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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Author: 재인
석연란은 흠칫하며 다소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뒤돌아보았다.

“아버님, 하실 말씀 있으세요?”

심문석은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

“승훈아, 방금 그 말 무슨 뜻이냐?”

구승훈의 차가운 눈빛이 석연란을 노려보았다.

“어르신께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하리가 임신했을 때 사고를 당한 이유가 여사님이 문씨 가문에 알려줬기 때문이에요.”

석연란이 증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구승훈을 노려보았지만 구승훈은 그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문석의 분노는 순식간에 최고조에 달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하리를 해친 사람 중에 심씨 가문 사람까지 있을 줄이야!

그는 너무 화가 나서 곧바로 지팡이를 휘둘렀고 석연란이 비명을 질렀다.

“아버님, 저보다 외부인인 저 사람 말을 더 믿으세요?”

구승훈은 콧방귀를 뀌었다.

“문연진 진술서 가져올까요?”

석연란은 순식간에 말을 바꾸었다.

“아버님, 그때는 정말 강하리가 우리 심씨 가문 사람이 될 줄 몰랐어요.”

하지만 그 한마디로 심문석의 화가 풀릴 리 없었다.

심씨 가문 사람이 아니면 마음대로 죽여도 된단 말인가.

문씨 가문은 애초에 좋은 사람들이 아닌데 그들에게 소식을 알렸다는 건 강하리와 아이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너, 당장 심씨 가문에서 꺼져. 이제부터 우리 심씨 가문에 너 같은 사람은 없어!”

석연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정말 심씨 가문에서 쫓겨난다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나.

“아버님,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모를 사생아 때문에 절 심씨 가문에서 쫓아낸다고요? 전 심씨 가문 며느리예요!”

화가 난 심문석은 단번에 그녀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

“어디 한 번 더 지껄여봐!”

석연란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지만 여전히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강하리는 사생아가 맞잖아.’

심미현이 그렇게 오래 밖을 떠돌았는데 외간 남자와 가진 아이일 수도 있지 않나!

백아영은 옆에 있던 도우미를 힐끗 쳐다보았다.

“손님 배웅해요. 앞으로 석씨 가문 사람들이 오면 바로 쫓아내요.”

석연란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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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20화

    “할아버지, 그때 연정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제가 용서 안 해요.”그렇게 말한 뒤 강하리는 돌아서서 위층으로 향했고 구승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심문석을 부축했다.“어르신, 하리 일로 죄책감 느끼지 마세요. 하지만 나중에 제가 심씨 가문 셋째에게 손을 대도 절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심문석은 한숨을 쉬었다. 셋째 며느리를 제대로 정신 차리게 해줄 필요는 있었다.그는 손을 내저었다.“난 이제 늙어서 참견하고 싶지 않아.”강하리가 방에 들어서기 바쁘게 구승훈이 뒤따라 들어왔다.“화났어?”그는 다가가 강하리를 품에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강하리의 표정이 어두웠다.“언제 알았어?”구승훈은 잠시 침묵했다.“며칠 전에.”말을 마친 그는 다소 찔리는 게 있는 듯 덧붙였다.“숨기려던 게 아니라 이 일로 네가 그때 겪었던 아픔을 다시 떠올릴까 봐 걱정돼서 그랬어.”강하리가 시선을 바닥으로 보냈다.“나 연정이 보러 갈래.”구승훈이 단번에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진짜 화났어”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화가 났지만 구승훈 때문이 아니었다.“아니.”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구승훈의 손을 뿌리쳤다.그런데 문 앞에 다다랐을 때쯤 구승훈이 ‘쾅’ 문을 닫자 강하리는 그를 힐끗 쳐다봤다.구승훈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남자는 긴 팔로 그녀를 뒤에서 감싸며 낮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너희 두 사람 괴롭힌 놈들 하나하나 다 처리해 줄 테니까.”강하리는 코끝이 시큰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이 웃었다.“갑자기 얌전해지니까 적응이 안 되네.”강하리가 그를 노려보았다.“나가! 오늘 밤에 내 방으로 들어오지 마.”구승훈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괜히 말했다. 잘 나가다가 왜 그런 말을 해서는!하지만 오늘 밤 그를 이 방에서 내보내는 것도 절대 불가능했다.“연정이 데리고 올게.” 남자는 말을 마친 후 강하리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하리가 그의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아기를 핑계 삼아 또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21화

    강하리는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구승훈에게 안겼다.아직 연정이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구승훈이 엄마와 딸을 동시에 안은 것과 다름없었다.강하리는 깜짝 놀라 비명을 터뜨리며 서둘러 연정이를 품에 끌어안았다.반대로 갑작스럽게 안긴 연정이는 오히려 깔깔대며 웃었다.“구승훈, 무슨 짓이야 또!”구승훈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두 사람 안아주는 건데 무슨 짓이냐니?”강하리가 그를 노려보았다.“내려줘. 연정이 놀라잖아.”구승훈의 눈빛이 번뜩였다. 연정이는 헬기에서 내려올 때도 무서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차마 강하리에게 그 상황에 대해서 말할 수 없었다.“이게 너한테는 놀란 걸로 보여?”연정이는 구승훈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강하리는 입가에 차오른 말을 삼켰다.연정이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이렇게 행복하게 자라야 할 아이인데.’구승훈은 강하리가 마침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연정이를 향해 눈썹을 치켜들었다.역시 아빠의 사랑스러운 딸이다.구승훈은 모녀를 한참 동안 안고 있다가 내려놓았다.연정이는 침대에 내려놓을 때조차 구승훈에게 안아달라고 졸랐고 구승훈은 다가가서 또다시 한참을 안아주었다.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연정이의 옷을 정리하던 강하리가 고개를 돌려 부녀가 함께 웃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는 잠시 멈칫했다.이내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구승훈은 그녀의 미소를 똑똑히 보았고 연정이를 안은 채 강하리에게 곧장 다가갔다.“하리야.”남자가 나지막이 부르자 강하리는 얼떨결에 고개를 들었고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구승훈이 턱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단순히 입 맞추는 건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하도 많이 해서 뭐라고 하기도 지쳤지만 연정이가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강하리가 씩씩거리며 그를 밀어냈다.“딸 앞에서 무슨 짓이야!”구승훈이 웃으며 말했다.“가족끼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걸 가르치는 것뿐이야.”강제로 입 맞추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22화

    “하리야, 넌 거짓말하면 귀가 빨개지더라.”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구승훈에게 베개를 집어 던졌다.“입든지 말든지!”구승훈이 어떻게 안 입을 수가 있나.강하리가 그의 옷을 사준 지 얼마 만인가.고작 잠옷인데 24시간 내내 입고 싶은 정도였다.구승훈이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자 강하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연정이에게 분유를 타서 먹이고 아이를 달래서 재웠다.구승훈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연정이는 이미 잠든 뒤였다.밖으로 나오자 소파에 이불 세트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지만 구승훈은 곧장 침대로 걸어가 강하리가 반항하든 말든 이불을 들춰 그대로 누운 뒤 강하리를 품에 끌어안고 뽀뽀했다.“강 대표님, 내가 이부자리 따뜻하게 해줄게.”강하리는 이런 뻔뻔함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여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부자리를 따뜻하게 해준다는 핑계를 대는 뻔뻔함에 기가 막혔다.“남들은 구 대표님이 이런 사람인 거 알까?”구승훈은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이런 모습은 강 대표님만 볼 수 있지.”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큰 손이 잠옷을 들치며 들어왔다.강하리의 몸이 흠칫하며 황급히 그의 손을 잡았다.“구승훈!”하지만 구승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탐스럽고 부드러운 살결을 어루만졌다.“만지기만 할게. 너무 그리웠어.”강하리는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특별한 시기라 남자의 손길에 곧바로 짜릿한 감각이 밀려왔지만 지금은 그녀의 몸도, 주해찬의 상황도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그런데 구승훈이 곧장 몸을 뒤집어 덮쳐오더니 그대로 거친 키스를 퍼부었다.“하고 싶지?”구승훈은 강하리를 내려다봤고 강하리는 참지 못하고 그를 발로 찼다.구승훈이 나지막이 웃었다.“몸 괜찮아지면 해줄게.”강하리는 얼굴이 화끈거렸다.구승훈은 고개를 숙이고 귓불을 깨물며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강 대표님께서 날 안마기로 써도 되는데.”강하리는 그대로 구승훈을 옆으로 밀어냈다.“계속 그럴 거면 나가!”구승훈은 그녀가 짜증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23화

    강하리는 숨이 턱 막힌 채 잠시 당황하다가 겨우 대답했다.“네, 금방 갈게요.”전화를 끊자마자 강하리는 이불을 걷어 올리고 서둘러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구승훈이 그녀에게 다가갔다.“같이 가자.”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서둘러 문을 나섰고 나오자마자 다른 방에서 나오던 백아영과 마주쳤다.“할머니, 우리 병원 가는 동안 연정이 좀 봐주세요.”백아영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갔고 가는 길에 강하리는 조금 불안했다.사실 주해찬이 깨어나기를 고대하고 있었지만 막상 깨어나자 후유증은 없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구승훈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이제 깨어났다니까 걱정하지 마. 다른 건 문제 될 게 없어.”강하리는 짧게 대꾸하면서도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두 사람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의사가 주해찬의 진찰을 끝낸 뒤였다.주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중환자실 밖에 모여 있었고 강하리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구승훈을 돌아봤다.구승훈은 다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이젠 깨어났는데 그래도 네 곁에 있으면 안 돼?”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조금만 더 기다려.”구승훈은 혀를 차더니 곧 강하리의 턱을 잡고 입맞춤했다.“보상의 의미로 하는 키스.”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다가 뒤돌아 중환자실 쪽으로 걸어갔다.석미란은 강하리의 붉게 물든 입술을 보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망할 년은 역시 어쩔 수 없나 봐. 그새를 못 참았어?”강하리는 무시하고 의사 선생님을 향해 곧장 걸어갔다.“선생님, 해찬 선배 상태는 어때요?”의사의 얼굴이 그리 밝지 않자 강하리의 마음이 다소 무거워졌다.“주해찬 씨가 깨어났고 의식도 회복했는데 다리에 감각이 없어요.”강하리의 머리가 윙윙거렸다.“무슨 말씀이세요?”의사는 필름을 들고 설명해 주었다.“아직 울혈이 뭉쳐 신경을 누르고 있는 것 같아요.”“그럼 회복할 수는 있나요?”“말씀드리기 어렵네요.”그 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24화

    “구승훈, 내가 처음부터 말했잖아. 선배가 괜찮아지면 노력해 보자고. 지금 선배가 괜찮지 않은데 내가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당신이랑 만날 수가 없어.”“그 자식이 네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야? 하리야, 네가 책임질 사람은 나랑 연정이야.”강하리는 그의 시선을 외면하며 한참 후에야 나지막이 말했다.“미안해.”말을 마친 후 그녀는 구승훈을 떼어내고 뒤돌아 그대로 가버렸다.혼자 남겨진 구승훈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강하리, 너 정말 이기적이야.”자기 마음 편해지자고 다른 사람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강하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계속해서 걸어 나갔다.이기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주해찬을 무시할 수 없는 건 사실이었다.주해찬은 중환자실에서 하루를 더 보낸 후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고 강하리는 심호흡을 한 뒤 병동 문을 열고 들어갔다.강하리를 본 주해찬의 눈빛이 살짝 밝아졌다.“하리야, 왔어?”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선배, 미안해요. 나 때문에 이렇게 됐네요.”주해찬은 잠시 침묵했다.“나 때문에 네가 힘들게 됐지.”깨어나서 정양철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그는 당시의 교통사고가 정양철이 자신을 입막음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다만 강하리가 연루될 줄은 몰랐다.이미 주씨 가문 사람들에게 모든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그의 어머니는 여전히 강하리를 원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주해찬은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느꼈다.“엄마가 그동안 심한 말을 많이 했지?”강하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을 돌렸다.“이미 의사 선생님께 치료 부탁했으니까 괜찮아질 거예요, 선배.”주해찬이 미소를 지었다.“하리야, 구승훈이랑 화해했어?”그가 지금 알고 싶은 건 강하리가 구승훈과 화해했는지 여부였다.만약 화해하지 않았다면 그에게도 기회가 남아있지 않을까?강하리가 시선을 바닥으로 보냈다.“아뇨. 선배, 저 내일 다시 보러 올게요.”주해찬은 고개를 끄덕였다.강하리가 병동에서 나오자 멀지 않은 곳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25화

    구승훈은 침대 위에서 얼굴이 변해가는 주해찬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주해찬은 심호흡을 하며 침착하려 애썼다.사실 엄마가 찾아가 다그치는 모습은 상상할 수 있었다.애초부터 강하리를 미워했고 이번엔 자신이 강하리를 보호하느라 혼수상태에 빠져 식물인간이 될 뻔했다.그 태도가 얼마나 무례했을지, 강하리에게 얼마나 듣기 싫은 말을 많이 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주해찬은 다소 쓴웃음을 지었다.강하리가 내심 그에게 더 거부감을 느끼진 않을까.조금 전 구승훈과 아직 화해하지 않았다는 강하리의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내심 들떠 있던 주해찬의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가라앉으며 고개를 돌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어쨌든 이건 다 나랑 하리 사이의 일이고 구 대표님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잖아요?”구승훈의 얼굴에는 여전히 차가운 미소가 가득했다.“그럼 주해찬 씨는 그 다리로 평생 하리를 붙잡아 둘 생각인가요?”주해찬은 한참을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하리가 동의했다는 건 받아들인다는 뜻 아니겠어요?”몸이 다친 걸로 강하리의 발목을 잡을 생각은 없었다.애초에 강하리를 구해줬을 때도 대가를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강하리가 다시 구승훈에게 돌아가는 건 원하지 않았다.이 남자가 강하리에게 준 게 상처 말고 또 뭐가 있을까.구승훈과 함께하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남자를 찾길 바랐다.이젠 심씨 가문 아가씨인데 어떤 남자든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을 테니까.피식 웃은 주해찬은 약간의 이기심도 있었다.그녀가 계속 자신의 곁에 머물다 보면 언젠가 자신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구승훈은 그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한 표정이었다.“주해찬 씨, 정말 이대로 하리를 곁에 둘 수 있다고 생각해요?”말을 마친 그는 똑바로 서서 주해찬을 내려다보았다.“하리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 텐데요.”남자는 말을 마친 후 돌아서서 문밖으로 나갔다.주해찬은 한참 동안 그의 뒷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26화

    “구승훈, 나한테 시간을 좀 줘.”“얼마나? 1년? 2년? 아니면 평생? 하리야, 네 마음속엔 나랑 연정이가 네 선배보다 못하다는 거야?”하지만 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기만 했고 구승훈은 피식 웃었다.“그래, 알겠어.”그는 손수건을 꺼내 강하리의 눈물을 조금씩 닦아주었다.“울지 마, 마음 아프잖아.”강하리는 멈췄던 눈물이 다시 쏟아져나왔고 구승훈은 낮은 웃음을 지었다.“하리야, 앞으로 언젠가는 네가 나를 누구보다 먼저 생각해 주면 좋겠어.”말을 마친 구승훈은 강하리의 손을 놓아주고 문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강하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같은 시각 반대편에 있던 진시연도 이 모든 장면을 지켜봤다.병원에서 나온 구승훈은 다소 암울한 미소를 지으며 지친 듯 차 옆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진시연이 밖으로 나오자 고개를 숙인 채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옆모습이 보였다.“구승훈 씨.”구승훈은 조금의 감정도 없는 차가운 눈빛으로 시선을 들어 그쪽을 바라보았고 진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구승훈 앞에 섰다.구승훈은 무심하게 연기를 내뿜었다.“진시연 씨, 할 말 있어요?”진시연은 그와 나란히 차 옆에 기대어 섰다.“방금 봤어요. 강하리 씨랑 싸웠어요?”구승훈은 콧방귀를 뀌었다.“진시연 씨는 매일 이렇게 한가한가요? 그렇게 한가하면 머리나 검사해 보지 그래요.”말을 마친 그가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자 진시연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굳어버렸다.구승훈이 이토록 매몰차게 말할 줄이야.“구승훈 씨, 그쪽 기분이 안 좋은데 왜 저한테 화풀이에요?”하지만 구승훈은 곧바로 시동을 걸고 차를 몰았다.자동차 배기가스를 정통으로 맞은 진시연은 화가 나서 발을 쿵쿵 굴렀다.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강하리는 안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들어보니 진시연의 목소리였다.강하리가 방으로 들어가자 진시연이 연정이와 장난치는 게 보였다.연정이는 보기 드물게 웃지도 않은 채 보행기에 앉아 있다가 강하리가 다가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27화

    진태형의 목소리를 듣고 강하리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저 집에 있어요. 진 장관님, 결과 나왔어요?”진태형이 짧게 대꾸하며 목소리가 점차 차분해졌다.“내가 거기로 갈게.”강하리는 결과가 어떻게 나왔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대답만 했다.“알겠어요.”그녀는 심호흡하고 뒤돌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진시연은 여전히 거실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걸 보니 참을성 있게 구승훈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강하리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연정이를 안고 주방으로 향했다.“강하리 씨, 왜 또 내려왔어요?” 진시연이 뒤에서 묻자 강하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피식 웃었다.“내 집에서 내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진시연와 무슨 상관이죠?”진시연이 웃었다.“강하리 씨, 아직도 나한테 화났어요?”강하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니요.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전 할머니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백아영은 강하리의 목소리를 듣고 부엌에서 걸어 나왔다.“하리야, 무슨 일이야?”강하리는 거실에 있는 진시연을 슬쩍 보았다.“진 장관님께서 오신대요.”백아영의 눈이 반짝였다.“검사 결과 나온 거야?”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떻게 됐어?”“진 장관님께서 말씀 안 하셨어요.”백아영이 웃었다.“빙빙 돌리긴. 분명 좋은 소식일 거야.”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시연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좋은 소식일 리가 없다.뭐라고 해도 절대 그럴 리 없다.백아영은 강하리에게 몇 마디 위로를 건네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고 강하리는 연정이와 함께 식탁에서 놀고 있었다.잠시 후 진시연도 그곳으로 들어왔다.“우리 아빠가 온대요?”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시연은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었다.“우리 아빠도 참. 초조해할 걸 알면서 전화로 말씀하지 않으시네요.”강하리는 옅은 웃음만 내뱉고 진시연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연정이와 노는 데만 집중했다.진시연이 입술을 달싹였다.“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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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1화

    항구에서 보경시로 돌아오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구승훈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누군가의 사무실로 들어섰다.“어떻게 됐어?”그 말에 노진우는 고개도 들지 않고 리모컨부터 눌렀다. 그러자 벽에 걸려있던 TV가 켜지더니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화면 속에는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여초천이 이성을 잃은 채 날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의 가구를 부수며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하더니 그럼에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그는 벽에 머리를 쾅쾅 들이박았다.여초연의 이마는 이미 피범벅이 된 상태였다.그 모습을 본 구승훈은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됐어. 그만해.”노진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렇게 끝내시겠다고요? 대표님께서 발작 났을 땐 이것보다 훨씬 심했어요. 제가 만든 약은 효과가 얼마 못 가거든요. 급하게 만든 거니까요. 하지만 대표님은 온 하루 동안 고통스러워하셨잖아요.”“게다가 대표님은 이 약 때문에 하리 씨 곁을 떠나야 했잖아요. 하리 씨가 그렇게 크게 다친 것도 다 이 약 때문인데 이제 와서 마음이 약해졌다고요?”구승훈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담배를 꺼내 거기에 불을 붙였다.“마음이 약해진 게 아니야. 저런 꼴을 보고 있으니까 그냥... 그때 내 모습이 떠올라서...”“생각할 때마다 너무 후회돼. 하리를 혼자 예식장에 두고 떠났던 거 말이야. 내가 어떻게 잡았는데 또다시 놓쳐버리다니...”“그런데 또 여초연이 저러고 있는 걸 보니까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 내가 하리를 밀어내지 않았더라면 하리가 내 저런 모습을 봐야 했을 수도 있잖아.”노진우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 후에야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실 제 책임도 좀 있어요. 제 대학 동기인 데다가 능력도 괜찮아 보여서 추천했었는데 배경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으니까요.”구승훈은 씁쓸하게 웃었다.“임희주가 아니었어도 이렇게 되었을 거야. 여초연이 날 가만 내버려뒀을 리 없으니까.”노진우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하리 씨 쪽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0화

    여초연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시커먼 총구가 그대로 그녀의 이마를 겨눴다.순간, 구승훈이 미소를 띠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차가운 바닷바람은 비릿한 바다 내음을 가득 실어 나르고 있었고 여초연의 머리카락도 바람에 휘날렸다.구승훈도 이렇게 초라한 여초연의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언제나 고운 치마를 입고 마치 우아하고 오만한 백조처럼 머리를 높이 묶어 올리고 다니던 그녀였으니 말이다.구승훈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오랜만이네.”그 말들 들은 여초연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사랑하는 내 아들 승훈아, 약물에 조종당하는 기분은 어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기분은 또 어떻고? 맞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 없지? 걱정 마. 머지않아 내가 꼭...”구승훈이 방아쇠를 당겼다.“내 사람한테 손 대면 가만 안 둘 거야.”여초연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증오로 가득 찼다.“왜? 너희 구씨 가문 놈들은 마음대로 날 짓밟아도 되고 난 안 된다고? 난 당해도 싸다는 거야?”구승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웃었다.“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당신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이야. 날 이용하면서도 항상 날 괴롭혔잖아. 난 그런 취급을 당해도 된다는 거야?”여초연은 허망한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봤다.‘나라고 너를 낳고 싶었을까?’“해독제가 갖고 싶어? 내가 줄 것 같아?”구승훈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응. 당신은 항복하게 될 거거든.”여초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구승훈이 태연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오기 직전에 삼촌한테 똑같은 약을 놔줬거든. 그것도 두 배 용량으로. 과연 삼촌 몸이 버텨줄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여초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그런 짓을...”“당신은 몰랐겠지만 네 며느리이자 내 아내가 전문가들을 여러 명 붙여줬거든. 당신 손에 있는 그 약? 복제하는 데 몇 분도 안 걸렸어.”여초연은 멍하니 구승훈을 바라보았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9화

    항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쳐도 항구의 활기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 조용히 항구에 발을 내디딘 여초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가자.”그녀의 뒤를 따르던 선원 복장의 남자 몇 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에워쌌다.한 손으로 선글라스를 가볍게 올려 쓰고 막 걸음을 옮기려던 여초연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거의 동시에 그녀는 앞에 있던 경호원을 확 잡아당겨 자신의 방패로 삼았다.경호원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가슴에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그의 앞을 지나던 남자가 갑자기 발길을 휘둘러 그의 가슴을 세게 걷어찼다.소매 속에서 날카로운 칼날 하나가 날아오더니 여초연의 앞을 막고 선 경호원을 지나쳐 곧장 그녀의 얼굴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칼이 여초연에게 닿기도 전에 곁에 있던 또 다른 경호원이 순식간에 반응했다.동시에 항구에서 화물을 나르던 선원들도 모두 이쪽으로 몰려오며 항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준봉은 몇몇 경호원들에게 막혀 여초연을 눈앞에서 놓쳐야만 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칼을 휘둘렀다.여초연은 이 혼란 속에서 이리저리 몸을 숨기며 도망쳤고 몇 명의 경호원이 그녀를 호위하며 후퇴했다.이번 귀국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덕분에 무사했다.만약 배에 있던 사람들로 위장하지 않았더라면 여초연은 지금쯤 이미 구승훈에게 붙잡혔을 것이다.항구에는 컨테이너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여초연은 경호원들의 호위하에 비틀거리며 한 컨테이너 안으로 몸을 숨겼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자신을 끝까지 지키던 남자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쓸모없는 놈.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구승훈의 부하들은 전부 공항에 있다며?”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한 마디 내뱉었다.“죄송합니다,사모님.”여초연이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우리 쪽 사람들한테 연락해서 당장 날 구하러 오라고 해.”“네.”대답을 마친 경호원은 전화를 걸기 위해 급히 자리를 떴다.소란은 오래지 않아 조용히 가라앉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8화

    준봉은 뭐라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구승훈이 먼저 입을 뗐다.“내가 준비하라고 했던 건 어떻게 됐어?”“준비 끝났습니다. 진 장관님 쪽에서도 사람을 보내놨고요. 비행기만 도착하면 됩니다.”준봉은 그렇게 말하며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대표님, 공항에 저 정도 인원만 배치해도 정말 괜찮을까요?”준봉은 원래 구승훈이 대부분의 인력을 공항에 집중시킬 거라 예상했다.M 국에서 여초연이 비행기로 귀국 중이라는 정보가 들어왔으니 말이다.하지만 의외로 구승훈은 공항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배치하지 않았다.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은 많았지만 임시로 고용된 게 대부분이었다.구승훈 쪽 사람들은 대부분 보경시 한 항구 근처에 흩어져서 배치되어 있었다....항구라서 그런지 바람은 훨씬 거셌다.구승훈은 항구 근처의 전망대에 서 있었고 속절없이 불어오는 찬 바람 때문에 그의 외투가 펄럭거리며 나부꼈다.멀리 바다 수평선 너머로 화물선 한 척이 항구로 서서히 접근하고 있었다.구승훈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드디어 돌아왔구나.’한편, 화물선의 갑판 위.여초연은 숄을 두른 채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그녀는 불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구승훈이 여초천을 데려간 이후로 그녀의 모든 계획은 철저히 엉망이 됐다.여초천은 항상 자기 손바닥 안에 있다고 생각해 오던 그녀였으니 말이다.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여초천이 고문당한 사진들을 떠올린 여초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구승훈을 괴롭히는 것으로 원한이 조금이나마 해소된다면 기어이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데다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여초천의 모습이 상상되자 그 분노와 원한은 두 배로 커져 버렸다.여초연의 목적은 단순히 구승훈을 괴롭히는 게 아니었다.구승훈으로 하여금 무릎을 꿇게 만들고 자기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존재로 만들려 했다. 그러면 구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손에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7화

    강하리 얼굴에 약간 어색함이 스쳤다. 하지만 백아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들어와 그녀의 옷을 갈아입혀 주며 넌지시 말할 뿐이었다.“너희 할아버지 말이야. 이렇게 즐거워하신 거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역시 저 양반을 웃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시욱이 뿐인가봐.”강하리는 자연스럽게 백아영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할머니, 전 에비뉴 주얼리와 JM 그룹을 잘 운영하고 싶어요. 그리고 연정이도 잘 키우고 싶고요.”고요한 방 안이라서 그런지 강하리의 목소리는 유난히 담담하게 들렸다.창밖에 서 있는 익숙한 실루엣을 봤을 때, 마음 한편이 여전히 아파져 오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그에게 어떤 이유가 있었든, 어떤 사정이 있었든 강하리는 그때와 같은 고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아래층 거실은 여전히 왁자지껄했고 설날이 다가오며 곳곳에 명절 분위기가 감돌았다.심씨 가문은 정말 오랜만에 모두 함께 모여서 화목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한편, 심준호는 팔짱을 끼고 별장 밖에 서서 그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난 네가 다시는 안 올 줄 알았어.”구승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담배를 피울 뿐이었다.그때 심준호가 갑자기 다가와 그의 옷깃을 움켜잡았다.“너 대체 뭐 하는 짓이야?”그동안 심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화를 꾹꾹 참고 있었다.구승훈을 믿고 강하리를 맡겼는데 돌아온 건 이런 결과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지금까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라 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심준호도 그를 감싸주고 싶지 않았다.구승훈은 그저 가만히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난 하리가 갑자기 뛰어내릴 줄 몰랐어.”그는 원래 조금만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노진우가 여초천을 손에 넣기만 하면 임희주가 죽든 말든 그가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만약 노진우가 실패한다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6화

    진태형은 병원에서 강하리 곁을 밤새 지켰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병실을 나섰다.병실 문을 나서자마자 그는 꽃다발을 안은 채 이쪽으로 걸어오는 임명우와 마주치게 되었다.임명우는 진태형을 보고 살짝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었다.“진 장관님, 오랜만입니다.”진태형은 눈빛을 가라앉힌 채 임명우를 바라봤다.“하리를 보러 온 건가요?”임명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강 대표님과는 업무적으로 조금 얽힌 부분이 있어서요. 입원하셨다는 말 듣고 병문안 왔습니다.”진태형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렇군요. 하지만 임 대표님, 하리한테 마음을 두진 마셨으면 좋겠어요.”임명우는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진 장관님, 너무 깊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저랑 강 대표님은 정말 업무적인 관계예요. 그리고 시연 씨랑도 몇 년 전에 헤어졌고요. 제가 정말 강 대표님을 좋아하게 된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잖아요?”진태형의 눈빛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하리한테 마음 두지 마세요. 충고가 아니라 경고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하리한테 손을 대겠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미소를 짓고 있던 임명우의 표정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 누구든 진태형 앞에서는 결국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그럴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장관님.”진태형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떴다.임명우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시연 씨 말이 맞았어요. 진 장관님은 시연 씨한테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거 말이에요. 당신은 강하리 씨랑 비교도 안 되는 존재라는 거죠. 그러니까 저도 이제 시연 씨 따위 필요 없어요.]문자를 보낸 그는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M 국에 있는 진시연은 그 문자를 보자마자 분노에 휩싸여 핸드폰을 그대로 던져버렸다.구승훈과 강하리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그녀는 당장 귀국하려 했었다. 하지만 떠나기 직전에 여초연이 그녀의 길을 막았다.하지만 진시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임명우의 문자를 받고 당황한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5화

    요양원 주차장.심준호는 아직도 분노를 삭이지 못한 진태형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너무 화내지 마세요. 이번 일은 저도 잘못이 있어요... 계속 하리가 구승훈을 조금만 더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애가 이렇게까지 바보 같을 줄은 몰랐어요...”진태형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아니야.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우리 딸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어.”심준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다시 입을 뗐다.“요즘은 조시욱이 꽤 신경 써주더라고요.”진태형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딸이 어떤 사람인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처럼 한 번 마음을 주면 끝까지 놓지 못하는 사람. 옛날 자신이 어떤 희망도 없이 심미현과의 약혼을 지키며 버텼던 것처럼, 강하리도 그렇게 쉽게 마음을 놓을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강하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이번만큼은 절대 구승훈이 다시 가까이 오게 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진태형이 병실에 도착했을 땐, 백아영이 구연정을 안고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구연정은 강하리의 이마에 붙은 거즈를 조심스레 들여다보더니 입을 오므리고 후하고 불었다.“엄마, 아프지마...”강하리는 살며시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 안 아파, 우리 연정이 걱정하지 마.”구연정은 백아영을 가리키며 말했다.“할머니 울었어.”강하리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할머니 저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백아영은 단호하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진짜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연정이는 어쩔 뻔했니? 그런 남자 하나 때문에,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강하리는 속눈썹이 살짝 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백아영은 한숨을 쉬고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더니 구연정이 환히 웃으며 진태형에게 달려갔다.진태형은 아이를 안고 병실을 둘러보다, 딸의 온몸에 난 상처를 보고는 눈가가 붉어졌다.“아빠, 나 괜찮아요.”“이게 괜찮은 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4화

    손연지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웃었다.“마침 행사 중이더라고. 쿠팡 연말 세일에서 로열 프리미엄 네덜란드 분유 있거든? 영양 흡수도 잘 되고 우리 소아과 아기들도 다 그거 먹어.”강하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손연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끗 쳐다봤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병원 응급실에서는 생체 모니터에서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급히 달려온 구승재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얼굴에 불안이 가득했다. 핸드폰 화면엔 강하리의 연락처가 떠 있었지만 그는 몇 번이나 망설이다 끝내 전화를 걸지 못했다. 매번 손이 닿았다가도 다시 멈췄다. 더는 그녀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곁에 서 있던 준봉과 노진우도 속만 태우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떴고 그제야 응급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나왔다.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 사람은 동시에 숨을 내쉬었다.구승훈이 다시 의식을 찾은 건 해 질 무렵이었고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운 그는 눈을 뜨자마자 말했다.“강하리에겐... 알리지 마.”구승재는 목이 막힌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어. 형수한테는 말 안 할게.”그제야 구승훈은 안도한 듯 눈을 감았지만 구승재는 알 수 없는 억울함에 눈가가 뜨거워졌다.‘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을까.’병원엔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병원 관계자들 대부분이 그를 아는 터라, 강하리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조용히 빠져야만 했다.그날 밤, 노민준이 직접 차를 몰고 구승훈을 요양원으로 데려갔다.“네가 또 도망치면... 그땐 나도 강하리한테 전부 말할 수밖에 없어.”구승훈은 창밖만 바라보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 다시는 안 그럴 거야. 그 사람이 잘 지내고 있다면 그걸로 됐어.”노민준은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그 한마디에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조용히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푹 쉬어.”병실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구승훈의 머릿속엔 강하리가 조시욱과 웃으며 이야기하던 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3화

    청소 아주머니는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강 대표님, 아까 구 대표님이랑 병실 안에 계시던 남자분이랑 여기서 싸웠어요. 아마... 그중 누가 코피를 흘린 것 같더라고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고 간호사에게 병실 안으로 데려다 달라고 조용히 말했다.병실 안에 들어서자, 조시욱이 전화를 받고 있다가 그녀가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통화를 마쳤다.“오늘 일은, 미안해.”그는 웃으며 말하다가 다시 강하리에게 다가가 침대로 옮겨주려 했지만 강하리가 재빨리 손을 들어 막았다.“잠시 후에 또 검사를 받을 수도 있으니 그냥 이대로 있을게요.”“그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사다 줄까?”그 말에 강하리는 잠시 망설이다 입술을 다물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조시욱 씨. 선배가 뭐라고 말했는진 모르겠지만... 죄송해요. 지금은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누굴 다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안 돼 있고요. 그러니까 굳이 매일 오시거나 이렇게 곁에 계실 필요 없어요.”조시욱은 사실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처음 만난 그날 밤부터 이미 느꼈다.하지만 그날, 피범벅이 된 채 쓰러진 그녀를 두 눈으로 본 뒤로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녀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각오로 그렇게 뛰어내렸는지 그게 궁금해졌고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을 알고 싶어졌다.설령 그게 잠시 스쳐 가는 인연이라 해도, 지금 그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이 되어주고 싶었다.“내가 좀 성급했으면 미안. 진짜로 무슨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야. 선배 부탁이라서 온 것도 맞지만... 난 그냥, 친구로서 너 도와주고 싶어서 온 거야. 어릴 때부터 정 회장님이랑 우리 할아버지 사이도 꽤 각별하셨잖아. 집안끼리도 인연이 깊고.”조시욱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무 부담 갖지 마. 그냥 지금은, 네 곁에 누군가 있어 주는 게 필요할 수도 있잖아. 그리고... 언젠가는 과거 놓고 새로운 시작도 해야 되는 거고. 그렇지 않아?”잠시 정적이 흘렀고 강하리는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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