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711 - Bab 720

995 Bab

제711화

“그리고 노민우는 처음부터 단순히 엔조이 상대야. 내가 진지해지는 순간 그게 불행의 시작인 거지.”입술을 달싹이던 강하리가 피식 웃었다. 때론 이렇듯 이성적인 손연지가 부러웠다.“알았어, 그러면 이제부터 노민우 얘기는 하지 말자.”손연지 웃었다.“그게 맞지. 내 친구는 날 힘들게 하지 않아.”두 사람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손연지가 방으로 돌아갔고 샤워를 마친 강하리는 업무를 처리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어느새 넋이 나갔다.오늘 떠날 때 구승훈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걸 보아 분명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원래는 묻고 싶지 않았다.둘 사이에는 언제나 서로에게 조금의 공간을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특히 이렇듯 애매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문득 그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일이 있으면 그녀도 그와 함께 짊어지고 싶었다.강하리는 휴대폰에 뜨는 구승훈의 이름을 바라보았지만 한참을 고민하다 포기했다.그녀는 컴퓨터를 닫고 무의식적으로 수면제를 먹으려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움직임을 멈췄다.잠시 후, 그녀는 일어나서 밖에 있는 술장으로 다가가 와인 한 잔을 따른 뒤 창문에 기대어 느긋하게 마셨다.구승훈이 구씨 가문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다 되어 있었다.도우미는 구동근에게 숨이 겨우 붙어 있을 정도로 맞았지만 여전히 강하리만 언급했다.구승훈도 손을 썼지만 원하는 답은 얻지 못했다.검은색 마이바흐는 밤새 소리 없이 달렸고 구승훈은 정처 없이 운전하다가 결국 자신도 모르게 차를 몰고 강하리의 집 밑으로 와버렸다.멀리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그는 차 옆에 서서 고개를 숙여 담배에 불을 붙이고 가볍게 한 모금 들이마신 후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숨을 뱉었다.한입 가득 연기를 내뿜으면서 고개를 드는 순간 4층 발코니에서 작은 불빛 아래 드리워진 실루엣을 발견했다.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고 천천히 와인을 홀짝이며 하늘의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었다.구승훈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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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남자의 말을 들은 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칫했다.그녀의 마음속 어딘가 요란하게 흐트러지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날 재워주려고 온 거 맞아?”구승훈의 말에 담담한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그렇다면 내려올래?”강하리는 전화기를 꽉 움켜쥐고 대답하지 않다가 잠시 후 침실로 들어가 패딩을 뒤집어쓰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달빛 아래 남자는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서 있었고 그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묻어났다.강하리의 입꼬리가 움찔하며 고요함을 깨뜨렸다.“이 시간에 여긴 왜 왔어?”구승훈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가며 성큼성큼 강하리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보고 싶어서 왔어. 또 잠이 안 와?”강하리가 입술을 다물고 웃었다.“아니, 이제 막 자려고.”구승훈이 나지막이 웃었다.“내가 재워줄게.”하지만 강하리는 그저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구승훈 씨, 무슨 일 있지?”멈칫한 구승훈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여자는 늘 똑똑하고 예리하다.하지만 이번 일은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 말하기 싫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으로 인해 그녀가 고통받게 할 수는 없었다.“아니, 별일 없으면 너 보러 오지도 못해?”강하리가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구승훈이 갑자기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들었다.“하리야, 달빛이 이렇게 예쁜데 진지한 얘기나 해야겠어?”그렇게 말한 뒤 그는 곧바로 강하리를 차 뒷좌석에 내려놓았다.“구승훈....”강하리가 겨우 이름만 부르는데 남자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패딩 안에는 얇은 잠옷만 입고 있었고 구승훈의 큰 손이 거침없이 파고들었다.굳은살이 박인 손가락이 허리를 문지르자 강하리는 순식간에 소름이 돋았다.구승훈의 낮은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잘 느끼네.”강하리가 힘껏 그의 허리를 꼬집었다.“허튼짓 하지 마.”“한밤중에, 그것도 예쁜 여자가 눈앞에 있는데 어떤 남자가 가만히 있어?”“당신...”구승훈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옷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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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구승훈은 강하리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맞춤하고는 나지막이 그녀를 달랬다.“하리야, 괜한 생각 말고 그냥 다 잘될 거라고 믿어.”강하리는 잠시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더니 미소를 지었다.“응.”믿을 수 없대도 어쩌겠나.하지만 이내 그녀는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구승훈 씨, 당신이 어떻게 연정이 사진을 갖고 있어?”구승훈의 눈빛이 번뜩였다.“구승재가 얘기하다가 보내준 거야. 네가 연정이 좋아하는 거 알고 너 기쁘게 해주려고 보냈지.”강하리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괜한 생각이겠지.“아파트로 가서 잘까? 이렇게 늦었는데 손연지 씨 방해하지 말고.”강하리가 그를 슬쩍 보자 구승훈이 웃었다.“걱정하지 마, 가서 아무 짓도 안 하고 그냥 너 재워주기만 할게. 내일 아침 일찍 연정이 선물 사러 가자.”연정이 얘기에 강하리는 끝내 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구승훈은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구승훈은 말하면 말한 대로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강하리를 안은 채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강하리가 잠에서 깨어나 침실 밖으로 나오니 구승훈이 부엌에서 죽을 끓이고 있었다.아침 햇살이 그의 몸에 쏟아지자 강하리는 문득 아늑함을 느꼈다.“뭐 하는 거야?”강하리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강 대표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팥죽이지.”강하리는 웃으며 부엌문으로 다가가 문틀에 고개를 옆으로 기댄 채 남자의 느긋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을 감상하고 있었다.“계속 보면 나 죽 못 끓여.”문득 구승훈의 잠긴 목소리가 들리며 그가 다가와 강하리를 안고 테이블에 올리자 강하리가 웃으며 밀어냈다.“하지 마. 연정이 선물 사러 가야 하잖아.”구승훈이 콧방귀를 뀌었다. “나보다 연정이가 더 중요해?”강하리는 여전히 두 눈에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몰랐어?”그녀는 구승훈을 밀어낸 뒤 밖으로 나갔고 구승훈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언젠가 강하리가 연정이가 자기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을 소홀히 대할 것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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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도우미의 말에 방 안에 있던 세 남자가 굳어버렸고 구승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연정이가 강하리를 닮은 건 사실이었다.막 태어났을 때는 주름이 자글자글했는데 이제 커서 얼굴이 뚜렷해지면서 이목구비가 어딜 보나 강하리와 닮아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일부러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쉽게 발견할 수는 없는 부분인데 도우미가 이를 입 밖에 꺼냈다.“예쁜 여자만 보면 연정이가 닮았다고 하네요. 얼마 전엔 연정이가 배우 누구더라, 심청아 닮았다고 했잖아요.”노진우의 말에 도우미가 웃었다.“우리 연정이가 예쁘니까 그러죠.”노진우는 무의식적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 씨, 신경 쓰지 마세요.”강하리는 입꼬리를 당기며 미소를 지었지만 시선은 연정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실제로 연정이가 자신을 닮았다는 것을 알 수는 없었지만 도우미가 닮았다고 말하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졌다.진작 지워버렸던 짐작들이 이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떠올라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개를 들어 옅은 미소를 머금은 구승훈의 얼굴을 보니 어색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그가 강하리에게 다가가 말했다.“괜한 생각 마.”하지만 강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시선을 내려 연정이를 바라보기만 했다.‘괜한 생각인 걸까?’왜 연정이에게 특별한 감정이 느껴지는 걸까, 왜 연정이만 보면 마음속에 행복과 슬픔이 동시에 느껴지는 걸까?강하리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문들에 대해 몇 번이고 생각했다.하지만 고개를 들어 구승훈의 시선을 마주할 때 그 의심들은 저만치 사라져갔다.구승훈은 연정이를 한 번도 안아준 적이 없었고 연정이를 대하는 그의 태도도 무심했다.연정이가 그들의 아이라면 구승훈이 적어도 어느 정도는 다정함을 보여야 맞는데 그러지 않았다.그는 연정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연정이가 우유를 먹고 잠이 들자 도우미 아주머니는 강하리의 품에서 연정이를 떼어내 방으로 돌려보냈다.구승훈은 강하리가 여전히 정신이 팔렸다는 것을 알았고 구승재가 계속해서 주의를 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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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구승훈은 강하리의 두 눈에 반짝이던 빛이 사그라드는 걸 발견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내가 실례했네.”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그의 품을 떠나 돌아서서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그 후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 이상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구승훈은 그녀의 눈빛에서 우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노진우의 집에서 돌아오는 내내 강하리는 넋이 나가 있었고 구승훈이 그녀의 손을 잡자 시종일관 차가운 손은 아무리 노력해도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았다.“하리야... 미안해.”강하리가 문득 입을 열었다.“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 당신이 달래준 건데 내가 미안하지.”구승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점점 더 죄책감을 느꼈다. “하리야, 우리 사이에 왜 그런 말을 해?”강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그녀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구승훈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오늘 밤에 아파트로 가. 널 그냥 두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난 괜찮아.” 강하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구승훈은 계속 그녀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강하리는 그와 더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다시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었다.구승훈은 조용히 시동을 걸고 차를 몰고 나갔다.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구승훈의 휴대폰이 울렸다.최하영의 전화였다.도우미 입에서 구동근의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약물의 출처를 조사해야 했다.구동근에게 탄 독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었고 구승훈은 어젯밤 집에서 나오자마자 최하영에게 전화를 걸어 독약의 출처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지금쯤 아마 결과가 나왔을 거다.“나 통화 좀 할게.”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리퍼를 갈아 신고 침실로 향했다.사실 조금 전 노진우 집에서 돌아올 때만 해도 연정이가 물었던 젖병을 몰래 갖고 와 친자 확인을 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결국 포기했다.괜히 빈틈을 노려 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강하리는 가쁜 숨을 내쉬며 가슴 속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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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구승훈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당연히 안다.그녀가 혼자서 아이의 복수를 하려던 순간부터 그는 알고 있었다.강하리는 절대 나약하지 않았고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하지만 아이 문제는 다른 일과 달랐다.아이 일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아이에 관해서라면 늘 감정적으로 굴었다.구승훈은 모험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 그녀 본인도 안전하지 않았다.지난 이틀 동안 구동근이 움직이지 않았어도 언제 공격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녀를 위험에 내버려둔 것도 이미 내키지 않는데 여기에 아이까지 끌어들일 수 없었다.구승훈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고개를 돌려 강하리와 두 눈을 마주했다.“알겠어, 하리야.”강하리는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그를 바라보았다.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누가 할아버지께 독을 탔는데 독을 탄 사람이 네가 지시했다고 했어.”멈칫한 강하리가 피식 웃었다.“당신 할아버지는 그걸 믿어? 내가 사람을 시켜 독살할 거였으면 그 사람은 벌써 몇 번이나 죽었어.”구승훈도 그녀의 말에 웃음이 났지만 이내 어두워진 눈빛으로 말했다.“할아버지가 믿든 안 믿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그걸 빌미로 무슨 짓을 하느냐는 거지. 그래서 애초에 너한테 끼어들지 말라고 한 거야. 하리야, 난 더 이상 나 때문에 네가 또 상처받는 건 원치 않아.”이번 일은 누가 지시했든 분명 그와 연관되어 있을 테고 이번에도 그가 강하리를 끌어들인 셈이었다.강하리는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쓴웃음을 내뱉었다.“구승훈 씨,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일이 있어.”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처럼, 아이에게 사고가 생겼을 때처럼.구승훈이 그녀의 말속에 담긴 의미를 단번에 알아채고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강하리는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덧붙였다.“때론 피하는 것보다 부딪치는 게 정답일 수도 있어.”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부터 이 여자가 이렇게 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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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왜?”구승재의 목소리가 무겁게 들렸다.“문연진이 임신했어.” 구승훈의 얼굴이 살짝 구겨지다가 곧 차가운 웃음을 내뱉었다.“임신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네.”문연진이 구정우와 몇 번이나 밤을 보냈는지는 모른다.하지만 하필 문씨 가문이 몰락하는 시기에 문연진이 임신할 줄이야.“어젯밤에 문원진이 깨어나자마자 할아버지한테 연락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할아버지가 문연진과 구정우 결혼에 동의했어. 그리고 문씨 가문 도와줄 생각인 것 같아.”구승훈의 얼굴에 냉기가 감돌았다.“그럼 남 걱정 못하게 본인 처지부터 곤란하게 해드려야겠네. 내가 전에 시켰던 일 진행해.”구승재는 미간을 찌푸리다가 한참 후 대답했다.“알겠어.”전화를 끊은 구승훈이 노진우에게 연락했고 노진우는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강하리 씨가 눈치챘나요?”“아니.”말을 마친 구승훈이 잠시 멈칫했다.“강하리 한동안 나랑 있으니까 당분간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승재한테 연락해.”노진우는 서둘러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대표님.”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방으로 돌아갔고 그가 눕자 강하리가 무의식적으로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구승훈의 두 눈에 미소가 담기며 강하리를 품에 꼭 껴안고 이마에 부드럽게 입 맞춘 뒤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그날 SH그룹은 갑작스럽게 큰 사건이 터졌다.15년 전 구씨 가문 소유의 건물이 부실 공사로 인해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하룻밤 사이에 갑작스럽게 무너졌고 당시 비를 피하기 위해 건물 안에 있던 민간인 근로자 여러 명이 건물 아래에 깔렸다.당시 구씨 가문 가주였던 구명진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보상금을 줄이기 위해 모든 책임을 민간 노동자들에게 전가했고 아래층에 매몰된 인부들은 최소한의 보상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건물 붕괴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게 되었다.구명진이 직접 덮었던 이 사건이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드러날 줄이야.마침 주식시장에서 큰 변동을 겪은 구씨 가문은 다시 한번 바람 앞의 등불이 되었다.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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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강하리가 얼굴을 찡그렸다.“무슨 일이야?”막 말을 꺼내던 그녀가 멈칫했다.그녀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잠겨 있었고 손연지는 순식간에 그녀의 상황을 알아차렸다.“쯧, 못 들은 걸로 해. 잘 지내나 보다.”강하리는 누가 봐도 갈라진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목을 가다듬었다.“그, 내가 감기 기운이 좀 있어. 뭐라고 했어?”손연지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만해. 외박하고 이런 목소리를 내는데 누가 모를 줄 알아?”강하리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방금 뭐라고 했어? 구승훈이 왜?”그러자 손연지가 본론으로 들어갔다.“누가 죽이려 하는 거 몰랐어?”놀란 강하리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해갔고 손연지가 망설이며 말을 이어갔다.“인터넷에서 그러더라. 네가 직접 가서 물어봐.”강하리가 입술을 축였다.“그래, 알았어. 고마워, 연지야.”통화를 마친 강하리는 인터넷에 들어가서야 오늘 하루 종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구명진이 구승훈을 죽이려 했다는 기사를 보며 마음이 아려왔다.저 개 같은 남자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강하리는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고 구승훈은 뒤를 돌아보다가 맨발로 부엌문 앞에 서 있는 강하리를 발견했다.“왜 맨발로 여기 왔어?”그가 다가가 강하리를 안아주려는데 그녀가 물었다.“당신 아버지가 당신 죽이려고 했어?”구승훈이 멈칫하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문 믿지 마.”“구승훈!” 강하리는 타는 듯한 눈빛으로 눈앞의 남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말했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구승훈은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들고 성큼성큼 걸어가 소파에 내려주었다.“속상해?”강하리가 시선을 돌렸다. 속상했다.이 망할 남자가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걸까?“속상하면 밤에 힘들다고 하지 마.”멈칫한 강하리가 발로 그의 배를 차려는데 구승훈이 그녀의 발목을 잡은 뒤 몸을 숙여 키스했다.“걱정하지 마. 인터넷 얘기는 사실이 아니야. 사실 차를 보내 나를 미행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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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구승재는 한숨을 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형, 강하리 씨랑 두 사람 조심해.”구승훈이 답했다.“너도.”구승재는 미소 지었다.“난 괜찮아. 나한테까지 어쩌진 못해.”대답을 마친 구승훈이 전화를 끊었고 강하리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고마워.”이번 구승훈의 행동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었다.구승훈은 그녀의 코를 꼬집었다.“고맙다는 인사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야.”강하리는 어이가 없어서 그를 밀어냈다.이 개자식은 빈틈만 보이면 어떻게든 이득을 취하려고 들었다.“당신이 위험해진 거야?”강하리가 나지막이 묻자 구승훈은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위험했으면 구씨 가문 떠났을 때부터 일이 생겼겠지. 문제는 너야, 하리야. 네 옆에 힘 좋은 사람 둘 정도 붙이는 거 어때?”강하리는 거절하지 않았다.구동근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자신의 곁을 지켜줄 사람을 찾고 싶었다.그녀가 흔쾌히 동의하는 모습에 구승훈은 참지 못하고 그녀를 안으며 입을 맞추었다.“강 대표님 이젠 얌전하네. 그땐 가시 곤두세운 고슴도치 같더니.”강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밀어낸 뒤 부엌으로 향했다.“뭐 먹고 싶어?”구승훈은 그녀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왔다.“뭐든 만들어주는 대로 먹을게.”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다가 냉장고를 열어 그가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를 꺼내 고개를 숙이고 요리를 시작했다. 한편 통화를 마친 구승재가 구동근에게 다가갔다.구승훈이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은 구동근은 또다시 화가 나서 쓰러질 것 같았다.“그 망할 놈이 정말 구씨 가문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거야?”구승재는 옆에서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지. 그러게 누가 뭐에 홀려서 그렇게 훌륭한 며느리를 받아주지 말랬나.’구동근이 구승훈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구승훈은 이미 번호를 차단한 상태였고 화가 난 구동근이 전화기를 바닥에 내리쳤다.막 안으로 들어선 여초연은 눈앞에서 망가진 휴대폰을 발견했고 여초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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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연정이가 열이 난다는 소식을 들은 구승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서둘러 노민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문 앞에 서 있던 문연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구승재의 표정이 좋지 않아 강하리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엿듣고 싶었는데 이게 뭘까.그녀가 지금 뭘 들었지? 아이? 구승훈과 강하리의 아이?그게 아니면 구승재가 저렇게 초조해할 이유가 없었다.아이가 열이 나는데 급히 노민준에게 연락해 병원 특수 통로까지 열어달라고 한다니.전화 상대는 노진우인데 한낱 경호원인 노진우가 뭐라고?‘하지만 어떻게?’분명 구승훈과 강하리의 아이는 죽었고 그때 병원 사람들도 전화해서 아이가 죽었다고 했다.순간 그녀는 문원진의 말이 떠올랐다.‘아이가 죽지 않은 걸까? 죽지 않고 구승훈이 숨긴 걸까?’문연진의 손톱이 살을 깊숙이 파고들며 머릿속에 수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되었다.그 아이를 절대 그냥 둘 수가 없다.만약 노진우 아이라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게 누가 강하리를 지키라고 했나.하지만 그 아이가 강하리와 구승훈의 아이였다면 더더욱 죽여버려야 한다.문씨 가문은 두 사람 때문에 풍비박산 났는데 무엇 때문에 그 아이는 멀쩡히 살아 있단 말인가!문연진은 주먹을 꽉 쥔 채 살기 어린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고개를 드는 순간 갑자기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여초연이 보였다.문연진의 눈에 머금었던 불길한 독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입꼬리를 올리며 상대를 불렀다.“어머님.”여초연이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문연진 씨, 더 이상 승훈이랑 하리 양 방해하지 마세요. 두 사람 해치는 일도 하지 말고요.”문연진이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제가 강하리보다 못한 게 뭐에요? 전 모든 면에서 강하리에게 뒤처지지 않아요.”여초연의 얼굴에 머금은 미소가 유난히 부드러웠다.“승훈이가 그쪽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죠.”순간 문연진의 얼굴이 험하게 일그러졌지만 금세 다시 억지로 미소를 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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