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 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367 챕터
제131화
송지음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리 언니, 전 단지 모두에게 아침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요즘 다들 일이 너무 바쁘잖아요. 어제 서윤 언니도 너무 바빠서 아침 먹을 시간도 없다고 하셔서 제가 사 온 거예요.”“미안해요, 유리 언니. 앞으로 그러지 않을게요.”서윤은 비서 부의 오래된 직원이다.“지음 씨가 마음 쓴 거지. 신 비서 그만 혼내. 얼마나 생기발랄한 어린 아가씨야.”신유리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커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 서윤이 송지음편에 서서 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신유리는 시선을 떨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송지음은 모든 동료들 앞에 커피를 한 잔씩 갖다 놓았다. 심지어 오청아 것도 있었다.양예슬도 커피 한잔에 더 이상 송지음의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그녀가 직장에서의 이런 수법들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웃는 얼굴로 송지음을 대하기가 어려웠을 뿐이다.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기 직전이니, 이런 것들도 이젠 신경 쓸만한 가치가 있는 일도 아니었다.지금 그녀가 바라는 것은, 서둘러 미래와의 협력을 따내는 것이다.진규성은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신유리는 자료를 들고 송지음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녀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자료를 서 대표님한테 가져다드려. 미래의 시장 추세야. 아래는 방안이고, 문제없으면 사인하시라고 해.”신유리는 모든 생각이 풀렸다. 서준혁이 송지음을 그렇게 밀어주니 자신이 뭐든 직접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송지음이 그렇게 표현하기를 좋아하니 그녀에게 표현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었다.송지음은 역시나 거절하지 않고 서류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신유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5분 만에 송지음이 내려와서 낮은 목소리로 신유리를 불렀다.“유리 언니, 대표님이 언니더러 올라오래요.”“무슨 일인데?”신유리가 물었다.“미래에 대한 일인 것 같은데요.”송지음은 말하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기분이 좋은 듯한 모습이었다.곧 신유리는 송지음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
더 보기
제132화
“누가 마음대로 약속 잡으래?”아직 다들 퇴근도 하지 않았는데 신유리의 언성이 높아졌다. 분명히 화가 난 말투였다.송지음 쩔쩔매며 그 자리에 서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차 대표님이 먼저 적극적으로 저희에게 러브콜을 보냈는데 언니는 왜 그걸 받지 않아요?”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억울하고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유리 언니, 서 대표님이 언니가 아닌 저를 데리고 차 대표님을 만나러 갔다고 생각해서 저를 믿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시도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원래 사무실은 신유리가 갑자기 화를 내는 바람에 조용해졌기 때문에 송지음의 말이 더욱 잘 들렸다.송지음은 돌려서 말했지만 뜻을 명확했다.신유리가 자신에게 불만을 품고 일부러 자신을 겨냥했다는 것이다.신유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눈을 감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관장 쪽 약속은 취소 못해. 네가 차 대표님이랑 약속 잡았으니 너 혼자 가.”비즈니스를 할 때는 보통 상위에 끼어드는 걸 꺼리는데, 특히 진규성은 이번 미래 프로젝트를 책임지도록 지목받은 사람이라, 그와 어렵게 잡은 약속을 깬다면 화인 그룹과 미래의 협력은 불가능해질 것이다.그리고 차 대표도 당연히 화인 그룹의 말보다 자기 사람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이다.신유리도 차원성을 만나러 가려고 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고, 이런 방식으로 만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마음이 답답한 나머지 화가 미리 끝까지 치솟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송지음에게 말했다.“지금 다른 일 없으면 차 대표님 만나러 갈 준비해."송지음은 약간 망설이다가 이내 준비하러 사라졌다. 그러고는 다시 신유리에게 와서 말했다.“유리 언니, 서 대표님이 저를 언니랑 함께 미래 프로젝트를 책임지게 했으니까, 그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을게요. 제가 차 대표님이랑 잘 얘기해 볼게요."신유리는 송지음이 화인에 와서 다른 건 별로 배운 게 없지만 유독 말하는 기술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더
더 보기
제133화
그의 시선이 신유리에게 떨어졌다. 마치 그녀를 꿰뚤어 보려는 듯 말이다. 신유리는 주먹을 꼭 쥐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오늘 저녁 이미 진규성이랑 약속이 있었어. 만약 내가 진규성과의 약속을 깨고 차 대표님을 만나러 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난 할말이 없어.”“넌 지금 차원성이 여기에 누워있는데 화인이랑 협력할 것 같아?”서준혁은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얼굴색은 말할 수 없이 어두웠고 말투도 강하고 거칠었다.송지음은 여전히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신유리가 눈을 감고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간호사 한 명이 다가왔다.“32침대 환자가 깨어났어요.”32침대는 차원성의 침대이다. 서준혁은 안으로 들어갔다. 신유리도 뒤따라 들어갔다.차원성은 침대에 누워 창백해진 얼굴로 서준혁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손사래를 쳤다.“서 대표, 미래와 화인은 확실히 맞지 않는 것 같군요.”이 말만으로도 협력의 가능성을 부정한 셈이다. 서준혁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신유리는 옆에서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천천히 말했다.“차 대표님 푹 쉬세요. 업무상의 일은 급하지 않아요. 앞으로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그때 다시 얘기해요.”차원성의 얼굴빛은 여전히 별로였다. 그의 비서도 급히 병원으로 와서 그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어신유리와 서준혁은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송지음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준혁을 바라보았다.“오빠, 차 대표님은 좀 어때?”서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신유리도 그들의 뒤를 따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서준혁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쳐다보았다.그는 마치 뭔가 어마어마한 폭풍이라도 일으킬 것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신유리는 마침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의 표정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그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다시 차 대표님께 사과드리러 올 거야.”서준혁
더 보기
제134화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에, 신유리는 먼저 탕비실에 들렀다. 따뜻한 물을 받는데 배가 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사무실 문 앞에 오니, 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신유리는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가 들어가자마자 시끄럽던 사무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심지어 부자연스러운 정도로 조용해졌다.신유리는 멈칫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변화에 신경 쓸 기분이 아니라서 바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양예슬을 불렀다. 그리고 보고서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데이터 다시 확인해 보고 문제없으면 재무부로 보내요.”양예슬은 뭔가 말하려다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신유리가 물었다.“왜요?”“유리 언니, 회사 단톡방 봤어요?”화인 그룹의 단톡방이 수십 개이다.“어느 단톡방? 무슨 일 있어요?”“사적인 익명 단톡방 있잖아요.”양예슬은 신유리가 전혀 모르는 것 같은 모습을 보고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어젯밤 언니랑 언니 어머니가 제일 병원에 있는 모습을 누가 찍었어요.”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신유리는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어젯밤 그녀는 집에 가자마자 가방을 던져버리고 핸드폰도 보지 않았다.양예슬이 말했다.“어젯밤 사람들이 단톡방에서 심하게 토론하더라고요. 언니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야 해요.”양예슬은 나름 돌려서 말했다.신유리가 화장실에 가서 단톡방을 열었을 때, 안에서는 아직도 토론하고 있었다. 다만 모두 익명으로 말이다.[정말 몰랐어요. 평소에 유리 언니의 당당한 모습에 가정 형편도 아주 좋은 줄 알았는데.][이게 바로 서 대표님이랑 송지음 씨가 사귀는 이유이기도 하죠. 가정 상황도 한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니까요.]신유리는 단톡방에서 토론하는 것을 보며 입을 굳게 오므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아래로 내리며 보고 있었다.수천 건의 문자를 본 뒤에야 마침내 원본 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신유리는 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손가락이 떨렸다. 영상이 재생되는 순간 이연지가 구걸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제
더 보기
제135화
송지음 목소리가 크지는 않지만, 사무실의 현재 초점 자체가 신유리에게 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다들 듣고 있었다.누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지음 씨 무슨 뜻이에요? 미래 프로젝트는 유리 언니가 담당하는 거 아니에요?”“유리 언니가 요즘 일이 좀 많아서요. 이 일까지 책임질 정력이 부족해서 서 대표님이 유리 언니가 편하게 눈앞의 일부터 처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거예요.”송지음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비록 분명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신유리가 집안일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준혁이 그녀를 미래 일에서 제외시켰다고 은근히 암시했다.하지만 이런 대답도 지적할 데가 없다.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자기로 돌아갔다.그녀는 정신이 흐릿한 데다 어젯밤에 쉬지도 못했으니, 머리가 아팠다.그녀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눈을 감고 조금 쉬고 싶었다.그러나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눈을 감자마자 바로 잠들어 버렸다.그녀는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이연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회사에 와서 소리를 지르며 울면서 무릎을 꿇고 서준혁에게 1억을 빌려달라고 사정하는 소리가 들렸다.뒤죽박죽인 영상이 뒤섞이면서 신유리의 미간은 더욱 찡그려졌고, 결국 이연지의 소리 지르는 소리와 함께 눈을 번쩍 떴다.심장은 아직도 뛰었고, 목이 말랐다. 핸드폰을 보니 겨우 5분이 지났다.동영상이 회사 내에 퍼지고, 특히 그 익명의 단톡방에는 오전 내내 끊임없이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있었다.익명 단톡방이라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니 다들 제멋대로 말했다.이 단톡방은 신유리가 인화 그룹에 갓 입사했을 때 다른 사람에 의해 들어가게 된 것이다. 나중에 가십거리나 얘기하는 곳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점심 신유리는 입 맛이 없어 밥 먹으러 가지 않았다.양예슬이 돌아올 때 그녀에게 두유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언니, 다들 그냥 입이 싸서 그래요. 그래도 몸은 자기 것이니까 잘 챙겨야죠.”양예슬도 영상을 보았다. 그녀는 신유리의 이런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더 보기
제136화
이연지는 신유리의 감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신유리는 몸의 피가 응고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머릿속으로 이연지가 방금 한 말만 되뇌었다.그녀는 요즘 많이 야위었고 얼굴색도 별로였다. 이연지가 그녀를 끌어안는 움직임이 조금만 컸으면 그녀는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회사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많아지자, 신유리는 무감각하게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봤다. 그들의 눈빛에는 놀라움, 연민, 동정, 경멸, 조롱이 모두 섞여 있었다. 마치 그녀를 심판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가죽을 벗겨내고 살을 뜯어내려 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갑자기 어둡고 차가운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신유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사가 네 집이야?"신유리의 눈빛이 흔들렸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막힌 듯 한마디도 할수가 없었다.“아주머니 여기는 회사예요. 지금 심정은 이해하지만,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하실 말씀 있으시면 유리 언니한테 잘 얘기하세요. 두 사람 모녀 사이잖아요. 엄마와 딸 사이에 풀지 못할 원한이 뭐가 있겠어요.”송지음이 진지한 말투로 서준혁의 말에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말 사이로 이연지와 신유리의 이전 관계를 은근히 암시했다.신유리는 눈을 질끈 감고 한참 뒤에야 쉰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지금 나 협박하는 거예요? 내가 당신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매일 여기로 찾아올 거예요?”“나...”신유리를 끌어안고 있던 손이 굳어졌다. 그리고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유리야, 너 미미 언니이기도 하잖아. 난 그렇다 쳐도 미미 생각을 해서라도? 가뜩이나 몸이 약한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이연지는 불쌍한 눈으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난 단지 너의 외할아버지가 날 도와주길 바랄 뿐이다. 아주 간단한 일이야. 조 장관은 네 할아버지 제자야. 네 할아버지만 나서주면 국병의 일도 다 해결될 거야.” “진짜야, 유리야. 난 네 외할아버지가 이 일만 도
더 보기
제137화
연우진의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신유리는 소파에 잠들어 있었다.벨소리에 잠을 깬 후에야 그녀는 겨우 눈을 떴다. 방안은 어둑했고 거실 커튼도 쳐져 있지 않았다. 바깥 가로등 불빛 덕분에 그나마 시야가 조금 드러났다.신유리는 핸드폰 화면의 밝기를 따라 손을 뻗어 갔다. 그녀가 전화를 받자마자 연우진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유리야, 괜찮아?”신유리는 얼굴을 만지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난 괜찮아.”“인터넷 일은 걱정하지 마. 나랑 신이가 이미 친구 찾아서 처리 부탁했어. 신이가 나한테 네 엄마 얘기했어. 네 잘못이 아니야.”연우진의 온화하고 차분한 목소리는 밤에 특히 편안하게 들렸다. 하지만 신유리는 대화 요점을 놓치지 않았다.“인터넷 무슨 일?”연우진은 잠시 침묵했다.“오후에 누가 너랑 네 엄마 영상을 숏폼 플랫폼에 올렸어. 그래서 지금 난리가 났어.”“어떤 사람은 네가 화인 그룹 비서라는 것까지 밝혀냈어. 지금 인터넷에 너에 대한 정보가 많이 노출되어 있어.”연우진이 걱정스레 말했다.“너 며칠 휴가 내고 밖에 나가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신유리는 전화를 끊고 그 자리에 그대로 굳었다.방금 연우진의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똑똑히 들었지만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신유라는 숏폼 플랫폼을 열었다. 그러자 첫 번째 영상이 바로 이연지가 무릎을 꿇는 영상이었다.곧 두 번째 영상이 떴는데, 회사 익명 단톡방 영상이었다.댓글 창을 열어보니 정말 못 봐줄 정도였다. 거의 다 신유리를 욕하는 말들이었다.회사 단톡방도 난리가 났다. 다들 흥분해서 이 일을 토론하고 있었다.그리고 양예슬, 곽정희 그리고 몇몇 친한 사람들이 튀어나와 다들 그만하라고 말하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다른 메시지에 밀려 올라갔다. 그녀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소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회사 내에 퍼졌다. 그래서 지금 다들 강 건너 불구경하는 마음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GT 바 시점.밖에서 전화를 받고 돌아온 우서진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말
더 보기
제138화
신유리는 할아버지에게 말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위로하는 건지 알 수 없게 중얼거렸다.인터넷의 열기는 아직도 뜨거웠다. 심지어 많은 인플루언서들도 이 일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신유리의 핸드폰에 많은 문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신유리는 무음모드로 설정하고 핸드폰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 그녀는 밤새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제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했다.다만 생각할수록 머리는 점점 더 어지러워졌고, 오전쯤, 위가 뒤틀리는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제야 며칠 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부엌으로 대충 빵을 집어 들고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음식을 차갑든 말든 그래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그녀는 아무리 먹으려고 노력해도 빵 반 조각밖에 먹을 수 없었다. 한 입만 더 먹어도 토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양예슬의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신유리는 베란다에 앉아 책을 읽으며 이 상황을 잊어버리려 애쓰고 있었다.신유리는 양예슬의 이름을 보고 멈칫하다 전화를 받았다.“유리 언니.”양예슬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언니, 괜찮아요?”신유리는 목이 쉰 상태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물을 마시지 않았으니 말이다.“괜찮아.”양예슬은 그녀의 무기력한 목소리를 듣고는 머뭇거리다 말했다.“그럼 오후에 회사에 한 번 오실 수 있어요? 홍보부에서 공관팀을 연결했어요. 이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 제공해야 할 자료가 있다고 해서요.”신유리는 뒤늦게야 양예슬의 말뜻을 알아챘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오후에 갈게요.”화인이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다. 화인 그룹 건물 입구에서 벌어진 일이니, 말이다.이연지가 정말 장소 하나는 잘 골랐다.신유리는 회사에 가기 전에 씻고 화장을 했다. 그러니 적어도 그치 초췌해 보이지는 않았다.그녀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마침 퇴근 시간이었다. 그녀는 하이힐을 밟고 퇴근하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들어가 엘리베이터에 탔다.그녀는 사람들의 눈빛을 무시하고 바로 양예슬이 말한 회의
더 보기
제139화
신유리는 서준혁의 말뜻을 알고 있었다. 선택권은 그녀에게 있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고, 또 어떻게 할 수 있을까?신유리의 머릿속은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 그대로 멈춰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이때 갑자기 벨소리가 울렸다. 신유리의 핸드폰이었다.그녀는 숨 쉴 틈을 찾은 듯 거의 즉시 핸드폰을 들고 일어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전화 받고 올게요.”회의실에서 나온 후에야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그녀는 누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지도 제대로 보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유 원장의 조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유리 씨, 할아버지께서 유리 씨 어머님 찾으러 가셨어요! 아침에 유리 씨랑 통화를 끝내고 가겠다고 하는 걸 말렸거든요. 그런데 방금 점심 먹는 사이에 사라졌어요.”“경비원도 어디로 갔는지 못 봤대요. 아마 근무 교대할 때 나간 것 같아요.”신유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그녀는 옆에 벽을 짚으며 침착하게 말했다.“제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유 원장님이랑 간병일 분도 그쪽으로 와주세요.”그녀는 재빨리 말하고 떠나려 했다.그녀는 아래층에 도착해서야 양예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회의실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양예슬은 전화를 끊고 서준혁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서 대표님, 유리 언니가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고 하네요.”서준혁이 눈꺼풀을 젖히며 물었다.“무슨 일이죠?”“모르겠어요. 그런데 정말 급해 보였어요. 지금 아마 주차장에 있을 거예요.”서준혁은 손을 살짝 멈칫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회의 끝."송지음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책상 위에 놓여있던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전화를 한 번 보더니 바로 끊어버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서준혁을 따라 나갔다.신유리는 바로 운전하고 이연지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갔다. 운전을 너무 빨리해서 가는 도중 몇 번이나 신호등을
더 보기
제140화
병원 응급실 밖.신유리는 응급실 밖 의자에 앉아 있었다. 유 원장과 요양원 원장도 그녀와 함께 있었다.유 원장은 멍하니 앉아있는 신유리의 모습에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그들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몸을 통제할 수 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의사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고 말했다.할아버지는 혈압이 높으신 데다 이전에 남아있던 후유증과 기저질환이 많기 때문에 너무 흥분하면 안 된다고 의사는 거듭 강조한다.이연지는 맞은편 의자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비비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유 원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유리 씨, 걱정하지 마요. 며칠 쉬면 괜찮아질 수도 있어요. 할아버지는 좋은 분이시니까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신유리는 그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여기에 앉아있는 것조차 큰 힘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방금 전 모습이 끊임없이 뇌리에 떠올랐다. 신유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감쌌다. 지금만큼 무기력하고 막막한 순간이 없었다.“유리 언니!”갑자기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양예슬의 목소리에 신유리는 공허한 생각을 멈췄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양예슬이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왔어요?”말을 하자, 신유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이미 심하게 쉬어 있단 걸 알았다.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평소 그녀의 목소리와 완전히 달랐다.양예슬이 제대로 들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반복해 말할 힘도 없었다. 그녀는 한마디하고 다시 고개를 숙이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때 응급실 문이 열리자, 신유리 벌떡 일어나 안에서 나오는 의사를 쳐다보았다.“환자분이 나이가 너무 많으시고, 혈압도 높으신 데다 이번 상태가 유독 심각하기 때문에 가족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실 것 같습니다.”의사는 마스크를 벗으면서 말했다.의사의 말에 신유리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멍하니 의사를 쳐다보
더 보기
이전
1
...
1213141516
...
3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