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791 - Chapter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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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1화

심씨 가문 사람들은 연성에 오래 머물지 않았고 백아영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심문석은 이날 강하리의 정체를 대중에게 알릴 예정이었다.구승훈이 묘지에 연락해서 심미현의 무덤을 B시로 이장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다만 이장하는 날 진태형이 올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최근 해외 손님을 맞이하느라 B시에 있을 때도 심씨 가문에 강하리를 보러 갈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 하필 이럴 때 그가 나타났다.남자는 검은 우산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강하리는 진태형을 보고 문득 괴로워졌다.심미현과 진태형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듣고 심미현이 실종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누가 봐도 부러운 한 쌍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강하리는 부드럽게 숨을 내쉬며 그를 불렀다.“진 장관님.”진태형은 복잡한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진시연이 이미 이틀 전에 강하리와 정양철의 친자 확인 검사 결과 강하리가 정양철의 딸로 판명됐다고 말했지만 그는 여전히 기대를 품고 있었다.혹시 심미현과 그의 딸이 아닐까.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아영이 진태형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왔어요?”진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사람... 보러 왔어요.”백아영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면 기뻐할 거예요.”진태형은 몸을 웅크리고 손을 뻗어 비석을 어루만졌다. 그의 눈에는 평소의 평온함은 온데간데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만이 남아있었다.“참 매정해. 나만 이렇게 두고 갔네. 약속했잖아, 분명 흰머리 될 때까지 함께하자고 했잖아.”진태형은 말하며 어깨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자리에 있던 누구도 말이 없었고 강하리는 시선을 돌리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하지만 구승훈이 그녀를 품에 안는 순간 결국 울음을 참지 못했다.사람이 살면서 가장 큰 한이 뭐냐고 한다면 당연히 생과 사의 이별이었다.구승훈은 그녀를 살며시 토닥였다.“울지 마. 우린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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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진시연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나한테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우리 아빠랑 미현 이모 사이에 대해 다 알고 있어요. 하리 씨가 아빠 딸은 아니지만 아빠는 분명 하리 씨를 친딸처럼 대할 거고 그러면 앞으로 우린 자매인 거죠.”멈칫한 강하리는 유골함을 들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사실 그녀는 자신이 진태형의 딸이 아닐지 늘 의심하고 있었다.하지만 심준호가 아직 확인 중이라고 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결과가 밝혀지면 아빠를 찾아갈 생각뿐이었다.그런데 진태형의 딸이 아니라니, 그러면 친아빠는 누구일까?강하리는 다소 무거운 숨을 뱉으며 진시연을 빤히 바라봤고 뒤에 있던 백아영도 얼굴을 찡그렸다.강하리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사실 심준호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심준호가 선뜻 말하지 않았는데 진시연이 갑자기 이런 식으로 언급할 줄이야.“시연아, 그게 무슨 말이야? 하리가 태형 씨 딸이 아니라니?”진시연은 그때야 문득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낯빛이 창백해졌다.“몰랐어요? 죄송해요, 제가 괜한 소리를 했네요.”심준호는 살짝 가라앉은 눈빛으로 진시연을 바라보았다.“입 다물어.”그가 깊은 목소리로 말하자 진시연이 잘못한 듯 말했다.“죄송해요, 삼촌. 제가 말실수를 했어요.”심준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강하리를 감쌌다.“가자, 돌아가서 얘기해줄게.” 강하리는 침묵하며 심준호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 참지 못하고 물었다.“삼촌은 우리 아빠가 누구인지 알죠?”심준호는 얼굴을 찡그렸다.하지만 강하리 아버지에 대한 문제는 구승훈 외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친자 확인 검사가 조작됐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다가 결국 누가 꼬리를 드러내는지 지켜보고 싶기도 했다.그런데 진시연일 줄이야.심준호는 뒤로 물러나 구승훈을 힐끗 쳐다봤고 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심준호는 시선을 거두며 강하리를 두 팔로 감쌌다.“아직 확인하고 있어. 아빠가 누구인지 그렇게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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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구승훈의 질문에 진시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구승훈 씨, 오해에요.”그녀는 다소 억울한 듯 말했다.“그런 생각한 적 없어요. 강하리 씨가 정말 아빠 딸이라면 전 더할 나위 없이 기쁘죠. 아빠가 미현 이모를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고 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텐데 어떻게 강하리 씨가 아빠 딸이 아니기를 바라겠어요?”진시연을 바라보는 구승훈의 검은 눈동자엔 온통 칠흑 같은 차가움뿐이었고 진시연은 그의 시선에 더욱 억울해져 눈시울을 붉히며 진태형을 돌아보았다.“아빠, 정말 아니야.”진태형은 이쪽으로 걸어오며 진시연을 향해 얼굴을 찡그렸다.“그럼 승훈이 질문에 대답만 해.”진시연은 멈칫하더니 다소 쓴웃음을 지었다. “아빠, 아빠도 날 의심하는 거야?” 진태형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시연아, 당당하면 겁낼 게 없어. 네가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아무도 널 의심 안 해.”진시연은 여전히 억울했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유전자 담당 동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양철 사건이 워낙 크게 터져서 사람들이 호기심에 수군거리는 건 당연하죠. 강하리 씨가 아빠 딸인 줄 알고 계속 주시했을 뿐이에요.”일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구승훈과 심준호의 눈빛은 어둡기만 했다.반면 강하리는 정양철의 이름을 언급하자 속이 더 답답해졌다.그녀는 심호흡하며 말했다.“이만 가죠.”그녀가 돌아서서 차 쪽으로 향했는데 진태형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강하리 씨.”강하리의 걸음이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진태형과 두 눈을 마주했다.“네, 진 장관님.”진태형은 가슴 아픈 눈빛으로 그녀 앞에 서서 말했다.“B시로 돌아가면 나랑 친자 확인 검사 해봐요.”그의 말이 나오는 순간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굳어버렸다.그동안 진태형과 강하리의 친자 확인 검사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혹시나 결과가 아니라고 나오면 두 사람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 걱정돼서였다.그런데 진시연이 그렇게 말했는데도 진태형이 원할 줄이야.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움찔했다.“진 장관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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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구승훈이 심준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저 여자 짓일까?”심준호는 말없이 진태형의 차를 바라봤다.진시연은 진태형 친구의 딸이다. 진태형이 신세를 졌던 친구인데 심준호의 누나가 사라진 후 진태형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나중에 그 친구가 사고를 당했을 때 진시연을 데려왔고 아이가 곁에 있으니 마침내 생기를 되찾았다.진태형은 그동안 진시연을 친딸처럼 대했다.그리고 진태형 때문에 심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진시연을 가족처럼 대했다.그래서 심준호는 진시연이 그런 짓을 했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제...“알아볼게.”구승훈은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도 심씨 가문과 진씨 가문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강하리가 있는 한 심씨 가문에서 절대 억울한 일을 만들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그는 심씨 가문 사람들을 공항에 내려준 뒤 곧장 강하리 곁으로 걸어갔다.“아까 고마웠어.”강하리가 속삭이자 구승훈이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고맙다는 인사는 조금 더 실질적인 걸로 받고 싶은데.”강하리는 지금 농담할 기분이 아니어서 그를 노려보았다.구승훈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문질렀다.“이런 일 마음에 담아두지 마. 누가 친아빠면 어때?”말하며 그의 눈동자가 다소 무겁게 가라앉았다.“넌 그냥 너야.”말을 마치고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눈동자에 조금 전 어두운 기색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내 마음속에 넌 그냥 너고 다른 사람이랑 아무 상관 없어.”강하리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피했다.“고마워.”구승훈은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하지만 강하리는 그의 말에 설명할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그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무슨 상관이겠나.어차피 30년 가까이 그녀의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고 과거 송동혁과 강찬수까지 겪었는데 정양철 하나 더 있다고 해서 상관이 없었다.그녀는 심호흡했다.“난 괜찮아.”전에는 속이 답답했는데 이젠 정말 괜찮았다.구승훈이 웃으며 그녀의 턱을 잡았다.“그럼 웃어봐.”강하리는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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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강하리의 걸음이 멈칫하며 숨이 가빠오고 몸마저 경직되었지만 잠시 후 꿋꿋이 앞으로 걸어갔다.구승훈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가 얕게 올라갔다.매정한 여자 같으니라고.다른 사람에게도, 그에게도 똑같이 매정한 사람이었다.구승훈은 심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B시로 가지 않았다.아직 이곳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심씨 가문 일행은 B시로 돌아온 뒤 심미현을 심씨 가문 조상들이 묻힌 곳에 잘 묻어주었다.진태형과 진시연도 왔다.의식이 끝난 후 진태형은 강하리를 데리고 친자 확인 검사를 받기로 했지만 부서에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떴다.“나중에 전화할게요.” 진태형이 강하리를 바라보자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진태형이 떠난 뒤에야 강하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진태형의 단호함 때문이었을까, 그녀도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백아영이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아버지가 누구든 네가 이 백아영의 손녀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애교 섞인 몸짓으로 백아영을 끌어안았다.“당연하죠, 할머니는 저를 버릴 수 없죠.”백아영은 웃음이 났고 진시연은 복잡한 표정으로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다가왔다.“강하리 씨.”강하리는 뒤돌아 진시연의 시선을 마주하고는 얼굴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네, 진시연 씨.”진시연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강하리 씨, 미안해요.”강하리가 웃었다.“괜찮아요.”하지만 진시연은 여전히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그래도 나 때문에 속상하게 했잖아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강하리 씨. 그리고 뭐가 됐든 내가 했던 말은 진심이에요.”진시연이 진심을 담아 말해도 강하리는 그저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웃었다.“고마워요.”진시연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강하리가 백아영을 돌아보며 말했다.“할머니, 저 연정이 보러 갈게요.”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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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눈앞에 있는 드레스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강하리는 휴대폰을 들고 구승훈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구승훈이 부드러운 웃음을 터뜨렸다.“나 보고 싶었어?”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드레스 보냈어?”구승훈이 웃었다.“마음에 들어?”강하리는 전화기를 들고 부드럽게 한숨을 내쉬었다.“구승훈, 나...”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강하리는 잠시 멈칫했고 입가에 맴돌던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구승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응?”강하리는 순간 조금 짜증이 났다.“아니야.”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지만 끊고 나서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구승훈 개자식!’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녀의 일상에 사사건건 관여할 수 있는 건지.어제는 밥 먹기 전에 구승훈이 보낸 음식을 받았고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구승훈이 사람을 시켜 아침 식사를 보내왔다.심지어 연정이에게 필요한 것들, 먹는 것과 입는 것 하나하나 빠짐없이 챙겨주었다.누가 보면... 그가 매일 매 순간 그들 모녀를 떠올리는 줄 알겠다.강하리는 심호흡하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문밖에서 도우미가 그녀를 재촉하자 강하리는 대답하고 드레스룸으로 향했다.그녀는 드레스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결국 집어 들었다.찬란한 불빛, 화려한 조명이 번뜩였다.백아영은 생일 파티를 크게 주최할 생각이 없었지만 강하리 때문에 심씨 가문은 B시의 유명 인사들을 모두 초대했다.심씨 가문의 손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은 거의 하룻밤 사이에 B시 상류층에 쫙 퍼졌다.강하리는 백아영에게 이끌려 한명 한명 인사하느라 바빴는데 누가 봐도 애지중지하는 모습이었다.다들 입을 모아 축하하기 바빴다.백아영과 함께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던 강하리의 시선이 이따금 홀을 두리번거렸다.백아영은 다른데 정신이 팔린 강하리를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찾는 사람이라도 있어?”강하리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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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석미란은 고개를 돌려 서리를 머금은 듯한 구승훈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했다.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상대는 그녀를 어른으로서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석미란은 더더욱 악에 받쳐 이를 갈았다.조금 전 휴대폰으로 받은 사진은 구승훈이 공항에서 강하리와 키스하는 장면이었다.아들은 아직 중환자실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데 이 망할 남녀는 남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주해찬이 깨어날 때까지 연애하지 않겠다더니, 꼭 자신을 우습게 보는 것 같아 석미란은 차갑게 웃었다.“내가 함부로 행동하는 거야? 너희들이 사람 우습게 보고 괴롭히는 건 아니고?”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손 들고 때리려던 사람치고 당당하시네요?”석미란은 그를 노려봤다.“때릴 만하니까 때리는 거지!”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사람들한테 말해볼까? 심씨 가문과 구씨 가문이 우리 주씨 가문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정말 우리 주씨 가문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는 거야?”아무리 구씨 가문이나 심씨 가문보다 못하다고 해도 주씨 가문에는 아직 어르신 주호준이 있었고 심문석도 그를 만날 땐 예의를 갖춰야 했다.다만 주호준은 오랫동안 은둔 생활을 하며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아들은 강하리 때문에 저 지경이 됐는데 망할 강하리는 뻔뻔하게 다른 남자를 만나다니.전부 다 석연란 때문이다. 애초에 강하리와 주해찬이 결혼하게 밀어붙여야 했는데!두 사람의 다툼은 진작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석미란이 이렇게 말을 하자 사람들이 이쪽으로 모여들기까지 했다.게다가 심씨 가문에 막 돌아온 오늘의 주인공과도 관련이 있으니 사람들은 더더욱 흥미가 당겼다.심씨 가문 사람들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가 이쪽에서 소란이 들리자 그제야 가까이 다가왔다.“무슨 일이지?”심준호가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인상을 찌푸린 채 석미란을 슬쩍 보니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뒤덮여 있었다.“무슨 일이냐고? 다 네 잘난 조카가 한 짓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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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여사님,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않으시면 더 할 얘기가 없네요.”석미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심준호가 단호하게 끼어들었다.이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강하리에게 이런 식으로 욕설을 퍼붓게 놔둘 수는 없었다.멈칫하던 석미란이 다시는 나쁜 년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내가 바보인 줄 알아? 이렇게까지 하면서 안 만난다고?”심준호의 올곧은 시선이 구승훈에게 향했다.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구승훈이니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그가 나서야 했다.강하리가 입술을 굳게 다물다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구승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제가 강제로 키스했어요.”말문이 막힌 석미란이 구승훈을 노려보았다.“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하지만 구승훈은 차가운 웃음만 내뱉었다.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난 차라리 다들 하리가 내 여자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네요.”석미란은 화를 내며 그를 노려보았지만 이대로 멈출 생각은 없었다.아들과 이어져야 할 여자가 지금 다른 남자와 얽히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하리를 바라보았다.“다시는 구승훈과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해!”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그렇게는 못 한다.뭐라고 해도 구승훈은 연정이 아빠고 연정이를 위해서라도 구승훈을 만나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피식 웃는 구승훈의 미소엔 조롱이 가득 담겼다.“왜요, 또 감정적으로 몰아붙이시려고요? 아니면 은인이라는 이유로 협박하시려고요?”석미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감정적으로 몰아붙이다니? 애초에...”“하리가 주해찬과 만날 때 둘을 어떻게 갈라놨는지 벌써 잊으셨어요? 당신들 입으로 하리는 주해찬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이제 하리가 심씨 가문 사람이라고 하니까 서둘러 결혼시키고 싶으세요? 교통사고도 주해찬이 쓸데없는 말을 들어서 생긴 거고 하리를 지킨 것도 본인 선택인데 왜 하리에게 주해찬 목숨의 대가를 치르라고 하세요? 주씨 가문에선 늘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나요?”구승훈은 입가에 의미심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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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구승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한참 후 쓴웃음을 지었다.주호준은 강하리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요.”강하리도 나지막이 답했다.“제가 죄송하죠.”더 단호하게 거절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주호준은 한숨을 쉬었다. 애초에 주씨 가문에서 막지 않았다면 지금쯤 강하리는 주씨 가문의 며느리가 됐을지도 모른다.결국 잘못을 저지른 건 그들 주씨 가문이었다.주호준은 다소 미안한 표정으로 심문석을 바라봤지만 심문석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아이의 고집만 아니었다면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하지만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으면 강하리가 평생 마음 편히 살기 힘들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됐어, 이만 가서 쉬어.”그는 다가가 강하리를 토닥였다.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돌아 위층으로 올라갔다.구승훈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피식 쓴웃음이 나왔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조금씩 호전될 기미를 보이던 관계가 오늘 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주해찬 때문에.허...할 수만 있다면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사람이 차라리 자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소란이 끝나고 파티는 계속되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수군거렸다.강하리도 파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녀만 당당하면 다른 사람의 시선은 상관없었다.와인 한 잔을 들고 3층 테라스로 나갔다.아래층의 웃음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더 이상 그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테라스 문이 열리고 구승훈이 자리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그저 문 앞에 서서 고개를 숙여 담배에 불을 붙였다.연기가 피어오르자 남자의 복잡하고 씁쓸한 눈빛이 연기 속으로 감춰졌다.강하리는 그가 바로 뒤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다소 쓸쓸한 밤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살짝 몸이 떨렸다.강하리는 잔에 든 와인을 다 마시고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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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강하리는 방으로 돌아와서야 가슴이 먹먹해지는 괴로움을 느꼈다.연정이의 웃음소리가 방에서 들려올 때까지 입술을 다물고 한참을 문 앞에 서 있다가 겨우 흐트러진 기분을 추스르고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본 도우미가 황급히 불렀다.“아가씨.”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정이를 안으러 갔다.“고생했어요.”도우미는 웃었다.“고생은요. 연정 아가씨 너무 귀여워요.”도우미는 연정이를 놀리면서 말했다.“다들 연정 아가씨가 아가씨랑 닮았다는데 제가 보기엔 구 대표님을 더 닮은 것 같아요.”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그래요?”도우미는 방금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 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보세요. 연정 아가씨 웃을 때면 구 대표님과 똑같게 생겼어요.”그녀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한 가족이 다 예뻐요. 누굴 닮든 예쁠 거예요.”강하리는 머뭇거리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한 가족이라는 말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그녀의 기분에 약간의 씁쓸함을 더했다.“이만 가보세요.”도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떠난 후에야 강하리는 연정이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그녀가 나왔을 때 휴대폰에는 메시지가 한 통 도착해 있었다.심준호가 보낸 거다.[승훈이가 주해찬 치료할 의사를 데려왔어.]강하리는 휴대폰을 움켜쥐며 손가락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구승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마워.]구승훈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고맙다는 말은 됐어. 네가 주해찬이랑 무슨 사이인 것도 아니고. 나도 목적이 있어서 의사 찾아준 거야. 하리야, 난 절대 주해찬이 우리 사이 걸림돌이 되는 걸 용납 못해.]강하리는 메시지를 보고도 답장하지 않았다.그녀는 부드럽게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옆으로 치웠다.아래층에 서 있던 구승훈은 3층 방을 올려다보며 불이 다 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었다.“잘 자.” 나지막이 속삭이고 뒤돌아 별장으로 향해싿.구승훈이 데려온 의사가 다음 날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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