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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531 - 챕터 540

782 챕터

제531화

“고은서, 지금 내가 다른 여자랑 가까이 지내서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간접적으로 얘기하는 거야?”고은서는 앞에 있는 민시후의 예쁜 얼굴을 한 번 흘끗 보고는 말했다.“지금 직접적으로 네가 같이 가는 게 불편하다고 말하는 거야. 그럴 시간에 차라리 다른 재미를 찾아봐!”민시후는 고은서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는 다시 대표 의자에 앉아 다리를 쭉 뻗었다.“고은서, 그만 시끄럽게 하고 내일 차로 데리러 갈 테니까 같이 출발하자. 프로젝트 관련 자료는 네 이메일로 보낼 테니 미리 확인하고 준비해 둬.”고은서는 민시후가 늘 규칙을 무시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 함께 프로젝트를 조사하겠다고 고집부리는 이상 그녀는 피할 수 없고 더 이상 논쟁하는 것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프로젝트 자료는 확인할게. 너랑 같이 가는 건 괜찮지만 너도 내일 바로 갈 필요는 없어. 며칠 뒤에 와서 서운에서 만나자.”“안 돼!”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송민아가 아직 양가 부모님께 파혼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아직 포기하진 않은 거야. 네가 여행 가는 데 따라가지 않으면 어떻게 너한테 애정을 갈구하는 이미지를 유지해?”민시후는 고은서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말했다.“같이 가기로 해! 이제 가서 일 봐.”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사무실로 내려간 고은서는 자료를 한 더미 들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송민아를 마주했다.고은서가 민시후의 사무실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 송민아는 예전처럼 분노하거나 억울한 표정을 짓지 않았지만 여전히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오랫동안 좋아한 남자를 말 한마디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민아야, 내일 민시후랑 며칠 서운에 갈 건데 같이 갈래?”고은서가 물었다.어차피 업무차 가는 거니 송민아도 함께 가면 민시후가 송민아에게서 다른 면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다.송민아는 눈을 반짝였지만 바로 무언가 생각해 낸 듯 얼굴이 어두워졌다“안 갈래. 시후 오빠가 내가 일부러 둘 사이를 방해한다고 생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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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육현석은 운전석에서 내려 박지연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그들의 모습을 보니 서로 친밀해 보였다.육현석이 떠나나 후 고은서가 박지연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지연아.”“은서야, 너도 방금 돌아오는 거야?”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박지연은 기분도 좋고 정서적으로도 괜찮아 보였다.고은서는 궁금해서 물었다.“어쩌다 육현석이랑 같이 있었어?”박지연은 병원에서 운동 경기가 있을 예정이라고 고은서에게 이야기하면서 육현석과 저녁을 먹었다는 사실도 전했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물었다.“지연아, 현석 씨가 너한테 호감 있는 것 같아. 두 사람 꽤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이혼 후 다시 시작해보는 게 어때?”박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 육현석이 나한테 호감 있다고 얘기하긴 좀 그런 것 같고... 아마 내가 처음 접해보는 타입의 여자라서 새로워 보였던 것 같아.”“와, 너는 언제부터 육현석이 너한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눈치챘어?”고은서가 놀라며 물었다.박지연은 고은서에게 눈을 흘기며 답했다.“나도 오늘에서야 눈치챘어. 다른 젊은 동료들에게는 굉장히 공손하게 대하며 거리를 두지만 나한테는 부드럽고 친절하더라고. 우리 사이에 네가 끼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한테만 다르다는 건 느낄 수 있었어.”“잘된 일 아니야? 육현석네 집안은 온승준네 집안보다 훨씬 낫잖아.”신난 고은서가 말을 이었다.“너 온승준이랑 얼른 헤어지고 육현석이랑 사귀어 봐. 온승준과 시부모님한테 네가 더 좋은 집안에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라고!”박지연은 고은서를 째려보며 말했다.“농담하는 거지? 온승준네 집안에서도 내가 딸린다고 생각하는데 이혼녀가 육씨 가문에 들어간다고? 나 18살 아니야. 신데렐라 같은 스토리는 꿈도 꾸지 않는다고.”고은서가 반박하며 말했다.“지연아, 왜 그렇게 자신을 깎아내려? 네가 어디가 부족해서! 너는 누구랑도 다 잘 어울려! 육현석이 괜찮다고 생각되면 됐지 왜 그 집안까지 신경 써?”박지연은 웃으며 고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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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사무실에서도 송민아와 민시후에 관해 얘기를 나눈 후 박지연이 또다시 민시후를 들먹이며 장난스럽게 놀리자 고은서는 조금 지쳐서 답했다.“그만해. 나랑 민시후는 순수한 전우야. 그 이상은 없다고.”“고은서, 아직 곽승재를 잊지 못한 거 아니야?”박지연이 물었다.고은서는 박지연에게 째려보며 답했다.“이미 지나간 버스는 잡지 않는다고.”두 사람은 웃으며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지연의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하니 온승준이 보낸 것이었다.[내일 평제에 가서 세미나에 참석해야 해. 일주일 동안 가 있어야 하는데 평소 내 물건은 항상 네가 정리했잖아. 이번에도 와서 정리해 줄 수 있어?]고은서도 자연스럽게 그 메시지를 보았다.“출장 가야 해서 짐 정리해달라고? 너를 가정부 취급하는 거네!”고은서가 분노하며 말을 이었다.“지연아! 무시해!”얼굴이 어두워진 박지연은 핸드폰을 접으며 답했다.“그래. 신경 안 쓸래.”“일주일 동안 출장 가면 너희 이혼도 미뤄지는 거 아니야? 네 이혼이 나보다 더 어려워지는 거 아니야?”고은서가 물었다.박지연은 고은서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물었다.“물 좀 마실래? 내가 갖다줄게.”고은서는 박지연이 온승준을 아직 잊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박지연이 이혼하려는 결심을 점점 약해질 것이다.이 문제는 박지연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했다.저녁이 되자 고은서는 방으로 돌아가 짐 정리를 했고 박지연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하루 종일 바쁘고 운동까지 한 탓에 박지연은 피곤한 상태였다.침대에 누워 잠이 들려는 찰나 온승준 전용 벨 소리가 울렸다.온승준은 기다리는 걸 싫어했기에 박지연은 예전처럼 첫 벨이 울리자마자 바로 전화를 받았다.박지연이 자신의 행위를 의식했을 때 전화는 이미 연결되었고 반대쪽에서 온승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연아?”온승준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해 박지연은 들을 때마다 심장이 뛰었고 마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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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박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날 밤 연구 발표 준비하느라 바빴는데 어머니께서 거실에서 TV를 보고 계셨어. 나는 헤드폰을 끼고 있어서 네가 집에 돌아온 걸 몰랐어. 나중에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알게 됐지.”온승준이 말을 이었다.“지연아, 그때 내 표현이 부족했을 수도 있어. 네가 핸드폰을 꺼두고 영화 보러 나간 것에 대해 비난하려던 게 아니었어. 그리고 친정에 가 있으라 했던 것도 단지 그 상황을 진정시키는 방법일 거로 생각했어. 집에 돌아오면 청소부를 부르든 가사도우미를 부르든 네 마음대로 해. 핸드폰에 내 카드를 묶어서 그걸로 결제하고 필요한 것도 모두 그걸로 사. 그러니까 어머니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온승준은 일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이렇게 그녀에게 설명을 늘려놓는 건 처음이었다.하지만 박지연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연아, 난 널 가정부로 생각해 본 적 한 번도 없어. 단지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이길래 속으로 그렇게 많은 불만이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어.”온승준이 계속 말을 이었다.“내가 바빠서 집안일에 제대로 신경 못 쓴 건 맞아. 네가 어머니 집에 가는 게 싫다면 앞으로는 어머니가 널 부르지 못하도록 할게.”박지연은 온승준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의 외모와 일하는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들어 박지연은 지금까지 이어진 결혼 생활 동안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 했다.비록 온승준이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고 별로 관심도 없고 시부모님도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온승준이 흰 가운을 입고 도도하고 금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만 봐도 자신이 그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이 행운스럽고 견딜 만했다.“유혜린은? 당신 첫사랑이잖아. 당신을 위해 같은 병원으로 전근까지 왔는데 그 여자 마음을 모른다고?”박지연이 묻자 온승준이 해명했다.“대학 시절 반년 정도 사귀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서 예전과 같은 감정은 없어. 유 의사가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지금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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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다음 날, 고은서는 온승준이 먼저 연락 온 일을 박지연에게서 들었다.고은서는 그로 인해 박지연의 결심이 더욱 흔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지연아,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너는 여전히 시부모님의 무시를 견뎌야 하고 그런 답답한 삶을 살아야 해.”고은서가 참지 못하고 조언했다.“온승준과 시부모님이 모두 변하지 않는다면 너는 생활 속 작은 일들에 의해 열정이 식을 거고 점차 우울해지고 난폭해지면서 삶에 희망이 없다고 느낄 거야. 그리고 온승준과 유혜린 사이에 별다른 감정이 없다고는 하지만 유혜린이 온승준이 있는 병원에 온 건 우연이 아니야.”박지연도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 온승준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일단 온승준이 출장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얘기해 보자. 일주일 동안 스스로 잘 생각해 볼게.”“그래. 요 며칠 동안 감정에 휘둘려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온승준에게 먼저 연락하지도 마.”고은서가 당부했다.박지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았어.”가장 두려운 것은 모든 걸 알고도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고은서가 화제를 바꿨다.“정말 이틀 연차 내고 서운에 가지 않을래? 무료 티켓 아직 안 썼어.”박지연이 완곡하게 거절했다.“됐어. 당직도 서야 해. 승진 시즌이라서 이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순 없지.”일은 정말 중요했다.하지만 지난 생에서 박지연은 그 중요했던 일을 놓쳐버렸다.이번 생에서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알았어. 그럼 힘내!”고은서가 이내 응원의 말을 건넸다.박지연은 무엇인가 떠올렸는지 웃으며 말했다.“너도 힘내.”...오전 비행기 티켓이었는데 고은서가 준비를 마쳤을 때, 민시후가 전화를 걸어왔다.“출발해서 데리러 가고 있어.”고은서는 주소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작은 여행 가방을 챙긴 고은서가 아래로 내려가자 민시후도 이내 도착했다.그의 옷차림은 평소처럼 화려하고 과시적인 스타일이 아닌 캐주얼한 모습이었다.안에는 평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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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모든 일이 다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백씨 집안 회사가 파산하는 건 이미 확정된 일이었고 백유미도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얼마 후, 고은서와 민시후는 공항에 도착했다.기사는 주차한 후 두 사람의 짐을 VIP 휴식실까지 옮겨주었다.체크인하려고 할 때 고은서는 유성준의 전화를 받았다.‘설마 백유미가 괜히 자기 집안 사업이 망하려고 하니까 다시 고씨 집안 사업에 손을 대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오빠, 무슨 일이세요?”“며칠 전에 준 커스텀 향수 관련 자료 봤어? 혹시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는가 해서 연락한 거야.”유성준이 그녀에게 전화 한 이류를 말했다.“떠오른 아이디어가 몇 가지 있긴 한데 그래도 구체적인 건 본인을 직접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유성준은 퍼퓸 제작을 부탁한 고객이 요 며칠 사이에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그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일주일 후에야 가능하다고 이실직고했다.“은서야, 요즘 들어 부쩍 바빠진 것 같은데 건강도 챙기면서 해야 해.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유성준이 그녀를 관심했다.고은서는 약간 어색한 말투로 답했다.“그냥 놀러 가는 김에 당지 현장 시찰도 하려고요. 너무 힘들진 않아요. 걱정하지 마세요.”“혼자 갔어?”유성준의 물음에 고은서는 옆에 껄렁하게 앉아있는 민시후를 보면서 답했다.“아니요.”고은서는 구체적으로 누구랑 가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유성준도 눈치 있게 더는 캐묻지 않았다.그는 고은서에게 안전 주의하고 해성으로 돌아오면 다시 연락하라고 당부한 뒤 전화를 끊었다.민시후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인기 많다? 새로운 구애자야?”고은서는 어이없어하며 답했다.“민 도련님, 우리가 이런 작은 일까지 서로 알려줄 정도로 친하진 않은 것 같은데요.”민시후는 화내는 대신 일부러 장난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만 원한다면 난 매일 회보해 줄 수 있는데.”“아니, 거절할게.”“...”두 사람이 한창 티키타카 하고 있을 때 직원 한 분이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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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고은서가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곽승재가 서 있었다.그는 검은색 정장과 셔츠를 차려입은 채 차가운 표정을 하고 그녀와 민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곽승재가 여기에 왜 있는 거지?’어제 성아연 일 때문에 연락했을 땐 공항으로 온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그러다 갑자기 며칠 전에 그가 호텔에서 함께 의사 보러 서운으로 가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하필 오늘에 우리랑 같은 목적지로 간다고? 설마 같은 비행기에까지 앉는 건 아니겠지?’“어머, 곽 대표님도 서운에 가시는 거예요?”민시후가 웃으면서 도발하듯 물었다.곽승재는 그를 무시한 채 고은서한테로 다가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늘 시간 없다고 하지 않았어?”고은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오늘 내가 서운으로 간다는 걸 알고 일부러 우리랑 똑같은 티켓을 끊은 거야?”세 사람은 서로 물음만 제기할 뿐 그 누구도 서로의 물음에 답을 해주지 않았다. 따라서 분위기는 점점 팽팽해져만 갔다.탑승 입구에 다른 여객들도 있었는데 세 사람의 미모가 하도 눈에 띄어 저도 모르게 사람들의 눈길이 그들한테로 쏠렸다. 사람들은 세 사람의 관계를 추측하면서 수군거렸다.고은서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싫어 먼저 입구로 걸어갔다.민시후도 그녀를 따라가려고 할 때 곽승재가 갑자기 고은서의 가방을 빼앗아갔다.“곽승재, 지금 뭐 하는 거야?”민시후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내 와이프 가방은 내가 대신 들어주면 돼.”곽승재가 그를 쏘아보며 답했다.그러자 민시후가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곽 대표님,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당신은 그저 고은서의 전남편일 뿐이야. 대체 누가 당신 와이프라는 거야?”“전남편도 남편이야. 그럼 넌 무슨 신분으로 자꾸 고은서한테 질척거리는 거야?”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반박했다.“서로 아이까지 가졌던 사이야. 네가 보건댄 내가 무슨 신분으로 보여?”곽승재의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졌다.그들 옆으로 지나가던 여객들도 그가 내뿜는 한기를 느꼈다.“저기 봐봐. 저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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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됐어. 오늘 기분 좋으니까 그냥 봐준다.”민시후는 말하면서 고은서를 향해 걸어갔다.반면 곽승재는 고은서를 빤히 바라보면서 그녀가 무언가라도 말하길 원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민시후 손에서 가방을 건네 들며 재빨리 탑승 입구 걸어갔다.“갑자기 왜 그렇게 빨리 걷는 거야?”민시후가 그녀를 쫓아가며 소리쳤다.곽승재는 홀로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하지만 세 사람 다 비즈니스 좌석이어서 서로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은서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곽승재가 눈앞에 나타났다.비즈니스 좌석 수량이 제한되어 있는 탓에 고은서는 자리를 바꿀 수도 없었다. 심지어 민시후가 옆에 앉아있어서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은서는 곽승재와의 대화를 피하기 위해 아예 좌석을 뒤로 눕히고 잠을 청했다.서운까지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았기에 고은서가 눈을 뜰 때쯤 비행시간은 이미 얼마 남지 않았다.민시후는 찌뿌둥한 표정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고은서, 난 너랑 회사 일을 토론하려고 네 좌석을 업그레이드 시켜준 거야. 그런데 넌 완전 꿀잠 자고 있던데?”고은서는 기지개를 켜면서 답했다.“미안. 그런데 나도 말했잖아. 오늘부터 내 휴식일이라고. 분명히 날 찾지 말라고 했을 텐데.”민시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는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를 보면서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머리는 새 둥지냐? 이미지 관리 좀 해. 대체 어딜 봐서 널 여자라고 생각하겠니?”“네가 뭐라고 굳이 힘들게 네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해?”고은서가 반박했다.두 사람이 한창 티키타카 하고 있을 때 곽승재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이를 본 민시후는 갑자기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하긴. 우리가 처음 만난 사이도 아닌데 뭐. 네 이런 모습 말고도 다른 모습도 많이 봐왔는데 확실히 지금 이미지 관리를 해보았자 이미 너무 늦은 것 같긴 해.”민시후의 속셈을 알아차린 고은서는 그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더는 반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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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고은서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전에 민시후랑 밥 먹을 때마다 곽승재가 각종 이유로 그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 했던 게 떠올랐다.그녀 또한 이번에도 똑같은 수법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도 별로 민시후랑 함께 판다 기지에 가고 싶지 않았는지라 그를 설득해 보내려고 했다.“형이야? 그래도 한 번 돌아가 보는 게 어때? 시찰은 며칠 미루면 되잖아.”고은서가 나긋한 목소리로 그를 달랬다.상대방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방금 전보다 더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시후, 날이 갈수록 더 버릇없게 구는 거 아니야? 지금 그 여자 때문에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데도 돌아오지 않겠다는 거야?”“내가 버릇없이 군 게 한두 날이야? 차라리 내가 철들길 원하는 게 더 어리석은 거지.”민시후는 호통치고는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고은서가 그를 계속 설득하려고 할 때 그녀의 속셈을 알아차린 민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고은서, 너 지금 날 보내고 곽승재랑 단둘이 데이트하려고 하는 거지? 그딴 생각은 지금이라도 접는 거 좋을 거야.” “날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갑자기 질투하는 것처럼 왜 이래? 사람 오해하게 만들지 마. 그리고 난 너희 집안 사람들에게 찍혀서 내 평범한 일상을 망치면서 쓸데없는 일에 휘말리기 싫어.”고은서의 솔직함에 민시후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지금 나랑 선을 긋는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 네가 내 아이를 가졌다는 기사를 막긴했으나 이미 다 알고 있거든.”‘다 알고 있다고? 그러면 안 되는데. 송민아가 민시후한테 약혼을 없던 일로 하자고 먼저 말을 꺼내거든 민씨 집안 사람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지금이라도 모든 사실을 토로하면 믿어줄까?”고은서의 물음에 민시후는 단호하게 답했다.“소용없을걸.”“...”“고은서, 지금 다들 내가 너 없으면 못 산다고 믿고 있어. 어때? 만족해?”민시후가 물었다.‘뭘 만족한다는 거야? 난 그저 그때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말해봤을 뿐인데 일을 이렇게 만든 진짜 범인은 너잖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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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고은서가 방 하나를 더 요구할 때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 갑자기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죄송합니다, 손님. 오늘 방이 다 만원이어서 드릴 수 있는 빈방이 없네요.”고은서는 시간을 확인하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저녁 시간도 아닌데 빈방이 없다고요?”직원은 이 호텔이 판다 기지 부근 호텔이어서 거의 매일 만원이라고 전했다.고은서는 민시후에게 신분증을 돌려주면서 말했다.“다른 호텔로 가.”민시후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답했다.“힘들어 못 가겠어. 그냥 네 방에서 하룻밤 보낼게.”“아니. 넌 안 힘들어. 그리고 이런 무리한 요구는 절대 들어주지 않을 거야.”고은서는 그에게 신분증을 던져주면서 말했다.민시후는 고은서에게 다른 호텔에 방을 잡아주면 가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그녀가 주변 호텔에 다 연락해 물어보았지만 최근 아기 판다를 만질 수 있는 새로운 활동이 생기면서 판다 기지를 찾는 사람도 같이 늘어 다 빈방이 없다고 했다.“민 대표님, 설마 이곳으로 오기 전에 비서한테 미리 방 잡아두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일부러 이러는 거죠?”고은서의 물음에 민시후는 껄렁대며 답했다.“이런 작은 일까지 내가 직접 신경 써야 해? 아니면 지금이라도 네가 직접 물어보든가.”고은서는 어이가 없었다.“내가 왜 물어봐? 비서가 잘못을 저지른 게 네 책임이지 내 책임이야? 길바닥에서 자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그러나 민시후는 화를 내기는커녕 웃으면서 말했다.“너무 야박한 거 아니야? 그럼 난 어쩔 수 없이 네 호텔 방 앞에서 이불 깔고 자야겠네. 누가 물어보면 여자친구한테 쫓겨났다고 하지 뭐.”“제 방을 저분한테 주세요.”고은서가 화를 내려고 할 때 차가운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다름 아닌 곽승재였다.그는 깨끗한 옷차림에 작은 캐리어 하나를 끌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같은 비행기랑 같은 목적지, 심지어 호텔까지 같은 호텔이라고?’고은서는 곽승재가 자신의 스케줄을 알고 일부러 따라온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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