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801 - Chapter 810

995 Chapters

제801화

강하리는 그가 건넨 물을 바라보다가 결국엔 받아 마셨다.그러고는 시선을 바닥으로 보내며 말했다.“고마워.”구승훈은 의미심장하게 혀를 차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복도는 잠시 조용해졌다.강하리의 얼굴은 창백했고 통증 때문인지 컵을 잡은 손도 떨렸다.구승훈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물컵을 뺏고 팔로 강하리의 허리를 감쌌다.“의사한테 가자.”강하리가 그를 밀어냈지만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내가 알아서 갈게.”구승훈이 콧방귀를 뀌었다.“혼자 걸을 수 있어?”강하리는 지금 걷기 힘든 상태였다.그냥 내버려둘 리 없는 구승훈이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들었다.강하리는 통증에 입술마저 핏기가 사라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구승훈의 발걸음은 빠르고 안정적이었다.두 사람이 복도로 나오는데 때마침 석미란과 마주쳤고 이 모습을 본 석미란은 순식간에 또다시 화가 치밀었다.석미란은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다시 짜증이 났다.역시 망할 년이다. 어젯밤 분명 약속을 해놓고도 오늘 또다시 구승훈과 붙어 있는다.그것도 그녀 앞에서!석미란이 따질 기세로 다가오자 그녀를 바라보는 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여사님께선 또 주씨 가문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건가요?”석미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하지만 구승훈은 이미 그녀를 무시한 채 강하리를 껴안고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석미란은 뒤에서 분노에 이를 갈았지만 어젯밤 집으로 돌아간 뒤 주호준에게 한바탕 호되게 꾸중을 들었기에 대놓고 강하리에게 따질 수 없어 속으로 화만 삭였다.석미란이 다시 뒤돌아 중환자실로 향하는데 발을 붙이기도 전에 의사가 중환자실에서 나왔다.진시연이 간호사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중환자실을 나오다가 화가 잔뜩 난 석미란과 마주했다.“아주머니.”진시연이 부드럽게 부르자 석미란은 그녀를 보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주해찬의 상대를 물색할 때 눈여겨보던 게 진시연이었고 나중에 잘 안되었지만 그녀는 진시연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시연아
Read more

제802화

강하리는 침대에 누워 나지막이 말했다.“고마워.”구승훈이 투덜거렸다.“고맙다는 것 말고 할 말 없어?”강하리가 아예 눈을 감고 그를 무시하자 구승훈은 다소 무력한 웃음을 내뱉었다.더 이상 밀어붙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그도 괴로웠다.하지만 지금처럼 선을 긋는 모습도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주해찬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해?”강하리의 속눈썹이 잠시 흔들렸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구승훈은 콧방귀를 뀌며 더 이상 주해찬을 언급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직도 아파?”자기 여자 앞에서 다른 남자를 언급하다니. 참 못났다.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답했다.“이제 괜찮아.”구승훈은 짧게 대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강하리는 그가 떠난 뒤에야 눈을 떴다.그녀는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구승훈은 그녀에게 주해찬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냐고 물었다.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가치를 따져서 뭐 하나.어차피 한때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이젠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는데.지금 그녀는 그저 양심의 가책만 느낄 뿐이었다.구승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핫팩을 손에 들고 밖에서 돌아왔다.“붙여.”강하리가 그의 시선을 외면하며 대꾸하지 않자 구승훈이 피식 웃었다.“내가 도와줄까?”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단추를 풀려고 하자 강하리가 홱 고개를 돌렸다.“구승훈!”구승훈은 마침내 소리 내 웃으며 그녀의 매서운 눈빛 속에서 핫팩을 뜯어주었다.“너 데리고 한의원에 간다고 했는데 아직도 못 갔네. 나중에 같이 가자.”말하며 그는 강하리에게 핫팩을 건넸고 그걸 건네받은 강하리가 나지막이 말했다.“잠깐 나가 있어.”구승훈은 못 들은 척 미소만 지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네 몸 중에 내가 못 본 곳도 있어?”강하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며 격앙된 표정을 짓자 구승훈은 손을 뻗어 그녀의 눈가를 어루만졌다.“하리야, 네가 정말 나랑 선 그을 수 있다고 생각해?”입술을 굳게
Read more

제803화

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리며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무슨 일 있어?”피식 웃는 구승훈의 눈가에 서늘함이 밀려왔다.“그냥 헛소리일 뿐이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내 출생에 관한 거야?”구승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신경 쓰지 마.”강하리는 심호흡했다.“난 괜찮아.”정양철에 관해서 줄곧 마음이 불편했지만 뭐가 됐든 그녀가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자신이 정말 정양철의 딸이라도 자신의 운명에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구승훈의 손에서 벗어난 강하리는 나지막이 말을 전했다.“고마워.”이젠 다 상관없지만 조금 전 곁에 있어 준다는 구승훈의 한 마디에 마음속에서 작은 파문이 일었다.구승훈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고마우면 오늘 밤에 네 방에서 자게 해주던지.”강하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구승훈, 정신 차려!”이제 막 선을 긋겠다고 했는데 이 개자식은 뻔뻔하게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구승훈의 눈에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이젠 선 못 그어. 석미란이 아까 내가 널 안고 있는 걸 봤잖아. 또 약속해도 이젠 널 안 믿을걸. 그리고...”강하리의 출생 때문에 석미란이 어떻게든 강하리와 선을 그으려 들지도 몰랐다.구승훈이 뒷말을 뱉지는 않았지만 강하리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다른 사람과는 상관없어. 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중환자실을 향해 걸어갔다.구승훈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가 곧바로 뒤를 따랐다.중환자실 앞에서 석미란은 누군가와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강하리를 본 일행은 순식간에 대화를 멈췄지만 강하리는 이상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심호흡한 뒤 마음속으로 신경 쓰지 말자고 몇 번이나 되뇌고 나서야 그쪽으로 계속 걸어갔다.그녀를 보고 차갑게 웃는 석미란의 미소 속엔 조롱이 담겨 있었다.“나쁜 년은 영원히
Read more

제804화

“그런 식으로 함부로 모함했다가 아니면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면서 사과라도 하실 건가요?”구승훈이 그럴듯하게 말하자 석미란은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채 노려보기만 하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병원에 소문 다 퍼졌는데 가짜일 수가 있어?”구승훈의 눈에는 조롱이 가득했다.“전에 병원에 주해찬이 죽을 거라는 소문도 돌던데요.”석미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구승훈 너...”구승훈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제가 의사를 불러온 이유는 하리가 주해찬 때문에 계속 죄책감에 시달리는 게 싫어서였어요. 하지만 여사님이 이런 태도라면 언제든 그 의사를 돌려보낼 수 있어요.”석미란은 깜짝 놀랐다.“그게 무슨 말이야? 저 의사 네가 부른 거야?”구승훈은 차갑게 비웃었다.“그러면 여사님은 누가 데려왔다고 생각하시는데요?”석미란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하게 변했다.그녀는 진시연이 데려온 줄 알았다.석미란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본 구승훈도 그녀와 말을 섞기 싫었다.하지만 잠시 후 뒤돌아 가면서 석미란에게 이렇게 말했다.“참, 앞으로 하리 건드리지 마세요. 그쪽 아들에겐 하리가 과분하니까.”석미란은 피를 토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조금 전 구승훈의 협박에 이젠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런 세계 최고의 의사는 환자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구승훈이 그를 데려왔어도 주씨 가문에겐 그럴 능력이 없었다.하지만 이대로 넘어가기엔 내키지 않아 석미란은 구승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휴대전화를 꺼내 재벌가 사모님들로 가득 찬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병원에서 나올 땐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강하리는 문 앞 계단에 서서 구승훈에게 또다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구승훈은 피식 웃었다.“저녁에 네 방에서 잘 거야.”그렇게 말한 뒤 그는 곧장 돌아서서 차에 탔다.강하리가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구승훈, 가기만 해!”하지만 구승훈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강하리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다가 결국 짜증
Read more

제805화

강하리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멀지 않은 테이블에서 갑자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백아영은 연정이를 안은 채 입을 다물지 못했고 심금천 역시 보기 드문 미소를 짓고 있었다.강하리는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이 화기애애한 장면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입술을 다물었다.그녀는 심호흡하고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누가 보면 정안그룹이 망한 줄 알겠어.”말하던 그녀가 갑자기 경직된 표정을 짓더니 곧 멍한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이제야 정안그룹 이름의 뜻을 알아차렸다.구승훈은 애정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정안그룹과 에비뉴, 내 평생의 모든 건 전부 너희 두 사람 거야.”강하리는 목에 무언가 막힌 듯 괴로웠고 호흡마저 흐트러졌다.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불타오르는 것 같은 그의 눈동자를 외면했다.가만히 숨을 들이마시며 강하리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연정이 보낼 때 상황이 좋지 않았지?”구승훈은 침묵하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짧게 대꾸했다.연정이를 보낼 때 좋지 않은 상황이었던 건 맞다.특히 처음 한 달 동안 노진우는 거의 발도 떼지 못하고 아이 곁을 지켰다.노민준에게 보내지지 않았다면 연정이는 정말 버티지 못했을지도 몰랐다.고개를 돌려 저쪽에 활기차고 건강한 연정이를 바라보던 강하리의 코끝이 찡해졌고 이윽고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고마워.”구승훈은 두 눈에 미소를 머금었다.“정말 고마워?”강하리는 그가 원하던 바를 떠올리자 순식간에 마음속에 있던 감동이 사라졌다.“안 고마워.”그녀는 한 마디만 남기고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구승훈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백아영과 심금천은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젊은 사람들 감정사에 개입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뭐가 됐든 강하리에게 행복한 가정이 생기길 바랐다.어젯밤 두 사람 사이에 큰 벽이 생겼다는 걸 모두가 안다.밤새 뒤척이느라 잠도 못 잔
Read more

제806화

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할머니, 저 배 안 고파요.”백아영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배가 안 고픈 거야, 아니면 승훈이가 만든 거라서 싫은 거야?”강하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마음이 약해질까 봐 두려웠다.도저히 구승훈 앞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으니까.“할머니, 그 사람하고 저는...”백아영은 웃으며 그녀를 토닥였다.“네가 뭘 걱정하는지, 전에 어떤 아픔을 겪었는지 알아. 할머니도 마음이 아파. 하지만 하리야, 정말 걔를 놓을 수 있어? 만약 할머니가 맞선 상대를 주선해 주면 만날 생각은 있어?”말문이 막힌 강하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성과의 만남에서 강하리는 대충이 없었다.그게 아니었다면 구승훈과 이처럼 오랫동안 엮이지도 않았겠지.과거 충동적으로 주해찬의 마음을 받아준 것도 지금까지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할머니, 심씨 가문에서 저 하나 못 먹여 살리는 것도 아니잖아요.”강하리가 백아영의 어깨에 기대었다.“그래도 네가 계속 이렇게 살길 바라는 사람은 없어. 애 생각도 해야지. 주씨 가문 쪽에서 깨어날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며?”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그러면 선배가 깨어나고 다시 얘기해요.”백아영은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주해찬에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이겠지. 그녀도 뭐라 할 수 없었다.백아영이 나간 후 강하리는 연정이를 달래서 재웠다.연정이가 막 잠이 들었을 때 강하리는 발코니에서 인기척을 들었다.순간 놀라서 그쪽으로 가보니 구승훈이 어느새 발코니로 뛰어내린 뒤였다.“당신 미쳤어?” 강하리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여긴 3층이다!구승훈은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연정이 구하러 갔을 땐 38층에서도 뛰었어.”강하리는 깜짝 놀라 손끝이 떨렸다.연정이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런 상황은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38층에서 어떻게 감히?“구승훈!”강하리는 억눌린 목소리로 그를 향해 소리쳤다.“당신 진짜 미쳤어?”목소리를 억누르고 있었지만
Read more

제807화

구승훈은 강하리가 밀어내지 않는 것을 보고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강하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전에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것을 문득 후회했다.이제 다시 그를 쫓아내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녀는 이미 닫힌 욕실 문을 바라보다가 결국 타협을 했다.그리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묻고 싶기도 했다.침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강하리는 잠깐 바라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그런데 그녀가 침대로 돌아가기도 전에 욕실 문이 열리며 구승훈이 타월을 허리에 감은 채 상반신을 드러내놓고 있었다.머리엔 여전히 물이 뚝뚝 흘렀고 그가 큰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강하리와 눈을 맞췄다.“나 멋있어?”정신을 차린 강하리가 고개를 돌리며 구승훈에게 담요를 던졌다.“써.”하지만 구승훈은 받지 않았다.“네가 둘러줘.”강하리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이 남자의 뻔뻔함에 더욱 후회했다.그녀는 씩씩거리며 담요를 그의 몸에 홱 던졌고 구승훈은 웃으며 담요를 몸에 둘렀다. 더는 차마 장난을 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힘들게 하룻밤 머물게 됐는데 정말로 화나게 하면 당장 쫓겨날지도 몰랐다.강하리는 이불을 소파에 던졌다.“당신은 소파에서 자.”구승훈도 그녀가 침대를 내주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다.다만 소파에 누워 침대에 있는 실루엣을 바라보며 그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깨달았다.조금 전까지 자신을 걱정하던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며 구승훈은 참지 못하고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강하리의 몸은 굳어졌고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구승훈이 입을 열었다.“그냥 안고만 있을게.”목 언저리에 따뜻한 입김이 닿자 강하리는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듯 입을 열었다.“다른 짓하면 죽어.”구승훈이 웃었다.“응, 알아. 강 대표님 진짜 무섭네.”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방은 조용해졌다.침대에 두 사람이 누워있었지만 누구도 잠들지 못했다.“구승훈.”강하리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무슨 일 있어? 아니
Read more

제808화

“하리 출생의 비밀이 B시 상류층에 퍼졌어.”구승훈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눈가에 서늘한 냉기가 번뜩이더니 곧 콧방귀를 뀌었다.“석미란이야?”짧게 대꾸한 심준호도 피식 웃었다.심씨 가문에서는 주해찬이 강하리를 구해준 걸 생각해 주씨 가문이 찾아와 억지를 부려도, 심지어 백아영의 생일 파티에서 큰 난리를 부렸어도 그냥 넘어갔다.그런데 점점 도를 넘는 주씨 가문의 행동에 도저히 옛정으로 봐줄 수가 없었다.하지만 구승훈은 다른 생각을 했다.“내가 궁금한 건 그 소식을 어떻게 알았냐는 거야. 그 사진도 어쩌다 그 여자 손에 들어간 걸까?”심준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날이 밝으면 병원 카메라 돌려봐.”구승훈은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막 전화를 끊자마자 심준호가 메시지를 보냈는데 타지역으로 보낸 샘플 검사 결과였다.강하리는 정양철의 딸이 아니었다.구승훈의 시선이 번뜩이며 눈빛의 냉기가 더욱 짙어졌다.강하리가 침대에서 일어나 보니 구승훈이 담배를 피우며 발코니에 서 있었다.“무슨 일 있어?”구승훈은 눈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준호가 친자확인 검사 결과를 보냈는데 넌 정양철이랑 아무 상관 없어.”강하리가 두 눈을 반짝였다.“정말이야?”구승훈이 휴대폰을 건넸다.“내가 거짓말하겠어?”“그러면 전에 검사했던 건 어떻게 된 거야? 누가 손을 쓴 건가?”구승훈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누군가 네가 삼촌의 딸이 되길 바라지 않는 거겠지.”강하리는 침묵했다.사실 정양철의 딸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충 짐작은 했지만 결국엔 증거가 없는 추측뿐이었다.구승훈이 그녀를 품에 끌어당겼다.“괜한 생각 마. 언제든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강하리가 그를 바라보았다.“고마워.”그런데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를 안아 침실로 들어가서 침대에 눕혔다.“고맙다는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그래?”강하리는 초조한 마음에 연정이가 깰까 봐 힘껏 그의 다리를 발로 차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하지만 구승훈의 손
Read more

제809화

나문빈이 옆에서 턱을 치켜들었다.“이건 증거로 쓸 수 없어요.”구승훈이 무심하게 대꾸했다.누가 그랬는지만 알면 증거가 되든 안 되든 상관없었다.구승훈은 차갑게 비웃었다.한두 번도 아니고 적당히 해야지, 정말 그들을 만만하게 보는 건가?한편 석미란은 원망 섞인 어투로 진시연에게 따져 물었다.“시연아, 아줌마한테 제대로 말해. 강하리 일 어떻게 된 거야?”진시연은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아주머니, 저도 병원에서 들은 얘기였어요.”석미란은 순간 불안해하며 다그쳤다.“그러면 너도 확실한 정보가 아니었단 말이야?”진시연은 또 한 번 사과를 건넸고 석미란은 너무 화가 나서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이게 무슨 일인가.분명 진시연 입에서 나온 정보인데 고소를 당해 법정에 서는 건 그녀였다.석미란은 불안한 마음에 방안을 몇 바퀴나 돌아다니다가 결국 어르신의 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강하리는 아침 식사 직후 진태형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그녀의 친자 확인 결과를 확인하기 바쁘게 연락한 거다.“하리 양, 지금 내가 그쪽으로 갈 테니 바로 검사하러 가요.”“좋아요.”진태형이 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그의 시선이 가장 먼저 강하리에게로 향했다.전에는 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강하리는 그의 딸이 맞다.순간 진태형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반평생 기다린 심미현이 돌아오진 못했지만 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위안이 되었다.늘 진중하고 침착하던 남자가 지금 이 순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진 장관님.” 강하리가 다가가 그를 낮게 부르자 그제야 진태형은 정신을 차렸다.그는 표정을 숨기고 고개를 끄덕였다.“가요.”백아영은 강하리를 배웅하러 나왔다가 진태형에게 다가가 살며시 토닥였다.“조심해서 다녀와요.”진태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리를 데리고 떠났다.가는 내내 조용했고 두 사람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강하리는 창문에 기대어 생각에 잠겨 있었다.병원에 거의 도착할 때쯤
Read more

제810화

말을 마친 강하리는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진태형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진시연이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아빠, 나 방금 연구 프로젝트 하나 성사됐는데 축하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진태형이 시선을 낮춰 옆에 있는 딸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시연아, 그럴 필요 없어.”진시연의 미소가 굳어지며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진태형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야, 아빠? 내가 뭘?”진태형의 눈빛이 어두워졌다.“하리에게 생긴 일 너랑 상관있는 거야?”진시연은 당황했다.“무슨 일?”진태형은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더니 카톡에 전송된 동영상을 클릭했다.중환자실 문 앞 CCTV 영상인데 영상 속에서는 진시연이 중환자실에서 나와 자리에 멈춰서서 석미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바로 오늘 아침 구승훈이 보낸 영상이었다.진시연이 석미란과 대화를 마친 뒤 석미란의 얼굴이 흉측하게 변하고 이어서 여러 사람과 모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리고 통화 기록도 있었다.석미란이 고소장을 받고 제일 먼저 연락한 상대도 진시연인데 아무리 봐도 그녀가 이번 사건과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진시연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갔다.“아빠, 아주머니가 어느 의사한테서 강하리 씨 얘기를 듣고 와서는 저한테 확인하시길래 제가 들은 내용을 말했을 뿐이에요.”진태형은 감정의 기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진시연은 그 시선에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그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아빠, 나도 아주머니가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 줄은 몰랐어요.”진태형은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친딸이 생겼다고 널 버릴 거란 걱정은 안 해도 돼. 내가 하리에게 더 마음을 쓸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어. 넌 내가 키운 딸이고 앞으로도 예전 그대로 널 대할 거야. 하지만 네가 굳이 이런 수작을 부리겠다면 내
Read more
PREV
1
...
7980818283
...
10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