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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1화

곽승재는 덤덤하게 백유미를 보면서 서류를 건네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이를 본 백유미는 스스로 서류를 펼치고 곽승재 앞에 내려놓았다.“네가 대신 조사해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다른 친구한테 부탁해서 얻어낸 거야. 조사해본 결과 우리 아빠 회사 프로젝트를 산통 깬 사람이 송민아 오빠 송민준이 보낸 사람이었어.”백유미는 자신이 송씨 집안과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다면서 송민준이 투약 사건 때문에 피해를 본 고은서를 보상해주기 위해 그녀 대신 백씨 집안 회사를 망가뜨리려 한다고 하소연했다.“승재야, 난 은서 씨가 왜 범인 대신 날 타깃으로 삶는 건지 모르겠어...”“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백유미는 약간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승재야, 너 뭔갈 알고 있는 거야?”곽승재는 두 손을 맞잡고 자연스레 다리 위에 올려놓고 아무런 감정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성아연이 네 사주를 받고 아버지랑 함께 고씨 집안 프로젝트에 손대고 일부러 MQ에 세금 문제가 존재한다고 모함한 일까지 다 자백했어.”백유미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불안감에 휩싸였다.얼마 전에 성아연이 경찰서로 잡혀간 일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혼자 복수하러 간 것도 모자라 제일 바보 같은 방법을 선택했다면서 성아연의 멍청함을 몇 번이고 욕했었다.성아연이 그녀에게 여러 번 도움을 청했지만 다 무시해버렸다. 게다가 원래 집안 회사 일 때문에 바빴고 또 원지훈과 판주 투자은행에 관한 일까지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성아연 일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성씨 집안 비리에 관한 증거를 손에 쥐고 있는 한 성아연이 입을 함부로 못 놀릴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쉽게 모든 걸 자백해 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성아연 미친 거 아니야? 성동욱과 성씨 일가의 미래를 가지고 도박이라도 하려는 거야? 그리고 곽승재가 날 냉대하는 것도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어서였어.’“승재야, 네 뜻은 은서 씨가 성아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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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승재야, 한 가지만 믿어줘. 난 은서 씨를 해치려 한 적이 없어. 오해를 만들었다고 해도 손해를 보는 건 나뿐이야.”백유미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무력한 목소리로 말했다.“너에게 남다른 감정이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을게. 하지만 너에게 있어 나도 조금이나마 독특한 존재인 줄 알고 있었어. 남녀 사이에 사랑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 인품만은 의심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그런데 네가 성아연 일에 관해 나한테 직접 물어보지 않고 아예 날 냉대하고 또 은서 씨가 우리 집 회사를 망가뜨리는 걸 보고만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백유미가 적반하장으로 곽승재를 탓하기 시작했다.“어릴 적에 내가 폐렴으로 고열에 시달리면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을 때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백유미는 곽승재가 입을 열기도 전에 혼자 답했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와도 된다고 그 누구도 날 괴롭히지 못하게 지켜줄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날 원수처럼 대하는 건데?”백유미는 더는 참지 못하고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내가 그렇게 못났어? 난 그저 부득이하게 너에게 몇 가지 속인 일이 있을 뿐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널 해칠 생각은 없었다고. 이후에도 절대 널 해치지 않을 거야.”곽승재는 눈살을 찌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그 고충이 뭔데?”백유미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날 강요하지 말아줘. 진짜 알려줄 수 없으니까. 그런데 제발 날 믿어줘. 나도 이렇게까지 하기 싫었어. 나도 우리 둘 사이가 이 지경에 이르는 걸 원치 않았다고.”곽승재의 얼굴빛이 방금전보다 더 어두워졌다.“전에 고은서와 고씨 가문 회사에 손을 댔으니 고은서가 너희 집 회사를 망가뜨리려거든 네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일이야. 나도 널 돕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그리고 성아연을 이용하고 또 고씨 가문 회사에까지 손댈 능력이 있으면 이번 일도 충분히 무난히 넘길 능력이 되는 거 아니야?”곽승재의 덤덤한 눈빛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백유미도 그가 어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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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이미숙은 지금까지도 고은서가 곽승재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두 사람이 이혼한 지 꽤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은서가 화난 김에 고집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고은서는 이젠 설명하는 것조차 지겨웠다.“아줌마, 얼른 해장국 끓이러 가세요. 저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요.”고은서는 폰을 놓자마자 생각에 잠겼다.‘아마 백승엽 일 때문에 이 시간에 곽승재를 찾아간 거겠지.’현재 백승엽은 아직도 수감소에 갇혀 있었다.이번 일이 너무 큰일은 아니었지만 또 그저 눈 감고 넘어갈 만한 작은 일도 아니었다. 법적 징벌보다는 사람들의 도덕적 비난을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다.‘백유미의 수단으로 곧 풀려나게 되겠지.’그러나 원지훈은 전에 백승엽을 단단히 혼쭐 내주겠다면서 그를 제대로 된 불구로 만들겠다고 고은서와 약속했었다.원지훈은 백씨 가문을 무너뜨리는데 진심이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백유미와 백승엽을 아웃시키고 백씨 가문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싶어 했다.그러나 의외인 것은 곽승재가 여느 때와 달리 백유미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는 것이다.전에는 백씨 가문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면서 백승엽을 친아버지처럼 공손하게 대하던 곽승재가 갑자기 백씨 가문 전체를 냉대한다는 게 약간 믿기지 않았다.‘백유미의 진면목을 알고 단단히 실망한 모양이네.’바로 이때, 주인혁한테서 영상통화가 왔다.“누나, 저 성공했어요!”전화 너머로 주인혁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인혁은 생방송을 할 때 입고 있던 옷 그대로였고 심지어 메이크업도 지우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맑은 눈동자는 희열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은서는 그에게 축하 인사를 하면서 오래전부터 그가 성공할 거라는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고 했다.주인혁은 바쁜 와중에 그녀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려고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몰래 폰을 들고 그녀에게 일등으로 소식을 전했던 것이다.스태프가 뒤에서 그를 재촉하자 그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이내 고은서에게 말했다.“며칠 후에 브랜드 쪽에서 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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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이튿날.고은서는 오전에 ZY 그룹 계약 체결에 관한 일을 처리하고 오후에는 유성준의 전화를 받고 마침 해성으로 온 커스텀 향수를 부탁한 분을 만나러 갔다.오후 두 시, MQ에 도착한 고은서는 직접 그녀를 마중하러 나온 유성준을 발견했다.“은서야, 왔어? 손님은 위층에서 기다리고 계셔. 전에 우리랑 연락했던 분은 손님 비서래. 그런데 오늘은 직접 오셨어.”“네.”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녀는 접대실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시은 씨?”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여시은도 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은서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아는 사이에요?”옆에 있던 유성준도 따라 놀랐다.“전에 그 향수를 만든 사람이 은서예요. 그리고 여시은 씨께서 찾고 계신 퍼퓨머도 은서예요.”“은서 씨 퍼퓨머에요? 전에는 금융에 관한 일을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여시은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은서에게 물었다.“그저 취미일 뿐이에요. 전문 퍼퓨머까지는 아니에요. 만약 제 실력이 의심된다면 제가 전문 퍼퓨머를 소개해 드릴게요.”고은서가 나긋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리가요. 저도 소문 듣고 찾아온 거예요. 그런데 그 향수를 제작한 퍼퓨머가 은서 씨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네요. 그 향수를 엄청 마음에 들어 했거든요.”여시은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그러니 이번엔 저한테 안성맞춤인 유일무이한 향수를 부탁할게요.”그러나 고은서도 커스텀 향수 제작을 맡는 건 처음인지라 확답을 주지 않았다.“최선을 다해볼게요.”고은서는 이내 여시은의 취향과 수요에 관해 물으면서 그녀를 데리고 여러 가지 향을 맡아보며 그녀가 좋아하는 향을 자세히 기록했다.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다.“시은 씨, 배고프지 않아요? 우리 같이 저녁 먹을래요?”고은서가 여시은을 보며 말했다.“저도 마침 배고팠는데 좋아요.”여시은이 꼬르륵 소리 나는 배를 만지면서 답했다.두 사람은 유성준까지 불러 함께 MQ 근처에 있는 해산물 맛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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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고은서와 여시은은 서로 좋아하는 사람에 관해 얘기할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그래서 고은서 그저 웃으면서 대화를 아주 공식적으로 이어갔다.“시은 씨처럼 좋은 조건을 갖춘 상대가 얼마나 된다고요. 누굴 좋아하든 다 그 사람 복이죠.”“글쎄요. 그런데 아직 제가 좋아한다는 걸 모르고 있을 거예요.”여시은이 나긋하게 웃으며 말했다.고은서는 약간 의외였다.“왜 고백하지 않는 거죠?”‘여시은의 외모와 가정 배경이라면 아마 거절할 남자가 없을 텐데.’“아직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아서요.”여시은은 말하면서 부끄럽다는 듯 웃었다.“은서 씨는요? 은서 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엄청 많잖아요. 만약 은서 씨 보고 선택하라면 옛사랑을 선택할 거예요,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선택할 거예요?”여시은이 눈을 깜빡이면서 천진난만한 물음을 제기했다.고은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옛사랑은 이미 지나간 과거인데 절대 선택할 리가 없죠. 저는...”그러나 그녀가 말을 이어가려고 할 때 뒤에서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다.고개를 홱 돌려보니 다름 아닌 곽승재가 문 쪽에 서서 그녀가 한 말을 듣고 있었다.그는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옆에서는 아주 캐쥬얼한 옷차림의 육현석도 있었다.“형... 은서 씨.”육현석이 조심스레 그녀에게 인사했다.“곽 대표님, 여기서 또 만나게 되네요. 밥 먹으러 오신 건가요? 저희 금방 주문 마쳤는데 같이 드실래요?”여시은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합석 요청을 보냈다.곽승재는 여시은의 말을 무시한 채 고은서만 빤히 바라보았다.‘보긴 뭘 봐?’고은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다른 사람 대화를 몰래 엿듣는 습관은 언제 고칠 거야?”‘들을 거면 가만히 듣고만 있든가, 기분 나쁜 티는 왜 내고 다니는 거야. 내 기분도 따라 상하게.’“결혼 선물도 미리 줬으면서 이런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그녀의 말을 들은 육현석은 놀라 하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내가 뭘 들은 거야? 결혼 선물? 형 미친 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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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유성준이 그녀를 설득하려고 할 때 갑자기 뒤에서 육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수님! 헤헤, 죄송해요. 또 잘못 불렀네요.”육현석은 웃으면서 휘청이는 곽승재를 부축하며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은서 씨, 저희도 오늘 술 마셨는데 차 안 가져와서 혹시 은서 씨 차에 같이 가면 안 될까요?”“그냥 차 부르세요.”고은서가 단칼에 거절했다.“형이 너무 많이 마셔서 그래요.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어깨가 아프고 위도 아프다고 하는데 기사가 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되잖아요. 그런데 기사가 이미 떠났다고 하니까 중도에 만나게 되는 즉시 내릴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육현석이 설명하면서 어떻게서든 그녀의 차에 타려고 했다.고은서도 더 이상 거절하기 난감해졌다. 그래서 그녀는 유성준을 먼저 보내려고 했다.“오빠, 일찍 들어가서 쉬세요.”유성준은 육현석이 일부러 그런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고은서를 더는 난감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지라 비아냥거리려던 말을 꾹 참고 애써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 집 들어가게 되면 문자해.”고은서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육현석은 곽승재를 뒷좌석에 앉히고 자신은 재빨리 조수석으로 달려가 앉았다.“형이 술만 마시면 저한테 짜증 내고 그러는데 혹시라도 저를 때릴까 봐 무서워서 조수석에 앉은 거예요. 그런데 여자한테는 손대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특히 은서 씨한테는 절대 그럴 리가 없으니까 맘 편히 먹고 얼른 앉아요.”“...”횡설수설하는 육현석을 보며 고은서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뒷좌석에 앉았다.차가 출발한 후 육현석은 자신의 기사한테 연락해 합류할 장소를 정했다.곽승재는 조용하게 창가에 머리를 대고 손으로 이마를 받친 채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가로등 불빛이 그를 비추었는데 왠지 모르게 고독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평소에는 주량이 좋은 사람인데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은지 엄청 급하게 마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빨리 취한 것 같아요.”고은서는 자연스레 시선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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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이거 놔!”고은서는 팔꿈치로 곽승재의 가슴팍을 찌르면서 소리쳤다.“스읍.”곽승재는 고은서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서운에 있을 때 곽승재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또 한 번 상처를 입은 걸 떠올린 고은서는 순간 흠칫했다.곽승재는 이 틈을 타 그녀를 더 세게 껴안으면서 말했다.“은서야, 날 밀어내지 말아줘. 나에게 한 번만 기회를 더 줘...”술기운이 느껴지는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얼굴 가까이 와닿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숨죽이고 있었다.‘설마 방금전에 내가 레스토랑에서 한 말 때문에 자극이라도 받은 건가? 대체 왜 이러는 거야?’그녀의 주변은 온통 곽승재 몸에서 나는 설송향으로 물들었다.불편함을 느낀 고은서가 그를 밀어내면서 말했다.“이거 좀 놔.”“싫어. 놓으면 또 날 버리고 갈 거잖아. 그러면 더는 널 볼 수 없게 되잖아.”곽승재는 얼굴을 그녀의 품에 기댄 채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앙탈을 부렸다.“은서야, 보고 싶었어.”그는 고은서 없이 보내는 일분일초가 너무 괴롭게 느껴졌다.비록 며칠 동안 함께 서운에서 지내고 또 몇 시간 전에 금방 만나고 지금 함께 뒷좌석에 앉아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마음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곽승재는 그녀의 이름을 계속 부르면서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술을 마신 원인 때문인지 고은서는 온몸이 뜨거워 나는 것 같았다.“곽승재, 술 마셨다고 함부로 행동하지마. 안 취한 거 다 알고 있으니까.”고은서가 발버둥 치면서 곽승재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는 고집을 부리면서 아예 그녀를 들어 올리면서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덕분에 두 사람은 부득이하게 마주 보게 되었고 또 곽승재가 고은서를 손으로 잡고 있는 바람에 두 사람은 거의 맞붙어 앉아 있게 되었다.고은서는 곽승재의 체온이 점점 높아지면서 그의 말 못 할 부위가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이러다가 진짜 큰일 나겠어.’고은서는 곽승재의 상처를 관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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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저리 비켜...”고은서는 온몸에서 전율이 느껴지는 듯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행동을 제지하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허세를 부리는 아기 고양이처럼 느껴졌다.욕망을 애써 억누르고 있던 곽승재는 더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아래로 잡아당기면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은서야, 너무 보고 싶었어. 진짜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보고 싶었어...”단단한 무언가에 손이 닿은 고은서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곽승재의 손을 뿌리치면서 화를 냈다.“변태 새끼!”“은서야, 너도 하고 싶잖아. 참지 말고 날 한 번 믿어봐.”곽승재의 뜨거운 숨결이 고은서의 목에 와닿았다.그의 말이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그녀는 술을 마신 자신이 너무 미웠다.‘술을 마시지 말았어야 했어. 그럼 곽승재의 유혹에 이렇게 쉽게 넘어갈 리도 없었을 텐데.’자신의 몸을 더듬는 곽승재의 손길에 고은서는 더는 참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의 저항은 이젠 무용지물이 되었고 심지어 곽승재에겐 크나큰 유혹으로 느껴졌다.곽승재가 그녀를 깨물 때 고은서는 수치스러움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곽승재, 그만해...”그녀의 울먹이는 소리에 고개를 든 곽승재와 눈이 마주친 고은서는 순간 흠칫했다. 그의 눈빛은 온통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고 목소리도 평소보다 더 매혹적이게 느껴졌다.“은서야, 아파? 내가 더 부드럽게 해줄게.”고은서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싫어.”곽승재는 단번에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몸에 힘이 풀리면서 거의 그의 품에 기대어 있었는데 두 볼은 빨간 홍조를 띠고 있었고 그를 바라보는 울망울망한 두 눈엔 욕망이 들끓고 있었다.마치 자신을 가지라고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러나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거절하고 있었다.곽승재는 고은서가 진심으로 거절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건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취하지 않은 자신이 너무 미웠다.사실 계속 이어간다고 해도 고은서는 그를 밀어내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그렇게 되면 고은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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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고은서는 곽승재의 장난스러운 말투와 눈빛으로부터 자신의 현재 모습이 얼마나 낭패한 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그녀는 오늘 셔츠와 정장 치마를 입었는데 곽승재 때문에 단추가 풀리면서 속옷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가슴 쪽에 아주 선명한 이빨 자국까지 생겼다.고은서는 자신의 이런 모습이 너무도 창피했다.그녀는 생각을 포기하고 얼굴을 곽승재 가슴팍에 묻은 채 그의 외투를 잡아당기며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고 했다.곽승재는 고은서의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그는 그녀를 안은 채 엘리베이터 올라 아주 자연스럽게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반응하고 조심스레 고은서에게 물었다.“몇 층이야?”고은서의 대답을 들은 곽승재는 버튼을 누르는 시늉만 하고 또다시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 올렸다.곽승재의 욕망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고 심지어 다시 들끓어 오를 기세를 보였다. 이를 가까이 감지한 고은서는 그를 쏘아보며 화냈다.“이상한 생각 그만 좀 해!”그러나 곽승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내가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사람이 지금 내 품에 안겨 있는데 나도 어쩔 수 없어.”코끝은 온통 곽승재의 특유한 설송향으로 가득했고 귓가에는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얼굴이 또다시 화끈 달아올랐다.‘곧 집이니까 조금만 더 참으면 돼.’두 사람은 고은서 집 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친밀한 자세를 계속 유지했다.지문을 누르고 집 문을 열리자마자 고은서는 곽승재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그러나 곽승재가 핑계를 둘러대면서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나 목말라.”고은서는 어쩔 수 없이 곽승재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집에 들어선 고은서는 황급히 곽승재를 밀어내고 자신의 가슴 부위를 손으로 막았다.“물 저기 있... 우웁!”곽승재는 고은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를 장롱 쪽으로 밀어붙이며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방금전의 키스와 달리 그의 다급함과 미련이 깊이 느껴지는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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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그리고 고은서의 차에 타기 위해 미리 기사를 다른 곳으로 보냈던 것이다.중도에 먼저 튄 것도 곽승재와 고은서에게 단둘만의 시간을 마련해주려고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그래도 다행히 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았네.”육현석이 대견하다는 듯 말했다.박지연도 따라 감탄했다.“정말 의리 있는 친구네.”“당연하지.”육현석이 자랑스러워하며 답했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갈 떠올렸는지 화제를 바꾸었다.“지연아, 혹시 형수님이 말한 결혼 선물이 뭔지 알아? 승재 형한테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아서 그러는데 넌 알고 있어?”박지연은 주문 제작 팔찌에 관한 일을 육현석에게 알려줬다.“내 생각인데 은서가 곽승재한테 마음이 흔들린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해도 거절했을 거야.”“정말이야? 형수님과의 더 빠른 재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형한테 더 노력하라고 전해야겠네.”두 사람은 수다를 한창 떨었는데 극락에 달한 박지연은 얘기하면 할수록 소주랑 삼겹살이 땡겼다.전화를 끊은 후 박지연은 샤워하고 있는 고은서를 재촉하러 가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그녀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시어머니라는 네 글자를 보자마자 박지연은 순간 기분이 잡쳤다. 그녀는 고민 끝에 폰을 무음모드로 설정했다.고은서는 샤워를 하고 냉수 두 잔을 들이켜고서야 방금 욕망 때문에 들끓어 오른 체온이 점차 내려가는 것 같았다.‘술을 처음 마신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정말 이상하네. 아까 지연이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진짜 곽승재한테 덮쳐들었을 거야. 그런데 외롭다고 남자를 갈망할 나이도 되지 않았는데... 설마 몸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고은서는 박지연에게 비웃음 받을 준비를 하면서 그녀를 찾으러 방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박지연은 덤덤한 표정을 하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지연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고은서가 걱정하며 물었다.“별일 아니야. 온승준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받지 않았거든. 그랬더니 문자로 날 비난하더라고.”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박지연의 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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