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771 - Bab 780

995 Bab

제771화

퍽!준봉이 남자를 발로 차자 남자는 입에서 피 한 모금을 뿜으며 곧바로 실신했다.“대표님, 괜찮으세요?”구승훈은 얼굴에 별다른 표정 하나 없이 발밑에 떨어진 주사기를 바라보았다.“괜찮아. 주사기 챙겨.”준봉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은 이미 연정이를 안은 채 자리를 떠났고 준봉은 바닥에 놓인 주사기를 바라보다가 저쪽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사람 데려가!”밤이 깊어 연정이가 구승훈의 품에 안겨 잠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준봉은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앞을 향해 달렸다.구승훈은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며 마음이 이미 다 녹아내렸다.“대표님, 그 약...”구승훈이 멈칫하다가 연정이 얼굴을 쓰다듬었다.“하리한테는 말하지 마.”“하지만...”“걱정하지 마, 돌아가서 민준이 형 찾아가면 돼. 아직 두 모녀랑 오래 있고 싶거든.”이 말을 듣고 준봉은 안도했지만 왠지 모를 막연한 불안감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그 시각 국내에서 강하리는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심준호의 도움으로 전문의들이 도착했지만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았다.강하리가 창백한 얼굴로 중환자실 앞에 서 있는데 심준호가 부드럽게 토닥였다.“너무 걱정하지 마.”강하리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심준호는 얼굴을 찡그렸다.“하리야, 네가 다칠까 봐 보호한 거지 너한테 부담이 되고 싶어서 지켜준 게 아니야.”강하리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잘 안다. 당연히 선배는 자신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지켜줬겠지.하지만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다.그렇게 좋은 사람이 자신 때문에 평생 이렇게 의식불명 상태로 살아야 하는 건가?심준호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두 사람이 심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는 거의 정오가 되어 있었다.백아영은 특별히 강하리가 좋아하는 요리를 준비했는데 가족들이 음식을 먹기 직전, 밖에서 도우미가 달려왔다.“어르신, 사모님, 주씨 가문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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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강하리는 그냥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석미란은 그 모습에 더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았다.“오늘 그쪽에서 데려온 전문의도 진단했고 해찬이 상태가 좋지 않은 건 다들 다 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 해찬이는 아직 젊고 결혼도 못했는데 앞으로 결혼도 어렵게 됐어요. 그래서 우린 다른 건 필요 없고 하리가 해찬이와 결혼했으면 좋겠어요.”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심문석이 탁자를 쾅 하고 내리쳤다.“어림도 없어!”백아영도 얼굴이 굳어졌다.평소 성실하고 능력도 있어 눈여겨보던 후배 주해찬이 이런 사고를 겪게 된 게 안타깝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걸 이용해 손녀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절대 안 돼!”그녀는 직접적이고 단호하게 대답했다.두 번의 거침없는 거절에 석연란은 순식간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아버님, 언니, 왜 말을 그렇게 하세요? 강하리 때문에 우리 해찬이 그렇게 됐으니까 하리가 평생 책임져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아요?”심준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숙모, 뭐가 당연하다는 거죠? 막말로 해찬이는 본인이 원해서 하리를 지켜준 거예요. 본인이 원한 건 원칙에 따라 타인에게 보상을 강요할 수가 없어요.”“너!”석연란은 그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원칙 따위는 상관없어. 어쨌든 해찬이가 하리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해찬이 책임져야지!”심준호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왜요, 하리한테 강요라도 하시게요?”석연란의 얼굴은 점점 더 추해졌다. 이제 강하리는 심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정말 강요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그녀가 아니었다.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강하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죄송하지만 전 못해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모두 이쪽을 바라보았다.심준호는 잠시 놀라더니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하리가 죄책감 때문에 동의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주해찬의 현재 상태는 말할 것도 없고, 설사 주해찬이 괜찮다고 해도 강하리가 주해찬에게 그런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강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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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구승훈은 심준호의 메시지를 보자마자 두 눈이 번쩍 뜨였다.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심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심씨 가문에서 결혼이라도 주선하게?”심준호가 헛웃음을 지었다.“우리 집이 구씨 가문이랑 같은 줄 알아?”구승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조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러면 뭐야?”심준호는 한숨을 쉬었다.“주씨 가문에서 하리에게 주해찬을 책임지라면서 하리한테 주해찬과 결혼하라고 강요해.”구승훈의 가슴이 내려앉았다.“강하리는? 동의했어?”심준호의 눈빛이 번뜩였다.“비슷해.”구승훈은 숨이 턱 막혔다.“비슷하다는 건 무슨 말이야?”심준호가 갑자기 말을 돌렸다.“아이는?”구승훈은 품에 안겨 잠든 말랑한 아기를 바라보며 괜한 복수심에 심준호에게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삼촌, 제 아내 좀 지켜주세요. 주해찬은 조카사위로 적합하지 않아요.”그렇게 말한 뒤 그는 전화를 끊고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이륙까지 얼마나 남았어?”“한 시간도 안 남았어요.”대답한 준봉이 망설이며 다시 물었다.“대표님, 몸 괜찮으세요? 지금이라도 병원에...”구승훈이 그를 쳐다보았고 준봉은 순간적으로 입 밖으로 나온 말을 삼켰다.“돌아가서 얘기해.”준봉이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네.”구승훈은 그를 바라보며 지시했다.“가서 아기 용품 좀 사와. 가는 길에 쓸 수 있게.”준봉은 당황했다.“대표님, 저는...”“노진우는 하는데 넌 못 해?”“... 할게요!”준봉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고 그가 떠난 뒤에야 구승훈은 다리를 슥 만졌다.그러고는 잠시 후에야 혼자서 웃음을 터뜨렸다.“여초연 여사, 이대로 날 죽게 할 생각은 아니지?”반면 석씨 가문 자매는 심씨 가문에서 나오자마자 석미란이 석연란의 손을 뿌리쳤다.“왜 날 막아?” 석미란은 석연란을 노려보았다.석연란은 답답한 표정이었다.“어르신이랑 백아영 표정 못 봤어? 그리고 심준호도. 심씨 가문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그 세 사람 건드리면 언니가 아니라 어르신이 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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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아기 때문에?”심준호가 다시 물었다.아이 얘기가 나오자 강하리의 가슴이 아팠다.심준호는 피식 웃었다.“그러면 애가 괜찮으면?”강하리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심준호를 바라보았다.“삼촌...”“만약에.”강하리의 눈에서 반짝이던 빛이 순간 사그라들었다.“그래도 안 돼요. 아이는 하나의 이유일 뿐 나랑 그 사람 사이엔 문제가 너무 많아요.”심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알아서 생각해. 삼촌은 네가 억울한 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도 네 생각 굽힐 필요 없어. 주씨 가문이든, 구승훈이든 똑같아.”강하리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감정을 추슬렀다.“삼촌, 정양철 일은 어떻게 돼가요? 그리고 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세요?”심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누구도 아버지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심준호는 잠시 말을 멈췄다.“정양철은 잡혔으니 걱정하지 마. 그 사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네 아버지는...”심준호는 실제로 정양철의 샘플을 병원에 보낸 적이 있었다.정양철이 그렇게 말했다면 맞는지 아닌지 일단은 확인해야 했다.진태형은 정양철의 결과가 나오면 다시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아직 확인하고 있어.”강하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이틀 동안 집에서 휴식을 취한 후 B시에 있는 JM 사무실로 출근했다.그녀가 막 안으로 들어서는데 비서가 계약서를 하나 내밀었다.“대표님, 외교부 측에서 저희와 협업할 의향이 있답니다.”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서류를 받아 살펴봤다.“협상 시간이 오늘 오후라고요? 제가 가볼게요.”때마침 외교부에 도착한 강하리는 현관에 서 있는 진태형을 보았다.“진 장관님.”진태형은 그녀를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여긴 어떻게 왔어요? 교통사고 났다던데.”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저는 괜찮은데 선배가...”주해찬을 언급하자 진태형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다 각자 운명이 있는 거죠. 너무 걱정 마요.”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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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진시연은 눈을 깜빡였다.“병원에서 들었어. 준호 삼촌이 강하리랑 친자 확인 검사를 했대. 강하리랑 친자 확인 검사를 하려고 정양철 샘플도 가져왔다던데. 아빠, 강하리가 미현 이모랑 정양철 딸이지?”진태형의 표정이 수시로 바뀌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말을 꺼냈다.“확실한 정보도 없이 이런 얘기는 하지 마. 미현 이모에 대한 실례야.”진시연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강하리가 외교부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그녀는 차를 가져오지 않아 밖으로 나가 심준호에게 전화를 거는데 통화가 연결되기도 전에 차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가며 안쪽에서 진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하리 씨, 내가 태워다 줄게요.”강하리의 눈빛이 번뜩였다.“고맙지만 됐어요, 진시연 씨.”하지만 진시연은 이미 차에서 내려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가요, 왜 예의를 차려요? 심씨 저택으로 가는 것 아니에요? 나도 마침 할머니랑 할아버지 뵈러 가는 길이에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한 채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차에 올랐다.그녀가 심씨 가문에 돌아갔다는 사실은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하지만 석씨 가문 자매들이 알기 때문에 진시연이 알고 있는 것도 놀랍지는 않았다.사교성이 좋은 진시연은 차 안에서 강하리에게 진태형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강하리는 그 말을 들으면서 시선을 내린 채 웃기만 했다.진시연과 진태형은 사이가 정말 좋았고 진태형도 그녀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제가 자주 덤벙거려서 전에 F대륙에서 의료 봉사할 때 실수로 크게 다치기까지 했는데 다행히 좋은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이 구해줬어요. 안 그랬으면 진짜 죽을 뻔했어요. 그래서 아빠는 항상 제가 철이 없다고 생각해요.”강하리는 시선을 내린 채 이야기를 들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심씨 가문 별장 앞에 멈췄고 차가 멈추자마자 강하리의 몸이 굳어버렸다.심씨 가문 별장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남자는 한 손은 주머니에 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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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강하리가 진시연을 바라보았다.“제가 신경 쓸 건 없죠. 구 대표님과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그녀는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그런데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안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칫하며 왠지 모르게 심장이 반 박자 늦춰진 듯싶다가 갑자기 심하게 뛰었다.마치 죽었던 것이 조용히 되살아나는 듯 그녀의 몸 옆에 늘어뜨린 손이 살짝 떨렸다.“들어가서 봐.”구승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강하리가 홱 고개를 돌려 그와 시선을 마주하고는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백아영은 연정이를 품에 안고 입을 다물지 못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연정이가 젖병을 들고 분유를 힘차게 마시고 있었다.눈은 여전히 충혈되어 있었고 눈가에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강하리는 멍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렸다.“연정아...”그녀는 나지막이 부르면서도 이 모습을 방해하면 다시는 딸을 볼 수 없을까 봐 두려운 듯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이리 와, 이 바보야. 왜 아직도 거기 서 있어?”문 앞에 가만히 서 있는 강하리를 보고 백아영은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이봐, 연정이는 네가 오니까 우유도 안 먹는다.”강하리의 손에 들려 있던 가방이 툭 바닥에 떨어지더니 갑자기 그쪽으로 달려갔고 연정이를 만지는 손가락마저 떨렸다.연정이가 강하리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팔을 내밀었다.작은 입이 무언가를 쫑알거리자 강하리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연정이를 품에 꼭 안은 채 눈물을 계속 흘렸다.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연정이의 작은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연정이, 연정이가 돌아온 건가?연정이가 위로하듯 작은 손으로 강하리의 얼굴을 살살 두드리는 동안 강하리는 점점 더 세게 울었다.억눌린 흐느낌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고 이 순간 아무도 더 입을 열지 않았다.원래 미소를 짓고 있던 백아영도 이 순간 갑자기 감정이입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구승훈은 문간에 서서 그 장면을 바라보며 형언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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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낯익은 향기가 풍겨오자 강하리의 몸이 살짝 굳어졌다.“강하리, 이제 한 번만 더 기회를 줄래?”구승훈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고 그의 따뜻한 숨결이 볼에 닿자 순간 머금었던 미소가 굳어졌다.강하리는 그의 숨결을 피해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연정이 이불 가져와야 해.”하지만 구승훈은 놓지 않았다.그는 귓불을 살며시 깨물면서 다시 물었다.“한 번 더 기회를 줄 거야?”강하리가 멈칫하며 시선을 내리고 말했다.“밖에서 기다려.”말을 마친 그녀가 구승훈의 손을 뿌리쳤다.“알았어, 그러면 밖에서 기다릴게.” 구승훈은 그녀의 귓가에 입 맞추고 밖으로 나갔다.강하리는 담요를 가져와 연정이에게 덮어주고 그 안에서 평온하게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마음이 녹을 듯이 부드러워졌다.하지만 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생각하니 다시 얼굴에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그녀는 한참을 방 안에 서 있다가 심호흡하고 밖으로 나갔다.밖으로 나가자마자 구승훈의 다소 어두운 눈빛을 마주했다.“연정이, 어떻게 된 거야?”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속삭였다.“미안해.”강하리는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엄마가 아기를 데려갔어.”강하리는 멈칫하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우리 애가 사모님께 잘못이라도 했나?구승훈의 입가에는 떫은맛이 가득했다.결국 이 모든 게 그 때문이었다.그는 다가와 강하리를 품에 끌어안았다.“너랑 아이 힘들게 해서 미안해.”강하리는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구승훈을 밀쳤지만 구승훈은 그녀를 더 꽉 껴안았다.“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이제 아기가 돌아왔으니까 다시 시작하자, 응?”강하리의 몸이 경직되면서 곧바로 그를 밀어냈다.“안 돼.”강하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연정이가 돌아왔지만 구승훈과 다시 시작할 자신이 없었다.계속되는 상처에 그녀는 정말 무서웠다.앞으로는 그저 연정이와 함께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싶었다.게다가 이젠 주해찬 문제도 있었다.구승훈은 비웃으며 갑자기 앞으로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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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구승훈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강하리의 입술을 살며시 쓰다듬더니 그대로 가버렸다.복도에 서 있던 강하리는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저 개 같은 남자가 대체 뭘 하려고...’강하리는 양육권을 놓고 싸우겠다고 했으니 그가 무슨 짓이든 못 할 리가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이 남자는 갖은 수단으로 자신을 몰아붙일 거다.강하리는 너무 화가 나서 뒤돌아 들어가면서 문을 쾅 닫았다.아래층에는 이미 진시연이 떠난 뒤였다.심준호는 우울한 얼굴로 내려오는 구승훈을 보고 눈썹을 치켜들 수밖에 없었다.백아영 부부와 심문석은 모두 그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세 노인의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이전까지 심준호는 이들에게 구동근에 대한 언급 없이 정양철이 심미현에게 한 짓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하지만 조금 전 진시연이 떠난 뒤, 심준호는 구동근이 한 짓까지 모두 이야기했다.강하리에게든 심미현에게든 그런 짓을 했으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구승훈은 심준호를 바라봤고 심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이 심호흡을 하고 세 노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할아버님, 할머님, 증조할아버님, 하리와 아주머니한테 일어난 일은 전부 다 제 잘못입니다. 저 때문에 고생했으니 마음껏 때리고 욕하세요.”갑자기 무릎을 꿇은 구승훈의 행동에 세 사람은 모두 당황했지만 이내 다들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날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마. 난 자네 같은 손자도 없고 구씨 가문 사람들과는 감히 엮이지 못하겠으니까.”“할아버님...”그러나 심금천은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심문석은 너무 화가 나서 지팡이를 집어 들고 그의 몸을 격하게 내리쳤다.“이놈의 자식, 하리를 얼마나 고생시켰어! 걔가 뭘 잘못했다고 몇 번이고 그런 짓을 해!”구승훈은 피할 틈도 없이 지팡이가 이마에 직격탄을 날렸고 피 한 줄기가 새어 나왔다.“증조할아버님, 할아버님, 할머님, 제가 다 보상해 줄 겁니다. 할아버지도 제가 죗값을 치르게 할 테니 저랑 하리 반대만 하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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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정양철과 강하리?”심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은 바로 마지막 페이지로 넘겼고 내용을 본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두 사람의 친자 확률은 99.99%입니다.]구승훈의 짙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확실해?”심준호는 의자에 기대었다.“심씨 가문 병원에서 한 건데 누가 감히 조작할 수 있겠어?”구승훈은 친자확인서를 옆으로 던져버렸다.“다시 해봐. 심씨 가문 병원 말고 밖에 다른 사람 찾아서 해. 정양철이 진짜 강하리의 아버지라면 미현 이모를 해칠 이유가 없어. 게다가 강하리의 어머니가 심미현이라는 걸 우리보다 먼저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아무 말도 안 했겠어? 내 생각에 그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야.”심준호가 차갑게 웃었다.“이미 샘플 보냈어.”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렸다.“강하리도 이 사실을 알아?”심준호는 고개를 저었다.“말할 생각 없어.”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말하지 마. 정양철은 어떻게 할 거야?”심준호는 만년필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다.“어떻게 할 생각 없어. 그냥 죗값을 치르면 돼. 내 누나를 해쳤는데 누구 아버지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준봉이었다.“대표님, 이러다 비행기 놓치겠어요.”구승훈은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여기서 안 머물고?”심준호가 참지 못하고 묻자 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일이 생겨서 연성으로 돌아가야 해.”그렇게 말한 뒤 그는 위층으로 올라갔다.닫혀있던 강하리의 방문이 구승훈이 살며시 노크하자 잠시 후 열리며 강하리가 잠옷 차림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무슨 일이야?”구승훈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눈썹을 치켜올렸다.“우리 딸 보러 왔는데 괜찮아?”강하리는 거절하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 말에 다시 삼켜버렸다.그녀가 문 옆으로 물러서자 구승훈이 그녀를 바라보며 들어왔다.여전히 잠들어 있는 연정이는 무슨 꿈을 꾸는지 작은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구승훈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잠든 연정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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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강하리는 대답하지 않고 구승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맙다는 말 외에 무슨 할 말이 있겠나.구승훈의 손가락이 그녀의 눈가에 닿았다.“괜찮아, 고마워할 필요 없어. 어차피 단순한 목적으로 연정이를 너한테 데려온 건 아니니까. 원래는 연정이를 연성으로 데려가서 사진만 보내려고 했어. 그러면 네가 자연스럽게 연성으로 올 테니까.”하지만 그는 강하리가 자신을 용서해 주길 바랐다.또한 그녀가 한동안 아이 때문에 얼마나 슬퍼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아이로 그녀를 몰아붙일 수가 없었다.강하리는 구승훈을 노려보았다.“왜 이렇게 비열해?”구승훈이 그녀를 품에 가두었다.“하리야, 난 너랑 가까워지고 싶을 뿐이야.”강하리는 말문이 막혔지만 이미 구승훈이 그녀를 놓아주었다.“예전 일은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내가 하는 것 지켜봐 주면 안 돼?”강하리는 그를 외면했다.“이만 가, 나 잘 거야.”구승훈은 연정이를 바라보았다.“아마 밤에 깰 거야. 넌 원래도 잘 못 자는데 베이비시터 불러줄까?”강하리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필요 없어.”그녀는 이제 연정이를 24시간 내내 자신의 시야에 두고 싶었다.구승훈은 그녀의 거부하는 표정에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그녀의 눈꼬리를 문질렀다.“주씨 가문 사람들이랑 멀리 해. 감정에 휩쓸려서 넘어가지 마. 일 끝나면 너랑... 아이 보러 올게.”강하리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나 건드리지 마!”구승훈은 웃음기를 머금은 눈으로 연정이를 바라보았다.“너희 엄마 너무 못됐다.”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고 바로 그때 구승훈이 그녀의 이마에 입 맞췄다.“하리야, 나 기다려.”그렇게 말한 뒤 그는 오래 머물지 않고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강하리는 방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를 듣고 한참이 지나서야 깊게 심호흡했다.마음이 혼란스러웠다.이 남자와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지만 하필 그들 사이에는 아이가 있었다.그녀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 옷을 챙긴 뒤 돌아서서 화장실로 들어갔다.별장에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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