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91화

작가: 재인
심씨 가문 사람들은 연성에 오래 머물지 않았고 백아영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심문석은 이날 강하리의 정체를 대중에게 알릴 예정이었다.

구승훈이 묘지에 연락해서 심미현의 무덤을 B시로 이장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이장하는 날 진태형이 올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최근 해외 손님을 맞이하느라 B시에 있을 때도 심씨 가문에 강하리를 보러 갈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 하필 이럴 때 그가 나타났다.

남자는 검은 우산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

강하리는 진태형을 보고 문득 괴로워졌다.

심미현과 진태형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듣고 심미현이 실종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누가 봐도 부러운 한 쌍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하리는 부드럽게 숨을 내쉬며 그를 불렀다.

“진 장관님.”

진태형은 복잡한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시연이 이미 이틀 전에 강하리와 정양철의 친자 확인 검사 결과 강하리가 정양철의 딸로 판명됐다고 말했지만 그는 여전히 기대를 품고 있었다.

혹시 심미현과 그의 딸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아영이 진태형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왔어요?”

진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사람... 보러 왔어요.”

백아영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면 기뻐할 거예요.”

진태형은 몸을 웅크리고 손을 뻗어 비석을 어루만졌다. 그의 눈에는 평소의 평온함은 온데간데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만이 남아있었다.

“참 매정해. 나만 이렇게 두고 갔네. 약속했잖아, 분명 흰머리 될 때까지 함께하자고 했잖아.”

진태형은 말하며 어깨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자리에 있던 누구도 말이 없었고 강하리는 시선을 돌리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구승훈이 그녀를 품에 안는 순간 결국 울음을 참지 못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큰 한이 뭐냐고 한다면 당연히 생과 사의 이별이었다.

구승훈은 그녀를 살며시 토닥였다.

“울지 마. 우린 더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92화

    진시연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나한테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우리 아빠랑 미현 이모 사이에 대해 다 알고 있어요. 하리 씨가 아빠 딸은 아니지만 아빠는 분명 하리 씨를 친딸처럼 대할 거고 그러면 앞으로 우린 자매인 거죠.”멈칫한 강하리는 유골함을 들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사실 그녀는 자신이 진태형의 딸이 아닐지 늘 의심하고 있었다.하지만 심준호가 아직 확인 중이라고 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결과가 밝혀지면 아빠를 찾아갈 생각뿐이었다.그런데 진태형의 딸이 아니라니, 그러면 친아빠는 누구일까?강하리는 다소 무거운 숨을 뱉으며 진시연을 빤히 바라봤고 뒤에 있던 백아영도 얼굴을 찡그렸다.강하리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사실 심준호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심준호가 선뜻 말하지 않았는데 진시연이 갑자기 이런 식으로 언급할 줄이야.“시연아, 그게 무슨 말이야? 하리가 태형 씨 딸이 아니라니?”진시연은 그때야 문득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낯빛이 창백해졌다.“몰랐어요? 죄송해요, 제가 괜한 소리를 했네요.”심준호는 살짝 가라앉은 눈빛으로 진시연을 바라보았다.“입 다물어.”그가 깊은 목소리로 말하자 진시연이 잘못한 듯 말했다.“죄송해요, 삼촌. 제가 말실수를 했어요.”심준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강하리를 감쌌다.“가자, 돌아가서 얘기해줄게.” 강하리는 침묵하며 심준호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 참지 못하고 물었다.“삼촌은 우리 아빠가 누구인지 알죠?”심준호는 얼굴을 찡그렸다.하지만 강하리 아버지에 대한 문제는 구승훈 외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친자 확인 검사가 조작됐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다가 결국 누가 꼬리를 드러내는지 지켜보고 싶기도 했다.그런데 진시연일 줄이야.심준호는 뒤로 물러나 구승훈을 힐끗 쳐다봤고 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심준호는 시선을 거두며 강하리를 두 팔로 감쌌다.“아직 확인하고 있어. 아빠가 누구인지 그렇게 궁금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93화

    구승훈의 질문에 진시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구승훈 씨, 오해에요.”그녀는 다소 억울한 듯 말했다.“그런 생각한 적 없어요. 강하리 씨가 정말 아빠 딸이라면 전 더할 나위 없이 기쁘죠. 아빠가 미현 이모를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고 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텐데 어떻게 강하리 씨가 아빠 딸이 아니기를 바라겠어요?”진시연을 바라보는 구승훈의 검은 눈동자엔 온통 칠흑 같은 차가움뿐이었고 진시연은 그의 시선에 더욱 억울해져 눈시울을 붉히며 진태형을 돌아보았다.“아빠, 정말 아니야.”진태형은 이쪽으로 걸어오며 진시연을 향해 얼굴을 찡그렸다.“그럼 승훈이 질문에 대답만 해.”진시연은 멈칫하더니 다소 쓴웃음을 지었다. “아빠, 아빠도 날 의심하는 거야?” 진태형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시연아, 당당하면 겁낼 게 없어. 네가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아무도 널 의심 안 해.”진시연은 여전히 억울했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유전자 담당 동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양철 사건이 워낙 크게 터져서 사람들이 호기심에 수군거리는 건 당연하죠. 강하리 씨가 아빠 딸인 줄 알고 계속 주시했을 뿐이에요.”일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구승훈과 심준호의 눈빛은 어둡기만 했다.반면 강하리는 정양철의 이름을 언급하자 속이 더 답답해졌다.그녀는 심호흡하며 말했다.“이만 가죠.”그녀가 돌아서서 차 쪽으로 향했는데 진태형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강하리 씨.”강하리의 걸음이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진태형과 두 눈을 마주했다.“네, 진 장관님.”진태형은 가슴 아픈 눈빛으로 그녀 앞에 서서 말했다.“B시로 돌아가면 나랑 친자 확인 검사 해봐요.”그의 말이 나오는 순간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굳어버렸다.그동안 진태형과 강하리의 친자 확인 검사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혹시나 결과가 아니라고 나오면 두 사람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 걱정돼서였다.그런데 진시연이 그렇게 말했는데도 진태형이 원할 줄이야.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움찔했다.“진 장관님, 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94화

    구승훈이 심준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저 여자 짓일까?”심준호는 말없이 진태형의 차를 바라봤다.진시연은 진태형 친구의 딸이다. 진태형이 신세를 졌던 친구인데 심준호의 누나가 사라진 후 진태형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나중에 그 친구가 사고를 당했을 때 진시연을 데려왔고 아이가 곁에 있으니 마침내 생기를 되찾았다.진태형은 그동안 진시연을 친딸처럼 대했다.그리고 진태형 때문에 심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진시연을 가족처럼 대했다.그래서 심준호는 진시연이 그런 짓을 했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제...“알아볼게.”구승훈은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도 심씨 가문과 진씨 가문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강하리가 있는 한 심씨 가문에서 절대 억울한 일을 만들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그는 심씨 가문 사람들을 공항에 내려준 뒤 곧장 강하리 곁으로 걸어갔다.“아까 고마웠어.”강하리가 속삭이자 구승훈이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고맙다는 인사는 조금 더 실질적인 걸로 받고 싶은데.”강하리는 지금 농담할 기분이 아니어서 그를 노려보았다.구승훈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문질렀다.“이런 일 마음에 담아두지 마. 누가 친아빠면 어때?”말하며 그의 눈동자가 다소 무겁게 가라앉았다.“넌 그냥 너야.”말을 마치고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눈동자에 조금 전 어두운 기색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내 마음속에 넌 그냥 너고 다른 사람이랑 아무 상관 없어.”강하리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피했다.“고마워.”구승훈은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하지만 강하리는 그의 말에 설명할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그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무슨 상관이겠나.어차피 30년 가까이 그녀의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고 과거 송동혁과 강찬수까지 겪었는데 정양철 하나 더 있다고 해서 상관이 없었다.그녀는 심호흡했다.“난 괜찮아.”전에는 속이 답답했는데 이젠 정말 괜찮았다.구승훈이 웃으며 그녀의 턱을 잡았다.“그럼 웃어봐.”강하리는 그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95화

    강하리의 걸음이 멈칫하며 숨이 가빠오고 몸마저 경직되었지만 잠시 후 꿋꿋이 앞으로 걸어갔다.구승훈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가 얕게 올라갔다.매정한 여자 같으니라고.다른 사람에게도, 그에게도 똑같이 매정한 사람이었다.구승훈은 심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B시로 가지 않았다.아직 이곳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심씨 가문 일행은 B시로 돌아온 뒤 심미현을 심씨 가문 조상들이 묻힌 곳에 잘 묻어주었다.진태형과 진시연도 왔다.의식이 끝난 후 진태형은 강하리를 데리고 친자 확인 검사를 받기로 했지만 부서에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떴다.“나중에 전화할게요.” 진태형이 강하리를 바라보자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진태형이 떠난 뒤에야 강하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진태형의 단호함 때문이었을까, 그녀도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백아영이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아버지가 누구든 네가 이 백아영의 손녀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애교 섞인 몸짓으로 백아영을 끌어안았다.“당연하죠, 할머니는 저를 버릴 수 없죠.”백아영은 웃음이 났고 진시연은 복잡한 표정으로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다가왔다.“강하리 씨.”강하리는 뒤돌아 진시연의 시선을 마주하고는 얼굴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네, 진시연 씨.”진시연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강하리 씨, 미안해요.”강하리가 웃었다.“괜찮아요.”하지만 진시연은 여전히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그래도 나 때문에 속상하게 했잖아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강하리 씨. 그리고 뭐가 됐든 내가 했던 말은 진심이에요.”진시연이 진심을 담아 말해도 강하리는 그저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웃었다.“고마워요.”진시연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강하리가 백아영을 돌아보며 말했다.“할머니, 저 연정이 보러 갈게요.”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유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96화

    눈앞에 있는 드레스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강하리는 휴대폰을 들고 구승훈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구승훈이 부드러운 웃음을 터뜨렸다.“나 보고 싶었어?”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드레스 보냈어?”구승훈이 웃었다.“마음에 들어?”강하리는 전화기를 들고 부드럽게 한숨을 내쉬었다.“구승훈, 나...”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강하리는 잠시 멈칫했고 입가에 맴돌던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구승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응?”강하리는 순간 조금 짜증이 났다.“아니야.”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지만 끊고 나서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구승훈 개자식!’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녀의 일상에 사사건건 관여할 수 있는 건지.어제는 밥 먹기 전에 구승훈이 보낸 음식을 받았고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구승훈이 사람을 시켜 아침 식사를 보내왔다.심지어 연정이에게 필요한 것들, 먹는 것과 입는 것 하나하나 빠짐없이 챙겨주었다.누가 보면... 그가 매일 매 순간 그들 모녀를 떠올리는 줄 알겠다.강하리는 심호흡하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문밖에서 도우미가 그녀를 재촉하자 강하리는 대답하고 드레스룸으로 향했다.그녀는 드레스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결국 집어 들었다.찬란한 불빛, 화려한 조명이 번뜩였다.백아영은 생일 파티를 크게 주최할 생각이 없었지만 강하리 때문에 심씨 가문은 B시의 유명 인사들을 모두 초대했다.심씨 가문의 손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은 거의 하룻밤 사이에 B시 상류층에 쫙 퍼졌다.강하리는 백아영에게 이끌려 한명 한명 인사하느라 바빴는데 누가 봐도 애지중지하는 모습이었다.다들 입을 모아 축하하기 바빴다.백아영과 함께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던 강하리의 시선이 이따금 홀을 두리번거렸다.백아영은 다른데 정신이 팔린 강하리를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찾는 사람이라도 있어?”강하리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누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97화

    석미란은 고개를 돌려 서리를 머금은 듯한 구승훈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했다.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상대는 그녀를 어른으로서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석미란은 더더욱 악에 받쳐 이를 갈았다.조금 전 휴대폰으로 받은 사진은 구승훈이 공항에서 강하리와 키스하는 장면이었다.아들은 아직 중환자실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데 이 망할 남녀는 남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주해찬이 깨어날 때까지 연애하지 않겠다더니, 꼭 자신을 우습게 보는 것 같아 석미란은 차갑게 웃었다.“내가 함부로 행동하는 거야? 너희들이 사람 우습게 보고 괴롭히는 건 아니고?”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손 들고 때리려던 사람치고 당당하시네요?”석미란은 그를 노려봤다.“때릴 만하니까 때리는 거지!”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사람들한테 말해볼까? 심씨 가문과 구씨 가문이 우리 주씨 가문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정말 우리 주씨 가문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는 거야?”아무리 구씨 가문이나 심씨 가문보다 못하다고 해도 주씨 가문에는 아직 어르신 주호준이 있었고 심문석도 그를 만날 땐 예의를 갖춰야 했다.다만 주호준은 오랫동안 은둔 생활을 하며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아들은 강하리 때문에 저 지경이 됐는데 망할 강하리는 뻔뻔하게 다른 남자를 만나다니.전부 다 석연란 때문이다. 애초에 강하리와 주해찬이 결혼하게 밀어붙여야 했는데!두 사람의 다툼은 진작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석미란이 이렇게 말을 하자 사람들이 이쪽으로 모여들기까지 했다.게다가 심씨 가문에 막 돌아온 오늘의 주인공과도 관련이 있으니 사람들은 더더욱 흥미가 당겼다.심씨 가문 사람들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가 이쪽에서 소란이 들리자 그제야 가까이 다가왔다.“무슨 일이지?”심준호가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인상을 찌푸린 채 석미란을 슬쩍 보니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뒤덮여 있었다.“무슨 일이냐고? 다 네 잘난 조카가 한 짓 때문이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98화

    “여사님,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않으시면 더 할 얘기가 없네요.”석미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심준호가 단호하게 끼어들었다.이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강하리에게 이런 식으로 욕설을 퍼붓게 놔둘 수는 없었다.멈칫하던 석미란이 다시는 나쁜 년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내가 바보인 줄 알아? 이렇게까지 하면서 안 만난다고?”심준호의 올곧은 시선이 구승훈에게 향했다.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구승훈이니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그가 나서야 했다.강하리가 입술을 굳게 다물다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구승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제가 강제로 키스했어요.”말문이 막힌 석미란이 구승훈을 노려보았다.“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하지만 구승훈은 차가운 웃음만 내뱉었다.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난 차라리 다들 하리가 내 여자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네요.”석미란은 화를 내며 그를 노려보았지만 이대로 멈출 생각은 없었다.아들과 이어져야 할 여자가 지금 다른 남자와 얽히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하리를 바라보았다.“다시는 구승훈과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해!”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그렇게는 못 한다.뭐라고 해도 구승훈은 연정이 아빠고 연정이를 위해서라도 구승훈을 만나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피식 웃는 구승훈의 미소엔 조롱이 가득 담겼다.“왜요, 또 감정적으로 몰아붙이시려고요? 아니면 은인이라는 이유로 협박하시려고요?”석미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감정적으로 몰아붙이다니? 애초에...”“하리가 주해찬과 만날 때 둘을 어떻게 갈라놨는지 벌써 잊으셨어요? 당신들 입으로 하리는 주해찬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이제 하리가 심씨 가문 사람이라고 하니까 서둘러 결혼시키고 싶으세요? 교통사고도 주해찬이 쓸데없는 말을 들어서 생긴 거고 하리를 지킨 것도 본인 선택인데 왜 하리에게 주해찬 목숨의 대가를 치르라고 하세요? 주씨 가문에선 늘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나요?”구승훈은 입가에 의미심장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99화

    구승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한참 후 쓴웃음을 지었다.주호준은 강하리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요.”강하리도 나지막이 답했다.“제가 죄송하죠.”더 단호하게 거절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주호준은 한숨을 쉬었다. 애초에 주씨 가문에서 막지 않았다면 지금쯤 강하리는 주씨 가문의 며느리가 됐을지도 모른다.결국 잘못을 저지른 건 그들 주씨 가문이었다.주호준은 다소 미안한 표정으로 심문석을 바라봤지만 심문석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아이의 고집만 아니었다면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하지만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으면 강하리가 평생 마음 편히 살기 힘들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됐어, 이만 가서 쉬어.”그는 다가가 강하리를 토닥였다.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돌아 위층으로 올라갔다.구승훈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피식 쓴웃음이 나왔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조금씩 호전될 기미를 보이던 관계가 오늘 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주해찬 때문에.허...할 수만 있다면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사람이 차라리 자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소란이 끝나고 파티는 계속되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수군거렸다.강하리도 파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녀만 당당하면 다른 사람의 시선은 상관없었다.와인 한 잔을 들고 3층 테라스로 나갔다.아래층의 웃음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더 이상 그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테라스 문이 열리고 구승훈이 자리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그저 문 앞에 서서 고개를 숙여 담배에 불을 붙였다.연기가 피어오르자 남자의 복잡하고 씁쓸한 눈빛이 연기 속으로 감춰졌다.강하리는 그가 바로 뒤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다소 쓸쓸한 밤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살짝 몸이 떨렸다.강하리는 잔에 든 와인을 다 마시고 뒤

최신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4화

    두 사람 관계에 있어서 누가 봐도 을인 모습이었다.사무실에 있던 몇몇 기자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에비뉴와 정안그룹이 강하리 명의로 되어 있다고?그렇다면 강하리 혼자서도 B시 재벌과 맞먹는 것 아닌가.여러 기자가 모두 멍한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봤다.구씨 가문의 권력자 구승훈이 자신은 아내 덕분에 먹고 사는 놈이라고 말하다니, 그것도 제법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그러면 강 대표님이 구 대표님과 송유라 씨 사이에 개입했다는 건...”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제가 우리 강 대표님과 언제 만났는지 아세요?”기자는 고개를 저었고 구승훈은 오른손 손가락으로 왼쪽 약지에 낀 반지를 살며시 돌리면서 시선을 내리깔고 웃었다.“아홉살 때 만났어요. 그 여자가... 제 삶의 유일한 구원이었죠.”구승훈은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자기야, 미안해. 오랜 세월 많이 힘들었지? 오늘 여기서 맹세할게. 나 구승훈은 평생 강하리의 것이란 걸.”강하리는 화면 속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코끝이 시큰거렸다.개자식, 인터뷰만 할 것이지 왜 저런 말을 해서는.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구승훈의 말에 그녀의 마음속에 작게나마 남아있던 불편함이 말끔히 사라졌다는 걸.인터넷에 그 많은 루머들이 떠돌아다녀도 언제나 그녀를 감싸줄 사람이 있었다.구승훈의 인터뷰는 곧 화제성을 끌어모았고 강하리를 욕하던 사람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댓글 창에는 축복의 글이 가득했다.강하리는 휴대폰에 달린 축복의 댓글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구승훈의 목소리에는 미소가 묻어났다.“강 대표님, 나 보고 싶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오늘 밤 일찍 돌아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맛있는 음식만 있어?” 강하리는 멈칫했다.“또 뭘 원해?”“다리. 자기야, 한번 해보자.”강하리는 이를 갈며 그냥 전화를 끊었고 구승훈은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3화

    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정양철은 죽었지만 애초에 그가 강하리 어머니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이대로 알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시점에 정양철과 관련된 또 다른 단서가 나올 줄이야.“확실해요?”“물론이죠.”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심준호에게 연락했고 그와 대화를 마친 뒤 밖을 향해 말했다.“시작하지.”잠시 후 비서가 기자 10여 명을 데리고 구승훈의 사무실로 들어왔다.나문빈이 홈페이지를 정상으로 되돌리자 강하리를 욕하던 사람들은 모두 SNS로 옮겨갔고 과거 여러 번 검색어에 오르며 욕을 먹었던 흑역사도 전부 밝혀졌다.SNS에서 누군가가 돈으로 사주했는지 갈수록 심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안예서는 점점 더 고조되는 SNS의 화제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약서를 하나하나 처리하는 강하리를 보며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대표님, 이걸 제대로 밝힐 방법을 찾아야겠어요.”강하리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그럴 필요 없어. 욕하다 지치면 자연스레 그만두겠지.”안예서가 다소 우울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설득하려는 그녀는 이미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안진 그룹 총괄팀장과 약속 잡아줘.”안예서는 다소 무력한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 사무실을 나섰다.그녀가 사무실을 나간 뒤에야 강하리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고 손가락이 SNS 아이콘 위에서 잠시 멈칫하다 클릭했다.하지만 들어가서 보니 그녀를 욕하는 내용은 사라지고 안예서가 말했던 것들도 전부 보이지 않았다.대신 라이브 방송 하나가 떠서 클릭해 본 강하리는 깜짝 놀랐다.구승훈이었다.뒤에 비치는 장소는 그의 사무실 같았다.남자는 검은 셔츠를 입은 채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손가락엔 어느새 반지를 끼고 있었다.자세히 보면 그녀가 끼고 있는 반지와 같은 모델이지만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크지 않을 뿐이었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에 낀 반지로 시선을 옮겼고 그 시각 왠지 모르게 인터넷에서 자신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다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졌다.무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2화

    구승훈은 휴대폰 메시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밤에 보상해 줄래?]손연지가 왔다며 허튼수작 부리지 말라고 답장하려던 찰나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고 안예서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큰일 났어요.”강하리는 잠시 멈칫했다.“뭔데, 천천히 얘기해 봐.”“오늘 아침 일찍 우리 회사 홍보 사이트가 해킹됐는데 사이트에 온통 대표님이 스폰 받았다는 이상한 댓글이 가득해요.”안예서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고 강하리는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알겠어.”전화를 끊고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니 그녀의 눈에 온통 적나라한 욕설들이 가득 들어왔다.스폰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몸을 대주고 높은 자리로 올라갔다는 말도 있었다.심지어 구승훈과 송유라 관계를 그녀가 망쳤다는 사람도 있었다.송유라가 세상을 떠난 지 거의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의 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지금 JM의 사이트에도 그들이 가득했다.[내연녀는 내연녀지. 뭐라 해도 해명하지 못해.][그냥 내연녀도 아니고 몸 팔아서 JM 파트너 자리를 꿰찼는데 역겹지도 않아?][JM은 유엔 산하의 번역 회사인데 저런 사람이 대표야?][허, 어떻게 그 자리로 올라갔는지 누가 알겠어. 또 유엔에 어느 높으신 분을 모셨겠지.]강하리는 댓글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휴대폰을 쥐고 있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해버렸다.심호흡하고 안으로 들어가 손연지에게 설명한 뒤 회사로 차를 몰고 가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다.차 안에서 핸들을 잡은 강하리는 문득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이번에도 누가 자신을 노린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어제의 사건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나머지는 진태형의 해명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보아하니 상대는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강하리는 회사에 도착하자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곧장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안예서가 반갑게 맞이했다.“대표님, 괜찮으세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1화

    강하리는 차 안에서 잠든 손연지를 바라보다가 노민우의 전화를 받았고 노민우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안함이 묻어났다.“강하리 씨, 손연지한테 연락이 왔어요?”“나랑 같이 있는데 무슨 일 있어요?”노민우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은 나랑 얘기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같이 있어 줘요.”강하리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냈다.“노민우 씨, 연지는 잘 우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공항에 데리러 갔을 때 밤새 운 것 같았어요. 그쪽이 무슨 사정이 있든 연지를 이렇게 울렸으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거예요.”노민우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으면 연성으로 찾아갈 기세로 강하리는 유난히 단호하게 말했다.노민우는 다소 억울했지만 그래도 순순히 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손연지한테 다 설명할게요.”강하리는 손연지를 데리고 그녀와 구승훈의 저택으로 향했고 비몽사몽 눈을 뜬 손연지는 눈앞에 가득 찬 리시안셔스와 정원 뒤편에 있는 성처럼 생긴 저택 건물을 보았다.“세상에, 하리야. 여기가 너 사는 곳이야?”강하리는 그녀의 모습에 비로소 살짝 안도했다.“그런 셈이지.”손연지는 차 문을 열고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위층과 아래층을 몇 번이나 돌아보더니 갑자기 나와서 강하리를 껴안았다.“자기, 날 먹여 살려줘. 마침 나도 일자리 잃었는데.”강하리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옅어졌다.“일자리를 잃었다니 무슨 말이야?”손연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들떴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우울한 한숨을 내쉬었다. “직업도 없고 일자리도 잃었어. 부모님도 나 때문에 창피당했고.”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렸고 손연지가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었기에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었다.“괜찮아, 내가 복수해 줄게.”손연지는 코끝이 시큰거렸다.“하리야, 역시 너밖에 없어. 개자식들은 하나같이 나쁜 놈들이야!”강하리는 손연지를 껴안고 위로하듯 속삭였다.더 이상 구체적인 질문은 하지 않은 채 객실로 데려가 샤워할 수 있도록 욕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0화

    구승훈은 잠든 강하리의 얼굴을 보며 참지 못하고 다가가 입술에 뽀뽀했다.“자기야, 미안해.”강하리의 속눈썹이 두 번 파르르 떨리더니 굳게 감고 있던 그녀의 눈가가 시큰거렸다.구승훈은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하리를 껴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 줄이야.겨우 반쯤 잠이 들었을 때 문득 강하리의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구승훈, 나도 당신을 지켜주고 싶어.”구승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그대로 꿈속으로 빠져들어 갔다.다음 날 아침, 강하리가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손연지였다.슬쩍 확인한 강하리가 서둘러 전화기를 집어 들자 저쪽에서 손연지의 코 막힌 소리가 들려왔다.“하리야, 이틀만 거기로 놀러 가도 돼?”강하리는 당황했다.“당연하지. 언제 오는데? 내가 데리러 갈게.”“나 지금 B시에 있어.”강하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구승훈은 끙 앓는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자기야, 방금 남은 인생의 행복을 자기 손으로 망칠 뻔한 거 알아?”강하리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구승훈, 괜찮아?”구승훈이 그녀의 턱을 잡고 입술을 깨물었다.“안 괜찮아. 강 대표님이 호 불어줘.”농담하는 걸 보니 괜찮나 보다.“그러게 누가 함부로 뻗으래.”구승훈은 웃으며 그녀의 귀로 다가갔다.“오늘 밤 다리로 해볼까?”강하리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좀 진지하게 굴 수는 없어?”구승훈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망가졌는지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어?”강하리는 손연지 때문에 그와 더 실랑이를 벌이기 싫어 침대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향했다.“손연지, 너 지금 어디 있어?”“아침부터 내 앞에서 애정행각 벌이는 건 좀 아니지 않니?”농담이었지만 손연지의 기분은 여전히 좋지 않았기에 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손연지가 강하리에게 위치를 보냈고 강하리는 서둘러 샤워를 마친 뒤 문을 나섰다.구승훈이 그녀와 동행하려는데 구승재가 갑자기 회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9화

    구승훈의 목울대가 몇 번이나 꿈틀거리다가 겨우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강하리의 손가락을 잡은 채 다소 씁쓸하게 웃었다.“온실 속 화초가 아니야.”소중한 보물이다.이미 자신 때문에 너무 많은 고생을 한 그녀였기에 더는 그녀가 걱정하지 않기를 바랐고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도 더더욱 원치 않았다.그저 그녀가 밝게만 지내길 바랐다. 여초연도, 구동근도, 자신의 몸도 더는 그녀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순 없었다.“자기야, 날 믿는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줘. 잠깐만 기다리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전부 다 솔직하게 말할게. 알았지?”조금만 더 시간을 줘서 정상으로 돌아가거나 완전히 포기하게 됐을 때 모든 걸 이 여자에게 말할 거라고 다짐했다.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었다.“알았어.”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걸어갔고 구승훈은 다소 우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강하리가 여전히 속상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구승훈은 안도하는 동시에 마음이 점점 더 씁쓸해졌다.여초연이 대체 얼마나 자신을 미워하는지 모르겠다.어쩌면 그녀의 말처럼 자신이 여초연의 인생을 망쳤으니 본인도 똑같게 망가뜨리겠다고 생각하는 걸지도.하지만 구승훈은 애초에 원하지도 않았고 이대로 그녀의 손에 망가질 생각도 없었다.그녀가 그를 낳은 이상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다.시선을 내린 구승훈이 노민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치료하는 데 협조할게.]노민준은 곧장 전화를 걸었고 구승훈이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받으니 그의 무기력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잘 생각했어. 희망이 없는 건 아니야.”구승훈은 무심하게 대꾸했고 노민준은 약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웬일로 구승훈이 가만히 듣고만 있으니 전화를 끊기 전 노민준이 갑자기 물었다.“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야?”구승훈은 방에서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입꼬리가 무의식적으로 올라갔다.“힘들게 얻은 지금의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겠지.”전화를 끊고 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8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 남아 있어도 기꺼이 노력해 보고 싶었다.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강하리의 말에 심문석은 한심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저도 모르게 얼굴엔 웃음이 번졌고 벌써 결혼식 장소까지 고심하고 있었다.“너희 둘이 또 아이를 낳으면 그땐 할아버지가 키우마.”강하리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대꾸하며 넘어갔다.식사를 마치고 떠나려는 구승훈을 보며 강하리가 물었다.“여기 안 있을 거야?”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나 보내기 싫어?”입술을 달싹이며 빤히 상대를 바라보던 강하리는 그의 눈빛에서 그동안 줄곧 그가 회피하던 답을 찾으려는 듯했다.비록 구승훈은 회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빠서 그런 거라고 했지만 강하리는 이 남자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바빠도 이렇게까지 욕구를 참는 사람이 아니었고 관계를 갖지 않아도 늘 그녀를 탐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요 며칠 그녀가 약에 취했을 때를 제외하고 말만 능글맞게 할 뿐이었다.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나랑 연정이가 같이 가도 돼?”멈칫한 구승훈이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더 원하는 거야?”강하리가 웃었다.“응.”구승훈의 미소가 잠시 굳어졌고 그가 거절하기도 전에 강하리의 말이 다시 들렸다.“방금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좀 무서워. 구승훈, 여기 남던지 내가 따라갈게.”강하리가 말을 마치며 허리를 감싸자 구승훈의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이걸 어떻게 거절하나.구승훈은 결국 남기로 했고 그가 이곳에 머물자 백아영은 연정이를 자신의 방으로 곧장 데리고 갔다.구승훈이 나가서 노민준에게 연락하고 돌아왔을 때 강하리는 이미 샤워를 끝낸 뒤였다.얇은 잠옷만 입고 있는 몸에는 구승훈이 새긴 흔적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었다.구승훈은 문 앞에 서서 가슴에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몸이 견딜 수 있겠어?”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화장대 거울로 가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7화

    구승훈은 걸음을 멈칫하며 뒤돌아 밖을 내다보았다.밖에서는 여전히 이정숙이 진시연의 눈물을 닦아주며 화가 잔뜩 난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승훈은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그는 고개를 숙여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가상의 번호로 전송된 사진은 다름 아닌 강하리와 주해찬이 방에서 포옹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었다.사진 한 장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구승훈은 콧방귀를 뀌며 전화를 걸었다.“나문빈 씨, 가상 번호 위치 좀 확인해 줘요.”나문빈은 혀를 찼다.“둘이 날 노예처럼 부려 먹기로 작정한 겁니까?”얼마 전 임명우와의 계약 때문에 화가 난 강하리는 그를 남미로 발령 보내 시장 개척에 앞장서도록 했고 며칠 동안 그는 바빠서 피를 토할 지경인데 이젠 구승훈까지 못살게 굴고 있었다.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내 아내를 화나게 했습니까?”나문빈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임명우가 특별히 강하리와 만나야한다는 조건을 걸었으니 분명 딴마음이 있다는 건데 이걸 구승훈이 알게 되면 그에게 어떤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른다.“흠, 그 번호 보내요. 이런 작은 일은 구 대표님께서 직접 연락할 필요 없이 앞으로 비서 통해서 연락해 주시면 됩니다.”그렇게 말한 뒤 나문빈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고 구승훈은 나문빈과의 통화를 마친 뒤 고개를 들어 진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마침 고개를 돌린 진시연의 두 눈엔 억울함이 가득 차 있었고 구승훈의 눈빛은 점점 더 싸늘해졌다.진시연이 시선을 거두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얼굴에 남아있던 서글픈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누구나 소유욕이 있다.특히 구승훈 같은 남자는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껴안고 있는 걸 용납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지금은 드러내지 않더라도 이 일은 그의 마음속 가시로 박히게 될 것이고 진시연은 이 가시가 뿌리를 내리고 썩기만을 기다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진씨 가문 생일 잔치에서 벌어진 소동은 B시 전역에 퍼졌다.심씨 가문 사람들도 자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76화

    “여사님, 못 때린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아니면 지금쯤 구급차 부르셔야 했을 거예요. 제 주먹 맛보고 싶지는 않으시겠죠?”이정숙은 너무 화가 나서 눈이 뒤집혔다.“구승훈, 언제부터 네가 우리 진씨 가문 일에 참견했어?”구승훈은 혀를 차며 강하리의 손을 잡아당겨 이정숙 앞에 내밀었다.“보셨죠? 결혼반지. 강하리는 이제부터 제 약혼녀입니다.”구승훈의 말에 이정숙이 당황했고 옆에 있던 진시연은 우는 것도 잊은 채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이정숙은 구승훈에게 말이 통하지 않자 다시 강하리를 돌아보았다.“강하리, 난 네 할머니야!”강하리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나한테 약이나 먹이는 할머니 따위 둔 적 없어요.”이정숙은 깜짝 놀라며 진시연을 흘끗 쳐다보았고 진시연이 달려와서 이정숙의 앞을 막았다.“하리 씨, 어떻게 할머니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어요?”강하리가 비웃었다.“진시연 씨 대신 죄도 뒤집어쓰는데 나는 말도 한 마디 못 하나요?”진시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하리 씨, 지금 나 의심하는 거예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피식 웃었다.“아빠도 날 의심하고 하리 씨도 날 의심하네요. 두 사람은 진짜 부녀 사이고 전 그저 사랑하고 돌봐줄 사람이 없는 고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요. 그냥 나를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고 싶은 거죠? 내가 나갈게요.”이정숙은 그 말에 서둘러 진시연을 껴안았다.“시연아, 그런 말 하지 마.”강하리는 눈꼴신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아 두 사람을 지나쳐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누구든 가만 안 둬요.”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진시연을 돌아보았다.“그리고 진시연 씨, 앞으로 내 남자한테서 떨어져요. 매번 남의 약혼자한테 들러붙는데 내연녀라도 되고 싶은 거예요?”진시연의 얼굴이 창백했다.“하리 씨, 아니에요. 난 그저 F대륙에서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낸 사람이라 구승훈 씨한테 고마울 뿐이에요. 하리 씨는 이 정도 일도 이해 못 해주는 건가요?”강하리가 피식 웃었다.“미안한데 난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