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761 - Bab 770

995 Bab

제761화

석미란은 그 말에 폭발했다.“너 미쳤어? 강하리 그 망할 년과 해찬이를 이어주라고?”석연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해찬이가 걔를 지켜주려고 이렇게 됐으니 해찬이를 책임지라고 하는 게 맞지 않겠어?”“하지만 걔는 다른 남자와 아이까지 낳았잖아! 해찬이가 아무리 식물인간이 됐다고 해도 걔가 어딜 감히!”석연란이 웃었다.“만약 심씨 가문 사람이라면? 심미현 딸인 것 같아.”석미란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심씨 가문 사람이라고?강하리 그 망할 년이?B시에서 그 누가 심씨 가문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나.게다가 심씨 가문의 첫째인데!“언니, 심씨 가문 첫째 딸이야.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어떻게 놓쳐?”“확실해?” 석미란은 놀란 눈으로 물었다.강하리가 어떻게 심씨 가문 사람일까.분명 아무런 집안도, 배경도 없는 천한 것인데.석연란이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직접 심준호 입으로 자기가 강하리 삼촌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어. 그리고 강하리 그년이 심미현과 닮기도 했으니까 대충 맞는 것 같아.”“근데 해찬이는...”“해찬이도 그 여자 좋아하지 않아?”석미란은 조금 흔들린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강하리가 사실 심씨 가문 딸일 줄이야.진작 알았더라면 애초에 말리는 게 아닌데...강하리는 한참을 울다가 멈췄다.드디어 기댈 곳이 생겼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억울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아이, 엄마, 정말 마음속에 억울한 것들이 너무 많지만 과거에는 누구도 털어놓을 사람도 없었고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다.오랫동안 쌓여 있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터져 나온 거다.심지어 아직도 엄마의 가족을 찾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한바탕 크게 울었다.실컷 울고 나서야 그녀는 부끄러운 듯 심준호를 바라보았다.“죄송해요, 심 변호사님...”심준호가 웃었다.“날 뭐라고 부르는 거야?”강하리는 한참 동안 입술을 달싹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삼촌.”삼촌이라는 호칭이 나오자 그녀의 눈시울이 다시 살짝 붉어졌다.심준호는 그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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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구승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려는데 심준호가 말렸다.“나가서 얘기해.”구승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강하리의 눈물을 억지로 닦아낸 뒤 심준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바깥에 도착하고 나서야 심준호의 표정이 굳어졌다.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강하리 삼촌의 입장이 되어보니 정말 이 자식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그를 탓할 수만은 없고 지금 강하리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하리가 견뎌온 고통은 어찌하나.심준호의 마음속에 아릿한 고통이 퍼져갔다.“승훈아, 앞으로는 하리가 조금의 억울함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 예전 일이 전부 네 탓이 아닌 건 알아. 하지만 그래도 하리가 힘들어했으니까 내가 아니어도 우리 집 어르신들이 분명 너한테 뭐라고 할 거야.”구승훈은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피어오르는 연기가 알 수 없는 그의 눈동자를 가렸다.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가 피식 웃었다.“제가 자초한 거죠, 삼촌.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에요.”그의 탓이 맞든 아니든 강하리가 견딘 고통은 전부 그가 불러온 것이었다.심준호는 삼촌이라는 호칭에 피를 토할 뻔했다.“지금 날 뭐라고 불렀어?”구승훈은 그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삼촌.”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호칭이었다.둘은 함께 자랐고, 어릴 적부터 형이라고도 부른 적 없던 자식이 이젠 태연하게 삼촌이라고 부른다.“닥쳐! 하리랑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내가 무슨 삼촌이야! 함부로 들러붙지 마.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너희 둘은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구승훈은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한 모금 들이마신 뒤 답했다.“시간 문제야.”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는 심준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승훈아, 하리의 정체를 우리 부모님이 알면 아마 동의하지 않으실 거야. 어쨌든 누나가 너희 집 어르신과 관련이 있으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야.”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심씨 가문 어르신이 억지를 부릴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딸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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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병동에서는 심준호가 강하리를 위해 과일을 깎고 있었다.“마음의 준비 되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연락드려서 오라고 할게. 아니면 집에 가도 되고.”집이라는 말에 강하리의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이제부터 그녀에게도 집이 생긴 건가?강하리는 시선을 내린 채 심준호가 건네는 사과를 받아먹었다.무언가 말을 하려던 찰나 면밀히 살피는 시선이 느껴졌다.강하리가 시선을 들었지만 밖에서 구승훈이 들어온 뒤 문을 닫는 모습만 보았을 뿐이었다.문 너머로 어렴풋이 허리까지 오는 검은 머리칼만 보였다.문밖에 있던 진시연은 문이 닫히는 순간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곧 쉬지 않고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병실 안으로 들어온 강하리는 시선을 거두며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왜? 내가 그렇게 잘생겼어?”구승훈의 뻔뻔한 말에 강하리는 고개를 돌렸다.“삼촌, 나 집에 갈래요.”심준호는 멈칫하다가 구승훈을 바라봤다.“그래, 집에 가자.”구승훈은 강하리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나도 같이 갈까?”강하리가 거절하려는데 심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우리가 안 데려가면 안 올 거야?”구승훈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은 어두웠다.강하리가 눈에 띄게 그를 거부하며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구승훈은 마음이 답답했다.심씨 가문의 딸이 되고 나면 앞으로 주변에 온갖 종류의 남자들이 더 많아질 텐데.구승훈은 손목에 차고 있던 염주를 튕겼다.그는 연정이가 최대한 빨리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심준호는 재빨리 강하리의 퇴원 수속을 도왔고 퇴원을 앞둔 강하리는 주해찬을 다시 만나러 갔다.주해찬의 상태는 여전히 호전되지 않았고 강하리는 죄책감에 가득 찬 채 밖에 서 있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놀랍게도 석미란이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고 심지어 얘기까지 나누었다.“죄송해요, 나 때문에 선배가 이렇게 돼서.”석미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때문인 걸 알면 보상할 방법을 생각해야지, 강하리.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낼 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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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강하리는 소파에 앉아 있는 은발의 세 어르신을 코끝이 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반평생 자기 딸과 손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다.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말했다.“제가 선물이 아니에요?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세 사람은 그녀의 호칭에 당황하다가 2초 뒤 정신을 차린 백아영이 벌떡 일어났다.“아가, 지금 날 뭐라고 불렀어?”강하리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할머니.”백아영은 멍하니 강하리를 바라보며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뛰었다.그녀는 강하리와 심준호를 번갈아 바라보았다.심준호는 강하리의 팔찌와 친자 확인서를 꺼냈다.“엄마, 하리가 누나 딸이에요.”백아영은 친자확인서를 든 채 손가락을 떨었다.손에 쥔 팔찌를 보더니 갑자기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심금천 역시 멍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백아영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황급히 품에 끌어안았다.너무 잘 알았다.이 눈물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딸을 위해 흘리는 거다.남자인 심금천마저 두 눈이 붉어졌다.“울지 말고 애부터 챙기자고.”심문석은 한참을 강하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걸어왔다.“아가, 정말 미현이 딸이야?”심준호가 시큰거리는 눈으로 말했다.“맞아요, 할아버지.”어르신의 두 눈이 눈물로 앞이 흐려졌다. 강하리를 통해 기억 속 그 아이가 보이는 것 같았다.“왔으니 됐어, 돌아왔으니 됐다.”강하리가 그를 끌어안았다.“죄송해요, 할아버지. 제가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어요.”재벌가 아가씨인 심미현이 그녀 때문에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심문석은 한숨을 쉬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오히려 네가 엄마 때문에 고생했지.”강하리가 엄마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힘겹게 보냈는지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그에 비해 그들은 심미현을 위해 해준 게 없었다.백아영은 붉어진 눈으로 강하리 곁으로 다가와 강하리의 손을 잡았다.“아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강하리는 애써 눈가에 담긴 아픔을 감췄다.“아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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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강하리는 구승훈의 포옹에 순식간에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을 느꼈다.“구승훈!”구승훈이 웃었다.“기회 줄 거야?”강하리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눈꼬리가 아직 붉은 걸 보아 심씨 가문으로 돌아온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분명했지만 대답은 이례적으로 단호했다.“기회는 없어. 이거 놔!”심지어 과거 한번, 또 한 번 기회를 준 게 후회되었다. 아니면 그녀가 거듭 상처받을 리도 없었을 테니까.구승훈은 그녀의 결연한 눈빛을 바라보며 깨달았다.이번엔 정말 그녀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여전히 그녀의 눈가를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이 부드러우면서도 야릇했다.“괜찮아, 내가 쟁취하면 돼. 하리야, 우린 평생 함께할 거야. 넌 도망 못 가.”말하며 고개를 숙여 강하리에게 키스하려는데 강하리의 입술에 닿기 직전 심문석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이 자식, 그 손 못 놔?”그렇게 말하면서 심문석은 지팡이를 이쪽으로 휘둘렀다.하지만 구승훈은 피하지 않고 지팡이를 맞으며 동시에 강하리의 입술을 머금었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밀어냈다.가볍게 입을 맞춘 뒤 구승훈이 그녀를 놓아주었다.심금천이 얼굴을 찡그리며 강하리를 자기 뒤로 보냈고 심문석은 때릴 기세로 달려들었다.고리타분한 늙은이는 아니었지만 하리가 원하지 않는데도 이 자식이 계속 강요하는 걸 보니 심문석은 지팡이를 휘둘렀다.구승훈은 물러서지 않고 또다시 심문석의 매를 맞았고 그제야 심문석은 지팡이를 다시 내려놓았다.“이 개자식, 또다시 동의 없이 하리한테 손대면 내가 가만 안 둘 거다.”하지만 구승훈은 엄숙한 표정으로 심문석과 심금천을 바라보았다.“제가 하리한테 미안한 게 많습니다. 지팡이로는 해결이 안 되니 돌아와서 그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말을 마친 그가 강하리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구승훈은 목울대가 꿈틀거리면서도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눈빛으로 응시하다가 뒤돌아 문을 나섰다.심준호는 강하리와 구승훈의 뒷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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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백아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래그래, 하리 먼저 쉬게 해.”그녀는 강하리를 끌고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말했다.“그냥 엄마 방에 있어도 괜찮겠니?”심미현을 잃어버렸을 때 이 집은 없었다.하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어느 집에 살든 심씨 가문은 언제나 심미현을 위한 방을 마련하고 있었다.강하리의 심장이 미어졌다.‘엄마가 살아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다지 내색은 하지 않았다.이미 백아영은 이 일로 상처를 받았는데, 또 그런 모습을 보이면 더 슬퍼할 것 같았다.방은 따뜻하게 꾸며져 있었고 백아영은 그녀를 이끌고 방 안을 돌아다녔다.“필요한 물건은 다 있어. 아가...”백아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이제부터 여기가 네 집이야.”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들어 백아영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할머니, 울지 마세요. 안 그러면 저를 반기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예요.”“그럴 리가, 할머니는 행복해.”백아영은 한참을 강하리와 함께 있다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서 심준호는 백아영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입을 열고 모든 이야기를 꺼냈다.그때까지 미소를 짓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네 누나가 살해당했다고?”백아영의 얼굴에 분노가 번뜩였다.강하리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어떤 상황인지는 잘 몰랐다.멀쩡하던 자기 딸이 남의 손에 살해당했을 줄은 몰랐다! 그 일로 손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심금천도 탁자를 쾅 내리쳤다.“감히 정양철이?”심준호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정양철을 잡아야 정확한 진상을 알 수 있어요.”심금천이 으름장을 놓았다.“당장 연락해서 수색하라고 해야지.”심금천이 전화하는 동안 거실의 분위기는 점점 더 침울해졌다.“하리 아기는 어떻게 된 거야?”심준호가 다시 아이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말을 들은 심문석은 화를 내며 테이블을 내리쳤다.“문원진 그 늙은 놈이 감히 우리 손녀를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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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정양철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가 고개를 들어보니 제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있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침착하려 애썼다.미소를 짓는 얼굴이 태연했다.“무슨 일이죠?”경찰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정양철 씨, 정서원 씨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저희와 함께 가서 수사에 협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정양철은 당황했다.“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는 단지 출장을 가는...”“구동근 씨가 이미 자백했습니다. 저희랑 같이 가시죠.”경찰이 그의 말을 가로채자 정양철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그 사건은 직접 연루된 것도 아니고 자백했다면 구동근이 최초 살인범이 되기 때문에 절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말 다 얘기했다고?정양철의 표정이 극도로 일그러졌다.그는 머릿속으로 자신이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계속 계산했지만 이미 여러 명의 제복 입은 남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갑자기 정양철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처음으로 그는 자신이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느꼈다.그러나 이내 그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향했고 그는 침착함을 되찾았다.상대는 고개를 끄덕였고 정양철은 마치 진정제를 먹은 것처럼 상대를 힐끗 쳐다보더니 경찰관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알겠습니다, 경찰 수사에 협조하죠.”그렇게 말한 후 그는 저쪽을 다시 한번 흘끗 쳐다보고는 순순히 경찰을 따라갔다.정양철이 체포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은 정양철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고 그 상황이 빠르게 퍼졌다.연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구동근의 병실 문도 그 순간 외부에서 열고 들어왔다.구동근은 가볍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뭐야, 또 네 형을 도와서 날 조사하는 거야? 말했잖아, 난 아무 짓도 안 했다고!”구승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할아버지, 정양철이 체포돼서 아주머니를 해친 일에 대해 자백했어요.”구동근은 당황했다.“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럴 수가...”구동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승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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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구동근은 혈압이 올라갈 정도로 화가 났다.“죽이고 싶었어, 강하리도 같이! 근데 네 형이랑 완전히 등 돌리고 싶지는 않아.”구승재는 경찰을 불러 구동근의 진술을 받아냈고 경찰이 모두 떠난 뒤에야 말을 꺼냈다.“참 할아버지, 아직 모르시죠? 강하리 씨 심씨 가문의 외손녀예요. 아영 이모 외손녀라고요.”구동근은 깜짝 놀랐다.“뭐라고?”구승재는 피식거렸다.“얼마나 아쉬워요, 형이 이렇게 좋은 혼사를 놓친 게. 이제 강하리 씨는 형에게 다시 기회를 주지 않을 거예요.”구승재는 말을 마친 후 뒤돌아 문밖으로 걸어 나가는데 구동근이 뒤에서 소리쳤다.“거기 서!”구승재는 걸음을 멈췄다.“강하리가 정말 백아영의 손녀야?”구승재는 웃었다.“할아버지께서 직접 전화해서 확인해 봐요. 참, 할아버지한테 간접적으로 살해당한 아주머니가 아영 이모 친딸이네요.”구동근의 얼굴은 순식간에 극도로 굳어지고 병동에서 나온 구승재는 구승훈을 불렀다.“형이 시킨 대로 다 말했어.”멀리 외국에 나가 있던 구승훈은 무심하게 대꾸했다.“다 말했어?”“말했어. 형, 정양철한테 이용당한 것 같아.”하지만 구승훈은 그저 비웃기만 했다.“이용해도 그게 뭐? 죽이려는 생각이 없었으면 정양철도 이용하지 못했어.”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한층 더 무거워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자기가 저지른 짓이니 대가를 치러야지.”구승훈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고 나서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움직여.”그의 말이 끝나자 주위에 있던 몇 명의 사람들은 아직 밤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에 서둘러 호텔로 들어갔다.호텔 꼭대기 층의 어느 방에서 여초연은 온화한 가면을 진즉 벗어던졌다.그녀는 창가로 다가와 싸늘하게 웃었다.“이렇게 빨리 찾을 줄은 몰랐네, 꽤 예리해.”그 말에 방에 있던 남자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럼 어쩌죠? 지금 바로 정면으로 부딪칠까요?”여초연은 잠시 침묵했다.“지금은 때가 아니야.”아이가 사라진 지 이제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짧은 시간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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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맨 위 옥상에서 헬리콥터의 굉음이 귀를 찢을 듯이 들렸고 기체는 여전히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여초연과 남자가 아이를 안고 있었고 그 뒤로 몇 사람이 서 있었는데 모습을 보니 경호원 같았다.헬기가 착륙하려는 순간 갑자기 굉음과 함께 헬기 해치에 앉아 있던 남자가 그대로 쓰러지며 다음 순간 착륙해야 할 헬기가 갑자기 위로 날아올랐다.여초연은 당황하며 시선을 돌리다가 문득 옆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키가 큰 형체가 불빛 밖으로 걸어 나왔다.찬 바람이 몰아쳤고 바람에 흩날리는 남자의 옷자락은 독수리가 펼친 깃털 날개처럼 살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자랑스러워해야 할 아들이지만 구승훈의 모습을 본 순간 여초연의 눈에는 증오가 번뜩였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빨리 왔네.”부드러운 목소리는 헬리콥터 소리에 거의 집어삼켜졌지만 구승훈은 그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었다.훤칠한 그의 실루엣이 몇 걸음 떨어져 멈춰 섰다.“내 딸을 구하는데 당연히 빨리 와야지. 당신이 납치당하면 천천히 움직여줄 순 있어.”그를 향해 돌린 여초연의 시선엔 독기가 가득했다.하지만 구승훈의 눈빛은 오직 연정에게 향했다.못 본 사이 꼬마 녀석이 꽤 큰 것 같지만 전보다 야윈 것 같았다.여린 얼굴에 눈물방울이 맺혀있던 아이는 구승훈을 보는 순간 더 세게 울었고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구승훈은 마음이 아파서 애써 연정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그러다 마침내 여초연의 시선을 마주했다.“그동안 정말 잘 숨겨왔네.”여초연이 웃었다.“승훈아, 오해하는 것 같은데?”구승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나와 강하리를 이어주는 척 우릴 떼어놓을 생각이겠지. 내가 고통스러운 삶을 살지 못할까 봐 안달 났나 봐. 사람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하고 또다시 갖은 수단으로 내게서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 가. 당신 참 대단해.”여초연이 웃었다.“승훈아, 날 너무 과대평가하네. 나는 이 아이 말고는 아무 짓도 안 했고 연정이도 지키기 위해 그랬을 뿐이야.”“아무 짓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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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여초연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남자의 품에서 연정이를 데려와 작은 목을 잡았다.“애 죽고 싶으면 이리 와.”동시에 여초연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모두 달려 나왔다.연정이의 울음소리가 밤하늘에 메아리쳤고 너무 울어서 목이 다 쉬어 있었다.구승훈은 눈을 내리깔고 싸늘한 얼굴로 여초연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원하는 게 뭐야?”여초연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헬기 착륙시켜.”“내가 바보인 줄 알아? 헬기가 착륙하고 당신이 연정이랑 떠나면 내가 괜한 걸음 하게 되잖아.”그런데 여초연의 손이 갑자기 힘을 주었다.“그러면 아이가 죽게 놔두던지.”연정이가 더 세게 울었고 구승훈의 표정이 굳어졌다.그의 어두운 눈동자에 서늘한 섬광이 번뜩였지만 이내 그가 손짓했다.준봉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둘러 사람들과 함께 중앙에서 멀어졌다.헬기가 천천히 내려왔다.여초연의 손은 여전히 연정이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구승훈은 그녀가 얼마나 무자비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순간만큼은 감히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쥐도 새도 모르게 여초연이 정말 연정이에게 상처를 입힐까 봐 두려웠고 자신이 진짜 움직이면 연정이가 다칠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그는 이 방법을 사용하여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다.헬리콥터가 착륙하고 여초연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헬기에 탑승했다. 뒤따라오던 남자는 두 사람을 끝까지 보호했다.세 사람이 헬기에 오르자 경호원 4명이 뒤를 따랐다.구승훈은 조금씩 상승하는 헬기를 바라보다가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때 기내에서 기내 문을 마주 보고 있던 남자가 연정이를 안아 들었다.구승훈의 눈빛이 번뜩이며 옆에 있는 준봉을 바라보았고 준봉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조종석에 있는 조종사의 어깨로 칼이 날아들어 박히자 기체가 순식간에 휘청거렸다.연정이를 안고 있던 남자는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해야 했다.기체가 이쪽으로 기울어지는 그 순간 구승훈의 총도 방아쇠를 당겼다.연정이를 안고 있던 남자의 팔에서 갑자기 피가 솟구쳤고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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