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781 - Bab 790

995 Bab

제781화

구승훈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때?”노민준은 잠시 침묵했다.“와서 얘기해.”구승훈은 담배를 끄고 다가갔다.“특이하게 작용하는 신경 약물인데 쉽게 말해서 짜증과 불안을 느끼고 이성을 잃게 만드는 약이야. 그래서 네가 짜증이 났던 것도 당연한 거고.”“그러면 해결책이 있나요?”준봉이 옆에서 물었다.노민준은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약으로 억제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러면 앞으로 불면증이 잦아지고 두통까지 생길 수 있어요.”옆에 앉은 구승훈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한참을 생각하다가 물었다.“억제하지 않으면?”“어떻게 될지 몰라.”노민준이 바로 대답하자 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형 방법대로 해 보자.”노민준의 연구실을 나온 구승훈은 준봉을 보내고 홀로 아침 햇살을 맞으며 서 있었다. 두 눈에는 차가운 조롱이 가득했다.여초연은 어떻게 하면 그를 가장 고통스럽게 고문할 수 있을지 정말 잘 알고 있었다.‘이성을 잃는다라... 누구한테 이성을 잃게 만드는 걸까, 강하리?’구승훈이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노민준이 때마침 연구실에서 나오며 홀로 서 있는 그를 바라봤다.“걱정하지 마, 해독제 빨리 만들 테니까.”구승훈이 무심하게 대꾸했다.노민준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더 이상 혈연이라는 것에 조금의 희망도 갖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것뿐이었다.어쨌든 친어머니인데 그녀의 눈에 구승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었다.노민준은 그와 함께 담배 하나를 태우고는 자리를 떠났다.구승훈은 손에 쥔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툭툭 털어 넣고는 곧장 차로 향했다.차에 타자마자 그는 구승재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하리 어머니를 해친 경호원과 빚쟁이들 전부 복싱장으로 데려와.”구승재는 깜짝 놀랐다.“형, 무슨 일 있었어?”“아무 일 없어.”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은 구승훈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지만 핸들을 잡은 손에 어느새 핏줄이 툭 불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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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얼마 후 경호원은 링 위에 쓰러진 채 꼼짝하지 않았지만 구승훈의 주먹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말하지 않으면 이대로 죽일 기세였다.“형!”링 밖에 있던 구승재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렸다.“그만해, 형! 그러다 죽어!”하지만 구승훈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마침내 경호원이 입을 열었다.“정서원 씨를 통제하라고 했습니다.”그의 얼굴로 날아들던 주먹이 코앞에서 멈추며 구승훈이 피식 웃었다.“그러면 누가 정서원을 건드리라고 시켰어?”그가 말하면서 손목의 관절을 돌렸다.경호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소리쳤다.“정양철, 정양철이요!”구승재는 멈칫하며 같이 온 사람들에게 황급히 그를 데려가라고 말했다.구승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링 아래를 바라보았다.“다음.”오전 내내 한 명씩 차례로 링에 올라갔다가 들려서 내려갔다.구승훈은 지치지도 않고 내내 링 위에 있었다.땀은 뺨을 타고 턱까지 흘러내렸고 셔츠에 가려진 가슴으로 떨어졌다.얼굴에 상처가 생기긴 했어도 여전히 감출 수 없는 분노가 느껴졌다.“형, 그만해.” 구승재가 링 위로 올라갔다.구승훈은 이미 구승재만 남은 장내를 바라보다가 글러브를 벗어 옆으로 던졌다.옆에서 물 한 병을 집어 얼굴에 들이붓는 구승훈 옆에서 구승재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서 있었다.“형...”“괜찮아.” 그는 물 한 모금을 들이켰다.죽이지 않은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봐주지 않았나.“가서 다친 데 치료해.”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움직이지 않았다.“강하리 씨에게 무슨 일 있었어? 아니면 연정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구승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가서 저 사람들 잘 감시하고 진술서 받아서 최대한 빨리 심준호한테 전해줘.”구승재의 입꼬리가 움찔거리며 다른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했다.형이 먼저 말하기 전엔 물어봐도 답이 돌아오지 않을 거다.하지만 잠시 후, 그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휴대폰을 꺼내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연정이와 놀고 있던 강하리는 구승재의 전화를 확인하고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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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전화기를 꽉 쥐며 심호흡하고는 바로 화제를 바꿨다.“무슨 일 있었어?”구승훈이 피식 웃었다.“구승재가 전화했어?”강하리는 부인하지 않았다.구승훈은 손에 들고 있던 블레이저를 옆으로 던져버리고는 느긋하게 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었다.복부에 몇 군데 멍이 들어 있었고 그는 상처들을 흘끗 내려다보았다.“무시해. 별일도 아닌데 괜히 그러는 거야. 연정이는? 잘 적응하고 있어?”강하리가 입술을 달싹이며 대답했다.“정말 괜찮아?”구승훈은 웃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렇게 걱정돼?”“말하기 싫으면 됐어.”그녀가 전화를 끊으려는 것을 본 구승훈은 서둘러 말했다.“일이 좀 있긴 해.”강하리가 멈칫했다.“뭔데?”구승훈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네 생각에 몸이 반응해.”강하리는 너무 화가 나서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괜히 전화를 걸었다.구승훈은 순식간에 끊긴 전화를 바라보며 다소 무력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래도 전화 한 통으로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강하리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거실에 돌아왔고 백아영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승훈이야?”강하리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백아영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하리야, 할머니한테 네 진짜 마음을 말해줄 수 있어? 주씨 가문 일은 어떻게 할 거니? 승훈이한테는 아직 마음이 있는 거지? 너희한테는 연정이도 있잖아.”강하리가 시선을 바닥으로 보냈다. “주씨 가문과 약속했으니까 그건 지킬 거예요.”구승훈은...아직 그에게 감정이 남아있는 건 사실이다. 한순간에 바로 지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사랑도, 증오도 평생의 모든 감정을 그 남자에게 줬다.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이번에는 연정이가 무사히 고비를 넘겼지만 다음번에는?엄마처럼 되지는 않을까. 그녀의 고집과 감정 때문에 또다시 누군가의 손에 목숨을 잃지는 않을까.감히 모험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구승훈이 준 상처와 속임수, 숨겼던 진실과 저버린 믿음도 전부 없었던 일로 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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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녹음을 들은 정양철의 얼굴은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변했지만 그가 변명할 틈도 주지 않고 심준호는 다른 녹음 파일을 클릭했다.[강찬수, 당신이 도박으로 생긴 빚 1억은 내가 대신 해결해 줄게. 하지만 너도 날 위해 뭔가를 해줘야지. 일이 끝나면 크게 한몫 더 챙겨줄게.]그러자 강찬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뭔데?][교통사고를 조작해서 네 아내를 죽여.]강찬수의 형이 강찬수로부터 빼앗은 휴대전화에서 나온 녹음 파일이었다.구승훈은 강찬수도 정양철이 손댔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문득 이 휴대폰이 떠올랐다.뜻밖에도 그 휴대폰에서 실제로 녹취록이 발견될 줄이야.정양철은 갑자기 숨이 가빠왔다.마지막에 이런 일로 상황이 뒤집힐 줄은 몰랐다.심준호의 눈에서 매서운 기색이 번뜩이며 다가와 정양철의 옷깃을 잡았다.“정양철, 제대로 된 이유를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누나랑 같이 자랐고 우리 부모님도 당신한테 잘해줬는데 왜 우리 누나를 해쳤어!”정양철의 얼굴은 잿빛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서글픈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이유는 없어. 그냥 해치고 싶었어. 안 되나?”그러자 심준호는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순식간에 정양철의 잿빛 얼굴이 반쯤 부풀어 올랐다.평소 자주 화를 내지 않는 심준호였지만 그렇다고 힘이 약하지 않았다.그의 주먹을 맞은 정양철은 머릿속이 윙윙 울리기까지 했다.이윽고 심준호가 한 방을 더 날렸다.“이유를 말해!”하지만 정양철은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준호가 피식 웃었다.“내 누나를 해치고 강하리를 해치고, 심지어 자기 아내와 아들을 이용하기까지 했어. 정양철,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야?”정양철은 아내와 아들 얘기에 그제야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내가 한 짓이고 그 사람들과는 아무 상관 없어.”심준호가 그를 놓아주자 의자에서 미끄러진 정양철의 두 눈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네 누나는 좋은 사람이지. 예쁘고 눈부셔서 나도 몰래 오랫동안 좋아하면서 해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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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강하리는 구승훈을 보자마자 발걸음을 멈췄다.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심문석이 입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개자식, 그래도 양심은 있네. 마중까지 다 나오고.”그렇게 말한 후 어르신은 앞으로 걸어갔다.그 순간 주변 사람들도 모두 구승훈 쪽으로 다가갔다.강하리는 가만히 서서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심호흡하고 저쪽으로 걸어갔다.구승훈은 사람들을 챙긴 뒤 강하리에게 다가갔다.“우리가 올 줄 어떻게 알았어?” 강하리는 그를 보자마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구승훈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알려주는 사람이 있지.”그렇게 말하며 그는 연정이를 안았다.연정이도 구승훈을 보자마자 미소를 지었고 구승훈의 품에 안기자 더욱 들떠 있었다.강하리는 이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뭐라고 해도 그는 연정이 아빠였다.“엄마 일은 고마워.”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잠시 후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날 원망만 하지 마.”강하리는 잠시 그의 눈을 마주치다가 곧 고개를 돌렸다.“가자.”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심씨 가문 사람들과 걸음을 맞추며 걸어 나갔다.구승훈은 연정이를 품에 안고 뒤따르면서 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네 엄마 아직 화난 것 같네.”연정이가 대답이라도 하듯 옹알이했고 구승훈의 눈가에 머금은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괜찮아, 엄마 화 풀어줄 방법을 찾아보자, 알았지?”몇 대의 차가 공항을 빠져나와 외곽에 있는 묘지를 향해 곧장 달렸다.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번에 온 건 심미현 때문이었다.강하리의 엄마가 심미현이라는 사실을 안 후부터 백아영은 꼭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와서 보든 심미현의 묫자리를 B시로 옮기든 홀로 이곳에 남겨두는 것보다 나았다.그런데 정양철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늦어진 것이다.오더라도 심미현에게 할 말이 있어야 했다.그래서 가족들은 정양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성으로 온 거다.묘지에서 백아영은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의 딸이 이곳에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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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구승훈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도 있다.“어머님, 죄송합니다.”구승훈이 나지막이 말하자 강하리의 눈에 눈물이 다시 흘렀다.내내 구승훈을 바라보지 않는 그녀는 마음이 저리도록 아팠다.그녀는 지금도 구승훈을 데리고 심미현을 만나러 갔을 때 구승훈이 심미현 앞에서 했던 말 한마디 한마디까지 기억하고 있었다.그때는 정말 두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강하리의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고 구승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얼굴에 맺힌 눈물을 훔치듯 닦아주었다.하지만 강하리는 그의 손을 피해버렸다.구승훈의 손이 잠시 멈칫하다가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돌린 뒤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조금씩 닦아주었다.“미안해.”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내리쳤다. 한번, 또 한 번...마치 분풀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진짜 미워서 그러는 것 같기도 했다.이 개자식이 뭐라고, 대체 무슨 자격으로 거듭 그녀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다시 찾아와 괴롭히는 건지!대체 왜 자꾸만 이러는 걸까.이미 준 상처만으로 충분하지 않아서?구승훈은 그대로 맞고만 있었다.강하리가 그동안 참아왔다는 걸 모두가 알 수 있었다.연정이가 사라진 이후로 그녀는 마음속에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연정이가 돌아왔으니 이제 속에 쌓인 서러움을 표출해야 했다.구승훈은 그녀가 다 때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품에 끌어안았다.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따뜻한 입술이 내려앉자 강하리의 몸이 굳어졌다.마치 과거의 사건들이 한 장면 한 장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유산을 했던 순간, 절벽에서 떨어졌던 순간, 엄마가 사고를 당했던 순간, 폭발이 일어났던 순간, 그리고 연정이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을 들었던 순간.그 고통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강하리는 그를 홱 밀어냈다.뒤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마치 도망치듯 빠르고 다급했다.원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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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강하리의 몸이 굳어졌다.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밖만 내다보았다.“선배가 회복할 때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기로 주씨 가문과 약속했어.”구승훈이 웃었다.“진짜 못 만나는 거야, 아니면 핑계가 필요한 거야?”강하리의 입꼬리가 움찔하며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구승훈의 말이 다시 들렸다.“하리야, 너와 나 사이엔 헤어지더라도 이유는 딱 하나, 네가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뿐이야. 주씨 가문이든 주해찬이든 우리 사이에 방해가 될 건 없어.”강하리는 순간 당황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해찬의 일로 핑계를 댄 건 맞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그녀를 구하기 위해 의식도 없이 누워있는 사람을 두고 어떻게 마음 편히 다른 사람과 사랑놀이나 하겠나.더군다나 그 사랑과 애정이 가져다준 씁쓸함 때문에 다시는 시도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차는 도시 외곽의 한 별장까지 달렸다.구승훈은 먹고 지내는 데 필요한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강하리는 별장으로 돌아와 연정이에게 분유를 먹인 뒤 방으로 안고 갔다.구승훈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막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준봉이 갑자기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어르신께서 오셔서 심씨 가문 어르신을 뵙고 싶답니다.”준봉의 말에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고 심문석의 얼굴은 순식간에 험악해지며 콧방귀를 뀌었다.“날 만날 낯짝은 있고?”심금천, 백아영, 심지어 심준호의 표정도 일그러졌다.이곳으로 온 이유 중에 심미현을 보는 것 외에 구동근에게 찾아가 따지는 것도 있었다.그런데 찾아가기도 전에 상대가 제 발로 찾아올 줄이야.“할아버님, 만나고 싶지 않으면 돌려보내면 됩니다.”구승훈이 심문석을 바라보며 말하자 심문석은 그를 노려보았다.“개자식, 네가 연기하는 거 모를 줄 알아?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아?”구승훈의 눈가에 미소가 번졌다.“제가 알려준 게 맞아요. 따질 건 확실히 따져야죠.”심문석은 더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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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구동근은 할 말이 없었다.“그땐 나도 몰랐잖아.”심금천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러면 아무 말도 하지 마. 넌 문씨 가문을 좋아하잖아. 그럼 문씨 가문에서 며느리 데려오길 기다려. 우리 심씨 가문은 감당 못 하겠으니까!”심금천이 갑자기 문씨 가문 얘기를 꺼내자 구동근은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자신이 직접 고른 며느리가 감옥에 갔다.문씨 가문이 무너지면서 그의 체면도 한껏 깎여버렸다.“문씨 가문 얘기는 꺼내지 마. 나도 애초에 그놈들한테 속은 거야.”그렇게 말한 뒤 그는 백아영을 바라보았지만 백아영은 그를 쳐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백아영 씨, 그간 우리가 알고 지낸 정을 생각해서...”그런데 백아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다가와서 구동근의 뺨을 때렸다.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지자 이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백아영은 때린 후에도 손가락 끝이 떨리고 있었다.“이제 와서 정을 운운해? 우리 딸 해칠 때는 왜 망설이지 않았는데!”구동근은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누군가에게 맞아본 것은 처음이라 두 눈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힘겹게 감정을 억눌렀다.지금 구씨 가문은 구승훈이 지배하고 있었고 정안그룹이 문씨 가문을 접수한 뒤로 구씨 가문보다 더 잘나가고 있었다.지금 심씨 가문 사람들과 얼굴을 붉히면 개자식 구승훈이 돌아가서 그를 어떻게 상대할지 몰랐다.그는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내가 그쪽 딸을 해쳤다고 말하는 건 너무 극단적이네요. 내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건 본인이 제일 잘 알잖아요.”하지만 백아영이 이렇게 받아쳤다.“구동근 씨, 이만 돌아가세요. 본인 잘못을 깨달았을 때 내 딸 무덤 앞에 가서 머리 조아리면 그때 다시 얘기하죠.”그녀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내쫓았다.구동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지만 감히 화를 내지 못했다.구승훈을 돌아봐도 그는 이미 일어나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할아버지, 돌아가세요. 다음번에 오실 땐 잘못을 뉘우치길 바라요.”구동근은 구승훈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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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강하리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발을 뻗어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나 다 씻었으니까 이제 가.”반면 구승훈은 완전히 잠이 든 듯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연기겠지?강하리는 너무 화가 나서 다가가 그의 허리를 꼬집었지만 구승훈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이번엔 그의 배를 꽉 잡자 구승훈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는 곧바로 강하리의 손을 낚아채 품에 끌어당기더니 몸을 뒤집어 자신의 품 안에 가두었다.“눈치챘어?”“쓸데없는 소리, 당신 그렇게 안 자잖아.”구승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럼 난 잘 때 어떤 모습인데?”다소 야릇한 말이었다.강하리는 그의 질문에 문득 지금 두 사람의 자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그녀는 구승훈의 어깨를 두 번이나 세게 밀었다. “일어나.”가운만 입은 상태라 움직이지 않으면 모를까, 계속 움직이니 안쪽의 속살이 언뜻 드러났다.위에서 이 모습을 내려다보던 구승훈은 자신도 모르게 목울대가 움찔하며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구승훈... 꺼져. 여기서 이상한 짓 하지 마!”강하리의 얼굴은 어색한 홍조로 뒤덮였다.이 개자식이 진짜로 반응할 줄이야!구승훈이 낮은 웃음을 내뱉으며 그녀의 어깨 움푹 들어간 곳에 고개를 파묻었다.“내 몸이 반응하는 건 내가 여전히 강 대표님을 열렬히 사모한다는 뜻이지. 그리웠어, 몸도 마음도.”“열렬히 사모는 무슨, 딸이 있는데 말 좀 가려서 할 수 없어?”구승훈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심할게. 앞으로는 이런 말은 딸이 없을 때 할게.”강하리는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올라 그를 노려보았다.‘이 개자식이 대체 어디까지 뻔뻔해지려고 이러는 건지!’“일어나!”그런데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했고 강하리는 그의 키스에 순식간에 소름이 돋았다.“구승훈!”그녀는 비명을 질렀지만 구승훈이 손목을 단단히 잡은 채 머리 위로 포박하고 있어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움직이지 마, 그냥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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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어찌 되었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강하리는 다소 어수선한 마음을 추스르고 연정이 옆에 누웠다.하지만 뭔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인지 누워도 잠을 잘 수 없었다.한참을 침대에 누워 있던 강하리는 어깨에 숄을 두르고 발코니로 걸어 나갔다.날씨가 서서히 따뜻해지고 아래층 정원의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강하리는 발코니에 서서 정원의 커다란 리시안셔스 꽃밭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그러다 문득 구승훈이 작은 어촌 마을에 있을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나중에 엄청 많은 리시안셔스 심어줄게.”강하리는 순간 가슴과 입안이 씁쓸해지는 것을 느꼈다.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지나간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입술을 달싹이며 시선을 돌리는데 어딘가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깊은 밤 정원의 불빛 속에서 한 남자의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하게 보였다.구승훈은 리시안셔스 꽃다발을 손에 들고 정원 옆 벤치에 앉아 있었다.강하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둘렀던 옷을 꽉 움켜쥐었다.그런데 구승훈이 갑자기 이쪽을 바라보자 강하리는 재빨리 뒤돌아 방으로 돌아갔다.들어온 후 그녀는 이미 어느 순간부터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구승훈은 휙 사라지는 강하리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쓴웃음을 내뱉었다.‘그렇게 보기 싫은가.’그는 부드럽게 한숨을 쉬며 일어나 꽃다발을 들고 그쪽으로 걸어갔다.강하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잠에 들었고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베개 옆에 리시안셔스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강하리가 꽃다발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연정이가 몸을 뒤척이며 눈앞에 놓인 꽃다발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강하리는 깜짝 놀라다가 웃음을 터뜨리고는 연정이에게 꽃을 건넸다.“아빠가 준 거야.”그녀가 속삭이자 연정이가 꽃을 껴안고는 놓지 않았다.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잠시 연정이를 바라보다가 아이를 안아주었다.“아가, 아빠 보고 싶어?”연정이는 여전히 손에 꽃을 들고 있다가 강하리를 잠시 쳐다보더니 달려들어 그녀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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