람들을 필라시에서 쫓아냈지만 이번에는 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이엘리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몇몇 소비자를 사들여 일부 일용 화학 제품에 독성 물질이 들어있다고 주장하게 하고, 몇몇 건달들을 쇼핑몰 매점에서 소란을 피우도록 하였다. 일화 그룹은 전에 경쟁사의 비방과 방해를 겪었기 때문에 대처 경험이 대단했다.그들은 이번에도 경쟁사에서 저지른 일이라고 여기고 매우 깔끔하게 일을 처리했으며 몇몇 소란을 피운 건달들을 잡아 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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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현지인들은 햇볕 쬐기를 좋아한다.또 주말인지라 모래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남자들은 상반신을 벗고 여자들은 비키니를 입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바비큐를 먹거나 모래에 몸을 묻고 햇볕을 쬐곤 했다.온하랑은 도착하자마자 모래사장에서 돌아다니는 하얀 몸을 볼 수 있었다.멀리서 바라보자니 눈부신 광경에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그녀는 실눈을 뜨고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몇 분 후에야 마침내 벨라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핑크 비키니를 입은 벨라는 파라솔 아래 모래사장에 체크 무늬 천을 깔고 앉아 있었는데 옷감 가운데에 작은 바구니가 놓여 있었고 바구니 안에는 약간의 음식이 놓여 있다.천천히 다가가 보니 벨라의 긴 금발이 제멋대로 흩어져 햇빛 아래서 아름다운 비단결처럼 빛났다.희고 고운 피부를 자랑하는 벨라는 허벅지가 하얗다 못해 청색의 혈관이 투과될 정도였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가는 허리, 분홍색 천으로 감싸져 곡선을 이룬 부드럽고 풍만한 가슴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온하랑은 속으로 감탄하며 저도 모르게 그 말캉한 촉감을 느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그리고 벨라의 옆자리에는 비키니 차림의 친구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페이, 드디어 왔구나.”달씨가 먼저 온하랑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이윽고 벨라도 고개를 돌려 온하랑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페이, 어서 치마를 벗고 우리와 함께 햇볕을 쬐자.”“오늘 해가 좀 쨍쨍한데 너무 뜨겁지 않아?”“햇볕을 쬐어야 하니까 옷을 벗고 시원하게 입어야지.”벨라가 윙크를 하며 능글맞게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우린 선크림을 발랐으니까 화상을 입지 않을 거야.”온하랑은 체크 무늬 천의 가장자리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해변은 온통 화끈한 비키니로 가득 차 있는데 그녀 하나만이 예외인 것 같았다.결국, 온하랑은 치마를 벗어 곱게 접은 뒤 한쪽에 놓았다.이런 상황은 그녀도 이미 예상했기에 진즉 안에 원피스 수영복을 준비해두었다.국내 여행 때도 바닷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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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노준형은 진심으로 부승민이 아깝다는 듯 혐오스러운 눈길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그는 확실히 온하랑을 싫어한다. 그러나 부승민에게 반드시 추서윤과 함께 있으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다만 부승민이 온하랑을 선택한 후, 부승민은 위험에 빠졌고 그와 달리 온하랑은 외국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만약 부승민이 이를 알게 된다면 마음속으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한편, 온하랑은 노준형의 표정을 보며 우습다는 듯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부승민이 구치소에 갇혀있는 게 저와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그리고 오빠는 부승민의 가장 좋은 친구로서 이렇게 의분이 가득 차서 그 사람을 대신하여 화를 내면서도 결국 여기에서 여자나 꼬시고 있잖아요.”정곡이 찔린 듯 순간 말문이 막힌 노준형이 버럭 화를 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승민이가 널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데 말 한마디로 그냥 깨끗이 정리하려고? 난 네가 이기적인 여자라는 거 진즉 알아봤어. 승민이가 눈이 멀어서 너에게 반한 게 분명해.”부승민에게 속아 감정이 놀아나면서도 그의 친구에게 이런 핀잔까지 들으니 온하랑은 씁쓸하면서도 분노가 치밀어 올라 늘어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하지만 벨라 등 사람들 앞에서 노준형과 다투고 싶지 않았기에 온하랑은 먼저 일행들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벨라, 먼저 가서 저쪽에서 기다려. 금방 갈게.”벨라와 다른 일행들도 온하랑과 노준형 사이의 앙금을 눈치채고 순순히 물러나 주었다.“알겠어. 그럼 너도 조심해. 우리 먼저 갈게.”노준형은 벨라 등 몇 명을 쳐다보고는 눈썹을 치켜들며 조롱하는 말투로 시비를 걸었다.“왜? 필라시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백인들에게 아부하기 시작한 거야?그리고 내가 저 사람들 앞에서 네 정체를 폭로할까 봐 이렇게 급하게 떠나보내려고 하는 거야?”“제기랄.”온하랑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막말을 내뱉었다.“노준형 씨, 당신은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군. 어쩐지 당신 부모님이 당신더러 회사에 손도 못 대게 하더라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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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하지만 노준형의 말대로라면 그는 이곳에 오기 전 추서윤과 만났었고 그들은 아직 화해하지 않았다고 한다.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게다가 노준형의 감정을 보아 거짓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하, 됐다.온하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복잡한 생각을 전부 떨쳐 버렸다.어쨌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월요일 점심, 최동철이 밥을 산다며 온하랑과 약속을 잡았다.지난번에 너무 급히 만난 탓에 미처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야말로 두 사람 모두 해주고 싶은 말이 가득했다.온하랑은 그에게 처음 이곳에 온 생활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는데 처음에는 낯설고 호기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익숙해졌고 가끔은 새로운 발견도 얻을 수 있었다.그리고 최동철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웃겼던 농담도 함께 전하며 자신의 생활 경험을 전해주었다.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두 사람은 매우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갔다.얼마나 지났을까, 최동철이 문득 말을 꺼냈다.“승민이가 구속된 건 이미 알고 있겠지?”온하랑은 뜻밖에도 갑자기 이 일을 꺼낸 최동철에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아요.”“어떻게 생각해?”최동철이 눈을 들어 온하랑을 바라보자 온하랑은 눈빛을 드리운 채 아무 생각 없이 곧바로 답해주었다.“저는 이제 그 사람과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부승민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말았는지 제가 알 건 또 뭐예요?”“진짜?”“물론이죠. 그런데 이 얘기는 갑자기 왜 꺼내시는 거예요?”“아냐.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좋은 거지.”최동철은 물컵을 들고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태연하게 말했다.“사실 이 일은 내 사촌과 관련이 있거든. 양측에서 어떤 일 때문에 마찰이 생겼는데 지금 상황은 쌍방의 싸움에 가깝지. 그러니까 난 내 사촌을 위해 행동할 거야. 그리고 너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건 네가 나중에 알고 나에게 거리낌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고. 네가 부승민을 돕고 싶더라도 상관없어. 하지만 난 입장 문제로 우정이 깨지는 걸 원치 않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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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맞아. 두 사람은 연기하고 있었던 거야.”그러자 온하랑은 냉소를 터뜨리며 반박했다.“노준형 씨, 제가 그렇게 만만해요? 그럼 그들이 연기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너와 승민이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그리고 이 모든 일에 네가 연루되지 않기 위해서야. 부승민은 일찍이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미리 준비를 했던 거야.”진실을 알게 된 노준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부승민은 정말 진심으로 온하랑을 사랑하고 있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온하랑을 대신하여 생각하고 있다니.혼자 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는 한이 있더라도 온하랑의 안전만을 바랬다.하지만 노준형은 부승민이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온하랑에게 오해를 받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반드시 온하랑에게 이 일을 알려야 한다.온하랑도 부승민의 감정을 알게 된다면 분명 진심으로 감동할 것이다.그런데 온하랑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우습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어?”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자 노준형은 당황하고 말았다.“반나절이나 공들여 생각해낸 이유가 겨우 이거라는 게 웃겨서요. 그걸 내가 믿을 것 같아요?”이마에 ‘바보’라고 쓰이기라도 해서 노준형이 이렇게 쉽게 그녀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부승민이 그런 짓을 한 이유가 온하랑을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그런데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을까?만약 그가 정말로 그녀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았다면 할머님과 부시아를 대하는 것처럼 그녀에게도 분명히 말해주고 외국으로 보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굳이 관계를 깔끔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까?온하랑도 외국으로 출국하긴 했지만 그 과정과 이유는 전혀 다르다.“다 사실인데 왜 못 믿는 거야? 부승민이 그렇게 널 좋아했는데...”마음이 다급해진 노준형이 말을 더듬었다.“당신의 뜻에 따르면 부승민의 목적은 나의 안전이었겠죠. 지금 전 외국에서 매우 안전하니까 그의 목적도 달성되었어요. 그러니까 이만 편히 쉬세요.”온하랑이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그리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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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하여 온하랑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기다리면 되는 것이다.만약 노준형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부승민이 구치소에서 나온 후에 그녀를 찾으러 올 것이다.만약 나오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면 되는 것이다.아파트 아래층으로 돌아온 온하랑은 마침 아래로 짐을 나르고 있는 옆집 이웃과 마주치게 되었다.겉보기에는 담담해 보였지만 온하랑의 마음속에는 기쁨의 물결이 넘쳐났다.드디어 이사를 하는구나.온하랑의 옆집 이웃은 버스킹을 자주 다니는 뮤지션으로 집에서 늦게까지 마이크를 잡고 노는 탓에 온하랑은 늦은 저녁에도 잘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었다.결국, 지난번 회의 때 정신을 딴 데 팔아 완전한 거짓말을 하지 못했었다.물론 옆집에 가서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지만 낯가죽이 두꺼운 이웃은 당일은 좀 수그러드는 것 같았으나 이튿날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계속하여 마이크를 잡아 온하랑을 무척 화나게 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이웃이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었다니, 걷는 것조차 홀가분해진 온하랑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이웃은 무거운 종이상자를 옮기느라 온 얼굴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홀가분해 보이는 온하랑의 모습을 본 이웃은 화가 치밀어 올라 종이상자를 바닥에 털썩 내려놓고 따지기 시작했다.“어이, 당신은 정말 모질기 짝이 없군. 아무리 내가 떠드는 게 싫다고 해도 그냥 몇 번 더 일깨워주면 되지. 당신이 무슨 근거로 사람을 찾아 나를 내쫓아?!”그 말에 온하랑은 멈칫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억지 부리지 마세요. 제가 언제 사람을 찾아서 당신을 내쫓았습니까? 게다가 여긴 우리 집 아파트도 아닌데.”“아직도 인정 안 하네? 어제 어떤 한국 남자가 와서는 나더러 이곳을 떠나라며 협박했단 말이야. 당신이 찾은 사람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데?”남자?진도원?온하랑이 멍하니 서 있는 사이, 그녀가 묵인했다고 생각한 이웃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이었다. “그러니 빨리 가서 그 사람에게 말해. 나더러 강제로 옮기라고 협박하지 말라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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