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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591 - 챕터 600

742 챕터

제591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곽승재였다.고은서가 고개를 돌려보니 곽승재가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는 맞춤 제작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우월한 기럭지와 출중한 미모 덕분에 마치 패션쇼 모델 같은 느낌을 주었다.ZY 그룹 직원들도 자연스레 곽승재를 보게 되었고 심지어 대부분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꽃다발을 선물하는 민시후 하나로도 충분히 의아할 만 한데 곽승재까지 찾아오다니.평소와 별다른 바가 없는 퇴근 시간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재밌는 광경을 목격할 줄은 그 누구도 생각 못 했다.흥분해 하는 직원들과 달리 고은서는 머리가 아파왔다. ‘만날 때마다 다투는데 덕분에 또 구설수에 오르게 되겠네.’“곽 대표가 우리 회사엔 무슨 일이야?”아니나 다를까 민시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민시후 손에 있는 장미 꽃다발을 본 곽승재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고은서를 보며 말했다.“은서야, 퇴근했지? 집까지 데려다줄게.”‘또 왜 이러는 거야. 갑자기 집까지 왜 데려다주려는 건데?’“필요 없어. 나 차 있어.”고은서가 단칼에 거절해버렸다.“얼른 밥 먹으러 가자.”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면서 고은서를 향해 말했다.곽승재의 얼굴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진 걸 본 고은서는 두 사람 사이의 모순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나 볼 일 있으니까 알아서들 해.”고은서가 말하면서 차에 올라탔다. 그러나 민시후가 갑자기 조수석에 올라타더니 곽승재가 따라 오르지 못하게 재빠르게 차 문을 잠갔다.“너...”고은서가 민시후를 쫓으려고 할 때 그녀의 폰이 울렸다.확인해 보니 육현석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전에는 곽승재 일이 아니면 연락 오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게다가 지금 곽승재가 내 눈앞에 서 있는데 무슨 일로 전화 한 거지?’고은서가 전화를 받고 입을 열기도 전에 육현석의 다급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형수님, 얼른 온 닥터한테 전화해요!”“지연이한테 무슨 일 생겼나요?”고은서는 약간 불안해 났다.“지연이 시어머니가 지연이를 강제로 끌고 갔어요.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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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유혜린이었다. 조수연도 그녀와 함께 있었다.박지연은 전의 일로 약간 불쾌하긴 했지만 그래도 애써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어머니, 유혜린 씨.”“지연 씨, 제가 아줌마를 너무 오래 못 뵈어서요. 마침 오늘 휴일이라서 아줌마랑 데이트 중이었어요. 저녁 시간이 다 돼서 간단히 요기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유혜린이 먼저 입을 열고 설명했다.“승준이는 병원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따뜻한 밥 하나 챙겨 먹기도 힘든데 넌 혼자 부귀영화를 아주 잘 누리며 다닌다.”조수연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시비를 거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박지연은 더는 다투고 싶지 않았다.“우리 다른 곳으로 가자.”육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박지연, 너 지금 무슨 태도야! 이젠 내 말은 듣기 싫다는 거야? 내가 틀린 말을 했어? 요즘 승준이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아? 넌 네가 남편 있는 몸이라는 건 기억이나 하고 다니니?”조수연이 호통쳤다.“아줌마, 화내지 마세요. 지연 씨도 일이 바빠서 그러는 거겠죠.”유혜린이 옆에서 조수연을 달랬다.“바쁘긴 뭐가 바쁘다는 거야! 그까짓 간호사밖에 안 되어서는 월급도 얼마 받지 못하면서 고집 하나는 세 가지고. 승준이를 챙겨주지 않는 건 둘째 치고 이 시어머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니까. 교양 없는 년.”조수연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저기요, 여기 공공장소예요. 교양 있는 분이시라면 큰소리로 소란 피워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계실 텐데요.”육현석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넌 누구야!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조수연은 육현석의 말을 듣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내가 내 며느리를 교육하는 게 뭐가 어때서. 내 아들은 아직도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저년은 기생오라비 같은 너하고 바람이나 피우려 하고. 내가 몇 마디 교육한 게 뭐가 어때서!”“어머니, 말이 지나치신 것 같은데요. 그냥 친구랑 밥 먹으러 나왔을 뿐인데 제가 언제 바람을 피웠다고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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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박지연은 고은서를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괜찮다고 고개를 저으면서 물었다.“네가 여긴 어떻게 왔어?”“육현석이 나한테 연락 왔어.”고은서가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집 안에는 조수연뿐만 아니라 온승준의 아버지 온범준도 소파에 앉아있었다. 두 사람은 일그러진 표정을 한 채 마음먹고 박지연의 죄를 물으려는 것 같았다.고은서는 자연스럽게 박지연 앞에 막아섰다.온승준도 따라 들어오면서 말했다.“어머니,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지연이한테 호되게 굴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가족끼리 좋게 얘기하면 될 것을 왜 말도 없이 지연을 강제로 끌고 오면서 난리세요!”박지연 때문에 이미 기가 막힐 정도로 화났던 조수연은 그녀의 조력자들과 자신을 비난하는 아들을 보자 화가 점점 더 치밀어올랐다.분노가 극치에 달한 그녀는 휘청거리면서 하마터면 뒤로 고꾸라질 뻔했다.온범준이 황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조수연을 부축하면서 자기 아들을 향해 호통쳤다.“온승준, 너 지금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우리가 며느리한테 물어볼 게 있으니까 여기로 데려왔겠지. 뭐가 잘못됐다고 그러는 거야!”그의 말을 들은 고은서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온승준 씨, 그쪽 부모님께서 지연이한테 물어볼 일이 있는 게 아니라 지연이를 거의 범인처럼 심문하는 것 같은데요?”고은서는 애써 예절을 지키며 온승준 부모님을 드러내고 비난하지 않았다. 그녀는 온승준을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면서 말을 이어갔다.“지연이는 당신 아내예요. 이 집안 도우미나 하인이 아니라고요.”온범준은 명성이 꽤 높은 교수였고 또 고은서가 집안사람도 아닌 데다가 문 쪽에 그녀가 데려온 범상하지 않은 남자까지 서 있어서 내뱉고 싶은 욕을 꾹 참았다.“승준아, 이 사람들 누구야? 우리 집안일을 처리하는데 끼어들지 말고 얼른 나가라고 해!”온범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집안일은 무슨. 우릴 다 쫓아내고 며느리 한 명만 잡고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잖아요.”민시후가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넌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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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온범준은 박지연이 해성에서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곽씨 가문의 장손이자 GS그룹의 대표인 곽승재와 아는 사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곽 대표님, 우린 그 누구도 모욕할 의도가 없었어요. 그저 집안일을 처리하는 것뿐인데 갑작스레 찾아와서 우리가 며느리를 괴롭힌다고 몰아붙이는 게 예의에 맞다고 생각하시나요?”“피해자인 것처럼 말을 바꾸지 마세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괴롭혔는지 안 괴롭혔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거든요.”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면서 반박했다.“우리가 언제 쟤를 괴롭혔다고 그래? 지금 그쪽한테 괴롭힘당하는 건 우리야. 레스토랑에서 만난 남자로 모자라서 또 두 명이나 불러와?”조수연이 씩씩거리면서 말했다.“어머니, 그만 하세요.”온승준이 미간을 어루만지며 조수연을 말렸다. 그리고 이내 뒤돌아 곽승재와 민시후에게 말했다.“두 분도 이만 가보시죠.”“지연아, 너도 은서 씨랑 먼저 돌아가 봐.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지금 이 상황에 말을 더 해봤자 조수연과 온범준 귀에는 변명으로 들릴 것이다. 박지연도 더는 자신을 모욕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는지라 고은서와 함께 라이트문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가자.”곽승재와 민시후가 먼저 나가고 박지연과 고은서가 두 사람 뒤를 따라 나가려고 했는데 뒤에서 조수연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자기가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그때 당시 승준이가 혜린이 새 남자친구를 보고 자극받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너랑 왜 결혼했겠어.”박지연은 발걸음을 멈췄다.그녀가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분쟁을 그치고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려고 노력한 이유가 온승준한테 그나마 미련이 남아서였다.그녀는 온승준과 결혼하게 된 게 하늘이 준 계시라고 생각하면서 그와 남남이 되기 싫었다.그러나 조수연의 말을 듣는 순간 모든 환상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나랑 결혼한 게 내가 마음에 들어서도 아니고 하늘이 준 계시도 아니었어. 그저 새 남자가 생긴 첫사랑을 약 올리기 위함이었어.’“지연아.”박지연과 함께 걷고 있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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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흥, 꼬락서니 하고는.”온승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조수연이 먼저 말했다.“정리하려거든 너부터 설명해. 오늘 너랑 같이 저녁 먹던 남자 누구야? 전에 비싼 외제차로 널 데려다준 사람도 그 남자지?”박지연은 헛웃음을 치면서 답했다.“맞아요.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요? 이젠 하다 하다 제가 누구랑 밥 먹고 누구 차에 오는 것까지 관여할 생각이세요? 제가 이 집에 몸이라도 팔았어요?”“너너너! 승준아, 쟤 지금 무슨 태도인지 너도 봤지? 암만 봐도 오래전부터 이미 너랑 헤어지려고 결심한 게 분명해.”조수연은 화난 나머지 박지연의 진면목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 온승준을 향해 소리쳤다.온승준은 오늘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어머니, 그만 좀 하세요.”온승준을 한숨을 내쉬며 조수연을 달래고는 이내 뒤돌아 박지연에게 말했다.“지연아, 나 하루종일 일해서 피곤해. 우리 내일 다시 얘기하는 거로 하자.”“그럴 필요 없어. 난 통보하러 온 것뿐이니까. 내일 구청 출근 시간이 되자마자 이혼 수속 밟으러 가자.”박지연이 덤덤하게 말했다.“지연아...”“누가 이혼 못 할 것 같아서 그래?”온승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수연이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이혼해. 대신 집이랑 차, 그리고 주식 다 승준이가 결혼하기 전에 혼자 산 거니까 넌 한 푼도 가질 생각하지 마.”박지연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답했다.“걱정 마세요. 처음부터 온승준 재산 가질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이 년 동안 저를 하인 취급하면서 온갖 궂은일을 다 시키고 또 선물도 시도 때도 없이 사드렸는데 어떻게 갚으실 건가요?”“박지연, 입은 삐뚤어도 말은 바르게 해야지. 우리가 언제 널 하인 취급했어? 우리가 널 학대한 것처럼 말하지 마!”조수연이 씩씩거리며 말했다.“매달마다 생활비도 꼬박꼬박 주고 얼마 전에 금목걸이도 줬잖아. 벌써 잊은 거야?”“그럴 리가요. 그것도 다 포함해서 계산해드릴게요.”박지연은 폰을 꺼내 지출 내역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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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네. 그쪽 아드님이 우수해서 좋으시겠어요. 주제넘게 그쪽 아드님이랑 결혼한 제가 죄인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이 하인 취급 받는 기회를 다른 사람한테 넘겨주겠다잖아요. 다른 여자 보고 이 기회를 맘껏 누리라고 하세요!”박지연이 갑자기 조수연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왜 소리치고 난리야!”조수연도 따라 언성을 높였다.“내가 널 결혼하라고 강요했어? 네가 승준이랑 결혼하지 못해 안달이나 했잖아. 너만 아니었으면 승준이는 더 좋은 여자랑 결혼했을 거야! 너처럼 얼굴 빼고 볼 곳 하나 없는 여자랑 결혼할 리가 없었을 거라고!”“제가 차마 볼 곳이 없어서 저를 하인 취급하셨어요?”박지연이 눈시울을 붉히며 조수연을 바라보았다.“조수연 씨, 이 년 동안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군요. 편찮으시다고 할 때 곁에 간호해준 사람이 누군데. 당신 세수시켜주고 발 씻겨주고 몸 닦아준 사람이 누군데! 저녁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을 때 안마해준 사람이 누군데! 평소에 체조하겠다면 옆에서 같이 체조해주고 영화 보겠다면 같이 영화 봐주고 그리고 친척 만나러 갈 때마다 공들여서 꾸미고 같이 가준 사람이 나에요.“어디서나 당신 체면을 위해 당신 말이라면 거역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들었다고! 내가 이렇게 많이 노력했는데 내가 얼굴 빼고 볼 곳이 없다고?”조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비아냥거리는 듯한 눈빛으로 박지연을 쏘아봤다.“지연아, 그만해...”옆에서 듣고 있던 온승준은 마음이 아파오면서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이혼은 하지 말자. 이후에 이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돼. 내가 약속할게.”“아니. 이혼할 거야. 너도 지금 내가 불쌍하니? 지금 날 동정하는 거야?”박지연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온승준, 사실 제일 나쁜 건 너야.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한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잖아. 네 부모님이 날 싫어하는 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말이 돼? 내가 하인 취급 받으면서 매일 분주하게 보내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다고?”온승준은 가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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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온승준은 어릴 적부터 좌절이란 걸 느껴보지 못하며 자랐다. 뭇사람이 계속 말하는 다른 집 안의 우수한 아이였다.취업해서도 많은 사람의 부러움과 아첨을 받고 다니는 상대였고 지금까지 칭찬만 받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이런 비난을 받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심지어 자신을 비난하는 상대가 자신이 직접 선택한 아내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결연한 표정으로 화를 억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빨간 눈시울을 한 채 자신을 쏘아보는 박지연을 보면서 온승준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그는 이혼하기 싫었다. 그는 자신과 박지연이 이혼할 정도로 사이가 나빠진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박지연의 태도를 보아서는 이혼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듯했다. 그녀는 내일 다시 얘기하자는 그의 말도 단칼에 거절해버렸다.온승준은 순간 무기력해졌다.그러나 그와 달리 박지연은 자신의 이 년간의 지출을 계산하기 시작했다.“해성 물가로 따지면 집안 도우미 월급이 이백만 원 정도가 되는데 난 이 집에서 이십오 개월 동안 도우미 일을 했으니까 오천만 원 주면 돼. 그리고 네 엄마가 편찮다고 드러누웠을 때 내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간호해줬잖아. 간호해준 인건비랑 식사비를 합하면 총 천만 원이야. 이외에 설날, 네 생일, 네 부모님 생일 선물, 그리고 친척들 만날 때마다 내가 준비한 선물값에 널 위해 사준 옷과 양말, 신발값을 합하면 육천만 원 정도야. 이것도 내가 적당하게 할인해서 계산한 금액이야. 못 믿겠으면 나중에 리스트 하나 짜줄게.”박지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온승준의 마음에 못을 박았다.“아까 말한 금액을 다 합하면 총 일억 오천만이야. 지금 당장 계좌 이체해. 그리고 내일 이혼 수속 하자마자 우리 사이는 끝이야.”머리가 아파온 온승준은 미간을 어루만지며 박지연을 달래려고 했다.“지연아, 이러지 마. 우리 다시 잘 얘기해보자.”“난 이미 할 얘기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더 끌어봤자 시간 낭비야. 설마 돈 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야?”박지연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날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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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조수연의 말을 듣자마자 온승준은 이혼하지 않고서 이 상황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아니나 다를까, 박지연이 헛웃음을 치면서 맞장구를 쳤다.“그래. 당신 집 조건으로 공주한테 장가가도 충분한데 얼른 돈이나 줘. 그리고 내일 당장 이혼 증명서 받으러 가게 얼른 이혼 서류에 사인이나 해.”“승준아,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니? 애초에 박지연이랑 결혼할 때부터 우린 반대했어.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계속 이혼하지 않겠다는 거야? 대체 뭘 망설이는 거야?”온범준이 입을 열었다.온승준 부모님과 박지연은 서로를 극도로 원망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태도도 엄청 결연했다. 온승준은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었다.박지연과 그의 결혼생활도 이젠 정말 끝을 맺게 되었다.온승준은 부득이하게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돈은 내 계좌로 이체해주면 돼. 내일 오전 아홉 시에 구청 앞에서 만나.”“온 교수님, 조수연 씨. 온승준이랑 이혼한 후 입 함부로 놀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바람피운다니 온승준한테 잘못했다니 하면서 저한테 같잖은 누명을 씌울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이 년 동안 이 집 며느리로 살면서 겪은 수모를 하나도 빠짐없이 인터넷에 폭로해버릴 거예요. 온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다 까발려버릴 테니까 주의하세요.”“아무튼 저는 일개 간호사밖에 안 되는데 창피를 당해도 손해 볼 건 없어요. 이 일로 사람들 동정심이나 일으켜서 인플루언서로 살면 그만이에요. 그런데 그쪽은 교수인 데다가 아들은 또 병원에서 잘 나가는 의사지, 이런 스캔들이 폭로되면 손해가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헛소리한다고 얼버무릴 생각하지 마세요. 방금전 다시 돌아설 때부터 당신들이 한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녹음하고 있었으니까요. 어떻게 할지는 알아서들 결정하세요.”“너너!”박지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곧 실신할 것 같은 조수연과 얼굴이 일그러진 온범준을 뒤로 한 채 저벅저벅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예상 밖으로 고은서가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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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비록 박지연한테 하는 말이었지만 민시후의 시선은 고은서를 향했다.“저의 매력에 빠져 저를 좋아하게끔 말이에요.”고은서는 옆에서 민시후를 쏘아보았다. 반면 박지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요. 노력해볼게요.”“차는 내가 가져갈게. 내일 출근 시간 맞춰서 데리러 올게.”민시후는 고은서가 거절하기도 전에 쌩하고 가버렸다.“왠지 모르게 곽승재보다 더 끈질기게 널 따라다닐 것 같은데.”박지연이 웃으면서 말했다.“장난칠 기분이 있는 거 봐서는 괜찮나 봐? 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거야?”고은서가 박지연을 끌어안으며 물었다.박지연은 이내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내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사람이야? 날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피곤하게 붙잡고 있을 필요도 없잖아. 버리면 되는 거지. 그렇다고 내가 그런 남자한테 목매면서 마음 아파해야 해?”진심인지는 몰라도 고은서는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전생에 상처투성이가 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먼 곳으로 떠난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였다.“지연아, 꼭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야.”고은서가 진지하게 말했다.“이러지 마. 사람 오글거리게 왜 이래. 그 정도 위안까지 받을 정도 아니니까 그냥 평소처럼 해.”“...”고은서는 감성이 바사삭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이튿날.고은서는 평소와 달리 일찍 일어났다.박지연도 이미 일어나 있었는데 기분이 꽤 괜찮아 보였다.“오늘 할 일도 없고 한 데 구청까지 같이 가줄게. 얼마 전에 금방 갔다 와서 구청에 대해 좀 익숙하거든.”고은서가 일부러 장난치며 말했다.“그런 걱정스러운 눈길로 날 보지 않으면 아마 그 말을 믿었을 거야.”박지연은 그녀를 힐끗 보면서 답했다.“걱정하지마. 나 진짜 괜찮아. 온승준이랑 이미 다 얘기해 놓았으니까 별문제 없을 거야. 어제저녁에 나한테 2억 원 계좌 이체 해주면서 집 한 채랑 차 한 대 주겠다고 하는데 돈만 받고 집이랑 차는 사양했어. 내가 일부러 고집부리는 게 아니라 온씨 집안 사람들이랑 더는 엮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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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비록 박지연이 뭐하려는 건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온승준은 별말 하지 않고 자신의 폰을 건네주었다.온승준이 비번을 설정하지 않은 덕분에 박지연은 하주 손쉽게 그의 폰에 있는 자신의 연락처들과 자신과 연관된 모든 기록을 삭제할 수 있었다.“다 됐어.”박지연이 폰을 온승준한테 돌려주며 말했다.“당신 연락처도 다 삭제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 다신 보지 말자.”평소에도 그녀에게 연락하는 일이 별로 없었기에 연락처까지 삭제하고 나면 정말 남남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지연아, 굳이 이럴 필요 없잖아.”온승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문제라도 있어? 온씨 집안 도우미 일은 오늘부로 사직인 거로 알고 있는데. 굳이 연락처를 남길 필요 없잖아.”박지연이 덤덤하게 말했다.“이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한테 도움을 청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그러니까 당신도 물건 어디에 놓았냐고 이거 어떻게 하냐고 나한테 묻지도 말고 연락하지도 마.”“지연아, 난 널 도우미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린 부부 사이였어.”온승준이 그녀의 말을 부인했다.“알겠어요, 전남편 씨. 오늘부터 우린 남남이에요. 그럼 이만 가볼게.”그러나 온승준이 또다시 그녀를 불러세웠다.“지연아...”“아, 네 커리어가 이번 일로 영향받을까 봐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야? 직업상 서로가 너무 바쁜 탓에 만나는 시간이 적어서 평화적으로 이혼하기로 했다고 내가 사람들한테 말해 둘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랑 너희 집에 영향 끼치는 일은 없을 거야.”박지연이 장담했다.온승준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원래도 대화에 능하지 않은 성격이었는데 박지연의 날 선 듯한 말에 차마 무슨 답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러나 박지연은 그가 답하기도 전에 이미 택시에 올라 쌩하고 가버렸다.온승준은 한참 동안 선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가 이혼 증명서를 가방에 넣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고은서는 박지연이 이혼한 걸 축하하기 위해 저녁 파티를 마련했다.그중에는 도아름, 송민아와 육현석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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