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들어오긴 했지만, 강하리가 백아영을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었다.이름부터가 젊음으로 차 넘치는 백아영 전 외교부장은, 칠순 넘은 은빛 나이에도 불구하고 눈에서 맑은 정기가 돌고있었다.이쪽의 눈빛을 느꼈을까, 진태형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그 눈길을 따라 백아영의 눈길도 이쪽을 향한 순간.강하리의 얼굴에 눈길이 닿은 백아영이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부장님, 이쪽이 바로 준호가 입에 달고 다니던 강하리 양입니다.”진태형의 소개에 정신이 퍼뜩 든 백아영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준호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어요, 하리 양. 진작 만나보려고 했는데 이렇게나 오래 걸렸네요.”백아영의 따뜻한 눈빛 속에, 한 줌의 감회가 스쳐지났다. 마치 강하리에게서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것처럼.그리고 이어 콧등이 시큰해왔다.준호가 몇 번이고 입에 올렸을 때도 반신반의하던 백아영이었다.그러나 강하리의 실물을 보는 순간,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내 딸이…… 살아 돌아왔어.’정말이지 닮아도 이렇게 닮을 수가 없다.마찬가지로 예쁘고 똑 부러지던 딸의 모습을 한 아이가, 햇살처럼 활짝 웃는다.“백 부장님, 티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우세요.”“엄마”가 아니라 “부장님”으로 불리는 순간, 현실로 되돌아온 약간의 허망함을 갈무리하며, 백아영이 강하리의 두 손을 꼭 잡아쥐었다. “하리 양이야말로 정말 예쁘네요. 시간 날 때 집에 한 번 밥 먹으러 와요.”“네! 꼭 찾아뵙겠습니다!”“부장님, 하리 양이 오늘 회의 번역 전담입니다.”진태형의 귀띔에 그제야 백아영이 강하리의 손을 놓았다.“아, 그래요? 많이 바쁠 텐데, 내가 괜히 하리 양 시간을 잡아먹은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오늘 회의 잘 부탁드려요.”“아닙니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깍듯이 인사를 마친 강하리가 박근형과 함께 멀어져갔다.백아영의 눈길은 강하리의 뒷모습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태형 씨, 혹시 그럴 가능성은 없을까요? 하리 양이…….”“저도 혹시나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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