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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481 - 챕터 490

782 챕터

제481화

민시후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찔렸다.그러나 민시후에게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얼버무리며 넘어가려고 했다.“나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회사에서 봐.”그녀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려보니 곽승재는 이미 병실 밖으로 나갔고 주민기 혼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사모님, 어제 호텔 블랙박스를 확인해 봤는데 폰을 방에 두고 오신 것 같은데 사람 시켜 가져오라고 할까요?”“네, 수고해주세요. 그리고 저 이젠 그쪽 대표님 아내가 아니니까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주민기는 입을 꾹 다물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두 사람이 이혼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칭을 바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잘못하면 곽승재 눈 밖에 나면서 다음 달 보너스까지 잃게 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정말 먹고 살기 힘드네.’곽승재의 비서 자리가 겉으로는 엄청 훌륭한 직위 같아 보이지만 사실 시시각각 그의 눈치를 봐야 했다. 주민기는 속으로 눈물을 머금었다.고은서와 주민기가 병원에서 나왔을 때 곽승재는 이미 차 안에 앉아있었다.주민기가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앉는 바람에 고은서 어쩔 수 없이 곽승재와 함께 뒷좌석에 앉게 되었다.곽승재는 아이패드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의사 선생님이 전에 다쳐서 푹 쉬어야 한다고 했잖아. 왜 따라가려고 그래?”곽승재는 그녀를 힐끔 보고는 말했다.“나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다며. 왜 갑자기 날 관심하는 건데?”‘내가 걱정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혹시 더 심하게 다치면서 내 책임이라고 트집이라도 잡을까 봐 무서워 그래.”곽승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경찰서.곽승재가 경찰서까지 찾아온 이유를 전해 들은 책임자가 직접 마중하러 나왔다.그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고은서는 피해자로서 규정대로 경찰 조사에 협조했다.그녀가 조사를 끝마치고 나올 때 마침 강인한 태도로 심문을 거부하는 성아연을 보았다.“변호사가 오기 전까지 당신들의 물음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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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물론이죠.”상대방은 곽승재의 요구를 아주 흔쾌히 받아줬다.아직 간단한 심문 단계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대화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이를 본 성아연은 더 긴장되었다.“난 저 사람이랑 할 얘기가 없어요. 내가 시킨 일이 아니라니까요. 저는 억울하다고요! 저 사람 저를 해치려 하는 게 분명해요. 경찰로서 제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잖아요!”“곽 대표님은 법과 규칙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정직한 사업가입니다. 성아연 씨를 해칠 일도 없고요. 그저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로 몇 가지 확인할 게 있다고 하셔서 그러는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가시죠, 성아연 씨.”곽승재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성아연은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다시 들어갔고 고은서와 곽승재도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안에 있던 직원은 자리를 비켜주면서 문밖을 지키고 있었다.심문실은 아주 깔끔했는데 책상 외에 티 테이블과 소파도 있었다.주민기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곽승재는 고은서를 끌고 함께 소파에 앉았다.“성아연 씨도 앉으시죠.”성아연은 곽승재가 무슨 속셈인지 모르고 있었기에 쉽게 경각심을 풀지 않았고 앉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곽승재는 그녀를 강요하지 않았다.“성아연 씨, 말해보시죠. 왜 사람 찾아 고은서를 해치려 했는지.”그의 담담한 목소리에서 무언의 위압감이 느껴졌다.성아연은 애써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뗐다.“내가 지시한 일이 아니에요. 그 두 사람이 저를 모함하려고 거짓말하는 거라고요!”“계좌 이체 기록이 없다고 우리가 널 조사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봐?”고은서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새 번호로 두 사람한테 연락하고 현금으로 거래를 했다며? 그 두 사람 이미 거래장소까지 다 자백했어. 네가 아무리 모자랑 마스크를 쓰고 갔다고 해도 소용없어. 경찰들의 조사능력을 농락하는 것도 아니고. 너 이젠 빠져나갈 곳이 없단 말이야.”사실 이 모든 건 주민기한테서 들은 것이다. 경찰들이 이 모든 걸 조사하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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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성아연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내 순간 정신이 나갔었나 봐. 난 두 사람한테 그저 너에게 겁만 주라고 시켰어. 절대 널 해칠 생각은 없었어.”그녀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콧방귀를 뀌었다.“그때 당시 두 사람을 모습을 보아서는 나한테 겁만 주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 같았는데.”“은서야, 난 진짜 너에게 겁만 주라고 했어. 그냥 너한테 쌓인 화를 풀고 싶었을 뿐이야. 요즘 더러 날 전처럼 친하게 대해주지 않은 데다가 네 할아버지랑 얘기 나누는 것조차 못하게 했잖아. 그래서 네 숙모가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난동을 부린 게 다 네 아이디어인 줄 알고 오해했던 거야. 나도 네 숙모 시달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런 계획을 세운 거야.”성아연은 붉어진 눈시울을 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은서야, 사과하라면 하고 보상금도 얼마든지 줄게. 전에 내가 무슨 일을 해도 용서해준다고 했잖아. 다시는 안 그럴게. 그러니까 한 번만 용서해줘...”고은서는 자신을 향해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성아연의 비참한 모습을 보며 약간 속이 불편했다.전에 그녀는 성아연을 베프라고 생각하면서 뭐든지 그녀에게 공유했었다. 비록 욕심이 많긴 했으나 다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었다.특히 그녀가 곽승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 곽승재와 백유미를 대신 욕해줄 때 감동 받기도 했다. 심지어 성아연이 그 어떤 일을 해도 다 용서해줄 수 있다고까지 생각했었다.그러나 이번 생에 다시 눈을 뜬 후, 고은서는 성아연의 모든 모습이 다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녀가 자신을 이용하면서 해치려 했다는 걸 깊이 깨달았다.고은서는 성아연의 각종 행위가 너무 혐오스러웠으나 그녀와 인연만 끊고 살려고 했지 절대 그녀를 해치려고 한 적은 없었다.그러나 성아연은 도를 넘는 행위를 계속 지속해왔다.GS 그룹 연회에서 성아연은 일부러 그녀를 여론의 중심으로 몰아넣었고 또 MQ를 모함하기 위해 고준석을 온갖 감언이설로 홀리려고 했다가 실패하자 이내 타깃을 단은숙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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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네가 싫으니까!”성아연의 원망이 담긴 목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곽승재가 눈살을 찌푸린 걸 발견했다.성아연은 자신의 속마음을 너무 직설적으로 드러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이 말을 내뱉은 이상 더는 돌아설 길이 없었다.“내가 널 좋아해서 너랑 친구 한 줄 알아? 다 아빠가 강요한 거야! 네 할아버지가 널 제일 아낀다고 너한테만 잘해주면 할아버지가 나한테도 잘해줄 거라고 날 강요한 탓이라고!”성아연이 분노가 들끓은 눈빛으로 고은서를 쏘아보며 말했다.“같은 여자인데 왜 넌 항상 공주 대우를 받고 난 마치 하인처럼 네 시중을 들어야 하는 건데? 무슨 일이든 네가 했다면 다들 칭찬하기 일쑤였고 난 그저 너의 배경판처럼 네 뒤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나한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내가 너보다 못난 곳이 어딘데? 능력도 너보다 차하지 않잖아. 그런데 학교에 있는 남자애들은 네 연락처를 얻기 위해 나한테 다가올 뿐 날 좋아해서 다가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 나한테 호감을 갖고 있던 남자애들도 너만 보면 다 너한테로 몰려들잖아. 네가 나였어 봐. 어떤 느낌인지!”고은서는 눈을 부라리고 자신을 향해 호통치는 성아연을 보며 무슨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성아연이 자신을 이토록 미워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작 그까짓 일로 나와 우리 집안을 망치려 했던 거야?”고은서가 물었다.“그래!”성아연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더는 변명하고도 싶지 않았다.“고은서, 넌 네가 얼마나 혐오스러운지 모를 거야. 난 시시각각 널 짓밟아버리고 싶었다고. 너도 나처럼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혼자 고독하게 아등바등하는 걸 느껴봐야 한다고!”성아연은 갑자기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네가 곽승재 때문에 자존심을 꺾을 때마다 내가 속으로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르지? 너도 더는 도도한 공주가 아니라 수단을 가리지 않고 남자의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그 남자는 너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내가 얼마나 속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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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고은서는 성아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서도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성아연이 왜 백유미랑 손을 잡고 자신을 해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성씨 집안도 꽤 괜찮은 집안이어서 돈이 모자랄 리는 없었다. 그 말인즉슨 금전 때문에 그녀를 해치려 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게다가 성아연이 백유미와 손을 잡았다고 해도 고은서한테서 얻은 것보다 더 얻을 수는 없었다.‘처음부터 날 싫어하면서 나를 친구라고 생각한 적이 없구나. 전생에 날 보러 정신병원에 단 한 번도 오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당신 인생은 당신 스스로 망친 거예요.”고은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옆에 있던 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고씨 집안이 가져다주는 이득을 탐내지 않았으면 고은서한테 잘 보일 필요 없고 고은서랑 가까이 지낼 필요도 없잖아요. 그런데 고은서 곁에서 누릴 건 다 누리면서 다른 한 면으로는 고은서를 원망한다고? 너무 어이없지 않나요?”곽승재는 아주 담담하게 사실을 콕 집어 말했다.“게다가 방금전에는 고은서보다 못한 곳이 없다면서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쪽보다 고은서를 더 좋아하는 걸까요? 한 사람뿐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다 보는 눈이 없는 건 아닐 거 아니예요.”성아연이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곽승재가 고은서를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는 걸 전해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고은서를 위해 자신을 반박할 정도로 변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은서도 약간 놀랐다. 평소에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면 입 한 번 뻥긋하지 않던 사람이 자신을 위해 나서준다는 게 차마 믿기지 않았다.“고은서가 그렇게 우수해 보인다면 설마 그때 당시 결혼한 것도 고은서를 사랑해서예요?”성아연이 일부러 물었다.그녀는 곽승재가 고은서를 좋아한 적이 없고 결혼도 고은서가 강요해서 한 것이라는 걸 빤히 알고 있었다. 지금 저 물음을 물어보는 건 일부러 고은서를 난감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네.”고은서가 성아연에게 닥치라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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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기사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고은서가 호텔에 두고 온 폰도 이미 사람 시켜 가져온 상태였다.그녀는 폰을 받아들고 고장 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상처가 아직 다 낫지도 않았는데 병원에 돌아가 있어. 난 볼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고은서는 옆에 있는 곽승재에게 말했다.“내가 다 나을 때까지 날 간병해주기로 했잖아. 어딜 가려는 거야?”“그냥 외상만 입었을 뿐이잖아. 주의하면서 푹 쉬면 곧 나을 거야. 굳이 옆에서 간병해줄 필요 없는 거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고은서는 자신보다 키가 훨씬 큰 곽승재를 올리 쳐다보면서 답했다.“그럼 계속 네 눈앞에 나타나도 된다는 뜻이지?”곽승재의 눈에서 약간의 기대가 보이는 듯했다.“그런 뜻은 아니야. 볼일 보고 병원으로 갈게. 약속대로 오늘 저녁까지는 간병해 줄 거야. 그런데 내일 퇴원하고 예원 별장으로 돌아갈 땐 혼자 가도록 해. 난 더는 따라가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당신도 약속 지켜줬으면 좋겠어.”“고은서!”고은서가 한창 말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민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오늘은 직접 운전하지 않았는지 뒷좌석에서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녀도 마침 ZY 그룹으로 가야 했기에 곽승재에게 먼저 간다고 인사하고는 민시후가 있는 차를 향해 걸어갔다.기사가 내려 자연스럽게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고은서도 별다른 생각 없이 차에 올랐다.주차장을 나가면서 민시후는 백미러로 곽승재를 보면서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네가 내 차에 오르는 걸 막지 않다니. 인내심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네.”고은서도 그의 말을 듣고 백미러로 곽승재를 보았는데 그는 차 옆에 한참 동안 서 있었는데 다쳐서일까, 약간 외로워 보였다.“경찰서에는 왜 온 거야?”고은서가 시선을 돌리고 민시후에게 물었다.“왜겠니? 당연히 네가 걱정되어서 온 거지.”민시후가 건들건들하게 말했다.고은서는 그의 속셈을 알아보고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너무 유치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 날 곽승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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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성아연과 백아연이 어떤 사이든 이번 일을 쉽게 넘어가서는 안 돼.”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주민기가 공손하게 대답했다.곽승재는 방금전 고은서의 무덤덤해 하는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분명 아무런 죄도 없는 무고한 사람인데 저런 깊은 악의를 겪어야 했다니.심지어 그는 전에 성아연을 지시한 사람이 고은서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전에 고은서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그녀를 비난했던 자신을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해 났다.주민기가 떠난 후, 곽승재는 육현석에게 연락했다.“여자들은 보통 어떤 선물을 좋아해?”육현석은 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의심하는 말투로 물었다.“승재 형? 승재 형 맞아? 혹시 납치라도 된 건 아니지?”곽승재는 그와 장난칠 기분이 아니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대답이나 해. 전에 여자 마음을 엄청 잘 안다고 잘난체하고 다녔잖아.”그러나 곽승재의 생각과 달리 육현석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전에는 내가 방법을 알려줘도 들은 체도 하지 않았잖아. 한 번 잃은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번에는 안 알려줄 거야.”그의 말을 들은 곽승재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전에 네 아버지가 나한테 네 결혼 상대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하셔서 이미 괜찮은 사람 한 분이랑 얘기 나눠봤는데 널 꽤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 내일쯤 시간 찾아서 네 아버지랑 얘기해 볼 생각인데, 괜찮겠어?”육현석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불만을 토로했다.“형, 그거 협박이야! 나한테 지금 부탁하는 입장이잖아. 그러면 부탁하는 사람다운 태도를 보여야지. 왜 나를 협박하고 그러는 거야!”“그럼 내일 아버지랑 얘기 나눠 보도록 할게.”곽승재가 말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육현석이 큰소리로 다급하게 그를 말렸다.“곽승재! 그래 항복할게. 도와주면 될 거 아니야.”곽승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얼른 말해.”육현석은 심호흡을 하면서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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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육현석은 곽승재를 대신해 방법을 생각해주었다.“이름 있는 판다 기지로 가보는 건 어때? 아기 판다도 만져볼 수 있다던데. 비록 소비가 높고 시간제한도 있긴 하지만 형한텐 별문제가 아니잖아. 그러면 형수님도 판다를 보게 되어서 기뻐할 거고 형도 형수님이랑 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잖아. 안 그래? 어릴 적에 이루지 못한 소원을 지금 대신 이뤄주는 것과 같은데 형한테 고마워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형한테도 새로운 기회가 생기게 되는 거지.”곽승재는 육현석의 아이디어가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평소에 만나기만 해도 기분 나빠하는 그녀가 그와 함께 나가는 걸 원하는지가 제일 큰 문제였다.“형, 내 아이디어는 여기까지야. 형수님을 어떻게 설득하는가는 형이 생각할 문제고. 그런데 또 자존심 세우면서 명령하는 식으로 말하지 마. 형수님 그런 거 질색하는 거 알지? 부드럽게 같이 가자고 설득해봐. 언젠간 받아들일지도 모르잖아.”전화를 끊은 후, 육현석은 너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형이 형수님을 관심해주면서 선물까지 준비해주려고 하다니. 너무 대견해.’육현석은 박지연에게 이 희소식을 전하려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시후는 고은서와 함께 ZY 그룹으로 돌아가는 대신 단온 별장을 향했다.“여긴 왜 온 거야?”고은서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오늘 집 보러 온다고 어제 약속했잖아. 여기 보안이 좋아서 집주인이 아니고는 거의 들어오지 못해. 미리 이사 왔으면 어제 같은 사고를 당할 일도 없었잖아.”민시후는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어젯밤에 겪은 일이 이미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고은서는 여전히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저도 모르게 무서워 났다.“상대가 날 해치려고 굳게 마음을 먹거든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그녀의 말을 들은 민시후는 어이없다는 듯 툴툴거렸다.“넌 왜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도 없냐. 친구를 사귀어도 하필 성아연처럼 종일 상대방 뒤통수를 치는 사람을 사귀냐.”틀린 말이 아니었다. 고은서가 성아연에게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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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민시후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민 도련님, 왜 입만 열면 곽승재 얘기예요? 설마 곽승재한테 관심 있는 건 아니죠?”“고은서, 너 지금 날 엿먹이려고 일부러 이런 소리 하는 거지?”민시후가 화를 내면서 고은서를 한 대 살짝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고은서가 아주 민첩하게 옆으로 피하는 바람에 민시후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는데 갑작스레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 때문에 그는 순간 손을 떼는 걸 잊고 있었다.“저리 비켜!”고은서가 성가시다는 듯 그를 밀어냈다.그러나 민시후가 갑자기 고은서 앞으로 다가가면서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고은서, 내가 말했지? 그런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선택해 봐. 한 대만 맞을래, 아니면 두 대 맞을래?”민시후는 하인을 농락하는 나쁜 부잣집 도련님처럼 고은서의 턱을 치켜올리며 물었다.“혹은 나한테 키스라도 한 번 해줄래?”“꺼져!”고은서는 망설임 없이 그의 무릎을 발로 차버렸다.민시후가 숨을 길게 들이쉬며 허리 굽혀 아픈 무릎을 어루만질 때 고은서가 입을 열었다.“맞아야 할 사람은 너야.”‘진짜 병이라도 있는 건가? 자꾸 날 놀리려고 하네.’“고은서, 너 좀 여자답게 굴면 안 돼?”민시후가 그녀를 쏘아보며 호통쳤다.“나처럼 잘생긴 남자가 너한테 벽치기를 하는데 어떻게 부끄러워하며 좋아하지도 못할망정 날 발로 찰 수가 있어?”고은서는 콧방귀를 뀌면서 답했다.“무릎을 찬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잘생긴 민시후 씨.”“너!”민시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화난 민시후와 달리 고은서는 갑자기 무언갈 떠올린 듯 다시 입을 열었다.“민 도련님의 이런 모습을 송민아 씨가 알게 되면 어떨까요? 민 도련님을 향한 애정의 마음을 접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고은서!”민시후가 또다시 호통을 치면서 화난 얼굴을 하고 그녀를 붙잡으려고 할 때 고은서는 영활하게 문 뒤로 숨으면서 투항했다.“그만 이젠 회사로 가자. 나 할 일이 있어.”민시후는 자신을 피하는 듯한 고은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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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민시후가 나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날 좋아하겠어? 게다가 곽승재를 엄청 싫어하잖아. 날 미워하지만 않아도 감지덕지할 일인데 절대 날 좋아할 리가 없어.”박지연이 콧방귀를 뀌면서 고은서의 말을 반박했다.“널 좋아하지 않는데 널 지금까지 도와줬다고? 그리고 널 좋아하지 않으면 네가 거절했다고 왜 화를 내는 이유가 뭔데?”고은서는 약간 어리둥절했다.“내가 언제 거절했다고 그래? 민시후 나한테 고백한 적도 없어.”“고은서, 너 정말 바보 아니야? 좋아하는 감정이 뭔지는 알고 있는 거야? 민시후가 그러는 게 고백하는 거랑 마찬가지잖아!”민시후가 그녀를 잘 대해준 건 사실이다. 가끔 알아듣지 못할 의미심장한 말을 할 때도 있었으나 전에도 그렇게 장난을 많이 쳐왔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은서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지연아, 그만 말해. 나 갑자기 무서워지려고 그래. 소름 돋았어.”“...”박지연은 어이없었지만 더는 말하지 않았다.“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 한 거야?”고은서가 물 한 모금을 더 마시고 물었다.“어제 하마터면 납치될 뻔했다며? 육현석이 알려줘서 다행이지 나한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박지연은 그제야 고은서에게 전화를 건 이유를 말했다.“너무 갑작스레 발생한 일이기도 하고 또 오늘 종일 바쁘게 다니다 보니까 미처 너랑 말하지 못했어.”고은서가 미안해하며 대답했다.“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야? 성아연은 왜 갑자기 이런 일을 꾸민 거고? 육현석도 자세한 건 안 알려주던데.”고은서는 박지연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그러니까 고씨 집안을 망가뜨리려고 했는데 실패했고 또 그 일 때문에 네 숙모한테 시달림을 받았는데 그게 다 네 탓이라고 생각하고 널 해치려 했다는 거지?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박지연은 성아연이 고은서의 옛 베프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전에 몇 번 마주친 적도 있었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런데 왜 분명히 백유미랑 손잡고 널 해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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