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아, 손에 너무 힘 주지 마.”추서윤이 말했지만 부승민은 대답하지 않으며 구석 쪽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사람들은 두 사람이 춤을 추며 대화하는 걸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춤을 추면서 서로 약간의 대화를 하는 건 두 사람의 관계에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춤을 췄던 그날을 떠올렸다.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을 그가 부드럽게 매만졌고,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며 둘 사이를 확 끌어당겼다.추서윤의 전화만 아니었다면 그날 밤은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하지만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추서윤의 존재는 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을 세웠다.첫 곡이 끝나자 사람들은 서로 짝을 맞춰 연회장 가운데로 왔다.부승민이 정신이 딴 데 팔린 채 추서윤의 손을 놓으려 하자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승민아, 더 안 출 거야?”“너한테 약속한 건 이미 다 지켰어.”추서윤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고는 부승민의 소매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부승민은 그런 그녀를 한번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여기 사람도 많은데 이쯤에서 적당히 해, 창피당하지 말고.”그 말을 들은 추서윤은 하는 수 없이 부승민의 소매를 놓아주었다.“서윤아,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 너도 알지? 앞으로 계속 이러면 너한테 남아있던 정까지 다 떨어질 수 있어. 그러니까 알아서 정도껏 했으면 좋겠어.”“승민아,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난 그냥 그날 네가 오지 않을까 봐 너무 무서워서,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그날, 부승민은 추서윤을 위해 반지를 준비했었다.그녀가 노준형을 시켜 부승민을 부르지 않았어도 그는 그녀를 찾아갔을 것이다.하지만 추서윤이 벌인 자작극을 알아버린 이상 그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예전에 들었던 변명을 또 한 번 듣고 있으려니 부승민의 인내심이 점점 사라져갔다.부승민이 추서윤의 말을 끊었다.“그만 말해도 돼.”추서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부승민은 그런 그녀를 내버려둔 채 몸을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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