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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771 - 챕터 780

1272 챕터

제771화

“제가 신고했어요.”김인우는 자진해서 한 발짝 나서며 말했다.“저 사람들이 경찰을 사칭해서...”“사칭은 개뿔!”오민석은 냉큼 일어나더니 김인우에게 수갑을 채우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리고 자신의 경찰증을 보여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블루 베이 지방 경찰서 오민석이고 지금 공무집행 중입니다. 용의자들의 교활한 수법을 쓰는 바람에...”그는 일부러 옆에 서 있는 김인우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오지랖이 넓은 어떤 사람 때문에 지금 용의자들이 도망친 상황인데 빨리 사람들을 불러서 뒤쫓아야 합니다.”금방 온 세 명의 경찰들은 그가 내민 경찰증을 보더니 김인우에게 물었다.“이 경찰증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요?”김인우는 어리둥절한 나머지 온몸이 굳어졌다.“문... 문제가 없다고요?”경찰들은 그의 물음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용의자가 아마 너무 멀리 도망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세분은 왔던 참에 저희를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네.”그렇게 경찰들은 임연지가 도망쳤던 방향으로 뒤쫓아갔다.떠나기 전에 이동휘는 잊지 않고 김인우에게 경고까지 날렸다.“당신은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 내가 저 사람들을 잡으면 다음은 당신이니까. 아까까지 정의감이 넘치고 좋은 사람인 척했잖아? 만약 이후에 납치 유괴 사건이 또 발생하면 그건 바로 당신이 오늘 범죄자들을 잡지 못하도록 방해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김인우는 그의 경고가 두려웠던 나머지 재빨리 강남에서 도망쳤다. 다행히 그는 단지 이곳에 여행 온 여행객이었다.다만 그 젊은 아가씨가 진짜로 사람을 납치 유괴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말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다시 한번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시간이 흘러도 가끔 그 인신매매 아가씨는 붙잡혔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만약 아직도 못 잡았다면...비행기 티켓을 구매할 시간도 없었기에 임가희네는 고속도로를 향해 질주할 수밖에 없었다.오민석은 더 이상 이렇게 쫓아가는 건 무리라고 판단해서 재빨리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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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근데 지금은 왜 이렇게 변했을까?’‘아무리 전 남편한테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해도 이미 그 사람은 죽었는데 자식은 무슨 죄란 말인가?’‘왜 친딸을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대할까?’“연지가 감옥에 가게 되어서 오빠한테 미안하다고? 그럼 이런 나쁜 아이로 가르친 건 오빠한테 안 미안해? 이제 동림이더러 일 없으면 그냥 기숙소에 있으라고 해야 겠네!”최국환이 말했다.이건 임가희랑 최동림을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다.임가희는 심장이 순간 내려앉는 것 같았다.“국환 씨, 동림이는 아직 어린 데다가 천식까지 있어서 곁에 엄마가 없으면 안 돼요...”“도우미가 있어서 괜찮아. 그리고 그만하면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닌데 이제 슬슬 독립해야지.”최국환은 뒤돌아서 걸어가며 말했다.“지금 당장 나랑 같이 돌아가. 그리고 내일 부씨 가문에 가서 사과할 준비나 해. 또한 연지를 감옥에서 구해낼 생각은 꿈도 꾸지 마. 이번 일로 큰 사건까지 연루되어 위에서 사람들을 많이 보냈다고 하니까 쉽게 꺼내기 힘들 거야.”임가희는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아까 임연지가 자신의 팔을 잡고 울먹거리던 게 자꾸 생각나 다시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자기 친딸과는 어릴 적부터 떨어져 있었고 그 대신 임연지가 커가는 모습은 곁에서 다 지켜본 사람이라 진작에 임연지를 자기 친딸처럼 생각했다. 근데 어떻게 그녀가 감옥에 잡혀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겠는가?최국환은 구해줄 마음이 없는 것 같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온하랑은 짬을 내서 경찰서에 들렀다.그리고 민성주 배후의 사람이 임연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전혀 놀라지 않았다.경찰이 낮은 소리로 그녀에게 당부했다.“온하랑 씨,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사건을 위선에서도 매우 중시하고 있으니 아무리 임연지 씨가 배경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법의 망은 벗어날 수 없게 되었어요.”“감사합니다.”“참, 온하랑 씨가 오게 되면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요.”온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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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온하랑은 부씨 가문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전화기 너머에서 할머니 오순자의 걱정스러운 말소리가 들려왔다 .“하랑아, 엊그제 그렇게 큰일이 있었는데 왜 할머니한테 말하지 않았니? 네가 하마터면 못 돌아오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할머니한테 서운한 일이 있는 건 아니지?”온하랑이 냉큼 답했다.“아니에요. 제가 할머니한테 무슨 서운한 일이 있겠어요. 그냥 걱정 끼쳐 드리기 싫었을 뿐이에요.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난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쉽게 놀라는 나약한 늙은이가 아니야. 네 오빠의 일도 나한테는 숨기고 네 일도 나한테 숨기는데 내가 투명 인간이랑 다를 게 대체 뭐야!”“투명 인간이라니요, 이번에는 제가 잘못했어요. 이제부터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제일 먼저 할머니께 말씀드릴게요.”“넌 항상 이쁜 말로 할머니를 달래주네. 참... 오늘 최씨 가문에서 전화가 왔었는데 내일 우리 집에 사과하러 오고 싶대. 할머니는 그 사람한테서 네가 납치될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 최국환 두 번째 아내가 네 친어머니잖아, 그럼 너를 납치 유괴하려 했던 사람이 네 사촌 언니인 거야? 진짜 무서운 사람이네. 그래서 할머니는 네 의견이 듣고 싶어. 네가 만약 거절하면 내일 그 사람들을 오지 말라고 할 거니까.”최씨 가문에서 본가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어쩐지 할머니가 이 일에 대해 알고 있었다.온하랑은 아까 임연지의 태도를 떠올리며 할머니에게 말했다.“할머니, 그냥 그 사람들을 오지 말라고 해요. 어쩌면 최 회장님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 하겠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만나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요.”‘진심 어린 사과는 개뿔.’사실 김정숙도 만약 그들이 부승민과의 친분이 없었다면 또 온하랑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최국환 같은 사람이 직접 사과하러 올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아니면 진작에 임연지를 감옥에서 구해냈을 것이다.“그래. 그렇게 전할게.”“네.”전화를 끊은 뒤 온하랑은 과일 바구니를 들고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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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안미영은 온하랑과 수다를 좀 더 떨다가 본가에서 나온 뒤 임대료도 받을 겸 백화점에 들렀다.둘째 삼촌의 요식업 회사 외에도 안미영은 몇 채의 아파트와 점포들을 갖고 있었고 모두 세를 준 상태였다. 그리고 이제 월말도 되었으니 임대료를 받으러 가야 했다.안미영네 아파트와 점포들은 대부분 고급단지와 번화거리에 위치했고 세입자들도 모두 몇 년씩 계약을 맺었던 탓에 집세는 반 년치 혹은 1년 치씩 결제했다. 단지 한 지역의 아파트만 약간 평범했는데 위치는 대학교 근처에 있었고 세입자가 돈이 많이 궁한지 집세를 달마다 결제하겠다고 했다.안미영은 원래 매달 돈 받으러 가기 번거로웠던 탓에 그 세입자에게 집을 내주기 싫었지만 대학교 재학 중인 서수현이 늙고 병든 아버지를 간호한다는 소리에 측은하고 기특한 마음이 들어 그냥 계약했다.말 그대로 서수현은 참 효심이 깊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지난번에는 자신이 직접 한 고구마튀김을 가져왔는데 비록 고급진 음식은 아니어도 그 마음이 너무 예뻤다.그 낡은 아파트는 6층 건물이었고 서수현이 계약한 집은 1층이어서 매우 편리했다.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안미영은 문을 두드렸다.“잠시만요.”집안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서 금방 문이 열렸는데 서수현이 고개를 내밀고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이모, 어서 들어오세요.” “그래, 오늘 수업이 빨리 끝났나 봐? 세탁기 돌리고 있어?”안미영은 세탁기가 돌아가는 걸 본 뒤 소파에 앉더니 웃으며 물었다.서수현은 안미영에게 물 한잔을 건네며 답했다.“오늘 오후에는 수업이 하나밖에 없어서 오자마자 청소하고 있었어요. 이모, 여기 물 마셔요.”“그래, 고마워. 아버지 일은 좀 어때?”“좋아요. 지금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일하러 갈 정도로 적극적이에요.”서수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맞다, 이모. 제가 점심에 찹쌀 빵을 좀 만들었는데 드셔보세요.”아버지의 건강이 비록 호전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이기에 그를 집에 계속 혼자 있게 할수 없었다. 해서 학교 근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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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저녁, 부현승은 집에 와서 밥을 먹었다.그러다가 테이블 위 접시에 네 개의 찹쌀 빵이 올려져 있는 모습을 보고 당연히 이모님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나 집어서 입에 넣었다. 다 먹은 뒤 또 하나를 집어 들고 물었다.“이 찹쌀 빵 너무 맛있는데요.”안미영은 살짝 뿌듯한 얼굴로 웃으며 답했다.“맛있지?”“네, 혹시 어머니가 하셨어요?”“아니, 어느 세입자가 만들어 준 거야. 맛있으면 나중에 더 해달라고 할게.”“아니에요.”부현승은 비록 너무 맛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할 정도로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체면 차릴 필요 없어. 내가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해준 거야. 그리고 아주 친절한 아가씨거든. 지난번에 그 고구마튀김도 그 여자가 해준 거고. 나한테도 저런 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듣고 있던 부현승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그 세입자가 분명 안미영의 재력을 눈치채고 일부러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안미영은 여전히 환상 속에 빠진 채 말을 이었다.“근데 참 불쌍한 사람이야. 엄마는 없고 아빠만 있는데 지금 중병에 걸려서 혼자 아르바이트도 하고 학교도 다니고 있어...”부현승은 무심결에 서혜민이 생각났다.예전에 서혜민의 집은 매우 가난했는데 여동생 두 명에 남동생까지 있는 바람에 그녀는 일찍 학교를 그만두고 나와서 일했다고 말했다.그러다가 안미영에게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학교도 다닐 수 있고 학교 근처에 있는 집도 세 들어 살 수 있는 정도면 생활이 꽤 괜찮다는 걸 설명하지 않을까요? 그 사람보다 더 가난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안미영은 할 말을 잃었다.“...”“너는 어쩜 그리도 마음이 삐딱하니?”부현승이 답했다.“합리적으로 분석해 드렸을 뿐이에요.”안미영은 단번에 그가 집고 있던 찹쌀 빵을 도로 뺏으며 말했다.“먹지 마.”부현승은 어리둥절한 채 젓가락만 들고 있었다.“...”...아마도 할머니가 최국환의 방문을 거절한 탓인 지 이튿날 최국환은 직접 온하랑에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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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온하랑은 왜 최국환이 그녀에게 호의를 베푸는지도 모른 채, 감사 인사를 올렸다.“그러면 최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그가 한 말이 사실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터였다.최국환이 지난번 전화 온 이후로 며칠이 지났지만, 확실히 임가희에게서 따로 연락이오지 않았다.온하랑은 부승민을 못 본 지도 한참 되었다.그 시간 동안 부승민은 온하랑에게 전화도 하지 않았다.전화가 통했다. 온하랑은 비서가 받은 줄 알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핸드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온하랑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비꼬는 어투로 물었다.“대표님, 전화 받을 시간은 있었나 보네요?”핸드폰 너머에 있던 사람이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무슨 일 있나요?”한 통의 전화일 뿐이지만 그녀는 이상함을 느꼈다. 이전에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거나 비서가 받았었다. 그녀는 이상함을 느끼고 촬영하러 가기 전에 다시 한번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다.온하랑의 얼굴이 굳더니 웃음기가 서서히 가셨다.“무슨 일이 없으면 전화하면 안 되나?”“최근에 좀 바빠. 특별한 일 없으면 연락하지 마.”말이 끝나며 전화기가 끊어졌다.온하랑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정말 이렇게 끊었다고? 정말 부승민 맞아? 왜 이렇게 냉담해진 거지? 이전까지는 좋았는데...’부승민은 대진시에서 돌아오고 나서, 그녀가 잠든 후 집을 나서더니 바로 지금처럼 냉담해졌다.온하랑은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마음은 차갑게 내려앉았다.최근 온하랑의 분량은 매일 10컷이 있을 정도로 많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며칠만 더 촬영한다면 이 역할은 끝을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그녀는 매일 촬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늦게까지 촬영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근로자의 날에도 휴무 없이 촬영을 강행했다. 가정의 달이다 보니 행사도 많아 김시연은 출장도 자주 다녔다.돌아왔을 때는 이미 5월 중순이 되어 있었고 그제야 며칠 숨을 돌릴 수 있었다.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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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하랑 씨? 무슨 일 있으세요?”전화를 받은 연민우가 물었다.온하랑이 답했다.“대표님 찾으러 왔어요. 내려와서 저 픽업 좀 해주세요.”“아... 하랑 씨, 지금 대표님께서는 회사에 안 계십니다. 다음에 오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온하랑의 눈가에 의아함이 스쳤다.리셉션 데스크의 직원은 부승민이 회사에 있다고 했다.“아, 그래요? 저 요즘 바빠서 시간 내기 어려울 것 같네요. 대표님한테 드릴 물건 챙겨왔는데, 저 대신 전달 좀 해주실래요?”하랑이 말을 이었다.“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오 분 정도 기다렸을까, 연민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좌우를 훑어보더니 온하랑을 향해 왔다.“하랑 씨, 대표님에게 전해줄 물건이 뭐예요?”“이거요.”온하랑이 본인을 짚으며 말했다.“네?”“저요, 저 자신을 전해줄 거라고요.”연민우의 말문이 막혔다.“저 데리고 올라가 줘요. 대표님이 안 계시면 기다리겠어요.”“하지만 오늘 대표님께서는 회사에 돌아오지 않으실 겁니다.”“회사에 돌아오지 않으면 어딜 가는 거죠?”“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쓸데없는 소리하지 마시고 데리고 올라가 줘요.”온하랑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쭈뼛거리는 모습 하며, 말을 더듬는 모습 하며 누가 봐도 뭔가를 숨기는 것 같았다.“저... 그게...”온하랑은 두말없이 연민우의 직원 카드를 빼앗아 카드를 찍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하... 하랑 씨! 잠시만요!”연민우가 반응하고 얼른 뒤따랐다.하지만 한발 늦어 엘리베이터의 문은 닫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니 옆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급해서 발을 굴렀다.띵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온하랑이 큰 보폭으로 엘리베이터를 나서 비서들의 시선을 느끼며 바로 대표 집무실로 향했다.방문은 잠겨있지 않았는데 누가 봐도 안에 사람이 있었다.온하랑이 망설임 없이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 눈앞의 장면을 목격하고는 넋이 나갔다.사무실에는 부승민 외에도 한 여자가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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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추서윤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승낙했다. 그녀는 부승민의 옆을 지나가며 그의 손을 쓰다듬었다.“그래도 보는 눈은 있네. 빨리 내려와.”“알았어.”부승민이 직접 추서윤을 문 앞까지 배웅해 줬다.다정한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다.그 모습을 바라보며 온하랑이 입술을 깨물며 소매 속에 감춰둔 주먹을 꽉 쥐었다. 살이 패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랑은 깊이 손톱을 박아 넣었다.그래야 지금의 감정을 감출 수 있고, 피가 흐르는 내면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온하랑의 옆을 지나가며 추서윤은 흘깃 쳐다보고는 콧노래를 불렀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승리자 같았다.추서윤의 모습이 코너에서 사라지자 부승민은 그제야 사무실 문을 닫고 몸을 돌려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이미 봤으니 굳이 변명하지는 않을게.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온하랑이 고개를 들어 부승민의 눈을 바라보았다.“변명?”오랫동안 시선을 마주쳤지만,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냉담함만 비쳤다. 이전의 다정함과 사랑은 모두 착각이라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래.”부승민이 입가를 올려 비웃는듯한 모습으로 대꾸했다.“왜? 설마 내가 정말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온하랑의 안색이 하얘지며 얼굴에는 순간 핏기가 가셨다.“무슨 뜻이야?”다른 사람이 없어지자, 그녀는 더 이상 자제하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몇 달 동안 그의 다정함과 진심은 모두 거짓이었나?’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 부승민이 그녀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조소했다.“아직도 모르겠어? 그럼 분명히 말해줄게. 단 한 순간도 널 좋아한 적 없었다. 지난 시간은 서윤이랑 갑자기 내기했을 뿐이야. 지금은 내가 이겼지. 어떤 내기를 했는지 알고 싶어?”온하랑의 눈동자가 떨리며 마음이 아려왔다.‘눈앞의 이 사람이 오빠가 맞긴 한 걸까? 왜... 예전과 완전히 달라진 것 같지?’이렇게 훑어보는 모습은 그녀가 처음 부씨 일가에 들어섰을 때 만났던 모습이었다.“애초에 네가 나 싫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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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부승민은 재밌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속여? 널 속여서 뭐 해, 뭐 얻을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온하랑, 네가 뭐라도 된 것같아?”“뭔가를 감추고 있는 거지...?”“내가 감출 게 뭐가 있어. 온하랑, 아직 내가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야? 네가 부씨 일가에 올 때부터 나는 네가 싫었어. 너랑 결혼할 때도 너를 좋아하지 않았고.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야?”온하랑이 고개를 저으며 뭔가를 증명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다.“우리가 이혼하고 내가 여행을 갔을 때부터 나를 따라다니면서 지갑도 찾아주고, 오주에서도...”부승민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웃었다.“내기의 시작은 그때부터였어. 그때의 너는 나를 증오하고, 계속 나를 쫓아내려고만 했는데 정말 너를 좋아했다면 너한테 추스를 시간을 줬었겠지. 네가 싫다는데도 계속 들러붙는 게 아니라. 난 그저 내기에서 이기고 싶었을 뿐이야.”당시 그녀는 정말 부승민이 들러붙는 게 짜증 났었다.하지만 당시의 상황은 부승민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증거가 되어주었다.“하지만 추서윤한테 속았다고 했잖아. 납치 사건도 거짓이었고, 우리 아빠를 죽인 주범이 추서윤이라고 그랬잖아!”“그래야만 내가 결혼 생활 중에 범한 잘못을 최대한 축소할 수 있었고, 네가 나에 대한 적의도 희석할 수 있었어. 네가 다시 재혼을 바랄 때까지 말이야.”온하랑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모두 계산된 행동이라는 거야?”“비슷해. 네가 해외에서 여행할 때, 어떻게 매번 널 찾을 수 있었는지 알아? 너한테 위치 추적기를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야. 이번에 납치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야. 사실 위치 추적기를 통해 네 위치는 진작 알고 있었어. 그저 고의로 시간을 지연시켜 네가 돈으로 인신매매범을 유혹할 때, 망보는 사람들이 경찰을 발견하게 했지. 네가 절망에 빠져있을 때 너를 구해야만 네가 진심으로 나한테 고마워하고 나한테 의지할 테니까.”‘그런 거였구나... 나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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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당연하지.”부승민이 손을 뻗어 맞은 왼쪽 뺨을 쓰다듬으며 조소했다.“네가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허세 부리는 부리며 고상한 척하는 모습도 지긋지긋했어. 할머니, 할아버지를 봐서라도 이 뺨은 따지지 않을 테니, 알아서 꺼져.”이전의 부승민은 마치 추서윤이 기르는 한 마리의 개 같다고 생각했었다. 추서윤이 손짓만 하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가가 꼬리를 흔드는 그런 개 말이다.지금 생각해 보니, 자신도 부승민의 개랑 다름없었던 것 같았다. 부승민이 조금만 잘해줘도 이전의 아픔은 잊고 주인을 맞이하는 모양새였으니 말이다.지금의 부승민이 그녀에게 꺼지라고 하면, 꺼져야 하는 신세였다.온하랑이 고개를 숙인 채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알았다고... 알겠다고...”온하랑은 연속 세 번이나 같은 말을 했다. 목소리는 점점 더 기어들어 가고, 점점 더 떨리고 있었다. 울음을 참는듯한 모습이었다.그녀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아파서 숨도 쉬지 못할 것 같았다.온하랑이 코를 훌쩍이며 심호흡하고는 쓴 미소를 삼켰다.“죄송합니다, 부 대표님. 너무 많은 시간을 뺏었네요.”이내 그녀는 두 발 물러서더니 몸을 돌려 나갔다.문 앞까지 간 온하랑의 등 뒤로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한테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지?”“대표님께서 신경 쓰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온하랑이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러 내려왔다.그녀가 대표실 문을 열자, 문 앞에는 안절부절못하는 연민우가 서 있었다.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는 온하랑을 본 연민우의 시선 속에서 한 줄기의 죄책감이 스쳤다.온하랑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는 모습까지 확인한 연민우가 얼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대표님.”부승민이 눈매를 늘어뜨리고 이전의 냉담함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물었다.“갔나?”“가셨습니다...”연민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울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부승민은 있는 힘껏 주먹을 쥐고 뼈마디가 하얗게 질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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