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39화

Author: 고운
“맞아. 두 사람은 연기하고 있었던 거야.”

그러자 온하랑은 냉소를 터뜨리며 반박했다.

“노준형 씨, 제가 그렇게 만만해요? 그럼 그들이 연기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너와 승민이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그리고 이 모든 일에 네가 연루되지 않기 위해서야. 부승민은 일찍이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미리 준비를 했던 거야.”

진실을 알게 된 노준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부승민은 정말 진심으로 온하랑을 사랑하고 있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온하랑을 대신하여 생각하고 있다니.

혼자 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는 한이 있더라도 온하랑의 안전만을 바랬다.

하지만 노준형은 부승민이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온하랑에게 오해를 받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반드시 온하랑에게 이 일을 알려야 한다.

온하랑도 부승민의 감정을 알게 된다면 분명 진심으로 감동할 것이다.

그런데 온하랑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우습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자 노준형은 당황하고 말았다.

“반나절이나 공들여 생각해낸 이유가 겨우 이거라는 게 웃겨서요. 그걸 내가 믿을 것 같아요?”

이마에 ‘바보’라고 쓰이기라도 해서 노준형이 이렇게 쉽게 그녀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부승민이 그런 짓을 한 이유가 온하랑을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그런데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을까?

만약 그가 정말로 그녀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았다면 할머님과 부시아를 대하는 것처럼 그녀에게도 분명히 말해주고 외국으로 보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굳이 관계를 깔끔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까?

온하랑도 외국으로 출국하긴 했지만 그 과정과 이유는 전혀 다르다.

“다 사실인데 왜 못 믿는 거야? 부승민이 그렇게 널 좋아했는데...”

마음이 다급해진 노준형이 말을 더듬었다.

“당신의 뜻에 따르면 부승민의 목적은 나의 안전이었겠죠. 지금 전 외국에서 매우 안전하니까 그의 목적도 달성되었어요. 그러니까 이만 편히 쉬세요.”

온하랑이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위태로운 제안   제840화

    하여 온하랑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기다리면 되는 것이다.만약 노준형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부승민이 구치소에서 나온 후에 그녀를 찾으러 올 것이다.만약 나오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면 되는 것이다.아파트 아래층으로 돌아온 온하랑은 마침 아래로 짐을 나르고 있는 옆집 이웃과 마주치게 되었다.겉보기에는 담담해 보였지만 온하랑의 마음속에는 기쁨의 물결이 넘쳐났다.드디어 이사를 하는구나.온하랑의 옆집 이웃은 버스킹을 자주 다니는 뮤지션으로 집에서 늦게까지 마이크를 잡고 노는 탓에 온하랑은 늦은 저녁에도 잘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었다.결국, 지난번 회의 때 정신을 딴 데 팔아 완전한 거짓말을 하지 못했었다.물론 옆집에 가서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지만 낯가죽이 두꺼운 이웃은 당일은 좀 수그러드는 것 같았으나 이튿날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계속하여 마이크를 잡아 온하랑을 무척 화나게 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이웃이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었다니, 걷는 것조차 홀가분해진 온하랑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이웃은 무거운 종이상자를 옮기느라 온 얼굴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홀가분해 보이는 온하랑의 모습을 본 이웃은 화가 치밀어 올라 종이상자를 바닥에 털썩 내려놓고 따지기 시작했다.“어이, 당신은 정말 모질기 짝이 없군. 아무리 내가 떠드는 게 싫다고 해도 그냥 몇 번 더 일깨워주면 되지. 당신이 무슨 근거로 사람을 찾아 나를 내쫓아?!”그 말에 온하랑은 멈칫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억지 부리지 마세요. 제가 언제 사람을 찾아서 당신을 내쫓았습니까? 게다가 여긴 우리 집 아파트도 아닌데.”“아직도 인정 안 하네? 어제 어떤 한국 남자가 와서는 나더러 이곳을 떠나라며 협박했단 말이야. 당신이 찾은 사람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데?”남자?진도원?온하랑이 멍하니 서 있는 사이, 그녀가 묵인했다고 생각한 이웃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이었다. “그러니 빨리 가서 그 사람에게 말해. 나더러 강제로 옮기라고 협박하지 말라고.”

  • 위태로운 제안   제841화

    온하랑은 의심스러운 눈초리고 한참을 둘러보다 결국 의혹을 등 뒤로 넘겨버리고 잡지사로 향했다.잡지 내부페이지에는 배우 사진뿐만 아니라 인터뷰 내용과 관련 묘사도 적혀있고 사진은 인터뷰 내용과 함께 사용되며 표현력이 있어야 한다.물론 배우 측에도 원하는 스타일이 있어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따로 두고 있다.그런데 온하랑이 지극히 젊은 여자이자 외국인인 것을 보고 배우 매니저는 깊은 걱정이 들었다.그는 온하랑이 괜히 사진을 잘못 찍어 모든 것을 망칠까 봐 편집장에게 다른 사진작가가 있냐고 묻기까지 했다.그러자 편집장은 애써 매니저를 달래주었다.“에이, 조급해하지 말게. 페이도 상당히 훌륭한 젊은 사진작가야. 먼저 그녀에게 기회를 주자고. 반드시 자네 마음에 쏙 들 테니까.”사실 편집장도 자신은 없었다. 페이도 전에 인물 촬영을 한 경험이 있지만 일반인과 스타는 요구 사항이 다를 뿐만 아니라 화면 구현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들이 불러냈기에 인제 와서 그녀를 돌려보낼 수도 없다.편집장이 막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매니저도 그녀의 체면을 봐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같은 시각, 온하랑은 매니저와 배우 본인과 소통하기 시작했다.자신의 서비스 대상이 배우라는 것을 알게 된 온하랑은 배우의 사진과 작품을 찾아다니며 배우의 얼굴 상태와 기질을 미리 연구했고 지난 잡지 속 스타일도 찾아보며 대략적인 촬영 계획을 세웠다.그들이 원하는 효과를 알게 된 후, 온하랑은 스태프더러 소품을 준비하도록 하였다.현장은 이미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었고 그녀는 그저 안에서 좌우를 둘러보며 간단하게 배치를 바꾸었다.매니저는 온하랑의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며 천천히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상대도 잡지와 사진을 찍은 경험이 많은 배우였기에 그들은 호흡이 매우 잘 맞았다.내부페이지 일러스트 외, 그들은 결코 적지 않은 사진을 성공적으로 촬영했다.촬영을 마치고 온하랑은 모든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와 편집장, 배우, 매니저에게 한 장씩 넘겨

  • 위태로운 제안   제842화

    매니저도 바쁜 것인지 아니면 배우와 소통하느라 늦어지는 것인지 계속하여 답변이 없었다.온하랑도 작업이 급하지 않으니 슬슬 저녁 먹으러 핸드폰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저녁을 먹던 중 그녀는 문득 머릿속에 또 하나의 아이디어가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온하랑은 이웃을 쫓아낸 한국 남자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하지만 사실 여부는 경찰서에 가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저녁을 먹고 온하랑은 경찰서에 잠깐 들렀는데 마침 당직 경찰관이 온하랑 사건에 연루되었던 사람인지라 온하랑은 곧바로 경찰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톰이라는 사람 혹시 한국 남자였나요?”“네.”경찰관이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당신이 떠나고 나서야 그 점이 생각나서 당신에게 말하는 것을 깜빡했군요.”“네, 감사합니다.”확답을 받은 온하랑은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톰을 낚아챌 수 있을까?온하랑은 생각에 잠긴 채 계속하여 앞으로 나아갔다.한편, 힙한 복장에 굵은 체인 목걸이를 한 젊은 양아치 몇 명이 문신이 가득 박힌 팔뚝을 드러내며 맞은 편에서 걸어왔다. 그러고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온하랑이 혼자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보자 선두에 선 양아치가 미심쩍은 표정을 짓더니 좌우로 친구와 눈을 마주치고는 곧 온하랑의 앞을 가로막았다.“어이, 예쁜이. 오빠랑 놀러 갈래?”온하랑은 발걸음을 멈추고 눈앞의 몇 사람을 경계하듯 쳐다보고는 한 걸음 물러서며 호통쳤다.“저리 가, 누가 당신들과 놀고 싶대?”온하랑의 세상 물정 모르는듯한 행동과 믿는 구석이 있는 듯 두려울 것 없다는 꼴을 보더니 양아치들은 냉소를 터뜨리며 비아냥거렸다.“이건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가기 싫어도 가야지 뭐.”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온하랑의 어깨를 움켜쥐고는 그녀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저리 가!”온하랑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녀는 사나운 얼굴로 순식간에 그의 손을 가로막고 몸을 피했다.그런데 그사이, 다른 사람들도 어느새 흔적도 없

  • 위태로운 제안   제843화

    톰이 육광태인 걸 알게 된 건 사실 그날 그녀가 잡지사에 가려고 집을 나설 때 그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그때는 그냥 익숙하다 느꼈을 뿐 확인을 하진 못했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만약 부승민이 정말 그녀를 위해 그녀와 관계를 끊은 거라면 그도 반드시 온하랑에게 사람을 붙여 그녀의 안전을 보호할 것이다.하여 온하랑을 도와 이반의 음모를 간파한 톰과 옆집 이웃을 쫓아낸 한국 남자, 노준형이 알려준 진실, 그리고 익숙한 그림자까지 온하랑은 왠지 이 모르게 연결된 것 같다고 느껴졌다.만약 부승민이 정말 온하랑을 보호해줄 사람을 보냈다면 그녀가 밤에 외출했을 때, 분명 누군가가 그녀를 따라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경찰서에서 경찰관에게 물었을 때 온하랑이 유리창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두리번거리자 아니나 다를까 가까운 곳에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하여 양아치들의 등장은 상당히 공교로웠고 그녀는 일부러 그들을 격분시켜 육광태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도록 한 것이다.정체가 발각되자 육광태는 어색하게 코를 매만지며 물었다.“어떻게 아셨어요? 설마 노준형 씨가 알려준 겁니까?”“아뇨. 저 스스로 추측한 거예요. 갑시다, 커피 한 잔 사드릴게요.”근처 카페안.온하랑은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자, 그럼 이제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 보세요.”“어찌 된 일이라니요? 다 알아맞히지 않았습니까?”육광태가 듯 손을 내저어 보였다.“부승민이 오라고 했습니까?”“그 사람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톰이 정말 육광태라는 것을 확인한 온하랑은 그제야 노준형의 말을 조금 믿게 되었다.다만 부승민이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정말 정신줄을 놓기라도 한 것인지 그런 방식으로 그녀와 관계를 끊을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그럼 광태 씨는 제가 필라시에 도착하자마자 저를 따라다녔던 겁니까?”“아뇨. 전 당신보다 하루 늦게 도착했습니다.”“부승민이 경제범죄로 고소당했는데 도대체

  • 위태로운 제안   제844화

    살짝 정곡이 찔린 편집장은 조금 낮은 목소리로 다급히 답했다.“그러니까 제발 내 말 좀 들어. 내 말은 틀린 적 없다니까.”이윽고 매니저는 온하랑을 찾아가 견적을 요청했다.상업 촬영작가는 사진 장수에 따라 돈을 받는다.하여 온하랑은 전후 두 개의 주문서를 합치면 사릴 스튜디오의 한 달 월급보다 더 많았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막 걸음마 단계라 견적이 매우 낮기에 나중에 유명해지면 더 많이 벌게 될 수밖에 없다.하지만 거래가 끝나고 온하랑은 즉시 귀국 항공권을 끊었다.그녀는 육광태 외에 누구에게도 이 소식을 말하지 않았고 부승민에게도 알리지 말라며 육광태에게 신신당부했다. 비록 말해준다고 해도 부승민은 지금 구금 중이라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온하랑은 아무런 짐도 챙기지 않았고 오직 휴대폰, 충전케이블, 신분증, 여권 등 각종 증명서가 든 작은 가방 하나만 챙겼다.비행기에서 내린 온하랑은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부승민이 구금된 경찰서로 가서 자신이 준비한 서류를 꺼내 면회를 신청했다.이윽고 경찰은 그녀를 데리고 면회실로 가서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의 인솔하에 부승민이 맞은편의 유리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온하랑의 모습을 보는 순간, 부승민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쿵쿵 뛰고 묶인 두 손은 격동된 마음에 주먹을 꽉 쥐었다.하랑이?온하랑은 이미 떠나지 않았나?왜 갑자기 여기 나타난 거지?그때, 온하랑이 고개를 들어 부승민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오랫동안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거의 두 달만인가?오랜만에 보니 부승민은 이전보다 좀 야위고 낭패한 것 같았다.한편, 부승민은 심호흡을 한 뒤 아무런 내색도 없이 온하랑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며 짜증스럽게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왜 왔어?”그러자 온하랑은 곧 정신을 차리고 그를 보며 비아냥거렸다.“당연히 네 우스운 꼴 보러 왔지.”부승민은 어리둥절했다.그러나 온하랑은 턱을 치켜들고 계속하여 비아냥거리며 그를 비웃었다.“

  • 위태로운 제안   제845화

    경찰서에서 나올 때 온하랑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진실을 몰랐을 땐 주의하지 않았지만 이제 부승민의 계획을 알게 되니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눈빛과 표정을 관찰하며 쉽게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일부 눈빛은 사람을 속일 수 없다.그녀는 눈 밑 깊은 곳에 상처받은 기색이 어렴풋이 드러나면서도 냉정한 얼굴로 독설을 퍼붓고 자신이 잘 위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승민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허.온하랑은 여전히 그날 부승민의 사무실에서 추서윤을 보고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그런데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이 가짜였다니.그럼 괜히 슬퍼한 거 아니겠는가?하여 온하랑은 반드시 이 모든 것을 부승민에게 돌려주고 그더러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한다.이제 드디어 부승민의 차례가 되었다.그러게 누가 그에게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라고 했는가?!누가 그에게 이런 방식으로 그녀를 대신해서 선택하라고 했는가?!부승민은 멋대로 이렇게 하는 것이 그녀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이건 전혀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그나저나 희롱하는 것은 희롱이지만 사람을 구할 방법은 찾아야 한다. 부승민이 정말로 형을 선고받게 놔둘 수는 없으니까.하지만 어떻게 구해야 하지?온하랑은 부승민이 정말 경제범죄를 저지를 거라고 믿지 않는다.하지만 아직 조사 중이라 상대방이 증거를 위조해 부승민을 고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그러나 증거 조작에는 항상 단서가 남는 법이다.따라서 이 일에는 위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 계속 진상을 조사하기만 하면 반드시 부승민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이윽고 온하랑은 문득 서 의원을 떠올렸다.그 사람은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거물로서 그가 부승민을 지키기만 한다면 부승민에게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그러나 서정훈과도 같은 사람들은 줄곧 일이 바빠서 매일 출입할 때마다 전용차와 경호원이 따라 다닌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를 만날 수 있을까?그 순간, 온하랑은 연도진을 떠올렸다.그날 경찰서에서

  • 위태로운 제안   제846화

    “그래요.”연도진은 전화를 끊고 몸을 돌리자마자 언제 온 건지 이엘리아가 그의 뒤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오빠, 누구 전화예요?”이엘리아가 의심스러운 듯 그를 쳐다보았다.“그냥 비즈니스 친구야.”연도진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아뇨. 전 안 믿어요.”이엘리아는 입술을 오므린 채 큰 눈을 빤히 뜨고 연도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방금 분명 여자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실에 잘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를 받고 나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분명 꿍꿍이가 있다.그러니 그에게 전화한 사람은 틀림없이 페이이다.대체 무슨 부탁을 했기에 연도진이 그토록 쿨하게 받아들였단 말인가?“아니야. 네가 잘못 들은 거야.”연도진은 여전히 안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이만 방에 들어가자.”“전 잘못 들은 게 아니에요. 거기 서... 거기 서란 말이야...”이엘리아는 연도진의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그러나 연도진이 여전히 고개조차 돌리지 않자 이엘리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 발을 동동 굴렀다.한편, 온하랑은 자신이 묵을 호텔을 찾았다.연도진은 다음날 오후,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이미 서정훈의 비서에게 연락을 넣어 오늘 저녁 서정훈이 다른 지도자들과 모 식당에서 식사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하여 식사를 마친 후, 서정훈은 30분 동안 그녀를 만날 수 있다.그리고 그때가 되면 연도진은 직접 온하랑이 사진을 지우는 것을 감시할 것이다.말을 들어보니 연도진은 이미 국내에 와 있는듯했다.저녁 8시 반, 온하랑은 일찌감치 식당에 도착했다.그 식당은 세련되고 안전하며 은밀하게 꾸며져 있었고 전부 룸으로 구성되어 있어 귀한 손님만 접대하고 있다.온하랑은 룸 하나를 요구하여 안에서 기다리다가 연도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도진은 바로 문을 열고 들어와서 온하랑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온하랑은 그를 보고 나서 먼저 입을 열었다.“서 의원님을 만나면 사진을 삭제하겠

  • 위태로운 제안   제847화

    “만약 일이 정말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당연히 걱정할 필요가 없죠. 솔직히 말해서 누군가가 그를 모함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이번에도 누군가 일부러 그를 노리고 고발해 구속 수사를 받게 된 겁니다. 서 의원님, 의원님은 청렴결백하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으니 분명 알고 계실 것입니다...”“당신은 걱정이 너무 많으시군요. 부승민을 너무 약하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서정훈은 단번에 온하랑의 아첨을 끊고 말을 이어갔다.“게임에는 항상 승패가 존재하는 법이죠. 그리고 기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시적인 난국이 진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죠. 지금 의기양양하더라도 그 사람이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됐어요, 다른 일 없으면 나가세요.”서정훈은 다시 눈을 감고 손을 들어 양미간을 비비며 매우 피곤한 모습을 보였다.온하랑은 더 이상 그를 방해할 수 없었기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네. 답변 감사드립니다, 의원님. 푹 쉬세요,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룸에서 나온 온하랑은 연도진의 뒤를 따라 몇 걸음 걸은 뒤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을 찾아 연도진의 앞에서 삭제했다.“삭제했어요.”연도진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설마 백업한 건 아니죠?”그러자 온하랑은 직접 휴대폰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못 믿겠으면 직접 보세요.”그러나 연도진은 다시 폰을 그녀의 손에 밀어 넣었다.“좋아요, 믿어볼게요. 그러니까 시연이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알아요.”전혀 의심하지 않는 연도진의 모습에 온하랑은 조금 양심이 찔렸다.만약 연도진이 그녀의 휴대폰을 들고 김시연과 나눈 톡 기록을 뒤적여보면 비슷한 사진을 보내준 적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될 것이다.호텔로 돌아가는 길, 온하랑은 계속하여 서정훈이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기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일시적인 난국이 진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러니 지금 의기양양하더라도 그 사람이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건 아니다.그 말은 즉 부승민이 겉으로는 곤경에 처했지

Latest chapter

  • 위태로운 제안   제1383화

    “그렇다면 다행이네.”최국환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동림이도 이 병원에 있어. 천식이 재발해서 입원 중인데 같이 가서 보러 갈래?”온하랑은 잔잔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전 또 일이 있어서요.”“바로 아래층인데. 금방이면 돼.”최국환이 설득하듯 덧붙였지만 온하랑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회장님. 제가 좀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부드럽게 말을 맺고 최국환을 지나쳐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기면서도 그녀의 생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내가 필라시에서 메이슨을 낳았다는 얘기...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 하지만 사진도 있었고 메이슨이 다시 내 품에 돌아온 뒤로는 받아들이게 됐어. 그렇다면 메이슨이 유실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온하랑은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첫 번째 가능성은 출산한 후 며칠 지나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그 사고로 기억을 잃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이 갓난아기 메이슨은 집에 혼자 남겨졌고 우는 소리에 놀란 이웃이나 행인이 아이를 구조했다가 연락처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다 양부모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 혹은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틈타 누군가 아이를 빼돌렸을 수도 있었다.두 번째는 임신 후반기에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병원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기억을 잃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입원 생활을 이어갔고 아이는 병원의 판단이나 제삼자의 개입으로 다른 곳에 보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특히 병원 측이 메이슨의 혈액형이 특이하다는 걸 알고 그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무엇보다 그때 그녀에게는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온하랑은 두 번째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 생각했다.사고로 깨어난 뒤 그녀의 휴대폰에는 최동철이나 벨라, 혹은 진도원 등 사람들의 연락처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 사고에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메이슨의 희귀 혈액형을 알게 된 뒤로

  • 위태로운 제안   제1382화

    온하랑은 조심스럽게 일반 병실 문을 밀어 열었고 문틈 사이로 소독약 특유의 냄새가 훅하고 밀려왔다.병실 안에서는 운전기사가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있었고 오른쪽 다리는 깁스를 한 채 이마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온하랑이 들어오자 기사는 몸을 일으키려 애쓰며 말했다.“아가씨, 죄송합니다.”“움직이지 마세요.”온하랑은 재빨리 다가가 그를 제지하고는 다정하게 말했다. “지금은 푹 쉬셔야 해요.”기사는 눈에 띄게 미안한 기색이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그때 반응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기사님 잘못 아니에요.”온하랑은 그의 곁에 앉아 방금 사 온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 “CCTV 확인해 보니까 상대 차량이 고의로 신호를 어긴 게 맞아요. 경찰이 이미 수사에 들어갔어요.”기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물었다.“그럼... 메이슨 도련님은요?”“아직 중환자실이에요.”온하랑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걱정은 고스란히 전해졌다.“하... 부디 별일 없어야 할 텐데요. 어서 나아야 할 텐데...”“의사들이 최선을 다해주실 거예요. 기사님께서 필요한 거 있으면 간병인이나 비서한테 바로 말씀하세요. 전 이제 아주머니 병실도 보고 올게요.”“네, 고맙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온하랑은 장 선생 병실을 나온 뒤 가정부 아주머니의 병실도 들렀고 마지막으로 메이슨이 있는 중환자실 앞으로 향했다.아직 깨어나지 않은 메이슨을 보기 위해 간호 스테이션에 들러 서류에 서명하고 푸른색 보호복과 마스크, 모자를 착용한 뒤 무거운 격리실 문을 밀었다.침대 위 메이슨은 생각보다 더 창백했다.그의 긴 속눈썹이 병실 조명 아래 거의 투명해 보였고 여러 장비와 관이 그 작은 몸을 감싸고 있었고 의료 기기에서는 규칙적인 삑삑 소리가 들렸다.온하랑은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엄지로 손등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낮게 속삭였다.“메이슨...”그녀는 고개를 돌려 간호사에게 물었다.“언제쯤 깰 수 있나요?”“수술 끝난 지 이제 다섯 시간

  • 위태로운 제안   제1381화

    온하랑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예전에 강남시에서 마주친 소년이 떠올랐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그들은 비록 이복남매 사이지만 사실상 남이나 다름없었다.게다가 지금 최동림이 입원 중이라면 보호자는 거의 확실하게 임가희일 것이고 온하랑은 그 여자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 그럼 내가 잠깐 내려갔다 올게.”“네.”최동철은 조용히 병실로 내려가 잠시 임가희와 인사를 나누고 최동림의 상태를 확인한 뒤 수술실 앞으로 돌아왔다.보모가 먼저 수술을 마쳤고 이어 병원에서 혈장을 수급해 수술이 이어졌으며 결국 메이슨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그는 현재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의사는 메이슨이 깨어나려면 대략 4~6시간 정도 걸릴 거라 설명했다.최동철은 곧장 비서 김지환과 간병인 두 명을 병동에 상주시키도록 지시했다.한편, 메이슨과 같은 희귀 혈액형을 가진 친구도 병원에 도착했다.비록 실제 수혈은 필요 없었지만 최동철과 온하랑은 감사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하고 고급 담배와 술도 선물했고 연락처도 서로 교환했다.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레 희귀 혈액형 이야기가 나왔다.그 친구는 자신의 혈액형이 확인된 후 가족 전체가 무료 혈액형 검사를 받았고 그중 동생도 같은 혈액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현재는 희귀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의 상호 도움 단체에 가입해 있으며 메이슨도 가입해 두라고 권했다.지금은 어린 나이라 헌혈이 안 되지만 이후 혹시 모를 수혈 상황에 대비해 혈액 공급망을 넓혀 두는 게 좋다는 것이다.메이슨이 성인이 되면 직접 헌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식사를 마친 뒤 온하랑은 협력사 미팅에 가야 했기에 최동철은 그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자신의 업무로 향했다.협력사 미팅을 마친 온하랑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고 택시에서 막 내린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부승민이었다.온하랑은 병원 안으로 들어서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어때? 장 대표님은 만났어?”수화기 너머에서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위태로운 제안   제1380화

    온하랑은 지금 경주 출장을 온 상태였다.그는 오늘 막 도착해 협력사 직원의 안내로 호텔에 체크인했지만 아직 현지 담당자와는 만나지 못한 상황이었다.원래는 저녁에 메이슨을 잠깐 보러 갈지 생각 중이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최동철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메이슨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이었고 그래서 온하랑은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입구에는 최동철이 먼저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를 보자 온하랑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며 다급히 물었다.“동철 오빠, 메이슨은 어때요?”그러자 최동철은 깊이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과다 출혈이 있어서 수혈이 필요해.”그 말에 온하랑은 아까 전화로 자신에게 혈액형을 물어본 이유가 떠올랐고 마음속 불안이 더욱 커졌다.“메이슨 혈액형이... 뭔가 문제라도 있어요?”“검사 결과, 메이슨은 Kidd 혈액형 중 Jk(a-b-)형이래. Rh 음성보다 더 희귀한 혈액형이야.”최동철의 목소리에는 짙은 걱정이 묻어 있었고 온하랑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벌렸다.“그런 혈액이... 혈액은행에 있긴 있어요?”“응. 병원에서 이미 확보 요청했어.”그래도 온하랑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메이슨이 어쩌다 그런 희귀 혈액형을 갖게 된 거지? 혹시 혈액이 부족하면 어쩌지...’그러자 최동철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예전에 경주에서 같은 혈액형 가진 사람 중 헌혈 계약을 맺은 분들이 있어서 지금 연락 중이야. 메이슨 상태도 많이 안정됐고 잘 버틸 수 있을 거야.”만약 사고가 메이슨이 처음 귀국했을 때 터졌다면 정말 위험했을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병실로 가는 길에 최동철은 메이슨의 혈액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Kidd 혈액형은 ABO 혈액형과는 별개 체계로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ABO 혈액형상으로 메이슨은 O형이다.하지만 Kidd 혈액형 시스템에서는 적혈구 표면 항원의 존재 여부에 따라 Jk(a+b-), Jk(a-b+), Jk(a+b+), Jk(a-b-)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뉜다

  • 위태로운 제안   제1379화

    아침이 밝고서야 최국환이 병원에서 돌아왔다.설윤은 그의 눈 밑이 시커멓게 팬 걸 보고 곧바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조심스레 물었다.“동림이는요?”“원래 있던 증상이지. 의사 말론 어제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서 그랬다고 했어. 당분간 입원해서 안정 취해야 한대. 지금 병원에 동림이 엄마랑 하인이 같이 있어.” 최국환은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가 몰려와 그는 이제 더 이상 밤새우는 게 버겁다고 느꼈다.알레르기 유발성 천식과 감정 기복으로 인한 천식 발작은 증상이 조금 달랐다.경험 많은 의사가 문진과 혈액 검사 끝에 감정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큰일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회장님도 아주 피곤해 보이세요. 아침 드시고 바로 좀 쉬시는 게 어때요?”설윤이 조용히 말하자 최국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그는 2층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했고 임연지는 외출해 오재원을 만나러 나갔다.집에 혼자 남은 설윤은 심심하던 차에 기사에게 부탁해 병원으로 향했다.명분은 최동림의 병문안이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임가희의 신경을 긁어놓는 데 있었다.병원에 도착해 입원실 방향으로 걷던 중 그녀는 익숙한 뒷모습 하나를 발견했다.그 사람은 통화 중이었고 바쁘게 걸음을 옮기며 설윤보다 먼저 병동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최동철? 설마 동림이를 보러 온 걸까?’설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엘리베이터에 올라 최동림의 병실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창밖으로 병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최동림은 링거를 맞으며 누워 있었고 곁의 보호자 침대엔 임가희가 쉬고 있었다.설윤은 병실 문을 똑똑똑 세 번 두드렸다.아무런 응답이 없자 그녀는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 소리에 임가희는 반사적으로 벌떡 몸을 일으켰고 그녀의 눈빛은 곧장 경계심으로 바뀌었다.“설윤 씨, 여긴 무슨 일이죠?”임가희는 빠르게 몸을 돌려 병상 앞을 가로막았고 설윤은 손에 든 과일 바구니를 살짝 흔들며 부드럽게 웃었다.“당연히 동

  • 위태로운 제안   제1378화

    임연지는 설윤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분에 겨워 발을 굴렀다.‘진짜 싸가지 없는 여자야. 예전에 백화점에서 따귀 한 대 맞았을 땐 개처럼 쫄아서는 말도 못 하더니 지금은 고모부가 뒤를 봐준다고 어디 감히 자기를 상대로 맞불을 놓다니.’설윤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고 금세 잠이 들 것 같았다. 그런데 카카오톡 알림음이 울려 억지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한편, 임연지는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핸드폰을 들어 한진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죄다 털어놓았다.[이 년은 진짜 너무 교활해. 내가 못 봤으면 동림이는 완전히 넘어갔을 걸? 아무도 몰랐을 거야. 아까는 대놓고 동림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뭐냐고 묻더라니까? 고모부는 갑자기 노망이 났는지 그냥 다 알려주라고 하질 않나.]그러자 한진의 답장도 빠르게 도착했다.[이 여자 수위가 장난 아닌데.] [그렇지. 내 말 맞지!] [너네는 못 이겨. 이런 애 상대하려면 그냥 권력으로 찍어 눌러야 해. 지금처럼 고모부가 뒷배 봐주니까 애가 깝치는 거지. 그러니까 넌 빨리 오재원이랑 결혼하는 게 답이야.][곧 할 거야. 오씨 집안에서도 이번 주 안에 날짜 잡자고 올라온다고 했어.][근데 결혼했다고 끝난 건 아니야. 오재원이 예전처럼 아무 능력 없는 철부지라면 권한도 없고 집안에서 힘도 없을걸.]임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오재원네 집안 권력은 오형일, 큰아들 오하운, 그리고 작은아버지 오정우에게 집중돼 있었다.사실 그녀도 예전엔 오재원의 형 오하운에게 접근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는 워낙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고 간신히 만나도 말도 안 섞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근데 솔직히 오재원은 회사에서 일할 깜냥도 안 돼.][그럼 그냥 가르치면 되지. 저 정도 집안이면 선생 몇 명 붙이는 거 일도 아니잖아. 회사 나가서 일하게 만들고 진심으로 개과천선은 못 해도 적어도 모양새는 갖춰야지. 부모님 눈에도 달라졌다고 보이게 말이야. 연지야, 지금은 오

  • 위태로운 제안   제1377화

    “회장님! 동림 도련님이 천식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모시려는 중이에요. 어서 내려와 보세요.”복도에서 다급한 하인의 외침이 들려왔다.최국환은 눈을 번쩍 뜨고 곧장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 조명을 켠 뒤 겉옷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를 따라 일어난 설윤이 몸을 일으키자 그는 말했다. “그냥 자. 내가 가볼게.”하지만 설윤은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동림이 천식이 있어요?”“응. 태어날 때부터 있었어.”“그럼 저도 같이 가볼게요.”설윤은 외투를 꺼내 입고 최국환과 함께 급히 방을 나섰다.1층 거실로 내려가 보니 최동림은 이미 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얼굴이 벌겋게 변해 있었다.곁에서 지키고 있던 임가희는 몹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도대체 왜 갑자기 발작이 난 거야?” 최국환이 조급하게 묻자 임가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확실하진 않은데 혹시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노출된 게 아닐까 싶어요... 다만 의사 말로는 감정적인 변화 특히 슬픔이나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이런 감정이 심할 경우 몸속 자율신경 중 미주신경이 자극돼 기관지가 수축하고 천식 발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최동림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천식 판정을 받았고 그 뒤로 집안은 온통 방역과 청소, 위생 관리에 신경 써 왔다.최동림이 자라면서 체질도 좋아져 요즘엔 거의 발작이 없었고 학교에도 특이 사항을 알려 기숙사 생활을 하게 했던 터였다.“알레르기 때문은 아닐 거야. 아마 낮에 너무 놀랐던 것 같아.”최국환은 최동림 옆에 앉아 등을 두드리며 숨을 고르게 도와주었다.“동림아, 아빠가 너무 심했어. 미안해.”그때 임연지가 옆에서 코웃음을 치며 설윤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글쎄요, 고모부. 오늘 오후에 설윤 씨가 동림이 방에 다녀갔는데 혹시 몸에 뭐 안 좋은 걸 묻히고 온 건 아닐까요? 동림이 건강 생각하면 확인

  • 위태로운 제안   제1376화

    방금까지 부모에게 혼나 속이 뒤집힌 상태였던 최동림은 설윤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다가온 그 순간 그녀에 대한 인상이 한껏 좋아졌다.그녀는 확실히 임가희가 지금껏 상대해 온 사람 중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다.최동철 쪽과도 특별히 친하지 않고 이 집에서 그녀가 기대고 있는 건 허공에 떠 있는 최국환의 사랑 말고는 오직 최동림이라는 아들뿐이었다.그리고 설윤은 단번에 그 약점을 정확히 찔러 들어왔다.임가희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는 조용히 말했다.“연지야, 넌 먼저 나가 있어.”임연지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최동림을 노려보다가 억지로 돌아섰고, 문을 쿵 하고 세게 닫고 나갔다.그러자 방 안에는 모자 단둘만 남았다.짙은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임가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아들 앞에 앉았다.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지만 최동림은 피하듯 몸을 틀었다.허공에 멈춘 임가희의 손끝이 서글프게 떨리다가 조용히 내려왔다.“동림아.”그녀의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게임기... 엄마한테 줄래?”최동림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더 꼭 안으며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이건 제 거예요!”임가희는 눈빛을 거두며 일어섰다.“동림아, 엄마 정말 실망했어.”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몰라? 새 옷 사주고 장난감 사주고 아프면 병원에서 밤새 지켜봐 주고 늘 네 곁에 있었잖아. 그런데 네가 이런 식으로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해?”그 말에 최동림의 눈이 붉어지며 금세 눈물이 고였고, 그는 와락 게임기를 내려놓고 임가희를 안았다.“엄마, 미안해요... 게임기 필요 없어요. 제발 화 풀어요...”임가희는 아들의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이며 말했다.“그래야 우리 동림이지.”그는 흐느끼며 품에 안겼고 임가희는 조용히 속삭였다.“아직 넌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어른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속셈이 오가는 거야. 설윤이란 여자는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은 달라. 그러니까 절대로 설윤한테 선물 받지 마. 가까이하

  • 위태로운 제안   제1375화

    “누나, 무슨 일이에요?”최동림은 게임을 계속하고 싶어 속으로 짜증을 삼키며 물었다.“방금... 설윤이 여기 왔었지?”“네...”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던 최동림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안 왔어요.”임연지는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고 어딘가 어색했다. 그런데 정확히 뭐가 이상한 건지 콕 집어 말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려다 문득 책상 위의 선물 포장 상자와 그가 들고 있는 게임기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이 게임기는... 누가 사준 거야?”최동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게... 엄마가... 사줬어. 왜?”“정말?”임연지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되물었다.“그럼 고모한테 물어볼게.”최동림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아, 잠깐만! 누나, 그게…”그의 말을 끊고 임연지는 단단히 다그쳤다. “동림아, 솔직히 말해. 이 게임기는 진짜 누가 사준 거야?” 최동림은 두 손으로 게임기를 꼭 쥐었고 손등이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그는 고개를 떨군 채 한참 말이 없다가 결국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설윤... 아줌마가 줬어.”“설윤... 아줌마?” 임연지는 말도 안 된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 지금 그 여자를 아줌마라고 불러? 이렇게 비싼 걸 받았다고? 동림아, 설윤이 어떤 여자인지는 알고 있는 거야?”갑작스러운 고함에 최동림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설... 설윤 아줌마는 착한 사람이야. 그냥...” “착하다고?”임연지는 분노에 찬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착한 여자가 남의 가정을 깨뜨리냐? 넌 그런 사람한테 선물 받으면서 고맙다고 하는 거야?”그녀는 그대로 손을 뻗어 최동림의 품에 있던 게임기를 낚아채더니 바닥에 내리꽂았다.“쾅!”새 게임기는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다. 화면은 깨지고 기계 외관도 부서져 부품이 여기저기 흩어졌다.최동림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다 곧장 무릎을 꿇고 깨진 게임기를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