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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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하정숙의 말은 거침이 없었고 매우 거칠었다. 신유리는 표정이 살짝 굳어졌지만 하정숙과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아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하정숙은 그녀가 가만있는 것을 보고 더욱 비꼬며 비아냥거렸다. "내가 오래전부터 말했지? 준혁이가 너 같은 여자와 결혼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고. 이씨 가문 사람이랑 사랑에 빠졌다고 하니 이 참에 너가 준혁이 곁을 떠나 우리 체면이라도 세우는 편이 낫겠다.”신유리의 표정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정숙을 바라보았다. 갈색 눈동자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 “그 말은 송지음에게 하셔야죠.”하정숙이 개의치 않은 듯 싸늘한 비웃음을 지으며 무언가를 말 하려는 순간, 서준혁이 서재에서 나왔다.이어 서준혁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그에게 상기시켰다. "주말에 임 아가씨랑 저녁 식사하는 거 잊지 마렴."서준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표정으로 말했다. “전 가겠다고 한 적 없어요."하정숙은 말했다. "너의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통보하는거야."서준혁은 서씨 저택 대문을 나설 때까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신유리는 그에게 풍기는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서준혁은 지금 확실히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녀는 이 상태로 서준혁과 함께 있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운전을 하기 위해 서준혁보다 두 발 앞서서 걸어갔지만 차문에 다다르자 서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운전할게.”신유리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하고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감정적으로 운전하는 건 좋지 않을텐데."하지만 서준혁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 “지금 네 모습이 어떤지 보고 싶지 않아?”신유리는 방금 하정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서준혁도 더 이상 거절하기 힘든 표정을 지으니 신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서준혁에게 키를 건네주고 조수석에 탔다.신유리의 이 차는 고가의 외제차가 아니라 그저 몇 백만 원짜리의 이동 수단에 불과했다. 그녀는 이 차를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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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서준혁은 감정이 거의 없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잠시 후 목젖이 약간 움직이더니 말했다. “그렇지 않아.”송지음의 표정은 알게 모르게 굳어졌다. 그럼에도 서준혁은 여전히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서준혁이 적당한 선에서만 그녀를 좋아할 뿐,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매우 억울한 표정으로 잠시 서준혁을 바라보다가 힘없이 말했다. "그럼 나도 한번 믿어줘. 나도 나쁘지 않다고."서준혁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가봐."송지음은 차에서 내렸고, 뒤를 돌자마자 환한 미소가 서서히 사라져갔다.신유리는 그곳에서 1시 30분까지 바쁘게 일하다가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너무 졸린 나머지 바로 잠들었다.하지만 그녀가 대접한 요리는 꽤 효과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 회사에 도착하자 그녀가 가장 늦게 출근한 사람이었다.양예슬은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인사하며 바로 파일을 하나 건넸다. "유리 언니, 여기 보고된 자료가 예전에 주셨던 주간 보고 자료와 달라요."신유리가 물었다. "오늘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 해?"“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잖아요.” 양예슬은 힘차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해주셨는데, 당연히 열심히 해야죠.”사무실 사람들 모두 사이가 돈독한 편이었고, 신유리가 갑자기 이곳으로 전근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봤다.하지만 어젯밤 그녀의 요리를 먹은 뒤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적어도 그녀를 만나면 인사를 하곤 했다.신유리는 과거에 최대한 빨리 승진하기 위해 거의 전적으로 업무에만 집중했고, 동료들 간의 관계에는 매우 무관심했다.나중에 서준혁과 함께한 뒤로는 주변에 동료도 몇 명 안 됐고, 직위에 때문에 친해지고자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화인에서 별로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사무실에서는 양예슬의 환대 덕분에 잘 어울리고 있었다.그래서 어젯밤에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로 초대를 한 것이었다. 이것은 사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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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신유리는 서준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서준혁은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무표정으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하는 대로 해." 그의 말투는 매우 차분했고, 기분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하지만 신유리는 서준혁의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정말 실적대로 송지음을 내보낸다면, 서준혁도 그녀를 가만 두지 않을 것 같았다.신유리는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그녀는 말을 마친 후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송지음은 아직 밖에 있었고 신유리를 보아도 표정에 큰 변화가 없었다. 이제 자신이 정직원이 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조심하지 않았다.신유리가 그녀 옆을 지나가다 잠시 멈춰 서서 옆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정규직 신청서를 제출하는 걸 잊지 마. 기한이 지나면 나도 기다리지 않을 거니까."송지음의 표정은 약간 굳어 있었다. 이미 쥴리가 그녀에게 정규직 신청을 비서실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적 있었다.그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유리 언니. 내일 넘겨드릴게요." 신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나갔다. 그녀는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병원에 가야 했다.화연의 업무강도가 높아서, 비서실로 돌아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근하지도 않고 야근을 하고 있었다.양예슬은 그녀가 오후에 병원에 간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들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리 언니, 응급 상황인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 빨리 가보세요."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려던 중 생각난 것이 있어 양예슬에게 말했다. "너무 늦게까지 야근하지 마세요. 다들 나중에 커피라도 주문하세요 비용은 제가 계산할게요.""유리 언니, 왜 이렇게까지 해주세요?" 양예슬은 다소 화난 말투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회사를 나섰을 때는 이미 조금 늦었기에 지체하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외할아버지는 식사 중이었다. 그의 상태는 매우 호전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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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송지음의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옆에 있던 인턴들은 또렷이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신유리만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말했다. "다른 일 없으면 그냥 가."송지음은 피식 웃었다. "제가 미리 말씀드리는 거예요."신유리는 더 이상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고 송지음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신유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걸음을 떼기도 전에 뒤에서 인턴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리 님, 송지음이 왜 비서실 정규직이 되려고 하는 거예요? 저 사람 윗층 부서 사람 아닌가요?”“아직 부서 이동이 안되었어요.” 신유리가 차분하게 말했다."그렇군요." 인턴들은 떨떠름해했다. 지금 화인에서 송지음이 서 대표와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누가 모르겠나?여러 인턴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본 양예슬은 솔직하게 말했다. "뭐가 고민이예요, 송지음의 능력과 성과가 서류로 다 나타날텐데. 화인이 외모만 보고 사람을 채용하는 게 아니잖아요."여러 인턴들이 안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밖에 있던 송지음은 오히려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다시 안심했다. 신유리가 누구를 자르든, 그녀를 자를 수는 없을 것이다.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한편 사무실에서 신유리는 인턴 몇 명에게 퇴사를 권한 뒤 컴퓨터를 바라보며 두통이 난 듯 눈가를 만졌다.비서실의 인턴 5명은 모두 업무 능력이 뛰어났고 처음에는 계속 남게 할 계획이었다.그런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남겨둬야 할 송지음이 있었다. 양예슬 진지한 표정의 신유리를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신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생각 중이었어요.""그런데." 대신 양예슬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송지음이 왜 아직 여기 있어요? 다섯 자리밖에 없잖아요, 걔까지 합치면..."그녀가 말을 끝내기 전 신유리가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숙이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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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신유리는 그동안 일이 바빴고, 연우진도 해외에서 막 돌아와 둘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신유리도 웃었다. "요즘 많이 바쁜 거 같네?""집안에 처리해야 할 일이 몇 개 있어서." 연우진은 조금 힘없이 말했지만, 재빨리 신유리에게 물었다. "너는 어때, 최근 많이 힘들었어?"그는 신유리의 외할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시기에 신유리가 회사와 병원을 모두 오갔어야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괜찮아요." 신유리는 표정에 변화가 없었고 잠시 말을 멈추다 말했다. "계속 바쁘지는 않을 거 같아."그녀는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고 한 달 안에 처리될 것이다.연우진은 신유리가 화인을 떠날 생각이 있다는 걸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가 신유리에게 물었다. "결정했어?"“응.”연우진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고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축하 자리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그만 둘 결심을 하는 것도 대단한 거야."연우진은 그 뒤로 신유리에게 일에 대해 묻지 않았다. 대신 최근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신유리에게 말해줬다.“우리 어머니 생신 때 시간 있어?” 말을 하던 그는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신유리는 연씨 집안 아주머니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으나 잠시 고민했다. "내가 거기 가는 게 맞는 걸까?"연우진은 말했다. "널 엄청 좋아하셔. 그리고 이신도 아마 올 거 같아. 너희 둘 사이좋지 않나? 걔랑 있으면 되겠다.”“뭐?” 신유리가 물었다. “걔네 식구는 안 온데?”신유리는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연우진은 잠시 침묵했다. "이신 어머니가 해외에 계시거든." 신유리는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유리는 연우진과의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그런데 집에 가보니 집 앞에 관리인 두 명이 서 있었다.“유리 아가씨, 안녕하세요. 저희는 주택 관리인입니다.” 앞에 서 있던 중년 여성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연락을 드렸는데 연락이 안되셔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죄송해요.”신유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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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관리인은 재빠르게 움직였고, 10분도 안 되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두 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엘리베이터가 점심에 수리 끝났어야 했는데 저희의 부주의로 인해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관리인은 진심으로 사과했고, 신유리는 차분하게 대답하고 빠르게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이신과의 약속 장소는 바비큐 식당이었는데, 신유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0분 정도 늦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매우 미안했다. “미안, 오는데 일이 좀 있어서 늦었어.”이신은 여전히 ​​심플한 의상으로, 흰색 셔츠와 슬랙스를 입어 깔끔한 느낌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 모두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신유리가 이신과 늘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항상 자연스럽게 말하고 행동하였으며 결코 사람들에게 가식적이거나 거짓된 감정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한숨을 쉰 뒤 이신을 따라 룸으로 들어간 그녀는 들어가자마자 곡연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었다. “언니, 진짜 오랜만이예요. 제가 선물도 가져왔어요. 오빠가 사주신 거예요."신유리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곡연이 말한 오빠는 분명 이신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신을 바라보았고, 이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쟤네가 굳이 합정 관광지를 꼭 가야 한다고 하잖아. 그래서 돈 좀 썼지."그 말 한마디에 신유리는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했다.그녀는 곡연과 함께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오빠, 선물 감사합니다."이신은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 부르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이신의 사무실은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다들 밝고 유쾌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신유리도 어느정도 그들과 함께 하였기에 친분이 있는 편이었다.처음에는 성남에서 어떻게 놀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지만, 나중에는 점차 전시회 기획으로 화두가 바뀌었다.신유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적인 영어는 곡연이 설명해줬다. 얘기 후반, 곡연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유리 언니, 화인에서 일 안 하세요? 왜 갑자기 저희 업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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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신유리를 바라보는 임아중의 눈빛에는 악의는 없이 호기심만 가득했다. 그녀는 신유리를 어떤 거리낌도 없이 초대했다. "우리 다 친구일 텐데, 같이 놀래요?"신유리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오해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이신이랑 저는 그쪽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게 뭐가 중요해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놀아요. 이제 주말인데 좀 릴렉스 해야죠." 임아중은 매우 고집 있는 성격이었고 신유리의 말에는 아랑 곳 하지 않았다. 그저 신유리가 부끄러워서 그러는 줄로만 알았다.임아중이 계속 여러 차례 초대를 하니 신유리도 거절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신의 친구이기도 하였다.그녀는 승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신이 부드럽게 말했다. "무리하지 마.""무슨 소리야? 무슨 우리가 놀자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어렸을 때 같이 학교 다녔던 거 잊었니?" 임아중은 이신의 말을 듣고 화를 낼 수 밖에 없었다.신유리도 말했다. “아니야. 어쨌든 주말이기도 하고.” 이곳에는 바가 없어 임아중이 GT 라운지 바로 이동해서 놀자고 하였다.주차장에 도착하자 신유리가 말했다.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갈게." 그녀는 더 이상 서준혁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결국 임아중은 힘없이 돌아서서 신유리에게 말했다. "네가 원하면 운전해도 돼." 그녀는 말을 마친 후 서준혁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서 대표, 신이 친구가 차를 타고 왔어. 우리도 같이 타고 가자. 나중에 술 마시는 걸 생각하면 이게 편할 것 같아."신유리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런 뜻은 아니었다.그런데 임아중은 이미 뒷문을 열고 들어와 있었다. 오늘 긴 다리를 뽐내기 위해 높은 힐을 신었더니 이제 종아리가 아팠다.신유리는 눈썹을 찌푸린 채 서 있었고, 갑자기 그녀의 옆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서준혁은 그녀 옆에 서서 그녀를 거만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신유리는 고개를 숙인 뒤 곧바로 운전석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차에 탔다.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남자의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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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신유리의 표정이 굳어졌고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서준혁!” 서준혁은 온몸으로 싸늘한 기운을 느꼈지만 여전히 차갑고 조소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할 건 다 했으면서 뭐가 두려워?"신유리는 가슴에 돌이 박혀 있는 듯 갑갑한 기분이 들어 잠시 서준혁을 바라보다 뒤를 돌아 이신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먼저 나가줄래?"이신은 긴 속눈썹을 드리운 채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면 전화해."이신이 룸을 떠나자 신유리는 마음 속 답답함을 견디며 천천히 말했다. "서준혁, 나를 괴롭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이젠 다른 사람까지 끌어 들이려는 거야?""괴롭혀?" 서준혁은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바라보기 전 그녀의 말을 되풀이했다. "네가 뭐라고 내가 너를 괴롭혀?"신유리는 눈을 감고 말했다. "그럼 앞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는 그만해줘.""내로남불을 보니 평소 너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다." 서준혁의 목소리는 점점 더 낮아졌다. 그는 혀를 차며 말했다. "유리야, 넌 정말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구나."룸에는 여전히 술 냄새가 진동했다. 서준혁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녀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이 얼마나 자신을 깔보고 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서준혁이 자신을 위선적이고, 파렴치하고, 나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 게 웃겼다. 서준혁의눈에 자신이 언제 그렇게 변해 있었는지 신유리 자신도 몰랐다.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무력감에 신유리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꾹 참으며 말했다. “정말?”말을 마친 후 그녀는 떠나고 싶었지만 갑자기 룸의 문이 열렸고, 임아중이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 뒤에 지인 몇 명이 있었다.우서진이 앞장 서서 들어왔고, 서준혁을 보고 말했다. "임아중이 너 여기 있다고 하길래 안 믿었는데, 진짜 네가 여기 왜 왔냐?" 그러나 이내 그의 옆에 신유리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준혁아, 이건 아니다. 소개팅에 비서님을 데리고 갔니?" 그는 서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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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신유리의 말은 송지음의 체면을 전혀 살려주지 못했고, 그녀의 안색은 바로 굳어졌다. 송지음의 말투도 더 이상 가식적이지 않았다."유리 언니,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게다가 언니는 이제 화인 그룹을 떠나야 하잖아요?” 신유리는 송지음을 별 표정 없이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송지음의 속셈을 알고 있으면서도 줄곧 눈감아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신유리는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몇 초 뒤, 그녀는 다시 눈을 치켜 뜨고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송지음을 바라보았다. "송 비서,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화인 그룹을 떠나는 건 내 선택이지, 내가 해고된 게 아니야.” 송지음은 자신이 정말로 신유리를 화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에 저절로 몸이움츠러들었다.하지만 회의실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지음은 속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결과는 똑같잖아요?” 신유리는 잠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방금 전에는 정신줄을 놓은 탓에 송지음과 말다툼을 벌일 뻔 했다.“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더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사무실로 오세요.” 신유리는 송지음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곧장 물건을 들고 회의실을 나갔다. 양예슬은 진지한 얼굴로 그 뒤를 바짝 따라갔고, 신유리는 그녀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하세요.” “정말 그만둔 거예요?”양예슬이 머뭇거리며 묻자,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달에 갈 거예요.”“왜요?”양예슬은 눈살을 찌푸렸다.신유리는 잠시 멈칫했다. 자신이 화인 그룹을 떠난다는 것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이유를 물을 것 같았다. 신유리의 속눈썹이 살짝 떨려왔고,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다."새 직장을 구해서 이직을 하려고요.” 하지만 양예슬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다른 말을 더 하기를 기다렸지만 신유리는 그녀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이것 좀 확인한 뒤에 인사팀에게 전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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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곽정희가 돌아왔을 때, 신유리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고 이마를 한 손으로 짚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곽정희는 놀라며 물었다.“서 대표님은, 가셨어?” 신유리는 서준혁이 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직위를 대신할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후 면접에서 신유리는 마음이 딴 곳에 있었고, 앞에 놓인 이력서를 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면접이 끝난 뒤, 곽정희와 감독관이 말을 꺼냈다."여기 면접자들도 다 이력서를 꾸며서 썼네요, 정말 하나같이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신유리는 잠시 앉아 있다가 물건을 집어 들고일어나 사무실로 돌아왔다.그녀는 근심에 잠겨 표정이 좋지 않았고, 사무실 입구에서 오청아와 마주쳤다. 오청아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나 신유리의 무거운 얼굴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머뭇거리며 외쳤다."유리 님.” “무슨 일이시죠?”신유리도 걸음을 멈추며 대답했고, 기분이 좋지 않아 직설적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세요.”그러자 오청아는 무안해하며 말했다.“저, 저는 괜찮아요. 그냥, 유리 님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신유리는 멈칫하더니 오청아를 바라보았다.“회사에서 한 얘기 말이에요, 저희 비서실에서는 아니라는 걸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오청아는 이 말을 한 것을 곧바로 후회를 했다. 신유리에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뱉어버렸기에 다시 돌이킬 수 없었다.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는 유리 님이 송지음에게 자리를 뺏겨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오청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그에 비해 신유리의 얼굴은 차분했다.신유리가 자리로 돌아왔을 때 양예슬은 서류에 집중하고 있었다. 인기척이 들리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바라보았다.“그 사람들이 뭐라고 얘기를 하던가요?”“뭐가요?” "내가 퇴사를 하는 게 송지음 때문이라고 하던가요? 아니면 서준혁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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