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98화

작가: 재인
강하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연락해서 오늘 밤 제대로 축하 파티해야지.”

축하 파티였지만 사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였다.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녀를 따라다니며 바쁘게 보냈던 사람들이었다.

“그래, 그럼 천아름 씨도 초대할까?”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가 캐리어에서 팔찌를 꺼냈다.

구승훈의 시선이 다시 한번 그 팔찌로 향했다.

최상품의 에메랄드가 그녀의 하얀 손에 놓여 있으니 훨씬 아름다워 보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분명 아주머니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팔찌를 가방에 바로 넣었다.

“가자, 늦었어.”

구승훈은 그녀에게 코트를 입혀주었고 두 사람은 약속한 레스토랑으로 서둘러 향했다.

두 사람이 막 자리를 떠날 때쯤 고이선과 문연진이 구석 어디선가 걸어 나왔다.

“어때요, 내 말이 맞지? 강하리는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쪽은 어때요, 고이선 씨? 친한 친구가 죽고 그쪽도 삼촌 때문에 내내 감옥에 있었잖아요. 왜 다들 강하리한테만 잘해줄까요? 누가 보면 걔가 심준호 조카인 줄 알겠어요.”

고이선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눈빛이 사나워졌다.

“망할 년, 딱 기다려.”

고이선은 그렇게 말하고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자리를 떠났고 제자리에 서 있던 문연진은 눈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연미숙에게 연락했다.

“사모님 말씀이 맞았어요. 고이선은 정말 멍청하네요.”

강하리는 구승훈을 따라 레스토랑으로 향했고 들어가자마자 안예서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대표님, 죄송해요.”

강하리가 웃었다.

“왜 그래, 잘못한 거 아니잖아.”

안예서가 망설였다.

“하마터면 할 뻔했어요.”

강하리가 그녀를 살며시 토닥였다.

“안 했으니까 착한 거야.”

안예서가 코를 훌쩍거렸다.

“대표님 보기 너무 미안했어요.”

강하리는 계속해서 웃었다.

“미안한 건 나지. 나랑 일하면서 가족까지 연루되고. 이미 구승훈 씨한테 어머님 쪽에 경호원 붙여달라고 했어.”

안예서는 눈물을 머금었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최정숙
너무너무 짜증나게 상황을 만들고있다 와 ~ 못 앍겠다 너무 한다 ...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99화

    강하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그녀의 눈은 순식간에 분노로 가득 찼다.“고이선!” 그녀는 고함을 지르며 그대로 와인병을 집어 들어 고이선을 향해 내리쳤다.하지만 고이선 옆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녀가 맞기도 전에 병은 옆으로 튕겨 나갔다.고이선이 비웃었다.“왜, 이깟 상자 하나 부쉈다고 이러는 거야?”말을 마친 그녀가 뒤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움직여, 뭘 멍하니 서 있어!”고이선의 말 한마디에 몇 안 되는 남자들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룸 안의 물건을 부쉈고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나문빈은 강하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가와 구석에 숨을 수 있도록 그녀를 끌어당겼지만 강하리는 붉어진 눈으로 망가진 상자를 바라보았다.밖으로 나온 구승훈은 복도 끝으로 향했다.“할아버지 몸은 좀 어때?”“아직 혼수상태야.”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일단 가족들부터 안정시켜. 내가 오늘 밤 돌아갈 테니까 특히 네 큰아버지가 이 상황을 틈타 소란 피우지 않도록 지켜봐.”대답을 마친 구승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형, 큰아버지일까?”구승훈은 한참 동안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말했다.“모르지.”그의 아버지일 수도 있고 구정우나 문씨 가문 사람일 수도 있었다.강하리를 죽이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능했다.할아버지의 손을 빌려 강하리를 건드리려는 거다.통화를 마친 뒤 고개를 숙인 채 담배에 불을 붙이고 두 모금 들이마시고는 뒤돌아 걸어가려는데 몇 걸음도 못 가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저기서 싸움이 난 것 같아. 한 여자가 야구 방망이를 든 남자 여러 명과 함께 복수를 하려는 듯 룸으로 달려가더라. 레스토랑 경비원들도 못 막았어.”순간 멈칫하던 구승훈이 그대로 뒤돌아 뛰어갔고 가는 동안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그가 룸 앞으로 달려갔을 때는 밖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도 달려 들어온 뒤였다.안은 난장판이었다.강하리는 창백한 얼굴로 전화를 걸고 있었고 구승훈이 달려가 그녀를 등 뒤로 보내며 보호했다.강하리는 구승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00화

    구승훈은 잠시 멈칫했다.“어떻게 된 거야?”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그제야 말했다.“어깨가 좀 아파. 별거 아니니까 가서 약 바르면 돼.”나문빈도 그제야 이를 떠올렸다.“참, 그 여자가 야구 방망이로 강하리 씨 어깨를 때렸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그는 강하리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심각한 거 아니야.”어깨는 아팠지만 뼈나 근육이 다친 건 아닌 것 같았다.고이선이 독하게 내리치긴 했어도 힘은 작았다.지금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을 연루시킨 것도 모자라 정서원이 그녀에게 남겨준 팔찌까지 부러뜨렸다는 사실이었다.“심 변호사님 전화 왔어?” 강하리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구승훈은 이를 무시한 채 곧장 강하리를 치료실로 끌고 들어갔다.강하리는 그가 화가 났다는 걸 알았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가 강하리의 어깨를 감싼 옷을 치우자 구승훈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원래 하얗고 부드러웠던 어깨는 이제 멍이 들어 보라색으로 변했다.의사도 덩달아 얼굴을 찡그렸다.“뼈가 무사한지 사진 찍어봐야겠어요.”구승훈은 대답을 하고 강하리를 영상의학과 쪽으로 이끌었다.강하리가 들어가서 사진 찍는 동안 심준호가 도착했다.“강하리 씨 다쳤어?”“어깨 좀 다쳤어.” 구승훈은 표정이 어두웠고 심준호는 얼굴을 찡그렸다.“고이선이 요 며칠 문연진과 연락하더니 이번 일도 그쪽에서 남의 손을 빌려 건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네. 고이선 일당은 내가 처리할게.”심준호가 구승훈을 슬쩍 보았다.“문씨 가문 쪽엔 네가 해. 준비한 증거들로 이미 충분하잖아?”구승훈은 여전히 굳어진 표정으로 한참이 지나서야 답했다.“그래.”강하리의 진단 결과가 나왔고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구승훈은 천아름에게 연락했고 안예서에게 간병인을 찾아준 뒤 강하리를 데리고 호텔로 돌아왔다.그날 밤, 강북 시장을 꾸준히 장악하던 문씨 가문은 갑자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01화

    원래는 저쪽에서 돈을 벌 때까지 기다렸다가 적자를 메우고 싶었는데 갑자기 일이 터져버린 거다.반면 상대방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었다.밖에서 경찰이 사무실 문을 두드릴 때까지 문영호의 얼굴은 하얗게 질린 채 전화를 계속 걸었다.문원진은 인터넷을 통해 문영호가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뉴스를 본 순간 머리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더니 눈앞이 캄캄해지며 다시 한번 기절했다.문씨 가문이 수천억의 공금을 횡령하고 둘째가 불법 자금 세탁에 연루되었다는 뉴스는 하룻밤 사이에 화제를 불러 모았고 동시에 문원진이 외국 무기 밀매상과 결탁해 대량의 폭발물을 구입했다는 소식까지 인터넷에 퍼졌다.이 뉴스는 보도되자마자 큰 파장을 일으켰다.문씨 가문이 돈을 세탁하든 적자가 나든 그것까지는 문씨 가문 내부의 일이고 기껏해야 이사회를 소집해 해결하면 그만이었다.네티즌들이 떠들어대도 기껏해야 잠깐의 관심일 뿐인데 폭발물 구매는 공공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였기에 여론은 순식간에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문원진은 실신 후 뇌출혈 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실로 이송되었는데 수술실로 이송되자마자 문 앞에서 경찰이 대기했다.나오면 바로 데려갈 기세였다.이 장면을 지켜보던 문연진은 그제야 문씨 가문이 정말 끝장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수십 년 동안 B시에서 버텨온 문송그룹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 같았다.강북 시장 역시 하루아침에 최하영에게 삼켜져 버렸다.구정우도 인터넷 뉴스를 보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전에는 문씨 가문이 아무리 그를 우습게 여겨도 문연진과 실질적인 관계만 발생하면 그쪽에서 문연진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그와 결혼시킬 것 같았다.문씨 가문은 그에게 큰 힘이 되어주니까.그런데 문연진이 시집오기도 전에 문씨 가문이 무너졌고 구정우가 너무 화가 나서 집안 곳곳을 부수자 밖에 있던 도우미가 서둘러 들어왔다.“도련님, 문연진 씨 전화입니다.”구정우가 다가가서 전화를 받았다.“구정우, 우리 좀 도와줘. 문씨 가문 좀 도와줘, 응?”구정우는 비웃었다.“이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02화

    인터넷은 문씨 가문 이야기로 떠들썩했지만 호텔 방은 유난히 조용했다.강하리가 창문 앞에 서서 B시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구승훈이 밖에서 약을 들고 들어왔다.“아직도 어깨가 아파? 내가 약 발라줄게.”강하리는 대답하지 않고 손에 쥔 팔찌를 내려다보기만 했다.구승훈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이미 연락했으니까 팔찌는 고칠 수 있을 거야. 내일 바로 가져가자.”팔찌의 부러진 쪽을 만지던 강하리의 손가락이 살짝 하얗게 변했다.“문씨 가문 쪽은 어떻게 됐어?”원래 문씨 가문 쪽에 그렇게 빨리 손을 쓸 생각은 없었다.그 정도로 큰 가문은 단번에 눌러버리지 않으면 앞으로 두고두고 위험할 테니까.그런데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구승훈은 그녀가 뭘 걱정하는지 알았다.“걱정하지 마, 이번엔 문씨 가문이 절대 재기하지 못할 거야. 우리뿐만 아니라 준호도 절대 가만히 두지 않아.”강하리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심준호에게 온 전화였다.강하리가 전화를 받자 심문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리야, 준호 말로는 너 다쳤다던데?”강하리의 가슴에 갑자기 따스한 기운이 흘렀다.“할아버지,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상대가 허허 웃었다.“걱정하지 마. 이 할아버지가 반드시 혼내줄게!”강하리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할아버지, 고마워요.” “할아버지한테 뭔 예의를 차려? 네 몸 회복하는 게 제일 중요해.”강하리가 대답하자 상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구승훈은 넋이 나간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강하리가 이렇게 웃는 모습을 오랫동안 본 적이 없었다.사실 그와 만나면서 강하리는 별로 웃지 않았고 전에는 그의 차갑고 냉담한 성격 때문일지 몰라도 나중엔 아기 일로 그녀가 웃는 일이 거의 없었다.그나마 그녀가 많이 웃었던 때가 아마 그들이 다시 만났던 그 잠깐의 시간이었을 거다.구승훈은 옆에서 그런 그녀를 지켜보다가 잠시 후 갑자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03화

    “내가 널 지켜주지 못했어.”문연진이든 고이선이든 전부 그 때문에 강하리를 찾아온 거다.그리고 오늘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그녀가 수없이 받은 상처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구승훈의 입맞춤이 그녀의 눈가에 닿았고 강하리는 멈칫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구승훈 씨, 그럼 이제부터 날 보호해 줄... 읍...”강하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구승훈의 입술은 이미 강하리의 입술에 닿아 있었다.강하리는 갑작스러운 그의 키스에 당황하다가 이내 발끝을 들고 그에게 화답했다.구승훈은 눈에 띄게 당황하다가 빠르게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깊게 입을 맞추었다.강하리는 뜨거운 그의 열기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구승훈은 행동을 멈추고 강하리를 안은 채 욕실 밖으로 데려와 그녀를 침대로 덮쳤다.“강 대표님, 또 원하는 건가?”강하리는 민망한 듯 그의 시선을 피했고 구승훈이 낮게 웃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일단 참아. 다 나으면 그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응?”강하리의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리며 자기 위에 있는 남자를 밀어냈다.“당장 소파로 가서 자!”구승훈이 웃으며 몸을 일으키자 강하리가 이불을 끌어당기며 수면제에 손을 뻗으려는데 구승훈이 다시 돌아와 그녀의 허리를 잡고 침대에 눕혔다.강하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차가운 연구가 어깨에 닿았고 고개를 돌리니 구승훈이 조심스럽게 약을 바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나지막이 말했다.“고마워요.”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큰 손으로 연고를 부드럽게 문지른 후 돌아서서 욕실로 들어가서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안에서 나왔다.그는 강하리의 머리를 말리는 것을 도와주더니 곧바로 강하리를 품으로 끌어안았다.“약 먹지 말고 그냥 이렇게 자. 잠이 안 오면 얘기하자, 하리야. 약 그만 먹어.”강하리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그의 품에 안겨 고개를 끄덕였고 어느샌가 그렇게 잠이 들었다.어슴푸레 날이 밝아질 무렵 구승훈은 연민이 가득한 눈빛으로 품 안에서 잠든 여자를 바라보았고 고개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04화

    강하리는 욕실에서 흐르는 물소리에 잠에서 깼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일어났다.전에도 수면제를 먹지 않으려고 시도한 적은 있지만 매번 밤새 잠들지 못했는데 어젯밤엔 편히 잠이 들었다.“무슨 생각해?”구승훈은 타월만 허리에 감고 있었는데 이 순간 남자의 완벽한 몸매가 모두 드러나 있었다.그가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말리는데 어깨에 맺힌 물방울이 가슴 근육을 타고 내려가 복근까지 미끄러져 수건 속으로 떨어졌다.일어나자마자 이런 모습이라니.강하리도 아찔한 모습이 유혹적이라는 건 인정했다.고개를 들어 남자의 시선을 마주하자 어젯밤 화장실에서 나눴던 격정적인 키스가 떠올랐다.문씨 가문이 무너져서일까, 구승훈이 했던 말 때문일까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그동안 줄곧 버티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그의 따뜻함과 그가 주었던 편안함을 그리워하고 있었다.“구승훈.”강하리는 침대에 기대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저쪽에서 누가 봐도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이리 와.”그녀가 말하자 구승훈의 얼굴에 번지던 미소가 순간 얼어붙더니 그의 시선이 갑자기 짙어졌다.남자의 목울대가 두 번 움찔거리다가 침대 쪽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몸을 숙여 강하리를 덮쳤다.“아침부터 남자를 유혹하면 안 되는 거 몰라?”강하리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웃었다.“그래서 싫어?”구승훈 그의 눈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싫냐고?그걸 질문이라고 하나.싫을 리가 있을까.그녀가 임신한 이후 지금까지 딱 한 번 했다.“어깨는 버릴 거야? 후유증이라도 남고 싶어?”강하리의 어깨는 어제보다 더 아팠지만 그래도 그녀는 손을 들어 남자의 목에 둘렀다.“당신이 조심해.”구승훈은 숨이 턱 막혔다. 이래도 참으면 남자가 아니지.그렇게 달아오른 방안의 열기는 점심이 되어서야 사그라들었고 구승훈은 그녀의 어깨를 건드릴까 봐 내내 조심하며 움직였다.모든 게 끝나고 그가 나지막이 물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05화

    구승훈이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하지만 그가 움직이는 순간 그녀는 무아지경에 빠져 불현듯 기억을 떠올렸다.야릇하고 축축하지만 극강의 부드러움으로 그녀에게 최고의 쾌락을 선사했다.“하리야, 좋아?”구승훈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강하리의 얼굴에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렸다.“마음에 들어?” 하지만 남자는 계속해서 집요하게 물었고 강하리는 얼굴을 붉히며 그의 어깨를 물었다.“조용히 해. 그만 물어봐.”“하리야, 방금 날 몇 번이나 불렀는지 알아?”강하리는 붉어진 얼굴로 그를 밀어냈고 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옷 갈아입고 나가서 밥 먹자.”문 뒤에서 강하리는 몇 번 심호흡을 한 뒤 서서히 마음을 진정시켰다.역시 뻔뻔함으로는 구승훈을 이기지 못한다.강하리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구승훈은 이미 식사를 차려놓은 상태였다.식탁은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들로 가득 찼다.하지만 두 사람이 식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구승훈의 휴대폰이 울렸고 구승훈은 전화가 걸려 온 것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들어갔다.강하리는 구승훈이 일부러 그녀를 피해 전화 받는 것을 알았지만 더 묻지 않았다. 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솔직히 말해서 조금 애매했고 확실히 정해진 게 없었다.사업적으로는 숨기는 것 없이 말하라고 했지만 사적인 일은 그렇게 할 자격이 없었다.전화를 받고 돌아온 구승훈의 얼굴에는 어두운 기색이 감돌았다.할아버지가 깨어나서 직접 가정부에게 캐물었지만 가정부는 여전히 강하리를 지목했다.그는 서늘한 눈가로 차갑게 웃었다. 강하리가 그렇게 독한 마음을 품었다면 지금 그들은 아이도 둘이나 낳았을 텐데 아내도 없이 그가 이렇게 지낼 리가 있겠나.강하리가 지시했다는 건 터무니없는 소리였고 어떻게 된 건지는 그가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구승훈이 예약한 액세서리 가게로 향했고 강하리는 조심스럽게 반으로 쪼개진 팔찌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팔찌를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10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06화

    점원은 깜짝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팔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했다.“팔찌에 문제라도 있나요?”남자는 고개를 저었다.“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이 물건을 보니 아는 사람이 떠올라서.”그는 기억에 사로잡힌 듯 손에 쥔 팔찌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점원은 감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나지막이 대꾸했다.“강씨 성을 가진 아가씨가 가져온 거예요. 참, 오늘 특별히 저한테 맞이하라고 지시한 구 대표님도 계셨어요.”남자는 당황했다.“구승훈이 가져온 거라고?”점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남자는 잠시 침묵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괜한 생각이겠지.이 팔찌는 소재나 품질로 봐도 보기 드문 최상품인데 구씨 가문이라면 이런 재질의 팔찌를 갖고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잠시 생각하다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심준호에게 전화가 왔다.그는 점원에게 눈치를 주었다.“제대로 고쳐.”말을 마친 그가 전화를 받았다.“준호야, 무슨 일이야?”심준호는 웃으며 말했다.“다음 달이 엄마 생신인데 물건 좀 준비해 줘. 시간 나면 가지러 갈게.”남자가 웃었다.“그래.”...강하리와 구승훈은 가게에서 나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안예서의 부상은 크지 않았지만 의사는 하루 정도는 입원해 있으라고 했다.강하리와 구승훈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안예서는 침대에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거즈를 목에 두른 채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지만 입으로는 쉴 새 없이 문씨 가문을 욕하고 있었다.강하리와 구승훈 사이를 알게 된 이후 안예서는 송유라를 한바탕 욕하고는 문연진이 벌인 짓까지 알고 문연진을 저주하기 시작했다.특히 어젯밤 문연진이 고이선을 종용해 룸에서 난동을 부리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더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문씨 가문 그 역겨운 것들은 진작에 벌을 받았어야 했어요. 쌤통이에요, 아주! 게다가 폭발물까지 숨겨놓다니, 차라리 그게 터져서 확 죽어버리지. 그리고 문연진은 미친 거 아니에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놓고 어디서

최신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2화

    다시 입을 연 구승훈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져 있었다.“자기야, 한 번만 더 불러봐. 응?”강하리의 표정이 어색함으로 물들었다.조금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야 얼굴에 열기가 치솟는 게 느껴졌다.“내 남편이라고.”그녀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했고 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네 남편은 나잖아?”강하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누가 나랑 결혼하면 그 사람이 내 남편이지.”구승훈은 홧김에 그녀를 콱 끌어안았다.“우리 강 대표님이 주방에서 하고 싶나 봐?”남자가 말하며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뻗자 놀란 강하리가 순간적으로 몸부림을 쳤다.두 사람은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고 손연지가 내려와서 그 광경을 목격했다.그녀는 부엌에 있는 두 사람을 조용히 바라보며 말로 표현 못할 감정을 느꼈다.부러움?아마도 부러운 거겠지.하지만 사실 그녀는 강하리의 결단이 더 부러웠다.구승훈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때도 강하리는 망설임이 없었다.매번 노민우와 깨끗이 손절하려고 마음먹었어도 몇 번이나 다시 엮이고 타협하는 자신과 달리.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다.손연지는 마음이 답답했다. 사실 누구도 탓할 수가 없었고 탓하려면 결단력이 부족했던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심호흡한 뒤 마음을 추스르며 아래로 내려갔고 강하리는 손연지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구승훈에게서 떨어졌다.“연지야, 아침 뭐 먹을래?”손연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애정 행각에 이미 배가 불러.”강하리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밥 먹고 연정이 데리러 갈 거야.”손연지의 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다.“좋아. 내가 연정이 선물도 챙겨왔어.”하지만 그다음 순간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그녀의 얼굴에 머금은 미소엔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강하리는 그걸 분명히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때론 본인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들이 있다.지금 손연지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손연지를 돌봐주는 것뿐이고 손연지가 몸을 추스르고 나면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1화

    구승훈은 강하리가 보낸 메시지를 보며 세 식구라는 단어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다가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좋아.]그의 의견을 묻다니, 어떻게 감히 싫다고 하겠나.답장을 마친 구승훈은 욕실로 들어갔고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다.쉬지 않고 울리는 휴대폰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전화가 끊어지려고 할 때쯤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너머에서 구동근의 연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안그룹과 에비뉴를 강하리한테 다 넘겼어?”구승훈은 비웃었다.“네, 왜요? 불만 있으세요, 어르신?”구동근은 그의 말에 피를 토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구승훈, 그건 다 우리 구씨 가문 재산이야! 네가 뭔데 그 여자한테 줘!”강하리가 심씨 가문 출신이라는 사실을 안 후 구동근은 더 이상 구승훈과 강하리의 만남을 반대하지 않았고 심지어 몸을 굽혀 심씨 가문에게 사죄할 수도 있었지만 구씨 가문의 재산이 그렇게 쉽게 넘어갔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게 다 구씨 가문의 재산이었는데!이 망할 자식이 그렇게 쉽게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다니!구승훈은 여전히 나른한 목소리로 가볍게 웃었다.“왜요? 벌써 잊으셨어요? 구씨 가문 재산은 어르신 귀한 손주가 다 망쳐버렸어요.”“너!” 말을 꺼내지 않으면 모를까, 그 말을 하자 구동근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차갑고 냉정한 손자가 한 여자 때문에 자기 가족을 내팽개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구승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목소리가 점점 더 차가워졌다.“다시는 나랑 강하리 사이 방해하지 마세요. 저한테도 할아버지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구승훈이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자 저쪽에서 구동근은 너무 화가 나서 전화기를 부술 뻔했다.전화를 끊자 옆에 서 있던 구씨 가문의 둘째가 다소 불안한 듯 물었다.“아버지, 어떻게 됐어요? 정말 그 두 회사를 강하리한테 다 줬대요?”구씨 가문의 둘째는 노인의 표정을 보고 순간적으로 불안해졌다.“그놈이 무슨 권리로 두 회사를 망할 년에게 넘겨줘요? 거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0화

    거칠게 원하던 구승훈이 마침내 움직임을 멈춘 순간 강하리는 비틀거렸고 구승훈이 단숨에 그녀를 품에 낚아챘다.“너무 좋아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겠어?”강하리는 너무 화가 나서 그를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좋기는 개뿔!”구승훈은 웃으며 강하리를 안고 화장실로 들어갔다.“응, 나도 좋았어.”“...”개자식과 더 실랑이를 벌일 기운도 없었다. 뻔뻔한 걸로는 절대 그를 이길 수 없었다.구승훈은 강하리를 씻겨주고 그녀를 안아 침대로 돌아왔다.강하리는 손가락을 들 수 없을 정도로 피곤했지만 그래도 꿋꿋이 옷을 끌어당겨 입었고 구승훈은 그녀의 움직임을 보며 눈썹을 치켜들었다.“어디 가?”“연지 보러 갈 거야. 오늘 밤엔 연지랑 잘 거야.”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강하리, 넌 내 아내야.”강하리가 그를 슬쩍 보았다.“아직 결혼 안 했잖아.”구승훈이 그녀를 껴안았다.“그러면 내일 혼인신고 하러 갈래?”강하리의 몸이 경직되며 문득 지난번에 구승훈이 혼인신고 하자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그러다 그녀에게 돌아온 건 심미현의 죽음과 오지 않는 구승훈이었다.강하리의 몸이 눈에 띄게 굳어지자 구승훈은 무거운 마음으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더 이상 지난번 같은 일은 없어.”강하리가 그를 돌아보았다.“만약 또 그런 일이 생기면...”구승훈의 짙고 검은 눈동자에 밝은 빛이 비쳤다.“또 그런 일이 생기면 난 고자가 될 테지만 걱정하지 마, 강 대표님. 내가 손으로도 잘 모실 수 있으니까.”“... 닥쳐!”말을 마친 그녀가 잠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다가 두 걸음도 못 가서 갑자기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또 콘돔 안 썼어?”강하리는 말하며 지난번에도 구승훈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구승훈, 미쳤어? 난 지금...”구승훈이 그녀의 턱을 그러쥐었다.“걱정하지 마, 임신 안 해.”강하리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는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봤고 구승훈은 손으로 강하리의 턱을 어루만지기만 했다.“나 묶었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9화

    손연지는 식사를 마치고 잠을 청하기 위해 방으로 돌아갔다.아직 몸조리가 필요한 그녀는 도저히 찾아갈 데가 없어 결국 강하리를 찾으러 B시까지 왔다.강하리는 구승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손연지는 자신이 겪은 일을 몇 마디로 설명했지만 강하리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다.구승재도 별말 없이 바로 손연지에 대해 알아본 사실을 강하리에게 전했고 대충 손연지가 말한 내용과 거의 같았지만 몇 가지 세부적인 내용이 빠져 있었다.손연지가 병원에서 손가락질받고 있었다는 것, 노민우의 약혼녀라는 사람이 손연지를 머물 곳도 없게 궁지로 내몰았다는 것 등등...손연지는 노민우를 그냥 두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노민우의 어머니가 노민우 몰래 손연지를 노씨 가문으로 데려와 심한 모욕을 준 것뿐이었다.그래도 손연지가 고분고분 말을 듣는 성격은 아니라 노씨 가문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고 상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손연지에게 수표를 던지며 연성을 떠나라고 했다.손연지는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고 노민우의 결혼을 파탄 낼 생각도 없었기에 처음엔 연성을 떠나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노민우의 어머니가 그녀의 부모님까지 찾아갔다.강하리는 죄책감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손연지에게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도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구승훈이 강하리를 뒤에서 껴안았다.“나를 이렇게 걱정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어떻게 같아?”구승훈은 납득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뭐가 다른데?”강하리는 시선을 떨구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일을 겪었지만 그녀를 정말로 기쁘게 만드는 건 별로 없었다.어릴 적 강찬수의 가정 폭력부터 나중에 구승훈에게 받은 상처까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손연지가 곁에 있었고 그녀에게 손연지는 가족이었다.강하리는 대답이 없었고 구승훈도 더 묻지 않아 거실은 무척 조용했다.하지만 조용한 시간은 얼마 가지 않았고 구승훈이 귓불을 깨물며 그녀의 몸을 달구기 시작했다.강하리는 조금 긴장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8화

    구승훈은 강하리를 다소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도 결국 순순히 입을 다물었고 손연지는 구승훈을 보고 웃었다.구승훈은 굳어진 표정으로 두 사람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다가 모퉁이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강하리를 한 손으로 잡아당긴 뒤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오늘 밤에 보상해 줄 거야?”강하리는 순간 조금 전 당황스러운 장면이 떠올랐고 손연지가 지금 슬픈 상황에서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싶지 않았다.“가만히 있어.”구승훈의 입술이 그녀의 귀에 닿았다.“그러면 손으로만 하는 건?”남자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가로질러 그녀가 승낙할 때까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꽉 감싸자 강하리는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이따가 내려가선 얌전히 있어.”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아내 말은 들어야지.”손연지는 식사 내내 먹는 둥 마는 둥 했고 식사가 끝날 무렵 강하리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노민우였다.강하리는 손연지를 바라보며 바로 전화를 끊었고 손연지는 못 본 척했지만 표정이 한층 어두워졌다.하지만 잠시 후 구승훈의 휴대폰도 울렸고 그는 눈썹을 치켜들며 전화를 집어 든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바깥에 도착하고 나서야 구승훈은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노민우가 아닌 노민준의 전화였고 그는 뒤를 돌아보고는 전화를 받았다.“그 주사 효과가 어때?”구승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괜찮아. 지난 이틀 동안 상태가 전보다 훨씬 안정됐어.”거짓말이 아니었다. 구승훈은 노민준이 건넨 주사를 맞고 나서부터 지난 이틀 동안 단 한 번의 이상도 느끼지 못했고 그것이 그가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았던 이유였다.노민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포기하지 말라고 했잖아.”짧게 대꾸한 구승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말을 마친 노민준이 잠시 멈칫했다.“참, 내 동생이 할 말이 있대.”곧이어 저쪽에서 노민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승훈아, 손연지는 지금 어때?”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네 여자를 왜 나한테 물어봐?”“승훈아, 나도 네가 강하리 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7화

    강하리는 사실 자신이 꽤 한심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거듭되는 상처에도 수없이 용서했다.마치 구승훈이 없으면 모든 게 그대로 멈춰버릴 듯이.구승훈이 사라져도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지만 구승훈이 없는 세상이 되어버리고 그건 그녀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또 무슨 일이 생기면 난 당해도 싸.”강하리는 손연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손연지는 다가와 강하리를 껴안았다.“구승훈 이 개자식이 전생에 우주라도 구한 거야?”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손연지의 어깨에 기대었다. 의지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위로에 가까웠다.“그러는 넌, 대체 무슨 일인데?”자기 일을 언급하자 손연지는 순식간에 흥미가 사라진 표정이었다.“별건 아니야. 사실... 하리야, 나 임신했었어.”강하리는 깜짝 놀랐다.“뭐? 그래서? 지금은 어떤데? 아기는?”손연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노민우는 다른 여자와 약혼하고 있었어. 노민우에게 말할 생각도 없었고 사실 아이도 남길 생각 없었어. 노씨 가문이나 노민우에겐 관심 없어. 40일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술하려고 했는데 그날 밤 내가 당직일 때 노민우 약혼녀가 병원에 찾아와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난동을 부렸어. 병원에서도 노씨 가문에 밉보일 수 없어서 날 해고했어.”강하리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러고 나서?”손연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그리고 다음 날 아이를 지웠는데 노민우가 어떻게 알았는지 낙태한 걸 알고는 나한테 화를 냈어.”강하리의 가슴에 고통이 밀려왔다.노민우가 약혼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 손연지에게 연락했을 때만 해도 그녀는 멀쩡했었다.고작 얼마나 됐다고 노민우 그 개자식이 손연지를 이렇게 힘들게 한 건지!“왜 나한테 말 안 했어?”손연지는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웃었다.“말해도 달라질 게 뭐가 있어. 그래도 노민우를 그냥 두지는 않았어. 자기가 뭐라고 나한테 화를 내? 약혼까지 했는데 내가 아이를 낳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노씨 가문에 찾아가서 업무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6화

    강하리의 눈빛이 번쩍이며 구승훈의 말에 담긴 의미를 순식간에 알아차렸다.그가 오늘 인터넷 속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에게 매달리는 역할을 자처했으니 이젠 그녀가 자신을 데려가야 한다는 말이었다.강하리는 구승훈의 목에 팔을 걸고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속삭였다.“보답이라, 문제없지. 구 대표님이 우선 그 쓸데없는 여자들 먼저 해결하면!”이번 일에 진시연이 연루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석미란이 심준호에게 고소당한 이후 석연란조차 한동안 잠잠했고 그녀가 대외적으로 자신에 대한 악담을 퍼뜨릴지 몰라도 온라인에 증거를 남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니 누가 이 모든 일을 주도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개자식, 하여간 여자가 너무 많이 꼬인다.강하리는 계속해서 구승훈과 사무실에서 꽁냥거리진 않았다.집에 손연지가 있었기에 가는 길에 백아영에게 전화를 건 강하리는 구승훈을 따라 별장으로 돌아왔다.어두운 별장을 보며 강하리는 손연지가 아직 자는 줄 알았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인공지능이 불을 켜자 갑자기 별장 전체가 환하게 밝아졌다.강하리가 가방을 내려놓고 손연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갑자기 구승훈이 뒤에서 안았고 곧이어 그녀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소파에 쓰러뜨렸다.강하리가 말하기도 전에 구승훈은 그녀의 입술을 막았고 남자의 손이 불순하게 그녀의 다리를 어루만졌다.“자기야, 다리 예쁘다.”강하리는 남자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챘다.이 개자식!머릿속엔 그 짓밖에 없는 건지.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그녀는 손연지에 대해 말하는 것도 잊어버렸다.“당신... 읍...구승훈은 거침없이 그녀의 스타킹을 찢어버리고는 그녀의 손을 끌어 벨트로 가져갔다.“도와줘, 자기야.”강하리의 얼굴이 화끈거렸다.“일단 기다려.”구승훈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종아리를 잡고 부드럽게 주물렀다.“못 기다려.”강하리는 그를 세게 밀었다.“아니, 내 말은...”“어머!”강하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계단 너머에서 손연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5화

    주해찬은 다소 침울한 표정으로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아니라고 하면 믿어줄래?”주해찬은 정말 강하리에게 계속 사실을 숨길 생각도, 진시연을 도울 생각도 없었다.그냥... 강하리가 곤경에 처했을 때 그때 나서서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러면 강하리의 마음속 망가진 그의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아서.그런데 구승훈이 이토록 매몰차게 굴 줄은 몰랐다.아버지가 얼마나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인지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부패한 관리들처럼 부정부패와 뇌물 수수를 일삼지는 않을 것이고 할아버지도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가만둘 리 없었다.하지만 부패를 철저히 타도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작은 선물을 몇 개 받은 것만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게다가 구승훈은 그 증거를 노골적으로 인터넷에 올렸고 관련 부서에 실명으로 가차 없이 신고했다.구승훈은 결코 자신을 감추는 사람이 아니었다.그가 원하는 건 주해찬의 타협과 강하리 앞에서 완전히 신뢰를 잃는 것이었다.사실 구승훈이 처음 병원에서 그를 떠봤을 때부터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았다.다만 줄곧 비현실적인 희망을 붙잡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이 되어서야 주해찬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의 완전한 패배라는 걸.“미안해, 하리야. 엄마한테 사과하라고 할게. 그리고... 인터넷에 너에 대한 루머를 유포한 것도 이모가 한 짓이야. 이모한테도 사과하라고 할게. 그리고 하리야, 내 다리...”주해찬은 말하며 심호흡하듯 잠시 멈춘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사실 거의 다 나았어.”강하리는 당황했고 주해찬은 다시 입을 열었다.“미안해. 조금만 더 나랑 같이 있어 주길 바라서, 구승훈이랑 다시 만나서 네가 또 상처받을까 봐 내가...”“선배.” 강하리가 갑자기 주해찬의 말을 가로챘다.“고마워요.”그녀가 고맙다고 말할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강하리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예전에 여러 번 날 도와주고 날 이렇게 생각해 주고 지금도 날 위해 나서서 진실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84화

    두 사람 관계에 있어서 누가 봐도 을인 모습이었다.사무실에 있던 몇몇 기자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에비뉴와 정안그룹이 강하리 명의로 되어 있다고?그렇다면 강하리 혼자서도 B시 재벌과 맞먹는 것 아닌가.여러 기자가 모두 멍한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봤다.구씨 가문의 권력자 구승훈이 자신은 아내 덕분에 먹고 사는 놈이라고 말하다니, 그것도 제법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그러면 강 대표님이 구 대표님과 송유라 씨 사이에 개입했다는 건...”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제가 우리 강 대표님과 언제 만났는지 아세요?”기자는 고개를 저었고 구승훈은 오른손 손가락으로 왼쪽 약지에 낀 반지를 살며시 돌리면서 시선을 내리깔고 웃었다.“아홉살 때 만났어요. 그 여자가... 제 삶의 유일한 구원이었죠.”구승훈은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자기야, 미안해. 오랜 세월 많이 힘들었지? 오늘 여기서 맹세할게. 나 구승훈은 평생 강하리의 것이란 걸.”강하리는 화면 속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코끝이 시큰거렸다.개자식, 인터뷰만 할 것이지 왜 저런 말을 해서는.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구승훈의 말에 그녀의 마음속에 작게나마 남아있던 불편함이 말끔히 사라졌다는 걸.인터넷에 그 많은 루머들이 떠돌아다녀도 언제나 그녀를 감싸줄 사람이 있었다.구승훈의 인터뷰는 곧 화제성을 끌어모았고 강하리를 욕하던 사람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댓글 창에는 축복의 글이 가득했다.강하리는 휴대폰에 달린 축복의 댓글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구승훈의 목소리에는 미소가 묻어났다.“강 대표님, 나 보고 싶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오늘 밤 일찍 돌아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맛있는 음식만 있어?” 강하리는 멈칫했다.“또 뭘 원해?”“다리. 자기야, 한번 해보자.”강하리는 이를 갈며 그냥 전화를 끊었고 구승훈은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며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