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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511 - 챕터 520

782 챕터

제511화

고은서는 그제야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달았다.그러나 송민아를 볼 때마다 전생의 자신이 떠오르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나도 오빠 없이 못 살 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니야!”뒤에서 갑자기 송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송민아는 여태껏 보지 못했던 견고한 눈빛을 하고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민시후,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이 계속 네가 내 남편이 될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않았으면 나도 널 이렇게까지 좋아하려고 하지 않았을 거야! 사실대로 말하자면 너도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거든!”민시후는 아무렇지 않다는 송민아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지금까지 들은 소식 중에서 제일 좋은 소식인 것 같네. 얼른 돌아가서 약혼을 없었던 일로 하자고 가족들한테 전해.”“너!”송민아는 화가 난 탓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나 그녀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를 악문 채 씩씩거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고은서는 송민아가 민시후를 향한 사랑을 거두어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직접 민시후를 향해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스타트였다.“쉽게 가질 수 있는 걸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건 모든 남자들의 본성인 거야?”고은서가 물었다.“그것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다르지. 글쎄 너라면 이유가 뭐든 상관없이 나랑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소중히 여길 것 같은데.”민시후가 껄렁껄렁한 말투로 답했다.고은서는 성가시다는 듯 그를 힐끗 쏘아보고는 다른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민시후와 저녁을 먹은 후 그녀는 호텔로 돌아갔다.그녀가 고은혜에게 연락해 현재 상황에 관해 물으려고 할 때 갑자기 원지훈한테서 문자가 왔다.무슨 원인인지 모르겠지만 백유미가 갑자기 계획을 미루자고 한다는 내용이었다.이 문자를 확인한 고은서는 눈살을 찌푸렸다.[혹시 우리 계획을 알아차린 건 아니지?][모르겠어요. 원래도 신중한 편이어서 조금이라도 수상한 부분이 있으면 계획을 뒤로 미루곤 했었어요.][요즘 어머니께서 백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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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가끔 고은서와 쇼핑하는 것 외에는 가정에만 집중했었다. 매일 집안일로 바삐 돌아 채야 했고 또 수많은 온씨 집안 규칙으로 골치 아파했다.전에 고은서가 그녀를 남편밖에 모른다고 하면서 모든 시간을 가정에 몰 붓는다고 장난치곤 했었는데 사실 온승준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아주 드물었다. 심지어 휴식날에도 그는 조용히 혼자 있는 걸 좋아했고 외출하는 걸 꺼려했다.운호 산장에 갔던 때도 그녀가 한참 타일러서야 함께 나선 것이었다.박지연은 코미디 영화 한 편을 선택한 후 팝콘과 콜라까지 챙기고 영화관 입장 시간을 기다렸다. 비록 모든 게 온승준이 평소에 싫어하는 것들이지만 지금은 혼자였기에 별 상관이 없었다.“지연 씨?”박지연이 영화관에 입장하려고 할 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뒤돌아보니 육현석이었다.그의 곁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친구들이 북적북적했는데 그의 목소리에 그들의 시선이 박지연한테로 쏠렸다.“여기서 만나게 되네요. 현석 씨도 영화 보러 온 거예요?”박지연이 나긋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네, 룸 하나를 전세 내고 맡았는데 우리 이쁜 아가씨도 함께 볼래요?”육현석 옆에 있던 친구 한 명이 그녀를 향해 인사했다.박지연은 손에 있는 영화표를 그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기회 되면 다음에 같이 봐요. 오늘은 이미 표까지 다 구매해서 안 될 것 같네요.”“괜찮아요. 무슨 영화 보는데요? 룸 하나 더 맡으면 되죠.”육현석의 또 다른 친구가 말을 보태었다.“창피하게 굴지 말고 입 다물고 저리 가.”육현석이 보다 못해 그들을 쫓았다. 그는 희희덕거리며 VIP룸으로 들어가는 친구들을 보며 박지연을 향해 설명했다.“원래 저런 성격이에요. 나쁜 애들은 아니니까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별일도 아닌데 제가 왜 기분 나빠하겠어요. 얼른 가보세요. 저도 곧 방영 시간이라 들어가야 해요.”박지연은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육현석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박지연이 룸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육현석이 따라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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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육현석은 눈치 있게 더는 묻지 않았다.“스트레스 다 풀리게 한 잔 더 마셔.”두 사람은 너무 늦게까지 마시지 않았다. 육현석의 친구들도 영화 관람을 마치고 그를 찾으러 칵테일바로 왔다.박지연은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먼저 가기로 했다.육현석도 그녀를 잡지 않았다.“기사한테 데려다주라고 말해 놓을게.”박지연이 그의 호의를 거절하려고 할 때 그가 말을 보태었다.“이 늦은 시간에 여자애 혼자 집 가는 게 위험해 보여서 그러는 거야. 내 말 듣고 안전하게 집으로 가.”박지연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육현석은 그녀를 차에 태워주고 칵테일바로 다시 돌아갔는데 친구들은 그를 보자마자 장난치기 시작했다.“어머, 보내주기 싫은 거 보내는 거 아니야? 직접 차에 태워주기까지 하고 말이야.”그러나 육현석이 엄숙한 목소리로 반박했다.“닥쳐! 이미 가정이 있는 사람이야. 장난도 정도껏 쳐야지.”그의 말을 들은 친구들은 하나둘씩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육현석의 심각한 표정 때문에 더는 장난치지 않았다.집으로 돌아간 박지연은 집 안 불이 켜져 있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슬리퍼로 갈아신고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앉아있는 조수연을 보았다.조수연은 그녀를 보자마자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입을 열었다.“어디 갔다 오는 거야? 전화는 왜 또 안 받아?”박지연은 가방을 내려놓으며 답했다.“영화 보러 갔다 왔어요.”“집안일도 하지 않고 내 전화도 받지 않으면서 지금 영화 보러 갔다 왔다는 거야?”“무음모드로 해놓아서 받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세요?”박지연은 서재 쪽을 힐끔 보았는데 불이 켜져 있었다. 그 말인즉슨 온승준도 집에 있다는 것이다.“내가 무슨 일로 왔는지 뻔히 알면서 뭘 물어? 대체 넌 뭐 하고 사는 거니? 승준이 아침도 챙겨주지 않고 집안이 이 정도로 어지럽혀졌는데도 청소할 줄도 모르고 심지어 그릇도 이틀째 씻지 않았다며? 아내 노릇을 할 것이면 제대로 해야지!”박지연은 조수연의 잔소리에 응대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미간을 어루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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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박지연은 뒤로 한발 물러서면서 조수연의 손을 피했다.그러나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발이 걸리면서 나무 소파로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쳤다.그녀는 갑작스레 밀려오는 고통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어머니, 그만 하세요!”온승준은 박지연을 때리려고 하는 조수연을 막았다.“승준아, 아직도 저년 편을 드는 거야?”조수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얼마나 거만하게 구는지 너도 봤지? 집안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영화 보러 간 것도 모자라 술까지 마시고 온다는 게 말이 돼? 게다가 돌아오자마자 내 화를 돋우잖아! 이러다가 나중에 널 짓밟으려 할지도 모른다니까!”“어머니, 먼저 돌아가세요. 제가 잘 얘기할게요.”온승준이 조수연을 달랬다.그녀는 박지연한테 이런 대우를 받는 건 처음이라 화가 많이 났지만 내일 출근하는 아들을 보아서라도 참고 먼저 돌아갈 생각이었다.“내일 승준이가 출근하자마자 우리 집으로 와서 오늘 있었던 일을 잘 설명하도록 해.”조수연이 박지연을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박지연은 헛웃음을 치면서 일어나 말했다.“그냥 오늘에 모든 걸 다 끝내죠. 저 이젠 그쪽 며느리 노릇 못하겠어요. 그리고 당신 아들도 이젠 더는 못 모시겠어요.”“너!”조수연은 박지연의 태도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이내 그녀를 향해 비아냥거렸다.“우리가 너한테 온씨 집안 며느리로 들어오라고 빈 것처럼 말하지 마! 우리 승준이처럼 우수한 애한테 시집오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승준이랑 결혼하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지!”“어머니! 늦었으니 얼른 돌아가세요. 제가 아파트 밖까지 모셔다드릴게요.”온승준이 조수연을 막으면서 그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그만 재촉해! 쟤 지금 내 머리 위로 기어오르려고 하잖아...”조수연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더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박지연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심지어 점점 더 세게 들끓어 올랐다.억울함과 분노가 함께 뒤섞이면서 집 안 곳곳을 잿더미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곧 한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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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박지연은 몸도 마음도 다 지쳐갔다.내고 싶던 화도 다 냈고 순간 몸에 힘이 풀렸다.“온승준, 우리 이혼하자. 내일 마침 출근인데 시간 되는 대로 수속 밟으러 가자.”온승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전화 안 받고 늦게까지 술 마시고 또 집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건 없었던 일로 해줄게. 내일 어머니한테 사과하러 다녀와. 그러면 좋게 넘어가 줄게.”그의 말을 들은 박지연은 냉소를 흘렸다.‘사과하면 없었던 일로 해준다고? 끝까지 다 내 탓이라고만 생각하는 거네.’“그렇게 총명한 사람이 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당신은 날 탓할 자격이 없어. 그리고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 거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당신이랑 이혼할 거야.”인내심이 바닥난 온승준은 더는 이런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평소에 조수연과 자신의 말이라면 고분고분 다 들어주던 박지연이 왜 갑자기 며칠째 난동을 부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지연아, 고집을 부린다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야. 월급카드 외에 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이번 기회에 다 말해.”박지연도 온승준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녀 또한 더는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딱 한 가지야. 도대체 내일 이혼하러 갈 시간이 되는 거야 안 되는 거야?”온승준은 성가시다는 듯 미간을 어루만지며 답했다.“내일 수술만 두 개야. 너...”“그럼 모레 구청에서 만나.”박지연은 온승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파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으로 걸어 들어가서는 방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박지연에게서 방금전에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은 고은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온승준과 조수연을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귀부인처럼 오만하게 굴더니 하는 행동이라고는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시비 거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너한테 손대려고까지 한단 말이야?”고은서는 씩씩거리며 말했다.“당장 이혼하고 나와. 그까짓 온씨 집안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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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이혼 수속 끝내자마자 전에 온승준을 위해 샀던 물건들까지 다 가지고 나와. 아무튼 네 시어머니라는 사람도 네가 산 물건들이 싸구려라면서 눈여겨보지도 않았잖아. 하나도 남김없이 다 가지고 나와.”그러나 고은서와 달리 박지연은 아주 덤덤해 보였다.“됐어. 이혼만 하면 되는데 굳이 원수 사이로 남을 필요는 없잖아.”고은서는 박지연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혼만 순리롭게 할 수만 있다면 그까짓 옷쯤이야 버리는 셈 쳐도 되지.’“지연아, 우리 쇼핑하러 가자.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다 사. 내 카드 줄 테니까 원하는 대로 마음껏 긁어.”박지연은 망설임 없이 카드를 내미는 고은서를 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설마 오래전부터 나한테 관심 있었던 건 아니지? 마치 내가 이혼하길 학수고대한 구애자처럼 말하는 거 같은데.”고은서는 아주 당당하게 인정했다.“맞아. 오래전부터 네가 이혼하길 기다렸어.”박지연이 빨리 이혼해야만 그 집안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이번 생에 타지으로 가게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박지연의 물건을 새집으로 옮긴 후 고은서는 집안을 한 바퀴 삥 돌면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뒤돌아 박지연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얼른 쇼핑하러 가자. 일상용품들도 꽤 사야 할 것 같아.”박지연은 더는 거절하지 않고 그녀와 함께 나섰다.고은서는 쇼핑하는 내내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그릇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가정용 전자 제품들도 구매했다. 그리고 이혼을 축하한다면서 박지연에게 옷과 신발까지 사줬다.온종일 쇼핑하면서 출출해진 두 사람은 매장 직원들에게 물건을 집까지 배송해 달라고 부탁한 뒤 밥 먹으러 가려고 했다.박지연이 워낙 매운 음식을 좋아했는데 마침 쇼핑몰 안에 훠궈집 하나가 있어 그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훠궈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면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두 사람은 웨이터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무슨 음식을 주문할지 토론했다.“은서야, 저기 저 두 사람 곽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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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곽승재는 차가운 얼굴빛을 하고 있는 고은서를 힐끔 보더니 백유미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백유미도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은서 씨, 지연 씨, 먼저 가볼게요.”미안해하는 말투와 달리 백유미는 자랑이라도 하는 듯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고은서를 쏘아보았다.유산한 고은서를 바라보던 눈빛과 똑같은 눈빛이었다. 고은서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박지연은 황급히 그녀를 달랬다.“그냥 무시해. 지금 곽승재 앞에서 일부러 너한테 시비 거는 거야.”그러나 박지연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고은서는 테이블 위에 있던 찻잔을 들고 백유미를 향해 물싸대기를 날렸다.“아악!”백유미는 이내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얼굴과 머리카락이 온통 찻잎 찌꺼기 투성이가 되었고 갈색 찻물이 그녀의 얼굴을 따라 옷에까지 흘러내리면서 짙은 자국을 남겼다.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백유미의 비명소리 때문에 모든 시선들이 그들 쪽으로 쏠렸고 곽승재도 다시 뒤돌아 걸어왔다.“은서 씨,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백유미가 억울하다는 듯 물었다.고은서는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덤덤하게 답했다.“당신 같은 악독한 여자한테 물싸대기 하나 날리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백유미는 물 범벅이 된 얼굴을 쳐들고 아련한 눈빛으로 곽승재를 바라보았다.“승재야...”“곽 대표님, 시비를 먼저 건 사람은 백유미 씨에요. 우리 은서는 아무 잘못 없어요.”박지연이 고은서 앞에 막아서면서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지연 씨, 편견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저 방금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요.”백유미는 끝까지 억울한 척했다.이를 본 고은서는 콧방귀를 뀌면서 가려고 했다. 그러나 곽승재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뭐하려는 거야?”고은서는 성가시다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곽승재를 바라보았다.“백유미 편들어주게? 나 일부러 그런 거야. 부글부글 끓고 있는 찻물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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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난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박지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주차장.기사는 운전석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곽승재는 뒷좌석에 앉아 조수석에 앉아있는 백유미가 입을 열길 기다렸다.그녀는 티슈로 물을 닦고 있었는데 매우 낭패해 보였다.“이후로 고은서 건들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거야.”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백유미는 흠칫하더니 이내 눈시울이 붉히면서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승재야, 너도 지금 이게 다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야?”곽승재는 덤덤한 표정으로 되물었다.“할 말이 있다며?”백유미는 마음속의 쓸쓸함을 애써 억누르면서 말했다.“우리 아빠가 누굴 건드렸는지 요즘 집안 회사가 거의 벼랑 끝에 서 있게 되었어. 혹시 우리 집 회사 좀 도와주면 안 될까?”“버티지 못하겠거든 그냥 제때 포기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저씨도 연세가 있으신데 이젠 쉴 때도 되지 않았어?”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집 회사가 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는 하지만 우리 아빠도 많은 심혈을 기울였어. 진짜 이대로 파산하게 내버려 두면서 우리 아빠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거야?”백유미가 아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러나 곽승재는 여전히 별다른 감정이 없어 보였다.“진짜 파산할 경지에 이른 거 맞아?”백유미는 순간 흠칫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야? 이번엔 진짜 쉬운 상대가 아니어서 이러는 거야. 계속 우리 집 회사만 타깃으로 삶고 있다니까.”백유미가 곽승재를 향해 애원했다.“승재야, 나도 더는 어쩔 수가 없어서 널 찾아온 거야. 우리 아빠가 어릴 적부터 널 친아들로 생각하면서 챙겨준 걸 보아서라도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될까?”곽승재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거절했다.“아저씨 은혜는 이미 오래전에 다 갚은 거로 알고 있어. 이후로도 더는 너희 집 회사를 도와주는 일이 없을 거야.”백유미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눈물을 흘렸다.“그럼 우리 사이도 내가 실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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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박지연의 말을 들은 온승준은 순간 멈칫했다.“지연아, 나 오늘 야근 안 해도 되니까 저녁에 만나서 잘 얘기해보자.”온승준이 이렇게 차근차근 그녀를 달래려고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에는 항상 바쁘다는 이유로 용건만 간단하게 말하는 게 일쑤였다.지금 먼저 얘기를 나누자고 한 것만으로 그에게 있어서는 아주 크게 양보한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러나 박지연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래된 친구로서 고은서는 이내 박지연이 망설이고 있다는 걸 알고 그녀의 폰을 빼앗아 전화 너머에 있는 온승준을 향해 소리쳤다.“더는 그쪽이랑 할 말이 없거든요. 그리고 지연이 이미 저랑 살기로 했으니까 그쪽 집으로 돌아가는 일도 없을 거예요.”고은서는 씩씩거리며 온승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전화를 뚝 끊어버리고는 박지연을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지연아,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돼. 전에 네 시어머니가 너한테 했던 말들을 생각해봐. 그리고 네가 괴롭힐 당할 때 온승준이 뭐 하고 있었는지도 잘 돌이켜봐.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평생 그 집 사람들 괴롭힘을 받으며 살 생각이야?”“아니.”박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럼 더는 망설일 필요도 없잖아. 네가 아직도 온승준을 사랑하고 있다는 거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말로만 이혼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어떻게 믿어. 적어도 그 집안에서 마땅한 태도를 표해야 다시 고려해볼 거 아니야. 절대 온승준의 말에 쉽게 넘어가서는 안 돼.”고은서가 말을 보태었다.사실 박지연은 자신을 대하는 시댁의 태도가 변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을 친부모님처럼 모시는 박지연과 달리 그들은 항상 그녀를 하녀 취급을 했다. 이번 일로 그들의 생각을 바꾼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온승준의 마음속에는 항상 일이 먼저였고 집안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기뻐하든 슬퍼하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유혜린이 아니었더라도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냥 빨리 이혼하는 게 더 나아. 더 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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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알겠어, 알겠어. 명심할 테니까 걱정하지마. 나 먼저 일하러 갈게.”박지연이 말했다.고은서도 아침을 챙겨 먹고 ZY 그룹으로 갔다.송민아는 그녀가 출근하자마자 그녀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어제는 왜 출근하지 않았어요?”“볼 일이 좀 있어서요. 저한테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송민아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머뭇머뭇 말했다.“어제 데이터 분석하는 거 가르쳐준다고 했잖아요.”‘아, 그 일 때문에 온 거였구나. 송민준이랑 비기면 완전 애네.’송민준이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존재와 같았다.반면 송민아는 오만하기는 하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제때 꼬리를 내리는 본성은 착한 사람이었다.“전에는 회사에 나보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분들 찾아가면 되잖아요.”송민아는 콧방귀를 뀌면서 고집부렸다.“그분들한테 민폐 끼치기 싫어서 그래요. 난 딱 은서 씨만 못살게 굴 거예요. 그러니까 누가 시후 오빠 마음을 함부로 빼앗으라고 했어요?”“진짜 제가 민시후의 마음을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고은서가 되물었다.송민아는 고은서가 그러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속마음을 들킨 그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일에 몰두하라면서요. 그래서 지금 배워달라고 직접 찾아까지 왔는데 왜 거절할 것처럼 그래요? 설마 일부러 날 놀리려고 이러는 거예요?”“아니요, 그럴 리가요. 일하겠다는데 전면적으로 지지해줘야죠. 나중에 자신의 사업을 가꿔나가는 게 남자한테 구애하는 것보다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고은서가 웃으면서 말했다.“어제 준 서류들은 다 봤어요? 투자할만한 프로젝트가 있던가요?”“모르겠어요. 저는 다 괜찮아 보이던데요.”송민아의 얼굴이 점점 더 빨개졌다.계획서에는 다 프로젝트의 우점과 프로젝트를 칭찬하는 말들만 있었기에 누가 좋고 누가 나쁜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고은서도 이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비웃는 대신 간단한 데이터 분석법을 알려주면서 연관된 전공 책들까지 추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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