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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791 - 챕터 800

1272 챕터

제791화

6월7일 10시쯤, 온하랑은 캐리어를 들고 강남국제공항으로 갔다. 김시연이 그녀를 배웅하러 나왔다.11시 30분 비행기로 두 번의 환승과 20시간의 비행을 거쳐야 필라시에 도착한다. 김시연은 온하랑과 함께 탑승 수속을 하러 갔다. 함께 체크인하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후 대기실에서 기다렸다.11시가 되자 승객들은 탑승구에 줄을 서서 항공권을 확인하고 탑승할 준비를 했다. 이번에 온하랑이 가면 최소 몇 달은 볼 수 없었다. 김시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온하랑을 껴안았다.“도착하면 꼭 전화해 줘. 혹시라도... 거기서 지내기 힘들면 다시 돌아와.”“그래.”김시연의 말을 듣던 온하랑은 코끝이 시큰해졌다.“아니면 나랑 같이 갈래?”두 사람의 관계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온하랑이 가장 힘들 때 김시연이 항상 옆에서 온하랑을 지지해 주고 그녀의 편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온하랑은 무뚝뚝한 사람이라 단 한 번도 김시연에 대한 우정을 말로 표현 한 적이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김시연을 최고의 절친으로 여겼다. 이제 둘이 헤어지게 되자 온하랑은 매우 아쉬웠다. 김시연은 미소를 지었다.“엄마가 없었다면 무조건 너랑 같이 갔을 텐데, 우리 엄마가 여기 있잖아.”어머니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어서 김시연은 떠날 수 없었다.“그래, 아주머니 잘 돌봐. 자주 연락할게. 만약 아저씨가 또 선보라고 하면 나랑 말해야 해. 어떤 사람인지 내가 판단해 볼게.”“네가? 너의 안목을 믿지 못하겠는데?”김시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웃었다.“하긴. 내 주제에 무슨.”온하랑은 멋쩍게 웃었다. 물러터진 성격으로 부승민에게 두 번이나 속았는데 김시연을 위해 남자를 봐준다니 웃기지도 않는 말이다.탑승이 시작되자 온하랑은 아쉬워서 계속 뒤돌아보았다.“그럼 갈게?”“그래. 도착하자마자 꼭 연락해.” “알았어.”김시연이 지켜보는 가운데 온하랑은 비행기로 통하는 통로로 걸어갔다. 부승민은 대기실의 기둥 뒤에서 온하랑의 뒷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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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온하랑은 카톡으로 진도원과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진도원이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생각해 보면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최동철이 필라시에 있을 때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으니 진도원이 최동철의 친구인 이상 그녀를 알고 있는 것도 가능했다.진도원은 온하랑을 한인 협회에서 알았다고 했는데 두 사람은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최동철이 온하랑과 더 친했다고 말했다.챙겨야 할 사람이 오랜 지인이라는 사실에 진도원은 더 열정적이었고 귀찮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는 반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온하랑에게 문자를 남겼다.[비행기에서 내리면 전화해.]메시지를 본 온하랑은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 짐을 찾고 진도원에게 전화했다. 온하랑이 자신의 위치를 말하자 진도원은 그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했다.온하랑은 캐리어 손잡이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짐을 찾고 차례로 떠나자 주변은 금세 조용해졌다. 멀지 않은 곳에 KFC가 영업 중이었고,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약 10분 후, 왼쪽에 검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키가 큰 남자가 온하랑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온하랑?”“도원 오빠?”신분을 확인한 진도원은 앞으로 다가가 훑어보더니 주동적으로 온하랑 손에 들린 캐리어를 건네받았다.“내가 도와줄게. 이쪽으로 가면 가까워.”“네, 도원 오빠. 늦은 시간에 데리러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온하랑은 진도원을 바라보다가 왼쪽 귀에 피어싱과 한 단추를 풀어 헤친 셔츠 사이로 살짝 드러난 문신을 발견했다.진도원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고맙긴 뭘, 같은 한국인끼리 도와야지. 여기서는 다 가족이나 다름없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이곳에 이민해 온 한국인은 많았지만 같은 민족끼리 정을 나누는 것은 불가피하므로 자발적으로 한인 협회를 만들어 서로 도우면서 살았다.“네,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며칠 뒤에 집 구할 때도 오빠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요.”온하랑은 이 도시에 처음 온 거나 다름없었기에 이곳의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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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네, 오빠.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해줘요.”만약 누군가 온하랑의 기억 상실을 이용해 접근해 온다면 그녀는 절대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진도원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최동철이 저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진도원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 나중에 누군가 물어보면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면 되니까.”“네, 고마워요.”진도원은 다시 필라시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쪽에 있는 시청이나 박물관 그리고 코리아타운 등에 관해서.호텔에 도착하자 온하랑은 프런트 데스크에 가서 객실 카드를 받은 후 진도원의 손에 있는 캐리어를 건네받았다.“오늘 고마웠어요, 도원 오빠. 늦었는데 얼른 돌아가세요.”“괜찮아. 위층까지 바래다 줄게.”진도원은 직접 온하랑을 방에 데려다주고 방 문을 꼭 잠그라고 당부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빨리 돌아가 봐요. 무슨 일 있으면 내일 다시 전화할게요.”“알았어, 그럼 난 이만 갈게. 내일 연락해. 같이 코리아타운에 가자. 거기서 밥도 먹고 물건을 사면 아주 편리해.”“네, 고마워요. 오빠.”“됐어. 얼른 들어가.”진도원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것을 본 온하랑은 방 문을 닫고 거친 한숨을 내뱉으며 캐리어를 열어 짐을 간단히 정리했다.객실 전화기로 저녁 식사를 주문한 온하랑은 창가 테이블에 앉아 김시연과 영상 통화를 하면서 식사했다.필라시에서의 생활이 막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비행기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고 중간에 비행기를 갈아탄 온하랑은 너무 피곤해서 저녁 식사 후 간단히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8시가 넘어서 자연스럽게 잠에서 깬 온하랑은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진도원에게 연락했다.진도원은 온하랑을 데리고 필라시 코리아타운으로 향했다. 필라시 코리아타운은 10번가와 아치 거리 교차로에 있었는데 온하랑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곳이 눈에 들어왔다.지도원이 차를 주차하는 사이 온하랑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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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라고만 생각한 온하랑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진도원은 칼과 포크를 내려놓고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온하랑도 따라서 그쪽을 바라보았는데 젊고 세련된 백인 여성이 테이블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고 뒤늦게야 아도니스가 진도원의 영어 이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호수 같은 깊고 푸른 눈동자를 가진 바비인형처럼 아름다운 백인 여성은 화난 얼굴로 진도원을 노려보며 온하랑을 가리켰다.“이 여자는 누구야?”이 말을 듣는 순간 온하랑은 이 여자가 진도원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진도원은 웃으며 말했다.“벨라, 오해하지 마. 이분은 알렉스(최동철) 친구야. 어제 팔라시에 왔는데 알렉스의 부탁으로 잠시 챙겨주고 있을 뿐이야.”진도원은 옆으로 이동하여 바깥 자리를 내주며 벨라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우연이네. 소개해 줄게. 이쪽은 내 여자 친구 벨라, 이쪽은 알렉스의 친구...”소개를 하던 도중 진도원은 온하랑을 바라보며 영어로 물었다.“넌 영어 이름이 뭐야?”온하랑은 벨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안녕하세요. 저의 영어 이름은 페이예요. 어제 금방 필라시에 도착했어요. 아도니스는 알렉스의 부탁으로 제가 필라시에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고마움의 표시로 제가 여기서 저녁을 대접하고 있었어요.”벨라는 온하랑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알렉스의 친구라고요?”“네.”온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도원은 벨라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빨리 앉아.”벨라는 진도원의 옆에 앉아 계속 온하랑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온하랑이 물었다.“벨라도 스테이크 드실래요?”벨라는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당신은 제 친구와 아주 많이 닮았네요.”온하랑은 벨라가 이미 자신에 대한 적대감을 거둔 것을 알고는 자연스레 물었다.“그래요? 그분도 한국인이에요?”“맞아요. 몇 년 전에 펜베니아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왔었는데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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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온하랑은 교통사고로 기억의 일부를 잃었고, 귀국한 후 벨라와 연락이 완전히 끊긴 것은 물론 지금은 벨라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벨라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기도 했고 온하랑이 그녀를 너무 낯설게 대해서 쉽사리 아는 척하지 못했다.온하랑 또한 이 점을 생각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단 말인가?온하랑은 벨라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그 친구의 한국 이름을 알아요?”예전 친한 한국인 친구도 있었고, 지금은 한국인 남자 친구를 만나고 있는 벨라는 한국어를 몇 마디 할 수 있었는데 꽤 표준적이었다. 벨라는 한국어로 대답했다.“온하랑이었어요.”온하랑은 입이 떡 벌어진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설마... 진짜 온하랑이야?”벨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내 이름은 맞는데.”온하랑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날 못 알아보겠어? 너 처음 펜베니아 대학교에 왔을 때 강의실을 못 찾아서 내가 데려다줬잖아. 그리고 너 도서 대여증을 못 만들어서 책 빌릴 때도 내 대여증으로 빌렸잖아! 제임스 교수님이 과제를 내주실 때마다 내가 네 과제를 표절했는데...”벨라는 예전에 있었던 일들을 단숨에 토해냈는데 말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너 돌아가면 나한테 연락한다며. 시간 나면 필라시에 놀러 온다고 약속까지 했었는데, 그 후로 아예 연락이 끊겨 버렸어!”이런저런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털어놓던 벨라는 속상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많은 감정이 뒤섞이며 아름다운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미녀는 어떤 표정을 지어도 역시나 예쁜 얼굴이 어디 가지 않았다.미녀를 이렇게 슬프고 화나게 하다니, 온하랑의 잘못이었다. 온하랑은 해명하느라 바빴다.“정말 미안해. 일부러 연락 안 한 게 아니야. 그때 교통사고를 당하며 일부분 기억을 잃어버렸어.”진도원이 끼어들었다.“맞아, 내가 증언할 수 있어. 귀국 후에 알렉스한테도 연락하지 않았대. 우연히 알렉스 사진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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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진도원은 한마디도 끼어들지 못하고 옆에 무력하게 앉아 벨라의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말하던 도중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벨라가 물었다.“너 이제 몸은 괜찮아?”“아주 좋은데.”온하랑은 생각 없이 한마디를 내뱉었다가 왠지 벨라의 말이 신경 쓰여 다시 물었다.“혹시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어?”“괜찮으면 다행이고. 그때 네가 호르몬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어. 체중도 많이 늘었다가 졸업을 앞두고 많이 회복한 것으로 기억하거든.” “아, 그랬구나. 최근 몇 년 동안은 아주 건강해졌어.”온하랑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부 질병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복용해야 하는데, 이는 신체의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이제 건강해졌다니 정말 다행이야.”벨라는 미소를 지으며 계속 물었다.“이번에는 계속 공부하러 왔어?”“아니, 일하러 왔어.”“이제 쭉 여기서 살려고?”“뭐 그런 셈이지.”그러자 벨라가 말했다.“우리 아빠 회사에 널 추천해줄까?”온하랑은 웃으며 말했다.“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할게. 내 현재 직업은 사진작가야.”“사진작가?”벨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럼 한복입은 사진 한 장만 찍어주면 안 돼? 전부터 찍어보고 싶었거든.” “당연히 되지.”온하랑은 흔쾌히 대답했다.“네가 사진작가가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어! 그때 너 전공 성적이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공부에 관한 한 벨라는 조금 게으른 편이었다. 아버지를 믿고 항상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어쨌든 그래도 순리롭게 졸업했다.“강남에 있을 때 직업이 바로 전공에 관한 거였는데 오래 일하다 보니 새로운 직업에 도전해 보고 싶었어.”온하랑이 설명했다.“그럼 지난 몇 년 동안 강남에 있으며 남자 친구는 사귀었어?”벨라가 흥미진진해서 묻자 온하랑은 담담하게 웃었다.“솔직히 말하면 결혼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필라시로 온 이유는 전남편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서야.”벨라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호기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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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낮에 진도원은 온하랑을 데리고 현지 번호를 개통하러 갔다. 온하랑은 새 번호를 받고 김시연과 할머니에게 보냈다. 국내에서 사용하던 번호는 계속 보류해 두고 패키지만 변경해 기본적인 통화만 가능하게 했다.아침이 되자, 온하랑은 흰색 카디건을 입고 엉덩이를 감싸는 짧은 갈색 치마 밑에 속바지를 입었다. 거기에 갈색 가죽 부츠를 신어 다리가 늘씬해 보이고 아주 매력적이었다.벨라의 전화를 받고 온하랑은 가방과 카메라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는데 마침 아름다운 미모의 벨라가 모델이 될 수 있었다.벨라는 아쉬워하며 말했다.“카메라를 가져올 줄 미리 알았더라면 더 예쁜 옷으로 갈아입었을 텐데.”“이 옷도 잘 어울려. 넌 아마 포댓자루를 입어도 어울릴 거야.”“하하하.”온하랑의 말에 벨라는 호탕하게 웃었다.“벨라, 너 전보다 더 재밌어졌어.”“내가 전에는 지루했었어?”“아무튼 지금보다는 행보해 보이지 않았어. 그땐 매일 공부만 하고 수업이 없는 날에도 도서관에 갔거든. 가끔 쉴 겸 밖에 나가 놀자고 하면 거의 안 나갔잖아. 난 네가 전공 수업을 정말 좋아하는 줄 알았어.”온하랑은 한숨을 쉬었다.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그때의 마음가짐이 이해되었는데 한마디로 후회뿐이었다. 어리고 단순해서 부승민에게 콩깍지가 씌어 있었다.어제 진도원이 그녀를 데리고 펜베니아 대학을 돌아다닐 때 길에서 아주 잘생긴 남자 몇 명을 보았다. 그리고 벨라의 말을 들으니 그녀를 좋아하던 케빈도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심지어 그녀와 친해지려고 일부러 한국 문화에 대해 배웠다고 한다. 이렇게 성의 있고 잘생긴 남자를 거절하다니 그때는 머리가 어떻게 된 게 틀림없었다. 벨라는 먼저 온하랑을 호텔에서 멀지 않은 시내 중심가에 있는 시청으로 데려갔다. 필라시의 시청은 20세기 초에 완공된 대규모 건축물로서 100년의 역사가 있었다. 정부 기관일 뿐만 아니라 명소이기도 했다. 근처에 도착했을 때 실제로 주변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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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시청을 떠난 후 벨라는 온하랑과 함께 리딩 터미널 마켓으로 갔다. 이곳은 채소와 과일, 고기와 계란, 고급 페이스트리, 꽃, 해산물, 조제 식품, 스낵, 수공예품, 모든 종류의 물건을 판매하는 활발한 종합 시장으로 국내 재래시장과 비슷하지만 제품의 품질, 위생, 상품의 풍부함 같은 면에서 수준이 조금 높았다. 이곳에는 수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엄청난 인파가 들끓었다.이곳에 왔으니 필라시의 대표 음식인 치즈 스테이크와 소고기 치즈샌드위치는 빠질 수 없었다. 벨라는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정통 현지 레스토랑에서 온하랑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이 레스토랑에 깊은 인상을 받은 벨라는 온하랑에게도 소개해 주었다.식사를 하는 도중 온하랑은 지나가는 말로 벨라에게 필라시에 있는 사진 스튜디오 몇 군데에 관해 물어보았다.최동철이 한 곳을 추천해 주긴 했지만 온하랑은 다른 곳도 둘러보고 자신에게 맞는 곳을 고르고 싶었다. 하지만 벨라는 스튜디오에 대해 잘 몰랐기에 온하랑을 도와줄 수 없었다.점심 식사 후 두 사람은 계속해서 시내를 돌아다녔다. 저녁이 되어 헤어질 무렵 온하랑은 이미 녹초가 되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호텔로 돌아온 그녀는 침대에 한참을 누워있다가 오늘의 전리품인 사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온하랑은 메모리 카드를 노트북에 연결하고 벨라를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몇 장을 골라 포토샵으로 간단히 보정한 다음 왓츠앱을 이용해 벨라에게 보냈다.솔직히 말하면 온하랑은 벨라의 열정에 응답하는 것 외에도 다른 목적이 있었다.진도원과 벨라의 대화를 통해 온하랑은 벨라의 아버지가 여러 회사의 주주이자 감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벨라 가족은 필라시에서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온하랑이 처음 도착했을 때 벨라와 친구가 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었다.곧 벨라는 답장을 보냈다.[페이, 정말 대단해. 넌 내가 본 최고의 사진작가야!][Uhhhh... 그렇게 말하면 자만할 수 있어. 참, 네 사진을 내 작품으로 소셜 미디어에 올려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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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온하랑은 오늘날 인터넷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었다.일부 사람들은 흥미롭거나 부를 과시하는 영상을 촬영해 조회수와 광고료를 통해 돈을 버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매력적으로 자신의 직업을 어필하는 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으로 홍보하여 고객을 받았다.온하랑은 동영상을 제작한 적은 없지만 자신이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파악한 후 고객과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견적을 작성했다.이곳으로 유학을 온 학생의 집에는 기본적으로 돈이 부족하지 않았고 게다가 일부러 온하랑을 찾아왔기 때문에 즉시 예약금을 지급하고 다음 주말로 촬영 날짜를 잡았다.온하랑은 구직 웹사이트에서 여러 사진 스튜디오를 살펴본 후 마음에 드는 몇 군데를 골라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중에는 최동철의 친구 스튜디오도 있었다. 이 모든 작업을 마친 후 새벽이 다 되어서야 온하랑은 씻고 휴식을 취했다.다음 날 외출할 계획이 없었던 온하랑은 자연스럽게 잠에서 깰 때까지 실컷 자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전화벨 때문에 잠에서 깨게될 줄이야.무거운 눈꺼풀을 뜨자 커튼 틈새로 눈 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베개 위로 떨어졌다. 기지개를 켜고 몸을 뒤척이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을 때는 아침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발신자 번호는 낯선 지역 번호였다. 온하랑은 하품하며 전화를 받았다.“Hello, Who is that?”(여보세요, 누구시죠?)수화기 너머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페이 씨 맞으세요?”“네, 맞는데요.”“여기는 케이틀란 사진 스튜디오입니다. 전 스튜디오 매니저 앨런이라고 해요. 벨라 씨 이력서를 확인했는데 아주 훌륭하신 것 같아요. 면접 때문에 전화했는데 언제 시간이 가능하시죠?”온하랑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시간이 충분해서 언제든지 가능해요.”“그럼... 오늘 오후 2시에 가능할까요?”“네.”“좋아요. 스튜디오 주소는... 제시간에 와주시기를 바랍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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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앨런은 사흘 안에 온하랑에게 면접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온하랑은 사무실 건물에서 나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번 면접이 꽤 잘 진행되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면접 후 온하랑은 첫 번째 면접만큼 편하지 않았다. 이 스튜디오 면접관은 중년 남성으로 항상 그녀를 자세히 관찰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대화할 때 인종 문제도 언급했다.온하랑은 자신이 일하는 곳이 자유롭고 편하기를 바랐다. 딱히 친구처럼 대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이 스튜디오에서의 면접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이 스튜디오는 배제해 버렸다.오후에 온하랑은 세 번째 면접에 참석했다. 최동철의 친구 스튜디오로 이름은 사릴이었다. 스튜디오 주소는 시내 중심가의 한 상가에 있었다.온하랑은 멀리서 사릴의 간판을 보았다. 스튜디오 정면은 유리로 되어 있어 한눈에 내부 환경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서양식 인테리어와 함께 창문 근처에 세워둔 현대식 옷을 입힌 마네킹, 한복을 입힌 마네킹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이 스튜디오에서는 옷 대여 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온하랑을 면접 본 사람은 현지인 릴리안이라는 여성이었다. 스튜디오 대표가 한국인이라서인지 릴리안은 온하랑에게 매우 친절했고 면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릴리안은 직접 온하랑을 문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바로 그때 동양인 얼굴의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웃으며 사진 선택실에서 나왔다. 그 여자는 앞에 있는 온하랑을 흘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낯익은 얼굴이라고 느꼈다. 온하랑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무언가 생각난 듯 설핏 눈가에 악의가 번뜩였다.그녀는 온하랑의 방향으로 턱을 치켜들며 옆에 있던 남자에게 물었다.“윌리엄, 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윌리엄이라는 남자는 30대 초중반으로 보였는데 슈트 차림이었다. 윌리엄은 고개를 들어 온하랑을 바라보았다. 아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옆에 있는 릴리안을 보고야 알았다.“아마 면접 보러 온 사진작가일 거야.”“그래...”여자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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