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재는 차가운 얼굴빛을 하고 있는 고은서를 힐끔 보더니 백유미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백유미도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은서 씨, 지연 씨, 먼저 가볼게요.”미안해하는 말투와 달리 백유미는 자랑이라도 하는 듯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고은서를 쏘아보았다.유산한 고은서를 바라보던 눈빛과 똑같은 눈빛이었다. 고은서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박지연은 황급히 그녀를 달랬다.“그냥 무시해. 지금 곽승재 앞에서 일부러 너한테 시비 거는 거야.”그러나 박지연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고은서는 테이블 위에 있던 찻잔을 들고 백유미를 향해 물싸대기를 날렸다.“아악!”백유미는 이내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얼굴과 머리카락이 온통 찻잎 찌꺼기 투성이가 되었고 갈색 찻물이 그녀의 얼굴을 따라 옷에까지 흘러내리면서 짙은 자국을 남겼다.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백유미의 비명소리 때문에 모든 시선들이 그들 쪽으로 쏠렸고 곽승재도 다시 뒤돌아 걸어왔다.“은서 씨,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백유미가 억울하다는 듯 물었다.고은서는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덤덤하게 답했다.“당신 같은 악독한 여자한테 물싸대기 하나 날리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백유미는 물 범벅이 된 얼굴을 쳐들고 아련한 눈빛으로 곽승재를 바라보았다.“승재야...”“곽 대표님, 시비를 먼저 건 사람은 백유미 씨에요. 우리 은서는 아무 잘못 없어요.”박지연이 고은서 앞에 막아서면서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지연 씨, 편견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저 방금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요.”백유미는 끝까지 억울한 척했다.이를 본 고은서는 콧방귀를 뀌면서 가려고 했다. 그러나 곽승재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뭐하려는 거야?”고은서는 성가시다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곽승재를 바라보았다.“백유미 편들어주게? 나 일부러 그런 거야. 부글부글 끓고 있는 찻물이었다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