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751 - Chapter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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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1화

주해찬의 표정이 잠시 번뜩이다가 미소를 지으며 정양철에게로 향했다.“아저씨, 오랜만이네요.”정양철의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 이내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해찬아, 여긴 무슨 일이야?”주해찬이 미소를 지었다.“친구 데려다주고 나오는데 여기서 아저씨랑 만났네요.”정양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그럼 가서 일 봐.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서.”“알았어요.”주해찬은 그 말을 하고 돌아서서 문을 나섰다.정양철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전화기를 꽉 쥐었다.한편 주해찬은 안에서 나오기 바쁘게 훅 안도하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한참 동안 멍한 표정으로 길가에 서 있었다.방금 정양철이 한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강하리나 구승훈과 무슨 일이 있는 걸까?손을 댔다고 했는데, 무슨 짓을 한 걸까.정주현에게 선을 긋던 강아리의 모습과 연관 짓자 주해찬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그는 다소 창백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하리가 샤워하러 가려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선배?”하지만 강하리가 전화를 받을 때 주해찬은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적어도 제대로 알아보고 강하리에게 알려줘야지 무턱대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었다.“아니야, 그냥 내일 나랑 같이 팔찌 가지러 가자고.”“선배, 나 혼자 갈 수 있어요.” 강하리가 여전히 거절하려는데 주해찬이 말을 막았다.“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일찍 쉬어.”주해찬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 준봉은 구승훈의 전화를 받고 강하리에게 아침을 가져다주었다.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는 순간, 강하리 방 앞에 두 사람이 수상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그를 보자마자 뒤돌아 복도 쪽으로 달려갔고 준봉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그들을 쫓아갔다.일직 강하리가 묵고 있는 호텔 아래층에 도착한 주해찬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어젯밤 정양철의 그 말 때문에 거의 밤을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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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주해찬의 표정이 확 바뀌며 핸들을 꺾었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강하리를 보호했고 강하리의 시선은 다가오는 차에 고정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구승훈의 차다.차 번호판도 똑같았다.구승훈이 B시에 올 때마다 몰던 차였다.순식간에 강하리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곧 눈앞이 핑글 돌았다....강하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에 앉아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좀 어때?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강하리는 멍한 표정으로 옆에 앉은 남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구승훈, 당신이야?”구승훈의 시선이 무겁게 가라앉았고 의심을 받은 그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었다.“하리야, 너 정말 나라고 의심하는 거야?”입술을 달싹이며 그를 바라보는 강하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의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차는 분명 구승훈의 것이었다.하지만 구승훈이 아니라고 말할 때 오히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서늘한 구승훈의 시선을 피하며 나지막이 물었다.“선배는?”구승훈이 피식 웃었다.“네가 신경 쓰는 건 주해찬밖에 없지?”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날 구해준 사람이야.”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던 구승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내가 널 구해준 적은 없어? 하리야, 너 정말 사람 마음 아프게 한다.”강하리는 그의 손에서 손을 빼냈다.지금은 그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주해찬이 그녀의 몸을 감쌌기에 그는 꽤 심하게 다쳤을 거다.처음부터 주해찬에겐 미안한 것투성이였다.오랜 시간 동안 그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면서도 그에게 해줄 대답이 없었다.게다가 구승훈의 차로 교통사고까지 났으니 마음속에는 죄책감이 커져만 갔다.“선배는 어떻게 됐어?”여전히 똑같은 말에 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주해찬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목숨은 건졌지만 그가 깨어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지금 강하리의 태도로 볼 때, 주해찬이 자신을 구하려다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가 어떻게 행동할지 정말 알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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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강하리의 머릿속이 하얘졌다.“뭐라고요?”석미란은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해찬이가 식물인간이 됐다고, 이제 만족해?”강하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손끝까지 떨리고 있었다.“가볼래요.”그녀는 이불을 걷어 올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일어났지만 구승훈이 그녀를 붙잡았다.“지금 가도 소용없어. 중환자실에 있어서 못 만나.”그때 석미란이 갑자기 강하리를 붙잡았다.“망할 년, 네가 무슨 자격으로 해찬이를 보러 가! 해찬이가 정말로 못 깨어나면 내가 네 목숨을 가져갈 거야!”석미란이 말하며 강하리의 목을 조르려고 달려들자 구승훈이 그녀의 손을 잡고 내동댕이쳤다.“여사님, 말 가려서 하세요. 대체 누가 누구 때문에 힘들다는 겁니까? 지금 전부 하리 탓으로 돌리는데 만약 주해찬 때문에 하리가 피해를 본 거면 저도 하리 복수를 위해 중환자실로 가서 주해찬을 죽여도 됩니까?”석미란은 눈이 빨개진 채 구승훈을 노려보았다.주해찬이 깨어나지 못할 위험에 처해있는데 죽여버리겠다고?“구승훈, 이 살인자 새끼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 너랑 강하리, 너네 둘 다 살인자야! 내가 죗값 치르게 해줄 테니까 기다려. 망할 네년은 해찬이 목숨값 내놔!”석미란의 울부짖는 소리가 병동 전체에 울려 퍼졌고 준봉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여사님, 방금 경찰에서 그 차가 구 대표님 번호판을 덧씌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대표님은 누명을 쓴 겁니다.”석미란은 여전히 증오에 가득 찬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구승훈이 진짜 아들을 죽인 범인이라는 듯이.“경찰을 매수하면 그만인 줄 알아? 구승훈, 내가 죗값을 치르게 할 거야!”강하리는 준봉의 말을 듣고 순간 몸이 굳어졌다.구승훈은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준봉을 바라보았다.“여사님 나가시라고 해.”준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석미란을 막기 위해 앞으로 달려갔다.“여사님, 이만 나가 주세요.”석미란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주해찬의 아버지에게 제지당했다.주해찬을 닮은 외모에 겉과 속이 모두 반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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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구승훈은 강하리를 바라보기만 했다.“내가 진짜 주해찬을 건드렸다면 어떻게 할래?”강하리가 그를 마주 보았다.“살인은 대가를 치러야 해. 구승훈 당신은 나한테 특별할 게 없어.”구승훈의 마음속이 온통 씁쓸함으로 물들었다.그는 쓴웃음을 내뱉었지만 그래도 말을 이어갔다.“아직 몰라. 의사가 그럴 수도 있다고 했어.”하지만 강하리의 마음은 다소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때 정서원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의사가 그렇게 말했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선배 좀 보고 올게.”구승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지만 결국 막지 않았다.그녀를 보내주지 않으면 그녀가 계속 불안해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구승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따라 나갔다.중환자실 밖에서 여전히 울고 있는 석미란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강하리의 몸이 굳어졌다.그녀는 손가락에 힘을 주고 저쪽으로 걸어갔다.다만 아직 중환자실 앞으로 가기도 전에 걸음이 뚝 멈췄다.정양철과 정주현이 거기 있을 줄이야.그녀가 정양철을 힐끗 쳐다보자 정양철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강하리는 문득 정서원이 납치되었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게 떠오르며 손가락을 말아쥐었다.정서원에게 일이 생겼을 때 정양철이 병원에 나타났다.그녀가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는지 확인하러 온 듯이.구승훈은 강하리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정양철을 힐끗 쳐다보더니 큰 손으로 강하리의 뒤 허리를 살며시 그러잡았다.강하리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두었다.정주현은 강하리를 보자마자 서둘러 이쪽으로 다가왔다.“강하리 씨, 좀 어때요?”강하리가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요.”말을 마친 그녀가 중환자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두꺼운 유리 벽 너머로 드디어 주해찬이 보였다.항상 온화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는 현재 침대에 누워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몸에 여러 개의 튜브를 삽입하고 누워 있었다.강하리의 마음이 아팠다.밀려오는 죄책감이 그녀를 익사시킬 것만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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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강하리는 잠시 구승훈의 시선을 마주했다가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시선을 내리며 그 안에 담긴 상처와 아픔을 숨겼다.더는 이 남자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정말 정양철 짓이라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한참을 침묵하던 그녀가 말했다. “구승훈, 도와줘.”강하리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구승훈은 애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그녀가 자신에게 의지하길 바랐는데 주해찬을 위해 부탁하는 그녀를 보니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강하리를 끌어안았다.“하리야, 너를 위해서야, 주해찬을 위해서야?”“구승훈!”강하리는 붉어진 눈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당신이 하기 싫다면 심 변호사님한테 부탁할 거야.”허리를 감싼 구승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내 앞에서 부탁해 놓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간다고?”그렇게 말한 뒤 그는 다소 무기력한 한숨을 내쉬었다.“강하리, 넌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 내가 정말 너 혼자서 정양철과 맞서게 놔둘 것 같아?”강하리는 시선을 돌렸다.구승훈이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자신이 원해서 그러길 바랐다.강하리도 다쳐서 이미 체력적으로 지쳐 있었고 상처를 입어 얼굴에 핏기 하나 없었다.구승훈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좀 쉬어.”“잠이 안 와.”강하리는 침대에 기대어 잠을 청했고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전화에는 사고 당시의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주해찬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차에서 구조될 때 심장이 심하게 뛰었고 안 그래도 창백했던 얼굴은 한층 더 하얗게 변했다.구승훈은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낸 뒤 손가락으로 턱을 살살 문질렀다.“내가 다 알아낼 테니까 날 믿어.”강하리가 고개를 들어 쓴웃음을 터뜨렸다.“구승훈, 나 때문에 계속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구승훈의 심장이 저렸다.“강하리!”강하리가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나 좀 잘게.”말을 마친 그녀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구승훈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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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구승훈의 눈에서 어두운 기운이 번뜩였다.연미숙, 연미숙...구승훈은 문득 지난번 입찰회에서 들이부었던 뜨거운 물이 떠올랐다.진작 연미숙의 수상함을 눈치챘어야 했는데.구승훈의 얼굴이 한층 싸늘하게 굳어졌다.그가 차갑게 웃었다.“구승재한테 가서 문연진이 어떻게 지내는지 가서 보라고 해.”준봉은 바로 알아들었다.준봉이 나간 뒤 병동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정양철과 정주현이 문 앞에 서 있었다.“강하리 씨 보러 왔어요.”정주현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고 정양철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구승훈이 웃으며 말했다.“정 회장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시네요.”정양철이 웃었다.“그래도 제가 아끼는 후배라서요.”구승훈은 더 말이 없었고 방 안의 분위기는 묘하게 긴장감이 감돌았다.정주현은 얼굴을 찡그렸다.“왜 그래요?”정양철이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야. 하리 양이 자고 있다니 우리도 여기 있을 필요가 없지.”그렇게 말한 뒤 정양철은 정주현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엘리베이터에 들어가기 직전, 그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추더니 뒤를 돌아 병동 입구에 서 있는 구승훈을 다시 바라보았다.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서 있는 그의 표정은 웃는 듯 마는 듯했다.오늘 억울한 누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차갑고 무관심했다.정양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아버지? 요즘 왜 그러세요?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요?” 정주현이 불쑥 묻자 정신을 차린 정양철이 답했다.“대체 어딜 봐서 내가 걱정이 있어 보여?”정주현이 혀를 찼다.“걱정이 없어요? 요즘 자주 잠도 못 주무시고 발코니에서 담배 피우시는 거 봤어요.”정양철이 멈칫하다가 물었다.“주현아, 내가 회사를 네 손에 맡기면 잘 해낼 수 있겠어?”정주현은 얼굴을 찡그렸다. “아버지, 건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죠?” 정양철은 그를 노려보며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러길 바라는 거냐?”정주현은 웃으며 피했지만 왠지 아버지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게 느껴졌다.구승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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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가게 직원이 멈칫했다.“심준호 씨, 이 팔찌 말인가요?”심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꺼내서 보여주세요.”직원은 머뭇거릴 틈도 없이 서둘러 꺼냈고 팔찌를 받는 순간 심준호의 눈빛이 그대로 넋을 잃었다.사실 그는 심미현의 팔찌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지 못했다.하지만 할아버지가 그 재료로 팔찌 한 쌍과 방아쇠 반지 하나를 만들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두 팔찌는 각각 누나와 그의 약혼녀에게 줬는데 약혼녀에게 줬던 건 아직 심예진의 손에 있었다.그리고 이 팔찌는 심예진의 것과 똑같았다.게다가...천인배의 독특한 문양에 손가락을 가져간 그의 심장이 박차를 가했다.그 해 천인배는 이 팔찌를 조각할 때 특별한 문양을 새겼는데 보통의 문양은 그린 듯한 물결 모양이지만 그 두 팔찌에는 특별히 시옷 자를 더했다.시옷은 아주 작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저 물결이 밖으로 휙 삐져나온 것처럼 보인다.옆에 있던 돋보기를 집어 들고 살펴보던 심준호는 숨이 턱 막히며 카운터에 있는 직원을 바라보았다.“이 팔찌는 어디서 났어요?”직원은 똑똑했다.“손님이 복구해달라고 맡긴 건데...”“이름이 뭐죠?” 심준호는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다시 물었다.“강씨 성을 가진 아가씨였는데 구 대표님하고 같이 왔어요. 원래 오늘 가지러 온다고 해서 카운터에 두고 있었는데 아시는 분이세요?”심준호는 시옷 자가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사고가 나서 못 오게 됐어요. 연락해서 내가 여기 있다고 해요. 내가 갖다줄게요.”직원은 서둘러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었고 심준호의 시선은 그 팔찌에 머물러 있었다.강하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장면들이 그의 머릿속에 차례로 떠올랐다.그러다 돌아가신 강하리의 어머니를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아팠다.그는 다소 창백한 얼굴로 손에 쥔 팔찌를 바라보았다.만약 진짜라면 그가 대체 뭘 놓쳤던 걸까?직원은 재빨리 통화를 끝냈다.“구 대표님이 전화를 받으셨는데 가져가라고 하시네요.”심준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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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그런데 결국 사건에 연루되었지만 연미숙은 당당했다.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경찰을 따라 경찰서로 향했는데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구승훈과 마주칠 줄은 몰랐다.남자는 창문 앞에 등을 돌린 채 서 있었고 밖에서 비추는 햇빛에 잘생긴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며 눈가에 머금은 서늘함을 감추고 알 수 없는 표정만 보였다.연미숙은 발걸음을 멈칫하다가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구 대표도 여기 있었네요? 이런 우연이.”구승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면서 연미숙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우연 아닙니다. 연미숙 씨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주해찬과 강하리를 살해하려 했던 혐의가 있어서 그쪽에 대해 알아봐야겠어요.”연미숙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말끔히 사라지더니 곧 한참 후 피식 웃었다.“구 대표가 오해했네요. 난 한 번도 그 사람들을 죽이려 한 적 없어요. 게다가 난 그 사람들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요?”“저도 궁금하네요, 왜 그런 짓을 하셨는지. 아무런 원한도 없이 문연진과 손을 잡고 여러 번 강하리를 건드렸죠. 누굴 속이시려고요?”남자가 조금씩 다가올수록 연미숙의 얼굴은 창백해졌다.문연진이 잡힌 후로 언젠가 이 모든 게 드러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는 강하리에게 직접적으로 무슨 짓을 한 적이 없었기에 드러나더라도 누가 어찌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큰 걱정 없이 지냈다.하지만 이제 교통사고에 연루되니 누명을 벗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연미숙은 이미 앞으로 다가온 구승훈을 바라보며 가슴을 들썩거렸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구승훈이 입을 열었다.“게다가 연미숙 씨 계좌로 운전기사에게 돈을 보냈던데 그건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연미숙은 당황했다.“말도 안 돼요! 난 그런 적 없...”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입을 다물었다.구승훈의 표정이 이미 그 돈이 그녀의 계좌로 넘어갔다고 말해주고 있었다.연미숙은 문득 소름이 돋았다.자신 외에 계좌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정양철과 정주현뿐이었기 때문이었다.주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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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구승훈은 경찰서에서 나오면서 미리 준비해 온 송금 기록을 손에 들고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사실 정양철의 돈은 연미숙의 계좌를 거치지 않았고 그가 꾸며낸 것에 불과했다.그런데 이런 결말이라니.강하리가 정양철의 딸이라고?말도 안 되는 소리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심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하리와 정양철의 친자 확인 좀 해줄래?”심준호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무슨 말이야?”“방금 연미숙이 강하리에게 접근한 이유가 강하리가 정양철의 딸이기 때문이라고 했어.”심준호는 순간 당황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그럴 리가.”강하리가 정말 누나의 딸이라면 절대 정양철의 딸이 될 수는 없다.그는 누나와 진태형이 얼마나 사이가 좋았는지 똑똑히 기억했고 누나가 정양철과 바람을 피웠다는 건 죽어도 믿을 수 없었다.구승훈 역시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일단 친자 확인부터 하고 누가 손대지 않게 잘 감시해.”연미숙은 이미 친자 확인을 했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장 큰 가능성은 정양철이 연미숙을 칼자루로 삼아 그걸 이용해 강하리를 노린다는 거다.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강하리가 자기 딸이라는 걸 공개하면 그걸 방패로 삼아 자기가 했던 파렴치한 짓을 감출 수 있었다.강하리가 그의 딸이라면 아버지로서 강하리와 그녀의 모친을 해칠 수가 없으니까.오늘 사건도 마찬가지다. 모두 강하리가 정양철의 딸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가 그를 의심하기나 할까.주해찬이 엿들었던 통화가 그의 계획을 망친 거다.입을 막으려 했지만 급하게 준비한 탓에 빈틈을 보였다.구승훈의 얼굴이 점점 차가워지더니 잠시 후 다시 말을 꺼냈다.“정양철이 도망치지 못하게 감시해.”구승훈이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병동 문 앞에 심준호가 전화기를 들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가 오는 것을 본 심준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우리 쪽 사람들이 갔을 땐 이미 늦었어. 그래도 공항과 역 주변을 막았어. 대체 어떻게 된 거야?”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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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하리 씨, 이 팔찌 하리 씨 거예요? 어머님이 주신 거죠?”강하리는 멍한 표정으로 눈앞의 팔찌를 바라보다가 심준호를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엄마가 남기고 간 거예요. 심 변호사님... 이 팔찌, 그리고 우리 엄마를 아세요?”심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아요.”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에는 아픔이 가득했다.“그냥 아는 게 아니라 아주 잘.”그렇게 말하며 그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안에 있던 심미현의 사진을 꺼냈다.강하리는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움찔하며 살짝 위로 올렸다.“심 변호사님, 우리 엄마 사진은 어떻게 구하셨어요? 두 사람...”심준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내 짐작이 맞다면 하리 씨 어머니가 제 누나예요. 하리 씨, 제가 외삼촌이에요.”강하리는 멍하니 심준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외삼촌?”그녀가 눈물을 툭 떨구었다.“심 변호사님이 정말 제 삼촌이에요?”“아마도요. 친자 검사했으니까 곧 결과가 나올 거예요.”그의 말에 강하리는 입을 다물었다.심준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심준호 씨, 신청하신 친자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심준호는 다가와 검사 결과를 받아 들고 심호흡을 한 후 열어보았다.혈연관계가 존재한다는 글이 눈에 들어오자 순식간에 눈가가 시큰거렸다.정말이다, 정말...강하리도 그 글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한 방울, 한 방울이 사람의 마음을 때려 옆에서 지켜보는 구승훈도 마음이 아팠다.심준호는 휴지를 꺼내 조금씩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울지 마, 울지 마. 하리야, 울지 마.”하지만 강하리는 갑자기 그를 껴안고 더 세게 울었다.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흐느끼는 소리가 병동 전체에 울려 퍼졌다.“삼촌, 엄마가 그렇게 되고 너무 무서웠어요...”심준호는 순간 오장육부를 도려내는 듯한 고통에 사로잡혔다.진작 그들을 찾았어야 했다.조금 더 빨리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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