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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그들을 본 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렸다.반면 육현석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아버님, 귀국하셨네요? 정말 오랜만에 뵙는데 전이랑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네요.”뻔히 보이는 육현석의 아첨에 곽현수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대충 답했다.“현석아, 넌 먼저 나가봐라. 승재랑 할 얘기가 있구나.”육현석은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진작 눈치챘다.“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시간 되시면 제가 환영회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육현석이 자리를 뜨자 곽현수가 사무실로 들어섰다.백유미는 문가에 서서 약간 두려운 표정으로 곽승재를 바라보고 있었다.“유미야, 들어와. 문 앞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곽현수가 말하자 백유미는 그제야 안으로 들어섰다.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곽현수에게 물었다.“어쩐 일로 귀국하셨어요?”곽현수가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백씨 가문 산업을 그대로 고은서 손에 넘겨 걔 멋대로 하게 둘 것 같아서 들어왔어.”곽승재가 담담하게 답했다.“아버지, 말씀이 과하시네요. 저는 백씨 가문 산업에 손댄 적 없어요.”“방관이 돕는 거랑 뭐가 달라.”곽현수가 차갑게 쏘아붙였다.“고은서의 환심을 사기 위해 너는 유미 아버지가 병원에 있어도 상관도 하지 않고 심지어 유미가 마음고생하게 만들었잖니!”“저는 아저씨한테 할 만큼 했습니다. 이 이상으로 신경 쓸 의무는 없습니다. 그리고 백유미는...”곽승재는 무심하게 곽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보시는 대로 스스로의 능력으로 이렇게 나왔네요.”곽승재의 말에 백유미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승재야, 나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어서 아저씨한테 도움을 청한 거야. 아버지는 치료 시기를 놓쳐서 이제 다시는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 너무 속상해하셔서 혹시 잘못된 선택이라도 하실까 두려워서 아저씨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었어.”곽승재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곽승재, 백승엽은 단지 고은서에게 진실을 요구한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매몰차게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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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곽승재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할 말 있으면 빨리해.”백유미는 여전히 평소처럼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며 곽승재의 냉랭한 태도에도 개의치 않고 소파에 앉았다.“승재야, 전에도 말했지만 나 혼자서 성씨 일가 일을 조사할 능력도 없고 고씨 가문 사업에 개입할 힘도 없어.”곽승재는 여전히 냉담한 표정으로 백유미를 바라봤고 백유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승재야, 별로 놀라지 않는 것 같네. 이미 알고 있었어? 하긴... 고은서를 신경 쓰는 걸 보면 조사를 했겠지.”백유미가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내가 진심으로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는 걸 믿어줄 거로 생각해. 나도 아저씨 부탁을 받은 것뿐이야.”“왜 그 부탁을 들어줘야 했던 거지? 그리고 아버지는 왜 그런 일을 시킨 거야?”곽승재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로 물었다.백유미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정말 몰라. 나도 몇 번이나 물었지만 아저씨는 그냥 참견하지 말라고 하셨어. 승재야, 아저씨는 나랑 아버지한테 은혜를 베푸신 분이야. 그런 분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어.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면서 나랑 아저씨한테 밝히지 않은 건 아저씨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그런 거지?”백유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가 네 숨겨둔 패가 되어 널 도와줄게.”곽승재는 냉랭한 태도로 말했다.“백유미, 지금 상황에서 내가 널 믿을 거로 생각해?”백유미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승재야, 네 마음속에서 나는 정말 그렇게 하찮은 존재야? 곰곰이 생각해 봐.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해를 끼칠만한 일한 적 있어? 아저씨를 도와 너와 고은서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던 적은 있어도 너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어. 물론 나도 아무런 조건 없이 돕겠다는 건 아니야.”백유미는 자신의 요구를 분명히 했다.“아버지에게 좋은 의사를 구해주고 다리를 고쳐줘. 그리고 아저씨가 백씨 가문에 화풀이하더라도 우리 가족이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줘.”그 말에 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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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백유미의 질문에 곽승재는 더는 인내심을 보이지 않았다.“네가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했든 간에 결론적으로 그 일은 네가 벌인 거야. 단지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모든 걸 덮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해?”곽승재의 냉정한 얼굴을 바라보던 백유미는 눈시울을 붉힌 채 쓴웃음을 지었다.“그래. 맞아. 내가 한 일이야. 하지만 네가 고은서를 좋아했다면 어떻게 남의 몇 말로 미워할 수 있었겠어? 너희 사이가 굳건했다면 내가 깨뜨릴 수 있었을까?”백유미는 조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나는 단지 성아연한테 나를 몇 번 모욕하라고 한 것뿐이었어. 하지만 넌 그걸 고은서의 계획이라고 믿었지. 내가 다쳐서 입원했을 때도 네 선택으로 내 곁에 있었던 거였어. 승재야, 고은서를 미워한 건 너고 고은서에게 냉정하게 대했던 것도 너야. 그게 왜 내 탓이야? 내가 한 일은 고은서를 다치게 하지 못했어. 모든 책임과 잘못을 나한테 떠넘긴다고 정말 이 일이 전부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야?”백유미의 날카로운 비판에 곽승재는 심장이 순간 얼어붙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그의 가슴속은 답답함과 불안으로 가득 찼다.곽승재는 저도 모르게 서운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는 고은서를 다시 찾겠다고 말하며 앞으로는 더 이상 그녀를 아프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었다.그때 고은서가 그에게 물었다.“정말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알아?”그는 망설임 없이 안다고 답하며 그녀에게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고은서는 비웃으며 냉소적으로 웃을 뿐이었다.그는 그 당시 고은서의 상처가 전부 백유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백유미가 저지른 일을 밝혀내고 그녀가 대가를 치르게 만들면 그것이 고은서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했고 또한 고은서의 상처도 치유될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백유미의 질책과 비아냥을 들은 지금, 곽승재는 자신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크나큰 착각이었고 뼈아픈 실수였다.‘은서에게 상처를 준 건 백유미가 아닌 나였어.’“승재야, 너에 대한 내 마음은 단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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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누나, 백승엽 병문안 왔는데 다리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지만 정신은 멀쩡하더라고요. 심지어 곽승재의 아버지가 돌아와서 이제 아무도 백씨 가문을 건드릴 수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더라고요.”원지훈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백씨 가문이 이 기회를 타서 다시 세력을 되찾지 않을까요?”고은서는 그의 말에서 그가 당장이라도 백씨 일가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이제 곧 소원을 성취할 차례인데 갑자기 곽현수라는 변수가 나타난 것이다.고은서가 그를 달래며 물었다.“해외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도입했어?”“최근 백승엽이 사고를 당하고 백유미도 조사 때문에 구치소에 들어가 있어서 프로젝트 책임자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 공식적인 승인은 받지 못했어요.”“상황이 안정되었으니 적극적으로 추진해 봐.”백유미가 고씨 가문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고은서도 같은 방법으로 백가를 무너뜨릴 계획이었다.원지훈과 통화를 끝낸 고은서가 체육관으로 향했다.단순 친선 경기일 뿐이었지만 관중은 생각보다 많았다.관람석은 이미 절반 이상 차 있었고 각 병원의 대표 선수들은 경기 준비로 분주했다.응원단이 구호를 연습하는 모습도 보여서 분위기가 꽤 떠들썩했다.고은서는 좋은 자리를 찾아 박지연과 그녀의 팀원들을 응원하려 했다. 주위를 둘러보던 중 그녀는 한쪽 구석에서 온승준을 닮은 남자를 발견했다.구석진 곳에 서 있고 주변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그녀는 온승준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고은서는 그가 온승준이든 아니든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박지연과 온승준이 이혼했으니 그녀에게는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었고 고은서는 굳이 시간을 낭비해 가며 그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온승준은 확실히 현장에 있었다.원래 그는 이런 경기가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전날 구내식당에서 동료들이 어느 병원 팀이 우승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온승준은 그런 얘기에 관심이 없어 식판을 들고 자리를 뜨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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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온승준은 어머니의 강압적인 태도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유 선생도 말했잖아요. 저희는 그저 동료일 뿐입니다. 게다가 이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재혼할 계획 없습니다.”조수연은 불만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유혜린이 있는 자리에서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는 않았다.식사가 끝나고 유혜린이 떠나자 조수연은 온승준은 잡고 물었다.“승준아, 왜 그렇게 말한 거야?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평생 혼자 살 생각이야? 너 정말 혜린이가 널 좋아하고 다시 같이 있고 싶어 하는 마음을 모르는 거야?”온승준이 차분히 답했다.“몰랐어요. 그리고 저랑 유 선생은 단순한 동료지 그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너 정말 나 속 터지는 거 보려고 그래? 혜린이랑 헤어지고 나서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본 적 없잖아. 혜린이 기다리는 거 아니었어? 이제 혜린이가 너 때문에 일부러 병원까지 옮겨 왔는데 대체 왜 그리 무심하게 구는 거야!”온승준은 여전히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저는 한 번도 혜린이를 기다린 적 없어요. 학업과 미래를 위해 헤어졌고 그 이후 연애를 하지 않았던 건 단지 시간이 없었거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그럼 왜 혜린이가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자마자 지연이랑 갑작스럽게 결혼한 거야!”온승준은 조수연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제가 지연이랑 결혼한 게 유혜린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라고요? 어디서 들으신 거예요?”조수연도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그때 혜린이가 인스타에 글 올렸다고 내가 말했잖아. 너 그 이야기를 듣고 며칠 뒤에 바로 지연이랑 혼인신고 했어.”온승준은 조수연의 말이 황당했다.조수연은 늘 집안일이나 주변 이야기를 떠들기 좋아했다.그는 대부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생각에 몰두하곤 했다.그로 인해 조수연이 이런 오해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동안 내가 너한테 소개팅도 몇 번이나 주선했지만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했잖아. 박지연은 집안도 별로고 직장도 별로고 학력도 평범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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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이혼이라는 사건조차 온승준의 일상을 어지럽히지 못했다. 그는 이혼 이후에도 평온한 일상을 유지해 왔다.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정해진 시간에 휴식을 취했다하지만 전날 조수연과의 말다툼에서 박지연을 좋아해서 결혼했다고 소리쳤을 때부터 그의 내면은 흔들리기 시작했다.마치 무언가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와 거세게 외치는 것 같았다.추첨 결과 박지연이 속한 병원이 첫 번째 경기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병원 팀과 맞붙게 되었다.경기장에서 박지연은 땀을 흘리며 팀원들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한 잘생긴 남성과의 호흡은 남다른 수준이었다.득점할 때마다 두 사람은 환호하며 하이 파이브로 서로를 격려했다.온승준은 처음으로 이렇게 자신감 넘치고 빛나는 박지연의 모습을 보았다.그에게 박지연은 경기장에서 제일 빛나는 존재였고 어쩌면 유일한 존재였을 지도 몰랐다.30분 후 박지연이 속한 팀은 근소한 점수 차로 첫 경기를 승리로 마쳤다.고은서가 환호하며 박지연에게 달려갔다.“지연이 최고! 지연이가 제일 멋있어!”박지연이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활짝 웃었다.“그럼! 내가 누군데!”“지연아, 땀 닦아.”이때 육현석이 다가와 깨끗한 수건을 건네주었다.박지연이 땀을 닦을 때 육현석이 또 물 한 병을 따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목마르지? 좀 마셔. 금방 운동했으니 너무 급하게 마시지는 말고.”“고마워. 하지만 내가 간호사라는 건 잊지 마. 그런 상식 정도는 있다고.”박지연이 웃으며 답했다.육현석도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답했다.“죄송합니다. 수간호사님. 괜히 아는 척했네요.”“음, 태도가 좋네요. 이번만은 봐 드릴게요.”박지연은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그녀를 보며 고은서는 문득 육현석에게 약간의 고마움을 느꼈다.그가 이렇게 박지연을 챙기는 모습은 너무도 진실되어 보였다.“지연아.”바로 그때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뒤를 돌아본 박지연은 뜻밖의 인물을 발견했다.그곳에는 온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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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박지연이 고개를 들어 온승준을 바라보았다“아직 용건 있나?”박지연의 표정은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듯이 담담했다.예전 그를 볼 때의 설렘과 기대의 빛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온승준은 가슴이 답답했다.“며칠 전에 손을 다쳐서 휴가 중인데 시간 괜찮으면 같이 도성에 있는 극장에 가서 오페라 볼래?”박지연은 다친 이유는 묻지도 않고 곧장 답했다.“바빠서 안 될 것 같아.”온승준은 평소라면 이런 상황에서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박지연이 그냥 가버리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말을 덧붙였다.“네가 좋아하는 라 트라비아타인데. 배우도 유명한 국가급 아티스트고...”“온 선생님.”박지연이 그의 말을 끊었다.“사실 난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아. 같이 오페라를 보며 관심 있는 척했던 건 당신에게 맞춰주기 위해서였어. 극장에서 몇 시간 앉아 있는 것보다 등산을 가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게 더 좋아. 그러니 당신 어머님이 하신 말씀도 맞아. 나는 취미도 거칠고 천박한 사람이니 당신은 당신과 격이 잘 맞는 공주님을 찾아서 함께 오페라를 즐겨.”말을 마친 박지연은 더 이상 온승준을 신경 쓰지 않고 육현석과 함께 병원 배구팀 쪽으로 걸어갔다.온승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은서는 멍하니 서 있는 온승준의 모습을 보고 속이 다 시원했다.‘평소면 관심도 없을 배구 경기를 보러 온 걸 보니 이혼을 후회하기 시작했나 보네. 흥! 쭉 후회하라지! 전에 지연이 얼마나 아껴주고 잘해줬는데. 자기가 화나도 먼저 온승준을 생각해 줬던 사람인데 있을 때 잘했어야지. 이제 지연이의 가치를 깨닫다니 늦었어! 근데 남자들은 다 그런가? 잃고 나서야 소중한 걸 알지. 곽승재도, 온승준도 다 똑같아.’친선 경기는 반나절이나 이어졌고 박지연이 속한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병원은 명예와 상을 받았고 박지연과 다른 참가자들을 병원에서부터 상금을 받았다.그날 저녁 고은서는 박지연과 육현석 등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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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박지연이 답했다.“그런 셈이지. 부장님이 무심코 흘린 말이긴 한데 특별한 일 없으면 승진할 것 같아.”“정말 축하해! 이혼도 하고 승진도 하고 겹경사네! 정말 부러워.”박지연이 장난스럽게 말했다.“부러워할 필요 없어. 너도 원하기만 하면 누구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잖아. 미래 투자은행 대표 사모님으로 말이야.”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라이트문 아파트에 도착했다.주차한 고은서는 아파트 아래에 서 있는 곽승재를 발견했다.그는 현관 입구 쪽 가로등 아래 서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가로등 불빛이 그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의심할 필요도 없이 곽승재 절친한 친구 육현석이 우리 일정을 알려줬을 거야.”박지연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아까 나한테 온승준을 마주친 소감을 물었지? 이제는 네 소감을 얘기해줄 차례네.”고은서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나도 너랑 같아. 다시 진흙탕에 내 발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야.”“그럼 난 먼저 올라갈게. 얘기하고 와.”박지연은 곽승재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대신하고 집으로 향했다.곽승재를 전화를 끊고 긴 다리로 고은서를 향해 걸어갔다.“무슨 일이야?”고은서가 물었다.“아버지가 귀국하시고 백유미도 경찰서에서 나왔어.”고은서가 무심한 목소리로 답했다.“그래.”곽승재는 고은서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그녀가 화가 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그녀를 만나러 오기 전 곽승재는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그는 고은서에게 지금까지 그녀가 겪어왔던 슬픔과 아픔을 알게 되었다고 그에 응하는 보상을 하겠다고 말하려고 했다.또한 백승엽에게 의사를 붙여준 건 백유미에게 진 은혜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아무런 동요도 없는 고은서를 바라보자 곽승재는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그는 간신히 한 마디를 뱉었다.“은서야, 미안해.”고은서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백유미를 다시 그룹에 돌아오게 하고 백승엽에게 의사를 붙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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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고은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곽승재의 낮은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10살 때 원한을 품은 도우미가 내게 약을 먹인 후 물속에 밀어 넣은 일이 있었어. 그때 백유미가 나를 구해줬어.”“알아. 널 이렇게 오래 좋아했는데 그런 일도 몰랐겠어?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무슨 일이든 이유와 근거가 확실하니까 굳이 상관없는 사람한테 해명할 필요가 없다고.”고은서가 비웃듯 말했다.“넌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잖아.”“그만해. 곽승재. 네가 이러는 거 정말 역겨워.”고은서는 다시 한번 그의 말을 끊었다.고은서의 입에서 역겹다는 말이 나오자 곽승재는 상처받은 듯 해 보였고 잘생긴 그의 얼굴에는 은근한 분노가 드러났다.고은서는 곽승재가 늘 우월한 위치에서 칭송받는 데 익숙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 누구도 대놓고 역겹다는 말을 한 적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고은서는 곽승재의 이런 행동이 너무나 싫었다.곽승재는 모든 일을 자신에게 맡기라고 하며 자신이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되찾아주겠다고 장담했다.하지만 뒤에서 그는 백승엽에게 의사를 찾아주고 백유미가 판주 투자은행으로 복귀하는 것을 용인했다.모든 과정에 곽현수가 개입했다는 걸 알지만 곽승재가 묵인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고은서는 곽승재의 표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그의 손을 피하며 단호히 걸음을 옮겼다....월요일 아침 고은서가 미래 투자은행에 도착했다.송민아는 그녀에게 두 집안 부모님에게 약혼을 깨겠다고 알린 일을 전했다.“부모님들도 동의하신대?”“우리 부모님은 처음에 반대하셨지. 그런데 내가 울고 떼쓰며 애교부리니까 어쩔 수 없이 허락하셨어. 하지만 아저씨는 반대하시며 오빠를 불러 혼내셨어. 심하게 꾸짖으며 나한테 다시는 속상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사과하라고 하셨지. 하지만 오빠는 굴하지 않고 처음부터 약혼을 받아들인 적도 없고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말하며 씁쓸함을 드러낸 송민아는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나도 아저씨한테 더 이상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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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고은서는 단호히 거절했다.“됐어. 듣고 싶지 않은 것 같아.”“고은서, 이번에는 가야 할 걸?”민시후가 말을 이었다.“송민아가 얘기했을 텐데, 지금 아버지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믿지 않아. 그래서 형을 보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확인해 보라고 했어.”“내가 안 가면?”“민씨 가문 남자는 고집이 세다는 단점이 있지.”민시후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너한테 집착하는 것처럼 네가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널 만나러 오겠지.”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이상 널 곤란하게 하는 일은 없을 거야.”민시후가 위로했지만 고은서는 그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네 연극에 어울려줄 생각 없어. 네 형이 물어보면 나는 너한테 관심 없다고 바로 얘기할 거야.”민시후가 웃으며 답했다.“네가 원하는 대로 해.”“그럼 먼저 임철원 쪽에서 알아낸 정보를 얘기해 봐.”민시후가 혀를 차며 답했다.“듣고 싶지 않다며?”고은서가 화를 내며 말했다.“그럼 밥 먹는 거 포기해! 네 가족이 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거야!”“농담 한 번 못 하겠네.”민시후가 다시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임철원이 해외로 도망칠 수 있었던 게 누구 도움인지 알아?”고은서가 고개를 저었다.“맞혀 봐.”민시후는 다리를 탁자 위에 올리고 일부러 뜸을 들였다.고은서는 참다못해 그의 다리를 발로 찼다.“말할 거면 한 번에 제대로 말해.”“고은서, 애정이 있어야 욕하고 화낸다던데 혹시 나 좋아해? 곽현수야.”고은서가 다시 차기 전에 민시후가 먼저 말했다.그 말을 듣고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곽현수가 왜 임철원이랑 엮인 거지? 왜 도와준 거야?”고은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민시후가 답했다.“이 일에서 백유미를 빼놓을 수는 없지. 백유미를 해성으로 돌려보낸 사람도 곽현수야.”고은서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백유미의 배후가 곽현수라고? 그때 민시후와의 스캔들도 곽현수가 백유미를 도와 퍼뜨렸던 거네!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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