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승훈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강하리의 입술을 살며시 쓰다듬더니 그대로 가버렸다.복도에 서 있던 강하리는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저 개 같은 남자가 대체 뭘 하려고...’강하리는 양육권을 놓고 싸우겠다고 했으니 그가 무슨 짓이든 못 할 리가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이 남자는 갖은 수단으로 자신을 몰아붙일 거다.강하리는 너무 화가 나서 뒤돌아 들어가면서 문을 쾅 닫았다.아래층에는 이미 진시연이 떠난 뒤였다.심준호는 우울한 얼굴로 내려오는 구승훈을 보고 눈썹을 치켜들 수밖에 없었다.백아영 부부와 심문석은 모두 그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세 노인의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이전까지 심준호는 이들에게 구동근에 대한 언급 없이 정양철이 심미현에게 한 짓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하지만 조금 전 진시연이 떠난 뒤, 심준호는 구동근이 한 짓까지 모두 이야기했다.강하리에게든 심미현에게든 그런 짓을 했으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구승훈은 심준호를 바라봤고 심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이 심호흡을 하고 세 노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할아버님, 할머님, 증조할아버님, 하리와 아주머니한테 일어난 일은 전부 다 제 잘못입니다. 저 때문에 고생했으니 마음껏 때리고 욕하세요.”갑자기 무릎을 꿇은 구승훈의 행동에 세 사람은 모두 당황했지만 이내 다들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날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마. 난 자네 같은 손자도 없고 구씨 가문 사람들과는 감히 엮이지 못하겠으니까.”“할아버님...”그러나 심금천은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심문석은 너무 화가 나서 지팡이를 집어 들고 그의 몸을 격하게 내리쳤다.“이놈의 자식, 하리를 얼마나 고생시켰어! 걔가 뭘 잘못했다고 몇 번이고 그런 짓을 해!”구승훈은 피할 틈도 없이 지팡이가 이마에 직격탄을 날렸고 피 한 줄기가 새어 나왔다.“증조할아버님, 할아버님, 할머님, 제가 다 보상해 줄 겁니다. 할아버지도 제가 죗값을 치르게 할 테니 저랑 하리 반대만 하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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