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온승준은 정식 직원이라는 신분으로 이레 병원에 출근했다.서로 알고 지내던 교수 한 명이 그를 데리고 병원을 둘러보면서 병원 직원들에게 그를 소개해줬다.입원처로 가보고 싶다는 온승준의 말에 교수는 또 그를 데리고 외과 입원처로 향했다.외과 간호사실을 지나갈 때 마침 다른 간호사들과 서류를 확인하고 있는 박지연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그와 눈이 마주친 박지연은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옆에 있던 간호사와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이를 본 온승준은 강렬한 실망감에 휩싸이면서 발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승준 씨, 왜 그래요?”“아무 일도 아니에요. 가시죠.”교수의 물음에 온승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수간호사님, 방금 새로 오신 의사분 너무 멋있지 않아요? 그런데 수간호사님을 빤히 바라보던 것 같던데, 혹시 아는 사이세요?”간호사 한 명이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모르는 분이에요.”박지연은 아주 덤덤하게 답했다....점심시간.온승준은 교수의 밥약을 사양하고 병원 구내식당으로 갔다.그는 점심밥을 챙기고 아주 눈에 띄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업계에서 꽤 이름 있었는지라 그를 알아보고 놀라 하며 인사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온승준은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지만 애써 예의 바르게 같이 인사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온승준은 그제야 동료들과 수다 떨면서 구내식당에 들어서는 박지연을 보았다.“지연아.”온승준이 먼저 주동적으로 인사했다.그의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박지연을 바라보았다.“방금 들어온 간호사랑 아는 사이예요?”누군가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나 온승준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간호사님, 여기 같이 앉으실래요?”또 다른 누군가가 박지연을 향해 인사하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동료들과 함께 먹을게요.”박지연은 웃으면서 사양하고는 함께 온 간호사들과 배식 창구로 걸어갔다.온승준은 원래부터 인간관계 처리에 능하지 않았고 철면피하게 누군가에게 질척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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