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691 - Chapitre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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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구승훈이 비웃었다.구정우를 상대하게 도와준다고? 필요 없었다.지금 구씨 가문에 대해 그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건 구씨 가문을 벼랑 끝으로 몰면 할아버지가 강하리를 죽일까 봐 두려운 것뿐이었다.그게 아니었다면 진작 구씨 가문을 막다른 길로 몰고 갔다.그는 구씨 가문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무너뜨리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하지만 문제는 할아버지가 강하리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는 전제하에 구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승훈 오빠, 강하리가 줄 수 있는 것보다 우리 문씨 가문이 오빠한테 줄 게 더 많지 않아?” 문연진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지만 구승훈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곧바로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강하리는 고통으로 가득 찬 문연진의 눈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눈을 내리깔았다.문연진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기뻐해야 하는데 그녀는 여전히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구승훈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손목을 살며시 잡았다.문연진의 이깟 작은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묘지에 도착한 두 사람이 주차하려는 순간 옆에 차 한 대가 멈춰 서는 것을 목격했다.강하리는 차에서 걸어 나오는 정양철을 보고 깜짝 놀랐다.설날부터 이곳에서 정양철을 만날 줄이야.“정 회장님?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정양철은 웃으며 말했다.“구동근 어르신께 인사하러 왔다가 들려서 친구 좀 만나려고요. 어머니 뵈러 왔어요?”강하리는 정양철을 바라보았다.“정 회장님 여기 친구도 있어요?”정양철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네, 사업을 오래 하면 사방에 친구가 생기는 게 좋은 점이죠.”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그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알아내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구승훈의 큰손이 그녀의 허리로 다가왔다.“가자. 정 회장님도 일 보세요.”하지만 정양철은 걸음을 옮겨 두 사람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같이 가죠. 내 친구도 저 위에 있어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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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강하리는 구승훈과 더 따지지 않고 그대로 그의 손에 이끌려 아래로 내려갔다.두 사람이 막 차에 올라탔을 때 갑자기 구승훈의 휴대폰이 울렸다.구승재에게서 온 전화였다.“형, 강찬휘 부부가 죽었어.”구승훈은 얼굴을 찡그렸다.“무슨 일이야?”“가스 폭발이야.”구승훈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강하리와 시선을 마주했고 강하리는 황급히 휴대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검색했다.아니나 다를까, 연성 남산구의 한 오래된 동네에서 가스 폭발이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는 내용이 떴다.구승훈은 기사를 보더니 잠시 후 차갑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확인하라고 한 건?”“통화 기록에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걸려 온 전화가 있는데 추적해 보니 해외에서 걸려 온 거고 계좌도 수상한 부분은 없어. 어젯밤 강찬수 집에서 나온 뒤 친구 집에 갔고 다른 사람과도 접촉한 적이 없어.”구승훈은 잠시 침묵했다.“그 친구 집에 가서 그쪽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물어봐.”“알았어.”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구승재한테 알아보라고 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강하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괜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있나.어제만 해도 강찬수 집에 가서 이리저리 뒤지더니 오늘 바로 죽었다고?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나?강찬수가 죽었을 때랑 똑같은 느낌이다.둘 다 그들을 살펴보며 무언가를 알아내려고 할 때 갑자기 죽어버렸다.하지만 지금 무슨 생각을 해도 소용없고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구승훈은 차에 시동을 걸어 출발했고 묘지를 벗어난 뒤에야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파트로 가?” 정신을 차린 강하리가 답했다.“손연지 집으로 가.”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요하지 않고 그저 큰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어루만졌다.“아직도 허리 아파?”강하리는 그의 손을 떼어냈다.“이제 괜찮아.”구승훈은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차는 손연지의 집으로 향했고 멀리서 밑에 서 있는 주해찬이 보이자 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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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주해찬이 그녀를 바라보았다.“하리야, 선배가 걱정하는 게 뭔지 알지? 복수는 할 수 있지만 구승훈과의 관계는 제대로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어.”그녀가 복수를 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이는 강하리가 살아가기 위한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니까.하지만 그는 그녀가 구승훈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기심은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그는 강하리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알고 있었고 그 아픔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구승훈이 가져다준 것이었다.“하리야, 네가 원하는 게 뭐든 내가 다 도와줄 수 있어. 너...”“선배, 선배도 위험하다는 거 알잖아요.” 강하리는 그의 말을 가로챘다.“난 선배한테 그런 위험을 감수하게 할 이유가 없어요.”주해찬의 가슴에 저릿한 고통이 느껴졌고 한참 후 그가 쓴웃음을 내뱉었다.자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는 게 싫은 것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그를 자기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닐까?주해찬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오늘 그녀가 홀로 외롭게 명절을 보내고 있을까 봐 온 건데 지금 보니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주해찬은 잠깐만 머물다 떠났다.강하리는 이후 며칠 동안 입찰 준비에 매진했고 구승훈과도 만나지 않았다.손연지가 연성으로 돌아온 건 설날이 지나고 6일째 되는 날이었다.문을 열고 들어선 그녀가 우는소리를 했다.“하리야, 나 짜증 나 죽겠어. 올해 엄마가 나한테 소개팅을 몇 번이나 주선해 줬는지 알아?”강하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러면 그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있어?”손연지는 고개를 저었다. “말도 마. 다 이상한 놈들이야.”강하리의 눈빛이 번쩍이며 물었다.“노민우는 연락 안 왔어?”손연지는 멈칫했다.노민우... 연락이 오긴 했다.심지어 설날 당일에 그녀의 고향 집까지 찾아왔는데 그 멍청이가 올 거면 혼자 오지 여자까지 데리고 왔다는 거다. 일부러 기분 나쁘게 하려고 그러는 건지.“내 앞에서 그 자식 얘기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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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경매장은 B시에 있었고 강하리는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다가 심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심준호의 목소리에 웃음이 번졌다.“마음에 드는 것 있어요?”강하리가 웃으며 말했다.“흥미가 생기는 건 있네요.”심준호가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바로 해당 경매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려주자 강하리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심준호는 이미 상대에게 연락했는지 강하리가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자 상대방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알려주었다.“저 인장 각인은 천인배 님 작품인데 자기가 조각하는 모든 것에 흔적을 남기세요.”강하리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물었다.“그럼 천인배 선생님과 약속을 잡을 수 있을까요?”상대가 웃으며 말했다.“선생님께선 이미 돌아가셨어요.”강하리는 괜스레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인사를 건넸다.“감사합니다.”강하리는 전화를 끊은 후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무슨 일이든 너무 큰 기대를 걸면 안 된다.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니까.“뭐래?” 손연지가 기대에 찬 눈으로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유명한 선생님이 남기신 표식이고 별로 특별한 것 없대.”손연지도 혀를 차며 괜히 실망스러웠다.“그래도 하리야, 아주머니께서 평범한 집안 출신은 아닌 것 같아.”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정서원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이 팔찌 갖고 경매 나가보는 건 어때? 아주머니 가족들이 알아볼 수도 있잖아.”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정서원의 가족을 찾고 싶다고 생각했어도 가족을 찾자는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정서원은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 같았다.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다시는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는데 이젠...그녀는 손에 든 팔찌를 바라보더니 잠시 후 말을 꺼냈다.“엄마를 해친 사람이 먼저 볼까 봐 걱정돼. 그러면 내가 제 발로 함정에 뛰어든 셈이니까.”과거 정서원을 해친 사람이 정양철이라고 의심해 왔지만 아직은 추측에 불과했다.손연지는 깜짝 놀라며 순간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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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무슨 요리 했어? 냄새 좋네.”손연지가 허허 웃었다.“민우 오빠도 배가 고픈가?”노민우는 우울한 표정이었다.“내가 설명했잖아. 엄마 친구 딸인데 명절에 굳이 날 따라다니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안 그러면 난 또 엄마한테 한 소리 들어.”손연지는 그의 설명을 듣기 싫었다.“친구든 뭐든 상관없으니까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 마!”노민우는 강하리를 바라봤고 강하리는 자기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구승훈은 그 틈을 타서 바로 걸어 들어왔다.“제일 좋아하는 음식 가져왔는데 같이 식사 좀 해주시겠어요, 강 대표님?”강하리가 그를 슬쩍 보았다.“내가 싫다면 안 먹을 거야?”“그건 아니지.”구승훈은 말을 마치고 곧장 안으로 들어가 자신이 가져온 음식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손연지는 여전히 노민우를 쫓아내고 있었고 구승훈은 이미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고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노민우는 약간 우울한 표정으로 외쳤다.“승훈아, 나 좀 도와줘.”구승훈은 그를 한번 바라보고는 강하리에게 음식을 집어주었고 강하리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노민우 씨랑 같이 왔어?”구승훈이 웃었다.“내가 왔을 때 이미 밑에 있던데.”강하리의 눈빛이 반짝이며 저쪽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손연지, 일단 밥 먹어.”손연지는 노민우를 노려보다가 결국 뒤돌아 테이블로 돌아갔고 노민우도 서둘러 따라갔다.네 사람은 보기 드물게 한 자리에서 떠들썩하게 밥을 먹었고 식사를 마친 구승훈은 강하리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강하리가 구승훈에게 최근 입찰 진행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자 구승훈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하리야, 나 너랑 일 얘기하러 온 거 아니야.”강하리가 멈칫하며 말했다.“그럼 이만 가봐.”“...”구승훈은 미소를 지으며 강하리의 손을 잡았다.“아주머니 유품은? 천아름 씨한테 사진부터 보내려고.”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다가 물건을 꺼냈고 구승훈은 팔찌를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언뜻 보기에도 이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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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구승훈과 강하리는 여전히 심씨 가문 호텔에 머물렀다.두 사람이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로비에서 체크인하고 있던 구정우가 눈에 들어왔다.두 사람을 본 구정우는 처음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형, 강하리 씨, 오랜만이네.”구정우는 여전히 장난기와 살기가 뒤섞인 눈빛으로 웃는 듯 마는듯한 표정을 지었고 강하리는 그를 한번 바라보고는 시선을 피했다.구승훈은 그런 그녀의 등을 살살 쓸어주었다.“옆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강하리도 마다하지 않고 구승훈에게 신분증을 건넨 후 뒤돌아 옆으로 걸어갔다.구정우와 지나친 접점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구정우의 시선은 계속 강하리를 쫓았고 형의 안목이 제법 뛰어난 건 인정할 수 있었다.그냥 봐도 강하리가 문연진보다 훨씬 예뻤다.하지만 그가 강하리가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기도 전에 구승훈이 피식 웃었다.“그 눈을 잃고 싶은 건가, 동생?”구정우는 시선을 거두고 구승훈의 차갑고 가라앉은 눈빛을 마주하면서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형, 한 여자하고만 노는 게 질리지도 않아?”구승훈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구정우, 가주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어?”구정우의 미소가 굳어지며 두 눈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어쨌든 구씨 가문의 가주 자리는 구승훈이 버려서 그에게 차려진 거니까.그리고 돌아가고 싶다는 구승훈의 말 한마디면 구씨 가문 영감탱이가 당장 그를 끌어내리고 구승훈을 앉힐 게 뻔했다.구정우는 속으로 울분이 치솟았지만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변함없는 형이 마음을 감탄하는 거지. 이 동생이 아주 존경해.”말을 마친 그에게 때마침 직원이 방 카드를 건넸고 그는 카드를 받은 후 바로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솔직히 구승훈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이 남자는 분명 부러워할 만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었다.구씨 가문의 장손이라는 당당한 신분에 구씨 가문 모두가 인정하는 가문의 가주였는데 하필 여자 하나 때문에 구씨 가문과 등을 돌렸다.강하리가 아무리 예뻐도 그게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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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하리야, 괜찮을 거야. 다 괜찮아질 거야.”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며 시큰해지는 눈가를 애써 진정시키며 미소를 지었다.“가서 자.”약을 먹었음에도 강하리는 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구승훈은 소파에 누워 침대 위 실루엣을 바라보며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가가 품에 안았다.강하리가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구승훈은 이미 식탁에서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방에서 막 나왔을 때 구정우와 마주쳤다.구정우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형, 이따 회의장에서 봐.”그렇게 말한 뒤 그냥 자리를 떠났다.도발적인 말에 강하리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찡그려졌다.그녀는 조금 전 구정우의 표정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알 수는 없었다.회의장에 도착해 입찰을 마치고 프레젠테이션할 때 SH그룹 관계자가 입을 열자마자 그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SH그룹에서 제시한 입찰서가 그녀의 것과 똑같았다.입찰서가 유출되었다.강하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단상을 바라보았다.분명 이번 프로젝트에 자신이 있었는데 이젠...SH그룹 사람들이 무대에서 내려오자 구정우는 강하리를 향해 피식 웃었다.강하리의 입꼬리는 굳어지고 머릿속에서는 입찰 정보를 흘린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전부 가까운 사람들과 일했기에 누구든 간에 그녀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 같았다.강하리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자 그 순간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강하리가 고개를 들었다.“구승훈 씨, 내 입찰서...”구승훈이 그녀의 두 눈을 마주하며 큰 손으로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걱정하지 마.”구승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차례가 된 나문빈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강하리가 나문빈을 힐끗 쳐다봤지만 나문빈은 미소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쪽으로 향했다.나문빈이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하리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나문빈이 말한 방안은 처음에 구승훈에게 언급했지만 실행하기엔 너무 어려워서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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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강하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사람들한테도 연락해서 오늘 밤 제대로 축하 파티해야지.”축하 파티였지만 사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였다.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녀를 따라다니며 바쁘게 보냈던 사람들이었다.“그래, 그럼 천아름 씨도 초대할까?”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가 캐리어에서 팔찌를 꺼냈다.구승훈의 시선이 다시 한번 그 팔찌로 향했다.최상품의 에메랄드가 그녀의 하얀 손에 놓여 있으니 훨씬 아름다워 보였다.“너무 걱정하지 마, 분명 아주머니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거야.”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팔찌를 가방에 바로 넣었다. “가자, 늦었어.”구승훈은 그녀에게 코트를 입혀주었고 두 사람은 약속한 레스토랑으로 서둘러 향했다.두 사람이 막 자리를 떠날 때쯤 고이선과 문연진이 구석 어디선가 걸어 나왔다.“어때요, 내 말이 맞지? 강하리는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쪽은 어때요, 고이선 씨? 친한 친구가 죽고 그쪽도 삼촌 때문에 내내 감옥에 있었잖아요. 왜 다들 강하리한테만 잘해줄까요? 누가 보면 걔가 심준호 조카인 줄 알겠어요.”고이선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눈빛이 사나워졌다.“망할 년, 딱 기다려.”고이선은 그렇게 말하고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자리를 떠났고 제자리에 서 있던 문연진은 눈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연미숙에게 연락했다.“사모님 말씀이 맞았어요. 고이선은 정말 멍청하네요.”강하리는 구승훈을 따라 레스토랑으로 향했고 들어가자마자 안예서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대표님, 죄송해요.”강하리가 웃었다.“왜 그래, 잘못한 거 아니잖아.”안예서가 망설였다.“하마터면 할 뻔했어요.”강하리가 그녀를 살며시 토닥였다.“안 했으니까 착한 거야.”안예서가 코를 훌쩍거렸다.“대표님 보기 너무 미안했어요.”강하리는 계속해서 웃었다.“미안한 건 나지. 나랑 일하면서 가족까지 연루되고. 이미 구승훈 씨한테 어머님 쪽에 경호원 붙여달라고 했어.”안예서는 눈물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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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강하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그녀의 눈은 순식간에 분노로 가득 찼다.“고이선!” 그녀는 고함을 지르며 그대로 와인병을 집어 들어 고이선을 향해 내리쳤다.하지만 고이선 옆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녀가 맞기도 전에 병은 옆으로 튕겨 나갔다.고이선이 비웃었다.“왜, 이깟 상자 하나 부쉈다고 이러는 거야?”말을 마친 그녀가 뒤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움직여, 뭘 멍하니 서 있어!”고이선의 말 한마디에 몇 안 되는 남자들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룸 안의 물건을 부쉈고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나문빈은 강하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가와 구석에 숨을 수 있도록 그녀를 끌어당겼지만 강하리는 붉어진 눈으로 망가진 상자를 바라보았다.밖으로 나온 구승훈은 복도 끝으로 향했다.“할아버지 몸은 좀 어때?”“아직 혼수상태야.”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일단 가족들부터 안정시켜. 내가 오늘 밤 돌아갈 테니까 특히 네 큰아버지가 이 상황을 틈타 소란 피우지 않도록 지켜봐.”대답을 마친 구승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형, 큰아버지일까?”구승훈은 한참 동안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말했다.“모르지.”그의 아버지일 수도 있고 구정우나 문씨 가문 사람일 수도 있었다.강하리를 죽이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능했다.할아버지의 손을 빌려 강하리를 건드리려는 거다.통화를 마친 뒤 고개를 숙인 채 담배에 불을 붙이고 두 모금 들이마시고는 뒤돌아 걸어가려는데 몇 걸음도 못 가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저기서 싸움이 난 것 같아. 한 여자가 야구 방망이를 든 남자 여러 명과 함께 복수를 하려는 듯 룸으로 달려가더라. 레스토랑 경비원들도 못 막았어.”순간 멈칫하던 구승훈이 그대로 뒤돌아 뛰어갔고 가는 동안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그가 룸 앞으로 달려갔을 때는 밖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도 달려 들어온 뒤였다.안은 난장판이었다.강하리는 창백한 얼굴로 전화를 걸고 있었고 구승훈이 달려가 그녀를 등 뒤로 보내며 보호했다.강하리는 구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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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구승훈은 잠시 멈칫했다.“어떻게 된 거야?”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그제야 말했다.“어깨가 좀 아파. 별거 아니니까 가서 약 바르면 돼.”나문빈도 그제야 이를 떠올렸다.“참, 그 여자가 야구 방망이로 강하리 씨 어깨를 때렸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그는 강하리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심각한 거 아니야.”어깨는 아팠지만 뼈나 근육이 다친 건 아닌 것 같았다.고이선이 독하게 내리치긴 했어도 힘은 작았다.지금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을 연루시킨 것도 모자라 정서원이 그녀에게 남겨준 팔찌까지 부러뜨렸다는 사실이었다.“심 변호사님 전화 왔어?” 강하리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구승훈은 이를 무시한 채 곧장 강하리를 치료실로 끌고 들어갔다.강하리는 그가 화가 났다는 걸 알았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가 강하리의 어깨를 감싼 옷을 치우자 구승훈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원래 하얗고 부드러웠던 어깨는 이제 멍이 들어 보라색으로 변했다.의사도 덩달아 얼굴을 찡그렸다.“뼈가 무사한지 사진 찍어봐야겠어요.”구승훈은 대답을 하고 강하리를 영상의학과 쪽으로 이끌었다.강하리가 들어가서 사진 찍는 동안 심준호가 도착했다.“강하리 씨 다쳤어?”“어깨 좀 다쳤어.” 구승훈은 표정이 어두웠고 심준호는 얼굴을 찡그렸다.“고이선이 요 며칠 문연진과 연락하더니 이번 일도 그쪽에서 남의 손을 빌려 건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네. 고이선 일당은 내가 처리할게.”심준호가 구승훈을 슬쩍 보았다.“문씨 가문 쪽엔 네가 해. 준비한 증거들로 이미 충분하잖아?”구승훈은 여전히 굳어진 표정으로 한참이 지나서야 답했다.“그래.”강하리의 진단 결과가 나왔고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구승훈은 천아름에게 연락했고 안예서에게 간병인을 찾아준 뒤 강하리를 데리고 호텔로 돌아왔다.그날 밤, 강북 시장을 꾸준히 장악하던 문씨 가문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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