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990 챕터

제381화

구승훈이 강하리의 손목을 꽉 잡고 있자 그녀의 손목이 뜨거워졌다.강하리도 구승훈의 안색이 예전보다 많이 나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리야, 나 하루 종일 굶었어.”그러자 강하리가 멈칫하면서 말했다.“승훈 씨가 배고프시다면 같이 밥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그리고 그녀는 구승훈의 손을 뿌리치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며 걸어 나갔다.“이 대표님, 다른 식당으로 갑시다. 제가 찾아갈게요.”강하리는 전화를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구승훈이 굳은 표정으로 따라나섰다.“하리야, 나는 환자야. 걱정되지도 않아?”강하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자기 몸을 자기가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겠어요?”그리고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구승훈은 그 자리에 서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강하리는 정말 지독했다.예전에 구승훈이 그녀에게 했던 말을 그녀는 지금 한마디 한마디 모두 그에게 돌려줬다.구승훈이 막 따라가려고 하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힐끔 보더니 전화를 받았다.“형, 할아버지가 둘째 형을 구해줬어. 그리고 돌려보내 줬어.”그러자 구승훈이 물었다.“누가 할아버지한테 말했어?”구승현이 감방에 들어간 사실을 구씨 집안 사람들은 모른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그러자 구승재도 답답해하며 말했다.“설에 누가 말했을 수도 있죠.”구승훈의 얼굴색은 많이 안 좋았다.“지금 당장 돌아갈게.”구씨 저택.구승훈이 들어서자마자 구승재가 마중 나왔다.“할아버지가 방금 엄청 화를 냈어.”그러자 구승훈이 목을 가다듬으며 물었다.“어디에 보냈는지 알고 있어?”구승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모르지. 이미 다 보냈는데 말이야.”구승훈은 굳은 표정으로 할아버지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집사가 가로막으며 말했다.“도련님, 어르신이 지금 많이 화가 나신 상태입니다.”하지만 구승훈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구진철의 방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마자 무언가가 구승훈 쪽으로 날아오는 것 같았다.“돌아올 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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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네. 신경 안 써도 돼요.”심준호는 나지막이 말했다.“걱정 마세요. 며칠 후에 화풀이해 줄게요.”강하리는 웃으면서 대답했다.“네. 변호사님, 고마워요.”설 연휴가 끝난 두 번째 날에 송유라의 명예훼손과 고의 상해 사건 재판이 열렸다.심준호는 원래 비밀리에 처리하려고 했다.송유라 같은 연예인은 사회에서 영향력이 너무 컸다.비록 강하리는 피해자이긴 하지만 유산이나 스폰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명예가 훼손되기 마련이다.하지만 강하리는 공개 심판을 고집했다.강하리는 송유라가 패가망신하길 원했다.다만 심준호의 요구로 강하리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법정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대기실에 앉아 재판 과정을 지켜보았다.방청석에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기자들이었고 송유라의 팬들도 있었다.송동혁과 장진영도 있었고 구승훈은 두 사람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사실 구승훈은 오늘 강하리를 만나러 왔다.하지만 강하리가 법정에 나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강하리는 구승훈을 잠깐 바라보았다가 바로 시선을 돌렸다.명예훼손 재판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심준호는 당시 인터넷에서 강하리에게 했던 각종 악플 스크린숏을 제시했다.하지만 송유라는 예전처럼 모든 책임을 장서연에게 전가했다.장서연도 조금도 피하지 않았고 전부 인정했다.심지어 그 자리에서 강하리에게 사과까지 했다.상대방 변호사는 미소를 지으며 흥분한 표정으로 심준호를 쳐다보았다.그 변호사의 생각에는 지금은 소송이 아닌 자신이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이번 소송에서 심준호를 이길 수만 있다면 그는 앞으로 모든 법무 계에서 이름을 날릴 것이다.사실 변호사뿐만 아니라 옆에 앉아 있는 송동혁과 장진영의 얼굴에도 큰 긴장감이 없었다.그러다가 심준호가 녹음 파일을 꺼냈다.“강하리, 사이버 폭력을 받으니까 좋아?”송유라의 목소리가 나오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송유라 본인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리고 강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유라 씨, 정말 유라 씨가 그런 거예요?”“맞다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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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구승훈은 문 앞에 서 있었고 몹시 난감한 표정이었다.구승훈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부인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때 그런 상황에서 강하리가 얘기해도 자신은 듣지 않았을 것이다.구승훈은 지금 머릿속에서 이 일이 도대체 언제 발생했는지 끊임없이 회상하고 있었다.한참을 생각한 후에야 그 일이 떠올랐다. 송유라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와서 강하리가 자신을 때렸다고 했다.구승훈은 그때 자신이 뭐라고 했던지 생각해 보았다.아마도.강하리에게 당장 사과하라고 말했던 것 같았다.구승훈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때 나에게 미리 말했다면...”강하리는 아무 말이 없었고 그때 손연지가 옆에서 걸어 나왔다.“그때 말하면 뭐가 달라질 게 있어요? 승훈 씨가 하리보고 송유라에게서 꺼지라고 다시 한번 말하게요? 구승훈 씨, 도대체 나쁜 짓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스스로 생각해 봤어요? 그동안 줄곧 하리 뒤를 따라다녔고 하리와 주해찬 씨의 관계를 망쳤죠. 승훈 씨는 화해하려고 부드럽게 말했지만 실질적인 일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승훈 씨의 송유라는 아직 멀쩡하죠. 심지어 송유라는 어쩌면 지금도 어떻게 하리를 해칠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구승훈 씨, 송유라가 왜 이렇게 무서운 게 없이 행동하는지 생각해 보셨어요? 승훈 씨가 방관해서 그런 거라고요!”손연지는 말을 마치고 바로 가서 강하리를 와락 끌어안았다.강하리를 생각하니 손연지는 마음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왜 강하리가 이렇게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구승훈은 제자리에 서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강하리는 서운함을 참으며 손연지를 토닥였다.“난 괜찮아.”구승훈도 강하리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구승훈은 예전에 자신이 정말 나쁜 놈이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강하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그녀의 상처를 전부 치료해 주기에 너무 부족했다.구승훈의 손에 핏줄이 불끈 솟았고 마음속에는 후회가 가득했다.후반 재판은 송유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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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얼마나 익숙한 장면인가.그 당시 강찬수가 정서원을 밀어 던질 때 강찬수의 대리 변호사도 막판에 이런 정신 진단 증명서를 제시했다.손연지도 당연히 이 일을 알고 있다. 그녀는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X발, 강찬수의 상황과 똑같잖아. 천한 사람은 다 이런가?”현장에 있던 기자는 송유라의 정신병 진단 증명서를 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송유라가 정신병이 있다고?오늘 이 소송은 정말 치열하게 진행되었다.하지만 휴게실에 있던 강하리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지금 매우 복잡했다.지나친 우연의 일치 아닌가?구승훈도 이 모습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때 손연지가 다급하게 말했다.“어떡하지? 강찬수처럼 무죄로 풀려나는 건 아니겠지?”강하리가 입술을 꽉 깨물고 대답했다.“나는 심 변호사님을 믿어.”심준호는 상대방이 제시한 정신병 진단서를 보고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피고인에게 정말 정신질환이 있습니까?”그러자 상대방 측 변호사가 대답했다.“그럼요. 당사자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이런 일로 죄를 피하지 않을 겁니다. 또 아까도 보시다시피 당사자의 정신 상태가 이상했잖아요.”그 말을 듣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아까 송유라의 행동을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정말 정상인 것 같지는 않았다.심준호는 그윽한 눈빛으로 송유라의 변호사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모든 사람이 그가 반박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때 심준호는 뜻밖에도 이를 인정했다.“피고인이 정신상태는 확실히 정상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폭력적인 경향이 심하기 때문에 제 당사자의 안전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강제로 정신질환 감시 치료를 진행할 것을 요청합니다.”그 뜻인즉 강제로 정신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다.정신 병원은 감방보다 사람을 더 망가뜨리게 할 수 있다.특히 송유라는 유명인이자 연예인이기에 더 고통스러워할 것이다.사실 이번 소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기껏해야 3개월에서 6개월의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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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팬들이 LED 전구로 만든 응원판이 구승훈의 등에 쾅 하고 내리꼰졌다.강하리가 화들짝 놀라며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불렀다.“승훈 씨!”부르고 나서야 강하리는 자기가 실수했음을 알아챘다.응원판에 맞은 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돌려 그 팬을 노려봤다. 눈빛이 차가운 게 섬뜩할 정도였다.이에 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대, 대표님, 저, 저희는 그냥 저 파렴치한 여자를 손봐주려고 그랬던 거예요. 저 여자 때문에 우리 언니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데요! 대표님, 우리 언니를 대신해 꼭 복수해 주세요.”이 말에 구승훈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죠?”법원에 들어오려면 소지품 검사가 필요했다. 응원판 같은 물품은 절대 반입이 불가한 물품에 속했다.팬들은 너무 무서워 다리가 떨릴 지경이었고 구승훈이 캐묻자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전 그냥 저 여자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어요. 분명 대표님은 우리 유라 언니랑 천생연분인데, 저 여자는 그냥 중간에 끼어든 나쁜 년일 뿐이라고요!”팬은 말하면 말할수록 흥분하기 시작했다.구승재가 얼른 사람을 데리고 와서 그 팬을 제압했다.“형, 괜찮아?”구승훈은 질문에 대꾸하지 않고 오히려 강하리를 바라봤다.“어디 다친 데 없지?”강하리가 고개를 저었다.“없어요.”강하리가 잠깐 고민하더니 다시 물었다.“고마워요.”강하리는 아직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였다.사실 아까 송유라가 정신질환 진단서를 꺼내 들었을 때부터 심드렁한 상태였다. 하여 팬이 응원판을 휘두른 것도 모르고 미처 피하지 못했다.구승훈은 강하리가 고맙다고 하자 마음이 먹먹했다. 꼭 이렇게 내외해야 할까?구승훈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뭐 날아오는 것도 모르고.”구승재가 이를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은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아니라 위로를 건넬 때인데 말이다.“강 부장님, 형 다쳤으니까 케어 좀 해줘요. 나는 가서 팬들 좀 처리할게요.”팬들은 송유라가 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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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구승훈은 장진영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갔다.밖에 있는 팬들은 이미 거의 정리되고 없었다. 차 옆에 서 있는 강하리는 아무 표정 없이 덤덤하게 서 있었다. 손연지가 옆에서 뭐라 말하고 있었다.구승훈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가자 손연지가 그를 힐끔 노려보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구승훈은 그런 손연지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하여 자기도 모르게 강하리에게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도울 생각 없어.”강하리는 이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일단 가요.”강하리가 차에 오르려는데 구승훈이 이를 막았다.“내 차로 가자. 이 차는 이따 승재가 끌고 오면 돼. 팬들이 또 따라오기라도 하면 어떡해?”강하리는 구승훈과 한 차에 타기가 싫었지만 구승훈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잠깐 고민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의 차는 병원으로 향한 게 아니라 바로 아파트로 향했다.강하리는 이내 노선이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이에 구승훈이 얼른 해명했다.“병원까지 갈 필요 없어. 이따 약 좀 발라주면 돼.”강하리는 구승훈을 힐끔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이 덧붙였다.“오늘 본 그 팬 내가 잘 조사해 볼게. 우연히 들어간 건 아닌 거 같아.”한참 침묵하던 강하리가 알겠다고 대꾸했다.차 안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구승훈은 강하리를 힐끔 쳐다보더니 아무 노래나 틀었다. 잔잔한 클래식이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자 강하리가 눈까풀이 살짝 흔들렸다강하리가 아파트로 들어오자 도우미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하리 씨 왔어요?”하리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네, 일이 좀 생겨서 왔어요.”“식사하시고 가실 거죠?”도우미가 강하리와 구승훈을 번갈아 쳐다봤다.강하리가 대답했다.“아니요. 곧 갈 거예요.”도우미는 어딘가 실망한 눈치였다. 두 사람이 아직도 화해하지 못한 걸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구승훈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강하리가 남아서 식사끼지 할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강하리는 익숙하게 약상자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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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응원판에 맞을 때도 끄떡없던 구승훈은 강하리의 응징에 자기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냈다.“강하리!”구승훈은 단번에 강하리의 손목을 잡고 몸으로 그녀를 소파에 눌렀다. 구승훈은 지금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맞닿은 피부는 마치 불덩이처럼 뜨거웠다.강하리의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승훈 씨, 움직이기만 해봐요. 바로 성폭행으로 고소할 테니까!”“하리야.”구승훈의 목소리가 점점 갈라지고 있었다.“나 건강해. 여자랑 스킨십한 지 꽤 됐으니까 조금만 건드려도 반응이 오는 건 정상이야. 널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야 만족해?”강하리가 빨개진 얼굴로 성질냈다.“승훈 씨가 고자가 된다 해도 나는 괜찮을 거예요!”구승훈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강하리, 그래도 우리 그쪽 궁합은 잘 맞았잖아! 근데 이렇게 저주한다고?”강하리의 몸이 순간 굳더니 이렇게 반박했다.“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죠.”구승훈이 강하리를 노려보며 물었다.“뭐라고? 지금 내 스킬에 도전하는 거야?”두 사람의 자세는 지금 매우 위험했다. 강하리는 구승훈의 소중한 무언가가 아직도 꿋꿋하게 그녀를 찌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더는 이 화제를 이어가기 싫었다.“승훈 씨, 여자가 고프면 지금 당장 나가서 찾아요. 여기서 발정 난 푸들처럼 굴지 말고. 난 이미 질렸다고요!”구승훈의 이마에 순간 핏줄이 섰다.“질렸다고?”강하리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어갔다.“당연하죠. 매일 그렇게 정신없이 해대는데 질리지 않는 게 이상하죠. 떠올리기만 해도 역겨워요.”구승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강하리를 보며 말했다.“안 믿어. 해보기 전엔 절대 안 믿어.”“저리 가요!”강하리가 발버둥 치며 일어나려 했다.하지만 이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강하리가 발버둥 치면 칠수록 구승훈의 눈동자는 점점 어두워졌다.“그만, 하리야, 움직이지 마.”구승훈이 순간 강하리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더 움직이면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장담 못 해.”강하리는 화가 치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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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눈싸움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먼저 갈게요.”그러다 강하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구승훈이 강하리의 손목을 잡더니 이렇게 말했다.“샤워하고 올게. 잠깐 기다려. 할 얘기가 있어.”하지만 강하리는 남아있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구승훈이 한발 빨리 막아서더니 덧붙였다.“저번에 말한 강찬수 사건 내가 힌트 찾았다고 했잖아. 그거 진짜야. 계좌에 문제가 있었어.”강하리가 그제야 걸음을 멈추었다.“무슨 문제요?”구승훈이 이렇게 말했다.“일단 밥 먹으면서 얘기하자.”강하리가 받아쳤다.“그럼 구승재 씨더러 전달하라고 하세요.”구승훈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이렇게 말했다.“내가 알아낸 걸 왜 걔가 전달해?”강하리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심 변호사님과 만나기로 했어요. 여기서 이럴 시간 없다고요.”강하리는 심준호와 같이 밥을 먹고 어머니 정서원을 만나러 가기로 약속한 상태였다.구승훈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걔는 왜 맨날 한가해?”강하리는 더는 대꾸하기 싫어 몸을 돌렸다. 하지만 구승훈이 이번에도 따라왔다.“같이 가자. 준호는 개의치 않을 거야.”“내가 싫어요.”구승훈이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마침 강하리의 핸드폰이 울렸다.심준호가 걸어온 전화였다.“하리 씨, 예진이한테 일이 생겨서 잠깐 보경시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뒤에 다시 연락할게요.”심준호의 목소리가 매우 다급했다. 강하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전화를 끊었다.구승훈은 이런 상황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왜? 준호가 약속을 깨기라도 했나 보지?”강하리가 입꼬리를 당겼다.심준호의 말투가 너무 다급해 보였다. 그런 심준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강하리는 혹시 무슨 큰일이 난 게 아닐지 걱정되기도 했다.잠깐 고민하던 강하리는 카톡으로 심준호에게 메시지 몇 개를 보냈다.구승훈은 강하리가 심준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걸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강하리는 누구든 잘 지내지만 유독 그와는 그러지 못했다.심지어 아직도 구승훈의 전화번호는 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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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레스토랑에서 나가자마자 간병인 아줌마도 전화를 걸어왔다.간병인의 목소리가 매우 다급했다.“하리 씨, 얼른 병원으로 오세요. 사람들이 마치 미친 것처럼 달려들고 있어요.”강하리가 전화를 끊자마자 구승훈이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차에 태웠다.“이미 근처 경찰서에 연락해서 인력들 그쪽으로 보냈어. 민우도 이미 보디가드들 보냈고. 아무 일 없을 거야. 일단 걱정하지 마.”강하리의 안색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정서원에게 힘은 되지 못할망정 폐를 끼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졌다.강하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마음속엔 비통함과 분노만 남았다.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송유라와 싸우지 말 걸 그랬나?하지만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왜 참고 지내야 하지? 왜 송유라에게 당하고만 살아야 하지?송유라도 그렇고 구승훈도 그렇고 잘난 사람이었다. 서로 첫사랑이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빛과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며 줄다리기를 계속했다.강하리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 희생양이 되기 싫었다.구승훈은 그런 강하리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자 핏줄이 서서히 드러났다.구승훈은 알고 있었다. 만약 이번에 강하리의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와 강하리는 정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걸 말이다.강하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서원이 있는 층을 달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강하리는 넋을 잃었다. 밖은 아수라장이었고 바닥에는 사진이 적잖이 흩뿌려져 있었다. 어떤 팬은 그녀의 사진을 프린트해 전단을 만들었다. 위에 적힌 X 년, 세컨드 같은 단어들이 강하리의 눈을 찔렀다.팬들은 이미 정리되고 없었지만 복도에는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강하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사람들의 눈길이 그녀에게로 쏠렸고 이내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기 시작했다.강하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정서원의 병실로 향했다.구승훈이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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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구승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손연지 씨, 오지랖이 너무 넓다는 생각 안 해요?”손연지가 구승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오지랖이 좀 넓으면 어때요? 그 오지랖에 누군가 걸려들었나 보죠.”구승훈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구승훈은 강하리를 보호할 생각이었다. 그녀를 모욕한 사람도 처리하고 차마 들어줄 수 없이 역겨운 말들도 사라지게 할 것이다.하지만 송유라는…구승훈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칠 수도 있지만 정말 그녀를 응징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손연지는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불쌍한 우리 하리, 보는 눈도 없지. 이런 사람한테 10년이라는 시간을 바쳤다니, 이런 과분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손연지는 이렇게 말하더니 안고 있던 물건을 전부 구승훈에게 던졌다. 그 바람에 구승훈 옆에 서 있던 노민우에게도 불똥이 튀고 말았다.억울하게 매를 맞은 노민우가 노발대발했다.“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 왜 나까지 맞아야 하죠?”손연지가 그런 노민우를 째려보며 말했다.“유유상종이라고, 저런 사람이랑 같이 노는 사람이 성품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요.”노민우는 어이가 없었다.“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지?”노민우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구승훈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멍한 눈빛으로 손연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까 뭐라고 했어요?”사실 손연지는 구승훈에게 이런 말을 해줄 생각이 없었다.전에 강하리가 끝내기로 했으면 깔끔하게 끝내야 한다고 했던 게 떠올라서 가만히 있으려다가 강하리가 너무 불쌍해서 그럴 수 없었다.구승훈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게 너무 괘씸했다. 강하리가 10년이라는 시간을 갖다 바쳤는데 구승훈은 소중한 줄을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하리가 구승훈 씨를 10년이나 좋아했다고요! 10년! 근데 구승훈 씨는 우리 하리한테 어떻게 했어요? 첫사랑을 보호한다고 우리 하리한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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