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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471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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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탁하는 소리와 함께 고은서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다.고개를 들자 놀란 고은서는 자신을 덮친 사람이 모자와 마스크를 쓴 깡마른 남자임을 알아차렸다.그 옆에는 같은 복장을 한 키가 크고 마른 동료가 서 있었다.무슨 상황인지 파악할 겨를도 없이 깡마른 남자는 그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키 큰 남자는 빠르게 방문을 닫고 동료와 함께 그녀를 비상구로 끌고 갔다.두 남자의 행동은 빠르고도 다급했다.고은서는 목이 조여 매우 괴로웠지만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두 남자를 공격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비상구에 다다랐을 때 고은서는 복도에서 누군가 방문을 여는 소리를 들었다.“읍! 읍!”고은서가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이미 두 남자는 그녀를 비상구로 끌고 갔다.‘벨은 이미 멈췄고 직원들이 상황을 점검하러 올지도 몰라. 하지만 그 사람들이 이상함을 눈치챌 때쯤이면 나는 더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겠지.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 같았는데 이 두 사람인가? 대체 누가 보낸 거지? 날 어디로 데려가려고...’두 남자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고은서를 끌고 가는 것이 불편했는지 어디서 났는지 모를 테이프를 꺼내 그녀의 입을 막았다.양한겸은 그녀를 어깨에 둘러메고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고은서는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피가 머리로 쏠려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입이 막힌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없었다.고은서는 지난번 서인수 일당에게 납치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1층까지 내려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 그동안 방법을 찾아야 해. 호텔을 벗어나면 위험해.’고은서가 머물던 층은 높지 않았고 양한겸과 신현준은 생각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구에 도달할 것이다.고은서는 매달려 있는 동안 느껴지는 불편함을 참으며 양한겸이 코너 쪽 난간으로 다가갔을 때 발끝으로 힘껏 난간을 걸었다.방심한 양한겸은 무게에 이끌려 뒤로 무게 중심이 쏠리며 계단에 엉덩방아를 찧었다.고은서는 어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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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그때 온몸에 흰 분말이 묻어 유령 같은 두 남자가 다시 그녀 앞에 다가왔다.“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누가 너희를 보낸 거지?”고은서가 다급하게 물었다.“여기는 호텔이야. 곳곳에 CCTV가 있어 도망치기 힘들 거야. 지금 포기하면 너희 책임을 묻지 않겠어!”“같잖은 말은 집어치워!”양한겸이 사나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돈을 받았으니 널 놓아줄 수는 없어. 상황 파악이 됐으면 순순히 따라와.”양한겸은 말하며 고은서를 잡으려 다가왔다.“악!”“멈춰!”고은서가 다리를 들어 양한겸을 차는 동시에 위쪽 계단에서 차가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고은서가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곽승재가 서 있었다.두 남자도 자연스레 빼어난 옷차림에 차가운 눈빛을 한 곽승재를 발견했다.두 사람의 시선에는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하지만 싸움 실력이 있고 두 사람이다 보니 곽승재의 출현에 두 사람은 겁먹고 도망치지 않았다.“쓸데없는 참견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너도 가만두지 않겠다.”양한겸이 위협하며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고은서에게로 주의를 돌렸다.“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이 여자를 죽이겠다.”신현준이 고은서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고은서도 몇 가지 호신술을 배웠기에 위급한 순간에 재빨리 몸을 아래로 굴려 그의 공격을 피했다.“악!”고은서가 몸을 숙이자마자 머리 위에서 신현준의 비명이 들려왔다. 곽승재가 그를 발로 차 쓰러뜨린 것이었다.곽승재는 고은서를 일으켜 자신 뒤에 숨기고 양한겸을 향해 발을 뻗었다.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양한겸은 곽승재의 공격을 피하며 곽승재에게 손을 뻗어 공격해 왔다.쓰러져있던 신현준도 다시 일어나 싸움에 가세했다.비록 2대 1의 상황이었지만 두 사람이 우세를 점하지는 못했다.곽승재의 공격은 정교하고 매서웠으며 훈련된 자의 실력이었다.고은서는 곽승재가 싸우는 모습을 몇 번 봤던 터라 그의 실력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고은서가 위층으로 올라가 도움을 청할지 고민하던 중 양한겸이 주머니에서 스프링 나이프를 꺼내 곽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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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그녀를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고은서는 곽승재가 자신이 한 말로 자존심이 상해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로 했다.엘리베이터가 이내 1층에 도착했다로비에 도착하자 주민기가 일행과 함께 곽승재에게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연락받고 바로 왔습니다. 무슨 일 있으셨나요? 괜찮으세요?”곽승재가 쌀쌀하게 대꾸했다.“아직 위층에 있으니 경찰서로 데려가서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어깨는 왜 그러십니까?”주민기가 곽승재의 상처를 보고 놀라 물었다.“호텔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어쩌다 이렇게 다치신 거죠?”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답하기 싫다는 기색을 풍겼다.고은서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저를 도우려다가 범인들의 칼에 베였어요.”“칼까지 썼단 말입니까?”주민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사모님, 기사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을 병원으로 모셔주세요. 여기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이 상황에서 고은서도 호칭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곽승재와 함께 로비 출입구로 향하던 고은서는 밖에서 빛나는 스포츠카 한 대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고은서!”민시후였다.그는 차에 시동을 끌 여유도 없이 바로 고은서 앞으로 다가왔다.“무슨 일이야? 아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핸드폰은 어디 갔어?”민시후가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고은서와 통화 중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급히 온 모양이었다.“나는 괜찮아. 핸드폰은 위에 있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곽승재가 다쳐서 일단 함께 병원에 가려던 참이야.”민시후는 그제야 곽승재의 존재를 눈치챈 듯했다.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곽승재를 바라보았다.“곽 대표, 우연이네. 여기서 뭐 하는 거야?”그 말을 들은 곽승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가운 말투로 쏘아붙였다.“너랑 무슨 상관인데?”“쯧.”민시후는 곽승재의 다친 어깨를 보고 혀를 찼다.그는 비아냥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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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민시후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바로 고개를 숙여 차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녀는 바로 다시 고개를 들며 의심스럽게 물었다.“송민아도 없는데 왜 여기서 연기해?”민시후는 말없이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고은서가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나려 했지만 민시후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차 쪽에 몰아붙였다.“고은서, 내가 단순히 연기하는 것 같아?”민시후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민시후의 뜬금없는 행동에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고개를 들어 보니 민시후의 잘생긴 얼굴에 장난기 섞인 표정이 서려 있었다.평소에는 유혹적인 눈빛이었지만 지금은 얼마간의 온기가 서려 있는 듯했다.“민시후, 너...”고은서가 이제 장난은 그만치라고 하려는 찰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멀지 않은 곳에서 곽승재가 차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곽승재의 운전기사도 운전석에 올라타 차에 시동을 걸었다.차가 고은서와 민시후의 옆을 지나가는 순간 고은서는 차 뒷좌석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단정히 앉아 있는 곽승재의 차가운 옆모습을 보았다.“쯧. 내려서 날 상대하지도 않다니. 곽승재한테 넌 그냥 그 정도밖에 안 되나 보네.”민시후가 약간 실망한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비켜!”민시후가 일부러 곽승재를 자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고은서가 짜증 내며 그의 팔을 밀쳤다.“한가해서 이러는 거지!”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한가하기는? 곽승재가 제 멋대로 먼저 가버린 거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고은서가 그에게 눈을 흘기며 곧바로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가자. 태워준다며?”“팔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병원까지 꼭 가야겠어?”민시후가 옷과 손에 흰색 가루가 묻은 고은서를 불만스럽게 쳐다봤다.“지금 네 꼴이 얼마나 볼품없는지 알기나 해?”‘엉망이 아닌 게 이상하지. 두 남자에게 끌려다니고 두 층이나 되는 계단을 기어오르고 소화기로 공격까지 했으니 몸이 성한 게 더 이상하지. 곽승재가 아니었다면 엉망이 아니라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르지.’“됐어. 귀찮게 해서 미안하네.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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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민시후, 오늘따라 왜 이렇게 비꼬는 거야?”고은서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럼 너는 정상이야?”민시후가 비웃으며 말했다.“곽승재랑 이혼도 했으면서 이렇게 다급하게 따라가고 있잖아. 사람들에게 너희 사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 아니야?”고은서가 어이없다는 듯 답했다.“너는 너 때문에 다친 사람을 두고도 편히 잠들 수 있겠어? 그런데 넌 왜 그렇게 신경 쓰는데?”고은서가 민시후를 한 번 훑어보며 물었다.“너 설마 나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지?”그 말에 민시후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맞아. 널 너무 깊이 사랑해서 헤어 나올 수 없어. 너 아니면 안 되겠어.”낮고 차가운 그의 목소리는 끝부분이 살짝 올라가면서 묘하게 매력적으로 들렸다.고은서는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을 느끼며 팔을 문질렀다.“민 도련님. 그만하지?”민시후는 그녀를 한번 쓱 보고는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누가 너 같은 바보를 좋아해? 날 너무 모욕하는 거 아니야?”고은서는 어이가 없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내 민시후의 차도 가까운 병원에 도착했다.예상대로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곽승재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됐어. 내 임무는 끝났으니 얼른 올라가서 곽승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 봐. 죽었으면 좋은 소식이니 꼭 나한테 제때 알려 주고.”고은서는 민시후의 쓸데없는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차 문을 열었다.차가운 밤공기에 고은서는 자신을 감쌌다.“잠깐만.”민시후가 그녀를 불러세웠다.또 곽승재에 대해 뭐라 하려는 줄 알고 고은서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민시후, 그렇게 곽승재가 걱정되면 같이 올라가. 비웃지 않을게.”“웩! 무슨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민시후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차창을 통해 외투를 고은서에게 던졌다.“입어. 한밤에 잠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면 어디서 도망친 난민인 줄 알아. 주머니에 내 다른 폰도 있어. 번호는 저장해 뒀으니까 문제 생기면 연락해.”말을 마친 민시후가 멋지게 자리를 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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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기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고은서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기사가 떠난 후, 그녀는 홀로 복도에 앉아 곽승재를 기다렸다.방금전 있었던 일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는 공포감이 들었다.곽승재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그녀를 찾으러 계단 쪽으로 오지 않았더라면 어떤 후과가 있었을지 상상하기조차 싫었다.‘대체 누가 날 해치려는 거지? 주민기와 민시후가 이미 조사하러 갔으니까 내일쯤이면 누가 보낸 사람인지 알게 되겠지.’얼마나 지났을까, 응급실 문이 열리면서 곽승재가 걸어 나왔다.그는 외투를 벗고 흰 셔츠 하나만 입은 채 성큼성큼 걸어 나왔는데 어깨 쪽의 핏자국이 유독에 눈에 띄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무척 처참해 보였겠지만 곽승재만은 남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병원 복도 불빛 때문에 얼굴과 오관이 더 각져 보였고 차가운 눈빛까지 더하니 마치 함부로 다가가서는 안 될 듯한 귀족 같았다.그는 고은서를 보자마자 차갑던 눈빛이 약간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가 쓰고 있는 흰색 외투를 보자마자 이내 눈빛이 다시 차가워졌다.“어깨 괜찮아?”고은서가 일어나서 물었다.곽승재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어두운 표정을 하고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환자분 가족 되시나요? 어깨가 심하게 다쳐서 상처를 꿰맸어요.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았는데 혹시 상처에 감염되어서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병원에서 이틀 동안은 관찰해 봐야 할 것 같아요.”곽승재와 함께 나온 의사가 고은서에게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병실.곽승재는 링거를 맞으면서 병상에 누워서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고은서는 이런 분위기가 약간 어색했는지 그의 피 묻은 셔츠를 보며 먼저 그에게 말을 걸었다.“차에 갈아입을 옷 있지? 내가 가져다줄게.”그러나 곽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곽승재의 모습은 그녀도 오랜만이었다. 전에도 지금처럼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그녀를 냉담하게 대했었다.오늘 일은 확실히 고은서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곽승재가 그녀를 구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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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불빛 아래, 곽승재의 피부가 여느 때보다 더 하얘 보였고 넓은 어깨와 튼튼해 보이는 근육, 그리고 매끈한 몸선이 유독 눈에 띄었다.마치 명장이 직접 조각해낸 작품처럼 매혹적인 몸매였다.그는 어깨에 붕대를 두른 채 허리에는 흰 이불을 덮고 병상에 앉아 있었는데 허약한 모습이지만 나름 매력적이었다.허약함은 그의 매력을 한 층 더 가할 뿐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그의 이런 모습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으나 여전히 쉽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언제까지 쳐다볼 생각이야?”곽승재가 넋을 놓고 자신을 바라보는 고은서를 향해 말했다.말투가 여전히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방금전처럼 차갑지는 않았다.고은서는 덤덤하게 눈길을 돌리며 애써 어색함을 감추려고 했다.‘내 탓은 아니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걸 어떡해.’고은서는 곽승재 옆에 다가가서야 그가 셔츠를 완전히 벗은 게 아니라 주삿바늘을 꽂은 오른손 밑에 깔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아직도 링거를 꽤 맞아야 해서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는데 셔츠는 왜 벗은 거야?”고은서가 물었다.곽승재는 그녀의 눈길을 피하면서 애써 아무렇지 않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피 냄새가 진동하는데 어떻게 계속 입고 있어.”곽승재가 약간의 결벽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에게 깨끗한 옷을 건네주었다.“먼저 걸치고 있지 그래?”곽승재는 반박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를 향해 왼쪽 팔을 내뻗었다.튼튼한 팔이 그녀의 눈 가까이 확 들어오면서 피부결까지 선명히 보였다.고은서는 고개를 들고 어리둥절하다는 듯 물었다.“어쩌라는 거야?”“입혀주지 않고 나 혼자 어떻게 입어?”“벗는 건 혼자 할 수 있고 입는 건 혼자 할 수 없다고?”고은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네가 계속 보고 싶거든 안 입어도 괜찮아.”곽승재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고은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내가 언제 계속 더 보고 싶다고 했는데? 스스로 옷을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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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고은서는 곽승재를 보며 물었다.“왜 혼자야? 병원에 의사 선생님들도 있고 간호사 선생님들도 있잖아. 게다가 기사님이 계속 아래에서 대기 중이기도 하고. 아니면 주민기 씨한테 간병인 두 명 정도 모셔달라고 하든가.”“그러니까 네 마음속에서 난 주민기보다도 못하다는 거야?”곽승재가 갑자기 엉뚱한 물음을 제기하는 바람에 고은서는 어리둥절해 하면서 되물었다.“주민기 씨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언제 당신을 주민기 씨랑 비겼어?”‘난 그저 간병인을 모셔달라고 주민기한테 부탁하라고 말했을 뿐인데.’“전에 바에서 술병을 대신 막아준 거 나한테 주민기였어도 막아줬을 거라고 했잖아.”곽승재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런데 내가 널 구하기 위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넌 날 간병해주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잖아.”‘기억력은 좋은데 대체 저 이상한 결론은 뭘까? 너무 어이없는데.’전에 대신 술병을 막아준 건 진짜 무의식인 반응이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곽승재 앞에 막아선 후였다. 행여나 곽승재가 그 일로 그녀에게 집착이라도 할까 봐 일부러 주민기 같은 다른 사람이었어도 대신 막아줬을 거라고 말했는데 지금까지 그 일로 트집을 잡을 줄은 미처 생각 못 했다.“곽승재, 잘 들어. 사람은 계속 변하는 거야. 전에는 당신의 안전이 항상 최우선이었던 건 맞아. 당신이 다치면 내 마음도 함께 아파왔을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당신보다 내가 우선이야. 더는 당신을 위해 칼이나 술병을 막아줄 용기가 없다고. 그러니까 더는 이런 일로 날 시험하려고 하지마.”그때 이름 모를 남자가 잭나이프를 꺼내 들었을 때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주의를 주었었다. 사실 곽승재의 실력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다치게 했다.곽승재가 다쳤을 때의 반응과 방금전 그가 한 말들을 돌이켜본 고은서는 그가 자신이 전처럼 그를 관심하는지 안 하는지를 시험하고 있다는 걸 이내 깨달았다.곽승재는 고은서의 무표정한 얼굴과 덤덤한 눈빛을 바라보며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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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곽승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은서를 바라보며 마치 그녀가 달갑지 않아 한다는 걸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덤덤하게 말했다.“말한 대로 약속 지켜야 해. 얼버무리며 넘어갈 생각하지 말고.”고은서는 약간 기가 막혔다.‘왜 전에는 이렇게 뻔뻔한 사람인 걸 몰랐을까?’“나 목말라. 물 따라줘.”곽승재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고은서에게 지시를 내렸다.고은서는 화를 꾹 참고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정수기에서 미온수를 받아 그에게 건네주었다.곽승재는 물컵을 내려다보며 한참 동안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은서는 곽승재가 물을 먹여달라면서 자신을 난처하게 만드는 순간 그가 정신 차리게끔 그의 얼굴에 물을 뿌릴 생각이었다.그러나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곽승재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물컵을 받아들었다.물을 마신 후 그는 더는 다른 요구를 제기하지 않고 병상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고은서도 병상 옆에 의자에 앉아서 그를 지켰다. 종일 새로운 일을 인계받고 유성준을 만나고 또 방금전과 같은 사고를 당하고 나니 피곤함이 물살처럼 밀려왔다.눈을 감고 휴식하는 곽승재를 보면서 고은서도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따뜻한 보일러 때문에 잠이 솔솔 몰려왔다.얼마나 지났을까, 고은서는 따뜻한 무언가가 자신의 입가를 어루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전에 이름 모를 남자가 입에 붙인 테이프를 떼내면서 다친 입가를 어루만져주는 부드럽고 따뜻한 촉감에 고은서는 눈을 뜨기 더 싫어졌다.그러나 그 따뜻한 촉감이 입가에서부터 볼살로 이어지더니 이내 이마에서까지 느껴졌다.고은서는 약간 불편했는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자 이마를 어루만지던 동작은 이내 멈추고 그저 따뜻한 온기만 남았다.고은서가 깊이 잠들려고 할 때 그녀는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걸 느꼈다. 그러다가 이내 입가로부터 촉촉한 감각이 느껴졌다.너무 피곤한 탓에 그냥 무시하고 계속 자려고 했으나 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호텔이 아닌 곽승재의 병실에 있다는 걸 감지하고 번쩍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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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주민기가 공손하게 답했다.“이미 성씨 집안 성아연이 지시한 일이라고 다 자백했습니다. 그리고 성아연도 이미 경찰 측에 넘겨졌고요.”고은서는 성아연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멈칫했다.전에 성아연이 고준석한테 잘 보이려고 고씨 가문 저택에 찾아갔다가 쫓겨난 후로 고은서는 그녀를 만난 적이 없었고 심지어 서로 연락한 적도 없었다.‘왜 날 해치려 하는 거지?’고은서의 의문을 알아본 주민기가 입을 열었다.“사모님도 성아연 씨가 MQ 세금 문제와 큰 연관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거라 믿습니다.”‘연관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성아연이 한 짓이 확실한 거겠지. 그저 증거가 없을 뿐이지.’“그런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성아연이 저를 해치려는 이유가 뭐죠?”고은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 일에 개입한 적이 없었다.“숙모님께서 성씨 집안까지 찾아가서 난동을 부렸다고 합니다. 성아연 씨는 아마 사모님께서 시킨 일이라고 오해하고 사모님께 원망을 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사람 시켜서 사모님을 혼쭐을 내주려 했던 거고요.”단은숙이 성씨 집안까지 찾아가 난동을 부린 일은 이미 유성준한테서 전해 들었는데 성아연이 그 일을 고은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줄은 그녀 또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민기 씨, 성아연을 한 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성아연이 고은서를 해치려고 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러나 목숨까지 위협하는 일까지 꾸밀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라 그녀는 성아연을 찾아가 직접 물어볼 생각이었다.주민기는 곽승재의 표정을 힐끔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됩니다, 사모님. 피해자로서 자초지종을 알 권리는 항상 있는 법이니까요.”“그럼 바로 출발하죠?”“나도 같이 가.”곽승재가 갑자기 병상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필요 없어. 상처도 아직 낫지 않았는데 움직이지 말고 누워서 쉬어.”그러나 고은서는 거절했다.“상처가 심해져서 날 지금보다 더 오래 간병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거야?”확실히 이 부분을 고려했었던 그녀는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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