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지는 신유리의 감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신유리는 몸의 피가 응고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머릿속으로 이연지가 방금 한 말만 되뇌었다.그녀는 요즘 많이 야위었고 얼굴색도 별로였다. 이연지가 그녀를 끌어안는 움직임이 조금만 컸으면 그녀는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회사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많아지자, 신유리는 무감각하게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봤다. 그들의 눈빛에는 놀라움, 연민, 동정, 경멸, 조롱이 모두 섞여 있었다. 마치 그녀를 심판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가죽을 벗겨내고 살을 뜯어내려 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갑자기 어둡고 차가운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신유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사가 네 집이야?"신유리의 눈빛이 흔들렸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막힌 듯 한마디도 할수가 없었다.“아주머니 여기는 회사예요. 지금 심정은 이해하지만,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하실 말씀 있으시면 유리 언니한테 잘 얘기하세요. 두 사람 모녀 사이잖아요. 엄마와 딸 사이에 풀지 못할 원한이 뭐가 있겠어요.”송지음이 진지한 말투로 서준혁의 말에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말 사이로 이연지와 신유리의 이전 관계를 은근히 암시했다.신유리는 눈을 질끈 감고 한참 뒤에야 쉰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지금 나 협박하는 거예요? 내가 당신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매일 여기로 찾아올 거예요?”“나...”신유리를 끌어안고 있던 손이 굳어졌다. 그리고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유리야, 너 미미 언니이기도 하잖아. 난 그렇다 쳐도 미미 생각을 해서라도? 가뜩이나 몸이 약한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이연지는 불쌍한 눈으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난 단지 너의 외할아버지가 날 도와주길 바랄 뿐이다. 아주 간단한 일이야. 조 장관은 네 할아버지 제자야. 네 할아버지만 나서주면 국병의 일도 다 해결될 거야.” “진짜야, 유리야. 난 네 외할아버지가 이 일만 도
연우진의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신유리는 소파에 잠들어 있었다.벨소리에 잠을 깬 후에야 그녀는 겨우 눈을 떴다. 방안은 어둑했고 거실 커튼도 쳐져 있지 않았다. 바깥 가로등 불빛 덕분에 그나마 시야가 조금 드러났다.신유리는 핸드폰 화면의 밝기를 따라 손을 뻗어 갔다. 그녀가 전화를 받자마자 연우진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유리야, 괜찮아?”신유리는 얼굴을 만지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난 괜찮아.”“인터넷 일은 걱정하지 마. 나랑 신이가 이미 친구 찾아서 처리 부탁했어. 신이가 나한테 네 엄마 얘기했어. 네 잘못이 아니야.”연우진의 온화하고 차분한 목소리는 밤에 특히 편안하게 들렸다. 하지만 신유리는 대화 요점을 놓치지 않았다.“인터넷 무슨 일?”연우진은 잠시 침묵했다.“오후에 누가 너랑 네 엄마 영상을 숏폼 플랫폼에 올렸어. 그래서 지금 난리가 났어.”“어떤 사람은 네가 화인 그룹 비서라는 것까지 밝혀냈어. 지금 인터넷에 너에 대한 정보가 많이 노출되어 있어.”연우진이 걱정스레 말했다.“너 며칠 휴가 내고 밖에 나가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신유리는 전화를 끊고 그 자리에 그대로 굳었다.방금 연우진의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똑똑히 들었지만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신유라는 숏폼 플랫폼을 열었다. 그러자 첫 번째 영상이 바로 이연지가 무릎을 꿇는 영상이었다.곧 두 번째 영상이 떴는데, 회사 익명 단톡방 영상이었다.댓글 창을 열어보니 정말 못 봐줄 정도였다. 거의 다 신유리를 욕하는 말들이었다.회사 단톡방도 난리가 났다. 다들 흥분해서 이 일을 토론하고 있었다.그리고 양예슬, 곽정희 그리고 몇몇 친한 사람들이 튀어나와 다들 그만하라고 말하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다른 메시지에 밀려 올라갔다. 그녀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소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회사 내에 퍼졌다. 그래서 지금 다들 강 건너 불구경하는 마음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GT 바 시점.밖에서 전화를 받고 돌아온 우서진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말
신유리는 할아버지에게 말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위로하는 건지 알 수 없게 중얼거렸다.인터넷의 열기는 아직도 뜨거웠다. 심지어 많은 인플루언서들도 이 일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신유리의 핸드폰에 많은 문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신유리는 무음모드로 설정하고 핸드폰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 그녀는 밤새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제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했다.다만 생각할수록 머리는 점점 더 어지러워졌고, 오전쯤, 위가 뒤틀리는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제야 며칠 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부엌으로 대충 빵을 집어 들고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음식을 차갑든 말든 그래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그녀는 아무리 먹으려고 노력해도 빵 반 조각밖에 먹을 수 없었다. 한 입만 더 먹어도 토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양예슬의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신유리는 베란다에 앉아 책을 읽으며 이 상황을 잊어버리려 애쓰고 있었다.신유리는 양예슬의 이름을 보고 멈칫하다 전화를 받았다.“유리 언니.”양예슬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언니, 괜찮아요?”신유리는 목이 쉰 상태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물을 마시지 않았으니 말이다.“괜찮아.”양예슬은 그녀의 무기력한 목소리를 듣고는 머뭇거리다 말했다.“그럼 오후에 회사에 한 번 오실 수 있어요? 홍보부에서 공관팀을 연결했어요. 이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 제공해야 할 자료가 있다고 해서요.”신유리는 뒤늦게야 양예슬의 말뜻을 알아챘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오후에 갈게요.”화인이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다. 화인 그룹 건물 입구에서 벌어진 일이니, 말이다.이연지가 정말 장소 하나는 잘 골랐다.신유리는 회사에 가기 전에 씻고 화장을 했다. 그러니 적어도 그치 초췌해 보이지는 않았다.그녀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마침 퇴근 시간이었다. 그녀는 하이힐을 밟고 퇴근하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들어가 엘리베이터에 탔다.그녀는 사람들의 눈빛을 무시하고 바로 양예슬이 말한 회의
신유리는 서준혁의 말뜻을 알고 있었다. 선택권은 그녀에게 있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고, 또 어떻게 할 수 있을까?신유리의 머릿속은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 그대로 멈춰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이때 갑자기 벨소리가 울렸다. 신유리의 핸드폰이었다.그녀는 숨 쉴 틈을 찾은 듯 거의 즉시 핸드폰을 들고 일어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전화 받고 올게요.”회의실에서 나온 후에야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그녀는 누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지도 제대로 보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유 원장의 조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유리 씨, 할아버지께서 유리 씨 어머님 찾으러 가셨어요! 아침에 유리 씨랑 통화를 끝내고 가겠다고 하는 걸 말렸거든요. 그런데 방금 점심 먹는 사이에 사라졌어요.”“경비원도 어디로 갔는지 못 봤대요. 아마 근무 교대할 때 나간 것 같아요.”신유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그녀는 옆에 벽을 짚으며 침착하게 말했다.“제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유 원장님이랑 간병일 분도 그쪽으로 와주세요.”그녀는 재빨리 말하고 떠나려 했다.그녀는 아래층에 도착해서야 양예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회의실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양예슬은 전화를 끊고 서준혁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서 대표님, 유리 언니가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고 하네요.”서준혁이 눈꺼풀을 젖히며 물었다.“무슨 일이죠?”“모르겠어요. 그런데 정말 급해 보였어요. 지금 아마 주차장에 있을 거예요.”서준혁은 손을 살짝 멈칫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회의 끝."송지음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책상 위에 놓여있던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전화를 한 번 보더니 바로 끊어버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서준혁을 따라 나갔다.신유리는 바로 운전하고 이연지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갔다. 운전을 너무 빨리해서 가는 도중 몇 번이나 신호등을
병원 응급실 밖.신유리는 응급실 밖 의자에 앉아 있었다. 유 원장과 요양원 원장도 그녀와 함께 있었다.유 원장은 멍하니 앉아있는 신유리의 모습에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그들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몸을 통제할 수 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의사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고 말했다.할아버지는 혈압이 높으신 데다 이전에 남아있던 후유증과 기저질환이 많기 때문에 너무 흥분하면 안 된다고 의사는 거듭 강조한다.이연지는 맞은편 의자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비비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유 원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유리 씨, 걱정하지 마요. 며칠 쉬면 괜찮아질 수도 있어요. 할아버지는 좋은 분이시니까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신유리는 그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여기에 앉아있는 것조차 큰 힘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방금 전 모습이 끊임없이 뇌리에 떠올랐다. 신유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감쌌다. 지금만큼 무기력하고 막막한 순간이 없었다.“유리 언니!”갑자기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양예슬의 목소리에 신유리는 공허한 생각을 멈췄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양예슬이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왔어요?”말을 하자, 신유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이미 심하게 쉬어 있단 걸 알았다.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평소 그녀의 목소리와 완전히 달랐다.양예슬이 제대로 들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반복해 말할 힘도 없었다. 그녀는 한마디하고 다시 고개를 숙이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때 응급실 문이 열리자, 신유리 벌떡 일어나 안에서 나오는 의사를 쳐다보았다.“환자분이 나이가 너무 많으시고, 혈압도 높으신 데다 이번 상태가 유독 심각하기 때문에 가족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실 것 같습니다.”의사는 마스크를 벗으면서 말했다.의사의 말에 신유리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멍하니 의사를 쳐다보
요양원 원장은 자리를 만들어 신유리에게 여기에 앉으라며 손짓했다.그러나 신유리는 병상에 누워 있는 외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떼는 것조차 힘들어했다.그녀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자랐다. 외할아버지는 비오는 날이면 그녀를 데리고 나와 함께 웅덩이를 밟아주었고, 맑은 날에는 같이 연을 날리곤 했다.그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녀를 위해 바람개비까지 만들어주었다.하지만 그는 지금은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해진 상태라 병원 침대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었다.외할아버지 젊은 시절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연지와 신유리 둘 다 외할아버지의 장점인 외모를 그대로 물려받았다.신유리는 침대 끝에 섰는데, 그녀의 손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눈 앞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중풍으로 얼굴의 절반이 일그러져 있었고 입꼬리는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있었다. 그럼에도 외할아버지는 신유리에게 할 말이 많은 듯 여전히 입술을 움직이고 있었다.신유리는 쪼그리고 앉아 외할아버지의 입술에 귀를 갖다 대는 것밖에 해 드릴 수가 없었다.하지만 산소마스크를 씌워져 있었기에 얼굴이 뒤틀려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녀가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외할아버지는 다급해하며 흐릿한 눈빛으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주름진 눈가에서는 천천히 눈물이 흘러내렸다.신유리는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외할아버지의 앞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외할아버지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종이 한 장을 들고는 괜찮은 척하며 말했다. “외할아버지, 연세가 일흔이 넘으셨는데 왜 울고 그러세요?”외할아버지는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신유리에게 손짓했다.그녀는 잠시 당황했으나 그의 뜻을 이해하고는 외할아버지의 손가락 아래에 손바닥을 펼쳤다.외할아버지는 정말 작은 면적에만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기에 한 획 한 획 아주 천천히 써 내려갔다. 하지만 힘겹게 글자들을 쓴 뒤 그는 힘에 겨워 손을 침대 위로 떨어트리고 눈을 감았다.병원을 떠나기 전, 신
신유리는 멈칫했다. "이게 최선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댓글들을 다 봤습니다. 제 생각엔 화인이 이번일을 계기로 화인만의 사회적 이미지를 확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그녀는 말은 매우 절제되어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일을 얘기하는 게 아닐 정도였다. 양예슬만이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신유리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어제 병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화인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그런 무의미한 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준혁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신유리는 침착하게 그를 바라보며 떨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회사를 고발하는 것이 걱정되시는 거라면, 다시 보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습니다."회의실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그들은 기업이 일을 정리하기 위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을 본적 있었다.하지만 자진해서 회사에 해고를 요청하는 사람은 본 적 없었다. 한 고위 임원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신유리에게 물었다. "신유리 씨, 도대체 어쩌려는 겁니까?"신유리의 얼굴은 차분했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손가락은 떨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억누르며 말했다. "해고된 직원들은 일반적으로 보상을 받습니다. 제 생각에 이건 저희끼리 협의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모든 문제를 안고 갈 의향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게 다입니다.”서준혁의 눈빛은 싸늘했다. 그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더니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가운 시선으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이게 당신이 생각해 낸 최선인가요?"신유리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말했다. "화인 주가가 다시 떨어지는 것이 싫으시다면, 이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녀는 오늘 아침 출근 전 인터넷 뉴스를 클릭해 살펴봤다. 수많은 인기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지만 모든 동영상에는 "화인직원"이라는 4 글자가 포함되어 있었다.경쟁사가 이 상황을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어찌되었든 이에 비해
사실 회사 내에서 신유리가 어디에 사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이석민은 말했다. "신유리 씨의 집은 서 대표님와 같은 단지에 있어요. 남부 부촌 동네요."이 말이 내포하고 있는 정보는 매우 많았다. 서준혁이 살고 있는 럭셔리 하우스가 성남에서 유명한최고급 아파트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다.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평생을 일해도 그곳 화장실 하나 살 수 없었다.신유리의 집을 구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이 이석민이라 서준혁이 신유리를 위해 구매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다음은 몰랐다.그렇기 때문에 이석민은 회사에서 항상 신유리에게 좋은 태도를 취했다. 신유리 외에는 서준혁이 집을 사준 여자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여자를 향한 남자의 진심은 돈을 얼마나 쓰는지에 드러난다.송지음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서준혁이 그 집을 사준 걸까, 아니면 운 좋게 싼 값에 럭셔리 하우스에 들어가게 된 것일까?그렇다면 그녀는?그녀와 그녀의 부모님은 아직도 18평의 작은 아파트에 비좁게 살고 있었다. 서준혁이 이를 모르고 있는 걸까?송지음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고,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신유리는 회사에서 나온 뒤 바로 병원으로 갔다.도중에 이신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신과 연우진이 많은 메시지를 보내며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신유리는 기분이 너무 좋지 않은 탓에 답장을 주지 못했다.어제 외할아버지에게 있었던 일이 더해져 신유리는 다른 일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휴대폰 벨소리가 계속 울렸다. 신유리는 운전 중이었기에 차량 블루투스에 연결해서 전화를 받았다.이신의 굵은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어디야?""차 안이야." 말을 마친 신유리가 한마디 덧붙였다. "지금 병원으로 가려고."옆에서 연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지금 어디 아파?"그는 매우 걱정되었다. “유리야, 걱정하지 마. 가장 중요한 건 너 자신을 돌보는 거야. 분명 다 잘 해결될 거야.”사실 이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