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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7-11 19:00:00
노준형은 진심으로 부승민이 아깝다는 듯 혐오스러운 눈길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

그는 확실히 온하랑을 싫어한다. 그러나 부승민에게 반드시 추서윤과 함께 있으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다만 부승민이 온하랑을 선택한 후, 부승민은 위험에 빠졌고 그와 달리 온하랑은 외국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만약 부승민이 이를 알게 된다면 마음속으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한편, 온하랑은 노준형의 표정을 보며 우습다는 듯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

“부승민이 구치소에 갇혀있는 게 저와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그리고 오빠는 부승민의 가장 좋은 친구로서 이렇게 의분이 가득 차서 그 사람을 대신하여 화를 내면서도 결국 여기에서 여자나 꼬시고 있잖아요.”

정곡이 찔린 듯 순간 말문이 막힌 노준형이 버럭 화를 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승민이가 널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데 말 한마디로 그냥 깨끗이 정리하려고? 난 네가 이기적인 여자라는 거 진즉 알아봤어. 승민이가 눈이 멀어서 너에게 반한 게 분명해.”

부승민에게 속아 감정이 놀아나면서도 그의 친구에게 이런 핀잔까지 들으니 온하랑은 씁쓸하면서도 분노가 치밀어 올라 늘어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벨라 등 사람들 앞에서 노준형과 다투고 싶지 않았기에 온하랑은 먼저 일행들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벨라, 먼저 가서 저쪽에서 기다려. 금방 갈게.”

벨라와 다른 일행들도 온하랑과 노준형 사이의 앙금을 눈치채고 순순히 물러나 주었다.

“알겠어. 그럼 너도 조심해. 우리 먼저 갈게.”

노준형은 벨라 등 몇 명을 쳐다보고는 눈썹을 치켜들며 조롱하는 말투로 시비를 걸었다.

“왜? 필라시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백인들에게 아부하기 시작한 거야?그리고 내가 저 사람들 앞에서 네 정체를 폭로할까 봐 이렇게 급하게 떠나보내려고 하는 거야?”

“제기랄.”

온하랑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막말을 내뱉었다.

“노준형 씨, 당신은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군. 어쩐지 당신 부모님이 당신더러 회사에 손도 못 대게 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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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838화

    하지만 노준형의 말대로라면 그는 이곳에 오기 전 추서윤과 만났었고 그들은 아직 화해하지 않았다고 한다.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게다가 노준형의 감정을 보아 거짓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하, 됐다.온하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복잡한 생각을 전부 떨쳐 버렸다.어쨌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월요일 점심, 최동철이 밥을 산다며 온하랑과 약속을 잡았다.지난번에 너무 급히 만난 탓에 미처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야말로 두 사람 모두 해주고 싶은 말이 가득했다.온하랑은 그에게 처음 이곳에 온 생활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는데 처음에는 낯설고 호기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익숙해졌고 가끔은 새로운 발견도 얻을 수 있었다.그리고 최동철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웃겼던 농담도 함께 전하며 자신의 생활 경험을 전해주었다.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두 사람은 매우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갔다.얼마나 지났을까, 최동철이 문득 말을 꺼냈다.“승민이가 구속된 건 이미 알고 있겠지?”온하랑은 뜻밖에도 갑자기 이 일을 꺼낸 최동철에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아요.”“어떻게 생각해?”최동철이 눈을 들어 온하랑을 바라보자 온하랑은 눈빛을 드리운 채 아무 생각 없이 곧바로 답해주었다.“저는 이제 그 사람과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부승민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말았는지 제가 알 건 또 뭐예요?”“진짜?”“물론이죠. 그런데 이 얘기는 갑자기 왜 꺼내시는 거예요?”“아냐.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좋은 거지.”최동철은 물컵을 들고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태연하게 말했다.“사실 이 일은 내 사촌과 관련이 있거든. 양측에서 어떤 일 때문에 마찰이 생겼는데 지금 상황은 쌍방의 싸움에 가깝지. 그러니까 난 내 사촌을 위해 행동할 거야. 그리고 너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건 네가 나중에 알고 나에게 거리낌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고. 네가 부승민을 돕고 싶더라도 상관없어. 하지만 난 입장 문제로 우정이 깨지는 걸 원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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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839화

    “맞아. 두 사람은 연기하고 있었던 거야.”그러자 온하랑은 냉소를 터뜨리며 반박했다.“노준형 씨, 제가 그렇게 만만해요? 그럼 그들이 연기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너와 승민이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그리고 이 모든 일에 네가 연루되지 않기 위해서야. 부승민은 일찍이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미리 준비를 했던 거야.”진실을 알게 된 노준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부승민은 정말 진심으로 온하랑을 사랑하고 있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온하랑을 대신하여 생각하고 있다니.혼자 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는 한이 있더라도 온하랑의 안전만을 바랬다.하지만 노준형은 부승민이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온하랑에게 오해를 받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반드시 온하랑에게 이 일을 알려야 한다.온하랑도 부승민의 감정을 알게 된다면 분명 진심으로 감동할 것이다.그런데 온하랑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우습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어?”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자 노준형은 당황하고 말았다.“반나절이나 공들여 생각해낸 이유가 겨우 이거라는 게 웃겨서요. 그걸 내가 믿을 것 같아요?”이마에 ‘바보’라고 쓰이기라도 해서 노준형이 이렇게 쉽게 그녀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부승민이 그런 짓을 한 이유가 온하랑을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그런데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을까?만약 그가 정말로 그녀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았다면 할머님과 부시아를 대하는 것처럼 그녀에게도 분명히 말해주고 외국으로 보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굳이 관계를 깔끔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까?온하랑도 외국으로 출국하긴 했지만 그 과정과 이유는 전혀 다르다.“다 사실인데 왜 못 믿는 거야? 부승민이 그렇게 널 좋아했는데...”마음이 다급해진 노준형이 말을 더듬었다.“당신의 뜻에 따르면 부승민의 목적은 나의 안전이었겠죠. 지금 전 외국에서 매우 안전하니까 그의 목적도 달성되었어요. 그러니까 이만 편히 쉬세요.”온하랑이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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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840화

    하여 온하랑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기다리면 되는 것이다.만약 노준형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부승민이 구치소에서 나온 후에 그녀를 찾으러 올 것이다.만약 나오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면 되는 것이다.아파트 아래층으로 돌아온 온하랑은 마침 아래로 짐을 나르고 있는 옆집 이웃과 마주치게 되었다.겉보기에는 담담해 보였지만 온하랑의 마음속에는 기쁨의 물결이 넘쳐났다.드디어 이사를 하는구나.온하랑의 옆집 이웃은 버스킹을 자주 다니는 뮤지션으로 집에서 늦게까지 마이크를 잡고 노는 탓에 온하랑은 늦은 저녁에도 잘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었다.결국, 지난번 회의 때 정신을 딴 데 팔아 완전한 거짓말을 하지 못했었다.물론 옆집에 가서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지만 낯가죽이 두꺼운 이웃은 당일은 좀 수그러드는 것 같았으나 이튿날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계속하여 마이크를 잡아 온하랑을 무척 화나게 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이웃이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었다니, 걷는 것조차 홀가분해진 온하랑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이웃은 무거운 종이상자를 옮기느라 온 얼굴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홀가분해 보이는 온하랑의 모습을 본 이웃은 화가 치밀어 올라 종이상자를 바닥에 털썩 내려놓고 따지기 시작했다.“어이, 당신은 정말 모질기 짝이 없군. 아무리 내가 떠드는 게 싫다고 해도 그냥 몇 번 더 일깨워주면 되지. 당신이 무슨 근거로 사람을 찾아 나를 내쫓아?!”그 말에 온하랑은 멈칫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억지 부리지 마세요. 제가 언제 사람을 찾아서 당신을 내쫓았습니까? 게다가 여긴 우리 집 아파트도 아닌데.”“아직도 인정 안 하네? 어제 어떤 한국 남자가 와서는 나더러 이곳을 떠나라며 협박했단 말이야. 당신이 찾은 사람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데?”남자?진도원?온하랑이 멍하니 서 있는 사이, 그녀가 묵인했다고 생각한 이웃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이었다. “그러니 빨리 가서 그 사람에게 말해. 나더러 강제로 옮기라고 협박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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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841화

    온하랑은 의심스러운 눈초리고 한참을 둘러보다 결국 의혹을 등 뒤로 넘겨버리고 잡지사로 향했다.잡지 내부페이지에는 배우 사진뿐만 아니라 인터뷰 내용과 관련 묘사도 적혀있고 사진은 인터뷰 내용과 함께 사용되며 표현력이 있어야 한다.물론 배우 측에도 원하는 스타일이 있어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따로 두고 있다.그런데 온하랑이 지극히 젊은 여자이자 외국인인 것을 보고 배우 매니저는 깊은 걱정이 들었다.그는 온하랑이 괜히 사진을 잘못 찍어 모든 것을 망칠까 봐 편집장에게 다른 사진작가가 있냐고 묻기까지 했다.그러자 편집장은 애써 매니저를 달래주었다.“에이, 조급해하지 말게. 페이도 상당히 훌륭한 젊은 사진작가야. 먼저 그녀에게 기회를 주자고. 반드시 자네 마음에 쏙 들 테니까.”사실 편집장도 자신은 없었다. 페이도 전에 인물 촬영을 한 경험이 있지만 일반인과 스타는 요구 사항이 다를 뿐만 아니라 화면 구현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들이 불러냈기에 인제 와서 그녀를 돌려보낼 수도 없다.편집장이 막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매니저도 그녀의 체면을 봐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같은 시각, 온하랑은 매니저와 배우 본인과 소통하기 시작했다.자신의 서비스 대상이 배우라는 것을 알게 된 온하랑은 배우의 사진과 작품을 찾아다니며 배우의 얼굴 상태와 기질을 미리 연구했고 지난 잡지 속 스타일도 찾아보며 대략적인 촬영 계획을 세웠다.그들이 원하는 효과를 알게 된 후, 온하랑은 스태프더러 소품을 준비하도록 하였다.현장은 이미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었고 그녀는 그저 안에서 좌우를 둘러보며 간단하게 배치를 바꾸었다.매니저는 온하랑의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며 천천히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상대도 잡지와 사진을 찍은 경험이 많은 배우였기에 그들은 호흡이 매우 잘 맞았다.내부페이지 일러스트 외, 그들은 결코 적지 않은 사진을 성공적으로 촬영했다.촬영을 마치고 온하랑은 모든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와 편집장, 배우, 매니저에게 한 장씩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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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842화

    매니저도 바쁜 것인지 아니면 배우와 소통하느라 늦어지는 것인지 계속하여 답변이 없었다.온하랑도 작업이 급하지 않으니 슬슬 저녁 먹으러 핸드폰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저녁을 먹던 중 그녀는 문득 머릿속에 또 하나의 아이디어가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온하랑은 이웃을 쫓아낸 한국 남자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하지만 사실 여부는 경찰서에 가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저녁을 먹고 온하랑은 경찰서에 잠깐 들렀는데 마침 당직 경찰관이 온하랑 사건에 연루되었던 사람인지라 온하랑은 곧바로 경찰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톰이라는 사람 혹시 한국 남자였나요?”“네.”경찰관이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당신이 떠나고 나서야 그 점이 생각나서 당신에게 말하는 것을 깜빡했군요.”“네, 감사합니다.”확답을 받은 온하랑은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톰을 낚아챌 수 있을까?온하랑은 생각에 잠긴 채 계속하여 앞으로 나아갔다.한편, 힙한 복장에 굵은 체인 목걸이를 한 젊은 양아치 몇 명이 문신이 가득 박힌 팔뚝을 드러내며 맞은 편에서 걸어왔다. 그러고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온하랑이 혼자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보자 선두에 선 양아치가 미심쩍은 표정을 짓더니 좌우로 친구와 눈을 마주치고는 곧 온하랑의 앞을 가로막았다.“어이, 예쁜이. 오빠랑 놀러 갈래?”온하랑은 발걸음을 멈추고 눈앞의 몇 사람을 경계하듯 쳐다보고는 한 걸음 물러서며 호통쳤다.“저리 가, 누가 당신들과 놀고 싶대?”온하랑의 세상 물정 모르는듯한 행동과 믿는 구석이 있는 듯 두려울 것 없다는 꼴을 보더니 양아치들은 냉소를 터뜨리며 비아냥거렸다.“이건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가기 싫어도 가야지 뭐.”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온하랑의 어깨를 움켜쥐고는 그녀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저리 가!”온하랑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녀는 사나운 얼굴로 순식간에 그의 손을 가로막고 몸을 피했다.그런데 그사이, 다른 사람들도 어느새 흔적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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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843화

    톰이 육광태인 걸 알게 된 건 사실 그날 그녀가 잡지사에 가려고 집을 나설 때 그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그때는 그냥 익숙하다 느꼈을 뿐 확인을 하진 못했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만약 부승민이 정말 그녀를 위해 그녀와 관계를 끊은 거라면 그도 반드시 온하랑에게 사람을 붙여 그녀의 안전을 보호할 것이다.하여 온하랑을 도와 이반의 음모를 간파한 톰과 옆집 이웃을 쫓아낸 한국 남자, 노준형이 알려준 진실, 그리고 익숙한 그림자까지 온하랑은 왠지 이 모르게 연결된 것 같다고 느껴졌다.만약 부승민이 정말 온하랑을 보호해줄 사람을 보냈다면 그녀가 밤에 외출했을 때, 분명 누군가가 그녀를 따라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경찰서에서 경찰관에게 물었을 때 온하랑이 유리창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두리번거리자 아니나 다를까 가까운 곳에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하여 양아치들의 등장은 상당히 공교로웠고 그녀는 일부러 그들을 격분시켜 육광태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도록 한 것이다.정체가 발각되자 육광태는 어색하게 코를 매만지며 물었다.“어떻게 아셨어요? 설마 노준형 씨가 알려준 겁니까?”“아뇨. 저 스스로 추측한 거예요. 갑시다, 커피 한 잔 사드릴게요.”근처 카페안.온하랑은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자, 그럼 이제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 보세요.”“어찌 된 일이라니요? 다 알아맞히지 않았습니까?”육광태가 듯 손을 내저어 보였다.“부승민이 오라고 했습니까?”“그 사람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톰이 정말 육광태라는 것을 확인한 온하랑은 그제야 노준형의 말을 조금 믿게 되었다.다만 부승민이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정말 정신줄을 놓기라도 한 것인지 그런 방식으로 그녀와 관계를 끊을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그럼 광태 씨는 제가 필라시에 도착하자마자 저를 따라다녔던 겁니까?”“아뇨. 전 당신보다 하루 늦게 도착했습니다.”“부승민이 경제범죄로 고소당했는데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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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844화

    살짝 정곡이 찔린 편집장은 조금 낮은 목소리로 다급히 답했다.“그러니까 제발 내 말 좀 들어. 내 말은 틀린 적 없다니까.”이윽고 매니저는 온하랑을 찾아가 견적을 요청했다.상업 촬영작가는 사진 장수에 따라 돈을 받는다.하여 온하랑은 전후 두 개의 주문서를 합치면 사릴 스튜디오의 한 달 월급보다 더 많았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막 걸음마 단계라 견적이 매우 낮기에 나중에 유명해지면 더 많이 벌게 될 수밖에 없다.하지만 거래가 끝나고 온하랑은 즉시 귀국 항공권을 끊었다.그녀는 육광태 외에 누구에게도 이 소식을 말하지 않았고 부승민에게도 알리지 말라며 육광태에게 신신당부했다. 비록 말해준다고 해도 부승민은 지금 구금 중이라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온하랑은 아무런 짐도 챙기지 않았고 오직 휴대폰, 충전케이블, 신분증, 여권 등 각종 증명서가 든 작은 가방 하나만 챙겼다.비행기에서 내린 온하랑은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부승민이 구금된 경찰서로 가서 자신이 준비한 서류를 꺼내 면회를 신청했다.이윽고 경찰은 그녀를 데리고 면회실로 가서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의 인솔하에 부승민이 맞은편의 유리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온하랑의 모습을 보는 순간, 부승민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쿵쿵 뛰고 묶인 두 손은 격동된 마음에 주먹을 꽉 쥐었다.하랑이?온하랑은 이미 떠나지 않았나?왜 갑자기 여기 나타난 거지?그때, 온하랑이 고개를 들어 부승민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오랫동안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거의 두 달만인가?오랜만에 보니 부승민은 이전보다 좀 야위고 낭패한 것 같았다.한편, 부승민은 심호흡을 한 뒤 아무런 내색도 없이 온하랑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며 짜증스럽게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왜 왔어?”그러자 온하랑은 곧 정신을 차리고 그를 보며 비아냥거렸다.“당연히 네 우스운 꼴 보러 왔지.”부승민은 어리둥절했다.그러나 온하랑은 턱을 치켜들고 계속하여 비아냥거리며 그를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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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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