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의 걸음이 멈칫하며 숨이 가빠오고 몸마저 경직되었지만 잠시 후 꿋꿋이 앞으로 걸어갔다.구승훈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가 얕게 올라갔다.매정한 여자 같으니라고.다른 사람에게도, 그에게도 똑같이 매정한 사람이었다.구승훈은 심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B시로 가지 않았다.아직 이곳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심씨 가문 일행은 B시로 돌아온 뒤 심미현을 심씨 가문 조상들이 묻힌 곳에 잘 묻어주었다.진태형과 진시연도 왔다.의식이 끝난 후 진태형은 강하리를 데리고 친자 확인 검사를 받기로 했지만 부서에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떴다.“나중에 전화할게요.” 진태형이 강하리를 바라보자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진태형이 떠난 뒤에야 강하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진태형의 단호함 때문이었을까, 그녀도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백아영이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아버지가 누구든 네가 이 백아영의 손녀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애교 섞인 몸짓으로 백아영을 끌어안았다.“당연하죠, 할머니는 저를 버릴 수 없죠.”백아영은 웃음이 났고 진시연은 복잡한 표정으로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다가왔다.“강하리 씨.”강하리는 뒤돌아 진시연의 시선을 마주하고는 얼굴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네, 진시연 씨.”진시연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강하리 씨, 미안해요.”강하리가 웃었다.“괜찮아요.”하지만 진시연은 여전히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그래도 나 때문에 속상하게 했잖아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강하리 씨. 그리고 뭐가 됐든 내가 했던 말은 진심이에요.”진시연이 진심을 담아 말해도 강하리는 그저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웃었다.“고마워요.”진시연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강하리가 백아영을 돌아보며 말했다.“할머니, 저 연정이 보러 갈게요.”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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