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811 - Chapter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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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강하리는 걸음을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중환자실 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말씀하세요.”주남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하리 양, 우리 가족 좀 내버려두세요.”강하리는 입술을 깨물었다.“제가 가족분들께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주남호는 심호흡을 했다.“그쪽이 나타난 후로 우리 집안이 혼란스러워졌어요. 해찬이는 말 잘 듣고 부모한테도 예의 바르며 일도 진취적으로 하는 아이였는데 그쪽이 나타난 이후로 몇 번이나 우리와 싸웠는지 몰라요. 지금 애가 저렇게 돼서 애 엄마가 다소 과격한 행동을 했어도 말 몇 마디에 심씨 가문에서 고소까지 하는 건 양심에 찔리지도 않나요?”강하리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 그녀보다 먼저 입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역시 주 선생님과 여사님은 한 가족이 맞으시네요.”구승훈은 강하리 옆으로 몇 발짝 다가서더니 곧바로 상대를 품에 안았다.주남호의 표정이 굳어졌다.“이 문제는 구 대표와 상관없는 것 같은데요.”구승훈은 웃었다.“어떻게 상관없죠? 내 딸의 엄마가 괴롭힘당하는 걸 그냥 지켜볼 수가 없네요.”“당신들...” 주남호가 피식 웃었다.“힘이 있다고 멋대로 사람을 괴롭히는군요.”구승훈은 또 한 번 차가운 코웃음을 치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강하리에게 제지당했다.강하리가 잡은 손을 내려다보던 그의 눈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강하리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귀에 다가가 속삭였다.“강 대표님, 내 손을 잡았으면 날 책임져야 하는데.”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다가 주남호를 바라보았다.“주 선생님, 선배가 두 분께 어떻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분명히 얘기했고 저희는 그동안 친구로 지내왔어요. 그러니 저 때문에 집안이 혼란스러워졌다는 부분에 대해선 전 아무런 책임도 질 수 없을 것 같네요. 선배가 절 구해줬으니까 의사를 찾도록 도와주고 곁을 지키는 건 당연하지만 여사님께서 거듭 저를 모욕하는 건 참아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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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그런데 지금은 괜한 걱정인 것 같네요. 주해찬이 깨어나면 최대한 당신네 주씨 가문과 선을 그을 것 같아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어요.”주남호는 숨이 턱 막혔고 구승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를 떠났다.두 사람이 차례로 병원을 빠져나간 뒤 구승훈은 다시 평소 뻔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는 강하리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강하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며 구승훈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냈다.“나한테 함부로 손대지 마!”구승훈이 웃었다.“왜, 책임지기 싫어?”슬쩍 그를 흘겨본 강하리는 이런 무의미한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삼촌이랑 친자 확인 검사했어?” 구승훈도 더 이상 장난을 치지 않았다.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지난번에 친자확인서 건드렸던 사람 찾았어?”구승훈은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강하리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진시연은 어떤 사람이야?”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나한테 묻는 거야? 내가 어떻게 알아.”강하리가 그를 흘겨봤다.“둘이 잘 아는 사이 아니야?”피식 웃는 구승훈의 눈에 어떠한 욕망이 비치는 듯했다.“내가 잘 아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르는 데가 없지.”강하리는 그를 노려보고 뒤돌아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개자식, 진지할 때가 없어.’하지만 밖으로 나온 그녀의 발걸음이 또다시 멈추었다.또다시 누군가 그녀와 진태형의 친자 확인 검사에 손댈까 봐 걱정됐다.구승훈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이렇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번엔 못 건드릴 거야.”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뭔가 생각이 있는 거야?”구승훈이 웃었다. “알고 싶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였다.“아니.”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곧바로 차에 탔고 구승훈은 입꼬리를 피식 올리고는 성큼성큼 차로 가서 바로 조수석에 올라탔다.“진시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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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구승훈은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그는 이 여자를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었다.강하리의 숨소리가 순간 멈추더니 이내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구승훈이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해주길 바라지 않았다.사실 강하리는 그동안 구승훈과의 관계에 대해 여러 번 고민했다.처음에는 더 이상 그와 엮이지 않기를 바랐지만 지금까지 망설이는 동안 줄곧 그와 접점을 두고 있었다.지금의 망설임과 얽힘까지.갈수록 마음이 약해지는 게 스스로 느껴졌지만 여전히 거부감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었다.연정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자신이 겪었던 고통이 뒤섞였다.할머니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정말 구승훈을 놓아줄 수 있어?’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는 걸 잘 알았다.연정이를 구하기 위해 본인의 목숨까지 걸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강하리는 마음이 혼란스럽기만 했다.그가 원망스러우면서도 여전히 그를 걱정했다.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나지막이 불렀다.“구승훈.”조용한 그녀의 부름에 구승훈은 부드럽게 대답했다.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난 안정된 삶을 원해. 줄 수 있어?”구승훈의 검은 동공 속엔 온통 그녀로 가득했고 남자는 낮은 웃음을 내뱉었다.“안정된 삶은 어떤 거야? 3년에 애 둘 낳는 거?”여전히 망설이던 강하리의 마음은 순식간에 평온해졌다.“당신이 혼자 낳아!”그녀는 바로 구승훈의 손을 쳐냈다.“저리 가!”구승훈은 웃음을 터뜨렸다. “적어도 하나는 더 낳아야 하지 않나?”강하리는 곧장 주위에 잡히는 물건을 집어 던졌다.“낳기는 개뿔!”‘개자식, 진지한 구석이 하나도 없어!’“꺼져!”구승훈은 그녀가 던진 물건을 붙잡고 웃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췄다.“운전 조심해.”강하리는 생각했다.‘너만 화나게 하지 않으면 무사히 갈 수 있어.’구승훈은 아쉬운 듯 마지못해 강하리의 차에서 내렸지만 강하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가 차에서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곧장 차를 몰고 떠났다.구승훈은 떠나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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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늘 이런 식으로 혼자 참고 살았어?”목이 멘 강하리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죄송해요.”진태형의 목소리는 드물게 다정했다. “내려와, 아래층에서 한참 기다리고 있어.” 그 목소리가 강하리의 씁쓸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아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두 사람은 카페에 마주 앉았고 진태형의 시선이 강하리에게로 향했다.예쁘고 밝게 빛나는 강하리는 심미현보다 더 공격적이었다.그런데 방금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이 그의 마음속에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최악의 환경에서 성장하다 보니 늘 억울하게 참고 받아들여야 했다.진태형은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강하리가 정말 자기 딸이라면 앞으로는 더 이상 고통받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생각했다.“하리야, 전에 시연이가 했던 일들 내가 대신 사과할게.”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미소를 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진 장관님.”사과는 해도 본인이 하는 게 맞다.진태형은 고개를 저었다.“일단 내 말 들어봐. 시연이가 그동안 선 넘는 짓을 많이 한 건 내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교육에 소홀해서 그래. 내 할 일을 다하지 못해서 사과하는 거지 다른 뜻은 없어.”강하리는 입을 벙긋할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진태형이 미소를 지었다.“나는 일이 바빠서 시연이는 집에 있는 어르신들 손에서 컸어. 그래서 고집이 셀 때도 있는데 앞으로 널 존중하지 않거나 일부러 난처하게 굴면 나한테 말해도 돼. 내가 해결해 줄게.”강하리는 다소 씁쓸하게 웃었다.“하지만 난 진짜 장관님 딸이 아닐지도 몰라요.”“친딸이든 아니든 똑같아.”진태형은 그렇게 대답했다.사무실로 돌아온 강하리는 다소 넋이 나가 있었다.진태형은 진시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왔다기보다는 그녀를 위로해 주러 온 것이었다.그는 그녀의 서글픈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기꺼이 그녀를 감싸주려 했다.강하리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아빠가 있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아빠...’강하리는 심호흡하고 의자에 뒤로 기대어 앉으며 연정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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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전화기를 쥔 강하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긍정도 부정의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묵묵히 가만히 있었다.구승훈도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전화기 양쪽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 남았다.강하리가 먼저 전화를 끊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다.전화를 끊은 후에도 강하리의 심장은 여전히 요란하게 쿵쾅거렸다.그녀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연정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선물하는 거라고 했지만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을까.오후에 외교부와의 협력 계약을 체결하느라 안예서도 B시로 왔다.두 사람이 외교부에서 나올 때 안예서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대표님, 진 장관님을 실제로 만나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강하리가 웃었다.“앞으로 또 만날 수 있을 거야.”안예서는 너무 신이 나서 시종일관 외교부와의 협업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대표님, 그런데 진 장관님께서 대표님 쳐다보는 시선이 좀 이상하던데요?”멈칫한 강하리가 이내 웃었다.“뭐가 이상한데?”안예서는 잠시 생각했다.“우리 아빠가 나 1등 했을 때 보던 눈빛 같았어요.”강하리의 입꼬리가 피식 올라갔다. 그녀의 감각이 제법 정확했다.“그럼 나문빈이 너 보는 시선이 이상하다는 것도 느꼈어?”안예서는 깜짝 놀라며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요즘 나문빈이 이상하긴 했다. 출퇴근할 때마다 데려다주고 아침까지 챙겨주니 왠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외모도, 능력도 별 볼 일 없는 자기 모습에 차마 괜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대표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강하리가 웃었다.“알았어, 헛소리 안 할게.”그녀의 감정사도 엉망인데 누굴 도와줄 엄두가 나지 않았다.두 사람이 웃고 떠들며 회사로 돌아오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하리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강하리 씨!”뒤를 돌아본 강하리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진시연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여전히 자신감 넘치고 예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진시연 씨.”강하리는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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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서류를 쥐고 있는 강하리의 손이 살짝 조여졌다.그녀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안예서와 회사 일을 논의하기 시작했다.“참, 대표님. 최근에 우리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임명우라는 사람이 있어요.”강하리의 미간이 순식간에 찡그려졌다.임명우.잊고 있었던 이름이 갑자기 또 튀어나왔다.몇 번 거절을 당한 후 임명우는 사라진 듯했고 그녀도 그 이후로는 남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런데 그가 또 안예서를 찾아간 건가?“그 남자가 무슨 말이라도 했어?”안예서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만 보여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대답하지 말고 그냥 놔둬.”강하리는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손연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손연지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세상에, 난 네가 날 잊은 줄 알았어!”강하리가 웃었다.“미안해, 그동안 너무 바빴어.”손연지가 혀를 찼다.“나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왜 해. 정 미안하면 연정이 사진이나 몇 장 보내든가.”연정이 얘기가 나오자 손연지는 우울함이 밀려왔다.“하리야, 내가 그래도 연정이 양엄마인데 이렇게 크는 동안 한 번도 못 봤다는 게 말이 돼?”“며칠 뒤에 연정이 데리고 너 보러 갈게.”“그래야지. 참, 너랑 구승훈... 어떻게 됐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였다.“한 번 더 노력해 보고 싶어.”말하며 자조적인 웃음을 띠었다.“나 무척 한심하지?”손연지가 답했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이도 있는데 헤어질 수는 없잖아. 괜한 생각하지 마. 서로 좋아하는 건 운명이지 억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말하는 손연지의 목소리에는 우울함이 묻어나자 강하리는 곧바로 멈칫했다.“연지야, 무슨 일 있었어? 노민우랑 어떻게 됐어?”손연지가 헛웃음을 지었다.“노민우 약혼해.”강하리는 단번에 미간을 찌푸렸다.노민우가 약혼한다고?강하리는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오히려 손연지는 대수롭지 않은 어투였다.“괜찮아, 나 곧 연수 가니까 내 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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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구승훈에게 이끌려간 강하리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그러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상대가 입술을 막았다.익숙한 향기가 순식간에 그녀를 감쌌다.강하리는 힘껏 그의 어깨를 두 번이나 주먹으로 때렸지만 구승훈은 오히려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옭아매며 품으로 바짝 끌어당겼다.강하리는 주해찬이 깨어나면 다시 노력해 보자고 했지만 구승훈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 전에는 강하리가 원하지 않아서 그렇다 쳐도 이젠 그녀의 마음을 확실히 알았으니 더 이상 아내를 앞에 두고 가만히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불꽃이 튀듯 두 입술이 뜨겁게 맞닿았다.구승훈의 숨소리가 가빠지며 어둠이 깔린 공간에서 그의 다소 거칠게 헐떡이는 소리만 들리는 것 같았다.큰 손은 어느 틈엔가 옷 속을 파고들었고 마지막엔 시험하듯 그녀의 가녀린 허리로 향했다.강하리는 바짝 붙은 구승훈의 몸에 나타난 변화를 이미 감지하고 살짝 짜증이 났다.여긴 그의 회사고 퇴근하는 직원들이 수시로 지나다닐 수 있는데 이 개자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정이 난다.“구승훈, 이거 놔!”강하리가 다급하게 그를 밀어냈지만 구승훈이 그 순간 그녀의 목 언저리 여린 살점을 깨물었다.강하리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고 구승훈은 낮게 웃었다.“하고 싶어?”‘하고 싶기는 무슨! 널 때리고 싶다, 이 자식아!’“아무 때나 발정 나지 마!”구승훈이 그녀의 어깨에 비비적거렸다.“자기야, 여보, 드디어 날 돌아봐 주네.”강하리는 숨이 턱 막히며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그를 밀어냈다.“누가 당신 여보야!”그녀는 잠시 멈칫했다.“아직 선배도...”“분명 깨어날 거야.”구승훈이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채자 강하리는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주해찬이 깨어나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희망을 품어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정말 영영 깨어나지 못하거나 당분간 의식을 찾지 못하면 나 기다리지 않아도 돼.”강하리는 여전히 고집을 부렸고 구승훈은 피식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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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걱정하지 마.”아마도 주씨 가문에서 애원하러 왔을 거다.강하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결국 구승훈의 손을 떨쳐냈다.구승훈은 텅 빈 손을 바라보며 낮은 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괜히 몰래 비밀연애를 하는 느낌이었는데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강하리가 자신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그는 비밀 연인이 되어도 만족스러웠다.구승훈은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언제부터 이렇게 한심한 인간이 된 걸까.주씨 가문 사람들은 선처를 호소하러 왔고 심지어 주호준까지 자리에 있었다.석미란이 한 짓에 대해 고소하긴 했어도 결국 벌금으로 마무리될 거다.하지만 주씨 가문 체면이 달린 일인데 손자가 식물인간이 된 후 며느리가 고소당해 법정에 서는 것까지 지켜볼 수가 없었다.거실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다.심씨 가문의 세 어르신과 그 맞은편에는 주호준과 석미란, 석연란까지 있었다.심씨 가문 세 어르신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강하리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곧장 걸어갔다.“우리 집안 어르신들 힘들게 할 필요 없어요. 내 일에 대해선 이분들도 어쩌지 못하니까요. 아니면 주씨 가문과 했던 약속도 없던 일로 할 거예요. 이번 일에 대한 제 결정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 이만 돌아가세요.”강하리는 말을 마친 후 뒤돌아 위층으로 올라갔다.주호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B시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던 그가 어린 후배에게 이런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석미란은 창백한 얼굴로 강하리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강하리!”그녀가 포효하듯 강하리에게 소리치자 강하리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석미란을 바라봤다.“여사님, 할 말 있으세요?”“꼭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야겠어?”강하리가 비웃었다.“제가 매정해요? 여사님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는데요.”“너...”석미란은 분노했다.그저 어딘가에서 튀어나와 핏줄도 모르는 잡것이 아닌가.정양철의 자식이 아니면 심미현이 밖에서 놀아난 외간 남자의 씨겠지.결국은 사생아에 불과한데 자기를 무척 대단하게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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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석연란은 흠칫하며 다소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뒤돌아보았다.“아버님, 하실 말씀 있으세요?”심문석은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승훈아, 방금 그 말 무슨 뜻이냐?”구승훈의 차가운 눈빛이 석연란을 노려보았다.“어르신께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하리가 임신했을 때 사고를 당한 이유가 여사님이 문씨 가문에 알려줬기 때문이에요.”석연란이 증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구승훈을 노려보았지만 구승훈은 그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심문석의 분노는 순식간에 최고조에 달했다.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하리를 해친 사람 중에 심씨 가문 사람까지 있을 줄이야!그는 너무 화가 나서 곧바로 지팡이를 휘둘렀고 석연란이 비명을 질렀다.“아버님, 저보다 외부인인 저 사람 말을 더 믿으세요?”구승훈은 콧방귀를 뀌었다.“문연진 진술서 가져올까요?”석연란은 순식간에 말을 바꾸었다.“아버님, 그때는 정말 강하리가 우리 심씨 가문 사람이 될 줄 몰랐어요.”하지만 그 한마디로 심문석의 화가 풀릴 리 없었다.심씨 가문 사람이 아니면 마음대로 죽여도 된단 말인가.문씨 가문은 애초에 좋은 사람들이 아닌데 그들에게 소식을 알렸다는 건 강하리와 아이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너, 당장 심씨 가문에서 꺼져. 이제부터 우리 심씨 가문에 너 같은 사람은 없어!”석연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정말 심씨 가문에서 쫓겨난다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나.“아버님,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모를 사생아 때문에 절 심씨 가문에서 쫓아낸다고요? 전 심씨 가문 며느리예요!”화가 난 심문석은 단번에 그녀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어디 한 번 더 지껄여봐!”석연란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지만 여전히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강하리는 사생아가 맞잖아.’심미현이 그렇게 오래 밖을 떠돌았는데 외간 남자와 가진 아이일 수도 있지 않나!백아영은 옆에 있던 도우미를 힐끗 쳐다보았다.“손님 배웅해요. 앞으로 석씨 가문 사람들이 오면 바로 쫓아내요.”석연란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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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할아버지, 그때 연정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제가 용서 안 해요.”그렇게 말한 뒤 강하리는 돌아서서 위층으로 향했고 구승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심문석을 부축했다.“어르신, 하리 일로 죄책감 느끼지 마세요. 하지만 나중에 제가 심씨 가문 셋째에게 손을 대도 절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심문석은 한숨을 쉬었다. 셋째 며느리를 제대로 정신 차리게 해줄 필요는 있었다.그는 손을 내저었다.“난 이제 늙어서 참견하고 싶지 않아.”강하리가 방에 들어서기 바쁘게 구승훈이 뒤따라 들어왔다.“화났어?”그는 다가가 강하리를 품에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강하리의 표정이 어두웠다.“언제 알았어?”구승훈은 잠시 침묵했다.“며칠 전에.”말을 마친 그는 다소 찔리는 게 있는 듯 덧붙였다.“숨기려던 게 아니라 이 일로 네가 그때 겪었던 아픔을 다시 떠올릴까 봐 걱정돼서 그랬어.”강하리가 시선을 바닥으로 보냈다.“나 연정이 보러 갈래.”구승훈이 단번에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진짜 화났어”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화가 났지만 구승훈 때문이 아니었다.“아니.”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구승훈의 손을 뿌리쳤다.그런데 문 앞에 다다랐을 때쯤 구승훈이 ‘쾅’ 문을 닫자 강하리는 그를 힐끗 쳐다봤다.구승훈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남자는 긴 팔로 그녀를 뒤에서 감싸며 낮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너희 두 사람 괴롭힌 놈들 하나하나 다 처리해 줄 테니까.”강하리는 코끝이 시큰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이 웃었다.“갑자기 얌전해지니까 적응이 안 되네.”강하리가 그를 노려보았다.“나가! 오늘 밤에 내 방으로 들어오지 마.”구승훈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괜히 말했다. 잘 나가다가 왜 그런 말을 해서는!하지만 오늘 밤 그를 이 방에서 내보내는 것도 절대 불가능했다.“연정이 데리고 올게.” 남자는 말을 마친 후 강하리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하리가 그의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아기를 핑계 삼아 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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