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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Author: 류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5-01-07 19:00:00
조수연은 자신이 온승준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고집이 셌는지라 누군가를 위해 자존심을 꺾는 일은 절대 없었다.

그 누군갈 위해 이런 이성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린 적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까지도 온승준이 박지연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혜린과 잘 지내보라는 자신의 말에 화가 나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박지연과 같이 살면서 얼마나 큰 트라우마가 생겼겠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금방 해탈한 애한테 새 여자를 만나보라고 강요하기만 하고. 얼마나 싫었겠어. 다 내 탓이야.’

“엄마가 다신 다른 여자 만나보라고 강요하지 않을게. 혜린이랑도 거리 두면서 너무 가까이 지내지 않을게.”

조수연이 온승준을 계속 달랬다.

“승준아, 병원에서 널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너만 원한다면 꼭 다시 받아줄 거야. 그러니까 원래 병원으로 돌아가.”

그러나 온승준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

“어머니, 아까도 말했지만 저 안 돌아갈 거예요.”

“그 여자가 있는 병원에 가기만 해 봐. 이젠 너 같은 아들 없는 셈 치고 살 테니까!”

조수연은 더는 화를 참지 못하고 호통쳤다.

“어머니, 아버지랑 돌아가서 일찍 쉬세요. 그리고 제 결정은 변하지 않아요.”

온승준이 미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런 불효자식 같으니라고!”

온범준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온승준을 때리려고 할 때 조수연이 그를 막았다.

“승준아, 지금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도록 해.”

온범준과 조수연이 떠난 후 온승준은 서재로 갔다.

그는 책상 옆에 있는 솔로라는 글자가 새겨진 강아지 인형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 인형은 금방 결혼했을 때 박지연이 산 인형이었다.

당시 그녀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그의 어깨에 기대어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

“여보,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꼭 행복하게 살라고 당부하셨는데 여보랑 결혼한 이후로 이미 너무 행복한걸.”

박지연은 그의 어깨에 기댄 채 그의 귓가에 가까이 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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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준석이 입을 열었다.“우리 집에 와서 잠깐 바둑을 둘 때 네가 할머니 보러 가서 브로치를 놓고 왔다면서 마침 전해주더라구나.”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곽승재 정말 대단하네. 오전에 할머니 댁에 보낸 브로치를 오후에 외할아버지 댁으로 가져오다니. 조금 전 골동품 가게에서 마주쳤을 때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으면서...’“은서야, 왜 말이 없어? 또 할아버지가 승재랑 만났다고 화내는 거야?”고준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에도 말했지만 너희가 이혼했다 뿐이지 원수가 된 건 아니잖니. 날 보러 왔다는데 그냥 내쫓을 수는 없잖아.”고준석이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은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애교 몇 마디로 웃어넘기고는 전화를 끊었다.잠시 고민한 고은서는 굳이 곽승재에게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브로치를 가져갈 생각이 없다면 다시 경매에 올려서 돈으로 송금해 주면 되지 뭐.’...다음 날, 고은서는 원지훈의 연락을 받았다.원지훈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상대방이 최후통첩했어요. 이틀 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하네요.”상대방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려면 직접 만나서 얘기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어제 민시후는 원지훈에게서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백유미는 최근 판주 투자은행에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어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고은서는 원지훈과 함께 T 국에 있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은서 누나, 조금 전에 알아봤는데 점심 항공편이 있대요. 그걸로 가면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원지훈이 말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건 어려울 것 같네. 신분증 보내주면 다 처리하고 나서 항공편 알려줄게.”‘원지훈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어. 혹시 클라이언트랑 음모라도 꾸며서 나한테 사기 치는 거라면 미리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해. 출장 일정도 완전히 맡길 수는 없어. 안 그래도 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비행기 티켓까지 나한테 맡기지 않는 건 뭔가를

  • 어게인, 비긴   제640화

    고은서의 특유한 향기가 은은하게 밀려왔는데 곽승재는 그녀를 차로 강제로 안고 가고 싶은 충동을 힘겹게 참았다.그는 그녀에게 누구한테 주는 선물이기에 직접 쇼핑몰까지 와서 선택하는 거냐고 캐묻고 싶었다.‘방금전 반응을 보아서는 고국성 생일조차 까먹고 있었던 것 같은데, 고국성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아닐 테고. 그런데 왜 저렇게 쉽게 다른 사람한테 선물을 사주는 거야. 정장을 선물한 것도 모자라 이젠 남자 팔찌까지 선물하려는 거야? 아까 직원이 분명히 나한테도 어울린다고 했는데 왜 나한테는 안 사주는 거야?’...민시후는 고은서의 팔찌를 받자마자 팔에 차고 이리저리 보면서 좋아했다.“보는 눈이 좀 있네.”그의 하얗고 가늘지만 힘 있어 보이는 팔목에 확실히 잘 어울렸다.“직원이 추천해준 거야. 내가 직접 고른 게 아니야.”고은서가 이실직고했다.“고은서, 넌 네가 직접 고른 거라고 거짓말이라도 좀 하면 안 되겠냐?”민시후가 불쾌해하며 말했다.“양심을 가책을 느껴서 못하겠어.”“...”민시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런 사소한 일로 깊게 따지고 싶지 않았던 그는 화제를 바꾸면서 그녀에게 원지훈에 관해 조사한 결과를 알려줬다.“요즘 매일 정상적으로 출퇴근하고 있어서 별로 수상한 점은 못 찾았어. 그런데 얼마 전에 얼굴이랑 손이 상처투성이가 될 정도로 다른 사람이랑 싸웠다고 하던데.”민시후는 백씨 가문 기업의 주주가 때린 거라고 설명을 보태었다.두 사람이 시비가 붙었는데 주주가 원래부터 원지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는데 하필 그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낙하산이라고 욕하는 바람에 원지훈이 참지 못하고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고 한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먹을 먼저 휘두른 것 치고는 도로 상대방한테 얻어맞기만 했다고 한다.백유미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백씨 가문 기업에서 쫓겨났을 것이라고 민시후가 말했다.고은서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얼마 전에 전화하면서 긴장해 했던 게 이 일 때문이었던 거야?’“한 가지 더 알려줄까? 곽현수가 최근에 주주들

  • 어게인, 비긴   제639화

    익숙한 설송향이 고은서의 코끝을 간지럽혔는데 그녀는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이 향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어제 곽씨 가문 본가에서 만난 것 외에는 두 주일 동안 곽승재는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고은서가 그가 더는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성큼성큼 가게 안으로 걸어들어왔다.“곽 대표님, 아까 볼 일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여긴 무슨 일로?”여시은이 의외라는 듯 곽승재에게 물었다.“손님, 혹시 남자친구분이세요? 드라마에서 나오는 남주보다 더 잘생기셨어요.”젊은 직원이 부러운 눈길로 여시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염주 팔찌가 손님 남자친구분과 엄청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하나 사시지 그래요?”그 말을 들은 여시은은 황급히 팔찌를 내려놓으면서 설명했다.“어우,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제 남자친구 아니에요. 저분이 좋아하는 사람은 지금 제 옆에 서 있는 이분이라고요.”직원은 그제야 곽승재가 가게에 들어서면서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고은서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곽승재의 외모에 푹 빠진 직원일지라도 이내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했다.그녀는 황급히 입을 꾹 다물었다.“곽 대표님, 은서 씨가 여기 있는 걸 보고 내리신 거죠. 그럼 저는 이만 자리 비켜주면서 쇼핑하러 가볼게요.”여시은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은서 씨, 제가 재촉하는 게 아니라 퍼퓸 완성품이 너무 기대돼요. 그러니까 빠른 시간 내에 부탁할게요.”여시은이 나가면서 말을 보태었다.“알겠어요. 조심히 가세요.”그녀가 나간 후 고은서는 가게 문 쪽에 서 있는 곽승재랑 눈이 마주쳤다.“마음에 드는 거 있어? 내가 사줄게.”곽승재가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필요 없어.”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면서 직원에게 말했다.“이 팔찌 포장해주세요.”직원은 팔찌를 포장해주면서 곽승재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손님, 저분한테도 하나 선물하시는 건 어때요? 진짜 어울리실 것 같은데.”직원이 참지

  • 어게인, 비긴   제638화

    온승준은 점점 멀어지는 육현석의 차를 한참 바라보다가 자신의 차에 올랐다.그는 종래로 감정에 목을 매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혼하고서도 평소처럼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얼마 전에 조수연이 했던 좋아해서 결혼했겠니라는 말을 들은 후로 시도 때도 없이 박지연이 생각났다.보고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아무리 학술 연구에 몰두한다고 해도 요동치는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그는 이레 병원으로 이직만 하면 박지연과 가까이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현실은 박지연이 종일 그를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는 것이었다.심지어 그와 통화할 때도 낯선 사람과 통화하듯이 아주 무덤덤해 보였다.그녀와 통화하면 조금이나마 진정되면서 답답하던 마음이 나아질까 했는데 통화하고 나니 더 심란해졌다....고은서는 민시후의 선물을 사주기 위해 해성에 있는 한 쇼핑몰로 갔다.어제 약속한 일을 오늘 아침부터 준비되었냐고 조르는 바람에 없던 일로 치려고 해도 칠 수가 없었다.그러나 한 바퀴를 빙 둘러보아도 민시후에게 무슨 선물이 어울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예전에 곽승재 선물을 고를 때는 항상 제일 비싸고 또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물건들로 선택했다. 예를 들면 가죽 벨트, 넥타이, 커프스단추 등을 선물했었는데 그가 싫다고 해도 그녀는 전혀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선물했다.하지만 민시후한테 똑같은 선물을 줄 수는 없는 법.고은서는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쇼핑몰 맞은 편에 있는 력셔리 골동품 가게로 들어갔다.“손님,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실까요?”젊은 직원 한 명이 다가와서 물었다.“친구한테 줄 선물을 찾고 있는데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남자예요.”“친구분 나이랑 직업이 어떻게 되나요? 어떤 성격의 소유자신가요?”직원은 자신의 물음에 어리둥절해 하는 고은서를 보면서 설명을 보탰다.“친구분 성향에 맞춰서 선물을 추천해드리려고 물어본 거예요.”“얼굴은 엄청 잘생겼고 성격이라면 아마 종일 껄렁거리며 다니는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고

  • 어게인, 비긴   제637화

    박지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온승준도 이내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걸 깨달았다.이혼하기 전에는 박지연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이미 이혼한 마당에 무슨 자격으로 묻는단 말인가.“미안. 같이 밥 안 먹은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진심이야. 그러니까 밥 한 끼쯤은 괜찮지 않아?”온승준이 사과하면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그러나 그와 달리 박지연은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했다.“당신 부모님이 알게 되면 또 나를 찾아와서 난동을 부릴지도 몰라. 그리고 우리 이미 이혼한 사이야. 난 더는 당신이랑 엮이기 싫어.”“지연아...”“홧김에 하는 말이 아니야. 병원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사이었는지 몰라. 그러니까 오늘 점심때 같은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게 주의해줬으면 좋겠어. 예전처럼 그저 모르는 사람인 척하고 지나가면 돼. 오늘처럼 귀찮게 굴지 말고.”박지연은 말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온승준은 폰을 든 채 한참 동안 선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전에는 일부러 박지연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당시 마침 그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고 또 세미나에 참가하러 가는 길이어서 별것 아닌 일로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 먼저 볼일을 보러 갔던 거였다.‘다른 사람한테 거절당하고 무시당한 느낌이 이런 거구나.’박지연은 오늘 육현석과 함께 저녁밥을 먹기로 약속했다.그녀가 이혼한 후로 육현석은 오히려 꾸준히 사업에 몰두하면서 그녀 앞에 전처럼 자주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나 매일 그녀한테 계약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곤 했다.하지만 그녀는 종일 껄렁대며 친구들이랑 놀러만 다니던 부잣집 도련님이 왜 갑자기 사업에 이렇게 몰두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 예전부터 사업에 엄청 관심이 많았거든! 못 믿겠으면 승재 형한테 물어봐. 전에 내가 직접 도맡아서 계획서를 작성했던 LH 그룹 프로젝트도 있어.”반면 육현석은 그녀의 물음에 항상 이런 신뢰도가 일도 없는 답을 하곤 했다.그렇다고 박지연이 곽승재를 직접 찾아가 확

  • 어게인, 비긴   제636화

    이튿날, 온승준은 정식 직원이라는 신분으로 이레 병원에 출근했다.서로 알고 지내던 교수 한 명이 그를 데리고 병원을 둘러보면서 병원 직원들에게 그를 소개해줬다.입원처로 가보고 싶다는 온승준의 말에 교수는 또 그를 데리고 외과 입원처로 향했다.외과 간호사실을 지나갈 때 마침 다른 간호사들과 서류를 확인하고 있는 박지연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그와 눈이 마주친 박지연은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옆에 있던 간호사와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이를 본 온승준은 강렬한 실망감에 휩싸이면서 발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승준 씨, 왜 그래요?”“아무 일도 아니에요. 가시죠.”교수의 물음에 온승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수간호사님, 방금 새로 오신 의사분 너무 멋있지 않아요? 그런데 수간호사님을 빤히 바라보던 것 같던데, 혹시 아는 사이세요?”간호사 한 명이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모르는 분이에요.”박지연은 아주 덤덤하게 답했다....점심시간.온승준은 교수의 밥약을 사양하고 병원 구내식당으로 갔다.그는 점심밥을 챙기고 아주 눈에 띄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업계에서 꽤 이름 있었는지라 그를 알아보고 놀라 하며 인사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온승준은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지만 애써 예의 바르게 같이 인사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온승준은 그제야 동료들과 수다 떨면서 구내식당에 들어서는 박지연을 보았다.“지연아.”온승준이 먼저 주동적으로 인사했다.그의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박지연을 바라보았다.“방금 들어온 간호사랑 아는 사이예요?”누군가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나 온승준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간호사님, 여기 같이 앉으실래요?”또 다른 누군가가 박지연을 향해 인사하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동료들과 함께 먹을게요.”박지연은 웃으면서 사양하고는 함께 온 간호사들과 배식 창구로 걸어갔다.온승준은 원래부터 인간관계 처리에 능하지 않았고 철면피하게 누군가에게 질척거리는

  • 어게인, 비긴   제635화

    조수연은 자신이 온승준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어릴 적부터 고집이 셌는지라 누군가를 위해 자존심을 꺾는 일은 절대 없었다.그 누군갈 위해 이런 이성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린 적도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지금까지도 온승준이 박지연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혜린과 잘 지내보라는 자신의 말에 화가 나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박지연과 같이 살면서 얼마나 큰 트라우마가 생겼겠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금방 해탈한 애한테 새 여자를 만나보라고 강요하기만 하고. 얼마나 싫었겠어. 다 내 탓이야.’“엄마가 다신 다른 여자 만나보라고 강요하지 않을게. 혜린이랑도 거리 두면서 너무 가까이 지내지 않을게.”조수연이 온승준을 계속 달랬다.“승준아, 병원에서 널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너만 원한다면 꼭 다시 받아줄 거야. 그러니까 원래 병원으로 돌아가.”그러나 온승준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어머니, 아까도 말했지만 저 안 돌아갈 거예요.”“그 여자가 있는 병원에 가기만 해 봐. 이젠 너 같은 아들 없는 셈 치고 살 테니까!”조수연은 더는 화를 참지 못하고 호통쳤다.“어머니, 아버지랑 돌아가서 일찍 쉬세요. 그리고 제 결정은 변하지 않아요.”온승준이 미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이런 불효자식 같으니라고!”온범준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온승준을 때리려고 할 때 조수연이 그를 막았다.“승준아, 지금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도록 해.”온범준과 조수연이 떠난 후 온승준은 서재로 갔다.그는 책상 옆에 있는 솔로라는 글자가 새겨진 강아지 인형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그 인형은 금방 결혼했을 때 박지연이 산 인형이었다. 당시 그녀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그의 어깨에 기대어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여보,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꼭 행복하게 살라고 당부하셨는데 여보랑 결혼한 이후로 이미 너무 행복한걸.”박지연은 그의 어깨에 기댄 채 그의 귓가에 가까이 대고

  • 어게인, 비긴   제634화

    “은서야, 너 곽승재랑 결혼하고 이혼한 것도 다 네 집념 때문에 그런 거잖아. 따지고 보면 너도 연애 경험이 전혀 없는 모쏠과 마찬가지야. 진짜 사랑인지 무엇인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잖아.”“민시후와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네 편을 들어주고 널 관심해주는 걸 봐서는 연애 상대로 꽤 괜찮을 것 같은데. 만약 곽승재한테 진짜 미련 남지 않았다면 민시후한테 기회를 한 번 주면서 너도 진정한 연애를 시도해보는 건 어때?”박지연이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나 고은서는 전혀 새겨듣지 않았다.‘민시후처럼 종일 껄렁대며 기분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어떻게 믿어. 날 좋아한다고 해도 그저 날 놀리는 게 재밌어서 생긴 일시적인 감정이겠지.’고은서는 민시후한테 놀림 받기 싫었다.“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해. 어제 온승준이 일자리를 너희 병원으로 옮겼다며? 어떻게 된 거야?”고은서가 화제를 바꾸었다.박지연이 다니고 있는 병원은 사립병원이었다. 대우가 나쁜 편은 아니었으나 온승준이 원래 다니던 대학병원과 비하면 차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온승준이 다니던 대학병원은 해성뿐만 아니라 각 지방의 많은 환자가 소문 듣고 찾아갈 정도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병원이었다.의사와 간호사들도 그 대학병원에 취직하지 못해 머리를 쥐어짜는 와중에 온승준이 갑자기 이직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도 우연하게 병원 동료들이 얘기하는 걸 들은 거야. 진짜 우리 병원으로 이직했는지 안 했는지는 귀찮아서 알아보지도 않았어.”박지연이 덤덤하게 답했다.“이혼한 게 후회되어서 너랑 같은 병원에 다니면서 네 마음을 다시 돌리려는 거 아니야?”“설령 진짜 우리 병원으로 이직했다고 해도 병원 측에서 높은 연봉을 내걸면서 데려오려고 한 거겠지.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이유가 있겠지. 내가 뭐라고 일을 자기 생명처럼 아끼는 사람을 이직하게 만들어.”박지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녀는 자신의 분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온승준은 직장 일 외의 모든 일에 관심이 없었다.사랑이든 집안

  • 어게인, 비긴   제633화

    “고은서, 이게 그렇게 난감해할 문제야?”고은서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민시후가 짜증을 내며 물었다.‘비록 어이없는 요구이기는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선물 가격에는 요구가 있어?”고은서가 다시 확인했다.‘너무 비싸면 주기 싫은데.’“없어. 성의 없는 선물만 아니면 돼. 고은서, 너도 고씨 집안 아가씨잖아. 왜 이렇게 인색하게 구는 거야?”민시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인색한 게 뭐가 어때서? 전생에 정신병원에 갇혔을 때 손에 돈만 있었으면 그렇게 하찮게 남은 인생을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그녀는 이번 생만큼은 돈을 아끼며 살 생각이었다.그런데 이런 말을 민시후한테 함부로 해서는 안 되었다.“알겠어. 내가 진짜 진심을 다해서 널 위한 선물을 준비할게.”“당연히 그래야지.”민시후가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 답했다.고은서는 이 틈을 타 원지훈에 관한 얘기를 꺼내면서 자신의 의문스러움을 말했다.그녀가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해서일까, 민시후는 아주 흔쾌히 돕겠다고 나섰다.“걱정하지마. 내가 조사해볼게.”고은서는 마음이 한결 놓이는 것 같았다.저녁에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박지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고은서, 너 민시후한테 남다른 감정 품고 있는 것 같은데.”“남다른 감정?”“문제가 생기면 민시후한테 다 얘기해주잖아. 민시후를 엄청 신임하고 있는 것 같은데.”“사업 파트너로서 서로 신임하는 게 정상이 아니야?”고은서는 약간 어리둥절했다.“곽승재를 이렇게 신임해 본 적 있어? 이 일을 곽승재한테도 알려줄 거야?”“아니!”고은서가 단호하게 부인하며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곽승재랑 백유미 사이 관계만 생각해도 이런 일을 곽승재한테 얘기할 리가 없잖아. 전에 여러 번 내 편을 들어줬다고 해도 백유미는 여전히 잘살고 있잖아.’“이거 봐. 이렇게 중요한 일을 곽승재한테는 안 알려주면서 민시후 하나만은 엄청 굳게 믿고 있잖아. 이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도 있다는 표현이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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