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유혜린이었다. 조수연도 그녀와 함께 있었다.박지연은 전의 일로 약간 불쾌하긴 했지만 그래도 애써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어머니, 유혜린 씨.”“지연 씨, 제가 아줌마를 너무 오래 못 뵈어서요. 마침 오늘 휴일이라서 아줌마랑 데이트 중이었어요. 저녁 시간이 다 돼서 간단히 요기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유혜린이 먼저 입을 열고 설명했다.“승준이는 병원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따뜻한 밥 하나 챙겨 먹기도 힘든데 넌 혼자 부귀영화를 아주 잘 누리며 다닌다.”조수연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시비를 거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박지연은 더는 다투고 싶지 않았다.“우리 다른 곳으로 가자.”육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박지연, 너 지금 무슨 태도야! 이젠 내 말은 듣기 싫다는 거야? 내가 틀린 말을 했어? 요즘 승준이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아? 넌 네가 남편 있는 몸이라는 건 기억이나 하고 다니니?”조수연이 호통쳤다.“아줌마, 화내지 마세요. 지연 씨도 일이 바빠서 그러는 거겠죠.”유혜린이 옆에서 조수연을 달랬다.“바쁘긴 뭐가 바쁘다는 거야! 그까짓 간호사밖에 안 되어서는 월급도 얼마 받지 못하면서 고집 하나는 세 가지고. 승준이를 챙겨주지 않는 건 둘째 치고 이 시어머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니까. 교양 없는 년.”조수연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저기요, 여기 공공장소예요. 교양 있는 분이시라면 큰소리로 소란 피워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계실 텐데요.”육현석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넌 누구야!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조수연은 육현석의 말을 듣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내가 내 며느리를 교육하는 게 뭐가 어때서. 내 아들은 아직도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저년은 기생오라비 같은 너하고 바람이나 피우려 하고. 내가 몇 마디 교육한 게 뭐가 어때서!”“어머니, 말이 지나치신 것 같은데요. 그냥 친구랑 밥 먹으러 나왔을 뿐인데 제가 언제 바람을 피웠다고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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