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831 - Bab 840

995 Bab

제831화

구승훈은 대답 없이 눈동자만 어두워졌다.요즘 들어 무척 느낌이 이상했다.특히 강하리가 석미란의 말에 동의했다는 걸 알고 다소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웠다.지난 이틀 동안 최선을 다해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짜증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휴대폰으로 노민준이 보낸 메시지를 내려다보았다.[원래 쓰던 약이 네 증상에 효력을 잃어가고 있어. 약을 다시 만들어야 해.]구승훈은 손가락으로 휴대폰 화면을 쓸었다.잠시 후, 그는 별장 입구에 서 있는 강하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선을 바닥으로 보낸 채 말했다.“가자.”준봉은 차의 시동을 걸면서 백미러로 힐끗 살폈다.뒷좌석에서 구승훈은 눈을 감고 있었고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 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조금의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준봉은 그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대표님, 정말 강하리 씨한테 말 안 하실 거예요?”구승훈의 눈꺼풀이 살짝 들리더니 잠시 후 그가 가벼운 웃음을 내뱉었다. “말해봤자 걱정만 할 텐데.”준봉이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구승훈이 말했다.“말조심해.”구승훈은 비행기에서 내려 곧장 노민준에게 향했고 노민준은 구승훈 앞에 약학 보고서 몇 장을 내밀었다.“보면 알 거야. 원래 약이 이젠 효과가 없어.”구승훈은 슬쩍 보고는 시선을 돌렸다.“새 약을 짓는 데 얼마나 걸려?”“일주일 정도.”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노민준의 방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구승재가 도착해 있었다.구승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준봉을 바라보았고 준봉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대표님, 셋째 도련님께서 자꾸 물어보셔서 어쩔 수 없었어요.”구승재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형, 이렇게 큰일을 왜 나한테 숨겼어?”구승훈은 어두워진 눈동자로 시선을 돌렸다.“너한테 말해서 뭐가 달라지는데?”구승재는 할 말을 잃었다.“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단 낫지.”구승훈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여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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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강하리는 시선을 내린 채 피식 웃더니 진시연의 손을 뿌리쳤다.“할아버지, 할머니, 전 오후에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그렇게 말한 후 곧장 돌아서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진태형이 그녀를 붙잡았다.“기다려, 아빠가 데려다줄게.”진태형은 침울한 눈빛으로 진시연을 바라보았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왜 하리가 널 이렇게 대하는지 할아버지, 할머니께 직접 말씀드려. 시연아, 내가 보고 싶은 건 네 진심 어린 사과지,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는 게 아니야.”말을 마친 그가 강하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 뒤 안쓰러운 마음에 강하리의 어깨를 감싸주었다.“아빠가 미안해.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강하리가 웃었다.“괜찮아요. 두 어르신께 저는 그저 낯선 사람일 뿐이니까요.”미간을 찌푸린 진태형은 허리를 굽혀 강하리와 시선을 맞추었다.“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하리야. 넌 미현이와 내 딸이고 나한테 제일 중요한 사람이야. 알겠어?”강하리는 코끝이 시큰거리며 고개를 들어 진태형의 시선을 마주했다.“고마워요, 아빠.”진태형은 몸을 일으켜 강하리를 품에 안았다.“이제 그만 울어, 우리 공주님.”강하리는 그의 말 한마디에 오히려 눈물이 더 세게 흘렀다.그 시각 별장에 있던 이정숙은 표정이 다소 굳어졌다.“이게 무슨 태도야? 들어와서 딱 한 마디만 하고 가는 거야? 심미현이 딸을 이렇게 키웠어?”진강석은 얼굴을 찡그리며 진시연을 바라보았다.“시연아, 대체 무슨 일이야? 네 아빠랑 강하리한테 뭐 잘못한 거야?”진시연이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할머니, 전 그냥 아빠가 저를 버릴까 봐 무서웠어요.”이정숙은 순간 마음이 아팠다.“바보야, 네 아빠가 널 왜 버려. 걔가 그러면 내가 때려주마!”진시연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강하리는 차를 타지 않고 진태형과 함께 밖으로 걸어 나갔다.진태형은 가는 길에 계속 심미현에 관해 물었고 부녀는 드물게 긴 대화를 나눴다.강하리를 심씨 가문까지 데려다주고 나서야 진태형이 물었다.“아빠랑 같이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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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가만히 서 있는 남자는 한 손에 담배를 들고 상반신에는 검은색 셔츠를 입었는데 셔츠 밑단을 바지에 넣지 않은 채 넓은 어깨와 얇은 허리를 자랑했다.일주일 정도밖에 못 봤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강하리는 잠시 멈칫하다가 태연하게 손을 뺐다.“불편한 데 없으면 됐어요.”주해찬의 눈에 잠시 상실감이 스쳐 지나갔고 구승훈을 보는 순간 무력감으로 바뀌었다.굳이,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나타날 게 뭐람.그동안 강하리는 무척 바빴다.외교부와 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업무는 기본적으로 그녀가 직접 처리해야 했기에 병원에 올 시간도 많지 않았고 오더라도 아주 잠깐 다녀갈 뿐이었다.가끔 석미란이 있을 때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지도 않았다.겨우 오늘 강하리와 시간을 보내며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려 했는데 저 남자가 나타났다.주해찬은 다소 무력하게 웃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구 대표님.”하지만 구승훈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시선을 강하리에게 고정하고 있었다.강하리는 잠시 입술을 다물다가 시선을 거두었고 주해찬은 그녀가 시선을 돌린 뒤에야 무심하게 주해찬을 바라볼 뿐이었다.“주해찬 씨, 좀 괜찮아요?”주해찬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구 대표님이 걱정해 주신 덕분에 훨씬 나아졌어요.”구승훈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담배를 피우고는 이쪽으로 걸어왔다.걸으면서 손에 든 담배꽁초를 근처 쓰레기통에 휙 튕겨 넣었다.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보니 구승훈의 눈동자가 한층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강하리는 주해찬이 휠체어에 앉아있는 것만 아니면 이 남자가 당장에 주먹을 휘둘렀을 거라 의심치 않았다.문득 강하리는 전에 구승훈이 주해찬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그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말이 떠올라 무의식적으로 주해찬의 앞을 막았다.“구승훈, 뭐 하려고?”구승훈은 그녀의 행동에 걸음을 멈추었고 눈빛도 덩달아 어두워졌다.가까이 다가간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아무것도 안 해.”낮은 목소리에는 불쾌함을 드러내듯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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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구 대표님은 늘 이런 식으로 상대에게 매달리나 봐요?”구승훈이 담배에 불을 붙이자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며 눈가의 서늘함을 가렸다.“주해찬 씨, 최근 치료 결과에 대해 하리한테 말했나요?”주해찬의 미소가 순간 굳어버렸지만 이내 평소 모습대로 돌아왔다.“구 대표님께서 무슨 말씀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하리는 제 주치의와 계속 연락하고 있고 제 치료 결과에 대해선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을 텐데요.”구승훈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다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높이 들어 올리자 재가 주해찬의 다리 바로 위에 떨어졌다.“주해찬 씨, 만약 재가 아니라 이 담배꽁초가 떨어졌다면 어떻게 할 거예요?”휠체어에 앉은 주해찬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이내 그가 피식 웃었다.“기껏해야 화상을 입겠죠. 하지만 전 다리에 감각이 없어요. 구 대표님께서 화상을 입혀도 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으니 실망스러우시겠어요.”구승훈이 차갑게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손에서 튕기자 주해찬의 다리를 스치면서 옆의 쓰레기통에 떨어졌다.주해찬의 얼굴이 굳어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구승훈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구 대표님, 뭘 의심하고 계신 거죠?”하지만 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기만 했고 주해찬이 시선을 바닥으로 보냈다.“전 그 정도로 비열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그랬으면 좋겠네요.”구승훈은 무심하게 한 마디를 뱉어낸 뒤 고개를 들어 입원 병동 밖으로 걸어 나오는 강하리를 바라봤다.강하리가 다가오자 주해찬은 바로 입을 열었다.“하리야, 나 들어가고 싶어.”강하리는 멈칫하다가 구승훈을 바라봤다.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 것 같았다.구승훈은 그저 눈썹을 치켜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보고 싶었어.”강하리는 그를 흘깃 쳐다보다가 시선을 돌려 휠체어를 잡고 말했다.“일단 선배 데려다주고 올게.”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리지 않았다.전에 말했던 것처럼 한 달 동안 시간을 주는 거다.주해찬은 조용히 감정을 주고받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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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나을 거예요.”짧은 그녀의 한마디에 주해찬이 뭐라고 얘기하려던 찰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강하리가 그를 밀어주며 밖으로 나왔을 때 석미란의 모습이 보였다.강하리가 발걸음을 멈추자 주해찬이 입을 열었다.“넌 먼저 돌아가.”강하리는 저쪽의 석미란을 바라보면서 거절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내일 또 올게요.”주해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리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직접 휠체어를 밀며 병동으로 향했다.석미란은 주해찬을 보자마자 서둘러 달려갔다.“어디 갔었어?”주해찬은 미소를 지었다.“잠깐 나갔다 왔어요.”석미란이 콧방귀를 뀌었다.“오늘 강하리 왔어?”주해찬은 곧바로 휠체어를 멈춰 세웠다.“엄마, 내가 잘되길 바란다면 앞으로 하리 힘들게 하지 마세요.”석미란은 순간 기분이 상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병동으로 돌아와서야 주해찬에게 다가와 그녀가 속삭였다.“해찬아, 너 그거 알고 있었어? 강하리가 진태형 딸이래.”주해찬은 당황했다.“몰랐어요.”석미란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저 망할 년이 심씨 가문 사람인 것도 모자라 진태형 딸이래. 해찬아, 붙잡을 방법 있어? 쟤만 붙잡으면 앞으로 네가 외교부에서 승승장구하지 않겠니?”주해찬은 고개를 돌려 석미란을 바라보았다.“전 그런 비열한 수단은 쓰지 않아요.”석미란이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뭐라고 덧붙이려는데 주해찬은 이미 휠체어를 끌고 창가로 다가간 뒤였다.창문 너머로 아래층에 있는 강하리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강하리를 붙잡을 방법을 찾겠지만 그게 그녀의 신분 때문은 아니었다.그의 앞날은 스스로 노력해서 쟁취해도 되지만 강하리만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였다.주해찬은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하리야, 날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강하리는 병동에서 나와 곧장 자신의 차로 향했다.차에 도착하자마자 조수석에 앉아 있는 구승훈을 발견했다.구승훈은 극도로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강하리가 다가가는 순간 그 빨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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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구승훈은 여전히 두 눈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서늘함이 배가 되었다.“손 말고 또 어디를 만진 거야?”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구승훈, 한 달 동안 시간 주기로 했잖아.”구승훈은 부드럽게 웃었다.“나도 말했잖아, 그 자식이랑 멀리하라고. 하리야, 너도 내가 주해찬한테 손대는 건 원하지 않잖아. 안 그래?”강하리는 눈가에 분노가 가득 찬 채 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이렇게 말했다.“오늘은 어쩔 수 없었어.”구승훈이 그녀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주해찬은 너에 대한 마음 접은 적 없어. 하리야, 넌 주해찬이 그렇게 착한 사람으로 보여?”강하리는 그와 눈을 마주했다.“구승훈, 약속은 지켰으면 좋겠어.”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손을 빼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내려.”구승훈은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기대어 앉았다.“내 딸 보러 갈 거야.”강하리는 그를 슬쩍 보고 차를 출발시켰다.두 사람은 가는 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하리가 차를 세우고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구승훈이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그의 짙은 다크써클에 시선이 갔다.구승훈은 그새 많이 야위어 있었다.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매번 그녀가 물어볼 때마다 남자는 그저 말을 돌리기 바빴다.강하리는 시선을 돌리고 좌석에 몸을 뒤로 젖히고는 차에서 내리지도, 구승훈을 깨우지도 않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뒷좌석에서 담요를 가져왔다.구승훈은 많이 피곤했는지 아니면 오랜만에 긴장이 풀린 건지 담요를 덮어줘도 깨지 않았다.강하리는 한동안 침묵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구승훈의 속눈썹이 살짝 흔들렸지만 그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강하리가 심호흡하며 차에서 내리려는 찰나 뒤에서 남자의 손이 감겨와 허리를 감쌌다.“잠깐만 나랑 같이 있어 줘.”구승훈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강하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한참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구승훈은 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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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강하리는 구승훈의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했다.적어도 한 달 동안은 구승훈과 정상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다.어쨌든 주해찬이 깨어났고 돌봐주든 곁에 있어 주든 그와 함께 있어야 했기에 구승훈의 성격상 계속 그녀의 곁에 있다 보면 무슨 짓이든 할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줄곧 구승훈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강조했었는데 지금 구승훈의 피곤한 눈빛을 보니 왠지 모르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오늘 밤은 소파에서 자.”말을 마친 강하리는 그를 밀어내고 차에서 내렸다.구승훈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는 걸 주체할 수 없었다.이 여자가 독할 땐 참 독한데 마음이 약해지면 참 쉽게 속아 넘어간다.원래 그도 그녀와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주해찬이 자꾸 수작을 부리니 다른 남자가 자기 여자에게 손대는 걸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별장 안에서 진태형은 연정이를 안고 드레스 입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까르르 웃는 걸 보니 연정이는 드레스가 무척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진태형은 연정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맘에 들어? 마음에 들면 할아버지가 또 사줄게.”연정이가 까르르 웃으며 진태형을 끌어안고 얼굴에 침을 잔뜩 묻히며 깨물었다.하지만 진태형은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크게 웃었다.안으로 들어선 강하리는 이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진태형은 강하리를 뒤따라오던 구승훈을 보고는 웃던 얼굴이 굳어버렸다.그런데 정작 구승훈은 친아버지를 만난 듯 살갑게 불렀다.“아버님.”진태형의 입꼬리가 눈에 띄지 않게 파들 떨리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망할 자식.’품에 안겨 있던 연정이는 구승훈을 보자마자 잔뜩 신이 나서 구승훈에게 안아달라며 조르기 시작했다.구승훈은 진태형의 굳은 표정을 못 본 듯 곧장 다가와 연정이를 안아주었다.연정이가 치마를 끌어 올리며 구승훈에게 옹알이하는 걸 보니 새 치마를 자랑하는 게 분명했다.강하리는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마음속의 모순과 엉킨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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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진태형이 한숨을 쉬더니 손을 들어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바보야, 아빠는 하나도 힘들지 않아.”심미현을 지키지 못했으니 딸이라도 무슨 수를 쓰든 지켜야만 했다.강하리는 입술을 다문 채 미소를 지었고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구승훈의 시선은 살짝 흔들렸다.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구승훈은 강하리의 허리를 끌어안고 품으로 끌어당겼다.“강 대표님, 이사 갈 생각은 없어?”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밀어냈다.“구승훈, 여기서 자고 싶으면 함부로 손대지 마.”구승훈은 못 들은 척했다.“나가 살자, 응?”강하리는 다소 격앙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구승훈은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목덜미에 비비적거렸다.“한 달 후에 나가 살자. 난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강 대표님, 안 될까?”남자의 말투엔 애교까지 담겨 있었고 강하리는 그런 그의 말에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다.이 개자식은 대체 어쩌면 이렇게 뻔뻔하게 애교를 부리는 걸까.여자인 자신도 그런 말투로 말하지 못하는데 남자가 어떻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런 말을 뱉는지.강하리는 씩씩거리며 남자를 밀쳐냈다.“둘만의 시간은 무슨. 연정이는 어떡하고?”구승훈이 눈썹을 치켜들며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아버님께서 연정이 무척 예뻐하시던데 며칠 같이 지내게 하면 아주 좋아할 거야.”구승훈은 강하리의 귀에 대고 말했다.“자기야, 우리 안 한 지 너무 오래돼서 그때 가서 내가 널 괴롭히면 연정이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 같은데.”강하리의 머릿속이 윙윙거렸다.이 개자식은 하루 종일 이런 생각밖에 안 하는 걸까.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방문이 열렸고 문 앞에 서 있던 백아영이 순간 당황하다가 이내 뒤돌아 가버렸다.강하리는 황급히 구승훈을 밀어내고 화장실로 향했다.화장실에서 강하리는 거울 앞에 서서 다소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켰다.거울 속 여자의 뺨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눈꼬리까지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녀의 손가락은 꽉 말아쥐었다.조금 전 구승훈의 크지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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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휴대폰 벨 소리에 강하리는 번뜩 정신이 들어 구승훈을 밀어낸 뒤 그를 노려보고는 휴대폰을 꺼냈다.주해찬.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구승훈을 바라봤다.하지만 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고 그녀가 나지막이 불렀다.“선배.”곧 구승훈의 키스가 다시 그녀를 덮쳐왔다.깜짝 놀란 사이 구승훈이 이로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전화 받아야지, 자기야.”구승훈의 목소리에 약간 비릿한 웃음이 섞여 있었다.마치 복수를 하려는 듯 그는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었지만 완전히 감추지는 않았다.주해찬이 들을까 봐 걱정하면서도 일부러 듣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강하리는 온몸이 굳어졌고 구승훈은 그녀의 셔츠 단추를 뜯어내며 쇄골부터 아래로 키스를 이어갔다.큰 손이 그녀의 허리를 타고 아래쪽으로 향했다.강하리는 몇 번 힘겹게 몸부림쳤지만 감히 큰 소란을 피우지는 못했다.전화기 너머 주해찬도 구승훈의 목소리를 듣고 멈칫했다.“하리야, 통화 가능해?”그동안 주해찬은 강하리에게 전화를 거의 하지 않았고 강하리는 그가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전화한 건 아닐지 걱정되었다.그녀는 구승훈을 밀어내며 말했다.“선배, 말해요.”그런데 그녀의 말을 들은 구승훈이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거침없이 손을 밀어 넣었다.“하리야, 오늘 간병인이 일이 있다고 해서 오늘 밤에 와줄 수 있...”“네, 구승훈...!”주해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하리가 비명을 질렀고 주해찬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그제야 그는 전화기 너머 미심쩍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걸 알았고 구승훈은 앞으로 다가와 강하리의 귓불을 깨물었다.“기분 좋아, 자기야?”강하리는 너무 화가 나서 발을 들고 구승훈을 걷어찼다.하지만 구승훈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발목을 잡은 뒤 온몸으로 강하리의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강하리는 서둘러 주해찬에게 말을 건넨 뒤 전화를 끊었고 끊자마자 구승훈이 다시 입을 맞춰왔다.강하리는 거침없이 그의 입술을 콱 깨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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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하지만 앞으로 또 이런 짓을 한다면...”구승훈은 강하리를 품에 안았다.“또 이러면 앞으로 매일 샤워하고 잠자리에 드는 거 내가 다 도와줄게, 어때?”그의 말에 강하리의 얼굴이 한층 더 붉어졌다.“자존심도 없어?”구승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머리에 입맞춤했다.“진작 버렸어.”“...”그녀는 구승훈을 밀어내고 옷을 정돈한 뒤 밖으로 나갔다.주해찬과 이미 약속했으니 그건 지켜야 했다.구승훈은 문에 기대어 물었다.“병원으로 가?”강하리는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전화하는 거 들었잖아.”구승훈은 콧방귀를 뀌었다.“주씨 가문은 간병인 하나 구하지 못할 정도로 돈이 없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였다.사실 그녀도 주해찬이 일부러 부른다는 걸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애초에 그녀가 약속한 일이었다.“최대한 거리 둘 거야.”구승훈은 믿지 않았다.주해찬은 줄곧 그녀에게 딴마음을 품고 있었고 그녀를 불러낸 이상 절대 아무 짓도 하지 않을 인간이 아니었다.“내가 데려다줄게.”구승훈은 그렇게 말하며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강하리는 잠시 멈칫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래층으로 내려가 백아영에게 말을 전한 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려 했다.백아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강하리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할머니, 왜 그러세요? 연정이 돌보기 불편하세요?”백아영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불편한 건 아니고, 그냥...”그녀는 구승훈을 슬쩍 보고는 이내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조심히 가.”강하리는 그녀가 더 말하지 않자 굳이 묻지 않았다.차에 도착해서야 강하리의 휴대폰이 울렸다.[하리야, 제왕절개 후 3년 안에 임신하면 안 돼. 피임 잘해.]강하리는 백아영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얼굴이 타는 듯이 화끈거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노려보았고 구승훈은 살짝 당황했다.“왜 그래? 아직도 화났어?”하지만 강하리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구승훈이 곧장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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